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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1 02:32

AmitageWar.jpg

 


 


갑자기 브금 태그가 안 먹혀서 빼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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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덕분에 식료품점에서 덤을 잔뜩 안겨줘서 식비가 줄었다고 기뻐하는 진을 멍하니 바라보던 가이는 아직 눈도 못 뜬 아기가 신기한 듯 옆에 붙어서 구경하고 있는 윗과 그런 윗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빼앵- 울어버리는 존에게 시선을 돌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나같은 상판을 가지면 꼬맹이 같은 상판을 가진 상대에게 달라붙는거냐? 임마, 질투도 정도껏 해야지."


윗이 자신에게 답싹 달라붙은 존을 끙끙대며 안아서 질질 끌다시피 자신의 아지터인 계단 아래로 데려가자 존은 좋아라 윗의 옷자락을 꼭 붙들고 놓아주려 들지 않았다.


"아이들도 경쟁 대상을 알고 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윗과 존의 사이가 좋은건 다행이라고. 맨날 싸우고 울고 난리도 아닌 집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한 시간도 머물고 싶지 않았어."


그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소름끼친다는 듯 얼굴을 확 찌푸리던 진은 가이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주고 옆자리에 앉았다.


"네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연락을 받고 나가버렸어요. 젠장, 인기가 좀 좋아야 말이지... 퍽이나 잘난 내 꼬맹이."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으니까. 윗을 데려가지 못한걸 보니까 용병단 일이 급했던 것 같아. 그보다 가이, 이번에는 존을 낳았을 때보다 회복이 빠른 것 같은데? 그 때는 거의 한 달 정도를 누워서 보냈잖아."


"그 때는 워낙 출혈이 심했으니까요. 임신 도중에 빈혈 증세도 심했고요. 내가 건강했기 망정이지 조금만 더 허약했으면 내가 죽든 저 애가 죽든 했을거예요."


"하긴 조금만 더 오래 혼절해 있었다면 네드는 존을 죽이고 가이를 살리려고 했었으니까."


"...그랬어요?"


작년 존을 낳았을 시절에는 전혀 듣지 못했던 이야기라 가이는 굉장히 놀라서 진을 바라보았고, 진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지금도 그게 신기해. 가이에게 엄청나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무엇보다 가이를 우선시 한다는거. 네드는 아버지에게 거부당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대놓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거든. 그게 굉장히 슬펐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결코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었어. 그래서 난 아이를 죽이려고 들 줄을 몰랐거든. 그 때 다시 한 번 깨달은거야. 아, 역시 얘는 알파구나."


"알파의 본능은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건가요?"


"그게 아니라 알파가 자신이 선택한 오메가에게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감정 말이야. 그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더라고."


"그거야... 나처럼 뛰어난 미모를 가진 상대니까..."


진은 언제나 빛을 발하는 가이의 외모부심에 깔깔대며 웃다가 겨우 웃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가이는 종종 네드 녀석이 언젠가 자신에게서 떠날거라고 불안해 했었댔지? 하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야. 그 점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있어. 만약 가이가 다른 누군가와 바람을 피웠대도 네드는 절대 가이를 버리지 못해. 화는 심하게 낼지언정 말이지."


"그럴까요?"


에이 설마-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단장... 리 오빠와 알아왔고 알파의 속성에 대해서 느낀 점이 많았어. 엄마와 오빠와 함께 네드를 키우면서도 종종 용병단에 합류해서 일을 하곤 했는데 아직 용병단 내에서 직책이 없었을 때의 리 오빠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리처드에 대해서 열등감을 강하게 드러냈었어. 오죽하면 리처드가 펜리 상단에 몸을 의탁하면서 떨어져 지냈겠어? 생각을 해봐, 지금도 하루라도 못보면 죽을 것처럼 헉헉대는데."


"그러고보니 네드도 처음에는 열등감이 무척 심했어요. 툭하면 나랑 안 어울리니 어려서 못 미더우니... 얼굴 하나만으로도 다 용서가 되는데!"


갑자기 엄마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존과 놀아주던 윗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도도도 달려와서 무릎에 얼굴을 대고 다리를 꼭 안아주는건 기특하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괜찮아, 윗. 가서 존이랑 놀아주렴."


형아가 나를 두고 가버렸어! 빼앵- 울음을 터뜨릴 기세인 존을 본 가이가 테이블 위의 과자를 쥐어주자 윗은 엄마가 화가 난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다시 도도도 뛰어가 존에게 과자를 쥐어주었다.


"윗이 만약 알파가 되어서 오메가를 두게 된다면 굉장히 다정하고 가정적인 알파가 될 것 같지 않아?"


"글쎄요. 어떤 댕댕이 녀석을 보면 다정하다 못해 반숙된 계란 노른자처럼 여려서 늘 타인을 생각하고 돕다보니 가정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는걸 봐서 그다지 기대는 안되네요. 하지만 얼굴값 제대로 하면서 러트 때마다 아무나 상대하면서 방탕하게 살거나 하지는 않겠죠."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니뭐니해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네드와 가이의 맏아들이니까."

에드워드처럼 일찌감치 오메가를 두고 가정적으로 살아갈거라고- 윗의 미래를 정확하게 반대로 예상한 둘은 흐뭇하게 동생과 사이좋게 놀아주는 윗을 바라보다가 다시 화제를 옮겼다.


"어쨌든... 난 리 오빠가 리처드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러트 때문에라도 만나야 할 때면 너무나도 보고 싶은 마음과 차라리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오래 봐왔어. 나중에 엄마에게 들어서 알게 된 이야기인데 그건 자신이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단한 소유욕을 발휘하는 알파의 본능을 정면으로 거스른 행동이고 알파 자신을 대단히 괴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죽을 정도로 배가 고픈데 먹지 않고 계속 참는 것 같은거랬어. 몇 년 동안을 그렇게 지낸거야. 그래서 나는 리 오빠가 정말로 리처드를 위해서 맹목적으로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그래도 결국 용병단에서 같이 살게 되었잖습니까?"


"부단장이 된 이후에 말이야. 조금은 내세울게 생겼기 때문일거야. 물론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한참 이후였다고 했어. 리 오빠는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리처드를 영주님으로서 모셨을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리 오빠의 열등감이 얼마나 심했을지는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어. 리처드는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오랜 시간을 훈련하고 교육 받으면서 갖춰진 기품이나 위엄은 어디 가는게 아니잖아? 리처드는 용병단의 단점을 개혁하는 일에 열심히 노력했으니 마찰은 더 심했겠지. 아참, 나 전에 그런 이야기를 언뜻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용병단을 개혁하는 일에 리 오빠가 심하게 반대를 하면서 그렇게 자꾸 나대면 블랙 마켓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더니 리처드가 그럼 팔아버리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었대. 근데 웃긴건 그 위엄있는 모습에 또 반해버려서 몰래 숨어서 지켜봤다던가?"


"이눔의 기집애가! 그딴 소리는 어디서 주워들은거야!?"


도대체 덩치는 문짝만큼 거대한 저 종족은 왜 저렇게 소리도 없이 다녀서 사람을 놀리키는건지!
놀래서 하마터면 손에 든 컵을 떨굴 뻔 했던 가이는 잔뜩 찌푸린 표정의 리가 자신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털투성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저도 모르게 쫄아드는 것 같아서 손에 든 컵을 꼭 쥐었다.
하지만 막상 리는 셋째까지 무사히 낳은 며느리놈이 기특하기 짝이 없는 터라 그저 예쁘게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름 표정을 풀고 다정하게 웃어주고 있었지만 그놈의 털 때문에 표정이 변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게 문제였다.


"건강은 좀 어떠냐, 여우 새끼야?"


"이 양반아! 기왕 걱정해주는거 여우 새끼라고 하지 좀 말라니까요!"


아니나다를까- 여우 새끼라는 말에 냅다 버럭을 질러버리자 진은 한숨을 푹 쉬고 가이에 손에 들린 컵을 살짝 빼앗았다.
저 성질머리에 저걸 집어던질지도 모르니까.
네드에게도 종종 집어던지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는 시아버님인데.


"여우 새끼가 싫으냐? 그러면 고양이 새끼는 어떠냐? 엉덩이를 쿡 찌르면 털을 곤두세우고 캭캭거리는게 너랑 꼭 닮았다."


"이 양반이!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요, 좀!"


"거참,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인데 까칠하긴."


섭섭하다는 듯 눈썹을 축 늘어뜨린 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빛은 장난이 자글자글 끓고 있는 광경을 보던 진은 누나 미소를 지어주면서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엄마가 또 소리를 버럭 지르자 놀라서 이쪽을 바라보던 윗은 하부지다 하부지! 존을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와서 리에게 달라붙기 시작했고, 에드워드 존똑이라는 진의 증언 탓인지 리는 성격 좋고 낯가림은 1도 없는 꼬마 댕댕이 윗을 특별하게 귀여워했다.
물론 할아버지에게 달라붙어서 기어올라가려고 허우적대는 존도 가이와 존똑이라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고.


"난 쪽팔려서 이런 말은 잘 안하는데 말이다, 가이 기스본."


이름을 불러! 제발! 쫌! 투덜대던 가이는 리가 한 손에 아이들을 하나씩 집어들어서 다리 위에 올려놓고 다정한 말투로 이름을 부르자 오히려 등줄기가 간질간질거려서 차라리 여우 새끼라고 부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이 양반아!라고 버릇없이 부르니까.


"난 나라는 놈이 손주녀석들과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수 있을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그냥 적당히 나이를 먹어서 어느 전쟁터에서 죽어 나자빠지거나 할거라고 생각했었지. 뭐 멀리 갈 것도 없지. 자식 새끼를 둘거라고도 생각 못했었으니까."


가이는 리의 말을 듣다가 꽤나 진지하고 부드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식을 두고 행복하게 살아갈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것은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렇게 귀여운 손자들을 건강하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돌려서 하신다고 생각할게요. 뭐... 여우 새끼까지는 양보할테니 절대로, 진짜 절대로 고양이 새끼라고는 부르지 말라고요."


"알았다."


하부지 좋아! 윗이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뽀빠이 놀이를 하자 가이는 에비비- 당장 철없는 댕댕이 아들녀석을 끌어내리려고 했지만 조그만 꼬맹이 정도는 무겁다고 느끼지도 않는 리는 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윗과 놀아주기 시작했다.
가이는 어렸을 시절의 에드워드와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리가 대단히 후회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겉보기만으로는 무서워 보이지만 알고보면 마음 씀씀이도 좋고 다정한 사람이니까.


"여우 새끼라고 불러도 되는 대신에 저녁 드시기 전에 면도 해드릴거니까 당장 준비하시죠. 위생을 위해서라도 그 덥수룩한 수염은 좀 깎는게 낫다고요."


"귀찮은데."


"그래요? 후작님께서 대단히 기뻐하시면서 오늘 밤에는 뭘 요구해도 좋아라 하실텐데 싫으시다면야 뭐..."


"가이 기스본, 네가 자네를 여우 새끼라고 부르는건 자네가 대단히 영리하기 때문이라는거 알지?"


시아버지를 조련하는 방법에 능통해버린 가이가 간만에 솜씨를 발휘해서 리의 털을 깔끔하게 삭제하고 있을 무렵 진의 심부름으로 근처 시장에 왔던 존 포터는 수도 전체의 영웅이 되어버린 에드워드를 변호해준 소년으로 유명해져버린 자신에게 떠넘겨진 바구니와 헝겊 가방 등을 허둥거리며 받아들려다가 너무 무거워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맛있는 흰 빵을 담은 바구니는 가벼워서 들을만 했지만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훈연해서 만든 햄이나 커다란 덩어리 째로 안겨준 치즈 같은 것은 도저히 들고 갈 염두가 나지 않았다.
이걸 가져가려면 수레가 필요할 것 같아서 방법을 도모하던 찰나 존 포터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응? 존 포터, 장 보러 온거야? 그런데 왜 멍하니 서 있어?"


에드워드는 힘이 세니까 같이 들고 갈 수 있을거야!
존 포터는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하며 기뻐했지만 꼬치를 하나 우물거리며 집으로 가던 에드워드의 등장에 시장은 온통 난리법석이 나며 각기 자신의 가게에서 팔고 있는 맛있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가져와서 한도 없이 떠안겨주는 광경을 보고 자신의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꼈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한 달은 족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양의 식재료가 자신의 앞에 산더미처럼 쌓이자 존 포터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먹을게 풍족한 것은 좋지만 이걸 어떻게 다 들고가느냐가 문제였고, 이 소심한 소년에게 있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어른들이나 아가씨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던가 볼을 살짝 꼬집거나 만져본다던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행동이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고 꼭 우승할게요."


하지만 존 포터는 이내 자신의 커다란 걱정 따위는 에드워드에게 있어서 아주 사소한 일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등에 짊어지는 지게 같은 것을 빌리더니 거기에 산더미같은 자루를 쌓아올려서 거뜬히 들고 집으로 향하는 광경에 조금 전에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자기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존 포터가 손에 든 바구니에서 빵을 한 개 집어들고 우물거리며 집으로 향하는 에드워드의 뒤를 작은 자루 한 개와 바구니 한 개를 들고 따라가던 존 포터는 문득 자신도 에드워드만큼 나이가 먹으면 힘이 세질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지만 이내 난 안될거야, 왜냐하면 난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소년이니까- 답정해버리고 잠시 좌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존 포터는 얼른 아미티지 가문의 전쟁이 끝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지으며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물론 에드워드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은 더 없이 편하고 행복했지만 보잘것 없는 자신이 지체 높으신 영주님과 귀족들과 기사님의 가문 사람들과 함께 가족처럼 산다는건 안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진이 그러지 말라고 해서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쓰지는 않지만 원래는 윗이나 존에게도 꼬박꼬박 도련님이라고 해야 맞는거니까.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응, 나도 그래. 얼른 전쟁이 끝나고 리처드가 제 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존 포터는 에드워드의 말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묵묵히 조금 뒤쳐진 채로 걸음을 옮겼다.
왜인지 마음 속 한 구석이 아릿하게 아픈 것 같았지만 늘 그랬듯 꾹 참을 뿐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래야겠죠."


"하지만 가족들은 없잖아?"


"제 고향인걸요."


에드워드는 걸음을 멈추고 존 포터를 돌아보았다.
눈비가 섞여서 내리는 것 같은 우울한 날씨와 떡 어울리는 표정인지라 솔직한 성격의 이 소년이 뭔가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예전에 듣기로는 용병단으로 온 삼촌 이외의 다른 친척은 없다고 했는데 고향으로 돌아간대도 의탁할 곳은 없는 셈이었다.
기껏해야 다른 집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구박이나 받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건 뭔가 지금의 생활이 싫다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뭔가 걱정거리라도 있어? 윗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놀아주는게 힘들지?"


"아뇨! 그건 절대로 아니예요. 힘든 일은 전혀 없어요. ...정말로요."


고개를 내저어가며 부정을 했지만 에드워드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는 표정인지라 존 포터는 한숨을 푹 쉬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저는 농노 출신이잖아요. 모두들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시지만 그 분들은 자유 시민이고 귀족들이고... 언제까지나 제가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게다가 저는 아미티지 영지에 묶여있는 셈이고 사실 이렇게 타지에 나와있는건 안될 일이잖아요. 제가 살던 마을에서도 멋대로 타 영지로 도망쳤다가 공개 처형을 당한 경우가 있었어요."


용병단에서 생활하게 되었을 때 부단장 할아버지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리처드가 존과 진을 영지에서 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은 대단한 결단이라고 했었다.
전쟁으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사망하거나 다친 상황에서 젊은 노동력을 둘이나 내보낸 것이 쉬운 결단은 아니기 때문에 리처드의 도량이 큰 것에 대해 대단히 감탄했었다고 했었다.
나중에 리처드에게 그 때의 일에 대해서 물었을 때 리처드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대답을 해서 아직 어렸던 에드워드를 po납득wer 시켰었다.


"그거야... 존은 크게 다쳐서 당분간 거동도 힘들거고, 진은 집 밖으로는 나오려고 들지도 않을테니 순수한 노동력으로만 따진다면 별 도움이 될 수도 없었겠지. 그냥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일을 하는게 그 둘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겠니?"


어쨌든 에드워드는 리처드가 이 소년을 영지 안에 꼼짝도 못하도록 농노 신세로 묶어두는 영주는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고, 존 포터는 리처드가 다스리던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게다가 소문으로 듣기로는 아미티지 가문이 고수해오던 주민들과의 자유로운 협력 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이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통치 초기에 대단히 심한 유혈 정책을 폈다고 했으니 그런 상황 속에서 자라온 존 포터가 늘 소심하고 눈치를 보는 성격으로 자라난 것이 무리가 아닐 듯 싶었다.


"난 리처드가 승리할거라고 확신하고 있어. 그리고 리처드는 네가 원하는대로 하도록 자유를 허락해 줄거야. 만약 못 믿겠다면 집에 가서 리처드에게 네가 정식으로 농노에서 벗어나 자유 시민이 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겠다는 증서를 써 달라고 할 수도 있어."


"...에드워드, 감사하지만 제게 자유를 허락해 주신다고 해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도 네 나이 때는 뭘 해야 할지 몰랐어. 늘 같은 일상이었지. 아침에 일어나서 닭에게 모이를 주고 달걀을 꺼내오고 아침 식사 준비를 돕고 근처의 호수에 가서 낚시를 하거나 형을 따라서 사냥을 가기도 하고 종종 근처의 작은 도시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는거야. 나는 언젠가 큰 도시에 가서 화려한 귀족들을 보고 싶다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고 진짜 소원은 내가 사랑하게 된 짝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다섯 명 낳아서 행복하게 사는거였어. 정말로 그것 뿐이었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야. 소망이 조금 더 늘었지만 그것 역시 단순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나로 인해서 행복했으면 하는거야. 그래서 무투회에 나갈거고 우승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거야."


듣다보면 정말로 소박하기 짝이 없는 에드워드의 말을 듣던 존 포터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냈다.


"에드워드, 자유가 뭔가요?"


"응? 자유?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는거."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 남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잖아요?"


얘는 진짜 어른스럽네? 에드워드는 다시 한 번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존 포터가 시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빈민가 어귀에서 잠시 머뭇거리자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딘가를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존 포터의 시선을 따라간 에드워드는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툭 쳐주었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자유라는건 말이야 내가 원하는대로 해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게 아닐까 싶어. 그러니 네가 그러고 싶다면 네가 가진 빵과 음식들을 저 아이들에게 줘도 되는게 자유인거야."


종종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만나는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가게 주인이나 점원들이 응원의 의미로 자신에게 주는 빵이나 과자 등을 나누어주곤 했던 존 포터는 먹을걸 잔뜩 들고 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모른 척 하기가 힘들어서 머뭇거리던 참이었다.


"이건 제 것이 아니예요. 에드워드에게 준거잖아요."


"하지만 내가 도착하기 전에도 네 앞에 음식들이 잔뜩 쌓여있었는걸? 난 무거워 보여서 도와주려고 갔는데 거기에 조금 더 얹혀진 것 뿐이야.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해도 돼. 자유라는건 그런거니까."


"하지만 전 아직 자유 시민이 아니고 미성년자인데다가..."


"넌 광산 도시에서 나를 구해줬었지? 그것도 네 자유로 한거 아니었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걸 알고 있었잖아. 재판 때 증언을 해준 것도 네게는 큰 결심이었다는거 알아. 너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니까. 하지만 넌 그렇게 했고, 이 음식들 역시 나를 구해준 대가로 받은거잖아. 그러니 이건 네 몫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거야."


"...정말 제 마음대로 해도 되나요?"


자신을 바라보며 조심스럽지만 기쁜 듯 눈을 빛내는 모습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당장 짊어진 자루를 내려놓고 심부름을 하던 물건과 식품만 바구니에 옮겨담은 존 포터는 에드워드를 바라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 에드워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주고 올게요."


바구니를 에드워드에게 건네주고 잰걸음을 옮기던 존 포터는 자신에게 마주 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냥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자루 속의 음식만 주려고 했는데?
에드워드가 산더미처럼 짊어진 음식들을 가지고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뭐해? 아이들이 기다리잖아."


"...네? 아니, 저기..."


"나도 주고 싶어졌어."


"하지만..."


"나도 내 자유라고.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난 이 쪽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어. 난 배고픔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너는 많이 굶어봤기 때문에 배고픔이 뭔지 알고 있고 그래서 이 쪽에 신경을 쓴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솔직히 부끄러워."


존 포터는 배가 고파봤기 때문에 배고픈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떨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에 관한 말을 마냥 존경스럽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에드워드에게 듣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장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해? 얼른 앞장 서야지. 난 친구인 네 행동에 감동이 되어서 따라가는 것 뿐이라고."


평상시보다 조금 늦었지만 에드워드가 양 팔을 걷어올리고 도와준 덕분에 제 시간에 차려질 수 있었던 저녁 식사 자리에 존 포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쩐지 평상시보다 얼굴이 벌개진 채 나타나서 심부름 하는 바구니는 내려놓더니 바로 사라져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진은 어디가 아픈가 싶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함께 들어온 에드워드가 콧노래까지 부르며 신나하는 것을 보니 이 댕댕이 같은 동생놈이 놀려먹었구나 싶어서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다.


"포터군은?"


리가 면도까지 깔끔하게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갔다는 가이의 말에 잔뜩 리무룩해져 있던 리처드는 간만에 에드워드가 만든 저녁 식사!에 다시금 기운을 차린 터였다.
리처드는 평상시라면 윗의 손을 씻겨주고 저녁 먹을 준비를 돕고 있을 존 포터가 보이지 않자 의아한 듯 진을 바라보았고, 진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드와 함께 들어왔는데 얼굴이 좀 빨갛더라고요. 포터군이 굉장히 소심한데 이 녀석이 놀려서 그런게 아닐까요?"


"놀리지 않았거든!? 리처드, 존 포터에 대해서 저녁 드시고 나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응? 설마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다던가."


"아직 열 두살이거든요!?"


"넌 열 세살 때 결혼 상대를 찍어뒀잖니?"


리처드의 팩폭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에드워드는 가이가 방에서 나와 식탁 의자에 푹신한 방석을 깔고 앉자 냉큼 반박을 했다.


"하지만 가이 오빠는 첫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답다고요!"


"옳으신 말씀. 듣자니 포터군이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다고? 그거 축하할 일이네. 포터군은 소심하지만 다정한 성격이라 좋은 남편감이야. 게다가 경제 관념도 투철하고 일도 대충 하는 법이 없지. 영리하기도 하고. 대인 기피증세가 있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지만 그래서 바람 따위는 피우지 않을게 분명해. 게다가 역변만 하지 않는다면 꽤나 미남으로 자랄거야. 그러니 거기서 나와서 식탁에는 앉아야지, 포터군?"


윗이 끙끙대며 기어나오는 숨겨진 장소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던 가이가 창고로 사용하는 방을 바라보며 존 포터를 부르자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창고 문 곁의 벽 사이에서 슬그머니 나오는 광경은 보면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무데나 잘 기어들어가는 에드워드조차도 신기한 듯 벽을 살피더니 거기다 창고 안에 만들어 준 벽장이 있는 쪽의 벽이며, 틈새가 벌어져서 어린 소년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거기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진에게 매를 벌었다.


"네드, 긴 이야기가 아니라면 포터군에 대한 이야기가 뭔지 알 수 있겠니?"


"긴 이야기는 아니예요. 존 포터는 아미티지 영지에 묶인 농노 출신인데 그걸 풀어주실 수 있느냐는 부탁이니까요. 전에 형하고 누나도 풀어주셨잖아요?"


에드워드의 말에 리처드는 의외라는 듯 에드워드와 존 포터를 바라보다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일단 나는 현재 영주가 아니라 그럴 권한은 없단다. 그리고 그건 영주라고 해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보통은 다른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통행증을 주는 정도고, 존과 진은 자유 무역항에서 직업을 가지고 팬리 상단에 소속되면서 자유 시민권을 얻은거였어."


소심하다 못해 자존감이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수준인 존 포터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던 에드워드가 잔뜩 네무룩해지자 존 포터는 죽을 죄라도 지은 기분이 되어서 어쩔 줄을 몰라했고, 그 광경을 보던 리처드는 자애로운 영주님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아미티지 영지에서는 영주가 인정하는 업적을 세우면 농노의 신분에서 벗어나 관리자가 될 수 있단다. 진이 끼고 있는 은 반지가 그 증거지."


리처드의 말에 진은 커다란 접시를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자랑스럽게 존 포터의 앞에 반지를 낀 손을 착 들어보였다.
자연스럽게 유화가 되어서 선명하게 드러난 아미티지 문장은 아직 어린 존 포터의 눈에도 멋있어 보였다.


"형과 누나가 반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어떻게 얻은거예요?"


"저 반지를 받을 자격은 너무나도 충분했단다, 에드워드 존 로이. 아미티지 가문의 후계자를 지켜내고 훌륭하게 키워냈으니까."


잠시 멍한 표정으로 리처드를 바라보던 에드워드는 이내 흥분해서 식탁 끄트머리에 조심스레 앉아있는 존 포터를 바라보며 이 기쁨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들었지!? 넌 소린을 지켜주는거야! 소린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주면 되는거라고!"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닌데?


리처드는 광산 도시에서 에드워드를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다가 설마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가? 의문이 들었지만 에드워드가 자신을 닮은 눈새라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존 포터 자낮 소년답게 그 쪽으로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것에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구나 싶어서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에드워드... 소린은 저보다 힘도 세고 달리기도 빨랐어요. 오히려 소린이 저를 지켜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감사하지만 저는 굳이 농노 신분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후작님께서 다시 영주님이 되신다면 부당하게 벌을 받게 되거나 굶는 일은 없어질테니까요."


...엄청 감동인데?


아직 어린 소년의 말에 제대로 감동받은 얼굴을 한 리처드를 바라보던 가이는 아이를 낳느라 잊고 있었던 월렛 가문의 자료에 다시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만큼 훌륭하게 월렛과 기스본 가문의 영지를 다스릴 자신은 1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리처드를 보고 있으면 그 반의 반 만큼이라도 인정받는 귀족이 되고 싶어지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에드워드, 그리고 포터군. 어째서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에드워드는 포터군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도 에드워드를 위해서 여러가지 도움을 주지 않았니? 게다가 내가 보니 포터군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소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자꾸만 움츠러드는 것 같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두렴. 포터군의 나이였을 때의 에드워드는 전혀 용병단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게다가 기사가 될 것이라고도 상상하지 못했을거야. 하지만 자신도 몰랐던 길이 앞에 놓여졌을 때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그 길을 열심히 걸었기 때문에 용병단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었고 기사가 될 수도 있었고 가이 기스본과 당당하게 결혼도 할 수 있었던거야. 그러니 존 포터, 너에게도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혹은 앞으로 생기게 된다면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렴. 농노든 자유 시민이든 귀족이든 관계 없어. 너는 이미 에드워드의 친구니까."


자애로운 영주님 포스를 여과없이 내뿜고 있던 리처드의 말을 듣던 존 포터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것은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자신을 거리낌없이 친구라고 말해준 에드워드에게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나름 진지하게 리처드의 말을 경청하며 조금 더 바쁘게 자료를 살펴야겠다고 생각하던 가이는 귓가에 대고 내 인생 목표는 바로 오빠였어-라고 속삭여주는 에드워드의 볼을 한 차례 꼬집어주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나쁜 선택이긴 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반드시 가문을 이을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영주의 편을 들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아직 꼬맹이에 불과했던 에드워드를 만나서 찍히게 된 것이 인생역전 대박을 이루게 된 셈이었다.


...그러고보니 뭐야? 포터군 되게 어린데 네드는 저것보다 겨우 한 살 더 먹은 꼬마였잖아!? 내가 눈깔에 뭐가 씌웠었나!? 솔직히 여장하고 있을 때가 훨씬 더 예뻤었는데! 와- 나 새끼 눈깔이 삐어서 제대로 투자한거네? 대애-박!





2017.01.31 12:47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깔이 삐어서 제대로 투자한 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447]
2017.01.31 12:47
ㅇㅇ
모바일
센세 미국가신줄 알았자나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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