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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13:23
-전편-
다임너붕붕으로 어느 비오는 날 하사님 집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다임너붕붕으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갔더니
다임너붕붕으로 대원들이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유튜브로
다임너붕붕으로 그러니까 이 바윗덩어리 같은 인간이 포기하지 않고
다임너붕붕으로 "..."
다임너붕붕으로 특별한 손님이 하사님 면회를 왔다네
다임너붕붕으로 하사님이 아무래도 이제 조류를 못 먹거든
"취미는 스스로 찾아봐야지."
"우리집 수컷은 어떤 취미가 있는지?"
"독서."
취미를 갖고 싶긴 한데 뭐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허니는 그냥 하사님 따라서 책 한 권 집었음. 그러나 하사님 집에 허니가 읽을 만한 책이 있을 리가 없음. 그러니 어떤 책을 골라도 머리가 핑핑 돌기만 하겠지. 이 책도 꺼내고 저 책도 꺼내면서 주변이 서서히 엉망이 되고 있었음. 물건을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딱히 정리도 하지 않는 오리. 보다 못한 하사님이 악기를 배워보겠냐고 제안함.
"흠, 아기라..너무 이르다 싶은데. 우리집 수컷은 발정기가 왔나?"
"..아기 말고 악기."
"오, 악기! 수컷은 피아노를 잘 치는지?"
악기가 뭔지 알긴 아는군. 하사님은 어릴 적에 피아노를 배운 적 있음. 뭐 하나를 배우면 집안 망신 시키지 않기 위해 제대로 해야했고, 그만큼 잘 쳤지만 또 그만큼 싫어했음. 뻔히 알려달라고 할 텐데 괜히 얘기꺼냈나 싶겠지.
"다른 악기도 있고."
"다른 악기..흠, 나는..트라이앵글을 본 적 있다."
뭔가 고민하더니 한다는 말이 트라이앵글 갖고 싶다는 소리임. 그걸 악기로 칠 수 있나. 악기가 맞긴 한데 그걸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음.
"또 다른 건? 바이올린이라던가."
"나는 트라이앵글을 들고 다니는 꼬마를 본 적 있는데."
"그건 그냥 두드리기만 하면 되는.."
"트라이앵글."
당장 트라이앵글을 쥐어주지 않으면 트라이앵글이라는 단어로 너의 하루를 트라이앵글하게 해주겠다.
이제 옥수수 질리고 당근에 꽂혀버린 것처럼 트라이앵글에 난데없이 꽂혀버린 오리. 결국 하사님 손 잡고 악기사..는 무슨 걍 문방구 가서 아동용 트라이앵글 하나 사옴.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허니가 트라이앵글 막대를 딩딩 내려치기 시작하는 순간 하사님은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음. 아뿔싸.
디ㅣ이ㅣ디디디ㅣ디이이ㅣ잉이이ㅣ딩
"..천천히 쳐야지."
딩.. 딩.. 딩.. 디잉...
"..."
영롱한 가락에 삘 받아버린 오리는 풀장에 알몸으로 쏙 들어가서도 트라이앵글 연주에 심취했음. 눈 감고 리듬을 느끼며 몸까지 들썩이는데 좀 킹받음. 머리 말려줄 때도 트라이앵글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그나마 드라이기 소리가 그 소리를 덮어서 그 때 만큼은 참을 만 했음.
"수컷아..!"
"..."
위이윙이ㅜ이이이잉잉
"수컷!"
"..."
위이이이잉ㅇ이ㅜㅇ위이이잉
"왜! 왜 청소기를 계속 돌리는지?!"
"..."
"나의 연주를! 망치고 있지 않는가!"
위위우이이이이우이ㅣ이이이이잉잉
하루종일 돌려봤는데 청소기 배터리가 오래가더라고. 좋은 거 산 듯.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트라이앵글과 오리의 본딩은 금방 풀렸음. 한 일주일 갔나. 물론 곁에서 듣는 입장에서는 1년 같았겠지만.
"나도 취미를 갖고 싶다. 만들어주도록."
"취미는 스스로 찾..하.."
또 다시 취미 염불이 시작됨. 새들이 의외로 지능이 높다던데 네가 생각하길 멈추면 그 평균이 더 높아질 것 같다 이 오리대가리야 라고 하고 싶음.
"나는..보드를 타는 꼬마를 봤다."
아 제발
벌써부터 이놈의 오리새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가야할지 사람병원으로 가야할지 혼란스러움.
"보드는 안돼."
"왜?"
"위험하니까. 여기 보드 탈 만한 적당한 곳도 없고."
"독서는 안 위험한가?"
당연한 소릴 하고 있냐고 대답하려던 순간 종이에 손가락이 베임. 피가 송글송글 올라오다가 책 위에 톡 떨어짐. 입술을 말아물며 눈을 감는 하사님.
"보드."
"...허니, 보드는.."
"보드."
"엄마! 저 오리 좀 봐봐요!"
"어머, 누구 집 오리가 저렇게 재주를 부릴까?"
이 집 오리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향해 클락션 울리듯 꽥꽥 쫓아내며 공원을 접수한 뉘집 오리
다음날
"하사님, 이거 보셨습니까?"
"내가 지금 핸드폰을 봤을 때 혹시라도 쓰잘데기 없는.."
- 꽥꽥괘ㅗ꺠꼬ㅒ꼬ㅒ꺠ㅙㄱ!!
"세상에 오리가 보드를 타지 말입니다!"
"..."
겁대가리 상실하고 데이비드 다임에게 유튜브 오리 영상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딴에는 잘 보이려고 그런 거. 하사님이 오리 좋아한다고 소문 다 남. 핸드폰 배경화면 오리인 것도 소문 다 났음. 그러나 하사님 앞에서 오리의 오자라도 꺼내면 살아남을 수 없음.
하사님 핸드폰 배경화면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담편 > 다임너붕붕으로 별로 길게 다녀온 것도 아니고 딱 하룻밤 자고 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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