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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04:11
  
군대 잘 모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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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급체 사건은 허니가 다 낫자마자 종결되었다. 소대원들은 완쾌하고 소대로 돌아온 허니에게 토 시원하게 트랙에 해줘서 트랙 한 바퀴는 덜 돌아서 고맙다는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다임의 무서운 호통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투 상황에서도 무전기로 전투기 속도와 같은 잔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쿡쿡 들어왔던 것도 주의사항을 주는 걸로 끝나곤 했다. 허니의 군생활이 조금 펴지려나 싶은 순간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희망과도 달리, 오랜만에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꺼낸 핸드폰에는 그녀의 심장을 쿵 떨어트릴만한 메세지 한 통이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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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왜 이럴까 씨발’

 

허니는 속으로 욕을 삼키며 아침에 자신의 어머니한테 온 문자를 보고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졌다. 세탁소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버지 말기 암에 걸렸다고 했다. 병원비는 그녀 혼자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버는 돈으로는 택도 없었다. 자신이 다달이 보내는 돈을 더하고도 적자였다. 



허니는 어릴때부터 빚 때문에 시달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컸다. 매일 나가는 세탁소 임대료와, 집세, 부가적인 관리비와 생활비에 빚까지 있으니 엄마와 허니 둘만의 힘으로는 이 상황을 버텨낼 수가 없었다. 허니는 더 이를 악 물고 군대 생활을 이어가려고 하였다. 자신의 청춘을 다 받쳐서 어떻게든 행복해지려 발버둥 쳤던 삶에 허무함을 느끼며 씁쓸한 심정을  자주 담배로 달랬다.

 

빌리를 포함한 소대원 몇은 허니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지나가듯이 위로해 주었지만, 냉정히 말해서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자신을 생각해서 말해주는 소대원들이 고맙게 느껴지는 허니였다.

 

“공로훈장이라도 시도해보는 건 어때?”

“에이 말이나 쉽지 말입니다” 

“혹시 아냐? 테러리스트 간부라도 생포하면은 받을 수도 있지?”

“부대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저흰 파리목숨인데, 얌전히 있다 살아서 전역하시는게...그러다 퍼플하트도 가슴에 못 달고 관에 들어가는거 아닙니까?“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썅”

 

아무생각 없이 한 스쳐지나가듯 한 소대원들의 대화였지만 허니는 그 훈장이라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무모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작전에서  조금만 더 자신의 몸을 날린다면, 이라키 새끼들을 다 족쳐버리면 조금이라도 월급이 오르지 않을까하는 허니였다.

 

.

.

.

 

“오늘 작전은 모두가 알다시피 b구역에 점령당한 고지를 되찾아오는 것이다. 사상자는 절대 없어야 한다. 알겠나?”

 

다임은 일렬로 선 채로 완전군장을 한 자신의 소대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병사들은 우렁차게 대답하였으며 그는 병사 한 명씩 얼굴을 보면서 걸어갔다. 마지막에 서있는 허니의 조끼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다임의 손길에 그녀는 조금 굳었지만 다른 소대원들에게도 이런 적이 많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그 손길은 다임에게 있어서 다른 소대원들에게 했던 것과는 다른 감정을 지닌 손길이였지만 말이다.

 

‘빌리개씨발새끼’

 

재수없게도 다임과 같은 차량에 타게 된 허니는 너무나도 불편하였지만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다임의 목소리에 놀라서 삑사리를 내며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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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ㅖ?!”

“요새 얼굴이 안 좋아보이던데, 아직도 급체가 가라앉지 못한건가?”

 

이젠 하다하다 내 얼굴 죽상인걸로도 뭐라하는구나. 젠장 빌리새끼 어쩐지 차량 바꿔달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했는데 하면서 순순히 탑승해야하는 차량 번호를 바꿔준 허니는 자신의 멍청함에 짜증이 났다.

 

“아닙니다! 진짜! 예 진짜 괜찮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지 상병. 이제와서 두려운가?”

“예! 아 아닙니다! 그냥..집안일이 좀..문제가 생겼습니다”

“내가 부대원 사정도 모르면 하사라고 할 수 있겠나.”

 

다임은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식으로 허니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회색 눈을 쳐다보면 없던 잘못까지 불고싶을 정도였지만 당장 전투를 눈 앞에 두고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서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싶지 않은 허니였다.

 

“저..복귀하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지금은 조금..”

 

다임은 허니를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험비 안은 다시금 적막이 흘렀다. 작전지에 도착하고 그들은 빠르게 정렬하며 작전을 다시금 체크하였다. 전선에 내던져진 소대원들은 어느때처럼 사막으로 나온 것이지만, 매번 심장을 옥죄여 오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강심장 같아 보이는 허니도 이런 전투에서는 늘 긴장하였다. 

 

자신이 죽어버린다면 가족을 먹여살릴 수 없으니까. 단지 이 이유에서였다. 허니는 원초적인 죽음의 공포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생각해서 악착같이 전장에서 살아남았던 것이였다. a 부대에 있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보고 허니에게 독한년이라며 모욕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버려진 마을에서 무기를 밀매하기 위해 반군이 숨어있다는 첩보를 듣고 그것을 막기 위해 짜여진 작전이였다. 버려진 마을은 숨어서 반군의 머리에 총알을 박기에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이 뜻은 자신도 숨어있는 반군이 쏜 총알에 관통당할 수도 있는 사실이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하고 조용히 총을 들고 진입하기 시작했다. 땡볕 바로 아래에 있는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뜨거운 사막의 열기에 황폐한 건물 안에서도 모두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더워서 헉헉 거리는 대원도 있고, 욕을 내뱉는 대원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다임은 땀을 흘리면서도 조용하게 독기 가득한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꽤 지났을때, 여러 승용차와 트럭이 다가왔고 무장한 반군들이 내렸다. 무기를 밀매하는 그 순간 브라보 소대는 빠르게 투입되었고, 조용했던 마을에서 온갖 총성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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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 “3시 방향입니다!” / “개씨발새끼들!”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 총알이 연사되는 소리 누군가에는 ptsd를 심어줄만큼 공포스러운 소음들이였지만, 지금 그런 것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현장이였기에 브라보 소대원들 모두 살아 돌아가기 위해 미친듯이 총질을 해댔다.

 

다임은 자신의 소대원들이 죽지 않게끔 빠르게 지시하면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쪽으로 상황을 바꿔나갔다. 반군의 주요 간부A 까지 와 있다는 첩보에 모두들 그의 생포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세게 저항했고, 반군의 세력이 점점 늘어나면서 간부A는 그 틈을 타 벗어나려고 하였다.

 

이대로 진입한다면 늘어난 반군들 수를 이기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다임은 빠르게 계산하였다. 밀매범과 포로 몇을 잡았으니 사상자를 낼 수 없다는 그의 신념에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갑자기 허니가 잽싸게 튀어나갔다.

 

“젠장 허니!! 당장 돌아와! 씨발 빨리 허니 엄호해!”

 

훈장을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친 짓을 해버렸다. 단독행동이라니 얼차려로 끝나지 않을 행동이였지만, 지금 얼차려고 나발이고 총알이 빗발치는 사막에서 다임은 그녀가 날아다니는 총알에 맞고 죽어버릴 것처럼 보였다.

 

“허니 당장 돌아와! 미쳤어?!” / “아니 씨발 미친새꺄!!”

 

허니의 엄호를 위해 다임과 함께 소대원 몇이 욕지거리를 하면서 그녀를 뒤따라갔다. 허니를 막으려 최대한 빠르게 달려갔지만 이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잽싸게 달려가버렸다. 

 

“허니비 당장 복귀해 당장!”

 

다임은 미친듯이 무전을 쳤지만 허니는 조금만 더 가면 할 수 있다고 엄호를 부탁한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였다. 그는 이를 부득 갈면서 허니를 뒤쫓기 위해 달려갔다. 

 

몇 발의 총성이 울렸을까, 간부로 보이는 반군이 발쪽에 총을 맞고 절뚝거리며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조금만 더 가까이..! 조금만 더 ..!’

 

허니는 훈장을 타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그를 잡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그 순간, 불길한 총성이 한 발 울렸고 다임의 형형한 회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허니!!”

 

허니는 갑자기 왜 자신의 시선이 하늘로 향한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어깨 쪽이 뜨거워지는게 느꼈고 불에 타는듯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자신들의 간부를 지키기 위한 반군 하나가 돌격해오는 그녀를 막으려고 총을 쏜 것이다.

 

운좋게 총은 그녀의 머리를 빗나가 어깨를 스쳤지만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과다출혈로 쇼크사할 수 있는 수준의 부상이였다. 그녀는 총을 지지대 삼아 일어나기 위해 무릎을 굽혔지만 다가오는 반군이 그녀의 총을 그대로 발로 차버렸고 칼로 목을 찌르려던 찰나에 탕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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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의 총이 반군 이마에 꽂혔다. 떨어져 있던 다임이 제대로 그를 맞춘 것이였다.

 

“하사님..! 윽..!” 

“지금 제정신이야?! 이거 명령 불복종이야! 죽고싶어 환장한거야?!”

 

다임은 당장 부상을 입은 허니를 부드럽게 옮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빨리 그녀를 일으켜야한단 판단으로 거칠게 달려갔다. 하지만 2층짜리 건물에 숨어있던 다른 반군이 다임보다 더 빠르게 허니에게 도착해버렸고 어깨에 총상을 입은 허니는 발버둥 쳤지만 반군은 어깨를 총으로 찍어버리곤 허니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아악-! 이거 놔 미친!”

 

방금 총에 맞은 상처를 개머리판에 강타 당하니 허니는 저절로 비명이 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어떻게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그는 허니를 질질 끌고가고 있었고, 그녀의 어깨에서 흘러나온 피가 사막의 모래에 물들여져 허니가 끌려가는 방향을 따라 적시고 있었다. 다임은 흥분하며 무어라 무전을 치면서 허니를 위해 빠르게 그 건물 안으로 달려갔다.

 

아랍어로 뭐라하면서 그는 허니에게 총을 쏘려고 하였지만 미친듯이 저항하는 허니는 총상의 고통을 참으며 반군의 총을 자신의 고개 옆으로 돌리려고 하였다. 그 순간 다임이 도착하였고 허니를 죽이려했던 반군은 그대로 쓰러졌다.

 

“허니비 일어나! 당장 여길 벗어난다!” / “아윽..!” 

 

거칠게 허니를 일으키던 다임은 그녀를 둘러업으려던 찰나 그의 가슴팍에 꽂힌 무전기가 뭐라 울리는 것을 들었다. 거칠게 무전기를 뽑아 폭발하듯 말하였다.

 

“사익스 뭐라는거야?! 제대로 말해!”

“--입니다!! --당장 -----!! ”

“여길 벗어날거야 엄호해!”

“--사님 --거기에 --!”

 

먹통이 된 무전기는 제대로 말을 전달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들려오는 결정적인 한 마디에 다임은 허니의 몸을 꽉 껴안고 웅크렸다.

 

“--건물방향--- RPG----다!!!”

 

“ 쾅 -! ”

 

“씨발 하사님!!!” “허니비!!!” “어떡합니까?!”

 

엄청나게 큰 굉음과 함께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 주저 앉으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남아있던 반군 하나가 rpg를 그대로 허니와 다임이 있는 건물로 날려버린 것이다. 좋지 않은 무전 상태에 대비할 틈도 없이 건물의 2층이 날라가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소대원들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남은 반군들과 밀매범을 포로로 생포하였지만, 반군들의 간부는 결국 도망치는 것에 성공했다. 그들의 하사와 한 명의 상병이 건물에 매립되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슈룸을 대신하여 새로 온 K하사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처리하려고 노력하였다. 

 

일단 본부로 돌아간 다음, 제대로 작전을 짜고 난 다음에 구출 작전을 시작하자고 하였다. 당장이라도 다임과 허니를 구하고 싶은 소대원들이였지만, 냉철하게 생각했을때 이미 절반 이상 사용한 총알들과 무기들로는 적진에서 그들을 구해내지 못 할 거란걸 깨닫고 K하사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

.

 

“씨..씨발...”

허니는 건물이 무너지는 충격에 그대로 기절하였다가 일어났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건물 구조가 어떻게 무너진지 파악하려던 찰나 자신의 몸 위에 무게가 느껴졌다. 천장의 파편이 떨어진걸까 싶어 내려다본 허니는 다임이 자신의 위에 기절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하사님! 하사님! 정신 차리실 수 있습니까? 씹..”

 

다임은 충격의 여파인지 기절한 채 허니의 위에 엎어져있었다. 허니는 옆으로 일어나서 그를 바르게 눕혔다. 머리쪽에서는 그 어떤 피도 안 흘러나왔고 몸에도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이게 내출혈일수도 있는 재수없는 상황에서 자신은 어깨에 총이 스쳐있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다임을 계속해서 깨우는 것 뿐이였다.

 

몇 번을 불러봤지만 대답 없는 다임에 허니는 그의 조끼를 풀어 그의 가슴팍에 귀를 대었다. 다행히 심장 소리는 규칙적이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건물구조가 약해져 곧 무너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허니는 위치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다임의 몸을 질질 끌고 기둥이 받쳐있는 곳으로 들어가 다임을 벽에 기대게 하였다. 

 

“여기 브라보 22 브라보 22! 들립니까? 들리냐고 씨발! 하...제발 ...아오…!! 브라보 22…!”

 

무전은 안 통한지 오래였고, 총알이 관통하진 않았지만 나름 깊게 패인 상처가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무전기로 계속 본부와 연결하기 위해 말하던 허니의 목소리에 다임이 눈을 찌푸리며 끙끙 거렸다.

 

“하...하사님!! 하사님 괜찮으십니까!?”

 

허니는 무전 치던것을 그만두고 다임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무릎을 끓고 그의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다임의 헬멧을 벗기며 조심스러운 손길로 머리를 살펴보았다. 감히 상관의 몸을 터치하는 것은 있을 순 없는 일이지만, 허니는 자신이 하사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지도 못 했다. 

 

“하사님..진짜 괜찮으십니까? 정신이 드시는겁니까? 어디 막..막 어지럽고 그런 건 없으십니까??“

 

다임이 쏟아지는 허니의 질문에 손을 위로 올렸다.

 

“네 말씀하십시오!”  / “그만..골이 울리는군..”

 

시끄럽게 질문을 쏟아내던 허니의 목소리를 멈추기 위해 다임은 손으로 그녀를 제지한 것이였다. 무너지는 잔해를 허니 대신 맞기 위해서 그녀를 껴안고 그대로 웅크렸다가,작은 잔해 하나가 다임의 머리로 추락하여 그 충격으로 잠시 기절하였으나 헬멧 덕분에 가벼운 뇌진탕만 있을 뿐 심한 부상은 없었다. 

 

“하..하사님..죄송..합니다...”

“가벼운 뇌진탕 같고, 골절은 없다. 괜찮아.”

“제가…불복종해가지고..”

“그만. 여기까지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나”

“잡을 수 있었을 거 같았습니다..근데 ..저 때문에..”

 

군대에 와서 서러움에 홀로 숨어서 훌쩍여도 남 앞에서는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허니였다. 군대 안에서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무리하게 달려든 건 명백한 그녀의 잘못이였다. 잡으려던 간부는 놓친거 뿐만 아니라 이대로면 훈장이고 뭐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였다. 결국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소대에 피해를 줬고, 본부와 연락은 끊어졌고, 그 무서운 다임도 자신 때문에 다쳤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어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크흡..제...제가...제가 미쳤었습니다... 죄송..정말 죄송합니다...으..으흑...정말...제가 해낼 수 있을 ...흑….”

“아까..험비에서 복귀하면 한다던 말..그거 때문에 지금 이런 짓을 벌인건가?”

 

그는 요새 표정이 좋지 않았던 허니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다임은 평소에 그의 눈빛은 형형할 정도로 반짝였지만, 지속되는 어지러움에 눈이 아주 약간 나른하게 변해있었다. 뇌진탕으로 인해 어지러움과 약간의 울렁거림이 있었지만 다임은 이 정도는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허니는 현재 상황을 버텨낼 수가 없었다. 왜냐면 그녀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하면서 그로 인해 생긴 죄책감으로 머릿 속이 흐려지고 있었다. 아마 조금씩 대충 부여맨 어깨의 상처에서 피가 나와서 더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었다.

 

적진에 무전기도 고장난 채, 언제 무너지질 지 모르는 건물 안에서 자신의 잘못으로 다임 하사와 함께 있는다는 것은 허니를 미쳐버리게 만들긴 충분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허니는 계속해서 고민하며 안절부절하지 못 했다.

 

“비 상병 이제 진정해. 곧 우리 구출 작전이 시작될거야.  K하사가 분명히 본부로 복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패닉이 와봤자 아무 도움 되는게 없다고.”

 

다임은 그녀가 현재 총상을 입었는데 여기서 패닉이 온다면 정말 답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냉철하게 말하였다. 허니가 혹여라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거나, 염증으로 인해 고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다임은 허니를 잃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그녀를 살려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허니는 이미 물건너간 훈장은 고사하고, 소대 전체에 피해를 줬다는 사실이 머릿속이 가득찼다. 

 

“진짜..죄송합니다..흡...”

“그만 미안해하고, 여기에 와서 앉도록 해.”

 

다임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오라고 손짓하였다. 허니는 비척비척 걸어가 다임의 옆 자리에 풀썩 앉았다. 그들의 군복에는 모래가 천지였고, 내 피인지 적의 피인지 모르는 피들이 군복에 튀겨져 있었다. 하지만 허니의 어깨 쪽에 난 상처에서 피가 조금씩 더 흐르고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허니는 쓰러진 다임을 보고 깨워야겠단 생각에 급하게 대충 천을 덧대어 자신의 상처를 지혈만 했을 뿐, 제대로된 치료는 하지 못했다는 것을 망각하였다.

 

“일단은 눈부터 붙여둬. 건물 잔해가 무너진지 꽤 된 거 같고, 근처에는 반군이 아마 없을거다. 지금 시간은 대략 12시 정도 같고, 아마 구출 작전은 새벽에 시작될 확률이 높겠군”

“예...알겠습니다...”

 

다임은 꽤나 부드럽게 말하였다. 평소보다 더 신경 쓰며 허니가 안심할 수 있게 작전을 천천히 설명하였다. 허니는 그런 다임의 목소리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사님..머리 아프시면..말씀 하십시오….”

“진짜로 괜찮다고하는데도 그러는군, 일단 허니비 상병 상처는 어떤지 지금 지켜봐..”

 

그 순간 허니는 다임의 어깨에 고개를 툭 떨어트렸다. 다임은 허니가 긴장이 풀려서 이런 짓을 하나 싶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출혈 때문에 점점 어지러워지는 거라고 생각도 못 하고 허니는 희미해지는 정신으로 인해 자신의 머리가 다임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 한채 숨을 색색 내쉬었다.

 

“하사님..어디 아픈 곳 있으시면..꼭...말씀..”

 

저 말을 한 마디로 허니의 몸전체가 다임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다임은 아차했다. 그녀가 알아서 지혈제를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확인을 했어야했는데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허니를 가볍게 흔들었다.

 

“허니...허니비..허니비 상병..들리는가? 지금 내 목소리 들려?”

 

허니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다임의 품에 엎드려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점점 창백해져갔고 식은땀도 흘리는 것은 척봐도 지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다임은 급하게 허니의 조끼를 벗기고 상의를 안에 있는 어깨까지만 보일 수 있도록 조심스레 옷을 벗겼다.

 

‘젠장..’

 

분명 깊지 않은 상처라고 생각했건만, 허니의 하얀 어깨에 꽤나 제대로 들어간 상처였다. 조금만 더 옆을 맞았다면 그대로 목에 맞을수도 있을 정도였다. 대충 천으로만 지혈을 했기에 허니는 피가 제대로 멎지 않았다. 결국 다임은 자신의 군장에서 챙겨두었던 지혈제를 상처에 뿌렸다.

 

다행히 허니는 기절해 있었기에 쉽게 지혈하는 과정을 해낼 수 있었다. 다임은 자신의 반팔을 찢어 제대로 된 붕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지혈 할 수 있는 붕대를 완성해냈다.

 

“아...아...윽...하윽...”

“조금만 참아 허니.”

 

다임이 찢어진 자신의 옷으로 그녀의 어깨를 압박하며 동여매자 허니는 본능적으로 신음을 흘려보냈다. 인상을 찌푸린 채 패인 상처를 압박해오니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임의 팔을 꽉 잡아버렸다.

 

그녀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였기에 다임의 팔을 잡는 것은 상관 없었다. 오히려 당차던 허니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것에 약간은 희열을 느끼는 다임은 자신의 삐뚤어진 양심을 다시 한 번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임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사이로 달빛이 들어와서 어느정도 빛은 있었기에 허니의 상태를 더 자세하게 확인 할 수 있었다. 다임은 허니가 더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도록,  자신의 무릎 위에 허니를 눕혔다. 

 

출혈량이 꽤 많아서 차라리 기절한 게 다행이였다. 지혈하는 과정에서 다임이 힘을 주면서 압박했기에 맨정신이였다면 허니가 버티지 못 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다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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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은 조금 눈을 붙이고 떴을때, 사막의 차가운 바람이 건물 사이사이를 관통하였다.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서 잠들어있는 허니의 상태를 하나하나 살펴나갔다.식은땀으로 인해 그녀의 이마에 머리카락이 조금씩 붙어있기에, 다임은 허니가 혹시라도 열이날까 조심스레 이마에 손을 올렸다.커다랗고 투박한 다임의 손이 허니의 이마에 닿았을때, 허니는 약간 움찔거렸으나 잠에서 깨진 않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열이 있는 것은 아니였지만 조금씩 그녀의 몸이 식어가고 있는 것을 다임은 느낄 수 있었다.

 

다임은 자신의 한 손으로는 허니를 안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니의 볼을 쓰다듬으며 그녀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젠장..’

 

자신이 안고 있는 허니와 무엇하나 제대로 시작한 것이 없는데, 이대로 허니가 숨을 안 쉰다면? 다임은 계속해서 허니의 귀에 일어나달라고 애원하듯 속삭이며 점점 식어가는 그녀의 몸을 꽉 껴안고, 다임은 자신의 얼굴을 허니의 이마에 맞대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먹통이던 무전에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구조 작전이 곧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인이였다. 허니의 어깨에 자신의 반팔로 동여매서 붕대 역할을 하던 것도 이젠 많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임은 초조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허니가 자신의 품 안에서 죽어버릴까봐.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1.30 04:31
ㅇㅇ
모바일
미친 내센세진짜 소수인 ㅠㅠㅠㅠㅠㅜㅠ 사랑해센세ㅠㅠㅠㅠㅠ
[Code: b0d7]
2024.01.30 05:09
ㅇㅇ
모바일
진짜 죄송한데 6편도 빨리 써와주세요 얼른뇨
[Code: 8025]
2024.01.30 0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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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안쓰러워ㅜ ㅜ ㅜ ㅜ
[Code: e18b]
2024.01.30 07: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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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허업 진짜 미쳤다 너무 맛있다 선생님 미쳤다
[Code: cd36]
2024.01.30 08: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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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맛도리
[Code: 634e]
2024.01.30 08: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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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ᵕ̣̣̣̣̣̣﹏ᵕ̣̣̣̣̣̣) 크으으으으 너무 재밌다 진짜 어떡하냐 허니야 다임한테 잘해야겠다
[Code: d5bc]
2024.01.30 1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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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하사님ㅠ 빨리 솔직해지자고요ㅠ
[Code: 26bb]
2024.01.30 1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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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짜냐ㅠㅠㅠㅠㅠ허니 안쓰러워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a55]
2024.01.30 2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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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야ㅠㅜㅜㅜ
[Code: c8db]
2024.01.30 23: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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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ㅜㅜㅜㅜㅜ 너무명작이야 ㅜㅜㅜㅜㅜ 오나더 고마워 ㅜㅜㅜ 육나더에서 구출되고 다임이랑 허니 진도나가자 ㅜㅜㅜㅜ
[Code: 9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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