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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8:01
퇴치
전쟁이 끝났다. 흔히들 상상하듯,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고 환희에 찬 절규를 터뜨리는 그런 종류의 엔딩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같은 이라크 땅에 있었으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독재자의 죽음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죽었대?" "죽었대!" "드디어 끝난 거야?" "뭐야, 끝난 거야?" 단순한 감탄사나 문장부호 하나로 큰 차이를 보이는 반응 속에서 누군가는 과하게 들떴고 누군가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산 사람의 생을 끊은 죄에 대한 책임은 그 명분을 내세운 국가의 몫이 마땅했으나, 전쟁이 끝난 지금 그 모든 상흔을 떠안는 건 총과 포를 쏜 개인이었다.
- 레이. 여기서 뭐 하냐?
- 저리 가라, 허니비. 청승떨고 있는 거 안 보이냐.
- 뭐야, 드디어 브랫한테 차인 거야?
- 너 내가 매일 호모 드립 친다고 진짜 게이인 줄 알지?
- 아니었어?
- 허니비, 넌 돌아가면 뭐 할꺼야?
- 글쎄...
- 너 엘티랑 뽀뽀했다며?
- ...... 누가 그래.
- 큐팁이 봤다던데? 걱정 마, 소문 안냈어.
- 어쩐지, 그새끼 요즘 이상하더라. 난 걔가 나 좋아하는 줄 알았어.
허니비의 말에 레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미친놈. 공주병도 그 정도면 중증이다." 라고 받아쳤다. 허니비도 레이와 함께 키득거리다 레이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하고 앙증맞은 귀에다 진짜 비밀얘기를 속닥거렸다.
- 뭐어어어?!?!?! 야, 허니비 너 그거 망상증이야!! 정신의학적 질병이라구!!!
- 입 다물어, 미친 놈아...! 대대 전체에 떠들 생각이냐?
- 미친... 언제 했는데?
- 파병 끝나고.
- 뭐?? 야, 너랑 나랑 그 사이에 술을 몇 번이나 마셨는데 그동안 입도 벙끗 안 하다가 지금 말해주냐?
- 미안.
- 허니비 넌 진짜... 난 놈이다, 난 놈이야. 다른사람도 아니고 엘티를 꼬시냐?
- 내가 꼬셨냐? 엘티가 날 꼬셨다니까??
- 허니, 여기 있었네. 레이도.
- 저리 가요, 네잇. 청승떨고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네이트는 허니의 말에 작게 웃고는 레이의 옆에 털썩 앉았다. 레이는 자신의 양 옆에 앉은 두 부부를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폭 쉬었다. 그러더니 네이트의 옷깃을 쥐고 눈을 꼭 감으며 눈물을 짜는 시늉을 했다.
- 엘티, 너무 섭섭합니다. 허니비랑 결혼했다면서요? 심지어 이라크에 오기도 전에. 이 레이레이와의 추억은 그저 하룻밤의 불장난이었나요?
- 레이, 다이어트 약은 이제 좀 줄이도록 해. 걱정된다.
- 레이레이는 파병이 끝나면 엘티한테 푸로포즈 하려 했단 말이에요!!
- 레이, 베이비, 너는 사랑스러운 놈이니까 엘티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래, 이참에 너의 그 어도러블함을 내세워서 게이 스트립 바 같은 걸 차려보는 건 어때?
- 안 돼, 허니비. 그랬다간 거길 찾아온 게이들이 스트리퍼들은 뒷전이고 다 이 레이레이 엉덩이만 쫓아다닐 거라구. 아무도 우리 가게에서 일하려 하지 않을 거야.
- 그럼 스트리퍼로 릴리나 가르자를 고용해. 가르자는 이라크에서도 먹히는 외모였잖아.
- 그거 좋다!! 허니비 너는 천재야!! 이 똑똑베이비!!!
레이는 언제 우는 소리를 했냐는 듯 신이 나서 허니비를 얼싸안았다. 그런 둘 옆에 앉은 네이트는 그저 이 두 친구가 나누는 대화의 흐름을 참...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레이가 저 멀리 걸어가는 브랫을 그 큰 눈으로 용케도 알아보고 폴짝 뛰어 달려가자, 네잇이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 레이한테는 언제 말한 거야?
- 반은 알고 있던데요? 우리 뽀뽀하던 거 다 들켰습니다.
- 그래? 차라리 잘 됐네. 전쟁도 끝났고.
- 어떡합니까, 네잇. 이제 무르자고 해도 못 물러요.
- 내가 왜? 나 전역하면 백수야. 너한테 어떻게든 매달려서 같이 살아야 돼.
- 가장의 어깨가 무겁네요...
네이트는 푸스스 미소 지으면서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 허니비의 손을 잡았다. 그 기다란 손에 잡혀주며 허니비가 조심스레 물었다.
- ...... 네잇, 그때 왜 저랑 결혼하려 했어요?
- 원망하는 거야?
- 그건 아니고, 궁금해서요. 저는 몰랐다지만 네잇은 알았다면서요. 저보다 더 잘나고 멋진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왜 저였어요?
- 그 가운데 네 이름이 보였으니까. 그게 다야.
- 후회 안 하시겠어요?
- 난 너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없어. 오히려 그렇게라도 너랑 결혼했던 걸 다행이라 생각해.
- 다행이라고요? 네잇과 저의 관계가 그딴 거래로 시작된 게?
- 다행이 아닐 건 뭐야? 그래서 너와 만나게 됐고, 알게 됐고, 좋아하게 됐잖아.
- 그러면요, 네잇. 그게 아니라면, 그런 거짓말같은 결혼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날 좋아하긴 했을까요?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랑 결혼이랑 무슨 상관인데?
- 다임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이유로 부부가 되고, 부부라고 생각하니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그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 허니.
-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 허니, 나는... 나는 말이야. 네가 말한 "그딴" 식의 시작같은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너와의 관계에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치졸하고 비겁하게라도, 그 아무것도 아닌 법적인 관계를 들이밀어서라도 너를 지킬 수 있어서, 널 이렇게 내 옆에 둘 수 있어서 얼마나...
-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넌 모르지.
초록의 눈은 마음의 거울처럼, 어느새 붉어진 눈시울에 잔잔히 고인 눈물이 그 어느때보다도 선명한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그동안 그가 이 관계의 실 위를 걸으며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한 길 알 수도 없고 바람만 불어도 변하는 사람의 마음에만 기대어 제 자리를 지켜야 했던 이의 불안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 ... 미안해요, 네잇... 무서워서 그랬어요. 당신이 혹시 여기 이 사막을 벗어나 일상의 평범함 속에 섞이게 되면 나를 후회하지 않을까, 그 선택을 돌이키고 싶지 않을까...
- 그럴 일 없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 나 진짜 네잇을 골 때리게 좋아하나 봐요.
네이트는 제 어깨에 기대어 어지러운 마음을 고백하는 허니비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귓가에 조용히 이야기했다.
- 네가 불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왜인지 알려줄까?
- 왜요...?
- 나는 내 손에 들어온 건 놓치지 않거든.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네이트의 말을 듣은 허니비의 볼에 살풋 웃음이 일었다. 미들스쿨 2학년 짜리가 할 법한 겉멋 가득한 말에, 정말로 마음 속 어렴풋한 불안이 지워지려는 게 골 때리게 좋아서.
- 너 큰일 났어. 네가 아무리 놓아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려도 절대 못 가.
- 네잇, 모르시나 본데, 저도 한 고집합니다.
- 천생연분이네. 이런데 뭘 걱정하는 거야?
- 비, 픽 중위?
정말 아주 아주 잠시 둘만의 세계에 빠진 사이, 어느새 다가왔는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맥그로우 대위가 똥 마려운 고양이같은 얼굴을 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잡았던 손과 안았던 팔을 풀고 맥그로우 앞에 섰다.
- 무슨 일이십니까, sir?
- 그게 말이야... 아무리 사적인 일이라지만, 국가의 영웅이라는 자들이 이런 부정을 저지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네.
- 예?
- 아......
이게 무슨 개소리냐는 허니비와는 달리 네이트는 알 만하다는 얼굴로 탄식을 내뱉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들 지긋지긋하게. 혼인 증명서 같은 서류라도 뽑아서 이마에 붙이고 다녀야 하나?
- 비, 너는 육군 장교랑 결혼했잖아. 근데 왜 남편을 두고...
- 아아, 그거 구라였습니다.
- 뭐?
- 대위님이 하도 질척대시길래 결혼했다고 밝혔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 육군 장교가 튀어나와서... 뭐, 그쪽 말대로라면 다임이랑 결혼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 하지만, 일단 저는 허니 비-픽이고, 제 남편은 여기 네이트 픽 중위입니다.
- 못 믿으시겠다면 대대에 확인해 보세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데이브.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문은 이제 그만 얘기하시겠어요?
맥그로우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네이트가 말한 "소문"에 관련해서는 왜인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해명하려 했지만, 네이트가 허니비를 데리고 돌아서는 것이 더 빨랐다.
- ... 이렇게 셀프로 꺼져도 되는 겁니까? 네잇은 같은 장교지만 저는 까라면 까야 되는 입장인데요...
- 그럼, 뭐. 맥그로우 앞에서 찐하게 키스라도 해 줄까?
- 네잇 원래 이렇게 마초같은 스타일이었어요?
- 싫어?
- 아뇨... 오히려 좋아.
- 응? 뭐라고?
- 아닙니다.
- 파병 끝나면 전역하실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 응. 소문 빠르네.
- 전역하면 뭐 하실 겁니까?
- 일단은... 신혼을 좀 즐겨야지.
- 허니비랑요?
- 브랫은 또 어디서 들은 거야?
- 듣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보면 알겠던데요. 저 말고도 아는 사람이 꽤 되나 봅니다?
- 비밀연애 쉽지 않네.
-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십니까?
- 했어, 이미.
- 예?
- 결혼 했다고. 지금은 연애중이야.
브랫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목소리를 깔며 "중위님." 하고 네이트를 불렀다.
- 식사는 제때 하십니까? 마지막 수면은 언제였죠?
- 나 제정신이야, 브랫. 그보다 언제 알았어?
- 지난 파병에서, 중위님이랑 꿀벌 놈이랑 뒤지게 싸울 때부터요.
- ...... 브랫. 진지하게 돗자리 깔아봐.
브랫의 저 말이 실없는 농담인지 진짜 무언가 느낀 게 있어서 한 말인지는 브랫 자신만 알 터였지만, 네이트는 험비로 돌아가며 양 팔을 한번 훑어내렸다.
- 네잇, 우리 말이에요. 돌아가면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죠?
- 당연하지. 침실이랑, 욕실도 같이 쓸 거야.
- 소파도 바꿔요. 지금 있는 건 둘이서 눕기에는 좁을 것 같아.
- 좁은 것도 나쁘지 않지만... 좋아. 또 뭐가 있을까...
네이트와 허니비는 늘 그렇듯 4호차 짐칸에 붙어앉아 발로 이리저리 장난을 치며 결혼을 앞둔 커플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큐팁의 키스 현장 목격사건 이후, 엘티 보이즈의 짐칸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진 탓에 둘만 있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전쟁이 정말 끝물에 들어설수록 모두 각자의 머릿속에 출몰하는 적과 싸우며 예민해진 가운데, 두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두개골 안쪽이 소란스러워질 때면 나란히 앉아서 소소한 계획을 나누며 들쑥날쑥한 감정을 잠재우곤 했다. 뭐,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조금 더 나가기도 했고. 목 위의 사정과는 별개로 그 아래로는 몸이 동동 달아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한층 가라앉았던, 특히나 레이 퍼슨이라는 세계 제일 가는 인간 라디오의 가동이 중지되어 모두들 알게 모르게 귓구멍이 섭섭한 상태였던 브라보 소대의 분위기는, 적어도 하룻밤 동안은 눈에 띄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돈벌이에 빠삭한 한 이라크인이 은밀하게 들이민 술 때문이었다. 수련회 날 음료수 병에 담아온 술을 몰래 마시는 학생들마냥 소대원들은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알코올에 뇌를 절일 수 있을까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그 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픽 중위가 알면서도 눈을 감아줌으로써 쓸모 없게 되었지만.
변명을 하자면, 허니비는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세상 어느 것에도 질 것 같지 않던 허니비가 유일하게 백전백패를 한 대상이 있다면 바로 알코올이라는 조잡하고 간단한 화학식이었다. 대충 자리만 채우며 주정뱅이들의 주정을 감상하던 와중, 비록 대다수는 이라키 보드카 따위로 취할 위인들이 아니었기에 맨정신에서 나온 개짓거리였지만, 옆에서 샤핀이 건넨 물이 유달리 쓴 것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허니비는 뒤로 넘어갔다. 놀란 샤핀을 뒤로 하고 허니비의 양 팔을 질질 끌고 데려온 건 역시 의리의 엘티 보이즈, 큐팁과 크리스테슨이었다.
- ...... 그래서. 고작 한 모금에 이렇게 된 거라고? 허니비가?
네이트는 자꾸 바닥으로 내려앉으려는 허리를 고쳐안으면서 물었다. 앞에서 사고친 강아지같은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는 큐팁과 자기 누나가 사실 누나가 아닌 아빠의 애인이었다는 개족보에 놀란 테슨은 둘째 치고, 여태 술이라면 지지 않았던 저를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무너뜨린 장모님의 딸이 사실은 알코올 쓰레기만도 못한 주량을 지녔다는 것에 더 놀란 네이트였다. 허니비는 뭣도 모르는지 아는지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네이트의 목에 매달려서 활짝, 아주 화아아알짝 웃고 있었다.
- 허니, 허니. 정신 좀 차려 봐. 물 마실래?
- 물... 물만두......
- 물만두 아니고 네 남편이야...
네이트는 평소보다 두 배는 무거운 몸뚱이를 허리에 매단 채로 평소보다 두 배는 힘겹게 판 참호 안에 허니비를 눕혔다. 속 괜찮냐, 물 필요하냐는 질문에다 대고 저따위 대답이나 하는 통에 나중에는 구두상의 대화를 포기하고 바디 필로우마냥 조용히 붙잡혀 누워있었다. 한 손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봉투를 꼭 쥔 채.
그러나 평소에는 가만히 잘만 자던 허니비가 술 때문인지 그날 따라 이리저리 뒤척이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엄한 곳을 계속해서 자극당한 네이트는 몇 번 정도 허니비의 팔을 내리고 다리를 내리다가 다 포기하고서 악몽같은 장교 훈련 때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중간에 딱 한 번,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변을 휘휘 둘러보긴 했다. 그 사태의 주범이 어느 쪽일 지는 모르겠지만. 딱다구리가 딱딱 쪼아대는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새벽녘에 눈을 뜬 허니비의 앞에는 등을 돌린 채 잔뜩 몸을 웅크린 제 상관이 인내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으으, 아픈 신음을 뱉으며 돌아누운 몸 앞으로 두른 손에 닿아온 형체를 느끼고는 흠칫 놀란 것도 잠시,
- Fuck...
네이트가 돌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저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 네잇, 저 그날 실수한 거 있어요?
- 응? 아니야. 얌전히 잘 잤어. 걱정 마.
- 아니 근데 왜 자꾸...
- 허니, 장교들 회의한다네. 가 봐야겠다. 미안.
이후 어쩐지 저를 피하는 듯한 네이트의 행동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넘어간 것도 하루 이틀, 레이나 큐팁, 거니를 붙잡고 그날의 추태를 캐물어 봐도 다들 같은 소리만 할 뿐이라 허니비는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제가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평소의 다정함은 그대로인데. 안아주는 것도, 키스도 다 받아주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자꾸 날 피하는 듯한 묘한 위화감이......
각자 다른 이유로 속이 까끌대는 두 부부를 싣고 브라보 중대 험비는 마틸다로 돌아갔다.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열매
전쟁이 끝났다. 흔히들 상상하듯,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고 환희에 찬 절규를 터뜨리는 그런 종류의 엔딩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같은 이라크 땅에 있었으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독재자의 죽음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죽었대?" "죽었대!" "드디어 끝난 거야?" "뭐야, 끝난 거야?" 단순한 감탄사나 문장부호 하나로 큰 차이를 보이는 반응 속에서 누군가는 과하게 들떴고 누군가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산 사람의 생을 끊은 죄에 대한 책임은 그 명분을 내세운 국가의 몫이 마땅했으나, 전쟁이 끝난 지금 그 모든 상흔을 떠안는 건 총과 포를 쏜 개인이었다.
- 레이. 여기서 뭐 하냐?
- 저리 가라, 허니비. 청승떨고 있는 거 안 보이냐.
- 뭐야, 드디어 브랫한테 차인 거야?
- 너 내가 매일 호모 드립 친다고 진짜 게이인 줄 알지?
- 아니었어?
- 허니비, 넌 돌아가면 뭐 할꺼야?
- 글쎄...
- 너 엘티랑 뽀뽀했다며?
- ...... 누가 그래.
- 큐팁이 봤다던데? 걱정 마, 소문 안냈어.
- 어쩐지, 그새끼 요즘 이상하더라. 난 걔가 나 좋아하는 줄 알았어.
허니비의 말에 레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미친놈. 공주병도 그 정도면 중증이다." 라고 받아쳤다. 허니비도 레이와 함께 키득거리다 레이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하고 앙증맞은 귀에다 진짜 비밀얘기를 속닥거렸다.
- 뭐어어어?!?!?! 야, 허니비 너 그거 망상증이야!! 정신의학적 질병이라구!!!
- 입 다물어, 미친 놈아...! 대대 전체에 떠들 생각이냐?
- 미친... 언제 했는데?
- 파병 끝나고.
- 뭐?? 야, 너랑 나랑 그 사이에 술을 몇 번이나 마셨는데 그동안 입도 벙끗 안 하다가 지금 말해주냐?
- 미안.
- 허니비 넌 진짜... 난 놈이다, 난 놈이야. 다른사람도 아니고 엘티를 꼬시냐?
- 내가 꼬셨냐? 엘티가 날 꼬셨다니까??
- 허니, 여기 있었네. 레이도.
- 저리 가요, 네잇. 청승떨고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네이트는 허니의 말에 작게 웃고는 레이의 옆에 털썩 앉았다. 레이는 자신의 양 옆에 앉은 두 부부를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폭 쉬었다. 그러더니 네이트의 옷깃을 쥐고 눈을 꼭 감으며 눈물을 짜는 시늉을 했다.
- 엘티, 너무 섭섭합니다. 허니비랑 결혼했다면서요? 심지어 이라크에 오기도 전에. 이 레이레이와의 추억은 그저 하룻밤의 불장난이었나요?
- 레이, 다이어트 약은 이제 좀 줄이도록 해. 걱정된다.
- 레이레이는 파병이 끝나면 엘티한테 푸로포즈 하려 했단 말이에요!!
- 레이, 베이비, 너는 사랑스러운 놈이니까 엘티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래, 이참에 너의 그 어도러블함을 내세워서 게이 스트립 바 같은 걸 차려보는 건 어때?
- 안 돼, 허니비. 그랬다간 거길 찾아온 게이들이 스트리퍼들은 뒷전이고 다 이 레이레이 엉덩이만 쫓아다닐 거라구. 아무도 우리 가게에서 일하려 하지 않을 거야.
- 그럼 스트리퍼로 릴리나 가르자를 고용해. 가르자는 이라크에서도 먹히는 외모였잖아.
- 그거 좋다!! 허니비 너는 천재야!! 이 똑똑베이비!!!
레이는 언제 우는 소리를 했냐는 듯 신이 나서 허니비를 얼싸안았다. 그런 둘 옆에 앉은 네이트는 그저 이 두 친구가 나누는 대화의 흐름을 참...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레이가 저 멀리 걸어가는 브랫을 그 큰 눈으로 용케도 알아보고 폴짝 뛰어 달려가자, 네잇이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 레이한테는 언제 말한 거야?
- 반은 알고 있던데요? 우리 뽀뽀하던 거 다 들켰습니다.
- 그래? 차라리 잘 됐네. 전쟁도 끝났고.
- 어떡합니까, 네잇. 이제 무르자고 해도 못 물러요.
- 내가 왜? 나 전역하면 백수야. 너한테 어떻게든 매달려서 같이 살아야 돼.
- 가장의 어깨가 무겁네요...
네이트는 푸스스 미소 지으면서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 허니비의 손을 잡았다. 그 기다란 손에 잡혀주며 허니비가 조심스레 물었다.
- ...... 네잇, 그때 왜 저랑 결혼하려 했어요?
- 원망하는 거야?
- 그건 아니고, 궁금해서요. 저는 몰랐다지만 네잇은 알았다면서요. 저보다 더 잘나고 멋진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왜 저였어요?
- 그 가운데 네 이름이 보였으니까. 그게 다야.
- 후회 안 하시겠어요?
- 난 너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없어. 오히려 그렇게라도 너랑 결혼했던 걸 다행이라 생각해.
- 다행이라고요? 네잇과 저의 관계가 그딴 거래로 시작된 게?
- 다행이 아닐 건 뭐야? 그래서 너와 만나게 됐고, 알게 됐고, 좋아하게 됐잖아.
- 그러면요, 네잇. 그게 아니라면, 그런 거짓말같은 결혼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날 좋아하긴 했을까요?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랑 결혼이랑 무슨 상관인데?
- 다임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이유로 부부가 되고, 부부라고 생각하니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그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 허니.
-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 허니, 나는... 나는 말이야. 네가 말한 "그딴" 식의 시작같은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너와의 관계에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치졸하고 비겁하게라도, 그 아무것도 아닌 법적인 관계를 들이밀어서라도 너를 지킬 수 있어서, 널 이렇게 내 옆에 둘 수 있어서 얼마나...
-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넌 모르지.
초록의 눈은 마음의 거울처럼, 어느새 붉어진 눈시울에 잔잔히 고인 눈물이 그 어느때보다도 선명한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그동안 그가 이 관계의 실 위를 걸으며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한 길 알 수도 없고 바람만 불어도 변하는 사람의 마음에만 기대어 제 자리를 지켜야 했던 이의 불안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 ... 미안해요, 네잇... 무서워서 그랬어요. 당신이 혹시 여기 이 사막을 벗어나 일상의 평범함 속에 섞이게 되면 나를 후회하지 않을까, 그 선택을 돌이키고 싶지 않을까...
- 그럴 일 없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 나 진짜 네잇을 골 때리게 좋아하나 봐요.
네이트는 제 어깨에 기대어 어지러운 마음을 고백하는 허니비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귓가에 조용히 이야기했다.
- 네가 불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왜인지 알려줄까?
- 왜요...?
- 나는 내 손에 들어온 건 놓치지 않거든.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네이트의 말을 듣은 허니비의 볼에 살풋 웃음이 일었다. 미들스쿨 2학년 짜리가 할 법한 겉멋 가득한 말에, 정말로 마음 속 어렴풋한 불안이 지워지려는 게 골 때리게 좋아서.
- 너 큰일 났어. 네가 아무리 놓아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려도 절대 못 가.
- 네잇, 모르시나 본데, 저도 한 고집합니다.
- 천생연분이네. 이런데 뭘 걱정하는 거야?
- 비, 픽 중위?
정말 아주 아주 잠시 둘만의 세계에 빠진 사이, 어느새 다가왔는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맥그로우 대위가 똥 마려운 고양이같은 얼굴을 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잡았던 손과 안았던 팔을 풀고 맥그로우 앞에 섰다.
- 무슨 일이십니까, sir?
- 그게 말이야... 아무리 사적인 일이라지만, 국가의 영웅이라는 자들이 이런 부정을 저지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네.
- 예?
- 아......
이게 무슨 개소리냐는 허니비와는 달리 네이트는 알 만하다는 얼굴로 탄식을 내뱉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들 지긋지긋하게. 혼인 증명서 같은 서류라도 뽑아서 이마에 붙이고 다녀야 하나?
- 비, 너는 육군 장교랑 결혼했잖아. 근데 왜 남편을 두고...
- 아아, 그거 구라였습니다.
- 뭐?
- 대위님이 하도 질척대시길래 결혼했다고 밝혔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 육군 장교가 튀어나와서... 뭐, 그쪽 말대로라면 다임이랑 결혼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 하지만, 일단 저는 허니 비-픽이고, 제 남편은 여기 네이트 픽 중위입니다.
- 못 믿으시겠다면 대대에 확인해 보세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데이브.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문은 이제 그만 얘기하시겠어요?
맥그로우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네이트가 말한 "소문"에 관련해서는 왜인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해명하려 했지만, 네이트가 허니비를 데리고 돌아서는 것이 더 빨랐다.
- ... 이렇게 셀프로 꺼져도 되는 겁니까? 네잇은 같은 장교지만 저는 까라면 까야 되는 입장인데요...
- 그럼, 뭐. 맥그로우 앞에서 찐하게 키스라도 해 줄까?
- 네잇 원래 이렇게 마초같은 스타일이었어요?
- 싫어?
- 아뇨... 오히려 좋아.
- 응? 뭐라고?
- 아닙니다.
- 파병 끝나면 전역하실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 응. 소문 빠르네.
- 전역하면 뭐 하실 겁니까?
- 일단은... 신혼을 좀 즐겨야지.
- 허니비랑요?
- 브랫은 또 어디서 들은 거야?
- 듣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보면 알겠던데요. 저 말고도 아는 사람이 꽤 되나 봅니다?
- 비밀연애 쉽지 않네.
-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십니까?
- 했어, 이미.
- 예?
- 결혼 했다고. 지금은 연애중이야.
브랫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목소리를 깔며 "중위님." 하고 네이트를 불렀다.
- 식사는 제때 하십니까? 마지막 수면은 언제였죠?
- 나 제정신이야, 브랫. 그보다 언제 알았어?
- 지난 파병에서, 중위님이랑 꿀벌 놈이랑 뒤지게 싸울 때부터요.
- ...... 브랫. 진지하게 돗자리 깔아봐.
브랫의 저 말이 실없는 농담인지 진짜 무언가 느낀 게 있어서 한 말인지는 브랫 자신만 알 터였지만, 네이트는 험비로 돌아가며 양 팔을 한번 훑어내렸다.
- 네잇, 우리 말이에요. 돌아가면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죠?
- 당연하지. 침실이랑, 욕실도 같이 쓸 거야.
- 소파도 바꿔요. 지금 있는 건 둘이서 눕기에는 좁을 것 같아.
- 좁은 것도 나쁘지 않지만... 좋아. 또 뭐가 있을까...
네이트와 허니비는 늘 그렇듯 4호차 짐칸에 붙어앉아 발로 이리저리 장난을 치며 결혼을 앞둔 커플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큐팁의 키스 현장 목격사건 이후, 엘티 보이즈의 짐칸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진 탓에 둘만 있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전쟁이 정말 끝물에 들어설수록 모두 각자의 머릿속에 출몰하는 적과 싸우며 예민해진 가운데, 두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두개골 안쪽이 소란스러워질 때면 나란히 앉아서 소소한 계획을 나누며 들쑥날쑥한 감정을 잠재우곤 했다. 뭐,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조금 더 나가기도 했고. 목 위의 사정과는 별개로 그 아래로는 몸이 동동 달아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한층 가라앉았던, 특히나 레이 퍼슨이라는 세계 제일 가는 인간 라디오의 가동이 중지되어 모두들 알게 모르게 귓구멍이 섭섭한 상태였던 브라보 소대의 분위기는, 적어도 하룻밤 동안은 눈에 띄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돈벌이에 빠삭한 한 이라크인이 은밀하게 들이민 술 때문이었다. 수련회 날 음료수 병에 담아온 술을 몰래 마시는 학생들마냥 소대원들은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알코올에 뇌를 절일 수 있을까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그 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픽 중위가 알면서도 눈을 감아줌으로써 쓸모 없게 되었지만.
변명을 하자면, 허니비는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세상 어느 것에도 질 것 같지 않던 허니비가 유일하게 백전백패를 한 대상이 있다면 바로 알코올이라는 조잡하고 간단한 화학식이었다. 대충 자리만 채우며 주정뱅이들의 주정을 감상하던 와중, 비록 대다수는 이라키 보드카 따위로 취할 위인들이 아니었기에 맨정신에서 나온 개짓거리였지만, 옆에서 샤핀이 건넨 물이 유달리 쓴 것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허니비는 뒤로 넘어갔다. 놀란 샤핀을 뒤로 하고 허니비의 양 팔을 질질 끌고 데려온 건 역시 의리의 엘티 보이즈, 큐팁과 크리스테슨이었다.
- ...... 그래서. 고작 한 모금에 이렇게 된 거라고? 허니비가?
네이트는 자꾸 바닥으로 내려앉으려는 허리를 고쳐안으면서 물었다. 앞에서 사고친 강아지같은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는 큐팁과 자기 누나가 사실 누나가 아닌 아빠의 애인이었다는 개족보에 놀란 테슨은 둘째 치고, 여태 술이라면 지지 않았던 저를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무너뜨린 장모님의 딸이 사실은 알코올 쓰레기만도 못한 주량을 지녔다는 것에 더 놀란 네이트였다. 허니비는 뭣도 모르는지 아는지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네이트의 목에 매달려서 활짝, 아주 화아아알짝 웃고 있었다.
- 허니, 허니. 정신 좀 차려 봐. 물 마실래?
- 물... 물만두......
- 물만두 아니고 네 남편이야...
네이트는 평소보다 두 배는 무거운 몸뚱이를 허리에 매단 채로 평소보다 두 배는 힘겹게 판 참호 안에 허니비를 눕혔다. 속 괜찮냐, 물 필요하냐는 질문에다 대고 저따위 대답이나 하는 통에 나중에는 구두상의 대화를 포기하고 바디 필로우마냥 조용히 붙잡혀 누워있었다. 한 손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봉투를 꼭 쥔 채.
그러나 평소에는 가만히 잘만 자던 허니비가 술 때문인지 그날 따라 이리저리 뒤척이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엄한 곳을 계속해서 자극당한 네이트는 몇 번 정도 허니비의 팔을 내리고 다리를 내리다가 다 포기하고서 악몽같은 장교 훈련 때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중간에 딱 한 번,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변을 휘휘 둘러보긴 했다. 그 사태의 주범이 어느 쪽일 지는 모르겠지만. 딱다구리가 딱딱 쪼아대는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새벽녘에 눈을 뜬 허니비의 앞에는 등을 돌린 채 잔뜩 몸을 웅크린 제 상관이 인내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으으, 아픈 신음을 뱉으며 돌아누운 몸 앞으로 두른 손에 닿아온 형체를 느끼고는 흠칫 놀란 것도 잠시,
- Fuck...
네이트가 돌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저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 네잇, 저 그날 실수한 거 있어요?
- 응? 아니야. 얌전히 잘 잤어. 걱정 마.
- 아니 근데 왜 자꾸...
- 허니, 장교들 회의한다네. 가 봐야겠다. 미안.
이후 어쩐지 저를 피하는 듯한 네이트의 행동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넘어간 것도 하루 이틀, 레이나 큐팁, 거니를 붙잡고 그날의 추태를 캐물어 봐도 다들 같은 소리만 할 뿐이라 허니비는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제가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평소의 다정함은 그대로인데. 안아주는 것도, 키스도 다 받아주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자꾸 날 피하는 듯한 묘한 위화감이......
각자 다른 이유로 속이 까끌대는 두 부부를 싣고 브라보 중대 험비는 마틸다로 돌아갔다.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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