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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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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거품을 물 정도로 닦달을 해도 난장강 기슭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높이 떠오른 후였다.
해가 뜬 것도 바깥에서 알았지, 난장강이 가까워질수록 공기를 포함한 모든 물체가 거무죽죽해져서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것처럼 으스스했다.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음습한 원기가 떠돌고 있었다. 남망기나 금광요처럼 그것을 분명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소름끼치게 누르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래도 달리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앞장선 사람들을 믿고 공포심을 떨치려고 애를 썼다.
계속해서 나아가자 옛날 기산 온씨가 세웠다는 높은 벽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위무선이 말을 멈추는 것을 보고 금광요가 말했다.
“흉시를 불러내서 벽을 부술 겁니까?”
“네.”
위무선이 말에서 내리자 금광요도 재빨리 뛰어내려 그의 뒤를 따랐다.
위무선은 벽이 있는 쪽으로 몇 발짝 걷다가 이내 되돌아왔다.
“함광군, 그리고 염방존.”
그가 금광요에게 예를 표하고 말했다.
“여기까지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 말에 남망기가 눈에 띄게 동요했지만 온녕을 안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대신 금광요가 말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난장강에 틀어박히려구요?”
“그럴 거라고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여기다 흉시를 잔뜩 세워 놓으면 일을 저지른 사람이 위공자 당신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겁니다.”
“그 정도는 어쩔 수 없죠.”
위무선의 말투가 조금 거칠어졌다.
“위공자, 당신은 음호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선문 백가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평탄하게 살고 싶다면 그들에게 아주 조그만 빌미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저는 평탄하게 사는 덴 관심 없습니다.”
금광요는 흘긋 남망기를 쳐다보았다. 남망기는 입을 꾹 닫고 있었으나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당신이 평탄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을 사람들은요?”
그 말에 당당하던 위무선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온녕과 온정을 돌아보고는 공격적인 태도로 되돌아갔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있습니다. 연화오로 가면 됩니다.”
“뭐라구요?!”
“듣자하니 강종주도 온녕에게 빚이 있는 듯한데, 왜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십니까?”
금광요는 어느새 위무선이 온녕에게 한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가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위공자, 당신은 난장강에서 살아나온 것이지, 계속해서 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여기엔 병자도 있고 대부분 몸이 쇠약해진 상태인데 이런 공기가 이롭겠습니까? 이 사람들은 온정 수하의 가족들이라 죄를 지은 적도 없어요. 그러니 강종주를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금광요의 말을 들은 온정이 말 위에서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는 강종주라는 말이 난장강보다 더 무서웠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강징을 구해준 일보다, 강징이 온녕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했던 기억이 사무쳤다. 본디는 성정이 강한 여인이었지만 계속해서 수난을 당하고 온녕까지 잃어버리고 나자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이어서 금광요가 말했다.
“들어 보세요. 벽을 조금 무너뜨리고 말발굽 자국을 찍어 놓으면 모두 난장강 안으로 도망친 줄 알 겁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난장강은 수색하기 까다로운데다 사람을 궂히지 않았으니 이대로 흐지부지될 겁니다.”
위무선은 초조하게 갈등하며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지치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눈이 전부 그에게 매여 있었다.
고심하던 그의 머릿속에 문득, 금광요가 말했던 ‘지키려면 확실하게 지켜 주어야 한다’는 말이 떠올라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거의 설복되기 직전인 그에게 금광요가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위공자. 금자헌과 강낭자의 혼례일이 다가옵니다. 당신이 강종주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 주어야지요.”
결국 위무선은 난장강의 벽을 부수고 산중턱까지 말발굽 자국을 내었다. 그리고는 다른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물길을 따라 내려가 난장강을 크게 우회해서 운몽으로 향했다.
선두에 선 위무선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강징이 화를 낼 것만 제외하면 지금 선택한 길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위무선은 이게 다 금광요가 사사건건 뜯어말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곁에서 달리는 그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가벼운 소년 하나를 등 뒤에 태운 금광요의 얼굴은 큰일이 날 뻔한 것을 막았다는 안도심으로 가득했고, 위무선과 눈이 마주치자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참 후 차차 마음이 가라앉은 위무선은 언뜻 남망기에게 눈이 갔다. 온녕을 구하는 데 마음을 다 쓰느라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수한 회색 옷에다 머리도 끈으로 묶은 남망기의 모습은 정말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 어두울 땐 그러려니 했는데, 햇빛을 통해서 보니 느낌이 기괴할 정도였다.
심각한 와중에도 참지 못한 위무선이 불쑥 내뱉았다.
“남잠, 너 정말 안 어울린다. 뭐라고 해야 되지?”
“...”
“예쁜 인형에다 곰가죽을 씌워 놓은 것 같아.”
남망기가 질책하는 듯 쳐다보자 위무선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모처럼 그가 찾아와 준 날 골아픈 사건에 휘말리게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성난 강징과 마주할 생각에 골이 지끈거렸다.
가볍게 말을 재촉하는 금광요는 위무선과 달리 속이 아주 편안했다.
강만음은 성질이 불같아도 섭명결과는 달라서 마음 약하고 우유부단한 데가 있다. 위무선이 이 정도로 온녕의 편을 들고 있는데 외면하려면 아주 인연을 끊지 않으면 안 될 것이었다. 두 사람의 우애가 얼마나 깊은지는 몰라도, 강종주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강한 오른팔을 그냥 놓아줄 리는 없었다.
온가 사람들을 빼돌린 것도 마찬가지로 별 일이 아니었다.
그는 금자훈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화를 낼 것인지 상상하고 웃었다. 아마 미친듯이 감독관들을 족치며 찾아내라고 악을 쓰겠지. 그러면 난장강까지 이어진 흔적까지는 쉽게 쫓아올 것이다.
그러나 금광요는 금자훈의 사람됨을 잘 알았다.
도대체 죽으려는 게 아니면 멀쩡한 인간이 난장강에 발을 들일 리가 없다. 어떻게 온가 사람들이 풀려났는진 몰라도 결국은 자포자기해서 난장강에 뛰어든 것이다. 그때쯤 금자훈은 단지 몇십명의 포로를 잃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겠지. 만에 하나 난장강으로 도망친 포로들이 살아 있다 해도, 그걸 확인하려고 난장강을 수색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었다. 포로야 다시 잡아다 채우면 되는 것, 괜히 이 일을 더 파고들었다간 자신의 관리 소홀로 포로를 놓쳤다는 사실만 부각될 뿐이었다. 심지어 감독관들이 적과 맞서 싸우다 다치거나 죽은 것도 아니고, 바보같이 눈뜬 장님처럼 잡혀서 탈탈 털렸다고 하면.
결국은 감독관들을 협박하든, 매수하든 입을 막아버리고 없던 일로 만들겠지.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묻힐 공산이 컸다. 금자훈은 농락당한 듯한 분을 혼자서 삭여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골아픈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했는데 전화위복이었다.
남망기를 도왔고, 위무선이 사고를 치는 것을 막았고, 금자훈을 곯려주었다.
사실은 운몽으로 가야 한다고 위무선을 설득한 것도 남망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대로 위무선이 난장강에 틀어박히기라도 하면 남망기는 어쩌란 말인가? 만에 하나 남망기에게 위무선을 따라갈 주변머리가 있다 쳐도, 저런 저주받은 곳에 자리를 잡고 흉시를 부리다 보면 싸울 일밖에 생기지 않을 것이 뻔했다.
금광요는 마음 속에서 정리정돈을 마치고도 일행을 떠나지는 않았다. 연화오까지 따라갈 생각이었다.
그는 강징과 친분이 없었고, 금가를 치는 이런 사건을 일으킨 것을 그에게 들켜서 하등 좋을 게 없었지만, 반대로 금가를 쳤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행은 운몽 지역으로 들어선 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정문 쪽인 연화호의 번화가를 통하지 않고 멀리 둘러 뒷산으로 해서 거꾸로 내려갔다.
위무선은 사람들을 밖에서 기다리게 한 뒤 혼자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강징에게 알리고 설득해야지, 굳이 모두의 앞에서 험한 꼴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안채 쪽으로 향하며 가급적 사저를 먼저 만나길 빌었는데, 운이 없게도 모퉁이를 돌 때 정면으로 맞닥뜨린 사람은 바로 강징이었다.
강징은 위무선을 확인하자마자 눈살을 팍 찌푸렸다.
“이젠 밤에 들어오지도 않냐? 함광군은 돌아갔어?”
그쯤 해두고 지나가려고 하길래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이번에는 강염리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며 위무선을 반겼다. 그러자 강징도 발을 멈추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위무선은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을 앞에 두고 간밤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온정이 찾아왔다는 부분부터 심상치 않은 화기를 풍기던 강징은 온가 사람들을 구해서 데려왔다는 대목에 이르자 분격해서 뛰쳐나갔다.
금가 사람들은 털끝만큼도 다치게 하지 않았으며, 염방존과 남망기조차 도와줬다는 사실을 이제부터 말하려던 위무선이 황급히 강징을 붙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강징이 있는 힘을 다해 뿌리치는 서슬에 몸이 홱 돌아가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강징은 정문으로 뛰어나갔다가 허탕을 치고, 집 근처를 빙빙 돌다가 끝내 한 무리의 말과 사람들을 찾아내었다.
별안간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겋게 된 강징이 나타나자 온가 사람들은 반대로 파랗게 질렸다. 온녕을 끌어안고 있던 온정도 그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떨었다.
한 발 늦게 위무선과 강염리가 쫓아나왔다.
“이게 무슨 짓이지, 위무선?!”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위무선이 다급하게 말했다.
“보기만큼 큰 일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사람들을 빼돌리긴 했지만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다고! 그냥 부적을 붙여서 꼼짝도 못하게 한 거야. 우릴 보지도 못했고, 오다가 함정을 파 뒀으니까 여기 온 줄 알지 못할 거라니까.”
강징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노기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위무선이 말썽을 피울 때마다 강징은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가문을 책임지게 된 것만도 어깨가 무거운데, 위무선의 음호부 때문에 세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기산 온씨의 인간들을 탈취해 오다니? 그것도 누님이 곧 시집을 갈 난릉 금씨 휘하에서?
“위무선, 너 정말!”
강징은 너무도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욕설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 틈을 타서 위무선이 빠르게 말을 쏟아내었다.
“잠깐만, 잠깐만, 강만음! 너 온낭자 기억하지? 예전에 그녀가 널 숨겨주고 치료해 주었잖아? 온녕이 널 구해주고, 온낭자가 치료해 줬어. 그렇지 않았으면 너 죽었을 거야.”
위무선이 내뱉는 말에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이 생겨났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말들은 강징의 분노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위무선이 잇달아 외쳤다.
“온녕이 부모님의 시신을 거둬 주기도 했어. 너 잊었다곤 못 하겠지!”
일단 강징이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면 말할 틈을 잡기가 힘들다는 걸 알기에 위무선은 팔을 휘저으며 더욱 빠르게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잠잠하다 싶으면 내가 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골칫거리를 끌고 온다 이거지. 체면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 눈도 생각하라 이거지! 그렇지만 좀 봐봐, 네 눈으로 좀 보라고. 이 사람들 다 힘없고 착한 사람들이야. 노인도 있고 아이들도 있어. 온씨지만 나쁜 짓을 한 적 없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정말로 내칠 거야? 강종주, 제발 자비를 베풀어서 약자들을 도와 주면 안 될까?”
나름대로 간곡한 위무선의 말투는 어떻게 해도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려서, 오히려 강징의 화를 돋구기만 했다. 하지만 강징은 자신을 구해준 것보다, 부모님의 시신을 돌려줬다는 말 때문에 차마 ‘꺼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분이 가라앉는 것도 아니었다.
부들부들 떨며 좌중을 훑던 강징의 눈이 문득 한 곳에 멈추며 움찔했다.
“...염방존?”
금광요와 남망기가 아직도 하인의 옷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금방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강종주.”
금광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조차 품위있게 예를 차렸다. 하지만 강징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를 할 수 없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왜...”
강징은 난데없이 금광요가 나타나자 놀라긴 했으나 여전히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채라 불손한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그래도 금광요는 신경쓰지 않고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다 말하자면 길어요. 위공자가 망기에게 도움을 청했고, 망기는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제 입장도 곤란하게 됐으니 강종주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일처리를 조심스럽게 했으니 난릉 금씨가 이 곳을 찾지는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이 돌아가며 설명하려 애썼으나 일단 피가 거꾸로 솟으면 제대로 사고할 수 없는 강징은 아직도 사건의 전말이 띄엄띄엄했다. 다만 온녕이 부모님의 시신을 돌려줬다는 말만이 그를 억제하고 있었다.
이윽고 감정이 넘쳐서 도저히 참지 못한 그가 씩씩대며 머리를 흔들더니, 홱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뛰쳐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위무선은 겨우 기나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는 얼른 곁에 선 강염리를 돌아보며 불렀다.
“사저...”
“괜찮아. 나도 다 들었어.”
“사저.”
위무선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무슨 일을 당해도 그는 강염리의 차분한 모습만 보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하고, 다들 손님방으로 모시자. 아픈 사람들은 내가 데려갈게.”
그럭저럭 사람들을 안배한 후 위무선은 우선 객점으로 가서 금광요와 남망기의 옷부터 되찾아왔다. 이까지 오면서 남망기가 쥐색 옷을 입은 것을 볼 때마다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남망기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액까지 완전하게 늘어뜨리고 나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속이 후련해졌다. 이제야 함광군다운 것 같았다.
왔다갔다 하는 동안 해가 넘어갔고 조금만 있으면 남망기가 잠들어버릴 시간이 다가왔다.
“남잠, 배고프지 않아? 뭐라도 좀 먹어야지.”
“괜찮아.”
“괜찮긴. 사실 나도 넘어갈 것 같진 않지만, 같이 먹자.”
위무선은 남망기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고 먹을 것을 가져왔다. 남망기는 차를 마시고 다과를 아주 조금 먹었다. 그러나 위무선은 제가 먹자고 해 놓고 차만 연거푸 들이켰다.
“남잠, 염방존은 어떻게 설득한 거야?”
“...별로.”
“누가 뭐래도 화를 내는 법이 없더니,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네. 역시 대담하기도 하고.”
“...”
위무선은 목이 타는 듯 또 한 잔의 차를 훌쩍 마셨다.
“남잠.”
“응.”
“고마워.”
남망기가 뭐라고 하려는데 위무선이 가로막았다.
“괜찮다고 하려는 거지? 그런데 아니야. 정말로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나는 궁기도에 가서 거기 있던 놈들을 다 죽여버렸을지도 몰라. 그럼 난장강에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했겠지. 강징더러 화만 나면 물불 안 가리고 성질을 부린다고 욕했는데, 사실은 내가 그 짝이었나 봐.”
남망기는 평소처럼 이런 감격스러운 얘기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위무선은 오늘만은 그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남망기가 자신을 위해 해 준 일들이 기쁘고, 또한 온녕이 무사히 구출되어서 저 무덤덤한 머리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이라도 맞춰 주고 싶었다.
그래도 남망기가 도와준 것이 고마웠으므로 오늘만큼은 장난기를 꾹 누르기로 했다.
희신광요 망기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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