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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03:46

 AmitageWa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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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한껏 쭈구리가 되어서 압축된 채 앉아있던 에드워드는 피곤한 눈을 들어 집 앞에 선 마차의 문이 열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차에서 먼저 내린 리는 하루 종일 헤어져 있던 주인을 본 댕댕이처럼 급격하게 환해진 표정으로 다가온 에드워드의 머리를 마구 흐트러뜨렸지만 에드워드는 1도 관심이 없이 마차 안에 탄 가이만 찾을 뿐이었다.
리의 뒤를 이어 내리려던 리처드는 살짝 어깨를 으쓱하고 가이에게 먼저 나가라는 듯 일어서기 쉽게 손을 잡아주었고, 댕댕이 같은 꼬맹이 남편놈에게 한숨은 나오지만 적극적인 애정 표현이 싫지는 않았던 가이는 마차 바깥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드워드에게 손을 내밀고 마차에서 내렸다.


"...어...?"


가이 오빠다! 오빠 보고 싶었쪙! 오빤 나 안보고 싶었쪙!? 헥헥~♡


말로 표현하면 딱 저런 표정이었을 것 같던 에드워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가이를 바라보자 가이는 왜 그러냐는 시선을 보냈다.


"혹시 그 대사제 만난거야?"


헐- 이 댕댕이 자식이 이제는 독심술까지 하는거야!?
가이가 잠시 할 말을 잊어버리고 핑계를 댈 생각도 하지 못하자 에드워드의 표정이 점차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가이의 뒤를 이어 마차에서 내리려던 리처드는 리에게 눈짓을 해주었다.


"일단 들어와, 이 망할 자식아."


에드워드의 볼따구를 꾹 꼬집더니 옆구리에 머리를 낀 채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리처드는 아직도 왜 에드워드가 대사제를 만났던 것인지 전혀 모른 채 가리둥절 하고 있는 가이의 어깨를 톡톡 두들겨주었다.


"너무 놀랄 것 없네. 리도 그렇지만 에드워드도 신체적 감각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아마 자네에게서 그레인 대사제의 체취를 감지했던 모양이니까."


아, 그런가? 그러고보니 헤어질 때 후작님과 내 손을 잡고 손등에 키스를 하는 인사를 했으니까.
리처드의 말에 납득을 한 가이는 낑낑대며 리에게 끌려 들어가는 에드워드를 뒤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하부지랑 아빠다! 우왕~! 함무니랑 엄마도 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안자고 엄마를 기다리던 윗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도도 다가와 코알라처럼 리의 다리에 답싹 달라붙자 윗과 함께 바닥에 앉아서 놀고 있던 존은 형의 모습이 번개같이 사라지자 잠시 알딸딸한 표정을 짓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어김없이 형아가 나를 두고 갔어! 빼앵~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윗이 다시 도도도 다가와서 꼭 끌어안아주자 금새 울음을 그쳤지만 그래도 분이 안풀렸던 듯 윗이 꼭 달라붙어 있던 리의 다리를 투닥투닥 때리기 시작했고, 리는 솜방망이보다 못한 아기 손으로 자신을 때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존의 옷 뒷자락을 들어올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아놓았다.


"이놈의 자식이 감히 할아버지를 때려?"


하부지! 내 동생 내려줘요!


윗이 리의 바지를 붙들고 늘어지자 리는 다른 한 손으로 윗의 뒷덜미도 달랑 들어올렸고, 달랑 들어올려지는 것에 놀라서 잠시 울 생각도 못하고 있던 존은 울려고 준비를 하려던 참에 나란히 들여올려진 윗이 우왕~ 존잼! 퍼덕거리며 하늘을 나는 새 흉내를 내자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형아가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서 퍼덕거리며 놀기 시작했다.


"리, 애들하고 놀아주는건 좋은데 지금은 에드워드를 진정시켜야 하지 않겠어?"


놀아주는게 아니라 할애비한테 덤비는 버릇없는 손자들을 벌주는거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납득시키지 않으면 뭔 짓을 할 분위기인 아들놈을 진정시키는게 우선인 터라 리는 손주들을 졸린 눈을 비비며 다가온 존 포터에게 넘겨주고 바로 앉았다.
이제 말해보시죠? 살짝 인상을 찡그린 에드워드의 시선에 리는 리처드를 물끄러미 쳐다봤고 눈새답게 그런 리를 말똥말똥 쳐다보던 리처드는 자려고 준비하던 진이 가져다 준 꿀물을 마시느라 리가 보내는 당신이 말해- 눈치를 끝까지 알아채지 못한 채 행복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놈의 마누라 진짜 이쁘니까 봐준다...


가이는 리의 복장터지는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에드워드의 반응 때문에 신경을 쓰느라 리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그런줄은 1도 모르고 따끈한 꿀물을 씡나게 마시고 만족스러운 긁긁을 한 왕관앵무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리를 바라보던 리처드는 심기가 대단히 불편해보이는 광경에 리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제는 그런 해맑다 못해 백치같은 모습이 리에게는 상당히 커엽게 느껴지는 터라 조금 빡이 치려던 리는 그새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눈새와 그 해맑은 눈새를 이뻐라하는 취향이 만났으니 할 말은 없는 셈인 듯?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이 기스본이 월렛 가문에 대해 조사를 하기 위해서 Golden Rocks에 머물고 결론을 얻어내기까지 그레인 가문에서 신변을 보장해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그 일을 위해 만난거다."


아주 간략한 리의 말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은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가이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았다.
내 꼬맹이 너는 나만 봐야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올리브색 눈동자가 자신에게 꽂혀 있는 것이 대단히 만족스러울 법도 했지만 지금의 시선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너무나도 명확한 터라 가이는 한숨만 나오는 지경이었다.


"그 대가로 뭘 바라는데요?"


"뭔가 이익이 생기고 가이 기스본이 가문을 일으켜 세우게 될 때 그레인 가문과 손을 잡자는거다."


"그 가문은 상당한 부자라고 들었는데 만약 그 쪽에서 원하는 만큼의 이익이 얻어지지 않으면요?"


에드워드의 말에 리의 꿀물까지 몰래 가져다가 반쯤 마셔버린 리처드는 그제서야 나설 마음이 생겼다.
리는 대략의 정리를 해서 간단하게 전달해주는 일은 잘해도 상세하게 조근조근 설명하는건 대단히 귀찮아했으니까.


"네드, 이해하지 못하겠니? 그레인 가문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표명하고 있지만 현재 더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공작이나 필립과 손을 잡지 않고 우리와 손을 잡고 싶다고 제안하는거야. 우리로서는 거절할 이유는 없어. 더구나 가이 기스본이 여러가지 문서 조사를 마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월렛 성에 가서 직접 조사를 해야만 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곳에는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권력자가 없잖니. 오래 전 일이지만 너도 Golden Rocks와 Green Forest에서 나를 도운 적이 있으니 이해할거야. 그 곳에는 크고 작은 귀족 가문들이 20여 가문 정도는 존재하고 있고, 그 중에 가이 기스본의 편은 없어."


"하지만 리처드-"


"에드워드 존 로이, 내 말을 먼저 들으렴. 너는 기사의 신분이야. 감히 귀족들에게 함부로 고개를 들고 그들의 언행에 토를 달 수가 없다는 뜻이야. 하다못해 그들이 가이 기스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오메가라는 이유로 악한 짓을 저지르려고 한다고 하자. 너는 당연히 그들을 막아서겠지. 만약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에 상처를 입히거나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면 비록 가이 기스본을 지키기 위한 이유였다고 하더라도 큰 벌을 받게 되는거야.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아미티지 전쟁이 대략 마무리되면 얼마간의 시간을 들여서 월렛 성에 방문할 생각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건 어려운 일이니 조지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은 생각도 했었단다. 적어도 프리먼 백작 가문의 장남이 동행했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테니까."


"하지만 가이 오빠도 귀족인데요?"


"오메가잖니."


슬픈 미소를 옅게 지으며 짧게 대답을 한 리처드의 말에 가이는 손에 끼워진 기스본 가문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반지로 시선을 돌렸다.
비록 리가 남작이 되었대도 귀족이라고 다 같은 귀족이 아니었다.
아미티지 후작 가문은 왕국 내에서도 우러러보는 대귀족의 가문이었지만 리처드는 영주도 아니었고, 만약 여성이 남편보다 신분이 더 높을 경우 본래의 성을 사용할 수 있기는 해도 오메가에 대한 처우는 그와는 다르게 완벽하게 남편의 신분에 종속되는 것이 상례였다.
다만 리처드가 본래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워낙 그 자신이 국가적으로 큰 공훈을 세웠던 이유도 있는데다가 '남성' 오메가이기도 했고, 이전에는 오메가가 신분의 차이가 큰 상대와 결혼을 했던 유례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거대한 울타리와 같은 리처드의 전례 때문에 가이는 리처드의 덕을 잔뜩 보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특례는 없었다.
게다가 안전마저 보장받을 수 없었다.
기사단장의 비호가 있고, 페이스 용병단이라는 무력집단에서 보내준 용병들의 시선이 늘 이 집을 향해 있는데다가 진이 늘 함께 해주기 때문에 자신이 무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건 가이 자신이었다.
국왕이 직접 결혼을 허가했고 부모가 귀족이라고 해도 에드워드는 아미티지 가문의 후계자로 칭해진 것도 아닌데다가 리의 뒤를 잇는 평민 출신 기사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귀족들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이 생긴다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만약 에드워드가 아미티지 후작 가문의 후계자로 인정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에드워드 자신은 그럴 마음은 1도 없었고, 아미티지 가문의 수장의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은데다가 현재 아미티지 영지의 영주도 아닌 리처드가 마음대로 에드워드를 후계자로 지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후계자를 지목하는 일은 오로지 가문의 수장인 영주의 권한으로는 되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가 전쟁의 승리 이후 리처드의 뒤를 잇는 것에 대해 거부했기 때문에 필립에게 자식이 없는 한 현재는 아미티지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소린이 후계자로 잠정 결정된 상태긴 하지만 그건 전쟁 승리 이후 왕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고, 현재는 공인되지 않은 상태일 뿐이었다.
물론 에드워드는 왕와 왕비의 절친으로도 유명했기 때문에 귀족들도 함부로 시비를 털거나 문제를 일으키려고 들지는 않겠지만 지난 번 재판이 있었고 거기에서 벌금형 판정을 받았던 터라 또 문제가 일어난다면 리처드의 반대편에 선 귀족들의 기만 더 살려주고 물어뜯을 수 있는 빌미만 늘려줄 수 있는 셈이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네드, 그 곳은 대단히 보수적인 곳이야. 오메가에 대한 인식과 처우 역시 마찬가지란다. 그래서 나는 7년 전의 분쟁 당시에도 가이 기스본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테니까."


가이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저도 모르게 손등으로 툭 떨어진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비록 눈새에 말도 안되는 4단콤보 자낮을 삐약거리는 만행을 저지르긴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리처드는 사려깊고 자신을 진짜로 깊이 이해해줄 수 있는 존경스러운 친척 어른이었다.


"네,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그 동네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도 아무 세력에도 손을 내밀지 않고 자신의 몸만 사리던 그 가문이 이제와서 뭘 바라는지가 의문이네요. 더구나 다른 대리인도 아니고 사제를 통해서 말이죠."


"나서도 된다고 생각할 때 나서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란다. 그리고 네드, 이 점을 꼭 알아뒀으면 좋겠구나. 나는 내 어머님의 이복 오라버님이자 외숙부님이셨던 데프슨 경께서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던 나를 몸소 찾아오셔서까지 가이 기스본을 부탁하셨기 때문에라도 너 못지 않게 그의 안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네가 가이 기스본에게 험한 행동을 한다면 나는 결투까지 신청할 생각이란다."


그건 좀- 리가 반쯤 남은 꿀물을 들이키며 미간을 모았지만 그런 눈치는 역시나 1도 모르는 리처드는 근엄한 영주님 포스로 말을 이었다.


"에드워드 존 로이, 내가 너를 내 자식으로 인정하고 믿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너 역시 우리를 부모로 인정하고 믿어주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의 결정을 따라주지 않겠니? 만약 그래준다면 이 일로 일어나는 모든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마."


아기용 침대 위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루카스를 안아든 에드워드는 말 없이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로 들어가 누워 피곤한 몸을 달래는 가이를 바라보았다.
왜 나를 믿지 못하냐며 화를 내는 심정은 정말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 역시 벤자민이 팔려간 이후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가이가 너는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바람도 피울 수 있잖아- 라고 했던 말에 왜 나를 못 믿냐며 화를 냈던 적이 여러차례 있었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반응이 가이를 기분 나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사제가 가이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제어하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스스로에 대한 미숙함에 진저리가 나서 마룻바닥에 머리라도 박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안고 있던 루카스가 배가 고픈 듯 응응대는 소리에 그런 상념은 떨쳐야만 했다.


"이리 줘, 배가 고픈 모양이네."


한숨 섞인 가이의 말에 에드워드는 자신의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루카스를 건네주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가이가 피곤하니까 자신이 이유식을 먹여주고 싶었는데 자신이 갓난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다.
소린 때는 리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소린에게 이유식을 먹였기 때문에 에드워드는 바쁘게 심부름을 다니며 리처드 곁에 붙어있었다.
게다가 윗과 존 때는 살벌하게 정화 작업을 하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겨를도 없었고 집에 와서도 아이를 선뜻 안아보는 일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온통 피로 물이 든 손으로 아이를 안아보는 것이 죄스러웠으니까.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고 잔인하게 복수를 하고 살아갈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게 익숙해져버린 자신이 진저리나도록 싫었다.
겉으로만 피를 씻어냈을 뿐 이미 내면 깊은 곳까지 잔인해져버린 자신이 아이들을 안아든다면 이 아이들까지 피비린내 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만 같아서- 그래서-


"네드?"


방에 놓여있는 작은 화로에 잠깐 따뜻하게 데운 이유식을 손에 들고 작은 아기용 수저로 살살 젓던 가이는 그제서야 에드워드가 멍청하게 선 채 루카스를 들여다보는 광경에 시선을 돌리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울기는 참 잘도 우는 터라 우는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왜 저 눈물샘이 터진건지는 궁금했다.
아마도 자책에 관한 내용일테지만.


"내가 먹여도 돼?"


가이가 루카스를 받아 안으려고 하자 재빨리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쳐낸 에드워드는 의아한 시선을 보내던 가이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릇과 아기용 수저를 내밀자 수저를 집어들고 곡물가루를 양젖과 함께 묽게 쑨 이유식을 수저로 하나가득 떴다.


"그렇게 많이 주면 안돼. 요만큼만 주는거야. 응, 그래."


옆에서 차근히 가르쳐주며 루카스의 입가에 수저를 대어주는 것도 수저를 함께 자바 도와주던 가이는 이유식을 먹이는 일에 초집중을 하던 에드워드를 살짝 바라보았고, 가이의 도움을 받아 대어준 이유식을 뇸뇸뇸쫍쫍쫍 먹는 루카스의 모습에 약간 붉어진 채 물기 어린 시선을 루카스에게 보내던 에드워드는 이내 화사한 미소를 띄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토하는데?"


"그건 토하는게 아니라 아직 어려서 다 삼키지 못해서 새어나오는거야. 수저로 이렇게- 그래, 이렇게 걷어서 다시 입에 넣어주면 돼."


가이의 도움을 받아 조금 비어져나온 이유식을 도로 살살 걷어 입 안에 넣어주자 배가 고팠던 듯 입에 닿는 수저를 향해 아기새처럼 입을 짝 벌리다가 흘러들어오는 이유식을 뇸뇸뇸 먹는 광경에 에드워드는 가슴 중앙으로부터 전신으로 따뜻한 기운이 확 퍼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잘 먹네."


"누구 아들인데 어련하겠어?"


가이가 작은 손수건으로 입가에 흘러내린 이유식을 닦아주며 피식 웃자 에드워드는 가이가 루카스의 얼굴을 닦아주는 동안 짙은 갈색의 솜털 같은 머리카락에 코 끝을 대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얘는 오빠 닮았는데? 봐, 눈도 파란 색이야."


"응? 루카스가 눈을 떴어!?"


다른 아이들보다 눈을 뜨는 시점이 조금 늦은 감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에드워드의 말에 놀라서 바라보니 게슴츠레 뜬 눈은 분명 설핏 푸른 색이 비쳐보였다.
그럼 얘도 까만 머리일까? 신기한 마음에 눈을 느리게 깜박거리는 루카스를 한참 바라보던 가이는 얼굴은 자신을 닮았어도 눈동자는 에드워드를 닮은 색이라면 조금 더 부드러운 인상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가 조지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내고 이내 피식 웃었다.


"내가 조지 자식에게 한 말이 있었는데 내가 반드시 생긴건 너를 닮았는데 성질머리는 나를 닮아서 완전 지랄맞은 애를 낳아서 조지 자식의 정신세계를 존내 괴롭혀주겠다는거였어. 그러니 생긴건 나를 닮아서 성격은 너를 닮아서 존나게 끝내주는 녀석도 생길 수도 있겠지."


"오빤 입은 좀 거칠어도 착하잖아. 말도 잘하고 똑똑하고 책임감도 뛰어나고."


그게 바로 콩깍지란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애정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라 가이는 그런 말 대신 손을 들어 아직도 속눈썹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에드워드의 눈가를 살짝 훑어주었다.


"뭐가 걱정인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내가 너를 믿는것만큼이나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네드-"


배가 부른 듯 더 이상 이유식 먹기를 거부하는 루카스를 세워 안고 등을 가볍게 토닥거리며 트름을 시켜주던 가이는 한 손에 아기 수저를 들고 만지작거리는 에드워드를 향해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내 부탁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난 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어. 그런데 지금도 최악의 오메가라고 불리는 내가 뭘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될 수 있겠어? 월렛 가문을 이어 받아서 후작님을 돕고 싶기도 하고, 더 이상 무시당하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거야. 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는 것. 그레인 가문의 대사제와도 그래서 손을 잡을 결심을 한거야."


"......"


"나에게 붙어있는 오명 때문에 내 아이들까지 손가락질 받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건 아주 어려서부터 질리도록 겪어봤으니까. 저주받은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라는거 말이야."


루카스가 끅- 트름을 하자 가이는 루카스의 등을 살살 만져주며 조금 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드워드를 마주 응시했다.


"내가 속한 가문이 세간의 평가처럼 저주받은 가문이 아니라 어딜 내놔도 자랑스러운 가문이라는걸 증명할거야. 난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어. 그러니 네드-"


나를 믿고 도와줘.


거기까지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뜻은 전달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의 양 볼을 커다란 손으로 감싸고 조금 거칠어진 입술을 겹치는 행동과 함께 아주 오래되고 단단하게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난 고목나무와 뜨거운 햇사을 듬뿍 쬔 바위에서 맡아질 것 같은 아주 익숙하고 단단한 향이 풍겨왔으니까.


"맹세할게, 가이 기스본.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거야. 타인에게 목숨을 위협받지도,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며 살아가지 않도록. 그 누구도 우리 아이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그걸 위해서라면 나 역시 뭐든지 다 할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이 당신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길에 거치적거리는건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당신이 가는 길이 돌밭이라면 난 당신은 안고 업고 갈거야. 혹시 그 길에 칼날이 서 있다면 난 당신을 안은 채로 거길 걸어서 통과할거야.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당신을 다치지 못하게 할거야. 내 아버지가 리처드를 위해 그랬듯 나 역시 그럴거야."


어느새 하나가득 고여든 눈물 탓에 흐릿하게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애절한 맹세를 고백하는 꼬맹이의 표정 하나하나가 눈 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분명히 또 울면서, 짙은 눈썹을 축 늘어뜨리면서, 올리브색 눈동자는 찬연하게 빛나면서 맹세를 하고 있을테니까.


"그러니 당신은 행복해야만 해. 정말로 행복하게 살아줘야만 해. 언젠가 우리가 아버지와 리처드 만큼이나 나이가 들어서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정말로 지나온 삶이 행복했더라고 웃을 수 있도록.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난 지금도 너무 부족하고 철없는 바보녀석일 뿐이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게."


눈을 깜짝여 눈물을 밀어내고 언제 봐도 흐뭇하기만 한 존잘 면상을 바라보던 가이는 손을 뻗어 눈물투성이 볼을 꾹 쥐었다.


"ㅅㅂ, 망할 꼬맹이 자식 같으니! 존내 설레잖아! 아직 할 수도 없는데 무진장 하고 싶게 만들고 지랄이야!"










leerichned.jpg

리, 리처드, 네드.

리와 네드의 체격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비교될거임.

뚠블리는 존재 자체가 워낙에 위협적이라 수도에서는 장검 같은건 잘 소지하지 않지만 가죽으로 단단히 여미고 있는 소매 안쪽에 늘 비수를 소지하고 다님, 다리 쪽도 마찬가지.

아미티지 전쟁이 시작되고부터 리처드는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체인 메일을 입고 검을 늘 차고 다니는 경우가 많음. 수도에서도 저러고 다님.

에드워드의 가죽 재질의 짧은 베스트는 자유무역항에서 빨빨거리고 다니다가 산건데 마음에 든 듯 계속 입고다님.

리처드와 네드는 허리띠에 늘 작은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데 그 이유는 간식주머니라ㅋㅋ



브금 한동안 잘 되더니 왜 또 안되는 듯? 나얼견만 안되나?

2017.03.13 03:47
ㅇㅇ
모바일
내센세 오셨다ㅠㅠㅠㅠㅠ
[Code: 1b25]
2017.03.14 10:58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 제가 너무 늦게 봤네요 ㅠㅠㅠㅠ 문장에 그림까지! 내 센세 정말 최고야 ㅠㅠㅠㅠㅠ
[Code: 8e5f]
2017.03.14 18:20
ㅇㅇ
그림 진짜 귀엽다ㅠㅠㅠ리의 건장함? 믿을수 있는 그런 느낌과 네드에 해사함이 드러난다ㅠㅠㅠㅠ그리고 리리부부의 서로를 향한 사랑도 느껴지는 그림이다 ㅠㅠㅠ
[Code: ce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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