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10433589
view 6405
2024.11.05 18:56
철렁












재생다운로드



네이트 픽은 육군 기지 쪽으로 걸어갔다. 한 손에는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 들린 채로. 잘 빠진 데저트 군복과 적어도 세 명 분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법한 튼튼한 탱크를 지나, 그는 어느새 꽤 익숙한 얼굴의 사병에게 익숙한 이름을 대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 선물 드리려 왔습니다.

- ... 방석?

- 네. 제 와이프와 부하들이 신세를 좀 졌다길래.

- 더 큰 신세를 진 쪽은 저희인데, 뭘 이렇게까지.

- 더이상 다임이 허니를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요.

- 전에는 허니가 절 찾아온 겁니다만.

- 압니다. 다음부터는 허니가 와도 거절해주셨으면 합니다.

- 내가 왜 그래야 하죠?

- 이런 일로 오랜 친구와 얼굴 붉힐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어디까지나 부탁이긴 하지만요.

- 왜인지 제가 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 우리가 내기나 싸움을 한 적이 있나요? 있다 해도 그건 다른 이유여야죠.

- 돌아가면 식사라도 대접할까 했는데.

- 대접 받을만한 일을 한 적도 없고, 반대로 대접할 만한 은혜를 입은 적도 없습니다.

- "남편" 의견이 그러하다면... 알겠습니다.

- 하나 덧붙이자면, 허니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쓸 데 없는 마음을 갖지 않았다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겁니다.

- ...... 정말 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군요. 당신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고, 제가 얘기했던가요?

- 어쩌죠, 저는 임자가 있는데.



답지 않은 네이트의 익살에 다임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 기꺼운 손짓으로 그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네이트는 다임을 그리 싫어하지 않았다. 다임의 부대와 함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그를 만나러 간 것도 네이트였다. 또한 다소 오묘해진 지금의 관계에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를 탓할 마음도 없었다. 네이트는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선을 그었을 뿐이고, 나아가 더 이상은 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다임의 안위를 빌어주며 문을 나서려던 때, 다임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재생다운로드

- 돌아가면, 술이라도 한 잔 합시다. 둘이서요.



네이트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짧은 인사만 전하고 막사를 나왔다.



그럼에도 마냥 후련하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험비로 돌아가니, 남의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모르게 잠들어서 쌕쌕대기나 하는 주둥이가 아주 아주 조금 얄미워 그 위에다 입술이나 한 번 찍고 말았다. 자면서 눈썹을 찡그리는 저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고민하면서.



요 근래 네이트는 부쩍 바빴다. 아니, 원래도 윗놈들한테 갈굼당하랴 아랫놈들 다독이랴 충분히 바빴으나 그 사이사이에 군일이 많아진 탓이다. 작전을 짜고 회의를 하면서도 틈틈이 보고 싶던 얼굴을 보고, 안고 싶던 몸을 끌어안고, 서로의 입술을 물고 빠느라 안그래도 부족한 시간이 더욱 아쉬워졌다. 그래서 네이트는 경계 근무 파트너를 모두 허니비로 정해놓았다. 물론 가끔씩은 거니와 서야 할 때도 있었지만. 둘의 사이를 의심 받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잠시,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였던 그는 뭐 어쩌라고,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방이 뚫린 사막 한복판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야간 투시경 내려, 망원경 올리지 말고 야투경 내려, 야투경 올리지 말고 망원경 내리지 말고 야투경 올려 뿐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밤 하늘이 참 예뻐 보일때, 옆에 있는 팔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콕 가리켜 같이 입을 벌리고 별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 앗...

- 미안... 아파?

- 응... 거기...

- 여기...?



투박한 손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 네이트는 허니비가 말한 곳을 살살 풀어냈다. 엉킨 머리카락이 걸려 당겨지는 탓에 허니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약한 신음이 나와, 덩달아 네이트의 얼굴도 찡그려졌다. 요즘 네이트는 머리를 묶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계기는 이러했다.





재생다운로드

- 브롸, 머리 많이 길었네.



오랜만에 개최된 루디의 NJ 모임에서 릴리가 허니비의 머리를 곱게 땋아주고 있는 모습이 네이트의 시야에 들어왔다. 릴리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빗으면서 위에서부터 마치 겨××국 엘×처럼 한올 한올 정성들여 땋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잔머리도 세심하게 빼 주면서. 그 손길이 너무 익숙해 보이는 탓에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다가가게 된 네이트였다.





재생다운로드

- 제 와이프는 머리 만지는 거 싫어해요.

- 내 와이프도. 우리 귀여운 허니는 좋아하나 보네. 미래의 남편이 머리 묶는 연습 좀 해야겠는걸?

- 머리를 만지면 왜 잠이 올까...

- 나도!! 레이레이도 해볼래!! 내 미래의 와이프를 위해서!!!



그 말에 허니비는 졸음에 차서 꿈뻑거리던 눈을 치켜뜨고 양쪽 중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가서 너네 이메다 짜리 분대장 머리나 묶어주라면서. 다들 그 말에 겨××국 안×처럼 양갈래 머리를 한 브랫을 상상하면서 저마다 호모– 에로틱한 말을 지껄이며 낄낄대다, 다가온 네이트를 보고 인사를 했다. 프루티 바리스타가 프루티한 미소를 지으며 권해오는 프루티한 커피를 네이트는 이번엔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보자마자 입꼬리를 당기며 웃는 허니비가 빌어먹게 예뻐 보여서 누가 보든 말든 키스를 퍼붓고 싶은 걸 커피 한 모금으로 겨우 참아야 했으니까. 바로 옆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눈빛을 보면서도 그저 '둘이 친해졌나 보네. 다행이다, 브롸.' 라고 생각하며 고무줄이나 찾고 앉은 사랑둥이 꽃돼지 릴리였다.



허니비가 네이트와 한 방(?)을 쓰게 된 이후 두 사람의 비밀 데이트 장소는 대부분 험비 뒷칸이었다. 전쟁이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짐이 줄어든 덕에 성인 두 명 정도는 다리만 좀 구기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평소에는 짐을 운전석 쪽으로 밀어놓고 햇볕이 드는 입구에 누워 나른하게 쉬는 용도였으나, 밀회가 목적인 연인들은 짐짝으로 입구를 막고 캄캄한 가운데서 입을 맞추기 바빴다. 원래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 조금만 더...

- 브랫이 찾을 텐데......



결국에는 한 번 더 할 걸 새침떼기 엘티는 괜히 튕기고는 했다.



처음이 어렵고, 두 번째는 쉽고, 세 번 네 번을 지나 손가락이 접힐 수록 간땡이가 붓는게 인간들의 습성인지라. 그래서일까, "그" 네이트 픽도 찰나의 방심이란 걸 하는가 보다.



어릴 적부터 잠투정 한 번 않았던, 잠 하나는 누구보다 끝내주게 잘 자신이 있는, 마음만 먹으면 그곳이 전쟁터든 호랑이 입 속이든 물레바늘에 찔린 금발머리 공주처럼 잠드는 큐팁은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았고, 옆에 누운 4호차 막둥이의 볼따구를 쿡 찔러보기도 하다 반대쪽으로 돌아 거니의 속눈썹을 살살 쓸어보기도 하며 지루함을 달래는 것도 잠깐, 결국에는 다 포기하고 밤마실이나 나가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 쓸 데 없이 밝은 귀는 지나가는 미묘한 소리를 놓치지 않았고 유달리 높게 벽이 쳐진 험비 뒷칸을 정말, 아무런 악의도 음흉한 마음도 없이, 그저 우리의 빛과 꽃인 엘티께서 어디가 아프신 건 아닌가 순수하게 걱정하는 마음으로 들여다 봤을 뿐이다. 여차하면 닥에게 달려갈 생각으로.



- 흣... 응...

- 하아......



그런데 그 엘티가, 심지어 얼마 전까지 서로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냉랭하게만 대하던 그 꿀벌이랑 저렇게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금방이라도 옷을 벗어제끼고 큰일을 치를 것처럼 물고 핥고 빠는 와중에 보고싶지 않아도 시야에 걸려든 엘티의 바지가... 솟아있던 게... 남자라면 누구나 아는 형태라서...... 엘티바라기 엘티보이 엘티러버 큐팁은 충격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네발로 발발 기다시피 빠르게 도망갔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그 곳에 있는 게 하필...












재생다운로드



스무 살의 에반 스태포드는 삶이 조금 고달파졌다.



차라리 걸리지나 말든가. 레이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공포영화 크리처마냥 네발로 서 있는 큐팁을 보고는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빽 소리를 지르려던 레이의 주둥아리를 손으로 간신히 틀어막은 큐팁은 재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그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갔다.



- 큐팁...! 거기서 왜 그러고 있던 건데. 너 변태냐? 너... 너 왜그래, 무슨 일 있어?

- 레이... 엘티, 엘티가...

- 엘티가 왜? 또 뻐킹 엔시발놈맨이 지랄해?

- ...... 랑 키스했어...

- 엘티가 너랑 키스를 했다고?!?!?!?!?

- 아니, 내가 아니라 허니비랑...



레이는 "만족스러운 시간"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하필 그 시간에 네발잡이 면봉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큐팁의 죄를 함께 떠안아야 했다. 큐팁은 말하고 나서야 지금 가장 들어가지 말아야 될 귓구멍에, 가장 들어가지 말아야 될 사람의, 가장 들어가지 말아야 될 비밀이, 그것도 제가 손수 집어 넣은 걸 알아차리고는 제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으나 이미 귓구멍에서부터 뇌로 흘러들어간 정보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이제 죽었다. 둘이 몰래 저러는 걸 보면 분명 비밀연애일텐데, 아니 애초에 이딴 파병지에서 공개연애를 할 병신새끼가 있을 리 없는데 지금 부대 내 제일가는 촉새에게 제가 먹잇감을 물어다 준 것이다. 엘티는 눈물을 또륵또륵 흘리며 날 원망할테고, 엘티를 사랑하는 소대원들도 날 원망할테고, 결국 나는 그동안 한 번도 허니비와 싸우지 않은 게 무색하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뒷골목으로 끌려가...



- 큐팁, 너 이거 또 누구한테 말했냐?

- 앞니가... 엉?

- 나 말고 누가 또 아냐고.

- 없어. 맹세코 없어.

- 그럼 됐다. 입 다물어라. 이런거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거 아냐. 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조심하자구~



당장에라도 무전기를 뽑아들고 대대 전체에 호외요, 호외!!! 를 외칠 것 같던 레이는 다행히 큐팁이 말을 전한 이가 자기뿐이라는 걸 알자 보슬보슬한 면봉 헤드나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험비로 갔다. 그 손길에 비로소 제정신을 찾은 큐팁 또한 두발로 걸어 참호로 돌아가 그제야 긴장이 풀린 탓인지 평소처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재생다운로드

- ........................

- ........................ 네잇.

- 아냐. 절대로 이상한 생각 한 거 아니고, 그게, 그러니까...... 미안.

- 아니, 저는 괜찮은데...... 혹시... 하고 싶...

- 아니. 지금은 아니야.

- ...... 싫어요?

- 그건 아닌데... 돌아가면, 돌아가면 그때 하자.





재생다운로드

- 처음... 이니까......



발갛게 물든 눈꼬리와 그보다 더 짙게 달아오른 양 볼과 두 귀, 그 아래로 수줍게 오물거리는 입술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다시 한 번 목을 감싸고 입술을 부비지 않을 수가 없었다.












- 픽 중위.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리에고 중사가 찾아왔다. 그것도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혹은 있을 예정인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빠르게 낌새를 알아차린 마이크가 따라 나서려 했지만, 케이시 케이섬은 "사적인 일" 이라며 그를 막았다. 그러는 동시에 그의 눈알이 어느 한 군데를 가리키자 순식간에 사나워지는 픽 중위의 표정을 본 중사는 입꼬리를 더욱 바짝 끌어올렸다.



- 무슨 일로 보자는 거지?

- 요즘 픽 중위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돌던데, 알고 계십니까?



그러니까, 그날 큐팁의 입에서 사막 한복판으로 흩어진 이야기가 들어간 곳은 레이 퍼슨의 귓구멍뿐만이 아니었고, 하필 두 번째로 밤말을 주워들은 쥐새끼가 질이 나쁘기로 유명한 놈인 것을 알았다면 아무리 큐팁이라도 그 밤만큼은 쉬이 잠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에고 중사는 로또처럼 떨어진 미끼에 얼마 전 맥그로우가 떠들었던, 브라보 2소대의 허니비에게는 남편이 있는데 픽 중위가 결혼까지 한 제 사병을 꼬드겨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당시에는 모두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 여겼던 소문을 엮어 하나의 건수로 만들었다. 아무리 케이시 케이섬이라도 원래 미운 사람은 미워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안다고, 그가 아는 픽 중위의 성격상 그 모든 게 뜬소리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실이 중요한가. 어쨌든 그 네이트 픽을 긁어볼 빌미가 생겼다는 게 중요한 거지.



- 소문?

- 픽 중위님이 휘하에 있는 사병 하나랑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요.



픽 중위는 코웃음를 쳤다. 예상했던 이유가 맞았다. 케이시 케이섬은 그의 반응에 살짝 주춤하는가 싶더니 다시 비린내나는 혓바닥을 놀렸다.



- 지휘관으로서 모범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결혼한 사람이랑, 그것도 육군 장교의 아내랑 부적절한 관계라는 게 윗선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이 나올 지 예상은 하셨습니까? 픽 중위의 행동거지에 손가락질 받는 건 그 밑에 있는 여군이라는 걸...

- 중사.

- ... 아실 텐데요.

- 중사는 소문을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군.

- 무슨... 말씀이신지.





재생다운로드

- 어떤 개자식이 떠들고 다니는 개소리를 그대로 들고와 나한테 따질 시간이 있다면,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라도 하는 게 어떤가?



케이시 케이섬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맥그로우 대위가 그랬는데요." 라는 말을 해봤자 우스워지는 게 어느 쪽일지는 뻔했다.



- 육군... 장교랑...

- 그럼 가서 확인해보지 그래?

- 부대 내에 소문이 퍼져도 상관 없으십니까?

- 난 괜찮아. 그러니까, 궁금하다면 가서 확인해 봐. 그 군인과 결혼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름 뒤에 붙은 성씨가 누구의 것인지. 원한다면 내가 직접 물어봐줄까?

- 아닙니다.

- 중사.





재생다운로드

- 자네가 날 가지고 어디서 어떤 개소리를 하든, 어떤 개짓거리를 하든 상관 없지만 내 사람들, 특히 내 와이프를 건드릴 생각이라면, 자네도 그만큼의 각오는 해야 될 거야.

- Aye aye, Lieutenant.

- 알아들었으면 그 입 닥치고 꺼져.



케이시 케이섬은 뭐라 한마디 더 하려다가 본전도 못찾고 명령대로 꺼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소 가라앉은 표정으로 돌아온 네이트는 괜찮냐고 물어오는 자신의 부사관을 안심시키며 물었다.



- 어디 있어?

- 그리에고 중사 엉덩이라도 걷어차러 갈 기세길래, 사고 치지 말고 순찰이나 한 바퀴 돌고 오라 했습니다. 곧 복귀할 겁니다.




윈 중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허니비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네이트가 조용히 눈짓하자 마이크는 큐팁과 크리스테슨을 불렀고, 큐팁 또한 언제 왔는지 모르는 네이트와 그런 엘티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허니비를 확인하고는 무슨 일이냐 묻는 막내의 등을 떠밀어 중사의 뒤를 따라나섰다.



- 나 좀 안아주라.



네이트는 주변이 빈 것을 확인하고 허니비의 손을 잡아 제 허리로 당겼다. 그러나 허니비가 손을 빼내는 바람에 순간 울컥한 것도 잠시, 목을 끌어당기는 양 팔에 커다란 몸을 기울여 낮다란 어깨에 턱을 묻고 허리를 껴안았다.



- 케이시 케이섬이 뭐라고 했습니까?

- 별 말 아니었어. 평소처럼.

- 근데 왜 오늘따라 풀이 죽어 있어요.

- 너한테 안아달라 하려고 수작부리는 거야.

- 네잇.

- 근데 역시 이게 더 편하다.



네이트는 허니비의 팔을 다시 제 허리에 올리고, 어깨를 끌어안으며 손 안에 머리를 담아 제 어깨에 기대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지 자꾸 고개를 들어 저를 확인하려는 얼굴에 과감하게 쪽, 입술을 맞붙였다.



- 확 다 말해버리고 싶어. 너랑 나랑 결혼한 거.



근데 그러기엔 내가 너무 많은 미움을 받고 있지. 그게 두려워. 네가 나와 엮여있다는 이유로, 내 옆에 있다는 이유로 나에게만 날아와야 할 미움이 너에게도 닿을까봐. 나 때문에 네가 아플까봐.












- ... 응? 난 알고 있었는데?

- 예...? 어떻게... 아니 왜 저한테 말을 안 하셨어요?

- 이라크 오기 전에 서류 보고 알았어. 남의 사생활을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안 되잖아. 미안해, 중사.

- 그... 렇죠. 맞는 말씀이십니다. 역시 중대장님은 속이 깊으시네요. 하... 하하......
(시발)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천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