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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0:17






 

  
군대 잘 모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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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로 도망치듯 이사 온 이후로 허니는 홀로 세상에 버려진 느낌이였다. 전쟁터에서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버텨 낼 때보다 더 불안하고 무서웠다.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얽힌 이 상황에서 데이비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그가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자신의 집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줬더라면, 애초에 다가가지도 않았을텐데 하며 의미없는 후회와 잡념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덜컥 들어선 아이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허니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 상황 속에서 조금이나마 뱃 속의 아이에게 정을 붙이려고 하였지만, 찰나의 순간 그 존재는 바스라졌다.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와중에도 허니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죄책감을 느낄만한 처지인가? 처음엔 지우려고 했는데, 기만이 아닐까?

데이비드에게서 가져온 유일한 것이였으니. 그녀는 스스로를 좀먹어 갔다.

 

분명히 잘 도망쳐왔다고 생각했건만 자신이 데이비드를 한참 그를 얕보고 있었다는 것을 집 안에 서있는 그를 보고 허니는 깨달았다. 당황했던 그 순간 시야는 암전되고, 눈을 떴을 때는 밑이 빠질듯한 고통과 함께 유산되었다는 소식이였다. 자신의 옆에서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서 있는 데이비드를 향해 욕을 내뱉었다. 허니는 그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그 누구에게라도 원망을 쏟아내야 미칠거 같은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날 버리지마. 너도 날 혼자 내버려두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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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를 위해 어떻게든 도망쳤건만 허니를 정성껏 간호하는 그의 모습과 자신을 안아주는 그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에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도 뿌리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느껴지는 안정감은 정말로 오랜만이였고, 허니는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그녀가 사라져있던 시간동안 데이비드 역시 맘고생 꽤나 했는지, 얼굴이 수척해져있었다. 버리지 말라는 그의 눈에는 군생활 내내 보지 못 했던 눈물이 맺혀있었다. 지금 당장 허니가 어디로 나가지도 못 하는 상황인데도, 데이비드는 마치 그녀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 

 

 

“저, 아니 우리 이제 이러면 안되는거 아시잖아요. 하사님..근데 저도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그냥 데이비드랑 있고싶어요. 너무 무서웠으니까.’

 

 

허니는 아이처럼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면서 엉엉 울고 싶었지만 자신보다 더 슬퍼보이는 데이비드의 표정에 뒷말을 꾹 삼켰다. 불안해하던걸 그가 느낀 것인지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귀에다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의 숨결과 낮은 목소리가 조곤조곤 울려퍼졌다. 



 

 

“허니 상관없어. 아버지의 말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말따위, 들을 필요도 없는 말이였어. 내가 다시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으니까. 예전처럼 내 옆에 있어줘. 명령 아닌 부탁이야.”

 

 

뭘 어떻게 되돌리겠다는 건지 방법을 알 순 없었지만 자신의 귀에 작게 속삭이는 데이비드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허니는 이 남자를 다시 한 번 믿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전장에서 부상자가 생기더라도, 작전이 틀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안전하게 브라보 소대를 부대로 복귀시키는 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강인하게 부하들을 통솔하는 모습은 아니였지만, 전쟁터에서 언제나 그녀를 지켜준 그가 또 다시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데이비드가 하는 말 때문에 마음이 약간은 편안해진 허니는 그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훑어봤다. 총알이 빗발치던 사막에서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던 그였는데, 그녀를 찾느라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 한 것인지, 푸석한 다크서클이 조금 내려와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또렷하다고 느낄 그의 눈이였지만 허니는 어딘가 지쳐있는 그의 회색 눈동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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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불안한지 자신을 계속 끌어안고 있는 데이비드에 조금 숨이 막힌 허니가 움찔거리자,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팔을 스르륵 풀어주었다. 새벽의 해가 창문 사이로 들어와서 방 안을 푸르게 채웠다. 둘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서서히 잠에 들었다. 팽팽했던 불안감이 해소된건지 그들의 얼굴은 전보다는 훨씬 편안해보였다. 

 

 

먼저 눈을 뜬 건 허니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수술 후 계속되는 하혈에 찝찝한 허니는 묵직한 통증이 조금 가신 지금, 빨리 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하였다.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아니였기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하였지만 다시금 몰려오는 서글픔에 거울을 보며 서있는 허니는 배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따뜻한 물 줄기가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급하게 움직이면 어지러움이 있었기에 천천히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곯아 떨어져있는 데이비드를 뒤로 한 채 허기를 채우기 위해 2층으로 내려가 부엌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대체 데이비드가 어떻게 밥을 제게 갖다준 것인지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에 허니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있는 거라곤 생수 몇 병뿐 딱히 먹을만한 게 없어서 결국 허니는 집 밖을 나서 근처 편의점이라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옷을 챙겨 입고 휴대폰을 챙겨 무작정 걸어나왔다. 10분 정도 걸음을 옮기다 자신이 구급차에 실려가느라 지갑을 챙길 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다시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갔다. 

 

‘아..배고픈데..하사님 깨워야하나..’

 

모퉁이를 돌던 순간 자신의 앞에 머리가 삐죽 뻗친 채 자신의 앞에 창백하게 서 있는 데이비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숨을 몰아쉬면서 허니를 큰 눈으로 보고 있는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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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님..? 왜 나와계세요..?”

“나는.. 허니 너가 또..없어진 줄, 하...”

“예?”

 

 

처음으로 횡설수설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에 허니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얼마나 당황을 한 건지 그는 이 겨울에 맨발에 얇은 반팔티 하나 입고 여기까지 달려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웃음을 참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하사님 지금 맨발로 오신거에요? 여기 눈 와 있는데..! 미치셨습니까? 진짜? 감기 걸리시면 어쩌려고, 읍!”

 

허니는 이 추운 날씨에 벌개져있는 그의 팔뚝을 보고 그에게 자신의 옷을 둘러주기 위해 허둥지둥 벗는 찰나 꽉 껴안아 오는 데이비드에 숨이 막혀 엉뚱한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하사, 아니 데이비드...잠깐 숨..숨 막혀요..!”

”또 너가 사라진 줄 알았어..“

 

약간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허니는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렇게까지 무방비한 상태로 달려온 데이비드를 보고 다시 한 번 그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살벌한 기온에 이렇게 뛰쳐나온 그를 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간 된통 감기에 걸릴게 분명하기에 겨우 진정시키고 팔을 붙잡고 숙소로 서둘러 들어갔다.

 

허니는 소파에 데이비드를 앉히고 급하게 담요를 찾아 그의 몸에 둘러주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뺨에 허니는물을 끓여오겠다며 부엌으로 몸을 돌렸지만 그녀의 손은 그에 의해 붙잡히고 말았다. 놔주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결국 허니는 데이비드 옆에 앉는 것을 선택하였다. 얼마나 놀랐던건지 신발까지 잊은 채 달려온 그는 이제서야 허니가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는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대었다. ‘당황하면 죽는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가 이렇게 정신없는 얼굴을 하고 달려온 잔상이 여전히 허니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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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더군..그렇게 푹 잔 건. 거의 세달만인거 같아.”

“…...”

“너가 옆에 있어서 안심됐던 것 같군...그런데 눈을 떠보니까, 옆자리엔 너도 없고, 옷도 없어서..”

“죄송해요. 그냥..먹을 거 사려고 했는데 지갑이 없어가지고….그런데 요새 잠 많이 못 주무셨어요?”

“하루도 제대로 잔 적이 없어.”

 

데이비드는 자조가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포탄이 떨어질 때도 침착하게 진영을 살피던 그가 이렇게 저를 찾으러 달려오다니. 허니는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는 눈을 지긋이 감고 숨을 내쉬었다. 


 

“...배고프면 깨우지 그랬어.”

“너무 잘 주무셔서..깨우기 좀 그랬습니다.”

“다음부터 아니, 앞으로도 쭉 계속. 말도 없이 내 앞에서 사라지지 마. 이건 명령이야.”

 

명령이라면서 허니를 바라보며 데이비드는 말했다. 다시 한 번 자신이 사라진다면, 그가 어떤 일을 벌일지 감도 잡히지 않는 허니는 아무말도 하지 못 한 채 그를 바라볼 뿐이였다. 그 순간 꼬르륵 거리는 민망한 소리가 그녀의 배 안에서 울렸고, 데이비드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몸을 일으켰다.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1시간 뒤면 배달이 올 거라면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였다. 

 

20분 정도 더 빨리 음식이 도착하였고 둘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의 복통 때문에 항상 데이비드가 밥을 허니의 방으로 가져다 주었지만 오늘은 많이 나아진 그녀가 먼저 같이 식탁에 앉아서 먹자고 제안하였다. 

 

둘은 아무말도 없이 밥을 먹었다. 쓰레기들을 치우려고 하는 허니를 소파에 앉히며 데이비드는 홀로 정리를 하고 그녀 옆에 앉았다. 앞으로 어떻게 일을 바로잡아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허니는 뭐라고 말을 꺼낼까 고민하던 찰나 데이비드가 먼저 입을 떼었다.

 

“내 아버지는, 자식보다 권력을 더 아끼는 작자야. 오만하고, 폭력적인 성정을 가졌지. 어릴적 내 뺨은 붉게 부어오르지 않은 날을 손에 꼽았고, 내 종아리에는 흉터가 가득했어.”

 

 

데이비드는 덤덤히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간 숨겨온 그의 어릴적 이야기를 하나씩 설명했다. 다임가의 장남으로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크길 원했던 토마스에게 당해온 학대, 스스로 목숨을 끊어낸 누나의 얘기를 찬찬히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맞았던 이야기를 할 때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했지만, 누나의 얘기를 꺼낼 때는 그의 눈이 어딘가 착잡해보였다. 

 

그와 그의 누나 사이에서 느꼈을 유대감이 어땠을지 여실히 느껴지는 허니는 그저 데이비드의 손을 잡는 것으로 위로를 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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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사라진 2달 동안 하루에 3시간은 잤나 싶군. 미친 사람처럼 네 흔적만 찾아다녔지. 너도 누나처럼 내 곁을 사라질까봐 그게 미치두록 두려워 나는.”

돌덩이처럼 든든했던 남자가 자신 때문에 이렇게 무너져있었다니. 그녀의 어깨에 기댄 채 두렵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처음보는 데이비드의 눈물에 허니는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커다란 그의 덩치는 생각하지 않는건지 허니에게 파고 든 데이비드는 조용히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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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내 곁에 있어줄건가?”

“저도 방법을 모르겠어요. 이제는...”

“사랑해 허니. 나는 너가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말할거야. 너가 모른다면 너가 알 때까지 수 백번, 수 천번 말해줄거야. 사랑해. 허니 비.”

 

 

애정을 다소 차분하게 표현해왔던 데이비드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을 한 것은 처음이라 허니는 가슴이 떨려왔다.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말하는 그의 사랑이란 단어에 그녀는 불확실했던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확신으로 변했다.

 

“무너진 건물에서 같이 고립됐던 그 날부터, 어쩌면 그 전부터.. 널 사랑해왔을지도 몰라.”

 

“저는..데이비드를 떠나면 일이 괜찮아질 거 같았어요. 부대 내의 문제도 없어지고, 데이비드도 엮인 그 문제들도 다 해결될 거 같았는데. 막상 사라지겠다고 결심하고 여기로 왔을 때 너무 무서웠습니다..

저한테 닥친 모든 일들이 감당할 수 없었어요. 불안하고, 그 와중에 임신까지 하니까, 뭐 결국엔 없던 일이 되긴 했는데-”

 

“허니. 그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란 걸 알아야해.”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날 봐. 날 보고 약속해줘.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데이비드는 큰 손으로 허니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제게 시선을 고정시키게 하였다. 서로를 마주보면서 그간 풀지 못 했던 응어리들을 천천히 해소하고 있었다. 그 무엇도 허니의 잘못은 아니였지만 새벽마다 조금씩 자라오는 죄책감으로 인해 눈물을 훔치던 그녀를 알고 있었던 건지, 그는 절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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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도 하지 않는 허니를 바라보던 데이비드는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자신이 울고있다는 사실 조차 자각하지 못 했던 건지 허니는 그제서야 시야가 흐려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느새 저녁 해가 지고 있었고, 거실은 노란 노을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참아내느라 떨리는 입을 꾹 닫은 채 눈물을 흘리는 허니에게 데이비드가 조심스레 입을 맞춰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젖어있는 뺨을 느끼면서 천천히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는 바스라질듯이 허니의 등을 감싸 안아주었다. 

 

 

“내가 어떻게든 바꿀거니까. 너도 약속해줘. 내 옆에 있겠다고. 허니..”

 

 

허니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데이비드의 목소리에 허니는 어지러운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꼬인 상황을 정말로 풀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믿음이 들었기에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 근데 휴가 언제 복귀십니까..? 이렇게 있어도 오래 나와있어도 되는거에요?”

“어 돼. 휴가 45일 냈거든.”

“예?? 아니 그만큼 내시면 어떡하시려고,”

“내가 군생활하면서 휴가를 많이 안 나가긴 했으니 걱정하지마. 그런거는. 휴가 나갈 이유도 없기도 했고.”

 

 

저같아도 그런 집에 들어가기 싫을거라 생각한 허니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많은 휴가를 내고 여기까지 온 그의 실행력에 놀라긴 했지만. 

 

“저 뭐하나만 물어봐도 됩니까..”

“그래.”

“아버님이,”

“그런 사람 아버님이라고 부르지도 마.”

“아 네...그..아무튼 그 분이 저한테 돈을 주셨..는데 제가 그걸 이사하는데 썼어요..다 쓴 건 아니고, 제 돈이랑 합쳐서.. 그런 거라..! 일단 그것도 해결해야하고 ...물론 제가 갚을건데..”

“그것도 걱정하지마. 내가 다 해결할 거니까. 나 못 믿나?”

“..아니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쭈굴해진 채 대답하는 허니의 얼굴이 귀여웠는지 데이비드는 피식 웃음을 내보냈다. 대체 뭘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그의 견고한 눈동자를 보자 허니는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상도 하지 못 한 채 그저 불안감을 꼭꼭 숨겼다.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지만, 데이비드는 나흘을 더 렌트하였다. 허니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무조건 더 간호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녀는 그의 완고한 태도에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늘어난 기간에 허니는 눈치를 보면서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 죄송하다며 아직 회복하지 못 했다고 문자를 보내자 그냥 그만 나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저같아도 잘랐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수긍하였다. 

 

“저 잘렸습니다..어쩌실거에요.”

“거긴 인재 하나 놓친거군.”

 

허니는 장난스럽게 데이비드를 째려보며 말했지만, 진지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농담이라며 머쓱해 하였다. 새벽마다 심해지는 복통이 점점 잦아들었고, 창백했던 허니의 안색도 많이 나아졌다. 물론 밤마다 데이비드가 옆에서 극진히 간호를 했기에 회복 속도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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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허니, 괜찮아...쉬..쉬 괜찮아….”

 

아직 태명도 짓지 않은 아이였지만 떠나보내는 일은 힘겨웠기에 간간히 허니는 침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깨어났다. 그럴때면 같이 잠들었던 데이비드가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작은 등을 쓸어주는 그의 커다란 손에 안정감을 느끼고 그녀가 다시 잠에 빠질 때까지, 그는 천천히,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렌트 기간이 끝났다. 데이비드는 허니를 차에 태워 그녀의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집 앞에 잠시 차를 세워둔 채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진짜로 뭐...막 다 집안 뒤엎으실건 아니죠?”

“너가 신경 안 써도 돼. 넌 몸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해.”

“그럼 이제 어디로 가실거에요? 복귀? 휴가 아직 남은 거 같은데..”

“남은 일이 있으니 내가 해결하고 와야지.”

 

 

데이비드는 허니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곤 그녀가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고 그대로 떠났다. 허니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소파 위로 몸을 풀썩 뉘였다. 며칠 간 폭풍처럼 몰아치는 일들에 진이 빠져있었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일을 해결하겠다는 건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전장에서 그가 거슬리는 적군을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그의 아버지를 죽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고 어머니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허니는 눈을 떴다. 이렇게 오래 집을 비우면 어떡하냐고 걱정했다고 잔소리를 쏟는 그녀에 허니는 미안하다며 급한 일이 생겼다고 둘러댔다.

 

‘아, 알바 다시 찾아봐야겠다..’

 

큰 일이 있었지만 아직 해야할 것이 많았다. 집의 빚도 갚아야하고 다임가에서 준 돈까지 메꿔야했기에 다시 아르바이트 자리를 여러 곳 알아보기 시작했다. 허니라고 마냥 일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였지만, 당장의 경력으로는 어디를 지원하기에도 애매하였기에 결국 가장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는 길인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집을 구할때 무리해서 멀리 온 것이였지만 군인이였단 신분 덕에 대출도 쉽게 받아서 빨리 정착할 수 있었단 것이다. 집세는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니 기존에 있던 빚맞 갚으면 된다는 점에서 허니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빚을 다 갚으면 전역 혜택으로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다시금 일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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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타임으로 뛰기에 돈은 꽤 벌 수 있었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에 허니는 매일 피곤에 찌든 채 퇴근을 하는게 일상이였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탈 때면 항상 데이비드가 그리웠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았다는 그는 헤어진 그 이후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무슨 일이라도 났을지 궁금한 허니였지만 알 턱이 없었기에 혹시라도 다임 집안과 관련된 뉴스가 나올까 저녁 먹을때가 되면 티비 앞에 앉아 뚫어져라 뉴스를 보곤 하였다. 

 

 

오늘따라 진상 손님이 많은 날이였다. 주문 수도 그만큼 많았고. 일에 끌려가던 허니는 여느때처럼 저녁 마감을 하고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데이비드가 그녀의 눈 앞에 서 있었다. 

 

“여기서 뭐해.”

“데이비드?”

“그래. 나 맞아. 이리와 허니,”

 

허니는 정류장에 앉아있다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데이비드를 향해 퍽하고 달려들어 안겼다. 있는 힘껏 튀어올라 안겼어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안겨있는 허니를 더 세게 품으로 끌어당겼다. 

 

 

“왜 아무 연락도 없으셨습니까..불안하게.”

“좀 바빴어. 미안.”

“사과하지 마세요. 그냥 해본 소리니까..”

“몸이 차군, 가자.”

“어딜요? 저 집 가야하는데.”

“밥도 못 먹었을거 아냐.”

 

데이비드는 허니의 손목을 붙잡고 근처에 주차해두었던 차로 데려갔다. 히터가 틀어져 있었기에 따뜻한 공기에 허니는 으슬으슬했던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데이비드는 하루종일 서서 일했던터라 몸이 찌푸둥한지 쭉 피고 있는 허니의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차로 이동한지 30분이 지났을 때, 어느 한 식당 앞에 내렸다.

 

“저 데이비드, 여기 근데 좀..비싼 거 같은데”

“괜찮아.”

“그냥 저 옆에 햄버거집도 있고 괜찮을 거 같습니다..”

“하루종일 기름 냄새 맡으면서 일했는데 또 그렇게 할 순 없지.”

 

그는 허니의 손을 잡고 꽤나 고급져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둘은 웨이터가 안내해주는 자리에 착석하고 메뉴판을 받았다. 고급스러운 외관만큼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메뉴를 보고 당황한 허니를 신경쓰지도 않고 이것저것 주문하는 데이비드였다.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허니였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이 그는 괜찮다고만 말하였다. 

 

음식이 나오자 처음엔 머뭇거리는 허니였지만 한 입 먹어보곤, 맛있었는지 입에 이것저것 넣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데이비드는 미소를 보였다. 

 

“어디 계셨었어요? 왜 연락도 안 하고.”

“해결해야 될 게 많았어서, 연락 못 한 건 미안하군. 사과할게 허니. 용서해줘.”

“아니..뭐 용서하고 말 것도 없어요...”

“밥은 입맛에 좀 맞나?”

“네 맛있어요. 이런건 처음 먹어봐서.”

“앞으로 자주 같이 먹으면 돼.”




 

낯 간지러운 소리에 허니는 괜히 식기를 만지작 거렸다. 다 비워진 접시를 보고 더 시켜주냐고 물어오는 그에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였다. 레스토랑을 나오고 나니 어두워진 거리에 가로등 불빛들이 가득했다. 잠시 걷자는 데이비드의 말에 허니는 끄덕였다.

 

“내일 아침에 공항으로 가야할 거 같아. 내일 모레가 복귀라.”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시간 빠르네요..”

“아쉬워?”

“….무슨 질문이 그래요.”

“나는 아쉬워.”

 

허니의 손을 잡아 오면서 데이비드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우뚝 선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게 느껴져서 그녀 역시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거짓이 없는 남자라지만, 가끔씩 이렇게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얘기할때의 그를 보면 허니는 마치 그가 자신의 심장을 꽉 쥐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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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또 못 보니까 아쉬워. 너가 옆에 없으니까 아쉽고,  부대 안에서도 계속 그리워하겠지.”

“저..저도 아쉬워요.”

“너 옆에 쭉 있고 싶단 생각이 들어. 허니 넌?”

“저도..그렇죠..”

“진심이라고 믿어도 되나.”

“네..아니 근데 왜 자꾸 그렇게...부끄럽게..“

 

이 남자가 지금 뭐라는거야 싶은 허니는 뺨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식히기 위해 차가운 손으로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쿵쿵 거리는 심장 소리가 데이비드한테까지 들릴 거 같아 침을 꿀꺽 삼키는 그녀였다. 

 

 

 

“복귀해서 기간만 다 채우면 근무지 변경 신청할거야.”

“네?? 어디로요?”

“국내로 들어와서 미커 카운티에서 근무하려고.”

“거기면..”

“여기서 가깝지. 차로 1시간 정도. 그래서 주말마다 여기로 올 수 있어. 휴가 신청해도 비행기가 아니라 차타고 오니까 금방 올 수 있고.”

 

“그런데 근무지 변경 신청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시려고,”

“그렇지. 어렵지. 근데 배우자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져. 더 원활하게 바꿀 수 있어.”

“네..?”

“그 배우자 역할. 허니 너가 해줬으면 해.”

 

 

어둑한 길에서 허니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그 말을 듣고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였다.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 것인지 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순수한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비드의 눈동자를 보고 허니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랑 결혼해줘. 허니 비.”

“저는...”

“싫은거야?”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이렇게 해도 되는건지.. 계속 그 분 말씀이 걸려서, 감히 이래도 되는건지 확신이 안 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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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애정을 갈구하듯 허니의 입술을 덮쳐왔다. 허니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핏줄 이야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기에 미친듯이 입을 맞춰오는 그였다. 갑작스러운 키스로 인해 허니는 숨이 막혔지만 질척한 그의 혀에 어느새 긴장되어 있던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허..아으..아니..”

“그런 사람들 내 인생엔 없어 이제.”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만나도, 함께 해도 괜찮을지 저는 무섭습니다..”

“너가 없는 그 시간들이 난 더 두려웠어. 그리고 확신했지. 너 없이 나도 이젠 못 버틴다는 걸. 나는 너가 확신이 생길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리고 사랑할거야. 그러니 대답해줘. 허니.”

 

 

홀로 고군분투했던, 흑백이였던 이 세상이 그를 재회하고 다시금 색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지금 자신에게 진심을 다하여 단어 하나하나 내뱉고 있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허니는 그 온기를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시 한번 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데이비드와 함께.

 

“나는 주말마다 여기로 와서 너와 함께 지내겠지. 계절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고, 집을 채워 나가고 싶어. 둘이서 말야. 난 그러고 싶어”

 

데이비드는 허니의 뺨을 쓸어왔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두툼한 그의 손을 천천히 붙잡았다. 애처롭게 대답을 바라고 있는 데이비드의 얼굴을 마주하자 더 이상 허니는 그를 밀어낼 자신이 없었다. 자신조차도 홀로 이 추운 곳으로 도망쳐서 하루를 버텨낼때, 어리석게도 무의식 중에 일어날 수 없을 그와 함께 있는 미래를 그려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질 수 있었다. 데이비드가 말한 것처럼, 평일엔 그를 기다리다 주말에 함께 지내면서 이 곳에서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기다리겠지. 너가 못 미더워서 다시 떠난다면 또 찾아낼거야..죽을 때까지 그러라고해도 너희 행방을 쫓겠지.”

 

미친듯이 흔적을 뒤쫓던 그가 다시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것은 허니 역시 알고 있었다. 덩치는 산만해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데이비드를 보고 있으니 허니는 심란해졌다. 

 

“...강요..하진 않을거라고는 확신하진 못 하겠군. 그렇지만 기다릴거야. 네가 긍정하는 날까지.”

 

강요하진 않겠다고 하지만 이미 허니는 본인이 그에게 붙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거절할 생각은 없긴 했지만, 혹시 데이비드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그녀는 망설이듯 대답을 내놓지 못 하였다. 그 순간 그가 마치 그녀의 머릿속을 읽은 것인지 빠르게 말을 꺼냈다. 

 

“혹시라도 네가 내 발목을 잡는다는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그런거 전혀 아니니까. 내가 네 발목을 잡는게 맞겠지.”

“저는..”

“당장 결정 못 해도 괜찮아. 기다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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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는 허니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곤 시간이 늦었으니 데려다주겠다며 차로 다시 돌아갔다. 허니는 생각에 잠겨 불빛들이 휙휙 지나가는 창가의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알았기에 데이비드 역시 침묵한 채로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허니의 집에 도착하자 그는 차 문을 연채 마당 앞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었다.

 

 

“내일 비행기가 7시라, 일찍 가봐야 할 거 같군. 연락은..자주 못 하겠지만 그래도,”

 

 

작별 인사를 하려던 그 순간 허니는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붙잡고 박치기에 가까운 입맞춤을 하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는지 데이비드는 상체가 휘청거리며 허니의 입맞춤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가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그녀 역시 뒤로 휘청이는 것을 빠르게 그의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 꼴사납게 둘이 함께 마당에서 구르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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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말랑한 혀가 데이비드의 입 안으로 들어가니 약간은 당황했는지 낮은 신음을 작게 내뱉는 그였다. 1분도 못 채운채, 허니는 자기가 숨이 벅차 결국 입술을 떼어냈다. 짧은 키스가 끝나자 데이비드는 어안이 벙벙한지 꽤나 당황한듯한 얼굴로 허니를 바라보았다. 

 

 

‘아 이제 나도 뭐가 맞는지 존나 모르겠다.’

 

“허니, 왜-”

“..할게요..”

“뭐?”

“결혼..! 데이비드랑 하겠다구요…! 대신 빨리 오셔야,”

 

 

허니는 말을 끝맺지도 못 한채 와락 껴안는 데이비드에 의해 입이 막혔다. 얼마나 세게 안았는지 허니는 숨이 턱 막혀 켁켁 거리면서 버둥거렸다. 그런건 신경쓰이지도 않는지 데이비드는 여전히 허니를 껴안은채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겠는 그녀가 그의 가슴을 탁탁 치니 그제서야 풀어주었다.

 

“아윽- 숨막혀요..! 진짜 크헉..”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하지.”

“가서 또 사고나 치지 마세요.”

“….고마워.”

“알면 다치지나 말고 오세요. 예?”

 

여전히 자신을 껴안은채 당장 이 기세로 식장까지 갈 거 같은 데이비드에 허니는 어떻게든 풀어내려 하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그에게 그냥 포기한 채 애정 넘치는 포옹을 견디고 있었다. 겨우 풀고 서로의 허리를 잡은 채 얼굴을 마주하자 둘은 동시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벌써 9시 넘었어요. 이제 가세요. 하사님-”

“이제 그 호칭은 안 맞지 않나?”

 

 

작별인사겸 입을 맞추려던 그 순간 끼익하고 불안하게 열리는 문소리와 그런 불안한 두 사람을 바라보는 허니의 어머니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좆됐다’

 

데이비드와 허니 둘 다 공통적인 생각을 하며 둘을 쳐다보고 있는 어머니를 본 채 경직하고 말았다.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4.05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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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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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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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야 어머님 나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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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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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센세ㅠㅠㅠ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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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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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엄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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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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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ㅜㅜ 둘이 영사해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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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1: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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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빌어줘야한다 !!!! 결혼하라고 잘되라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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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6 00: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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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친 존나 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 하사님 결혼 갈겨!!!!!!!!!!!!
[Code: c014]
2024.04.09 0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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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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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7: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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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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