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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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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잘 모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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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렇게 셋이 마주앉게 되었을까. 일주일이나 못 봐서 더 애틋해져서 그랬던 것인지, 둘은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각도 못 한 채로 뜨거운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었다. 허니의 어머니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자, 허니와 데이비드는 떨어질 생각도 못 한 채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데이비드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당황한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말이 턱 막혀서 아무말도 못 한 채 멍하니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허니를 부드럽게 떼어내고 데이비드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머님.”

“엄마, 그러니까 이건..”

“….일단 들어오세요.”

 

 

허니와 데이비드는 숨 막히는 공기에 당장이라도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정적 속에 허니의 어머니가 커피를 따르는 소리만 조용하게 들릴 뿐이였다. 데이비드도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할지 머리를 굴리던 찰나,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어머니였다.

 

“음...요새 허니가 이상하게 핸드폰만 보고, 지난번엔 열흘이나 집에 안 들어오고 그래서 의심은 했었지만..”

“아니 엄마, 그건-”

“하사님..이실 줄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이런식으로 찾아뵙게 되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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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진심을 담아 꾹꾹 사죄의 말을 올렸다. 허니는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느라 눈동자만 도륵거리면서 굴릴 뿐이였다. 그녀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허니가 남자친구가 있을 나이긴 하죠. 없는 게 이상한 나이기도 하고..그래도 조금은 당황스럽긴해요.”

“…...”

“언제부터 이런 관계였는지 물어도 될까요?”

“부대에 있을때 서로 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군대에 있을때부터 서로 붙어먹던 사이였습니다.’라곤 말할 수 없으니 허니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데이비드의 대답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불도저마냥 당장 상견례라도 하려는 것인지 거짓없는 대답에 허니는 책상 아래의 자신의 발로 데이비드의 발을 툭툭 건드렸다. 

 

 

“그래서 그이 장례치를때 왔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엄마 근데 절대로 막 강제적으로 그런 거 아니고..! 내가 먼저 들이댄거야! 하사님은,”

“저는 진지하게 저희 관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을 전제로 말입니다.”

 

 

 

결혼이라는 말에 허니의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렸는지 기침을 토해냈다. 물론 프로포즈를 수락한 허니도 놀라 데이비드! 하고 소리쳤다. 아무래도 이 남자가 미친거 같다 싶은 허니는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상황에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였다. 

 

 

“그거 진심이세요?”

“그렇습니다.”

“아니 잠깐? 잠깐만요! 잠깐, 데이비드 잠깐 너무..너무 지금 빠른거 같지 않나요?”

“방금 전 문앞에서 허니도 수락했습니다.”

 

 

데이비드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 위에 탁 꺼내 올렸다. 남색의 벨벳으로 된 반지함이였다. 

 

 

“허니에게 이걸 전해주고 내일 부대로 복귀할 예정이였습니다. 자주 볼 수 있게 곧 근무지도 변경할 예정이고, 신혼집도 이 근처로 얻을 생각이였습니다.”

 

어느때보다 데이비드의 눈은 진지하였다. 허니와의 미래를 꿈꾸는 자신의 계획을 말하는 그의 표정은 진심이였다. 허니의 어머니 역시 갑작스러운 결혼 얘기에 당황하였지만 가만히 데이비드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낀 허니만이 정신이 혼미할 뿐이였다.

 

데이비드는 반지함을 열어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반지를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반짝이는 반지를 내려다본 그녀는 왜 자신에게 이걸 보여주냐는 듯이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어머님께서 이걸..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천천히 사실을 알릴 생각이였지만, 이렇게 된 거 어머님의 완전한 허락을 받고싶습니다.”

“정말로 우리 허니가 좋으세요?”

“부끄럽지만, 평생 이런 감정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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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부끄러운 소리에 허니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부채질을 하였다. 상견례를 이런식으로 할 줄은 몰랐는데. 어머니는 조용히 남은 커피를 다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컵과 받침이 달그락 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데이비드는 조용히 그녀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전장에서 구를때도 이렇게 숨이 막혔던가. 데이비드는 애써 긴장하지 않은 표정을 짓기 위해 노력하였다. 오른손을 내려 테이블 아래로 가져가 옆에 있는 허니의 왼손을 꽉 붙잡았다.  지금 이 사람이 떨고 있구나. 내색하진 않고 있지만 긴장해 있는 데이비드의 감정을 느끼는 허니였다. 본인도 떨면서 더 꽉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생각보다 허니의 어머니의 대답은 간결했다. 진심이 느껴지는 데이비드의 말에 그녀는 조용히 반지함을 허니의 앞으로 밀어내었다. 거절의 의미인줄 알고 데이비드가 다급하게 말을 하려던 찰나 그녀가 먼저 입을 떼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혼자 앞길을 알아서 찾아가는 허니를 늘 안타까워 하였다. 무엇이든 집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군입대를 한 자신의 딸이 안쓰러웠다. 이제서야 제 나이 답게 연애도 하고 즐기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았다면서 중요한 건 자신의 허락이 아닌 허니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결혼에 대해 자신이 왈가왈부할 것은 없다고 허니가 스스로 판단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줄 수 있는 삶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허니가 이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만 약속해줘요.”

 

그녀가 내건 조건은 이게 다였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의 안녕을 바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데이비드는 떨어진 허락에 잠시 말을 잇지 못 하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허니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여기서 자고가는 건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말에 데이비드는 냉큼 알았다고 대답했다. 

 

 

 

“갑자기..모든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느낌입니다..”

 

침대에 누워 허니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 앉은 데이비드는 그런 허니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곤 침대 옆 탁상에 있는 반지함에서 반지를 꺼내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니는 조잘거리면서 이제 어떻게 되는거냐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허니”

“아버님, 아니 그 분께는 뭐라고 해야하죠? 이런 거를 알면은 분명히 화를 내실건데 아 어머님은요? 어머님은 혹시 아세요? 미치겠네 진짜.”

“허니. 잠깐.”

“데이비드 가족들한테는 말씀 안 드릴거에요? 이렇게 우리엄마한테만? 그래도 법적으로는 상관이 없는건가? 성인이면 혼인신고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거니까?”

“허니, 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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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허니가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침대 헤드에 기대서 그녀는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도 눈치채지 못 한 채. 데이비드는 피식 웃으며 허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잇..! 왜 그러시냐니까요! 지금 난 머리 복잡해죽겠슴다 진짜.”

 

데이비드가 허니의 손을 들어올려 그녀가 스스로 볼 수 있게 확인시켜주었다. 어느새 끼워진 반지를 보고 허니는 깜짝 놀라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뭐야. 언제 끼우신거에요?”

“이제 너는 내 아내야. 허니”

 

그는 허니의 왼손에 입을 맞춰왔다. 저가 준비한 반지를 끼워 허니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반지를 낀 채 자신의의 입맞춤을 받아내는 허니를 드디어 완벽히 얻어낸 데이비드는 희열감을 느끼며 이 밤을 즐기고 싶었지만, 옆 방에 그녀의 어머니가 있으니 꾸욱 참았다. 

이런 정복감을 느끼는 데이비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니는 여전히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문제들에 대해 끙끙 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옆에서 그러고 있는 허니를 확 자신의 품에 당겨 같이 침대에 누워버리는 걸 선택한 데이비드였다. 답답하다고 버둥거렸지만 이내 풀려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허니는 순순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혼인신고는 다시 내가 나오면 같이 하자. 일주일 있다가 다시 나올거니까.”

“완전 근무태만이네요. 그러다 고과에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그러라고 하지.”

 

 
 

둘은 침대에 파묻혀 함께 잠들었다. 어느새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잠들어 있는 허니가 추위에 웅크리며 데이비드의 품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여전히 데이비드 역시 몽롱했지만 허니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새벽 4시가 되자 데이비드는 잠들어 있는 허니의 어깨를 살살 흔들었다. 비몽사몽한 채로 허니는 램프의 작은 불빛에도 눈을 찡그리며 잠에서 깨어나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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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데이비드...벌써 가요?”

“눈이 와서 차가 막힐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지금 가야돼. 금방 올게.”

“메일 계속 보내줘요...답장도 자주 확인해주세요..”

“그렇게 할게.”

 

 

허니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나오지 말라고 하는 데이비드의 말에도 기어코 현관 앞까지 나갔다. 겨울의 시린 새벽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불렀던 택시도 도착했고 그는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몸 조심하세요. 예?”

“이제 들어가도록 해. 추우니까.”

“...저 안 해줄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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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부끄러운듯 고개를 약간 숙인채 그녀를 뒤돌아서 택시로 향하는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데이비드는 피식 웃더니 다시 허니에게 돌아갔다. 진한 입맞춤을 해오는 그에게 허니는 만족한듯 그를 보내줄 수 있었다. 

 

 

 

 

 

 

다시금 도착한 사막의 풍경은 여전했다. 데이비드는 부대로 빠르게 돌아갔다. 갑작스럽게 낸 휴가로 그의 공백은 K하사가 바삐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데이비드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 떠나니까 속이 시원하겠군.”

“...….”

“그래서 비는 찾았나?”

“덕분에 휴가 내내 좆같이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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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데이비드가 허니를 찾아냈다는 것을 알면 분명히 K하사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고를 할 것임에 틀림 없었기에 그는 능청스럽게 대답하였다. K하사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데이비드가 원하는 걸 얻어내기에 쏟아붓는 집착과 광기가 그의 생각보다 더 심했다는 것을. 

 

그는 데이비드가 28일의 휴가동안 하루에 3시간을 자면서 허니를 찾아내기 위해 그린즈버러 사방팔방을 쏘다녔다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데이비드의 피나는 노력으로 허니를 찾아냈지만,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다리 아래에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와 눈의 빛을 일어가는 그녀의 모습이였다. 다시금 허니가 그런 고통을 겪게 했다는 죄책감과 일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데이비드는 턱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그만 포기해. 미스터 다임 성격 모르는 거 아니잖아. 나까지 피곤하게 하지말라고.”

 

참 얄밉게도 비아냥 거리는 K하사였다. 주먹으로 한 대 쳐주고 싶은 욕구를 참고 데이비드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지나쳐서 방을 나갔다. 오랜만에 본 소대원들은 데이비드를 보고 각이 잡힌 채로 경례를 하였다. 근무지 이동을 위한 서류 몇 가지를 들고 대위를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대위는 조금은 당황한 듯 보였지만 토마스 다임이 원하는 것은 데이비드의 안전한 전역이였다. 전쟁을 치루고 있는 사막 한 복판 보다는 당연히 본국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데이비드의 생존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갑자기 철이라도 든 것이냐며 대위는 그런 데이비드의 의견을 존중해준다고 하였다. 다임이라는 뒷배의 힘은 대단했다. 일개 하사임에도 일처리가 빠르게 돌아갔으니, 데이비드는 자신의 집이 휘두르고 있는 권력에 또 한 번 구역질이 날 거 같았다. 

 

허니가 없는 부대는 허전하다고 느끼는 데이비드였다. 그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다. 흙먼지 얼굴에 가득 묻힌채로 다함께 시시덕 거리면서 농담을 나누던 허니의 웃던 얼굴을 다들 그리워하였다. 그녀가 말도 없이 전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그녀의 행방을 궁금해 하였지만 그 이후부터 엄청난 저기압 모드로 있었던 데이비드에게 아무도 질문하지 못 했다. 

 

하지만 엊그제 허니와 미래를 약속하고 기어이 그녀의 손가락에 평생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서 보내주지 않겠다는 증표인 반지까지 끼워놓고 온 데이비드의 표정은 한결 온화해져있었다. 눈치없는 사이크스까지 그가 약간은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상병 빌리 린! 용무가 있어 왔습니다!”

“뭔데 그러지?”

“행정실에서 모셔오시라고 하셨습니다.”

데이비드는 빌리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행정실로 향하였다. 허니라면 그의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을 것이다. 분명 집에서 온 연락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한 데이비드는 표정을 굳힌 채 성큼성큼 걸어갔다. 분명히 대위가 빠르게 그의 아버지에게 보고했겠지. 혀를 차며 그는 행정실 문을 열었다. 

 

몇 몇의 병사들이 경례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이비드는 그들에게 나가라는 듯 눈짓을 보내자 한 상병이 어리버리해보이는 이병을 끌고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주위를 살펴보니 역시나 엎어진 수화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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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부대로 전화해주실 필욘 없습니다.”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은 이유가 뭐냐.]

“아버지가 바라는대로 해드린 건데 왜 그게 궁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신청 반려해달라고 요청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잘 생각했다. 괜히 시간만 버렸지. 쯧. 이젠 철이 들었나본데 이젠 거기서 조용히 일 배울 생각해라.]

“원하신다면 노력은 하겠습니다.”

[노력이 아니라,]

 

 

뒷말은 듣지도 않고 데이비드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아버지는 분명 노발대발하고 있을 것이다. 그 꼴을 직접 눈에 담지 못 한게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데이비드는 밖으로 나갔다. 그 앞에는 아까 나갔던 상병과 이병이 문 옆에 서있었고, 나오는 데이비드를 보자 깜짝 놀라며 다시 경례를 하였다. 

 

그는 경례를 무시한 채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usb를 만지작 거리면서 당장 누구하나라도 죽일 거 같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데이비드의 뒷모습을 보며 상병과 이병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황 나갈 때 다치지 마세요!] - monday 1:30pm

[짬밥 맛 없어도 꼭 다 먹어야합니다!!] - yesterday 2:21pm

[여긴 더럽게 추운데 거긴 덥겠죠? 빨리 와요] - today 1: 4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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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밀렸던 서류 작업을 처리하고 그제서야 허니에게서 온 연락들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들켰다 이건가, K하사와 대위의 감시는 더욱 더 노골적으로 변했기에 점점 짜증이 치솟고 있었지만 허니가 보낸 문자들을 보니 그간의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었다.

 

금방 가겠다는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전투에 나가야 한다는 홀리데이의 말을 듣고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김없이 오늘도 난전이였다. 시가전이라 더욱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반군을 때려눕히고 사망자 없이 데이비드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물론 도중에 침대 아래에서 튀어나온 얍삽한 반군 하나가 총을 쏘려던걸 막다가 팔에 총알이 꽤나 깊게 스쳤다. 

 

허니가 이걸 보면 꽤나 잔소리 할 것이 분명했다. 스친 상처가 아려왔지만 허니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리자 모두들 그 광경을 보고 소름 끼쳐했다. 데이비드는 어서빨리 다시 허니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서류 작업도 빠르게 처리했고 다시금 휴가를 신청하자 대위는 못 마땅해했지만 토마스 다임의 아드님이 휴가를 원하신다는데, 어쩌겠냐고 혼자 불만을 궁시렁거리면서 그를 허락해줄 수 밖에 없었다. 

 

 

 

 

 

 

허니는 초조했다. 메세지와 메일을 여러개 보냈지만 제대로 된 답은 받지 못 했다. 전투뿐만 아니라 그런 지역에서는 가끔 전기가 나가기도 하였으니, 데이비드가 답을 못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데이비드가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을때 그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분명히 화요일 오전에는 도착을 했어야 하는 데이비드였지만 목요일 오후가 지나도록 연락 한 통 없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혹시라도 전투를 하다 다친 건 아닐지, 노심초사 하던 허니는 저녁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부엌으로 나갔다. 틀어져있는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오로지 데이비드 뿐이였다. 걱정때문에 저녁을 깨작거리자 허니는 그냥 입맛이 없다고 할 뿐이였다. 

 

 

[현재 토마스 다임 판사가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밝혀져, 오늘 오후 2시 30분경 그가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허니는 먹고 있던 씨리얼을 그대로 뿜어냈다. 그녀의 어머니는 놀라면서 휴지 몇 장을 건내주었다. 

 

‘씨발 무슨 짓을 하신거에요 데이비드..’

 

텔레비전 속 화면에서는 토마스 다임이 마스크를 낀 상태로 수많은 기자들에게 휩싸여 법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니는 밥을 다 먹었다며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외투를 입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지만 허니는 홀린듯이 밖으로 나갔다. 이미 8시가 지난 시간이라 가로등만 켜진 채 아무도 거리에 없었다. 허니는 연결음만이 계속 울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두리번 거렸다. 

 

“하..아니 씨발..”

 

허니는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던 찰나, 저 길 끝에서 천천히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녀는 단박에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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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어딘가 지쳐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였다. 허니는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찬바람이 폐로 들어와 기침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그런 거 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퍽 소리가 날만큼 달려가서 그를 껴안았다. 데이비드는 큰 손으로 그런 허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허ㄴ, 윽!”

“진짜 미치신거 아닙니까? 미친거 맞죠?”

 

허니는 데이비드를 꽉 껴안더니 품에서 빠져나와 그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갑작스러운 타격감에 데이비드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물렸다. 어딘가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허니는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데이비드의 목에 커다란 거즈가 붙어있는걸 보자 그녀는 사색이 되어 상처를 확인하려 하였다. 
 

 

“이게 뭐예요! 내가 다치지 말라고 했잖아요. 진짜 씨발 가슴 얼마나 졸였는데..! 아니 그리고 뉴스 뭐에요? 그거 데이비드가 그런겁니까??”

“…...”

“티비에서는 당신 아버지 구속됐다고 하지! 데이비드는 연락도 안 받지, 내가 얼마나 걱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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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눈을 감고 허니를 다시 꽉 껴안았다. 11일만에 느끼는 그녀의 품은 그간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느낌이였다. 가슴이 간질거리는 그 감각을 다시금 느끼자 데이비드는 지친 표정을 하면서 걸어올 때는 언제고 표정이 다시 편안하게 풀려있었다. 

 

 

“이..이 사람이 이렇게 안으면 답니까?! 좀! 이 날씨에 옷은 또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요!”

“허니.”

“뭐요! 뭐! 연락도 안 하고 그런 일을 벌여요? 나한테 언질도 없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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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플러팅을 날리는 데이비드에 허니는 어안이 벙벙해져 그를 다시 바라봤다.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서 그런가 목에 붙여진 거즈에 피가 조금씩 맺히는 걸 보고 허니는 놀라서 움직임을 멈췄다.

 

“아니 지금 상처 터진거 아니에요? 일단 약국, 아니 병원부터-”

“그렇게 심한거 아니니 걱정은 안해도 좋아. 그냥.. 오늘은 나랑 같이 있어줘.”

 

 

단 둘이 있자는 말에 허니는 급하게 호텔을 알아보려 했지만 그녀의 지갑 사정이 그걸 허락할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 호텔을 가려면 더 멀리 나가야 했기에 허니는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택시를 잡았다. 그녀는 조금 더 멀리 나가서 좋은 숙소를 잡고 싶었지만 약간 허름해보이는 모텔이 보이자 데이비드는 택시를 멈춰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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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피곤할텐데, 조금 더 나가면은 호텔이 있으니까 여기 말고-”

“조금 지치는군..”

 

함께 군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듣는 데이비드의 투정이였다. 그 말대로 정말 데이비드는 피곤해보였다. 결국 그의 말을 듣고 허니는 모텔에 들어가자는 그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허니를 막고 데이비드는 자신의 카드를 건내었다. 가장 좋은 호실로 달라는 말에 주인장은 심드렁하게 키를 주었다. 

 

방으로 들어와서 데이비드를 침대에 앉히고 그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허니는 천천히 거즈를 떼어냈다. 깔끔하게 그어진 상처를 보고 그녀는 의아했다. 총상이라면 이렇게 상처가 깨끗하게 그어지진 않았을텐데, 분명히 자상이였다. 반군에게 붙잡히기라도 했던 것인가 의문을 가지며 티슈로 새어나온 피를 살살 닦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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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이런지 말 안해줄거죠?”

“…...”

“뉴스는 또 뭡니까... 왜 아버, 아니 그 분이 구속영장을 받았다는거에요..”

“오늘은 말고. 내일, 내일 말해주지.”

“……...”

 

 

잔뜩 심통이 난 허니는 모텔 주인에게 응급상자를 받아와서 다시 거즈를 그의 목에 붙였다. 뭐든지 말도 안 하고 혼자 처리하려는 데이비드의 모습에 화가 났지만 동시에 그가 눈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꼈다. 

 

“아.”

“엄살 부리지맙시다.”

 

거즈가 떨어지지 않도록 살짝 누르자 데이비드는 옅은 신음을 내보냈다. 분명 이 상처도 전투가 아닌 토마스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예상이 가는 허니였다. 피곤한지 데이비드는 겉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허니 역시 한숨을 내쉬다가 꾸물거리면서 그의 옆으로 몸을 눕는 것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토마스가 구속된 것은 데이비드가 무언가를 저질렀음에 틀림 없다고 생각하는 허니는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데이비드에게 질문을 쏟아내고 싶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그런 기운을 느꼈는지 데이비드는 오늘은 봐달라며 허니의 몸을 감싸왔다. 

 

 

“진짜 내일 다 얘기해줘야합니다. 알겠죠?”

“응”

“대답만 하지말고 약속해요.”

“알았어. 약속하지.”

“진짜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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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불안한 아이처럼 허니는 몇 번이고 약속을 받아내었다. 데이비드는 지친 와중에도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그런 허니에게 대답을 하였다. 사실 당장이라도 그를 일으켜서 빨리 설명하라고 떼를 쓰고싶었지만 이렇게 지쳐있는 데이비드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는 허니는 가만히 그의 옆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넓은 호텔도, 익숙했던 집도 아니다. 시내에 있는 약간 낡은 모텔인데다 유리창 너머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음까지 들려왔지만 데이비드도, 허니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다시금 찾아온 이 안정을 조용히 느끼고 있었다. 

 

둘이 함께 밤을 보내는 날이면은 항상 허니가 데이비드보다 먼저 잠들었지만 오늘은 그가 더 빨리 잠에 들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길래 이렇게 지쳐있을까 허니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으면서 허니는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평소 잠귀가 밝은데다 예민한 데이비드였지만 오늘은 허니의 손길에도 잠에서 깨지 않는 그였다. 

밝은 주황색의 불빛들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왔다. 얌전히 데이비드 옆에서 잠든 그의 얼굴을 지켜보다 얕은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허니 역시 스르륵 잠에 들었다.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5.14 03:06
ㅇㅇ
모바일
센세 왔구나ㅠㅜㅜㅠ
[Code: d89c]
2024.05.14 03:39
ㅇㅇ
모바일
정주행 갑니다 선생님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Code: ee9a]
2024.05.14 06:00
ㅇㅇ
모바일
아아아아악 너무 좋아
[Code: aa02]
2024.05.14 06:17
ㅇㅇ
모바일
센세.....???????!!!!!
[Code: 8cb8]
2024.05.14 07:0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내센세다 ༼;´༎ຶ۝༎ຶ༽ 너뮤 힘들었다 둘이 진짜 ㅠㅠㅠㅠㅠ
[Code: d7a9]
2024.05.14 09:24
ㅇㅇ
모바일
자기야!!!!!!!!!
[Code: 1b39]
2024.05.15 03:00
ㅇㅇ
모바일
미쳤어 존나 미쳤다고ㅠㅠㅠㅠㅠㅠ 하 진짜 개좋다ㅠㅠㅠㅠㅠ 존나 설레서 미치겠어ㅠㅠㅠㅠ 센세 존나 사랑해ㅠㅠㅠㅠ 진짜 다임이랑 허니 서로가 사랑이고 구원이다ㅠㅠㅠㅠ
[Code: f0f1]
2024.05.15 04:35
ㅇㅇ
모바일
하 존나 재밌다 그냥 영화잖아 미친 거 같아 진ㅁ짜 이렇게꺄지 맛있어도 되냐고요
[Code: c467]
2024.05.16 01:16
ㅇㅇ
모바일
기다렸어요 센세ㅠㅜㅜㅠㅠ
[Code: 76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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