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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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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는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점검하고 돌로 지어진 커다란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고 직접 방문을 했던 적은 없었기에 다소 긴장을 되었지만 아미티지 가문의 이름으로 보내진 초대장을 거절할 수 없었다.
물론 리처드는 왕으로부터 예전 아미티지 가문의 수장이자 영주로서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면 찾을 수 있다는 허가는 받았기에 굳이 현재 수장인 필립의 초대를 거절할 수는 있었지만 그럴 이유도 없었고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 아미티지 링은 리가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주머니 안에 몰래 넣어놓고 왔지만 괜히 그랬나 싶은 소심한 생각이 들어서 약간 후회가 되긴 했다.
그래도 그 옆에 끼고 있는 결혼 반지에 위안을 받으며 처음 보는 얼굴의 집사가 나와 정중하게 자신을 인도하자 저택 안으로 들어선 리처드는 당당하게 집사의 뒤를 따라 2층에 마련된 커다란 만찬장으로 들어섰다.
꽤나 큰 규모인지라 이 정도면 서른명 이상의 귀족들을 초대해서 만찬을 벌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고, 주인의 자리에 앉아있던 필립은 포도주를 마시다가 일어서서 리처드를 맞이해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거절하지 않으신 것도 의외지만 동행도 없이 혼자 오신 것이 더 의외로군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주님. 마땅한 동행인이 없는데다가 자유로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는 편이 좋으실 것 같아서 혼자 방문했습니다."


필립이 자리를 권하자 리처드는 ㄷ자 모양의 넓고 식탁의 한 편에 앉아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향이 물씬 풍기는 포도주를 받아들었다.


"반지는 끼고 오지 않으셨군요."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을 짚는 말투에는 적잖은 가시가 박혀 있었지만 리처드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소심하게 행동했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걸 굳이 치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미지티 가문의 후계자로서 리처드가 부친께 귀가 닳도록 들었던 조언 중 하나는 부족함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보완하라는 것이었으니까.


"부끄럽습니다만 이미 이 내전은 저 혼자만의 전쟁이 아닌 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 반지는 저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판단하신겁니다. 오늘 그걸 끼고 오셨다면 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으려 들었을테니 말입니다."


필립의 말에 리처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고 앞에 놓은 포도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속이 답답했지만 그걸 해소할 방법은 없었다.


"...필립."


"제 손이 보이십니까, 형님?"


조금 더 격식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리처드는 포도주잔을 바라보았던 시선을 들어 필립이 내민 양 손을 바라보았다.
모조품으로 반지를 만들어 낀 손가락은 꽤나 앙상했고, 자세히 바라보자 혈이 잘 통하지 않는 듯 보랏빛으로 변한 것이 보였다.
필립은 자신처럼 어려서부터 썩 건강한 편이 아니었던 터라 지금도 마른 체격인 것이 이해는 갔지만 혈색이 나쁜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가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예전 아미티지 전쟁 직전에 보았을 때도 그렇고 지금 역시도 술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알콜 중독의 영향력은 아닌 듯 싶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듯 보입니다만..."


"북쪽 숲의 지도자라는 그 젊은 족장의 판단으로는 약물에 의한 중독이라고 하더군요.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으며, 원래의 용도는 여자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떼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스란두일이? 리처드는 스란두일이 필립의 상태를 이미 진단했었다는 사실에 상당히 당황했지만 그보다 왜 필립이 저런 약에 중독된 것인지가 더 궁금했다.
아직 부친이 살아계셨을 무렵 리처드를 잘 따르던 소년이었을 시절의 필립은 체질은 약하지만 그래도 활달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런 것 보다도 잦은 분쟁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리처드의 뒤를 이어 차기 영주가 될 필립에게 누군가 약을 먹였다는 것은 반역에 속하는 중죄였다.


혹시 필립이 나를 적대시하는 이유가...?


리처드는 혹시라도 오해가 있다면 풀고 싶었지만 그런 리처드의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필립은 태연하게 답을 알려주었고, 그 답을 듣는 순간 리처드는 커다란 쇳덩어리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제게 이 약을 투여하도록 지시했던 사람은 네 번째의 아미티지이신 형님과 제 아버지입니다."




"리처드, 이거 되게 맛있는데 안드세요?"


백작 부인의 호의로 맛있는 요리를 대접받으며 아구아구 먹어대던 에드워드는 손에 고기를 자르는 칼을 든 채로 멍하니 접시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리처드에게 접시를 조금 더 가까이 밀어주었다.
응? 고맙구나- 살짝 웃어주는 표정에 그늘이 잔뜩 져 있는 터라 무슨 일이 있었다고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는 가이와 눈짓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역시 필요하면 리처드가 알아서 먼저 이야기를 꺼낼거라고 생각한 둘은 묵묵히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리처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오전 내내 빈혈로 누워있던 릴리가 오랜만에 합석을 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게 기뻤던 터라 에드워드와 가이는 릴리에게 신경을 쓰느라 이내 리처드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게다가 에드워드랑 가이 점심을!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합석할 수 있었던 조지에 의해서 지난 무투회 때 평민 출신인 에드워드에게 우승을 빼앗긴 것이 대단히 불쾌했던 귀족들이 이번에는 용병까지 고용했다는 소문이 들린다는 정보까지 준 터라

"소문에 의하면 동북쪽의 왕국에서도 용병이 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필립 아미티지가 고용했다는 이야기가 돌더라고. 아무래도 제일 가까우니까..."


"조지 프리먼, 아미티지의 현 영주가 타국의 용병을 고용했다는 말은 헛소문이니 다른 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정정해주게나. 아미티지의 이름을 이은 자들은 행여 목숨을 버릴 지언정 타국의 용병을 유서깊은 축제에 참석시키지 않는다네."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혼자 다른 생각을 하던 리처드의 차분하지만 엄격한 말에 조지는 좀 떨떠름한 표정으로 리처드를 바라보다가 에드워드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하지만 에드워드 역시 좀 의외였던 터라 조지를 마주보며 어깨를 살짝 으쓱할 뿐이었다.
눈치 빠른 가이조차 리처드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이유에 대해 짐작조차 못하는 형편인지라 오늘따라 왜 저렇게 평상시와는 다른 것인지 의아했지만 리처드는 주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앞에 놓인 고기를 썰어 먹을 뿐이었다.



"그렇게 놀라실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하긴, 형님께서는 아버님을 대단히 존경하셨죠. 물론 저 역시 아버님을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완벽하신 분은 아니셨죠."


아버님께서? 어째서 필립에게 약을? 그래서 필립이 후사를 를 두지 못했던 거였나? 하지만 아미티지 가문은 국경을 수비하느라 사상자가 많아서 한 사람이라도 더 직계를 늘리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내가 오메가로 발현했다는 사실을 아시고서도 기꺼이 후계자의 자리를 잃지 않게끔 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도 내게 꼭 후계자는 두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


거기까지 생각하던 리처드는 문득 어린 시절 이상하다고 느꼈던 점으로 생각을 돌렸다.
어렸을 적 부친께서 재혼을 했던 새어머니의 외가는 그다지 뛰어난 명문가도 아니고 부자도 아닌 무인 가문이었는데 어렴풋한 기억일 뿐이지만 북쪽 숲의 원 주인들과의 분쟁에서 수차 지원금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매번 단호하게 거절하셨었다.
어려서 잘 모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문을 내어놓지는 않았지만 금전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허리띠를 졸라맬지언정 그쪽으로부터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러셨던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나?"


리처드는 나지막하게 질문을 던졌다.
리처드는 필립이 태어났을 때 대단히 기뻐하셨던 부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린 아들을 기피하셨던 이유가 단순히 작은 부인과 관계가 나빠졌기 때문에 아직 어린 아들인 필립을 견제하셨다고 알고 있었다.
애니 역시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아예 대를 끊게 하실 목적으로 약까지 사용했을 정도라면 필립의 외가를 견제하려고 했다는 것 밖에 생각되지 않았고, 지금의 리처드가 알기에도 그닥 권력도 재산도 없는 외가를 왜 견제하려고 하셨는지가 의문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느라 다른 곳에 두었던 시선을 돌려 필립을 바라본 순간 리처드는 아직 대답을 듣지 않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머릿속에 퍼뜩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공식적인 왕래 이외에는 아미티지 가문과는 데면한 관계이던 공작이 갑자기 필립과 손을 잡았던 것이 단순히 금전적인 이익과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고 했던 필립의 선택이었다고만 생각했던 부분.
문제는 필립의 왕래가 자신의 외가와는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다지 권세를 부리지는 못하지만 항구 도시 근방을 지키는 무인 가문이고 해당에서는 나름대로의 힘이 있으니 광산을 개발하고 무기를 수출해서 부를 축적하는 일에는 큰 도움이 될 가문이었는데 왜?


"...필립... 설마..."


"형님은 눈치는 없으시지만 이런 감은 묘하게 빠르셨죠. 네, 맞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공작이 제 외가를 움직였고, 뒤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신겁니다. 저도 나중에나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버님께서 제게 약을 쓰시기 시작했던 시기가 형님께서 오메가로 발현하셨던 그 시기와 같더군요. 이런 저런 이유에서 형님이 밀려나거나 돌아가셔도 제가 가문을 이어받지 못하도록 조치하신겁니다. 만약 제가 뒤를 이어받게 된다면 공작의 세력이 흘러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을테니까요."


아미티지 가문은 현재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 중 하나였고, 왕국을 건립한 초대 평화왕이 가장 신뢰하는 가신이자 오랜 친구였다고 전해졌다.
전형적인 무인이자 기사의 기질과 가치관을 가졌던 평화왕과 가장 생각도 잘 맞았고, 그래서 개국 공신으로 엄청난 액수의 포상과 커다란 영지조차도 거부했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아미티지 가문이 북쪽의 수호신으로 불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미티지의 이름을 이은 자는 왕실이 초기의 명예와 가치를 오래 전에 잃어버린 이후에도 여전히 그 가치를 지켜오는 것을 명예로 알아왔다.
그래서 아미티지 영지에서의 지원 요청이라면 왕실에서는 이유도 묻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원하는만큼의 지원을 보내왔고 실제로 그 것이 관례로 굳어지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 관례가 처음으로 거부당한 것이 리처드 치하의 마지막 시기에 벌어졌던 대규모 분쟁이었고, 자낮 마스터인 리처드는 혹시라도 오메가라는게 들통난게 아닐까 싶어서 끙끙대기까지 했었다.
나중에 마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공작이 수를 써서 지원군을 보내는 일에 방해를 했고, 다른 곳에서의 더 급한 분쟁 탓에 군사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북쪽이 뚫리면 곤란하다고 생각한 왕실에서는 급히 자금을 모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공작은 그 때 리처드가 죽기를 바랬고, 필립이 자리에 앉으면 발빠르게 아미티지 가문을 자신의 권력 아래 두기를 원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맙소사..."


리처드는 멍한 표정으로 필립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광산의 개발, 생산된 무기 밀수, 예상 외로 지나치게 길어지는 서쪽 분쟁지역의 문제, 아미티지 가문의 내전, 그로 인해 거의 비어있다시피 한 중앙의 무력.


"...필립... 너 설마 공작의 반역 모의에 참여하고 있었던거냐...?"


넓과 화려한 공간 안에 흐르는 잠시 동안의 정적은 리처드에게 있어서 마치 그 동안 살아왔던 모든 세월만큼의 오랜 기간처럼 느껴졌다.


엄격했지만 다정했던 아버님, 가족의 빈 자리를 채워주었던 유모와 애니, 어린 시절 새로 들어오신 새어머니에 대한 기대감과 어린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 동생이 더 커지면 함께 말을 타고 영지를 돌아보며 내 뒤를 이어서 훌륜한 영주가 되도록 여러가지를 가르쳐줄거라고 기대했던 청년 시절과...


"...아버님을 원망하고 있니?"


"형님께서는 저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아버님을 원망하실 겁니까?"


리처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필립은 삐딱한 미소를 입가에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아미티지 가문의 일원이자 열 두 번째의 아미티지이고 여섯 번째의 아미티지 후작입니다."


리처드는 그 한마디로 필립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자칫하면 가문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심한 외부의 압박을 견뎌내며 나름대로 영지를 보존하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다음 차례의 아미티지가 무사히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공작의 개입을 막아내면서도 막강한 공작의 세력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을테니까.


그래서 개전 직전에 만난 에드워드를 그토록 반겼구나!
리처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앞에 놓인 술잔의 포도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바짝 타는 듯한 목을 축였다.


"여기에도 듣는 자가 있나?"


"이 곳에 상주하는 감시자는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필립, 이제 나와 내가 내전을 일으켜 쓸모 없는 희생을 더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나는 그 자리를 원하지는 않는다."


"제가 아미티지로서의 긍지를 이어가는 것과 형님을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다만 공작이 감히 아미티지 가문을 수하에 두려고 하는 행위가 싫을 뿐이고,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마무리 지은 이후에 전쟁을 이어가고 싶어서 형님을 부른 것 뿐이니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농노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 미리 말씀드리건대 저는 새로운 영주를 맞이하고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감히 옛 영주를 그리워하는 그 천한 것들에게 자유를 허가해 줄 생각은 없습니다."


"필립-"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리처드! 리처드! 리처드만 찾아대는 버러지 같은 것들!"


"나 역시 아버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랬다면 당신은 자리를 내어놓기 전에 나에게 가르쳐줬어야 했어! 아버님처럼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내 뒤를 이을 후계자라고 인식시켰어야 했다고! 당신이 나에게 뭘 가르쳐 줬는데!? 나에게 할 일만 잔뜩 넘겨주고 이건 꼭 해야 한다, 저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시하듯 일거리만 남겨놓고 막상 내가 당신의 뒤를 이어서 그 자리에 앉았을 때 그 누구도 나를 인정할 수 있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잖아!"


필립의 고함에도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이유는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병약해서 늘 방에만 있는 필립이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을 하지 못한 이유는 그 자리를 내어놓은 것이 개인적인 이유에서였으니까.
차라리 병이 들었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아니면 경비를 나갔다가 실종된 것으로 꾸몄어야 했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딱히 마땅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미티지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친 것은 순전히 사랑에 빠져버려서 이성을 잃고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미안하구나."


가지고 살던 모든 명예와 권력을 내어놓고 일개 남성 오메가로서 살아가야만 했던 리처드는 필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닥에서부터 자신의 입지를 쌓아나가고 주변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게끔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더구나 북쪽의 수호신으로 회자되며 왕국의 영웅이 되어버린 전대 아미티지의 뒤를 이어야만 했던 필립의 입장은 이해하고도 남았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데다가 후계자로서 제대로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못하고 주민들에게는 물론 기사들에게까지 얼굴조차 거의 내비치지 못했던 필립이 공작의 참견까지 지금껏 견뎌냈던건 리처드가 보기에도 상당히 칭찬할만한 업적이었다.
공작의 입장에서는 필립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고 싶었을텐데 오히려 필립은 공작의 지원을 받아내서 철광을 개발해 돈을 모은 것으로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공작이 마음대로 아미지티 가문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사실 대단한 수완이었다.


일찌감치 필립과 허심탄회하게 속을 나누고 함께 영지를 꾸려나갔더라면 훨씬 더 훌륭한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생각하니 후회가 되는 것이 한 두가지도 아니고 판단을 잘못했었구나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사과 따위 받고 싶어서 부른 것은 아니니 이거나 받아가십시오. 후계자에 관한 정식 문서고, 전쟁 이후 만약 우리 둘 다 사망하게 될 때 활용될 문서입니다. 정식 인장은 형님께 있으니 형님이 찍어서 돌려주십시오. 사람을 시켜서 보내면 됩니다. 후계자가 에드워드 존 로이든, 소린이든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둘 다 저를 싫어할테고, 적어도 형님의 자식이라면 아미티지 가문의 일원으로서 명예는 가지고 있을테니까요."




"갑자기 소린이 보고 싶어지네."


리처드가 외출했다가 기사단장의 저택에 방문해 흉흉한 기세로 간만에 검을 신나게 휘두르더니 다시 오후 내내 우울해하는 바람에 옆에서 눈치를 슬슬 보던 가이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벽난로 앞에 앉아 푸념을 늘어놓았다.
봄에 가족들을 따라 수도에 왔을 때 그의 피둥피둥하던 살이 다 어디로 사라진건지!? 가이에게 의문을 잔뜩 낳게 만들고는 숙부님 쬬아! 윗과도 사이좋게 놀아줘서 육아에 시달리는 가이를 도와준 고마운 시동생이었다.
게다가 몰라보게 이뻐져서 가이로 하여금 백설공주를 보는 왕비의 심정을 이해하게끔 만든건 보면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래봤자 네드야, 네드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물으면 세젤예? 당연히 가이 오빠! 라고 대답해서 가이의 자존심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려줄테지만.


"그러고보니 나도 연락 못해봤네. 부락도 안전한지 근처에 파견한 부대원에게 물어봐야겠다. 필립이 수라도 썼으면-"


"그럴 일은 없을거다, 에드워드 존 로이. 필립 아미티지는 아미티지 가문의 일원이야. 비무장 상태의 부락을 침입하거나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거나 하는 비겁한 수는 쓰지 않아."


난로 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있던 리처드의 말투가 꽤나 엄격했던 탓에 다들 시선을 리처드에게 둔 이후에 서로 눈치를 보았다.
가이가 생각하기로는 리처드가 아무래도 필립을 만난게 아닐까 싶었는데 기사단장의 저택에서 나눈 식사 때 했던 말도 그렇고, 지금 역시도 필립에 대해서 옹호하는 표현을 써서였다.
리처드와 같은 눈새과인 에드워드는 네리둥절해서 리처드가 왜 저렇게 예민하지? 생리하나? 라는 표정이었지만 리는 의외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아서 가이는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저 겁내 쩌는 시아버지는 일생 일대의 적이 필립인 터라 리처드가 단독으로 만났다고 하면 눈에서 불을 뿜으며 이놈의 마누라가! 난리법석을 떨 것 같아서였다.


하긴, 후작님이 단장님 허락도 없이 혼자서 몰래 필립을 만나러 갔을 것 같지는 않아. 단장님이 좀 욱하는 성질머리가 있긴 해도 나이가 들더니 나름 온화해졌는데? 하긴 애들을 이뻐하는걸 보면...


가이가 그렇게 생각하며 졸려서 눈을 비비는 존을 품에 안고 재우려고 할 때 양 손에;; 루카스를 올려놓고 꼬물거리는 커여운 광경에 푹 빠져서 주변 신경도 쓰지 못하던 리가 뒤늦게 눈이 둥그래지더니 소리를 버럭 지르는 바람에 가이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놈의 마누라가!"


물론 리는 이내 손 위에 올려놓고 어화둥둥하던 루카스가 떨어질까봐 조심조심 아기 침대에 올려놓았지만 그래도 흉흉한 기세는 전혀 사그러들지 않았다.
바닥에 쭈구리를 하고 있던 에드워드가 목마를 태워줘서 씡나게 놀고 있던 윗도 놀라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가이의 품에 안겨서 막 잠이 들려더 존이 빼애앵- 목이 터져라 울음을 터뜨렸지만 리는 전혀 안들린다는 듯 다시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내 주머니에 반지 넣어두고 간게 어째 이상하다 싶었는데! 만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라고!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어, 이 할머니야!"


정말로 에드워드 뿐 아니라 빅존과 진 남매도 리가 저렇게까지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광경은 처음 보는 터라 전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말도 안하고 멋대로 행동했다고 화를 내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태도인지라 흐뭇하기도 했지만 에드워드가 지금 수염을 부숭부숭하게 기르고 리인 척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장이라도 눈물을 푹 쏟을 것 같은 표정인지라 낯설 지경이었다.


"걱정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미티지 가문의 일원으로서의 중요한 문제까지 허락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당신이나 네드가 필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필립은 비겁한 수를 쓰거나 하지 않아. 필립 역시 아미티지의 이름을 가진 자로서의 긍지는 충분하니까. ...다만 주민들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가르치지 못한건 내 책임이야."


"리처드-"


"나는 아버님을 존경하지만 그 분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나도 실책을 저지르곤 하고, 나의 최대의 실책은 필립이 영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돕지 못한거야."


"그게 온전히 당신 책임이라고 말하시는겁니까?"


"아니, 하지만 내 책임도 일부분은 분명히 있지. 그리고 필립이 정말로 훌륭히 해왔다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내가 필립의 입장이었더래도 더 이상 훌륭하게 해낼 자신은 없네. ...필립과 진작에 자주 왕래를 하고 가까워졌다면 함께 영지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을텐데. 난 그게 정말로 아쉬워."


"당신이 과거를 후회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제 심정이 어떤지 알고 하시는 말씀인겁니까?"


"물론 잘 알아, 리."


대단히 속상한 표정을 짓게 한 것이 미안해진 리처드는 리의 손을 잡아 상처투성이 손등에 가만히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던 존도 다시 차분해진 분위기를 감지한 듯 금새 울음을 멈추고 가만히 가이의 품에 안겨서 눈만 깜빡였고, 윗을 안고 쭈구리가 되어서 가만히 상황만 살피는 에드워드나 빅존과 진 남매 뿐 아니라 오늘 대단히 피곤해져서 일찌감치 다락방에서 잠을 청하다가 화들짝 놀라 아랫층의 상황을 가만히 살피던 존 포터까지도 분위기가 훈훈하게 풀려나가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아미티지 가문의 내전은 계속될거야. 필립과 나는 영주로서의 목표 지점이 너무 다르거든. 다만 공통의 적이 존재할 뿐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잡을 뿐이지. 필립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아있는 직계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인식하고 있어."


소린? 부락을 침략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건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던 에드워드는 리처드가 자신을 바라보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조금 더 쭈구리가 되었다.


"아까 조지 프리먼이 이야기 했던 외국의 용병에 대한 소문은 사실이란다, 에드워드. 다만 소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용병을 필립이 고용한 것이 아니라 공작이 고용했다고 하더구나.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특이한 검술을 쓰는 대단한 실력자라고 하니까 최대한 신중하게 상대하고...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렴."


"...네."


에드워드는 리처드가 걱정을 해준 말이 필립의 말을 전달하려는 의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리처드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던 숙부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그가 아미티지의 혈통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그 의도까지 곡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리처드와 소통을 하고, 가문의 일을 함께 이야기 했다는건 리처드에게 있어서는 기뻐할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 에드워드는 이제서야 예전에 전쟁 직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필립에 대한 의문점을 이제서야 꺼낼 수 있었다.


"저기, 리처드. 혹시... 필립 숙부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 하던가요? 어... 그러니까 말이죠, 전쟁 직전에 초대되었을 때 저는 진짜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었잖아요? 그 때 봤는데 손의 혈색이 퍼런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고, 손도 좀 떨고요. 진짜 안좋아보였거든요."


"...그래, 이번에 나도 봤단다. 네 말대로야."


너 이 자식, 그런 정보를 나에게 말도 안하고? 리가 딱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며 눈을 부라리자 에드워드는 배시시 웃으며 슬그머니 윗으로 방패막이를 했다.


"혹시 공작이 필립 숙부에게도 약을 쓴건가요? 그걸 알고 공작과 손을 끊으려고 하는거예요?"


리처드는 에드워드의 조심스러운 추측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오메가인 리처드에게 작위를 물려주신 짱 대범하고 자랑스러운 분! / 장인 어르신 대범남! 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가족들과 전전대 아미티지 후작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과 진 남매에게 굳이 그 분의 실책에 대해 말을 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의 아들에게 약을 쓰는 옳지 않은 방법으로 가문을 지키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는 자신과 필립만이 알고 있는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까.


...하긴, 정치적인 견해를 자주 내어놓곤 했던 새어머님을 생각해보면 아버님의 단호한 결단이 나빴다고만 볼 수는 없는건가...


"글쎄다, 필립은 그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그랬을 가능성도 있겠지.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 필립을 만나서 내가 느낀 점은 필립 역시 아미티지의 피를 이은 자 다웠다는 것이란다. 그러니 네드, 나와 필립은 너 역시 아미티지의 혈통을 이은 지로서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네가 그 이름을 잇는 일을 거절한다고 해도 왕국 최강의 검사로서 명성을 쌓는 일 역시 아미티지 가문에게도 대단히 명예로운 일이니까. 알겠니?"









leerichned.jpg


리/리처드/네드

이미 봤던 캐릭이겠지만 또 봐라...


빤쮸 꼬무줄처럼 늘어짐 ㅁㅇ...ㅠㅠ

ㅈㅁㅁㅇ, ㅅㅁㅊㅁㅇ...

역시 장편은 쓰면 쓸 수록 축축 늘어지고 빨리 진도가 안나가...(쭈굴)


어째 급하게 스토리가 틀어지면서 필립에 대한 변명! 그런게 된 것 같지만 이 ㅁㅅ의 원래 설정부터 이랬뜸. 진짜임ㅠㅠ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 그래도 네가 잘 했어야지- 라는 식으로 잘잘못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캐릭터들 각자의 입장이 달랐을 뿐이라고 이해해주면 코맙!


글구 스토리상으로 리리처드에게우호적인 캐들만 잔뜩 나와서 그렇지만 이 세계관의 이 시대는 오메가=악마의 향을 가진 저주받은 존재들이라는 개념과 장원제도를 기반으로 한 신분제도가 디폴트임...


이 ㅁㅅ은 교주 핡핡~ 멋있쪙~ 미화시키기도 한 덕질이긴 하지만 티 하나도 없는 완벽한 존재는 단 하나도 없음.
전부 실책도 하고,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고 후회하는 ㅁㅅ임.
그러니 필립만 나쁘다고 할 수 없고, 리처드의 인수인계 실패 탓만으로 볼 수도 없음.
서로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서 나타나는 갈등 요소들에 대한 이런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될거고, 네드네 가정 쪽으로 가면 더 강하게 나타날 듯...?


필립의 경우는 외가를 통한 공작의 권력이 스며드는 것을 경계한 부친에게 후계자로서 교육을 제대로 받는 일조차 견제당하는 형편이라 정말로 뜬금없이 영주가 되어버리니까 이건 어디부터 뭘 시작해야 할지 필둥지둥하는 형편이었음.
그렇다보니 어려서부터 부친에 의해 후계자로 점찍히고 아랫사람들도 다 인정하는 리처드와는 입장이 달랐고, 그 때문에 리처드와 비교당하는 것이 대단한 스트레스인건 당연했음.
그러다보니 자신을 리처드와 비교하는 아랫사람들과 주민들을 적대시하게끔 되었고, 멘토가 없는데다가 그 멘토 역할을 자처한게 공작이다보니 결과적으로 아미티지 영지는 빠르게 장원제도로 회귀하게 되었음.
참고로 필립의 치세 초기에는 꽤 너그러운 정책이 계속되었었고, 장원제도로 굳어지면서 주민들에게 억압적으로 된건 수 년이 지난 후부터임.


필립은 정치적으로 야심이 많은데다가 친 공작 성향을 지닌 모친의 얼른 애 낳으라는 쪼아댐+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함+몸도 약해서 쉽게 지치니 신경질적이 됨+슬그머니 스며들고 주무르려고 드는 공작의 세력이 아주 잘 결합되어서 대단히 힘들었던 사람임.
(필립 역시 애를 낳고는 싶었는데 애가 안생기자 약학에 빠삭한 스란두일에게 건강을 진단 받고난 후에야 자신이 애를 못 갖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게 어려서 아버지가 건강에 좋은거라며 장기적으로 복용시켰던 약임을 알게 됨. 필립의 생모는 그 사실에 대해 모르고, 스란두일도 그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않음)


리처드의 최대 실책은 역시 필립에게 제대로 인수인계를 못한거였음.
물론 리처드 역시 시간이 촉박하긴 했음.
갑자기 나타난 젊고 잘생긴 용병에게 뿅 빠져서 럽럽해버린 터라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한건 본인 책임이고 그 책임을 죽음으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한거였는데 좀 더 깊고 길게 생각했다면 적어도 배툭튀하기 전까지 몇 달 정도는 필립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고 인수인계를 했어야 했음 (...이라고 리처드와 필립 둘 다 생각함)
본인은 노력했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해서 실질적인 정책 문제에 집중하느라 막상 다음 번 영주가 될 필립과 인간적인 교류까지 가지 못했고 허겁지겁 겉으로 드러나는 정책적인 문제만 전달하고나서 오메가라는 고백을 한거였음.
그렇게 멘토의 자리가 공백이 되어버리자 자연스레 스며들어온 공작이 멘토를 자처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필립이 공작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적당히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과거의 일임.
그런 입장이다보니 필립의 입장에서는 리처드가 주민들에 대한 처우 문제를 거론하며 돌아온다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된 셈임.


아참, 여기서 나오는 리처드의 배다른 동생 필립은 리처드 필모캐인 필립년 아님;;;;


2017.04.13 02:34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ㅡ어나더!!!!!!!ㅠ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
[Code: 6ec5]
2017.04.13 17:32
ㅇㅇ
모바일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 만리장성마냥 더더더더더더 써주세요ㅜㅠㅜㅜ
[Code: b95e]
2017.04.18 01:15
ㅇㅇ
모바일
와 ㅠㅠㅠㅠㅠㅠ 와 ㅠㅠㅠ 센세 아니 글을 읽을때마다 스크롤을 줄어드는게 너무 아쉬워요 ㅠㅠ
[Code: aa8a]
2017.04.18 01:16
ㅇㅇ
모바일
진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Code: aa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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