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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23:28
본편:  타코  맞선  혼쭐  방문  실수  찌질  염병  구애  땅개  애착  철렁  퇴치  천병  열매  타코
외전:  주부  학생  아빠












[오늘 바로 퇴근하십니까] 17:48 - H.B.

[응] 17:51 - N.F.

[그럼 같이 가요] 17:51 - H.B.

[주차장에서 기다려] 17:52 - 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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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액정에 뜬 숫자는 어느새 여섯 시가 다 되었다. 네이트는 작성하던 서류를 적당한 지점에서 끊고 컴퓨터 전원을 껐다. 한 모금치 남은 커피를 마시고서 컵을 구겨쥐고 굳어있던 어깨와 등을 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놈의 군대는 파병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군인들을 놓아줄 생각을 안 한다. 특히나 첫 파병에 가장 하급 장교였던 네이트는 자신의 일에 더해 상관이 엉망진창으로 작성한 보고서 더미까지 떠안아야 했다. 아니, 똑같은 나라에서 똑같은 작전을 수행했는데 왜 보고서에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내용들이 적혀 있을까 고민하다, 집어치우기로 했다. 고민해 봤자 그가 이 보고서를 제목부터 날짜까지 뜯어고쳐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걷기 위해 일부러 멀리 주차한 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자, 차 문에 기대어 앉아있는 이가 보인다. 단정하게 묶었던 머리도 풀어헤치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걸 보니 새로 들어온다던 애들이 꽤나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나 보다. 인기척을 느낀 허니비가 감고 있던 눈이 뻑뻑한지 몇 번 깜빡거리고 난 후에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 타.

- 예.



차 안은 조용하다 못해 말소리라고는 라디오 속의 이름 모를 남자가 떠드는 소리 뿐이었다. 허니비는 노이즈 섞인 하이톤의 목소리가 퍽이나 거슬려서 꺼버릴까 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네이트도 그 목소리가 내심 듣기 싫었는지 라디오 채널을 돌려버렸다. 이번엔 클래식이다.



- 끝나고 약속 있다 하지 않았어?

- 피곤해서 그냥 왔습니다.

- 저녁 사가지고 들어가자.

- 네.



애써 물꼬가 트이나 싶었던 대화는 단 두번의 핑퐁을 끝으로 단절됐다. 다시 차에는 엔진소리와 느릿한 템포의 피아노곡만 떠돌았다. 잔잔한 음악을 듣자니 조금씩 눈이 감겼다, 떠졌다.. 감겼다... 떠졌다...... 어느새 눈에 익은 간판이 보인다. 자주 가던 타코집이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주문을 마친 후, 늘 그렇듯 멀직이 서서 한 명은 이젠 가격까지 외울 수 있을 것 같은 메뉴판을 읽어보고, 다른 한 명은 평면도까지 그릴 수 있을 거 같은 가게 내부를 살펴보았다. 얼핏 보면 모르는 사이라고 할 법한, 아니, 일단 둘 다 군복을 입고 있으니 되게 어렵고 되게 불편한 직장 동료정도.



포장된 타코에 자아가 있다면 아마 숨막히는 침묵을 못견디고 차 밖으로 몸을 내던져서 자신의 또띠아와 채소, 고기가 분리되어 대로변에 나뒹구는 참혹한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것 같은 분위기 그대로 집에 도착했다. 낮동안 땡볕에서 흘린 땀을 씻어내고 싶었던 허니비는 욕실로 들어갔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에 있던 네이트는 간단히 옷만 갈아입고 부엌으로 갔다. 다행히 이 타코는 자아가 없는 행운의 타코였는지 얌전히 그릇에 담겨 식탁으로 옮겨졌다.



- 이번 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되는 거, 기억 하시죠?

- 응. 알고 있어.

- 바쁘시면 제가 갈까요?

- 아냐, 괜찮아.

- 예에...



누가 군인 아니랄까봐, 두 번은 말하게 하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대답을 끝으로 다시 정적 속에 식사는 계속되었다. 이 집에는 대화의 부재로 인한 적막을 소음으로나마 채워줄 티비나 라디오도 없다. 두 사람이 들어온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당장에 필요한 것들을 빼고는 텅텅 빈 탓이다. 다른 이들 같았으면 퇴근하는 길에 뻔질나게 쇼핑몰에 들러 이것저것 사들였겠지만, 둘은 너무 바빴고, 무엇보다도 서로의 맞은 편에서 조용히 섭취에 몰두하는 동거인, 아니 이번주 안에 법적인 배우자가 될 존재에 적응하는게 먼저였다.












허니 비와 네이트 픽은 결혼했다. 그러니까, 사막의 공기보다도 버석한 이 곳은 둘의 신혼집이고, 짧은 대화조차 바스라질 것 같이 건조한 두 남녀는 곧 신혼부부가 된다.












로 시작하는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선결혼 후연애 부부지만 부부아닌 부부가되 보고싶음,,,,,, 맞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