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2088222
view 5200
2024.01.27 22:13
 (1)    (2)    (3)    (4)    (5)    (6)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장서각.
  아무렇게나 쌓은 서책이 가득한 너머로 머리 두 개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단정하게 앉은 금광요와 청년 수사의 손이 조용히 책을 펼치고 목차를 읽은 다음 이곳 저곳에 쌓았다. 복구된 장서각으로 옮긴 책들이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금일 크게 마음을 먹은 남희신이 몽땅 끄집어내도록 했다. 덕분에 커다란 장서각 전체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수사는 점점 손이 느려지며 주의가 흐트러졌다. 벌써 몇 시진째 앉아 있는 건지 다리가 저리고, 줄창 종이에 새겨진 새까만 글자를 보느라 머리도 어질어질했다. 다른 수사들은 이미 갖은 핑계를 대며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남희신이 올 때까지 버텨 보려고 했던 그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끝내 조용히 일어난 수사가 고개를 숙였다. 금광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수사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나가는 도중 장서각 문틀을 짚으며 금광요를 돌아보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개미처럼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뒷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대체 사람인지 요괴인지...”


  혼자 남은 후에도 금광요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해나갔다. 
  밥 한공기 먹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발소리가 들리며 남희신이 문간을 넘어왔다. 마지막으로 나간 수사가 이 사실을 알면 억장이 무너질지 몰랐다.
  “아니, 여태 그러고 있었느냐?”
  책더미 사이에서 금광요를 발견한 남희신이 놀라며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형님.”
  “얼른 일어나라. 하루만에 끝날 일이 아닌데 어찌 이러느냐.”
  “일이 남아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요.”
  금광요가 미소를 지었다. 
  남희신은 서둘러 금광요를 일으켜 세운 다음 한실로 데려갔다. 
  금린대에서의 감정 같으면 그가 드러내놓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도 보아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현실은 이러해서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 이어졌다. 더구나 생각 없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괴로운 일을 한나절이나 하도록 만들다니.
  남희신은 손수 차를 따라서 금광요의 앞에 놓았다. 
  금광요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남희신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은 그에 대한 마음이 너무 깊어져서 사소한 몸짓 하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시선이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다가 눈이 마주친 금광요가 미안한 듯 말했다.  
  “형님, 제가 계속 따라다녀서 불편하시지요.”
  “그게 무슨 말이냐.”
  남희신이 살짝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거늘.”  
  금광요는 눈을 내리깔며 뭔가 실수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남희신이 심각한 말투로 말했다.
  “아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가 계속 운심부지처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만, 이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생각은 말거라.”
  “예, 형님.”
  “나는 단지 네가 나의 재미없는 일이나 돕고 있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아닙니다. 저는 형님의 일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남희신은 얌전하게 대답하는 금광요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어루만졌다. 
  이렇게 아름답고 온유로운 사람이 따라다니는 것을 누가 마다할 것인가. 그런데도 본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으니.
  “종주님.”
  갑자기 밖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불렀다. 
  “들어오너라.”
  권운 문양이 들어간 말액을 두른 여수사가 들어오자 금광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수사 역시 금광요에게 공손하게 답한 후, 남희신에게 용건을 밝혔다.
  들어 보니 여의라는 문하생의 집에 초상이 나 잠시 본가로 돌아간다는 얘기였다. 남희신이 한실 밖으로 나가자 몇 명의 여수사와 함께 당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금광요는 멀찍이 서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희신은 여의라는 수사에게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면서 위로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수사들이 흩어지고 나자 방으로 돌아온 남희신이 말했다.
  “부친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내가 동행하기로 했다.”
  “형님께서 직접 가시는 겁니까?”
  “여의는 착실하고 효심이 깊은 아이라 염려가 된다. 다른 수사들에게도 채비하라고 했으니 곧 떠나야겠다.”
  “무척 너그러우십니다.”
  “가주로서 당연한 일이지.”
  “그럼 저도 그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형님.”
  그보다 먼저 한실을 나가려던 남희신이 문득 돌아보니 손을 맞잡고 우두커니 서 있는 금광요의 모습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남희신은 다시 돌아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짐을 하듯 말했다. 
  “아요, 장서각 일은 네게 부탁 좀 하마.”
  금광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맡겨주세요.”   








  위무선은 이제 주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혼백이 흩어져서 환생도 못할 것 같았다.
  서안 근처에는 검은 글씨로 빽빽한 종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목표량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위무선의 손에서 붓이 툭 떨어지며 천근만근 무거운 몸뚱아리가 옆으로 굴렀다. 
  녹진하게 쓰러진 상태에서 남망기가 입맞추던 일을 떠올리자 한숨이 나왔다.
  끝내는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남망기는 평소 말수가 적어 흥분하면 더욱 조리있는 말을 못 했고, 그렇다고 때리는 건 규훈에 어긋나니 달려들어서 입술을 물어뜯은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거 살짝 음란 금지 아냐?’
  남망기의 체취와, 입 속으로 혀가 밀려들어오던 감촉이 떠오르자 뒷머리가 찌릿했다. 동시에 몇년 전 위렵 대회에서 모르는 이에게 당했던 쓸데없는 기억까지 따라왔다.
  이제껏 연인도 하나 없었던 동자에, 입맞춤은 첫 번째고 두 번째고 어이없는 이유로 다 뺏기고. 정말 실속 없는 인생이 아닌가.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두 번 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곤란했다. 
  ‘접문도 이 정도인데, 정신없이 몸을 섞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생각에 빠졌던 위무선이 벌떡 일어나서 몸을 부르르 떤 다음, 용감하게 붓을 들었다. 
  오전의 수련 시간에 찾아가 보아도 역시 남망기는 없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번엔 빼도박도 못하고 얼마나 걸리든 <예측편> 50번을 쓴 종잇더미를 바칠 도리밖에 없는 듯했다.
  밤낮으로 열 번을 쓰는데도 이틀이나 걸렸으니 50번이면, 4일, 6일, 8일...
  “으으으...”
  “위선배!”
  나락으로 빠진 귀에 갑자기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소년 자제들이 들이닥쳤다. 위무선은 이 사건의 원흉이 된 아이들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우와, 이게 다 뭡니까?”
  “설마 선배도 벌 받으셨어요?”
  “아 저희두,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맞아, <예측편>을 5번이나 베끼라니.”
  뭐라고 떠들어대든 못마땅한 표정으로 무시하려던 위무선이 그 말에 팔이 꺾이며 넘어졌다.
  “5번?!”
  “네!”
  역성이라도 들어주는 줄 알고 떼창을 하는 아이들에게 위무선이 기함을 토했다.
  “난 50번이라고, 50번! 으아, 이런 게 어딨어?!”
  “네에?!”
  “50번?”
  “그게 가능해?”
  “말도 안돼...”
  위무선이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히죽히죽 웃는 소년들에게 잇달아 노성이 터져나왔다.
  “이게 다 네녀석들 때문이야! 내가 가지 말라고 했지!”
  “그런 말씀하신 적 없는데요...”
  “정말 <예측편>을 50번이나 썼어요, 위선배?”
  위무선의 주변에 널린 종이들을 보니 못해도 10번은 넘게 쓴 것 같아 보여 소년들은 움찔 불안했다. <예측편> 50번 쓰기라는 벌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건 매우 큰 문제였다.
  “내가 신선이냐! 벌써 다 쓰게! 정말 너네 남선생은 왜 그런대!”
  “저희 스승님이기 전에 위선배 친구시잖아요...”
  “너네 다 남씨 아냐? 나한테 밀지 말라고.”
  “그렇지만 위선배가 부러워요. 함광군께선 너무너무 무서우셔서 저흰 다가가지도 못한다구요.”
  소년들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아무래도 50번은 농담이고, 위무선은 남망기와 동기라 그걸 다 쓸 리는 없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건 너희들이 모르는 소리야. 예전에 그 녀석이 얼마나 쌀쌀맞았다고. 전생에 나한테 원한이라도 진 줄 알았다니까. 말만 걸어도 뼈가 얼어붙을 정도로 노려보는데다... 나 같은 강심장이 아니었다면, 어휴.”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친해지신 건데요?”
  “어...”
  그러고 보니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싶었다. 저는 처음부터 남망기를 재미있어했지만, 남망기는 언제부터 저에게 마음이 기울었던 건지.
  “그거야... 내가 인덕이 있으니까지. 사람들은 다 날 좋아한다고. 너희들도 내가 좋아서 이렇게 모여 있는 거잖아.”
  “아닌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꺼져, 이 녀석들!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위무선이 먹이 묻은 붓을 휘두르자 소년들은 옷을 더럽힐까봐 꽥꽥거리며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문득 위무선은 남망기가 옛날에 ‘꺼지라’고 말했던 일이 기억나서 기분이 착잡해졌다. 빨리 화를 풀어 주러 가고 싶은데, 이걸 다 쓰려면 정말 열흘은 너끈히 흘러갈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자신이 없어졌다. 이제까지 그렇게 재롱을 부렸는데도 화를 내는 걸 보면, 하나도 먹혀들지 않았다는 게 아닌가.
  ‘남잠은 대체 내가 뭘 해 줘야 기뻐할까. 혹시 내가 정말로 밉상인 건?’
  “이놈들아.”
  “네?”
  “남잠이 오늘도 화가 난 거 같더냐?”
  “오늘요? 함광군께서는 운심부지처에 안 계신데요.”
  “뭐라고?”
  “종주님의 심부름으로 청하에 가셨어요.”
  “어, 언제?”
  “어제였던가...?”


  위무선은 연일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살만 찌우고 있던 말을 끌고 나온 뒤 무섭게 내달렸다. 
  바보같은 생각이란 걸 알지만, 남망기가 외출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2년간 사라졌던 기억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 그는 무작정 말을 몰아 청하로 달렸다. 아직 어검을 할 수 없었기에 남망기와 길이 엇갈릴 공산이 컸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최소한 남망기가 부정세에 들렀다 되돌아갔다는 얘기라도 들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부정세에 도착해 보니 남망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섭회상을 만난 위무선은 예의상 인사를 하기 위해 섭명결에게로 갔다.
  위무선이 운심부지처에 머무르는 중이고, 남망기를 찾으러 왔다는 말을 들은 섭명결이 대뜸 물었다.
  “광요는 운심부지처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금광요는 요즘 한실과 가까운 방을 얻어 운심부지처 최상층에서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위무선은 그와 마주치는 일이 드물었다. 다만 가끔씩 금과 퉁소 소리가 들리면 또 두 사람이 어울리고 있겠거니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항상 택무군과 함께 계신 것 같더군요.”
  섭명결은 위무선의 대답에 모호한 표정을 지었으나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섭회상은 형님의 말수가 줄어들자 얼른 위무선을 끌고 나와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정말, 광요 형님은 거기서 뭘 하시는 건데요, 위형. 그나마 형님이 와 주시면 숨통이 트였는데 요즘 답답해 죽겠다구요.”
  새 부채를 갖다 주신댔는데 그것도 소식이 없고, 섭회상이 투덜거렸다. 
  위무선은 웃으면서 아무데나 몸을 던졌다. 부정세의 공기는 연화오만큼은 아니라도 운심부지처보다는 훨씬 편한 편이다. 게다가 온갖 잡기와 아름다운 서화, 이야기집 같은 것이 가득한 섭회상의 방이야말로 사람 사는 곳 같았다.
  둘러보다 수상한 제목의 서책을 발견한 위무선이 야릇하게 눈짓했다. 섭회상이 음흉하게 웃으며 책더미를 쓰다듬었다.
  “이거요. 드디어 주광 화백의 모음집을 한꺼번에 구했단 말이죠.”
  “아아, 좀 빌려가고 싶은데. 운심부지처에 이런 걸 들고 갈 수도 없고.”
  “연화오라도 이건 못 빌려줘요. 그런데 대체 운심부지처엔 왜 갔어요?”
  “...놀러갔어.”
  “운심부지처에 놀러갔다구요? 말이 되는 소리를! 거기에 누가 있어서 놀러를 가요? 설마 여자 수사? 위형 그러다 맞아 죽어요!”
  “아참, 나중에 남잠이 오면 나한테 좀 알려줘.”
  “남잠? 함광군? 설마 함광군한테 놀러간 거에요? 두 사람 친해요?”
  “친하다고 옛날부터 내가 몇 번을 얘기했어? 너네들 정말 사람 말 안 믿는다.”
  위무선이 그렇게 말해도 섭회상은 곧이듣지 않았다. 아마 위무선이 할 일이 없으니까 운심부지처까지 쳐들어가서 남망기를 괴롭히고 있겠거니, 싶어 그가 무척 불쌍했다.
  “이건 뭐야?”
  위무선이 바닥에 떨어진 두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귀한 모음집이라는 책들과 테두리는 같은데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게 수상쩍었다.
  “아... 그건, 용양집이에요. 이거랑 한 벌이라 어쩔 수 없어서. 참 신기한 화백이라니까요.”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더니, 이 화백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나, 하고 섭회상이 중얼거리며 차를 가지러 갔다. 
  위무선은 용양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펄럭펄럭 넘기다가 흠칫하곤 탁 소리가 나게 덮어버렸다. 그것을 보고 섭회상이 깔깔 웃었다.
  “위형, 위형은 담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별 수 없군요.”
  재미있어하는 그에게 휙 하고 책이 날아들었다.
  “으아, 함부로 하지 말아요! 아무튼 한 벌이니까, 같이 보관해야 된단 말이에요.”
  “넌 정말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네 형님이 이해가 간다.”
  위무선은 팔짱을 끼며 눈을 감았다. 하루종일 말을 달려왔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고 금방 춘궁도에서 봤던 그림이 머릿속에 둥실 떠올라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남자들끼리 알몸으로 얽혀 있는 거야 일반적인 춘궁도와 똑같으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는데, 의외로 두 남자가 빈틈없이 얼굴을 겹치고 있던 그림에 깜짝 놀랐다.
  남망기와의 입맞춤이 떠오른 탓이었다.
  ‘아냐, 아냐. 그거랑은 완전 다르지. 우선 남망기는 춘궁도의 남자보다 백배는 잘생겼다고.’
  몸매가 훌륭하고, 향기도 좋고. 그림의 남자는 머리까지 벗겨져 있었다.
  ‘흠. 남망기는 머리가 벗겨져도 잘생겼을 거야. 틀림없어.’
  위무선은 짜증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왜 남망기는 코 끝도 비치지 않고, 이까지 와서 이딴 걸 보고 이딴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일어나자 섭회상이 잽싸게 찻잔을 건넸다.
  위무선은 달갑지 않은 상상을 멈추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회상, 넌 백날 춘궁도만 모을 셈이야? 연애나 혼인은?”
  섭회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됐어요. 전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신물이 난다구요. 그리고 남말하지 말아요. 위형도 간섭받는 거 싫어하잖아요.”
  “난 상관 없어. 이래라 저래라 해도 안 들으면 그만이니까.”
  “위형답긴 하지만 그러다 찔려 죽어요. 아, 하지만 강형은 그런 거 의외로 어울릴 거 같은데.”
  두 사람은 갑자기 웃으면서 쑥덕거렸다.
  “맞아, 맞아. 그 녀석 말로는 툴툴거리면서도 내가 막 괴롭히면 은근 좋아한다니까. 겉과 속이 달라. 난 겉과 속이 완전 일치하는 군자인데.”
  그 말을 들은 섭회상이 의심스럽게 위무선을 훑어보았다.
  “위형... 그렇게 말하면, 표리부동이 군자의 덕인 것 같잖아요.”





희신광요 망기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