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다임너붕붕으로 어느 비오는 날 하사님 집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다임너붕붕으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갔더니
다임너붕붕으로 대원들이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유튜브로
다임너붕붕으로 그러니까 이 바윗덩어리 같은 인간이 포기하지 않고
다임너붕붕으로 "..."
다임너붕붕으로 특별한 손님이 하사님 면회를 왔다네
다임너붕붕으로 하사님이 아무래도 이제 조류를 못 먹거든
다임너붕붕으로 "나도 취미를 갖고 싶다. 만들어주도록."
다임너붕붕으로 별로 길게 다녀온 것도 아니고 딱 하룻밤 자고 왔단 말이야
벌써부터 허니가 무슨 사고 칠 지 골 아프지 않음? 하지만 허니는 정도를 아는 오리란 말임. 상식이 있다 이거임. 순전히 본인 생각이긴 한데 암튼 그러함. 허니는 우리 집 수컷 생일에 사고칠 생각 없음. 그리하여 아주 합리적으로 다임이 뭘 좋아하는지 떠올려봤는데 아무래도 그딴 것들은 생일선물이라고 할 수가 없음. 허니가 봤을 때 다임이 좋아하는 거라고는 책, 커피, 허니, 군인들한테 명령하기, 군인들 혼내기, 군인들 훈련시키기, 군인들 울리기, 군인들 기죽이기 정도임.
뭐 저런 재미없는 인간이 다 있담. 자기 생일도 그냥 넘어갈 게 뻔함. 그러니 반려수인이자 짝꿍암컷 된 입장으로서 제대로 생일을 챙겨주기로 했음. 그래서 나름 머리를 굴려 생각해본 게 ‘내가 좋아하는 거 다 해주기’. 다임이 좋아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지루하지만 허니가 좋아하는 건 다 짱 재밌고 유익하다 이거임.
그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 일찍 눈을 뜬 하사님은..옆에서 책을 읽어주고 있는 오리인간을 발견한다.
“..책을 왜 여기 와서 읽어.”
“잘 때 책 읽어주는 거 좋아.”
“지금 일어날 시간이야.”
“그럼 다시 자등가.”
“…”
“다시 자도록. 책 읽는 거 안 보이는지. 예의가 아니니라.”
한 페이지 정도 더 들어주고 일어남. (”책을 읽어주면 자거라! 일어나지 말도록!”)
퇴근하고 와서는 대문 열자마자 물총 세례 맞았음. 묵묵히 서서 쪼르르륵 발사 되는 물줄기 맞는 하사님. 뭐 하는 거냐고 묻기도 싫음. 화낼까 말까 가만히 쳐다봤더니
“물총놀이 짱 잼! 좋지? 엄청 좋지? 좋아하도록!”
"..."
오늘은 일찍 온 김에 저녁을 차려줄 생각임.(아침마다 저녁거리까지 만들고 가시는 오리아빠 하사님) 아무래도 자기 생일인 거 모르시는 듯.
“…”
식탁 위에 웬 진흙괴물이 있음.
“허니.”
뭘 저렇게 잔뜩 기대하고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건지 모를 일. 이 진흙괴물과 무슨 관계인가 봄.
“이것은 케이크이니라.”
“…음식은 접시에 담아야지.”
걍 테이블 위에서 냅다 만들었음. 설거지 해결.
“이거슨 눈이고 이거슨 입이니라. 코도 있고.”
눈 방울토마토, 입 옥수수 알갱이들, 코 당근
“케이크 안에는 오이가 아주 많지! 아낌없이 넣었느니라!”
지가 좋아하는 것만 넣었음. 생크림 범벅이 된 갖은 야채들.
“생일초도 있다.”
“초는 됐어.”
초에 불 붙인답시고 야채구이 될 거 뻔함. 이 집에는 도마와 접시라는 게 있고 너한테 머리가 달렸으니 제대로 생각했으면 저런 쓰레기더미가 나올 리 없다고 정 없게 혼내고 싶은데 꾹 참음. 대원들한테 하는 것 중 99% 정도 덜어내면 얼추 허니 전용 하사님이 될 수 있음.
“초 하고 싶은지 아닌지 안 물어봤는데.”
이 오리는 싸가지도 없음.
다임 나이는 몰라서 대충 좋아하는 숫자로 준비한 초가 100개
“이것을 다 꽂자.”
“안돼.”
“안 물어봤느니라.”
“안돼. 이리 줘. 그러다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
“초는 원래 불이 나는 것이지. 바보도록.”
돌아버릴 것 같음. 하지만 전쟁터에도 다녀온 하사님. 오리 상대로 그렇게 쉽게 돌아버릴 순 없지.
“그래서 이건 왜 만들었는데.”
“우리 집 수컷의 생일이잖아. 그것도 모르도록?”
훈련일자니 뭐니 날짜를 오늘 하루에만 몇 번을 확인했는데 생일인 건 미처 몰랐음. 하사님은 누나와 떨어져 산 이후로 한 번도 자기 생일을 챙긴 적이 없거든. 그러니 조금 감동할 지도.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
아니네.
“…”
허니 울먹울먹한다. 오리 울린 하사님.
“하..내 말은..”
“흑..”
“이게 쓸데없다는 게 아니라 생일이..”
“백조가 했으면 안 쓸데업찌.”
뒤끝
“여기서 백조가 왜 나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엉엉 울면서 포크 가지고 온 허니. 억지로 먹일 생각인가봄. 한숨 쉬면서 케이크 먹을 준비하는 하사님.
“내꺼야!”
하사님 안 주고 허니가 푹푹 떠먹기 시작함.
눈물 한 번 닦고 케익 한 번 떠먹고 눈물 한 번 닦고 케익 한 번 떠먹음. 한 번 먹을 때 무슨 오기라도 부리는지 입에 한가득 담아서 먹고 있음.
“그만해.”
“저리 가도록.”
결국 하사님도 포크 가져와서 생크림 잔뜩 묻은 오이 하나 먹어줌. 저리 가아아아아 하고 땡깡 부리는데 그냥 한 번 더 먹어줌. 두 번 먹어줘서 서운한 거 풀린 쉬운 오리.
“맛있느냐?”
“아니.”
“치.“
얼마나 요란하게 요리를 했는지 옷도 안 입은 채로 온 몸에 생크림이 덕지덕지임. 그거 닦아주면서 요리를 했으면 뒷정리 하라는 잔소리도 잊지 않음. 옷 입히는 건 포기했음. 외출 할 때만 입어줘도 감지덕지임.
“솔직히 말해봐. 또 뭐 준비했어.”
“선물은 미리 말하지 않는 것이지.”
“그냥 말해. 머리 아프게 하지말고.”
“치. 욕실로 가보도록.”
물 받는다고 개난리를 쳐놨겠구나. 안그래도 생크림 묻은 오이 때문에 떨어진 입맛 더 떨어져서 포크 내려놓은 하사님.
“더 안 먹나?”
“맛 없다니까.”
“치, 그럼 말거라.”
허니한테 이거 다 똑바로 치워놓으라고 하고 하사님은 이만 욕실 정리하러 위로 올라갔음. 하사님 반응 보려고 쪼르르 따라간 허니.
“이걸 다 언제 했어.”
“예쁘도록? 맘에 들도록?”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여기저기 향초도 피워놓고 욕조에는 꽃도 뿌려놨음. 아니 부어놨음. 물 반 꽃 반임. 몸을 담글 수 있을지도 의문임.
“꽃은 또 어디서 났고.”
“옆집에 많도록.”
그렇구나. 옆집에 많았구나. 하지만 이젠 없겠지?
이미 한 번 울린 오리 또 울리면 겉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러냐고 고생했다고만 해줌. 그랬더니 앞으로 나한테 잘 하래.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오리임.
“안 들어가도록?”
허니 사실 기대 안 했고 하사님이 싫다고 하면 자기가 들어갈 생각이었거든. 근데 하사님이 순순히 웃통을 벗는 거임.
“진짜 들어가나?”
“나 들어가라고 만든 거잖아.”
“그 말이 맞지.“
풀독 오를 것 같은 풀물에 들어간 하사님. 그래도 나름 따끈하니 나쁘진 않음. 향기도 좋고.
“이리 와.”
허니는 다임이랑 같이 물에 들어가는 거 좋아하니까 신나서 들어갔지. 품에 꼭 안겨서 다임 큰 손 꼼지락 거리면서 갖고 놀다가 둥둥 떠있는 이파리 먹으려는 거 바로 뺏김.
“이런 건 오리일 때 먹으라고 했지.”
생으로 아무 풀떼기나 먹다가 탈 난 적 있음. 자기를 말리지 않았다고 수컷을 원망했던 허니. 암컷이 죽으면 홀애비가 되는 거도록! 하고 혼났음.
“배고픈뎅.”
하면서 다임 입가에 묻은 생크림 쪽쪽 빨아먹는 허니 보고싶당. 그러다 진짜 생일선물인 욕실떡을 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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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님 생일씩이나 되는데 노잼~
다임너붕붕
가렛너붕붕
담편 > 다임너붕붕으로 눈떠보니까 이러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