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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05:12






 

  
군대 잘 모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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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소대원이 한 곳에 모인 막사에 허니가 신경질적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데이비드를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천을 팍 밀치고 들어오는 허니를 쳐다보았다.

 

“야, 도대체 그 새끼 뭐야?”

“하사님 좆되는겁니까?”

“아니 갑자기 하사님이 그러실 줄은 몰랐지”

 

저마다 중얼거리면서 얘기하다가 허니가 들어오자 이야기가 뚝 끊겼다. 물론 사건의 당사자인 그녀가 혹시라도 눈치를 볼까봐 나름의 배려를 한 거였지만, 이미 스스로 자책하고 있는 허니는 그런 배려를 눈치채지 못 하였다. 

 

“...죄송합니다..괜히 저 때문에..”

“야 허니 사과하지마라 너. 그 새끼가 괜히 시비 턴 거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하사님 분명 무사하실거야”

“비 상병님 답지않게 왜 그러심까? 어차피 ‘다임’ 하사님이신데 잘못되실 일 절대 없지 않겠습니까-”

 



코흐는 허니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그녀를 위로해주었고, 너도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어떻게든 풀이 죽어있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한마디씩 던졌다. 사이크스가 다임이라는 이름을 꺼내자 모두들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뭔 상관인데? 데이비드 하사님이면 뭐가 달라집니까? 좆같은 군대는 어차피 결과만 보고 따지는데, 지금 맞은 사람은 제임스 개새끼지 말입니다.”

 

허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하였다.

 

“아니 데이비드 ‘다임’하사님인데, 징계 내려져봤자 그렇게 심한 건 아닐거라고”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겁니다, 병장님”

“뭐야 너 지금 우리랑 1년을 넘게 봤으면서 하사님 집안도 모르는거야?”

“예?”

 

허니는 홀리데이의 말을 듣고 데이비드의 과감한 행동이 드디어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계급이 정해져있는 군대일지라도 선임이 후임을 칠 수는 없는 이 나라에서 데이비드가 그렇게 그의 얼굴을 내리칠 수 있었던 건 그가 지니고 있는 대담함뿐만 아니라 다임이라는 집안 배경에서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코흐는 그가 남부지역을 꽉 잡고 있는 법조계의 장남이니 어떻게든 빠져나갈 길이 있을거라면서 허니를 안심시켰지만, 오히려 그녀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했다고? 자신이 그렇게 거물인 사람과 붙어먹었다는 사실에 머리가 복잡해진 허니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채 조금 열린 텐트 사이로 보인 데이비드의 막사를 바라보았다.

 

작전은 성공스럽게 마무리됐지만 브라보 소대는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리더인 데이비드가 벌인 깽판때문에 다들 숨 죽인 채 그의 심기만을 살피고 있었다. 허니까지 예민해져 있었지만 사건의 당사자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이 부분은 모두들 넘어갔다. 데이비드와 허니, 둘의 관계를 알고 있는 빌리만이 날카로워진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원래였다면 성공적으로 작전을 끝내고 부대로 복귀해 끝내주는 회식을 했을테지만, 사령부에서 작전 기한을 나흘이나 더 늘려 여전히 그들은 흩날리는 사막 먼지 속에 갇혀있어야만 하였다. 확실히 남은 잔당을 뿌리 뽑자는 이유였다. 평소라면 이런 상황에서 툴툴 거리는 인원이 있었겠지만 굉장히 저기압인 데이비드 앞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제임스 병장 폭행건으로 데이비드는 매일같이 A부대 막사로 불려가게 되었다. 다행히 반군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나름 편안한 뻗치기 근무로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모두가 신체적으로는 그나마 편안한 상태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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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데이비드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잠깐 부르려고 하면 A부대 하사와 함께 간부들 막사로 들어가거나,  K하사와 함께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하고 있어서 단둘이 볼 수가 없었다. 겨우 틈이 나서 그를 부르려고 하면 한 번 뒤돌아볼 뿐, 홱하고 그녀를 무시하고 가버리는거 아니겠는가. 설마 그때 대화 때문에 지금 그 데이비드가 기분이 상해서 이렇게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허니 역시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면서 제임스를 두둔했다고 이렇게 대화까지 단절해버린 데이비드에게 점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 허니는 억울했다. 심지어 두둔도 아니였고 단지 그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 데이비드를 걱정해서 한 쓴소리였을 뿐인데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자신까지 무시하다니. 그녀는 점점 저기압이 되어갔고 담배만 뻑뻑 피워댈 뿐이였다.

 

솔직히 이렇게 싸워본 것도 처음이였고, 애초에 애인과의 싸움 자체가 처음인 허니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파하고자 그녀는 정공법을 선택하였다. 새벽 불침번인 빌리에게 눈 감아달라며 동기애를 보여주다가 데이비드 막사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문도 아닌 막사의 천따위 치워버리면 그만이였다. 후다닥 걸어가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탁 붙잡는 것을 느낀 허니가 뒤를 돌아봤다. 찰나의 순간 데이비드가 아닐까 하고 기대를 하였지만 거기엔 K하사가 서있었다.

 

“비 상병, 지금 어디 가는 거지?”

“상병 허니 비..! 저..아 그 ..”

“빨리 말해라. 지금 짜증 치밀어오르니까”



K하사가 찌푸린 미간을 손으로 짚으면서 누가봐도 짜증난 말투로 말하였다. 며칠간 사건을 정리하느라 밤잠을 설친건지 다크서클도 조금 진해져 있는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있는 것 같았다.

 

“저, 데이비드 하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너가 다임 하사랑 왜 말하는데”

“아니..그 이번 일 솔직히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니까..조..조금 걱정되서 말입니다”

“따라와라 너”

“예?”

 

 

K하사가 뒤 돌더니 갑자기 허니를 데리고 소대 막사 끝 쪽으로 향하였다. 새벽 4시를 겨우 넘어간 시간이라 모두가 곯아 떨어져 코고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다. 여러 막사를 지나치고 끝에 다다르자 K하사는 담배를 입에 하나 물고 ‘불’이라고 말했다. 허니는 재빠르게 라이터를 꺼내 그가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후...진짜 그 새끼가 사고친거 내가 지금 좆빠지게 수습하고 있는 거 알지?”

“아..예...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네 연애 놀음 하는 것도 내가 이미 눈치챈 것도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예??”

“너네 적당히 티내라고 다임한테 말했는데 내 말은 쥐뿔도 안 듣더군. 내가 저 때문에 개고생하는거는 꿈에도 모르고 말이야”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K하사는 기가 찬다는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 허니의 군화 옆으로 던졌다. 담뱃재가 튀면서 그녀의 흙이 잔뜩 묻어있는 군화 위를 스쳐지나갔다. 명백히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였다. 석연찮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행동에 허니는 그가 자신과 데이비드의 관계를 알아차렸다는 것에 놀랄 새도 없이 몸에 긴장이 들어갔다. 

 

“내가 왜 군대에 들어온 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나도 집이 자네처럼 찢어지게 가난해서 그냥 빨리 돈이나 벌려고 군대로 도망친거야. 

그런데 죽어라 총질하고 군생활해도, 뭐 상병도 알지 않나? 그깟 월급으로 가족들 풀칠하기 어렵다는 거.” 

“지금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저는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하사님.”

“내가 상병일때, 높으신 분께서 내게 거래를 하시더군. 자신의 말만 듣는다면 월급은 2배, 3배까지 올라갈 수 있을거라고. 집안이 싫어 도망쳐 나온 배부른 도련님의 보모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

여기에 그 자식이 사지 멀쩡하게 제대 할 때까지 해준다면, 내가 받을 연금의 3배 금액을 약속하셨지. 이게 나와 그 분의 거래야. 이제 누군지 알겠어?”



지금 K 하사가 말하고 있는 도련님은 데이비드를, 군인 연금의 3배를 약속하는 높으신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의 집안 사람이라는 추론을 허니는 바로 내릴 수 있었지만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 했다. 

 

평생 아르바이트나 하던허니가 남부지역을 쥐고 있는 변호사 집안따위 제대로 알 리가 없었다. 그런 가문이 있다 하더라도 그녀와는 상관 없는 일이였으니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제대로 잘못 걸린 것 같단 생각에 허니는 자신을 쳐다보는 K하사의 시선을 피하였다. 



 

“뭐. 표정을 보니까 너도 파악은 하나보네. 그 분 성함은 토마스 다임이시지. 다임,아니 데이비드의 아버지.”

 

그 순간 허니는 머리 속에서 빠르게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토마스 다임. 가끔씩 뉴스에서 들어보던 이름이였다. 대기업에서의 횡령, 자본가의 비리 등 액수가 최소 억으로 시작하는 사건들을 보도하는 뉴스에서 흘러나온 빌어먹을 그 이름이였다. 허니는 이제야 자신이 좆된 스케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너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너가 누구랑 소꿉놀이 하고 있는지 파악은 했을거야. 연애 스케일 한 번 화끈하게 하네 비 상병은.“

 

허니는 왜 자신이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데이비드와 함께 건물에 고립됐던 일을 K하사에게 된통 깨졌던건지 깨달았다. 군대에선 벌 수 없는 금액을 받고 전역하려고 했던 그의 계획을 허니 때문에 망칠 수 있었으니 자신에게 소리치던 하사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K하사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데이비드 하사님..하사님은 무사하신 겁니까? 그 분은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내가 3일동안 개고생해서 도련님한테 그 어떠한 해도 가지 않게 조취를 해놨지. 물론 그 오만한 도련님은 다 자기가 한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말이야.”

“그렇습..니까..”

“너한테도 좋은 점이 하나 있어 그리고”

“좋은 점 말씀이십니까?”

 

허니는 ‘다임’이라는 집안의 힘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A부대까지 엮인 일이라서 데이비드 혼자서는 절대 해결 할 수 없는 일을 그의 고집으로 집안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군사법원까지 갈 수 있는 일을 혼자서 A부대의 사람들과 해결하려 하였지만 완벽한 집안의 오점은 절대 남기기 싫어하시는 토마스 다임은, 이 일을 절대 용서치 않을 거란 것을 K하사는 알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부대로 연락하여 이 개판을 토마스 다임에게 알 수 있게 하였다. 토마스는 그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였기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 데이비드의 폭행 사건은 정당방위, 군대의 물을 흐리는 후임을 전쟁터에서 적절하게 처벌을 내린 행위로 끝났고 제임스 병장은 허니 전출건과 이번의 성희롱으로 불명예 전역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오던 제임스 병장의 불명예 전역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비 상병도 그 새끼 꼴 보기 싫었을거 아냐 안 그래?”

“그럼 하사님은 정말로 무사하신겁니까? 진짜 아무런 피해도 없으신겁니까?”

“그래 다만,”

“예?”

“너도 무언가를 해야만, 그 자식이 무사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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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애폴리스.jpg
 

미니애폴리스는 빌어먹게도 추운 날씨를 자랑하는 곳이였다. 2월 말을 향하는데도 영하 36도까지 내려갔으니 동파를 주의하라는 방송이 라디오에서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살을 에는 추위에도 허니는 식료품점에서 집까지 걸어갔다 왔다. 몇 가지의 생필품을 줍는 그 찰나에 눈이 내리더니 카트를 끌고 밖으로 나왔을때 소복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눈이 쌓여있었다. 

 

갑작스런 기상변화로 인해서 버스가 오지 않을거라는 직원의 말에 버스를 타고 그나마 편하게 돌아가려고 했던 계획이 틀어지자, 그녀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봉지를 양 손에 쥐고 천천히 집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집까지는 도보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기에 군대에서 했던 행군을 생각하면서 걸음을 재촉하였다. 이까짓 거리는 껌이라고 허니는 자신을 세뇌하면서 조금씩 당겨오는 아랫배를 애써 무시한채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집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일을 나가면서 아마도 추워할 자신을 위해 보일러를 틀어놨을 거라고 예상한 허니는 시린 코 끝을 한 번 훌쩍이곤 장본 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소파 위로 몸을 늘어뜨렸다.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 나른해진 그녀는 아까부터 아랫배가 당겨오는 기분나쁜 통증이 조금이나마 가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니는 몇 분을 소파에서 뒤척이다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장 본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조금 누워있는게 통증을 가시게 하였지만 몸을 또 움직이니 쿡쿡 쑤셔오기 시작하였다. 저릿하게 퍼지는 통증에 허니는 냉장고 문을 잡고 심호흡을 하였다. 그녀는 부엌 선반에 진통제에 시선이 향하였지만 이내 거두고 천천히 욕실로 향하였다. 

 

조금은 수척해진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허니는 샤워를 위해 옷가지를 벗어내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나체가 된 그녀는 자신의 미세하게 나온 배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놓으려다 따뜻한 물이 나올 수 있도록 수도를 틀었다. 

 

따뜻한 물이 정수리부터 적셔가며 허니의 온 몸을 뒤덮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수증기가 차기 시작한 욕실에서 허니는 멍하니 물을 맞고 있었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행동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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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데이비드는 FOR SALE 이라고 적혀있는 부동산 표지판을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온기가 느껴졌던 허니의 집은 텅 비어 적막만이 감돌았다. 주먹이 부들거리면서 떨렸지만 겨우 진정시키고 데이비드는 다시 차에 탔다. 

 

허니가 사라진지 벌써 2달하고도 13일이나 지나있었다. 하늘로 솟아버린 것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는데 데이비드는 혼신을 다 하고 있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사막에서 다시 부대로 돌아갔을 때였다. 자신을 부르던 허니를 뒤로 한 채 그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때의 멍청했던 자신의 행동에 욕을 날려주고 싶어도 부질없는 짓이였다. 허니를 찾는데 전혀 도움되지도 않는 소모적인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데이비드는 지금 이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대 안에서 마주쳤던 허니의 얼굴은 무언가 머뭇거리던 표정이였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지나쳐왔던 과거의 행동을 돌이킬 수 없었다. 차 안에서 신경질적으로 코트를 벗어던지고 데이비드는 턱에 힘이 들어간 채로 엑셀을 밟기 시작하였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집이였다.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집의 커다란 철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아무렇게나 차를 거칠게 주차하고 데이비드는 현관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박차고 들어오는 소 리에 놀란 그의 어머니는 그를 붙잡으려 하였지만 데이비드는 싸늘하게 그녀를 팔을 떼어냈다. 

 

“이거 놓으십쇼. 어머니”

“데이비드 제발..”

 

데이비드는 2층 서재로 그녀를 지나친 채로 올라갔다. 노크는 생략한 채로 문을 벌컥 들어가자 토마스 다임은 이라크에서 돌아온 자신의 아들은 보지도 않고 신문에만 눈을 고정시킨 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너는 크리스마스 휴가때도 얼굴도 안 비추더니, 이런 식으로 예의 없게 애비 앞에 서는거냐?”

“그 여자. 어디있는지 당장 말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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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 적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내었다. 으르렁거리는 그의 표정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토마스 다임은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한 입 마시곤 신문을 탁 내려놓았다. 못마땅하게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은 데이비드의 인내심을 다시 한 번 시험하게 하였다. 

 

“예절교육에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이렇게 엉망이라니.”

“제 참을성이 어디까지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비를 위협이라도 할 모양인가보구나.”

 

아비라는 소리에 데이비드는 코웃음을 쳤다. 당장이라도 저 작자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겨우 삼키면서 그는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제 인내심을 테스트 하고 싶으신 것이라면 집어치우시죠.”

“그런 근본도 없는 동양인 계집애 하나는 재미로 보면 되는 것을, 끼고 살아서 그렇게 쓸데없이 일을 그르치는 것이냐?”

“입 조심하십쇼. 아버지.”



데이비드는 이를 꽉 다물며 그르렁거렸다. 조용한 적막이 서재를 가득 채웠다. 서재 문 밖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안절부절하며 부자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지금 당장 얘기하지 않으신다면, 분명 후회하실겁니다.”

“사춘기가 아직도 안 끝난게냐? 이제 적당히 하고 전역 신청해라. 집 들어오고. 은혜도 모르는 푼수같은 놈.”

“당장 허니 어디 있는지 얘기하시는게 좋으실 겁니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그 잘난 다임가 명성 박살내버리기 전에.”

“지금 감히 제 아비를 협박하는거냐?”

“협박으로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너 이 자식-!”

 

데이비드의 빈정거림을 듣고 토마스는 역정을 내며 과거 그의 어린 아들에게 했던 것처럼 손을 들어올렸지만 이젠 클대로 큰 아들은 나이가 들어 주름이 진 그의 손을 막아내었다. 

 

“이거 놓지 못 해! 이런 고얀,”

“저는 분명히 기회를 드렸습니다.”

 

데이비드가 그의 손을 뿌리치자, 토마스는 크게 휘청이다 자신의 커다란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큰 소리가 나자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는 그대로 그들에게 달려갔다. 

 

“데이비드, 아..아니 이게 무슨..”

“실례했습니다.”

 

그는 당황하는 어머니를 무시한 채 차를 타고 커다란 저택을 나섰다. 데이비드는 기억을 곱씹기 시작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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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이 있다며 자신을 부르는 허니를 무시한 게 마음이 걸렸던 데이비드는 새벽에 그녀를 불러올 생각으로 내무반으로 들어갔지만 그녀의 침대가 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던 찰나 불침번이였던 베크위드가 다가와 경례를 하였다. 

 

“지금 비 상병 어디간거지?”

“비 상병은 아까 K하사님과 상담한다고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상담?”

“예 그렇습니다.”

 

이 시간에 단 둘이 상담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데이비드는 그대로 K하사의 방으로 간 데이비드는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더니 허니는 보이지 않고 자신이 올 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K하사만 있을 뿐이였다. 

 

“지금 허니 비 어디있어.”

“자네가 알 필요 없어”

“무슨 헛소리지?”

“이제 완전히 신경 꺼. 비 상병은, 아니 허니 비는 널 위해서 그런 거니까”

“무슨 개소리냐고 물었어 지금”

 

데이비드는 거칠게 K하사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완력에 윽하고 신음을 뱉은 K하사는 이내 그의 팔을 뿌리쳤다.

 

“애먼 데서 화풀이 하지마라.”

“걔 어디갔냐고 지금!”

“내가 말했지. 누가 알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난 분명히 적당히 하라고 경고했다고 개새끼야!”

 

K하사 역시 데이비드를 쎄게 밀쳐냈지만, 조금 뒤로 밀려날 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타부대 병신 하나 때문에 휘둘린 너 잘못이야. 허니 비는 그걸 독박 쓴 거 뿐이고”

“알아듣게 설명해. 지금 당장 자네 턱도 부셔버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니까.”

 

“풉..으하하- 지금 너가 뭐라도 된 거 같나? 데이비드 다임, 넌 아무것도 아니야. 배 부르게 자란 오만한 도련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내가 왜 이 부대로 들어왔는지 모르지? 토마스 다임. 그 토마스 다임이 시켜서 여기로 온 거야. 자네는 죽어도 모르겠지. 내가 왜 자네 보모 일이나 하고 있는지”

“개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설명하라고!”

 

데이비드가 거칠게 K하사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사는 그저 그를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생각할 뿐인지 개의치 않고 나불거리기 시작하였다. 

 

“니 일거수일투족 하나까지 다! 너가 부대에서 뭘 했는지, 뭘 쳐먹었는지까지 내가 다 보고 했다고 4년동안. 넌 너무 너희 집안이 가진 힘을 과소 평가했어. 너는 그저 징징거리고 군대로 도망쳐 온 세상물정 모르는 애새끼일뿐이야.”

 

그가 내뱉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지긋지긋한 집안의 꼬리표 때문에 이렇게 바로 옆에서 감시까지 당할 거라고는 그 데이비드도 예상하지 못 했다. 허니의 돌발행동에 대한 처벌을 피하느라 하사까지 올라오면서 한 번도 청하지 않았던 집안의 도움은 그의 아버지의 의심을 사기 딱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임스 폭행 사건은 어떻게해서든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아버지에게서 허니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 이를 위해 A부대에서 트러블 메이커였던 제임스가 그간 해왔던 불량한 언행들과 허니에게 했던 성희롱, 자신이 내린 명령 불복종 등을 주장하면서 처벌을 피하려고 했던 데이비드는 A부대의 하사와 몇 시간째 얘기를 나누던 찰나, 상사가 들어왔다. 

 

“다임 하사. 자네 처벌은 없어. 그 아시안 여군도. 제임스 병장 혼자 불명예 전역하는 걸로”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야. 사건은 종결됐으니 이제 그만 자네 부대 막사로 돌아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지금 상관 말에 불복종하나? 돌아가라고.”

 

상사는 데이비드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위협적으로 나왔다. 솔직히 이번 일은 자신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하였다. 자신을 내쫓다싶이 내보낸 상사를 뒤로한 채 그는 빠져나왔다.

 

그런 데이비드를 반기는 것은 자신에게 소리치는 허니였다.

 

[하사님 진짜 정신 나가셨습니까? 그냥 넘어가도 됐을 문제였습니다! 그 새끼 말대로 하사님 고소라도 하면 어쩌씨려고 그러셨습니까?! 거기서 사람들 다 보는데 때리면 어떡하십니까 진짜..!]

[그게 지금 할 소립니까? 저만 참으면 될 일이였-]

[하사님이 아무리 상관이라고 해도 부하 폭행은,]






허니가 하는 말은 분명 자신을 걱정해서, 혹시라도 본인때문에 그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이성으로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를 거슬리게 하는 것은 자신이 참으면 될 거라는 그녀의 말이였다. 그녀 홀로 자신의 도움 없이 무엇이든 감내하려는 허니의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더욱 유치하게 나온 그였다. 충분히 허니가 억울할만한 상황이였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죄책감을 가지는 그녀의 말들이 짜증이 치밀어 오른 데이비드는 답지 않게 감정을 드러내었다. 

 

[나는 너가 그딴 벌레만도 못한 인간한테 그딴 소리 듣는거, 용납할 수가 없어. 알아?]

[그래도 하사님이 나설 일은..]

[근데 지금 너는 나보다 그 자식을 더 걱정하는거 같아]


 

그래. 분명히 허니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사랑에 이성을 잃은 건지 염병할 제임스 편을 드는 것 같은 기분에 더욱 더 유치하게 행동하고 말았다. 데이비드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질투심을 표출하였다.

 

그는 자신의 팔을 뿌리친 허니의 불안한 얼굴을 이내 무시하고 막사로 돌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전투의 여운이 가시지도 못 한 채 일어난 사건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니였지만 이마에 큰 거즈를 붙힌 채 자신에게 소리치는 허니가 다시 상기되자 속이 쓰려지는 데이비드였다.

 

그나마 사건 하나는 해결되었으니 맘 놓고 부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흙먼지 날리는 사막에서 4일이나 더 있어야 한다는 상부의 명령이 짜증이 난 데이비드의 심기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사실 사막에 며칠을 구르는 일은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였지만 그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그저 일이 틀어진 것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가 왜 심기가 좋지 않은 지는 아마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굳이 파헤치지는 않았다. 

 

 

허니가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려고 시도하였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와의 대화를 피해버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였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쉽사리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가해자가 명백히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사랑은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는 말이 자신에게도 적용될 지 몰랐던 데이비드였다. 

 

그는 정말로 남은 임무 기간동안 허니와의 대화를 거부하였다. 결국 지친 허니 역시 나가떨어진 것인지, 남은 하루 동안은 구석에 앉아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복귀 명령이 떨어지고 한 낮이 지나서야 소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원들 모두가 지쳐서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란 걸 알았기에 데이비드는 간단히 인원 확인과 몇 가지 보고를 받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사님, 저 드릴 말씀이]

[나중에. 나중에 얘기해.]



제임스와의 트러블도 있었고 그 역시 장기 임무가 피로했기에 샤워장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이 순간을 가장 후회하였다. 샤워장으로 향하는 자신을 불러세우는 허니를, 그때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허니를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2달도 더 지난지금까지 데이비드는 그때 자신의 무심함을 미치도록 후회하면서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번뜩이는 두 눈으로 글로브박스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고, 당장이라도 무슨 짓이든 저지를 사람처럼 보였다. 그 데이비드 다임이 증발해버린 자신의 연인을 찾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못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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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집.jpg

 

추운 날씨에 눈까지 맞으면서 장을 보고 온 게 문제였는지, 목욕을 마치고 나온 허니는 몸이 으슬으슬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퇴근하고 온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스프가 다 미지근 해질때까지 겨우 네 입 정도 먹더니 입맛이 없다며 그릇을 밀어냈다.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냐며 뭐라하는 어머니에게 별 거 아니라며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비척거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괜한 잡념 때문에 샤워를 오래해서 그런지 감기 기운이 더 심해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의 온도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허니는 바로 침대에 누워 이불을 푹 뒤집어 썼다. 

 

새벽에 뒤척거리다 눈을 뜬 허니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뱉어지는 숨이 뜨거웠고 눈은 일렁거리는 것이 딱 몸살이 왔다는 것을.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감기였지만 덜컥 불안해진 허니는 따뜻한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지만, 자꾸만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그녀는 눈을 감고 괜찮아질거라고 속삭였다.

 

아침을 먹으라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는 볼이 상기된 허니의 얼굴을 보고 괜찮은 것 맞냐며 걱정스레 물어왔다.

 

“아침 먹고 약국 가서 약 사올거니까 걱정말고 일 갔다와요. 나 진짜 괜찮아.”

“꼭 약국 갔다 와야 돼, 알았지?”

 

여전히 걱정되는지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허니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어머니는 밖을 나섰다. 허니는 식탁 위에 차려진 샌드위치를 두 조각 정도 베어물다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구역질에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쿨럭..웁-!”
 

 

바로 싱크대로 달려가 방금 먹었던 작은 조각들을 그대로 뱉어내었다.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어찌하지도 못 한 채 상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먹은 것도 없이 침을 뱉어내고 있었다. 허니는 도저히 먹지 못 하겠다 생각했는지 샌드위치를 접시 채로 냉장고에 집어넣고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왔다.

 

아침 8시가 겨우 넘었으니, 겨울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허니는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움직이니 배고플만 했지만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배고픔을 느끼지는 못 하였다.

 

정류장에서 내리고 몇 분 정도 걸었을까, 약국에 도착한 허니는 그대로 그 곳을 지나쳐 그 옆에 위치한 병원 건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을 누른 채 파리한 안색을 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허니는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접수를 하고 푹신한 가죽 소파에 앉아 기대 있는 허니는 병원에서 나오는 따뜻한 히터 바람을 맞고 있었다. 



병원.jpg
 

아침이였어도 병원에는 사람이 북적거렸다.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도 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거운 몸을 등받이에 뉘인채 눈을 감고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만을 기다렸다. 

 

“허니 비 산모님 2번 진료실로 들어가주세요.”

 

무미건조한 간호사의 부름에 허니는 몸을 일으켜 안내받은 진료실로 힘없이 들어갔다. 

 

“벌써 8주차가 넘어갔네요, 산모님”

“네..벌써 그렇게 됐네요”

“2주 전에 오셨었을때도 제가 산모님 영양 상태가 딱히 좋지 않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오늘 얼굴 보니까 어찌 더 마르신거 같네요. 입덧 약은 효과가 없었나요?”

 

허니의 진료기록 차트를 넘기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염려된다는 어투로 말을 하고 있는 중년의 여자 의사였다. 그녀는 ‘로라’라는 명찰을 달고 창백한 안색을 한 허니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봤다. 

 

“먹긴 하는데, 딱히 효과는 없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해서 아무것도 안 드시면 더 큰일나는거 아시죠?”

“네..뭐 그렇죠”

“정기 검진일은 내일 모레인데, 왜 오셨을까요?”

“저..음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계속 쑤시면서 당기는 느낌이 들어서요. 어제 저녁부터는 몸살도 같이 온 거 같아서 좀..”

“일단 초음파부터 보는게 좋겠어요”

 

 

 

배 위에 초음파를 더 잘 보이게 하는 액체가 발라질 때 차가운 감촉에 약간 몸을 떠는 허니였다. 기계를 그녀의 배 위에 갖다 대자, 두쿵거리는 소리가 초음파 기계에서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것이 자신의 배 안에서 꼬물거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허니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무엇에 안도한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러나 그 다음에 로라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녀의 심장을 쿵 내려앉게 하였다.

 

“음..아기 심박수가 조금 약한 거 같아요. 불규칙적이기도 하고..그래도 움직임은 활발하게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아요. 산모님 몸이 지금 약해져 있는 상태라고 제가 말씀 드렸죠? 지금 제일 절대 안정을 취해야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긴 하는데요.”

“그냥 정말로 쉬셔야해요. 일단 열도 있으신거 같으니까 먹어도 괜찮은 약을 처방해드릴거에요. 혹시라도 아랫배가 계속 당기는 느낌이 나거나, 더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응급실이랑 연결되어 있으니까 걱정 마시구요.”

 

 

 

 

왜 자신이 이런 소리를 듣고 있는건지 허니는 과거를 되짚어 보고 있었다. 몸 안에서, 생명이 자리잡고 있다는 소식을 그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은 채 그녀 홀로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 

 



[너도 무언가를 해야만, 그 자식이 무사할거야]

 

그렇지, 허니는 일종의 계약을 하였다. 토마스 다임과의 계약을. 이 사실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됐고, 특히 데이비드가 알아서는 안된다는 계약 조건이 걸려져 있었다. 그저 소리 소문 없이 브라보 소대에서 사라져만 준다면,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데이비드 앞에서 영영 없어져 주는 것이 조건이였다. 

 

자신의 아들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토마스는, 데이비드가 폭행한 제임스 병장의 불명예 전역뿐만 아니라 허니의 존재를 그의 옆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데이비드가 긴 군 생활 동안 처음으로 집에 전화를 해 도움을 부탁을 한 이유가 여군의 처벌을 근신으로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한 것이라니, 토마스는 그의 아들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에 엮여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토마스 다임에게 있어서 장차 다임가를 이끌어 갈 법조인이 되어야할 데이비드 옆에는 후임 폭행과, 별 볼일 없는 가난한 동양인 여자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였다. 제임스 병장을 치워버림과 동시에 허니의 존재까지 지우려 했던 토마스는 은밀한 거래를 걸어왔다. 

 

물론 이런 비열한 행동을 직접 앞에 나타나서 한 것은 아니였다. 허니는 이런 '거래'를 데이비드의 감시 역할인 K하사에게 전해, 아니 통보를 들었다. 분명 말투는 부탁이였지만 어조는 명령이였다. 

 

[조용히 전역 신청하고 멀리 떠나. 그래야 데이비드가 무사할거야. 앞으로도 그럴거고. 너만 없으면 모든게 해결될 일이였다. 처음부터]

 

마치 자신은 데이비드 옆에서 불필요하고 하찮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처럼 말하는 K하사의 말에 허니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의 집안을 알아버린 이상 그녀 역시 아직도 빚에 허덕이고 있는 자신의 집과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였던 것인지, 첫 연애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허니는 K하사가 보는 앞에서 전역 신청서를 쓰고 중대장에게 향하였다. 그가 왜 이제야 오냐며 타박하는 모습을 보고 애초에 자신이 군대에서 떠나야했다는 것을 다임가와 관련된 모두가 알고,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니는 자신이 만약 거래를 거절했다면은 아무래도 군생활이 화려하게 꼬일 것이라는 것을 짜증을 내는 중대장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정해져 있었던 수순이라는 것에 자신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

 

전역 신청서를 제출하고 좋은게 좋은 거라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중대장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허니는 조용히 새벽에 나와 단촐하게 짐을 싼 채로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신신당부하던 비열한 중대장의 목소리가 머릿 속에서 울려퍼졌다. 



 

이 밤중에 탈영이라도 하는 것이냐고 놀라서 묻는 빌리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짧은 포옹을 했다. 갑작스레 안아오는 허니에 놀라는 그였지만, 무언가 결심한 듯 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그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집에 온 허니를 보고 어머니는 놀랐지만, 허니는 이젠 쉬고싶다는 이유를 대면서 전역을 신청했다고 하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였지만, 어머니는 지쳐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허니는 자신의 통장에 평생 받아본 적 없는 금액이 찍혀있을 거라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이메일이 와있었고 그 돈으로 멀리 사라지기 위해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갑작스러운 이사 제안에 어머니는 힘들 거 같다고 말을 했지만, 허니의 끝없는 설득에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세탁소도 빠르게 정리하고 납골당에 있는 아버지의 유골함과 함께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다.

 

텅 빈 집을 보고, 아쉬움에 가슴이 먹먹했지만 허니는 내색하지 않고 트럭에 올라탔다. 자신이 뛰놀던 거리의 풍경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따스한 햇빛을 쬐고 있었다. 

 

다 부질없는 과거였다. 자신은 이미 도망쳤고 그와의 관계도 끝이 났다. 새벽이면은 데이비드가 보고싶어 허니는 숨 죽이고 눈물을 삼켜내기도 하였고 꿈에서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다시금 보기도 하였다. 

 

그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나마 놓으려던 순간, 요새 자신이 냄새만 맡기만 하면 울렁거리는 탓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하던 생리도 벌써 2번이나 놓쳤다는 것을 깨달은 허니는 그대로 임신테스트기를 사고, 그 날 변기 위에서 그녀는 깊은 탄식을 흘려보냈다. 

 

 

선명한 두 줄이 그어진 테스트기를 보고 그녀는 세상을 저주하고 싶었다. 







반강제적 임신튀해버린 허니...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3.17 05: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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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Code: 2e0b]
2024.03.17 05: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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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임신튀... 다임 나중에 애기까지 있는 거 알면 진짜 그날 무시한 거 못견딜 거 같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토마스 진짜 벌받아라ㅠㅠㅠㅠ
[Code: 39ad]
2024.03.17 06:28
ㅇㅇ
모바일
임신튀 ㅁㅊ.............
[Code: 01ba]
2024.03.17 09:23
ㅇㅇ
모바일
크 센세가 말아주는 이 존맛 무순 최고
[Code: 379b]
2024.03.17 1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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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임신튀 그것도 강제적으로 …… 하 진짜 존잼 ㅠㅠㅠㅠㅠㅠㅠㅠ데이비드빨리 찾아내 ㅠㅠㅠ
[Code: eb04]
2024.03.17 17:20
ㅇㅇ
모바일
헉 ㅜㅜㅜㅜㅜㅜㅜㅜ 다임 허니 꼭 찾아내!!!!
[Code: 548c]
2024.03.17 18: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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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ㅠㅠㅠㅠㅜ 아 찌통 개맛도리
[Code: 47c0]
2024.03.18 0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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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절할것같아ㅜㅜㅜㅠ
[Code: e2e2]
2024.03.20 03:35
ㅇㅇ
모바일
흐어어ㅓㅓ
[Code: d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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