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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2:56
  
군대 잘 모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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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잘 모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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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자신이 언제부터 잠들어 있던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다임의 얼굴이였다. 다임이 무전기에 대고 무어라하는 소리에 허니는 천천히 눈을 떴을때, 자신이 다임의 품 안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도 평소라면 발작을 하며 일어났겠지만 피를 꽤나 흘린 상태이기에 어지러워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하사님...” / “허니 정신이 드나?”

 

다임은 눈을 크게 뜨고 허니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출혈이 많은 허니는 지속되는 어지럼증에 눈동자가 탁하였고, 멍하니 다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사막에서 그냥 엄마 아빠 얼굴도 못 보고 죽어버린다니, 내가 뭣 때문에 고생을 했지? 맞다. 훈장..훈장이였지..훈장을 따서 돈을 더 받으려고...근데 씨발 실패해버렸네. 좆같다 진짜.’

 

허니는 순간적으로 울컥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다임은 갑자기 눈물이 맺힌 허니의 눈을 보고 조금 놀란 채로 되물어봤다.

 

“어디 더 아픈 곳이 있는거야? 혹시 미처 내가 못 본 상처가 있었던건..”

“하사님...죄송합니다...진짜..일을 좆같이 만들어버렸습니다 제가...저는 그냥 잘..잘하고 싶었던건데..”

 

허니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웅얼거렸다. 그녀의 눈물이 다임의 무릎을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다임은 갑자기 보이는 허니의 눈물에 당황스러웠다. 다른 소대원들이 울었을때는 약한 모습 보이지 말라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했을텐데 처음 보는 허니의 눈물에 자신도 모르게 큰 손으로 허니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래도..그래도 저 여기서 뒈져버리면은..가족들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겠죠? 죽는건 안 무섭다 생각했는데..생각보다 무섭습니다..”

“허니비 정신차려 우리는 쉽게 죽지 않는다. 울지마. 괜히 힘 빠져서 좋을거 없으니깐”

“그래도 저 죽으면... 제 가족이 연금 받는지 제대로 사는지는 알아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딴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상병. 우린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무조건 내가 그렇게 해낼 것이니까.”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허니는 자기가 무슨 소리 하는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내뱉고 있었다. 여태까지 수많은 전투를 치뤘던 허니였지만 이렇게 적진 속에서 고립된 채로 부상까지 입고 상관과 단 둘이 남겨져 있던 적은 없었다. 항상 운 좋게 살아남았고 부상도 3일이면 회복될 정도였었기에 이런 상황은 상병 허니비의 멘탈을 충분히 흔들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ㄷ ㅏ...진짜로..하사님..저 사실..훈장 받고 싶어서 ..그 새끼 잡으려고 했던건데..다 망해버렸네요..”

“허.”

 

다임은 돌발행동을 했던 자신의 부하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허니는 부상을 입었고 사막의 밤의 기온은 꽤나 차가웠기에 그녀는 몸을 조금씩 떨기 시작했다. 안 좋은 징조였다. 조금이라도 구출작전이 지연된다면 정말로 재수가 없다면 허니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허니 난 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거다”

“왜요..저 싫어하셨지않습니까.....”

“그건 ..! 하..일단 그만 말해. 체력을 아껴야된다고”

“춥습니다 지금..저 진짜 죽는거 아닐까요?”

 

다임은 자신의 상의를 벗어 작게 떨고 있는 허니의 몸에 덮어주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침이 가까워진다면 반군도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고, 그때까지 허니가 버텨줄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 순간 덜덜 떠는 그녀가 까무룩 눈이 뒤집어 지면서 다시 또 기절하였다.

 

“젠장 허니! 허니비! 제발...”

 

다임은 이젠 그녀를 계속해서 깨워야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진짜로 허니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사----지금----출--하고 있---”

 

치직 거리며 소음을 내는 무전기를 붙잡고 다임은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이니 서둘러주기를 바란다고 외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계속해서 허니를 흔들고 깨우려고 하였다.

 

힘 없이 축 늘어진 허니의 몸을 다임은 끌어안고 계속해서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숨을 내뱉고는 있었지만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다임은 허니의 얼굴을 붙잡고 이제는 애원하듯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절박했던 모습을 보인적이 있었을까. 지금은 이런 사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허니를 살려내고 싶었다. 심장이 있을까 싶은 그 다임이 허니에게 빠져버려기에.

 

“허니 제발…허니..!”

 

허니는 자신을 계속해서 부르는 다임의 목소리가 웅웅 거리며 들려왔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겨우 눈을 떴을때 자신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는 다임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젠 그냥 자고 싶은 욕구가 더 컸기에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하사님..저 졸립니다….” / “지금 눈 감으면 안된다고!”

 

허니는 다임의 품에 안겨서 웅얼거렸다. 이젠 정말 지쳤다. 몇 년을 군대에서 굴렀을까. 아 청춘을 즐기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버리네 억울해진 허니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다임을 보는 눈에 점점 초점이 흐려졌다.

 

“제발…!”

뭐지? 이게 무슨 느낌이지?

 

허니는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부드러운 것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15살부터 알바를 해왔고 그 전에는 하교를 하자마자 세탁소 일을 돕기에 바빴다. 허니의 학창시절은 가난을 견뎌내기 위한 삶으로 가득 차 있었다.연애는 사치였던 그녀에게도 지금 이 감촉은 입맞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나는 하사님과 단 둘이 있다. 지금 그럼 내게 입을 맞추고 있는건 다임 하사님이라는건가?

 

허니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쏟아지는 잠과 자신에게 입 맞추고 있는 다임 때문에 입이 막혀 의문을 제기할도 수 없었다. 다임의 지금 행동은 인공호흡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사심이 담긴 입맞춤이였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속여가며 허니에게 입을 맞춰온 다임이였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으로 들어오는 달빛과, 푸른 빛을 띄우는 사막 아래에서 허니는 첫 입맞춤을 했다는 자각을 겨우 하였지만 더 이상 잠의 유혹을 이기지 못 하고  눈을 스르륵 다시 감았다.

 

.

.

.

 

허니는 자신의 몸이 붕 뜨는 느낌도 들었다가, 사람들이 무어라 소리치는 것도 듣고, 정신없이 무언가가 바뀌는 것이 느껴졌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따뜻한 느낌은 계속해서 들었었다. 눈을 한 번씩 감았다 뜰 때마다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차 안이였다가 막사였다가 복도 천장이였다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허니는 자신이 어딘가로 계속 향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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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허니가 눈을 떴을때는, 병실 안이였다. 분명 죽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살아있었다. 알콜 냄새가 가득한 병실에는 해가 넘어가고 있는지 노을이 들어오고 있었다. 죽은 건 아닌건가 생각하던 찰나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나. 허니비 상병” / “헙! 하사ㄴ..!”

 

허니는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어깨 쪽에서 깊게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내었고, 다임이 부드럽게 어깨에 손을 올려 일어나는 그녀를 제지하였다. 결국 허니는 다시 침대에 몸을 붙일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작전을 조졌다고 생각한 허니는 이제 슬슬 겁을 먹고 있었다. 

 

“몸은 어때?”

 

한 바탕 욕이 쏟아지겠구나 생각했던 허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따뜻하게 물어보는 다임의 목소리에 다시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점점 정신이 맑아지면서 그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것도 눈치챈 허니였다.

 

“예...아 ..괜찮습니다..! 그..근데 제 손은..왜..”

“어제 밤 기억하나?”

“예? 저..그 제가 기절했던거 같긴 한데 잘...어..”

 

아니다. 허니는 희미한 정신 속에서 자신이 뭐라고 말하였는지는 몰라도, 다임의 입맞춤만은 확실히 기억하였다. 처음이였으니까. 그 첫 입맞춤이 다임이라는 것은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 5시에 구출하러 소대원들이 왔고, 운 좋게 반군 눈에 띄지 않고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허니”

“제..제가 진짜 죄송합니..다...그 돌발행동을 했..했던 거는 제가 꼭 제대로 설명을 해드리..”

“됐다. 더 자둬.”

 

다임은 큰 손으로 허니의 눈위를 덮었다. 마치 재워주려는듯이 따뜻한 그의 손이 눈 위에 올려져있자, 허니는 당황스러웠지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지금 다임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허니는 짐작할 수 없었다.



.

.

.



다임은 그의 소대원들이 현재 열심히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라면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을 그였지만, 자신의 품 안에 있는 허니의 숨이 금방이라도 꺼질듯해 보였다. 

 

“곧 도착합니다 하사님!”

 

다임은 초조해졌다. 허니의 몸이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는게 느껴졌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무전으로 더 재촉을 해야하나 생각하던 그 순간에, 건물 잔해가 하나씩 치워지면서 빛이 들어오는게 보였다. 이렇게도 자신들의 부하가 반가운 순간이 있었을까, 다임은 허니를 안아들고 그들에게 당장 그녀를 옮겨야한다고 소리쳤다.

 

흔들리는 차 안에 의무병이 허니의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을 다임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행여나 치료가 잘못될까 불안함이 느껴졌다. 의무병은 옆에서 불을 키고 쳐다보는 다임 때문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지만.

 

차 안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었기에 부대로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도하는 다임이였다. 답지않게 언제 도착하냐며 재촉하는 그는 부대에 도착하자마 빠르게 허니를 안아들고 달려나갔다.

 

소대원들도 군복 어깨 한 쪽이 피로 젖어진 채 실려가는 허니를 보고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허니의 수술은 빠르게 시작되었고, 다임 또한 몇 가지 검사를 받고 가벼운 뇌진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출혈이 많았던 터라 허니의 수술 시간은 꽤나 오래 걸렸다. 다임도 쉬기를 권유 받았으나 거절하고 보고서를 쓰겠다고 하였다. 허니가 갑자기 뛰쳐나간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지만 다행히 두 사람의 목숨은 구했으니 망정이였다. 다임은 허니에게 했던 입맞춤을 곱씹었다. 그리고 그녀가 울면서 했던 말들도 모두.

 

죽음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던 허니의 얼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훈장을 받고 싶어서 그랬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에 무어라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집안 사정이 좋진 않다는 것을 이미 프로필에 있는 사항이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멋대로 뛰쳐나간 허니를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그 부하가 정신을 잃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입 맞춘 자신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다임이였다.

 

그 순간 허니의 수술이 끝났다는 보고를 듣고 그는 바로 그녀가 잠들어있는 방으로 갔다. 하얀 붕대가 약간의 피로 젖어있었지만 수술은 잘 되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허니는 꼬박 10시간 잠들어 있었다. 다임은 시간이 날 때마다 병실로 찾아가 그녀를 바라보곤 했다. 

 

잠에서 깨어난 허니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자신이 총상을 입었던 사실 조차 자각했는지 몸을 일으키려다 고통에 윽 소리를 내었다. 다임은 그녀가 이 상태로 무리한다면 분명 더 고통이 길어질 것을 알기에 자신의 손으로 허니의 다른 쪽 어깨를 지긋이 눌렀고, 허니는 침대에 다시 풀썩 쓰러졌다. 

 

다임은 내심 궁금하였다. 자신의 입맞춤을 그녀가 기억할지. 심리술에 능한 다임은 은근슬쩍 허니를 떠보았다.

 

[어젯밤 기억하나?]

[예? 저..그 제가 기절했던거 같긴 한데 잘...어..]

 

당황해서 더듬거리는 말,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허니 역시 그것을 기억한다 확신하는 다임이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그녀의 눈을 큰 손으로 덮어주었다. 

 

자신의 전우였던 슈룸이 죽어가는걸 지켜만 봐야했던 감정과는 달랐다. 그때는 친우가 저렇게 죽는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통탄스러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고, 그의 장례식에서도 다임은 굳게 입을 다 물고 그를 조용히 보내주었다. 하지만 허니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질때는 두려움을 느꼈었다. 그녀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임은 오랜만에 공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

.

 

“너 진짜 미친 줄 알았어”

“몰라 씨발..살았으니 된 거 아니야? 하.. 존나 죄송해서 진짜 미안하다 그냥..”

“됐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너 걱정했어”

“근데 나 어떻게 실려 온 거야? 기억도 안 나”

“당연하지..너 그냥 아예 축 쳐져서 실려왔어 다 너 죽은 줄 알고 관 짤 준비했다 미친놈아”

“어쨌든 살았잖아”

 

허니는 병실을 찾아온 빌리와 함께 그가 가져온 땅콩을 으적으적 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빌리는 자신이 죽을뻔 했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던지고 킥킥 웃는 허니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허니도 알고 있었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과 고향에 있는 부모님, 빚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면서 죽음의 대한 공포가 한 층 더 그녀였기에, 그것은 억지로 두려움을 지우기 위한 나름의 방어 기제였다.

 

출혈이 많았던 거지 총상 자체가 심했던 것은 아니였기에 허니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자신이 깨어나자마자 바로 징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용해서 걱정이 되는 허니였다. 

 

“그리고 하사님이 너 들쳐업ㄱ”

 

빌리가 입을 떼려던  그 순간 병실이 열리더니 다임이 들어왔다. 조금은 수척해지고 다크서클이 살짝 내려온 다임의 얼굴을 보곤 허니는 이제 징계 내리는구나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빌리에게 자리를 비켜달란 의미의 고개짓을 하자 빌리는 여느때처럼 후다닥 피해버렸다. 다임은 허니가 앉아있는 침대 옆 간이 의자에 앉았다.

 

“허니...비..상병이 했던 행동은 솔직히 말하면 자살행위였지. 명령 불복종에 나까지 말려들게 했지”

“저...징계는 얼마든지 받겠습니다...전역만은..”

“그래도 자네가 그 자식을 쫓느라 시간을 벌어둔 덕에 그가 멀지 않은 곳으로 도망쳤고 그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그렇습니까?” 

“그래 덕분에 간부A를 잡는 작전이 조만간 짜여질 예정이다. 이번엔 높은 확률로 그 놈을 잡을 수 있겠지.”

“아...”

 

다임은 허니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쳐다봤다. 허니는 그의 시선을 느끼는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다임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내 눈을 보게 할 수 있을까 싶어진 다임은 다시 한 번 허니를 흔들어보았다.

 

 “….그날 밤 정말 기억 안 나는 것인가? 허니”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뚫어져라 쳐다보는 다임의 눈을 허니는 피할 수 없었다. ‘그날 밤’이라는 것은, 입맞춤에 관해 그가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거란걸, 그녀도 알았지만 대답할 수도 없었다. 

 

예. 하사님이 저한테 뽀뽀 하시지 않았습니까?

라고 말하고 싶은걸 허니는 꽉꽉 눌러담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이렇게 하면은 다시 기억이 날 거 같나?”

 

갑작스레, 다임은 허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둘의 거리는 거의 10cm도 안되었다.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제정신으로 그의 얼굴을 본 건 처음이였다. 군인다운 외모지만 그래도 긴 속눈썹과 높은 콧대를 가진 다임의 잘생긴 얼굴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허니의 심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하..하사님..저 ..그 그날ㅇ”

 

허니는 다임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지자 머릿 속이 새하얘졌다. 또한 그 순간에 그 날의 기억이 조각조각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옷을 벗어주던 다임, 커다란 몸으로 자신을 안아주었던 것, 귀에다가 제발 깨워달라고 애원하듯 속삭여오는 그의 목소리도 하나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바라보던 다임의 얼굴은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였다. 무언가 그렇게 계속 바라는듯 애처롭게 허니를 쳐다보던 다임의 얼굴이 희미하게 생각났다. 

 

“허…어..하사님..”

 

다임은 허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그의 손을 그녀의 뺨을 쓸어주었다. 마치 입을 맞춰오려던 것처럼 고개를 조금씩 틀어오는 다임에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총상 환자한테 너무 지나치지 이건”

 

갑자기 다임이 피식 웃음을 보였다. 허니는 그 모습을 보고 방금까지 로맨틱한 분위기는 증발한 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진짜로 화났을 때는 오히려 다임은 미소를 짓는다는 소리에 그녀는 하사님 지금 개빡치셨나 싶어졌다. 

 

“내가 지나쳤던거 같군, 허니”

‘제발 화를 내시던가 웃지말아주세요 시바알..’

 

“회복이 중요하니까 상체를 함부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사항이 있었어. 잘 알겠나?”

 

허니의 뺨을 붙잡고 있던 손이 떼어지며 그와 동시에 다임은 그녀에게서 그의 얼굴을 거리를 두었다. 도대체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허니는 알 수가 없었다. 

 

“상처가 다 나을때까지는 열외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다임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는 병실 밖을 나가였다. 단 몇 분만에 이렇게 감정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허니는 가까스로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

.

.

 

허니는 회복할 때까지 그 어떤 작전도 참여할 수 없었다. 부상이 문제이긴 하였으나, 다임이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허니는 몰랐다. 조금만 더 총을 가까이서 맞았다면 자신의 동맥이 뚫렸을거란 의사의 진단에 약간 아찔해진 허니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한 번 더 각인되는 하루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물러날 허니가 아니였다. 

 

다음 날은 K 하사가 직접 와서 혼을 크게 냈다. 너 때문에 몇 명이 죽을뻔 했는지 아냐며, 그런 돌발행동은 너 하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미쳤냐고 호통을 들었다. 그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라 허니는 반박할 수도 없었고, 자신을 구하러 온 소대원들에게 다시 한 번 죄책감이 들었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묵묵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었다.

 

“너 보고서 몇 장으로 끝날 일 아니였다는거 알지? 진짜 징계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였어 임마! 그나마 그 시간 벌어준 거 때문에 그 새끼들 위치 파악을 할 수 있으니 넘어간거야.”

“죄송합니다...”

“하...허니비 상병. 너는 다임 하사한테 고마워해라”

“예?”

 

갑작스레 귀에 박히는 다임이라는 이름에 허니는 깜짝 놀랐다. K하사는 허니 때문에 일어난 구출 작전에 물자를 더 쓰게 됐다며 상사가 날뛰는 것을 다임이 겨우 말려서 그녀가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허니 덕분에 시간을 끌어서 반군이 숨어있는 위치를 알게 되었다고 다임은 그녀를 두둔하며 근신으로 끝내자고 끝까지 설득했다고 했다. 혼내다가 안 혼내고, 다정했다가 바로 차가워지는 다임의 태도에 혼란스러웠다. 왔다갔다 하는 그의 태도에 허니는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였다.

 

 

.

.

.

 

이제 어깨를 움직여도 약간의 욱씬거림이 있을 뿐, 전에 비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허니였다. 자신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혼나다 보니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금연을 권장한다는 의사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곤 허니는 새벽에 몰래 빠져나와, 옥상에서  담배 하나를 물고는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이터를 켜려고 몇 번이나 휠을 돌렸지만 칙칙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불이 붙지 않아 그냥 포기한 채 입에 물고만 있었다.

 

몇 번의 연결음이 가자, 허니의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왜 이렇게 연락이 안됐냐고, 문자 몇 통이나 보냈는데 답장도 안 해서 걱정했다고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내뱉었다. 걱정이 섞인 잔소리였다. 

 

엄마 나 사실 죽을뻔 했어. 되게 무서웠어.

 

허니는 그 날의 일을 말하고 싶었지만, 저 멀리 타국에 내놓은 딸 걱정할 부모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진심을 흘려보냈다. 아빠의 상태는 어떻냐는 딸의 물음에, 그녀의 엄마는 머뭇거렸다.

 

-허니..사실 너희 아빠가 많이 안 좋긴해. 지금도 계속 유지장치 달고 있고..너한테 목소리 들려주고 싶은데 일어나면 할 수 있을거야.

-그래? 미안해요..요새 바빠서 많이 전화 못 했는데



가난했어도 자신만큼은 끔찍이 아껴주던 부모의 애정을 허니는 아직도 기억한다.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돌아와서 울적해보이는 그녀에게 무등을 태워주고, 작은 간식을 물려주던 그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

 

언젠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온 세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온 허니에겐 암담한 소식이였다. 처음에는 두 달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엄마의 말에 이번 달에 모든 일이 끝나면 장기휴가를 낼까 생각했던 허니였다. 하지만 벌써 유지장치를 달고 있다는 소식에 허니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최대한 휴가 빨리 잡아서 가볼게. 응. 그래

 

허니는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봤다.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때도 있었고, 그 별들을 다 가릴 정도로 추적기로 인해 붉은 빛이 펼쳐질 때도 있었다. 사막에서 낮이건 밤이건 굴렀건만, 이렇게 버텨낸 이유가 사라지려고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소대원들에게 피해를 줬는데 휴가로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이 이리저리 튀는 허니는 복잡한 심정에 한숨만 푹푹 내쉴뿐이였다. 이제 내려갈까 싶은 허니는 문고리를 잡았지만, 누군가가 벌컥 열고 들어왔다. 

 

 

“의사가 당분간 금연하라고 하지 않았나?”

 

왜 자꾸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는지 모르겠는 다임이 문을 열어재끼면서 말했다. 허니는 갑자기 들이닥친 그에게 놀라 물고있는 담배를 떨어트릴뻔했지만 입을 다시 합 다물곤 담배를 가까스로 물었다.

 

“상병은 참 말을 안 듣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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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은 문을 닫고 난간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허니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하던 찰나, 다임이 그녀를 불렀다.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손짓과 함께 그는 허니를 난간에 서서 바라보았다. 



“또 명령 불복종 할 건가?”

“아닙니다”

 

허니는 순순히 다임 곁으로 다가갔다. K하사가 다임이 자신을 두둔해줬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감사인사라도 전해야 할 거 같아서 슬금슬금 그에게 걸어갔다. 허니는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다시 넣으려고 하던 찰나 다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연할 생각은 없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다임은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허니가 빼내려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금연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헷갈리는 행동에 허니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불 빌려줬으니, 담배 하나만 빌리지”

“네..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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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은 허니에게 건내받은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뱉었다. 그녀는 그 옆에 서서 조용히 다임이 담배를 피고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보다 한 마디는 더 길고 두꺼운 손가락으로 담배를 입에 갖다대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허니는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저 하사님..드릴 말씀이 있는...있습니다”

“계속해봐” 

“그..K하사님이 말씀해주신거 들었습니다.하사님이 제 편 들어주셔가지고 징계 넘어갈 수 있었다고..그래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그..그리고 그….날 저희 갇혔있을때에..저 막 챙겨주셔 가지고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K가 괜한 소리를 했군.”

“아닙니다. 하사님이 저 때문에 고생하신거 알게 된거니까 좋은..?것 아니겠”

“허니.”



다임은 평소 애연가는 아니였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담배를 다 태우곤 난간에 둔 재떨이에 담배를 지져서 껐다. 아직 절반이 남은 허니는 연기를 머금고 고개를 돌려 내쉬었다. 그 순간 다임은 허니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거리를 좁혀오던 다임은 자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버리더니, 허니가 물고 있는 담배를 조용히 가져가서 자신의 입에 물었다.

 

“예..?”

“엊그제 내가 왜 그랬을거 같나?”

“아...제..음 저…저를..?”

“후….”

 

다임은 연기를 내쉬더니, 허니의 눈동자를 맞춰왔다.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갈 것 같은 그의 눈을 마주치자 허니는 또 다시 병실에서 느꼈던 것처럼 심장이 빨라졌다.

 

“내가 티나는 거짓말은 하지 말라했을텐데, 계속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군”

 

 

다임의 큰 손이 밤바람 때문에 차가워진 허니의 뺨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오면서 동시에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자신의 품으로 감싸왔다. 

이건 플러팅이다. 평생을 솔로로 살아왔던 허니도 알 수 있는 스킨쉽이였다. 눈빛은 곧 자기를 잡아먹을 거 같아도, 손짓만큼은 다정한 다임에 허니는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곤 긴장하고 있었다.

 

“하사님 혹시 저 좋ㅇ”

 

다임과 허니의 입술의 간격이 5cm도 안 남았을 무렵 갑자기 철문이 오래된 철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다임은 바로 허니에게서 떨어졌고, 옥상으로 올라온 부하에게 경례를 받아주곤 그대로 떠나버렸다.

 

“어? 비 상병님 왜 여기 계심까? 다 나으신겁니까?”

“아...씨발놈아”

 

헤실거리며 인사를 하는 그에게 허니는 욕을 박았다.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1.31 2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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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가 성실수인이라니 ㅜㅜㅜㅜㅜ 센세 육나더도 너무 재밌어서 아껴서 읽었어 ㅜㅜㅜㅜ 사랑해
[Code: 0f3f]
2024.01.31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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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좋은 저녁보내♡♡♡♡
[Code: 0f3f]
2024.01.31 23: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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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키스도 했는데ㅠㅠㅠㅠㅠㅠ왜 고백을 못하게 하냐고 이 부하야ㅡㅡㅠㅠㅠㅠㅠㅠㅠ
[Code: ad71]
2024.02.01 0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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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좀 해보자
[Code: 8b89]
2024.02.01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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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아아 고백좀 해보자 ( ˃̣̣̣̣o˂̣̣̣̣ ) 진짜 부하이놈아
[Code: b687]
2024.02.01 04: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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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아
[Code: 65ae]
2024.02.01 0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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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맛이야 크아아아아아ㅏ아아ㅏ악
[Code: ff0e]
2024.03.25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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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악 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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