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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8 20:19
타코
일이 이렇게 되기 전, 그러니까 네이트 픽과 허니 비가 소꿉장난만도 못한 부부놀음을 하기 전부터 그들은 전우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함께했다. 장교와 사병으로 처음 만나서 총구 끝에 목숨이 달랑거리는 사지로 나란히 굴러들어가 나란히 살아돌아온 사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엮이지 않아도 둘은 서로를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이 떠올릴 수록 애틋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종류는 결코 아니겠지만.
알 만한 이들은 알 법한 집안의 성을 달고 태어나 부족함 없는 성장기를 보낸 대신에, 그들은 지지하게 이어져 내려온 부자들의 커리큘럼에 따라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려 이 거대한 부의 카르텔을 확장하는 데 일조할 의무를 짊어졌다. 두 사람 다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받아들이는 데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일찌감치 체념하고서 가정이 생기기 전에 삶이라는 지도에 의미 있는 발자취라도 한 번 남겨보고자 했던 한 명이 있던 반면, 다른 한 명은 구시대적이고 착취적인 썩은내 나는 관습에 불복하며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길었던 머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따뜻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가족들의 걱정 어린 배웅을 받으며 나온 이와, 아침은 커녕 가족들의 비명과 쓰레빠를 피해 도망치듯 나온 이가 만난 지점이 바로 군대라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허니비의 고집이 어디서 왔을까. 그 부모님도 왕년엔 팔다리 휘두르며 바닥 좀 굴러본 인물이었던 것을. 몇 달 동안 칼을 갈며 기다린 비 부부는 허니비가 파병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딸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볶고, 또 볶고, 새까만 재가 될 때까지 볶다보면 저 쇠뿔같은 고집도 결국엔 꺾어질 걸 알았거든. 자기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고. 뭐, 결과만 놓고 보자면 비 부부의 방법이 통하긴 한 것이다. 결국 허니비는 구두에 팔찌에 목걸이에 주렁주렁 세습의 족쇄를 차고 맞선자리에 나가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맞을 지는 몰랐지. 아이씨, 어느집 부모인지는 몰라도 좀 치는데.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린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손님들은 저마다 마주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다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테이블마다 웃음이 걸린 가운데, 하필 정 중앙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기만 썰고 있다. 까만 똑단발의 머리칼을 야무지게 귀 뒤에 꽂은 여자는 못 먹을 거라도 먹는 양 죽상을 쓴 채로, 빡빡머리라 귀 뒤에 꽂을 머리는 없지만 말쑥하게 빼입은 남자는 먹는 둥 마는 둥 앞자리만 힐끗거린다.
- 음식은, 먹을만 해?
- 예.
어렵사리 붙여본 말은 단칼에 목이 잘렸고,
- 곧 중위 다신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고마워.
예의상 전해본 축하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자아가 있다면 아마 숨막히는 어색함을 못견디고 레스토랑 창문을 와장창 깨부수며 목숨을 건 탈주를 시도했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무리 봐도 간질간질한 소개팅을 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네이트와 허니비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로 시작하는 형식적인 자기소개를 주고받기엔 다소 가깝고, 그렇다고 고작 며칠간의 근황을 나누며 하하호호 정겨이 수다를 떨기엔 다소 먼, 애매한 거리를 두고 놓여 있었다. 마치 딱 이 테이블 정도의 그런.
- 상대가 소위님일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 어... 몰랐어...?
- 소위님은 아셨어요?
맞선 당일까지 부모님과 씨름하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급하게 나온 것도 후회스러운데, 안그래도 바쁜 사람 귀한 시간마저 뺏은 것 같아 사과를 건넸더니 정작 받으라는 사과는 안 받고 한다는 소리가
- 난 알고 있었는데.
참으로 깜찍하기 짝이 없어서. 또 한번 얼얼해진 뒤통수는 그렇다 쳐도 허니비는 진심으로 이 사람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허니비가 겪은 네이트 픽은 똑똑하고 영리하긴 해도 이런식으로 사람을 쥐고 놀리는 인간은 아니었는데.
- 제가 나올 걸 알고 계셨다고요?
- 응.
- 알면서 왜 나오셨어요?
-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결혼 상대로.
허, 하고 헛웃음이 샐 정도로 깜찍한 대답에 듣는 이의 어처구니가 빠지든지 말든지 한입 크기로 잘린 고깃조각을 입에 쏙 넣고서 "식겠다. 왜 안 먹어?" 묻는 얼굴이, 그 언젠가 사막에서 피자를 권하던 한 대위와 겹쳐 보였다고 말하면 혼나겠지. 아니, 어쩌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그 비슷한 수준으로 뇌가 퇴화한 걸지도.
- 진심이세요?
- 진심이 아닐건 또 뭐야.
- 소위님 저 싫어하시잖아요.
- 나 너 안 싫어해.
거짓말. 허니비는 속으로 비웃었다. 언제는 좆같은 어리광 좀 그만 부리라면서. 보모노릇하기 지겹다며. 쏘아붙이는 듯한 눈빛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짜증을 누르는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한데.
- 전 자신 없습니다. 소위님같은 사람이랑 살면 숨 막혀서 죽어버릴 거예요.
- 인공호흡 해줄게.
-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 누가 평생 같이 살재?
그럼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목젖까지 치고 나올 뻔한 짜증을 겨우 참느라 와르륵 구겨지는 얼굴을 본 네이트가 조용히 웃다가,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조용히 내려놓은 뒤 물로 입을 헹구었다. 그리고는 차분히 눈을 마주보고 나긋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진정하고, 들어봐.
- 허니, 나는 말이야. 군대에 말뚝 박을 건 아니지만, 생각했던 기간은 다 채우고 전역하고 싶어. 그러고 나면 대학을 마저 졸업하고, 대학원에 갈 거야. 공부를 더 하고 싶거든. 결혼은... 해야겠지. 언젠가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일러. 부모님은 아마 내가 적당한 상대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리를 마련할 텐데... 있잖아, 하나만 물어보자.
- 허니비 너는 지금 당장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가정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고 싶어?
그럴 리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나랑 사랑놀음 하자는 거 아니야. 다만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시간을 좀 벌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 시간?
- 그래. 내가 하고싶은 일을 마칠 시간. 그리고 네가 하고싶은 일을 찾을 시간.
네이트가 말을 맺음과 동시에, 허니비는 코웃음을 치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나름의 예의를 차린답시고 얌전히 땅에 붙이고 있던 다리를 꼬고서, 시선을 고정한 채 반반한 낯을 지그시 바라보는 새카만 눈동자 너머로는 아마 그의 말을 곱씹으며 빠르게 저울질을 하고 있을 테지. 그 사실을 숨기려 들지 않는 솔직함이 전부터 참 마음에 들었다. 매끄럽진 않아도 겉과 속이 투명한, 곁에 두기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상관 앞에서 퍽 건방진 태도를 지적하는 대신 네이트는 얌전히 허니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똑똑한 머리는 지금이 "기다려"의 타이밍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소위님은 참...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그럴듯하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 알아줘서 고마워.
- 소위님한테 혼날 때 빼고 소위님이 저한테 이렇게 말 길게 하시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요.
- 그랬나? 내가 무심했군. 미안해.
- 사과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고. 저는요, 제 버릇 남 못줄 거 같아서 얌전하고 조신한 아내 노릇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할 것 같고요, 다른 사람 비위 맞추면서 사는 건 질색이거든요. 그게 제 상관이라도요.
-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나도 밖에서까지 너한테 상관 노릇 할 생각 없어. 그래서, 내 제안에 대한 답은?
- ......... 남편 될 사람이 너무 바쁜 것 같으니, 식은 나중에 올리는 걸로 하죠.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혼쭐
일이 이렇게 되기 전, 그러니까 네이트 픽과 허니 비가 소꿉장난만도 못한 부부놀음을 하기 전부터 그들은 전우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함께했다. 장교와 사병으로 처음 만나서 총구 끝에 목숨이 달랑거리는 사지로 나란히 굴러들어가 나란히 살아돌아온 사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엮이지 않아도 둘은 서로를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이 떠올릴 수록 애틋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종류는 결코 아니겠지만.
알 만한 이들은 알 법한 집안의 성을 달고 태어나 부족함 없는 성장기를 보낸 대신에, 그들은 지지하게 이어져 내려온 부자들의 커리큘럼에 따라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려 이 거대한 부의 카르텔을 확장하는 데 일조할 의무를 짊어졌다. 두 사람 다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받아들이는 데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일찌감치 체념하고서 가정이 생기기 전에 삶이라는 지도에 의미 있는 발자취라도 한 번 남겨보고자 했던 한 명이 있던 반면, 다른 한 명은 구시대적이고 착취적인 썩은내 나는 관습에 불복하며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길었던 머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따뜻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가족들의 걱정 어린 배웅을 받으며 나온 이와, 아침은 커녕 가족들의 비명과 쓰레빠를 피해 도망치듯 나온 이가 만난 지점이 바로 군대라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허니비의 고집이 어디서 왔을까. 그 부모님도 왕년엔 팔다리 휘두르며 바닥 좀 굴러본 인물이었던 것을. 몇 달 동안 칼을 갈며 기다린 비 부부는 허니비가 파병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딸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볶고, 또 볶고, 새까만 재가 될 때까지 볶다보면 저 쇠뿔같은 고집도 결국엔 꺾어질 걸 알았거든. 자기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고. 뭐, 결과만 놓고 보자면 비 부부의 방법이 통하긴 한 것이다. 결국 허니비는 구두에 팔찌에 목걸이에 주렁주렁 세습의 족쇄를 차고 맞선자리에 나가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맞을 지는 몰랐지. 아이씨, 어느집 부모인지는 몰라도 좀 치는데.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린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손님들은 저마다 마주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다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테이블마다 웃음이 걸린 가운데, 하필 정 중앙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기만 썰고 있다. 까만 똑단발의 머리칼을 야무지게 귀 뒤에 꽂은 여자는 못 먹을 거라도 먹는 양 죽상을 쓴 채로, 빡빡머리라 귀 뒤에 꽂을 머리는 없지만 말쑥하게 빼입은 남자는 먹는 둥 마는 둥 앞자리만 힐끗거린다.
- 음식은, 먹을만 해?
- 예.
어렵사리 붙여본 말은 단칼에 목이 잘렸고,
- 곧 중위 다신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고마워.
예의상 전해본 축하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자아가 있다면 아마 숨막히는 어색함을 못견디고 레스토랑 창문을 와장창 깨부수며 목숨을 건 탈주를 시도했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무리 봐도 간질간질한 소개팅을 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네이트와 허니비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로 시작하는 형식적인 자기소개를 주고받기엔 다소 가깝고, 그렇다고 고작 며칠간의 근황을 나누며 하하호호 정겨이 수다를 떨기엔 다소 먼, 애매한 거리를 두고 놓여 있었다. 마치 딱 이 테이블 정도의 그런.
- 상대가 소위님일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 어... 몰랐어...?
- 소위님은 아셨어요?
맞선 당일까지 부모님과 씨름하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급하게 나온 것도 후회스러운데, 안그래도 바쁜 사람 귀한 시간마저 뺏은 것 같아 사과를 건넸더니 정작 받으라는 사과는 안 받고 한다는 소리가
- 난 알고 있었는데.
참으로 깜찍하기 짝이 없어서. 또 한번 얼얼해진 뒤통수는 그렇다 쳐도 허니비는 진심으로 이 사람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허니비가 겪은 네이트 픽은 똑똑하고 영리하긴 해도 이런식으로 사람을 쥐고 놀리는 인간은 아니었는데.
- 제가 나올 걸 알고 계셨다고요?
- 응.
- 알면서 왜 나오셨어요?
-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결혼 상대로.
허, 하고 헛웃음이 샐 정도로 깜찍한 대답에 듣는 이의 어처구니가 빠지든지 말든지 한입 크기로 잘린 고깃조각을 입에 쏙 넣고서 "식겠다. 왜 안 먹어?" 묻는 얼굴이, 그 언젠가 사막에서 피자를 권하던 한 대위와 겹쳐 보였다고 말하면 혼나겠지. 아니, 어쩌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그 비슷한 수준으로 뇌가 퇴화한 걸지도.
- 진심이세요?
- 진심이 아닐건 또 뭐야.
- 소위님 저 싫어하시잖아요.
- 나 너 안 싫어해.
거짓말. 허니비는 속으로 비웃었다. 언제는 좆같은 어리광 좀 그만 부리라면서. 보모노릇하기 지겹다며. 쏘아붙이는 듯한 눈빛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짜증을 누르는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한데.
- 전 자신 없습니다. 소위님같은 사람이랑 살면 숨 막혀서 죽어버릴 거예요.
- 인공호흡 해줄게.
-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 누가 평생 같이 살재?
그럼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목젖까지 치고 나올 뻔한 짜증을 겨우 참느라 와르륵 구겨지는 얼굴을 본 네이트가 조용히 웃다가,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조용히 내려놓은 뒤 물로 입을 헹구었다. 그리고는 차분히 눈을 마주보고 나긋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진정하고, 들어봐.
- 허니, 나는 말이야. 군대에 말뚝 박을 건 아니지만, 생각했던 기간은 다 채우고 전역하고 싶어. 그러고 나면 대학을 마저 졸업하고, 대학원에 갈 거야. 공부를 더 하고 싶거든. 결혼은... 해야겠지. 언젠가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일러. 부모님은 아마 내가 적당한 상대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리를 마련할 텐데... 있잖아, 하나만 물어보자.
- 허니비 너는 지금 당장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가정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고 싶어?
그럴 리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나랑 사랑놀음 하자는 거 아니야. 다만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시간을 좀 벌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 시간?
- 그래. 내가 하고싶은 일을 마칠 시간. 그리고 네가 하고싶은 일을 찾을 시간.
네이트가 말을 맺음과 동시에, 허니비는 코웃음을 치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나름의 예의를 차린답시고 얌전히 땅에 붙이고 있던 다리를 꼬고서, 시선을 고정한 채 반반한 낯을 지그시 바라보는 새카만 눈동자 너머로는 아마 그의 말을 곱씹으며 빠르게 저울질을 하고 있을 테지. 그 사실을 숨기려 들지 않는 솔직함이 전부터 참 마음에 들었다. 매끄럽진 않아도 겉과 속이 투명한, 곁에 두기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상관 앞에서 퍽 건방진 태도를 지적하는 대신 네이트는 얌전히 허니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똑똑한 머리는 지금이 "기다려"의 타이밍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소위님은 참...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그럴듯하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 알아줘서 고마워.
- 소위님한테 혼날 때 빼고 소위님이 저한테 이렇게 말 길게 하시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요.
- 그랬나? 내가 무심했군. 미안해.
- 사과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고. 저는요, 제 버릇 남 못줄 거 같아서 얌전하고 조신한 아내 노릇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할 것 같고요, 다른 사람 비위 맞추면서 사는 건 질색이거든요. 그게 제 상관이라도요.
-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나도 밖에서까지 너한테 상관 노릇 할 생각 없어. 그래서, 내 제안에 대한 답은?
- ......... 남편 될 사람이 너무 바쁜 것 같으니, 식은 나중에 올리는 걸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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