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이명헌 딸내미 만나는게 보고싶다.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
13편

14편
15편



 

*한국배경 au임

*이것저것 다 주의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 검은 벤이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 들어가세요. 우성이 매니저에게 손을 흔들며 차체에서 내렸다. 하지만 매니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먼젓번 집들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아는데, 이대로 그를 보내는 게 맞나. 지금이라도 목줄을 채워 회사에 감금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그에게 우성은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보일 뿐이었다.

 

용케도 그의 불신 가득한 시선을 캐치한 우성이 호언장담했다. 걱정 마요. 이제 저 사고 안 쳐요. 오늘 집들이 테마는 논알코올이라니까? Alcohol. Free. 저 못 믿으시면 명헌이 형 얼굴을 봐서라도, ! 아파요! , 알았다고요! 수현아, 이리 와. 저 아저씨랑 놀지 마. . 감독님도 아저씨 아니냐고?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우성은 수현과 함께 아파트로 들어섰다. 우성이 산 아파트는 이 씨 부녀가 사는 단풍나무아파트와는 딴판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지 않는가. 에듀포레시티그린빌3차더테라스. 좋아 보이는 단어는 다 가져다 붙였다.

 

수현이 신축 건물의 매캐한 콘크리트 냄새에 코를 찡긋거린다. 그는 눈을 아리게 만드는 푸른 형광등 조명 아래로 타박타박 걸음을 옮겼다. 발뒤꿈치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 수현이 우성을 돌아본다. 그 모습에 우성은 미소를 지었다.

 

삐삐삐삐.

 

띠리리-

 

우성은 도어락을 열고 현관에 들어섰다. 신발장에 농구화가 가득하다. 그중 몇 켤레는 얼마 전 이명헌네 회사가 협찬용으로 보내준 거다. 지금 우성이 손가락을 바삐 놀리며 벗고 있는 농구화도 그중 하나였고.

 

수현아, 잠깐 여기 서서 기다려. 감독님이 캠코더랑 책 들고나올게.”

감독님네 집 궁금한데요.”

. 수현아! 기다려!”

 

우성이 신발을 벗는 사이, 수현은 그를 제치고 먼저 거실로 통통 뛰어 들어갔다. 우성은 뒤늦게 수현을 따라갔다. 쬐꼬만 게 민첩하다. 빠끔히 열린 발코니 문 사이로 햇빛이 내리비친다. 수현이 발코니 난간 위에 턱을 올리고 있다. 수현아, 뭐 해. 우성은 그를 부르며 발코니로 나갔다. 수현의 옆에 나란히 선 우성이 허리를 숙여 그와 눈높이를 맞춘다.

 

뭐 봐?”

우리 집이요.”

 

. 잘 보인다.

 

우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쪽팔렸다. 이 집을 구매한 의도를 적나라하게 들켜버렸다. 명헌의 집 베란다에 빨랫감이 널려있다. 느린 바람을 타고 베갯잇이 좌우로 흔들린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우성은 수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도로 거실로 들어왔다.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낡은 캠코더를 챙기고 서재로 들어갔다. 책장에 꽂아두었던 <광염소나타>를 빼내자, 이번에는 그의 곁에 다가온 수현이 말한다.

 

읽어봤어요?”

다는 아니고, 조금?”

 

그러자 수현이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우성을 흘겨본다. 어떻게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을 수 있지? 우성은 슬슬 수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변명했다.

 

아니, 너무 무섭더라고. 현철 삼촌이 그러는데 수현이 너는 이런 거 좋아한다며?”

이제는 다른 거 좋아해요.”

그래? 뭐 어떤 거?”

 

그러자 갑자기 수현이 딴청을 피운다. 그는 우성의 손에서 <광염소나타>를 뺏어 들고 서재 밖으로 나갔다. 해 지겠어요. 그만 가요.

 

우성은 수현과 함께 집을 나섰다. 단풍나무아파트로 향하며 놀이터를 지났다. 빈 그네가 작게 끼익하는 소리를 낸다. 우성이 그 소리에 맞춰 푹신한 놀이터 바닥 위를 경쾌하게 걸어갔다. 이젠 수현이 문을 열어줄 차례다. 그의 뒤를 따라 단풍나무아파트의 계단을 올라가던 우성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그는 간질거리는 가슴 위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명헌과의 관계가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명헌의 주소록에 그가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우성은 명헌의 휴대전화를 맘대로 가져가 번호를 찍어주었다. 그런데 우성이 자기 번호를 반쯤 입력했을까.

 

텍스트 자동완성에 그의 번호가 떴다. 우성이 손을 멈추자 힐끗, 화면을 훔쳐보던 명헌이 도로 휴대전화를 뺏어간다. 그리고 [정우성]이라는 정 없는 세 글자로 우성을 주소록에 추가했다. 하지만 우성의 주소록에도 명헌의 번호는 [이명헌]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이처럼 요즘 우성은 명헌이 조금 어색했다.

 

명헌을 떠올리면 몸속 깊은 어딘가 간질간질했다. 다친 곳이 아물고 흉터가 지면 그 위가 간지럽잖아?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오히려 난생처음 겪어보는 적당한 거리감은 우성을 대책 없이 설레게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문간에 서서 멍청한 얼굴로 입을 벌린 우성을 보고 수현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보 같은 표정.”

? 감독님 불렀어?”

아뇨.”

 

고개를 갸웃거리던 우성은 일부러 명헌의 신발 옆에 농구화를 벗어 놓았다. 그러고 보니 못 보던 농구화 상자들이 눈에 띈다. 상자 겉면에 적혀있는 치수를 보니 자기 발 사이즈다. 다음 협찬은 이건가. 상자를 뒤적이던 우성의 시선이 문득 신발장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에 닿았다.

 

단발로 머리를 자른 여자가 살짝 미소를 띤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눈매가 수현과 똑같다. 수현의 어머니로구나. 우성은 사진을 집어 들었다. 이수현이 명헌의 붕어빵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세하게 뜯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성은 사진 속 여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현이 어머니. 수현이랑 똑 닮으셨네요. 수현이가 형만 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감사해요, 수현이를 낳아주셔서.

 

그런데 그 말을 듣던 수현이가 딴지를 걸었다.

 

아니에요. 저는 엄마 안 닮았어요.”

닮았는데?”

아니라고요.”

 

수현의 어조가 왠지 모르게 꽁하다. 조심스레 사진을 내려놓은 우성은 수현에게 걸어갔다. 수현이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아있다. 우성은 수현의 옆자리에 풀썩 궁둥이를 붙였다. 그러자 수현이 슬금슬금 다리를 움직여 소파 반대편으로 붙었다.

 

수현아. 기분 상했어? 우성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지만, 수현은 눈을 <광염소나타>에 고정한 채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우성은 수현의 말을 되새겨 보았다. 왜 수현이는 엄마랑 닮았다는 말을 부정할까? 어머니가 싫은 걸까. 아니, 그랬다면 사진을 치웠겠지. 그럼 대체 뭘까. 잠시 그의 옆모습을 쳐다보던 우성이 작게 탄성을 뱉었다. , 이제 알겠다.

 

소파 밑으로 꾸물꾸물 내려온 우성이 수현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수현아. 책 내려봐. 그러나 수현은 책을 든 채 미동이 없다. 눈알을 굴리던 우성이 입을 열었다.

 

수현아. 혹시 불안하니?”

 

그러자 수현의 손이 움찔한다. 잠시 단어를 고르던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있잖아. 그러지 않아도 돼.”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왔어. 명헌이 수현을 부르며 들어온다. 우성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우성은 책으로 얼굴을 가린 수현을 바라보며 꿋꿋하게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너희 아빠는 수현이가 아빠를 하나도 안 닮았어도, 똑같이 너를 사랑했을 거야.”

 

사랑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는 게 아니거든. 그러자 수현이 책을 슬그머니 내리고 우성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소년의 얼굴로 돌아간 우성이 수현을 마주 보았다. 그가 덧붙였다. 수현이 아빠도, 감독님도. 우리 모두 그래. 진심이 담긴 다정한 말에 수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정우성. 명헌의 부름에 우성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수현이 시선을 올린다. 우성이 허리를 숙여 수현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의 말에 수현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귓속말을 마친 우성이 배시시 웃으며 명헌을 향해 몸을 돌린다.

 

명헌이 형! 명헌을 부르며 한달음에 달려간 우성이 그의 얼굴을 보더니, 제자리에서 멈추어 선다. 그리곤 갑자기 시선을 피하며 손을 등 뒤로 가져가 꿈지럭거린다. ...왔네요? 우성의 귀가 발갛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현은 책을 눈 밑까지 들어 올렸다. 우성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수현의 귓가를 산들바람처럼 맴돈다.

 

- 가끔 우리는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리기도 해.

 

 

 

 

 

“...”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한 손을 신발장에 짚고 신발을 벗은 명헌이 우성의 농구화 옆에 자기 구두를 놓는다. 명헌이 고개를 숙이자 그의 앞머리가 흘러내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성의 목이 탄다.

 

이어서 명헌은 뻑뻑한 눈을 문지르며 넥타이를 풀었다. 스르륵. 그의 단정한 손가락이 넥타이의 매듭을 잡아당긴다.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고 있던 우성은 몰래 명헌을 훔쳐보았다. 힐끔. 손끝이 찌릿하다. 전기가 타고 흐르는 감각에 우성은 손등을 매만졌다. 정신을 못 차리는 우성을 보고 명헌이 작게 웃었다.

 

왜 갑자기 내외하고 그래.”

그러게요.”

예전처럼 좋아한다고 달려들지?”

! 그게 언제 적이에요.”

이제 그래도 돼. 아니,”

 

그렇게 해 줘.

 

“...?”

 

. 명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는 벙 찐 우성을 제치고 성큼 서재로 들어갔다. 입을 꾹 다물고 가방을 정리하는 그의 뺨이 타오를 듯 붉다. 뒤늦게 명헌을 따라 들어온 우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추궁했다.

 

, .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봐요. , , 뭐 어떻게 하라고? ?”

 

달려들라고요? 우성은 기어코 명헌의 말을 반복했다. 명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건수 잡았지, 정우성. 하여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둔 명헌이 수현에게 소리쳤다.

 

! 아빠 후드티 좀 가져다줄 수 있니? 집들이에 입고 가게.”

.”

 

도도도. 수현의 발소리가 들린다. 안방의 옷장을 열고 안을 뒤적이던 수현이 소리쳤다. 없는데? 서재에서 우성과 대치하던 명헌이 이마를 짚었다. . 맞다. 빨래 안 걷었네. 그는 뒤꽁무니에 우성을 달고 베란다로 향했다.

 

수현아. 책 고르고 있어.”

 

명헌이 단추를 풀고 소매를 걷는다. 드르륵. 베란다 문이 열린다. 우성은 한발 물러서서, 유리창 너머의 그가 빨래를 걷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열린 문틈 사이로 다시금, 비누 향기가 섞인 저녁 바람이 불어온다.

 

이번에는 코끝이 간지럽다. 우성은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긁적이다, 베란다 문을 밀고 명헌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느덧 해가 지평선 아래로 저물고, 하늘에 떠다니던 작은 뭉게구름이 노을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구름뿐만 아니라, 명헌과 우성의 얼굴도 불그스름하다. 유독 오늘따라 명헌의 손이 느렸다. 빨래를 걷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우성도 미적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우성은 집들이에 명헌도 초대했다. 수현을 재우고 나서, 함께 집들이에 가기로 했는데 말이야. 이미 집들이 시작 시각이 지나버렸다. 명헌의 팔뚝에 햇볕에 잘 마른빨래들이 걸려 있다. 그에게 은근히 풍겨 나오는 포근한 섬유유연제 냄새. 우성은 영원히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일부러 본심을 숨기며, 그는 자기 집을 가리켰다.

 

집들이 늦었어요.”

그래?”

 

하지만 우성의 말을 듣고도 명헌은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되려 슬리퍼 앞코로 타일 바닥을 느긋하게 문지를 뿐이다. 괜히 하얀 티셔츠에 붙은 먼지를 떼어내던 명헌이 물었다.

 

“...사랑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들으셨어요?”

.”

수현이한테 한 말인데, 제가 괜히 참견...”

우성아. 우리가 많이 다르긴 하지.”

. , 그렇죠.”

근데 나,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를요?”

 

널 곧이곧대로 마주 보는 거. 명헌의 말에 우성의 눈이 벌어진다. 그가 우성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의 올곧은 눈빛이 우성을 응시한다. 그간 홀로 살던 우성이 계속 되뇌고 그리워하던 명헌만의 따스한 눈빛이. 우성의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린다. 그때 거실에서 수현의 낭독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 키스를 기다리는 것 같이 입을 쫑긋이 내어민 채...

 

.”

 

절묘한 구절이다. 아하하, 내 딸이지만 진짜. 명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들고 있던 빨래를 우성에게 건넨 명헌이 베란다의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수현이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아빠와 감독님의 거리가 좀 가까웠다. 수현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커튼을 쳤다.

 

큼큼.

 

커튼 위로 철없는 두 어른의 실루엣이 비친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수현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목청을 가다듬었다. 아빠가 감독님과 엉큼한 짓을 하든 말든, 수현에게는 아직 낭독할 구절이 남았다.

 

- 정 말씀이야요?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요? 당신의 목숨같이 나를 사랑하셔요?

 

나를, 이 나를.

 

우성에게 다가선 명헌이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이제 하늘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명헌의 앞머리가 우성의 이마 위로 부드럽게 나부낀다. 웃음기를 머금은 명헌이 긴장한 우성에게 작게 속삭였다. 다시 한번,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우성만을 위한 말을. 오랜만에 우리,

 

키스할까.”

 

 

 

 

 

 

 

 

우성의 집 거실. 아무리 기다려도 올 생각을 하지 않는 집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은 옹기종기 모여 육포를 뜯고 있었다. 명헌이랑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대체 어딜 간 거야. 동오와 현철이 볼멘소리를 하는 사이, 식탁 쪽에서 대만과 태섭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미친. ! 그 난리를 겪고도 또 라방을 켜고 싶어요?”

아 심심하단 말이야. 이번에는 네 계정 말고, 내 걸로 틀게! 팔로워도 몇 명 없어. 정우성 오기 전까지만 떠들 테니까. ?”

아휴. 못 살아. . 하십쇼.”

 

진짜? 대만이 반색하며 인스타그램을 켰다. 뭐야, 정대만 라방해? 그렇게 묻는 낙수에게 태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셔야겠대요. 낙수는 태섭에게 밀키스를 던져주며 말했다. 뭐 어쩌겠냐. 대신 정우성 들어오면 바로 끄라고 해. 알았지? 거실 창을 등지고 소파에 앉은 대만이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든다.

 

안녕하심까, 여러분. 정대만입니다.”

 

대만이 눈을 가늘게 뜨고 빠르게 내려가는 채팅창을 읽기 시작했다. 어디냐고요? , 아는 동생네 놀러 왔습니다. , 누군지 궁금해요? 그러자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 각도에 모여 있던 현철, 동오, 낙수, 그리고 태섭이 다급하게 고개를 젓는다. 태섭이 복화술을 하며 양팔로 X자를 만들었다.

 

누군지, 말하면, 안 돼!

 

절대!

 

눈알을 굴려 태섭의 눈치를 본 대만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가 카메라를 정수리 쪽으로 가져간다. 여러분 이거 보이십니까? 예쁘죠? 오늘도 대만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광고비를 받고자 한 짓이 아니긴 했지만, 대만이 명헌의 회사에 물어다 준 수익이 상당했다. 그래서 그는 우성과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무려 NBA 스타와 같은 광고 모델에 발탁되었다는 말씀. 그래서 요새 대만은 아주 적극적으로 스포츠용품을 홍보하고 다녔다.

 

그가 한참 두건에 대한 TMI를 늘어놓는 동안, 동오와 현철은 베란다로 나갔다. 둘은 라방에 잡히지 않게 구석에 서서 바람을 쐬었다.

 

현철아. 아무리 봐도 태섭이가 고생이지?”

다 송태섭 지 팔자지, 정대만이 좋다잖냐.”

아니 근데 명헌이는 왜 안 와? 연락해봤어?”

전화 안 받던데.”

, 집에 가봐야 하나. 걔 집이 어디지. 저기 건너편 아파트였는데.”

 

702동이었나?

 

“....”

 

명헌의 집 베란다를 가리키던 동오가 눈을 끔벅였다. 현철아. 내가 헛것을 보는 거냐? 동오의 옆에서 눈을 비비던 현철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집주인 정우성이 이명헌의 베란다에 서 있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키스를 나누면서. 순간 화를 참지 못한 현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이씨, 연놈들아!”

 

어엉?

 

그 소리에 정대만은 무심코 베란다를 돌아보았다. 라방을 켠 채로. 반대편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한 손에 빨래를 든 우성이 명헌과 입을 맞추고 있었다. 멍하니 넋을 놓은 채 그를 바라보는 아는 얼굴들을 발견한 우성이 손을 흔들며 웃는다. 태섭이 대만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스틸해보았지만, 이미 정우성의 키스신이 라방의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송출된 후였다.

 

아악! 정대만!

 

뒤늦게 집들이를 하러 돌아온 우성과 명헌은 제2의 라방 사태를 알게 되었다. 아까 전, 아무리 그래도 형들에게 키스를 들킨 게 살짝 부끄러웠던 우성은 명헌과 함께 쭈뼛거리며 거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태섭은 머리를 싸맨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또 정대만이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하다. 그렇게 되부렸다. 
하지만 대만의 고해성사에도 우성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핸드폰 다 꺼요. 대만이 형은 무릎 그만 꿇어. 아 일어나! 정대만! 괜찮다니까! 뭐 어때요, 내일 일어나서 생각하자고요. 시원한 우성의 말에 명헌이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친구의 후련한 웃음소리에, 그의 낯을 살피던 현철과 동오도 함께 웃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성과 명헌의 시선이 마주쳤다. 미소 짓는 명헌을 따라, 우성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이제 놀이터가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은 더 이상 적막하지 않다.

 

 

 

이제 정우성은 함께였다.

 









**

이번편에 등장한 소설은
(다 알겠지만) B사감과 러브레터ㅇㅇ




드디어 완결이다...!
지금까지 농구교실 봐줘서 너무너무 고마우이...
덕분에 재밌게 썼조.

고전문학과 농구를 사랑하는 섬세한 이명헌과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정우성의 이야기였읍니다~~

몇가지만 덧붙여보자면
명헌이가 연상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성이보다 서툰 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함. 그게 여기서는 감정, 혹은 사랑이었고. 그래서 사랑에 서툰 명헌이가 우성이에게 상처를 많이 줬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용기를 내주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 가능했다! 이제 명헌이도 자기를 드러내는 걸 예전처럼 무서워하지 않을 것임.

또 예전에는 우성이가 보내는 순수한 사랑이 명헌이에게 자격지심을 일으켰잖아? 하지만 그 순수함이 정말 소중하면서도 흔치 않은 거라는 걸 명헌이 끝내 깨달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수현이가 계속 자기가 아빠랑 닮았다는 걸 강조해왔는데, 그게 그리 건강하진 않은 심리임. 내가 아빠랑 닮아서 나를 귀여워하나? 그래서 나를 사랑하나? 하는 불안이 존재했는데 우성이가 그렇지 않다고 알려준 거지.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우성이와 자기 아빠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수현이도 명헌이와의 관계에서 안정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음.

아무튼 꽉 닫힌 해피로 끝냈다. ㅎㅎㅎㅎㅎ
행복해라~~~정우성 이명헌~~~~

그리고 외전 있음!







슬램덩크
우성명헌
태섭대만


아 맞다 ㅌㅆ에 백업했으니 오해 ㄴ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