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이명헌 딸내미 만나는게 보고싶다.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한국배경 au임

*이것저것 다 주의

*저번에 이어서 명헌이 과거편 조금 더 풀어봄




 

 

결국 명헌은 끝까지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도감독은 얘가 어딜 간거냐며 길길이 뛰었지만 우성은 대답이 없었다. 남은 3학년들이 감독을 말리며 졸업식을 마치고, 선배들에게 만년필을 전했다. 어디서 무얼하다 온 것인지 사라졌던 선배 하나가 빙글빙글 웃고 있다.

 

감독님, 진정하세요. 명헌이잖아요. 어디서 얼굴에 책 덮고 자고 있겠죠. 그러나 정녕 책을 읽다 잠든 것이었다면, 정우성이 이명헌을 못찾았을까? 문득 서늘한 물음이 모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현철은 그날 밤이 다 되어서야 명헌을 볼 수 있었다.

 

현철은 명헌과 같은 방을 쓴다. 소등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비어있는 명헌의 책상을 바라보던 현철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방에 안들어오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이불을 덮는데 문을 쿵.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노크는 아니다. 마치 주먹으로 내려친 듯한 묵직한 소리다. 현철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누구냐?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었나. 잠시 망설이던 현철은 그래도 확인은 해보자싶어 문을 벌컥 열었다.

 

“...!”

 

그리고 현철의 팔 안으로 하루종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룸메이트가 쓰러진다. 그 바람에 잠시 휘청거리던 현철은 명헌을 소리쳐 불렀다.

 

이명헌.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

 

현철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명헌에게서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잠시 당황하던 현철은 재빠르게 문을 닫았다. 미친놈, 존나 무겁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현철은 착실히 명헌을 얼러다 의자에 앉혔다.

 

.”

“...”

 

명헌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바지 위로 계속해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이렇게까지 명헌이 자기를 훤히 드러내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명헌의 무너진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현철은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곽티슈를 가져왔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 명헌의 앞에 앉았다.

 

그는 명헌의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한참 후, 명헌이 중얼거렸다.

 

더 이상 못 하겠어.”

.”

“...어떡하지?”

 

아휴. 현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휴지를 북북 뽑았다. 그러자 명헌이 고개를 들었다. 현철의 숨이 턱 막혔다. 저건 무슨 얼굴이지? 소름끼치도록 평소같은 이명헌의 표정인데, 무언가 다르다. 뺨을 따라 흘러내린 투명한 눈물이 명헌의 턱에 고인다. 울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울거면 평범하게 울어라. 사람 무섭게 하지 말고.”

 

휴지를 받아든 명헌이 멍하니 앉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결국 현철이 손을 뻗었다. 그는 휴지로 명헌의 눈가며 젖은 뺨을 문질러닦았다. 그러자 갑자기 명헌이 입을 꾹 다문다. 입술을 몇 번 삐죽이더니 펑펑 울음을 터트린다. 아이고. 이명헌이 애처럼 운다.

 

대충 명헌의 상태를 짐작하고 있던 현철은 놀라지 않았다. 그래, 오늘은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현철은 어색하게 명헌의 어깨를 두드렸다. , 그게 뭐 어때서. 너무 조심스러워 게이라는 단어를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면서도, 현철은 서툰 손길로 친구를 위로했다.

 

너나 나나, 사귈 수 있는 사람은 똑같이 35억명인데.”

“....”

 

방금 실연을 겪은 사람한테 세상에 남자 많다- 라고 하는게 뭐 얼마나 위안이 된다고. 이건 뭐 참신하다고 해야할지. 코를 훌쩍이던 명헌이 현철의 말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 뿅쟁이. 너 웃었지. 현철의 말을 못 들은 척 휴지에다 코를 푼 명헌이 대답했다.

 

“35억명 아닌데.”

?”

어린애는 싫소.”

 

...퍽이나 싫겠다. 현철은 명헌이가 꼭 쥐고 있는 우성의 쿠폰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 내가 싫다면 싫은거요- 명헌은 퉁퉁 부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현철은 명헌의 책상 위에 산처럼 쌓인 휴지더미를 보다가 농담을 던졌다.

 

다음번에 내 휴지도 하나 사와라.”

개쪼잔이오.”

 

피곤할텐데, 이제 자자. 현철은 우느라 기운이 빠져 의자에 늘어져 있는 명헌의 팔을 잡아당겼다. 명헌이 휘청하더니 바닥에 발을 딛는다.

 

뒤늦게 쪽팔려진 명헌은 눈을 벅벅 문지르며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바지를 벗는데 아.

 

“...너 이게 뭐야?”

 

명헌의 동공이 흔들린다. 속옷이 피로 푹 젖어있다. 무서운 기세로 다가온 현철이 명헌을 돌려세운다. 무릎까지 내려간 속옷에 다리가 걸린 명헌이 넘어진다. 아윽. 아래에서 뭉근한 고통이 올라온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기가 아까까지 앉아있던 의자를 바라보았다. 검붉은 핏자국이 나있다.

 

현철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정작 가장 아파해야할 명헌은 무덤덤한데도.

 

 

 

 

 

 

일반인을 향한 억측과 신상털이는 삼가주시고... 라는 우성의 뻔한 입장문과 기자들을 죄다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다는 회사의 강경 대응 이후로 명헌을 뒤쫒는 기자들의 기세는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직접 명헌에게 인터뷰를 따지 못한 한풀이를 하려는 건지, 명헌은 인터넷 세상에서 더 집요하게 물어뜯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명헌이 애딸린 이혼남이라는 말이 퍼져나갔다. 마지막 양심인지, 아니면 고소를 당할까봐 이수현이라는 이름 세글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 뭐해. 이명헌이라는 사람의 인생은 언론에 의해 철저히 해부당하는 중이었다. 급기야 그들은 명헌의 이혼이 정우성의 탓이 아니냐, 하는 소리까지 지껄이는 중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명헌과 수현은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빠. 우리나라 책은 종이에 돌을 섞어 만든대. ...그게 왜? 누가 헛소리하면 책으로 때리라고. . 근데 수현아 세상에는 깽값이라는 게 존재한단다- 부녀 간의 정다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리고 오늘 명헌은 간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나 기분 전환을 하고자 했다. 그 동창이라는 게...

 

삐리비! 왔냐!”

왔다삐.”

 

정대만과 최동오긴 했지만. 교외의 한적한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던 동오가 손을 흔들었다. 가죽처럼 입고 다니던 정장을 벗고 후드 집업을 걸친 명헌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 너는 어떻게 옷만 갈아입으면 대학 때랑 똑같냐?

 

.”

 

동오의 옆에 앉아서 말없이 바닥만 쳐다보던 대만이 쭈뼛거리며 커피를 내민다. 고맙다삐. 잘그락잘그락, 빨대로 얼음을 몇 번 휘젓던 명헌이 시커먼 아메리카노를 쭈욱 들이킨다. 카페인이 혈관을 타고 돈다. 명헌이 만족스럽게 웃는다.

 

이거지...삐리비.”

야 명헌아. 진짜 미안하다. 내가 정말...”

괜찮다삐. 근데 너 머리에 그게 뭐냐삐.”

 

명헌은 대만이 이마에 두른 타올을 가리켰다. , 이거. 대만이 머쓱하게 타올을 만지작거렸다.

 

너네 회사거잖아. 광고해주려고.”

“...겁나 황당삐.”

 

나 광고비 주지마... 대만이 카페 유리창에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더니 타올에 새겨진 로고가 잘 보이도록 타올을 조정했다. 다시 한 번 커피를 쭉, 빨아마신 명헌이 말했다.

 

정 하고 싶으면 이거 공짜 광고다, 나 이명헌대리랑 친구다, 이런 말 하지마삐. 알았냐삐? 그럼 너 나중에 다른 브랜드 광고비 제대로 못받는다삐.”

쓰발! 광고하게 해줘서 고맙다. 나 이래뵈도 팬 많거든? 내가 송태섭한테도 같이 하자고 했는데 걔는...”

. 걔는 우리 경쟁사랑 전속계약이다삐. 그건 나도 사양이다. 삐리비.”

. 송태섭 걔 전속계약이야? 광고비 많이 받겠지? 부럽네.”

동오야. 궁금하면 대충 알려줄까삐.”

됐다. . 들어봐야 배만 아프다.”

, 최동오. 뭘 그러냐. 너도 이번에 책 팔아서 연말 보너스 터졌다며. 몇퍼센트였지, 월급 300%였나?”

하하. 아니, 대만아. 500%였는데.”

 

그런 실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데, 카페 문 안쪽에서 사장님이 틀어놓은 뉴스가 흘러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NBA 은퇴 후 귀국한 농구 선수 정우성씨의 라이브 방송 추문 이후로, 상대인 이모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옘병.”

 

대만이 걸쭉하게 욕을 했다. 동오야, 문 좀 닫아줘라. 그런데 이어지는 인터뷰에 명헌이 동오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

 

- xx씨요? 건실한 분인데요. 게이? 아니던데. 잘 모르겠어요.

 

미친. 저게 뭐냐?”

건실? 거언실? . 니 회사에선 삐리비, , 삐용 뭐 이런거 안하는구나? 다 들켰어. 뭐 얼마나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살았으면 건실하다는 반응이 나오냐?”

 

동오는 명헌의 회사 동료가 공영방송 인터뷰에 응했다는 초유의 사태에 경악했고, 대만은 명헌의 이중생활을 지적했다. 눈치없이 입을 놀리던 대만이짐짓 심각한 동오를 보고 쩝. 입맛을 다셨다.

 

. 쟤 우리 옆부서.... 나름 나 쉴드쳐준답시고 인터뷰에 응한 것 같긴한데....”

그지. 완전 잘못 짚었어. 이명헌 게이 맞는데.”

근데 한번 다녀왔는데 게이라고 할 수 있냐? 바이 아냐?”

... 정대만...”

 

이걸 진짜 확 그냥. 하지만 악의라곤 한점도 없이,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하는 말이라 뭐라 욕할 수도 없었다. 이마를 짚던 동오가 조용히 하라며 한 마디를 하려는데, 명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게이다...

그래? 그럼 제수씨랑 대체 어떻게 결혼한거야.”

 

동오의 눈치를 보던 대만은 이왕 이렇게 된거 시원하게 물어나 보자 싶어 냅다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빨대로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굴리던 명헌이 말했다.

 

“...걔도 딱히 나를 사랑하진 않았어. 대신 안정적인 사람이 필요하댔지. 의지되는 사람이. 그래서 결혼한거야.”

 

내가 그 사람 둥지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둥지가 아니라 새장이더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인데 나는 변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랑 사는 게 재미없어 보였어. 그래서 보내줬다. 뭐 양육권을 뺏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조용하게. 미국가서 잘 살더라.

 

그래. 니가 안정적이긴 하지. 직업도 안정적이야, 성격도 무던해, 몸도 탄탄해. 명헌아, 니 허벅지를 봐라. 반찬없이 밥 한끼 뚝딱이야.”

어우 개시발삐.”

이야. 게이들 남자 주접은 못 따라가겠네. 아니, 대만아. 너 이거 내가 송태섭한테 말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뭐 정대만 선수 그날 뒤지는거지.”

 

침대에서. 흐흐. 음흉하게 웃는 대만의 옆에서 동오와 명헌이 진저리를 쳤다. 아오 정대만! 동오는 바닥을 남은 커피를 마시며 중얼거렸다.

 

근데 너네 커플도 용됐다. 우리 신입생 때 너희 난리쳤던 거 생각나냐. 태섭이가 미국에서 바람을 피네마네... 송태섭은 송태섭 딴에 정대만이 연락 안된다고 전전긍긍. 송태섭이 정대만 얼굴 봐야겠다고 생떼썼잖아. 그래서 과제 때문에 바빠 뒤지겠는데 요즘 말로 뭐냐. 브이로그? 그래. 비디오도 찍어보내고... . 그 때 명헌이 너도...”

 

. 동오는 자기 입을 찰싹 때렸다. 아오, 정대만한테 옮았어. 동오는 애써 말을 돌리려 했지만 건수를 잡은 대만이 추억 팔이를 시작했다.

 

말 마라. 너 우성이 편지 올때마다 일주일은 밥도 제대로 못먹었잖아. 우리한테 티는 안내면서 속은 다 상해서.”

. 말하는 것만 보면 너는 안 그랬는 줄. 너도 송태섭이랑 지지고 볶고... 삐리비리삐였잖아삐. 그래서 동오만 고생했삐.”

 

알긴 하네. 어휴. 동오가 대만에게 중지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대만이 사람 좋게 웃으며 동오에게 달라붙었다. 아 최동오-! 그래서 내가 맨날 고맙다고 하잖어~ 그래! 인심썼다. 너는 우리 결혼할 때 축의금 면제. 그러자 대만의 이마를 밀어내던 동오가 소리쳤다. 뭐야, 정대만 결혼해? 그러자 대만이 다급하게 덧붙였다. 아니이. 나중에 하게 되면- 이란 소리지.

 

아하하!

명헌의 웃음소리에 동오와 대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명헌이 웃는다. 그걸 보는데 갑자기 마음이 놓였다. 다행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우울해할까봐,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을까봐 걱정했던 동오와 대만이다. 그래서 셋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후련하게. 명헌아. 오늘은 날이 좋네. 그래? 내일부턴 비 온다는데삐. 아 즐겨, 즐겨.

 

그런데 저 쪽에서 누군가 걸어온다.

 

동오와 대만, 그리고 명헌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불청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썬글라스를 끼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그의 걸음걸이가 상당히 불량하다. 카메라가 없는 걸 보니 기자는 아닌 듯 싶은데.

 

이명헌씨죠?”

“...뭐야.”

 

동오와 대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뜩 경계하는 그들의 태도에 썬글라스를 벗은 그가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명헌 선배.”

 

 



**


...나 대만이 안티아니다 ㅠ
그냥 내 안의 30대 정대만은 저래
능글맞은 아저씨가 되었을 것 같음...
덜렁거리고 살짝 푼수끼가 있는데
미워할 수 없는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동댐뿅은 어른되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친목할 것 같음

아무튼 디지게 템포 느린데 따라와줘서 땡큐






우성명헌
태섭대만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