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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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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가 평가하기에 같은 형제라고 해도 데프슨 가문과 기스본 가문, 그리고 월렛 가문은 대단히 성격이 달랐고, 지어진 성의 모습도 죄다 달라서 꽤나 재미있는 관찰 대상이었다.
데프슨 성城이 말 그대로 요새의 느낌이라면 기스본 성은 꽤나 장식성이 강한, 아름답고 화려하게 지어진 성이었다.
에드워드는 기스본 성을 보자마자 오빠 같이 아름다워! 라고 해서 가뜩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ㅋ 가이의 콧대를 더욱 높게 만들었다.
기스본 영지- 정확하게는 기스본 영지 안에서 유일하게 큰 수입원이 될 광산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영지와 기스본 성은 여전히 가이의 소유로 남겨져 있었기 때문에 성의 열쇠 역시 가이가 소지하고 있었고, 녹이 슬어서 좀 빡빡한 것을 제외하자면 성 안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데프슨 성과 거리가 가까운 편이라 마리엘라의 배려로 인해 사냥꾼과 그 아들이 종종 들러서 주변을 살피는 정도여서 성의 큰 훼손은 없었지만 낡아서 먼지와 거미줄 투성이였고, 가이 역시 어렸던 시절 이후로는 여기에 와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투덜대면서 조만간 사람을 써서 성을 단장시키겠노라고 결심했다.


기스본 성은 왕국 내에서도 대단히 아름다운 성으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나를 닮아서 조낸 아름다운 기스본 성이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절대로 그냥 둘 수는 없지!


기스본 성을 들른 다음에 도착한 월렛 성은 평지가 아니라 돌산에 자리잡고 있었고, 기스본 성의 뒷편으로부터 시작되는, 산 위로 난 길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마차 안에서도 상당히 많이 흔들리면서 도착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군데군데 도로가 부서진 곳도 있었고, 원래 큰 마차는 여기까지 올 수가 없는 좁은 길이기 때문에 평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작은 4인용 마차를 몰고 올 수 밖에 없었다.
깎아지른 벼랑 가까이에 위태롭게 서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겉보기만으로는 꽤나 위험해 보이지만 높디 높은 벼랑 역시도 옛 문헌이나 증언 등에 의하면 대단히 견고하다고 했고 지금 역시도 무너질 위험이 없어보였다.


"꼭 수도원 같다..."


Golden Rocks에 도착하기 전 까지 서너군데의 수도원에 들르기도 하고 멀찍이서 구경을 하기도 했던 존 포터는 월렛 성을 보자마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성 자체도 크지 않은데다가 네모반듯한데다가 꽤나 화려한 외형을 가진 기스본 성과 비교한다면 초라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는 성이었다.
그리고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적의 침략으로부터 성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외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누구도 월렛 성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이라도 하듯, 혹은 신께서 지켜주신다는 굳은 믿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네드, 포터군, 이쪽으로 와."


마차를 몰고 동행해 준 사냥꾼의 아들이 월렛 성 곁의 고목나무에 말을 매어놓는 사이에 가이는 품 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들고 성만큼이나 수수하고 단정한 모양새의 열쇠를 꺼내서 마치 성의 일꾼들이 드나드는 뒷문처럼 생긴 아치 모양의 작은 나무문으로 다가갔다.
녹이 슨 열쇠구멍에 미리 준비한 기름을 흘려넣고서야 열쇠로 잠긴 문을 열 수 있었던 가이는 끙끙대며 문을 열려고 하다가 결국 녹이 슬대로 슨 경첩에도 기름을 치고서야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
에드워드에게 시키면 편했을테지만 섬세함은 부족한 이 댕댕이 자식은 안열린다고 문을 때려부술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하는데다가 자신이 피를 이은 가문의 성문은 자신이 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귀족답지는 않았기에 예전에는 마뜩찮았던 가풍이기는 했지만 일곱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월렛 성을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서는 성의 대문을 가장이 열어야만 하는 것이 관례이고 그것은 겸손함을 뜻한다는 말을 직접 들었었기에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외가였지만 관례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다.


관례는 지키고 싶었는데- 슈2eㅣ펄!!!!


낑낑대며 겨우 문을 조금 열긴 했는데 더 이상 꼼짝을 안하는 바람에 성질이 나서 발로 힘껏 걷어찼고, 그 바람에 오랜 세월을 닫혀있던 가엾고 충직한 문짝이 끼이익-소리를 내며 뒤로 나가떨어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가이는 머쓱해져서 어깨를 으쓱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이후로는 전혀 찾아오지 않았었어. 그래서 문도 이 모양이야."


그래봤자 에드워드는 가이의 발이 아프면 안된다며 냉큼 쪼그려 앉아서 우리 가이 오빠의 이쁜 발! 호~호~ 아팠쪄? 다쳤쪄?>_<;; 를 해주느라 두껍고 육중한 문짝이 나가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었지만.
다만 역시 듣던대로 가이 기스본 경의 성질머리가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한 사냥꾼의 아들만 존 포터와 한 차례 시선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성 전체가 담장으로 둘러싸이지는 않았지만 역시 정원은 필요했던 듯 안으로 들어가자 세군데가 담장으로 둘러싸여 빛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그다지 넓지 않은 정원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대문의 정면에 현관인 듯 보이는 아치형의 문이 있었고, 문 곁에는 나무로 만들어진데다가 지금은 넝쿨투성이가 된 사람 키 만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신앙심이 돈독한 존 포터는 십자가를 보자마자 잠시 양 손을 가슴 위에 모으고 사제에게 배웠던 짧은 기도문을 웅얼거렸지만 애니로부터 신앙심에 대해 배우기는 했어도 그닥 큰 관심은 없던 에드워드는 신앙에 대해 비관적인 가이의 뒤를 쫄레쫄레 따라가서 바깥 문보다는 상태가 좋아보이는 현관의 문을 여는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우와..."


어렵잖게 열 수 있었던 현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가이의 뒤를 따라 들어선 에드워드는 실내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어놓았다.
기스본 성이 그랬듯 오랫동안 찾아와보지 않았다고 했으니 온통 거미줄투성이에 부서진 부분도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거미줄도 그닥 보이지 않았고 실내는 아주 깨끗한데다가 오히려 손바닥 두 개만한 크기로 벽의 상단에 장식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로 인해 영롱하게 물이 든 실내는 경건하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을 정도로 단정하고 깔끔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에드워드의 뒤를 따라 들어온 존 포터는 꽤나 감동먹은 표정으로 실내를 둘러보더니 당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조금 더 긴 기도문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런 존 포터를 바라보던 가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핀잔을 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굳이 어린 소년의 신앙심에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신이 있다면- 신앙심이 굳고 자애로운 성격이던 내 어머니가 병으로 오래 고통 받다가 돌아가시는 광경을 왜 그냥 두고 본거야? 겨울만 되면 바깥에 나오지도 못하는 신세였는데도 신을 원망하지 않았던 신실한 분이셨는데! 게다가 왜 내가 오메가로 발현되어서 가문을 잇지도 못하게 만든거야? 난 그렇게 무책임한 신은 믿지 않아.


살짝 울컥해버린 가이는 존 포터에게서 시선을 돌려 안으로 잰걸음을 걷기 시작했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색색으로 물이 든 실내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던 에드워드는 이내 네둥지둥 가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가이의 심기가 대단히 불편해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고, 오랜만에 찾아온 외가에서 기분 좋게 조상들의 유산을 찾았으면 좋겠으니까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지금껏 방황하던 자신을 지탱해주었고 가끔 질투나 성질은 부릴지언정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이제는 가이가 가문을 다스릴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다.


돌산에서 채집되는 약간의 약초와 산양 정도의 신물이 전부일지라도, 험한 돌산인지라 사는 사람이 없어서 다스릴 사람조차 없는 혼자만의 작은 영지라고 할지라도.


괜찮아, 가이 기스본. 나는 늘 당신 곁에 있을거고 나에게 명령을 내리면 뭐든 복종할테니까. 내 세상의 진짜 왕은 당신 뿐이라고.


지하로 향하는 돌계단을 내려가던 가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그렇게 결심하고 꿀 떨어지는 미소를 짓자 조금 전 보다는 한결 풀어진 표정의 가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내 생각이 전달된걸까!? 기분이 좋아진 에드워드는 갑자기 자신의 볼따구를 꾹 잡는 행동에 이내 네무룩해졌다.


"그러고보니 너 오늘 아침에 수염 안 깎았지!? 이거봐라 이거, 고슴도치만큼이나 까칠해서 내 연약하고 부드러운 섬섬옥수가 따갑다고! 신경 쓸 것도 많은데다가 바빠서 면도 정도는 알아서 하겠거니 했는데! 내가 바쁘다고 해서 수염도 안 깎고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는거 용서 못해! 그 미모를 털 따위로 가리다니! 절대로 안될 말씀이라고!"


난생 처음으로 보는 단정한 경건함에 사로잡혀서 알고있는 기도문이라는 기도문은 죄다 암송하고서야 뒤늦게 포둥지둥 두 사람을 찾아나선 존 포터가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서 제법 넓은 지하 공간을 발견했을 때 가이는 도도하게 우물에 앉아서 금반지 하나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에드워드는요?"


아, 저게 바로 그 황금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던 우물이구나!? 그런데 생각보다 초라하네? 너무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서 금색이 돌처럼 변한걸까?
금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존 포터는 조금 있다가 손톱으로 우물의 돌을 갉작거려서 진짜 금이 아닌지 확인해보겠다고 결심하다가 가이 곁에서 꽁냥거릴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흔적도 보이지 않는 에드워드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우물 곁에 숨겨두었던 월렛 가문의 반지를 찾아내서 만지작거리던 가이는 손가락으로 우물 안으로 가리켰고, 존 포터는 뻘하게 에드워드가 아침에 귀찮다며 수염을 깎지 않더니 그 벌로 우물에 던져진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에드워드! 그러게 수염은 깎으시는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을 때 귀찮아도 좀 깎지 그러셨어요! 하루만 안 깎아도 표가 많이 나는데!
포절부절 못하고 있는 존 포터의 기색을 재빠르게 눈치챈 가이는 한숨을 폭 내쉬며 울상이 되어버린 존 포터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하여튼 이 꼬마 녀석은 고지식하기가 리처드급이라 심부름은 정확하게 잘 했지만 만사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게 탈이라면 탈이었다.
마누라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고생 좀 하겠는데?


"걱정하지 마, 포터군. 에드워드는 우물 안을 조사하러 들어간 것 뿐이니까. 금방 나올거야. ...그런데 이 자식은 들어간지가 몇 분 째인데 아직도 안나와!?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 아니야!?"


느긋한 태도로 존 포터를 달래주던 가이는 그제서야 에드워드가 오분 가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화들짝 놀라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어둡고 고요한 수면은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4년 전쯤에 파도가 세지기 시작한 바다에 뛰어들어서도 몇 분이나 버팅겨내는 폐활량은 진작에 경험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존내 잘생긴데다가 하는 짓은 조낸 커엽고 살벌해지면 섹시하기까지 한 내 꼬맹이가 죽으면 살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가이는 물 속에 손을 넣어서 휘적거리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숨이 막혀서 허우적대다가 둥둥 떠올랐을테지만 에드워드니까!라고 생각하던 존 포터도 2분여 시간이 더 지난 뒤로도 에드워드가 올라오지 않자 포절부절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슈eㅣ펄! 이놈의 우물이 내 꼬맹이를 잡아먹었어! 겨울이라 존내 추운데! 내 꼬맹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만봐라, 당장 인부들을 고용해서 죄다 파버릴거야!"


듣기만 해도 무서워지려고 하는 발언에 존 포터는 수위가 바닥에 깔린 돌 보다 약간 낮은 정도의 우물 안으로 손을 넣어서 생각보다는 차갑지 않은 물을 휘적거렸고, 물에 넣었던 손을 무언가가 꽉 움켜쥐자 물귀신!? 너무 놀라서 쟈근 심장이 터지는 줄만 알았다.


"아, 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여기 생각보다 엄청 깊어. 게다가 어두워서 잘 안보이더라고. 바위를 더듬어서 올라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


하마터면 내 꼬맹이를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네! 가이가 자신의 망토를 냉큼 풀어서 둘러주자 싸늘한 바깥 공기와 만나 온 몸에 김이 모락모락 나던 에드워드는 온 몸을 댕댕이처럼 푸르르 턴 후에 가이가 내민 망토를 몸에 둘렀다.


"괜찮아, 아래로 한참 내려가니까 물이 점점 따뜻해지더라고. 오빠도 추울텐데 일단 올라가서 불부터 피우는게 낫겠다."


바짝 마르다 못해 불씨가 붙자마자 화르륵 잘도 타오르는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하나씩 집어넣으며 솜씨 좋게 벽난로에 불을 피운 존 포터는 한겨울에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누워서 쉬는 대형 댕댕이처럼 가이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골골거리는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나저나 저 우물의 돌은 금이 아니었나? 에드워드가 무사히 나온 것을 확인하고 안심이 되자 에드워드가 선물해주어서 늘 가지고 다니던 던지기 용도의 작은 비수로 돌을 갉작거려보았던 존 포터는 몸이 따뜻해지고 에드워드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자 눈에 띄게 풀이 죽어버린 가이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존 포터는 어려서부터 사제에게 들었던 어느 귀족 가문의 신앙심과 황금의 우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꽤나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 귀족 가문의 성이 세워졌다는 우물은 번쩍거리는 황금으로 만들어졌을테니까 그 놀라운 광경을 꼭 보고 싶었었다.
어찌보면 순박한 소년 존 포터의 위시 리스트 중 하나는 이루어진 셈이었지만 생각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도대체 왜 사제님이 말씀해주셨던 것과 실제 우물의 모습이 다른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설마 그렇게 신실하신데다가 아미티지 후작님을 가르치기까지 하셨고, 후작님도 훌륭한 분이라고 칭찬하셨던 사제님께서 거짓말을 하셨던걸까? 아니야, 누군가 사제님께 거짓말을 해서 사제님께서 잘못 알고 계셨던게 분명해! 누군지 모르지만 사제님께 거짓말을 하다니,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나의 사제님이 거짓말을 하실리가 없다능! 사제 덕후인 존 포터는 에드워드가 미리 준비해주었던 치즈를 꼬치에 꿰어서 먹기 좋게 구우며 울망해져버렸다.
더우기 큰 희망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던 가이도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얻었을 뿐이라 풀이 죽은 것 같아서 더더욱 울고 싶었다.


하늘에 계신 창조주님, 사실 가이 기스본 경은 보기와는 다르게 아주 착하고 다정하고 훌륭한 분이세요. 창조주님께서는 뭐든지 다 하실 수 있다고 사제님께 들었어요. 그리고 저 같이 별 것 아닌 농노 꼬마의 기도도 들어주신다고 사제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저는 창조주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사제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니까 창조주님을 믿어요. 그러니까 부탁드립니다. 제발 가이 기스본 경이 이대로 실망하고 돌아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지금까지 오메가라서 많이 미움을 받고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실망하게 된다면 너무 힘드실거예요.


"존 포터, 잠시 도와줄래?"


"네, 시키는건 뭐든지 도와드릴테니까 제발 황금의 우물을 찾아주세요."


속으로 기도를 열심히 하다가 저도 모르게 잔뜩 울망해진 목소리로 대답을 한 존 포터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에드워드를 보고나서야 자신이 들은게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에드워드였음을 뒤늦게 깨닫고 귀뿌리까지 빨개져버렸다.


잠시 조사를 해 본 것 뿐이지만 나름대로 희망을 가지고 왔던 가이는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 했던 것도 잊고 있었다가 미처 숨기지 못한 실망감으로 인해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에드워드의 무릎 베개를 해주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꾸벅꾸벅 조는 가이를 살짝 눕혀서 다독여 재워준 에드워드는 아까 잠수를 시도했던 우물 속이 너무 어두운데다가 점점 좁아지는 바람에 제대로 살필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던 탓에 가이가 위험하다고 반대하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잠수를 해서 살펴 볼 생각이었다.
가이가 말을 해 준 대로라면 분명히 우물 속의 돌벽에는 금 성분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바닥에는 사금이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에드워드는 지질학이나 금광은 1도 몰랐지만 금이라는게 상상했던 것 처럼 번쩍거리는 금덩어리로 채취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다수는 모래처럼, 혹은 돌덩어리에 금 성분이 반짝거리며 섞여 붙어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까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단검을 들고 우물 안으로 들어가서 몇 개의 돌을 찍어 채집한 뒤에 가지고 나올 생각이었다.
아래로 들어갈 수록 물이 따뜻해지고 좁아지는데다가 아래에 폭포가 있나 싶을 정도로 유속이 빨라져서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가이 오빠를 위해서라면!
마음의 결심을 굳히고 존 포터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고개를 들자 불 앞에서 넣다 만 장작이 빠져 나와서 옷자락이 탈 지경인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양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광경이 보이자 에드워드는 솔직히 대단히 위로를 받았다.
신앙심은 그닥 없이 살아왔지만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어린 소년이 가이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를 해주는 것은 정말로 큰 위로가 되는 일이었다.
물론 존 포터는 입 안으로만 웅얼웅얼 기도를 했지만 소근거리는 그 소리는 타닥거리며 타오르고 있는 불 소리와 뒤섞여 에드워드의 댕댕이 청력에는 반 이상 들렸고, 그런 사실을 1도 모른 재 존 포터는 여전히 얼굴이 뻘개져서 쫄레쫄레 에드워드의 뒤를 따라 다시 지하실로 내려왔다.


"만약 전설이 거짓이 아니라면 분명히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이 우물은 금빛으로 빛났을거라고 생각해."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횃불로 우물을 비추어 보며 꺼낸 말에 존 포터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훌륭한 신앙의 선조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존 포터의 빛나는 눈동자에 다시 한 번 격려를 받은 에드워드는 셔츠를 훌훌 벗고 단검을 손에 꽉 쥔 채 어둡고 좁은 우물 안으로 몸을 던졌다.


내 손에는 피가 너무 많이 묻어 있지만, 그래서 신에게 기도를 할 자격은 없지만... 너무나도 억울하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살아온 가이 오빠를 정말로 신이 사랑한다면. 그리고 지금도 애타게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는 존 포터의 순수한 기도를 듣고 있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이 기스본이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다는 단 하나의 바램을 들어줄 수 없을까요? 네? 신이여,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온 내가 기도를 할 자격은 없지만... 제발 부탁합니다.







짧아짐 ㅁㅇ;;;

텀 길어짐 ㅁㅇ;;
수도의 상황은 구구절절 쓰기 싫어서 요약함.



1.
현재 시점에서 제일 씡난건 리처드.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왕에게 꺼낸 조언이 받아들여져서 왕명으로 수도의 위생 문제가 개선되고 있고, 건축자들의 도움을 받아 수도의 성 벽 바깥으로 요새화 된 거주지가 생기고 있음.
여기로 기존의 빈민가와 시장의 일부, 그리고 무역상의 일부 역시 옮겨질 계획임.
원래대로라면 왕명따위 듣지도 않을 빈민들이지만 빈민가를 휘어잡고 있던 톱날 용병단의 입김 때문에 작업은 순조로움.
빈민가를 수도 바깥으로 옮기고 그 곳에 신시가지를 만드는 것은 리처드가 늘 주장하던 도시 계획 중 하나인지라 진짜 씡났음.
게다가 왕명으로 그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게 리처드라서...ㅋ


2.
에드워드 등장 이전까지 최강이자 가장 기사다운 기사라고 불려서 수도에서도 유명한 기사인 월터 바로우 경은 살해당한 수도 경비대장 후임으로 임명되었음.
부친의 영지에 출몰하는 산적떼들 때문에 안된다고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부친과 형님의 권유로 받아들임.
덕분에 바빠 죽을 지경인데다가 수도 정비 사업을 지휘하는 리처드의 찡찡거림을 (여기서도 또;;) 들어야 해서 살이 쭉쭉 빠지고 있는 웃픈 사연;;;


3.
톱날 용병단장과 종종 만나는게 영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리를 위해 리처드가 아미티지 영지의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으로 제련해 만든 명품 단검을 선물해주자 기분이 10 정도 좋아짐.
톱날 용병단장과 만나기만 하면 맹렬하게 서로를 디스하기 바쁨.
하지만 리처드가 한 번 으르렁거리면 둘 다 얌전해짐ㅋ
하지만 만날 때나 그렇지 수도 근처까지 거의 다 도착한 페이스 용병단의 주둔 예정지를 면밀하게 살피느라 소주질도 잠시 멈춤.


4.
마틴은 부관으로부터 서쪽 분쟁 지역을 둘러싼 사막 국가와의 휴전 보고를 받음.
전군 총 사령관인 왕에게 전쟁에 대해 가르쳐주기도 하고 곁을 늘 지키고 있느라 집에도 못 감.
백작 부인은 꽤나 안정되어진 릴리를 돌봐주고, 하루의 절반을 울면서(형아 왜 안와 빼앵~) 보내고 있는 존을 돌보기 위해 책을 읽어주다가 드문드문 글자를 읽기 시작하는 존에게 글자 공부를 시켜주기 시작했음.
덕분에 존이 한결 덜 울게 되어서 고용인들에게 안주인=여신님! 호칭을 획득했음.


5.
존과 진은 적의 기습을 염려해서 상단의 물품과 함께 일부 이동하고 있는 펜리 상단의 사병들과 연락을 취하며 수도가 고립될 경우를 대비해 루퍼트의 지시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
전쟁이 일어날 동안에는 수도의 모든 식품 및 기타 매매품을 왕실에서 총관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상인의 사재기+감추기와 밀매를 단속해야 하는 터라 무진장 바쁨.
그나마 다행인건 진이 전부터 시장의 상인들과 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물자 파악이 순조로움.
진=멋진 언니=에드워드를 키워준 누님!...인거임ㅋ


6.
루카스는 유모가 되어버린 릴리의 젖도 잘 먹고, 이유식도 뇸뇸 잘 먹고, 주먹도 쫍쫍 빨고, 발잡기도 열심히 하면서 놀고 있음.
2x년 후에 루카스의 본딩 알파가 될 예정인 로난은 휴전 소식을 들은 다음 날 친모의 사망과 여동생의 출생 소식을 들었음.
(로난은 루카스보다 6살 정도 많고, 윗보다 2살 정도 더 많음)



2017.08.16 19: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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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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