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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대만 알오버스 현대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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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분은 저쪽에서 온열 찜질 받으실게요."



송태섭은 처치실로 들어가는 정대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을 부르는 간호사의 말에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음. 정대만과 함께 초음파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백발의 장년 의사는 아까와는 다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태섭을 맞이함.

태섭은 긴장한 채로 질문에 답을 하겠지. 사흘 전 오후 세 시경에 만났고, 대만의 페로몬이 날뛰기 시작한 건 그 다음날 아침부터. 히트를 보냈고, 피임을 했고, 사후피임약은 안 먹었고... 무슨 문제라도 있나 걱정이 되려던 차에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확언을 받음.


"오랜만에 각인 알파의 페로몬에 노출되면 히트가 이르게 올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고, 페로몬 조절도 점진적으로 개선될겁니다."


차분히 설명을 마친 의사는 안경을 벗고 차트를 덮더니, 태섭 쪽으로 돌아 앉으면서 말을 이어감.



"그리고 이건, 치수의 삼촌으로서 하는 말이니까 잘 들어주세요. 대만군은 임신 당시부터 저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치수가 데려온 친구인데다가, 매번 알파 없이 혼자 왔어서 기억에 남네요. 대만군이 병원에 보호자와 함께 온 건 9년만에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오늘이 가장 수치가 좋아요. 보호자 분께서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훨씬 좋아질겁니다."


"예, 상대가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는... 사실 처음에는 다 그래요. 임신 12주까지는 자연유산될 확률이 높아서 파트너를 제외하고는 주변에 얘기를 안 합니다. 그런데 남성 오메가의 경우는 간혹 12주가 지나도, 파트너에게까지 숨겨요. 유산율도 사망률도 높아서 그럴 가능성이 있고... 뭐,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어쨌든 아주 없는 사례는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운동선수라 그런지, 다행히 대만군이 몸건강은 잘 챙기고 있어요. 보호자 분은 곁에서 마음을 잘 살펴주세요. 그동안 뭐든 혼자 해내려고 했었는데, 대만군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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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송태섭은 조수석에 앉아 정대만을 바라봤음. 아까부터 태섭이가 뚫어져라 보는 걸 의식하는지, 대만이 표정이 어색함.


"아까부터 왜 그래?"
"내가 내꺼 보는데 불만 있어요?"


순간 얼굴이 벌개진 정대만이 소심하게 "누가 니껀데..." 해보지만 소용없겠지.

송태섭은 오늘 결심했으니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다시 정대만 곁을 채워주기로.


각인, 임신, 출산 사실을 숨긴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한 순간의 치기어린 판단이 아닐거라는 믿음이 있었음. 나름대로 인생을 건 결심이었을테니까 존중해주기로 했겠지. 언젠가 우리가 서로에게 각인한 "진짜 짝"이 되는 날에는 말해줄까? 아니,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그걸로 괜찮아.


빨간 불.

제각기 다른 길로 가던 차들이 모두 잠시 멈추는 때. 태섭은 기어에 올라간 대만의 손을 겹쳐 잡으며 말했음. 


"나 어제 페로몬에 취해서 헛소리 한거 아니에요. 나는 형 옆에 있을거고, 우리 애 책임지고 싶어요."
"...응."
"그러니까 형도 내 옆에 있어주라."



한 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웃는 송태섭. 몇 번이고 돌려본 느바 경기영상에서 봤던, 정대만이 제일 좋아하는 표정. 그런데 오늘은 거기에 하나가 더 있었음. 차 내부를 가득 채우는 알파 페로몬이 미래를 약속하는 굳은 의지를 대변하고 있겠지.




파란 불.

대만은 붉어진 눈가를 하고서 태섭의 손을 맞잡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둘을 태운 차는 부드럽게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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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주 뒤, 한국 농구 팬들을 행복하게 할 소식이 들려옴. NBA 송태섭 선수가 웬일로 한국에 입국하더니 화보도 찍고 광고도 찍고... 원래도 힙한 이미지로 인기가 많았던 터라, 팬들은 이제 강백호 먹방 유튜브에도 나와줘라, 난혼산도 찍어줘라, 아무거나 좋으니 찍어달라고 하겠지

그리고 소속사가 다양한 활동을 검토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올린 글 말미에, 혼자 살지 않아서 난혼산 출연은 못할 것 같다고 해놔서 그날 밤 또 SNS 불탐



송태섭은 요청이 제일 많았던 패션 관련 유튜브에 먼저 출연했음. (이 바지 어디껀가요, 브랜드 이름이 뭔가요, 헤어 제품 뭐 쓰시나요...) 팬들이 사진과 함께 질문을 올리면 대답해주는 형식이었는데, 지하상가에서 산 보세 옷 위에 브랜드 제품 레이어링해서 입기도 하고, 그냥 누가 선물로 준거라 모르는 제품도 있겠지. 그래도 손민수 하고싶은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컨텐츠라 조회수 몇백만 찍고 엄청난 성공을 기록했는데...

송태섭만 약간 빡침. 일부러 매일매일 약지에 커플링을 끼고다녔는데 그건 아무도 안물어보고 삼년 전에 쓴 헤어 스프레이 물어봐서... 사실 오천만원짜리 반지였으면 이거 커플링 아니냐고 소문 났을텐데, 하필 고등학교 때 돈 모아서 산 이십만원짜리라 진짜 의심 안 받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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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이랑 다시 사귀고 난 뒤로 정대만은 긴장이 좀 풀림. 그 전까지는 항상 잘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뭐든 한계까지 해내려고 했을텐데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거. 그래서 송태섭이 알던, 고등학교 때의 정대만으로 서서히 돌아오는거지

대만이는 원래 사생활 공개 잘 안해서 국내 탑 선수 치고는 컨텐츠가 경기랑 구단 유튜브 몇 편 외엔 거의 없었을 듯. 근데 이번에 태섭대만이 같이 강백호랑 먹방 찍기로 했음. 편하게 촬영하려고 백호네 집에서 모이고, 백호가 촬영 장비 세팅하면서 소만이 데리고 있는 사이에 태섭이랑 대만이가 마트 다녀옴.



"아빠아! 아저씨이!!"

백호의 집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소만이가 우다다 달려서 대만의 품에 안겼음. "어휴, 쬐끄만게 되게 잽싸네." 술래잡기를 해주던 백호가 섭섭이 만만이 왔냐며 허리를 피는데, 대만이가 묘한 표정으로 소만이랑 태섭이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봄. ...지금 애가 나 닮아서 저렇다는거야? 태섭은 유쾌한 기분이겠지. 언제는 여자친구랑 낳아왔다고 거짓말이나 하더니 이제는 자식에게서 각인알파의 모습을 찾고서 뿌듯해하고. 정대만 왜이리 귀엽냐...



송태섭은 카메라 앞에 앉아서 포카리를 따는 대만을 잠깐 보다가 슥 낚아챘음. "형 이거도 못까요?" "아니거든? 할 수 있거든?" 고기를 들고오던 강백호가 만만이 이제 늙었냐고 놀려댔고, 셋은 웃음을 터뜨렸음. 대만이 고기 굽고, 백호는 하나씩 집어먹고, 태섭이 실시간 댓글을 확인하면서 방송이 진행됨. 

"아. 이거 진짜 웃긴다. '강백호 선수는 정대만 선수에게 반말하는데, 송태섭 선수는 왜 존대하나요? 혹시 학창시절에 정대만 선수에게 혼났나요?'"
"혼나?ㅋㅋㅋ으하학. 여러분 만만이가 혼났으면 혼났짘ㅋㅋㅋ 혼낸대 ㅋㅋ 으하하."
"그믄 웃으르."


정대만은 지은 죄가 있는 탓인지 쎈 척도 못하고 고기나 구웠음. 간만에 놀릴거리가 생긴 태섭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기어이 한마디 더 꺼내겠지.


"이번 기회에 야자타임이나 해볼까요? 대만아. 집게 나 주고, 가서 고기나 좀 더 가져와."
"...네에."


송태섭은 정대만이 안 받아줄거라고 생각해서 던진 말이었는데, 정대만이 순순히 대답하더니 진짜로 고기 가지러 나가서 속으로 엄청 당황하겠지. '형이... 존댓말? 진짜 귀여움 미쳤나... 카메라 앞에서 왜저래?' 겉으로는 의연한 척 라방에 대고 "고기는 역시 연장자가 구워야 하니까요." 하는데 집게 집은 손이 아주 약간 떨림. 냉장고 앞에 서서 머리를 박은 정대만도 마찬가지일 듯. 송태섭이 장난스럽게 눈썹 한 쪽을 치켜뜨고... 대만아. 하는데 안 설렐 수 있겠냐고. 


대만이 고기를 가지고 돌아온 뒤로는 다시 원래대로 부르게 됐음. 편안한 분위기에서 예전 북산 얘기도 하고(그 때 이 천재 강백호님이 마지막 슛을 넣었다 이거야!), 최근에 본 태섭이 경기 얘기도 하고 (내 경기 다 챙겨봤어요? 니 경기라서 아니고 느바니까 본거지. 그게 그거죠. 아니거든?!).

사람들은 셋이 고등학교 동창인건 알았는데 이렇게 친할줄은 몰랐어서 다들 놀랐을 듯.. 정대만이 워낙 바른생활 청년, 에이스 플레이어 이미지라 남들 앞에서 편하게 있는 모습을 별로 못 봤으니까. 그래서 이번 영상을 계기로 정대만 이미지에 친근함까지 더해지게 됨.




-정대만 왜 음료수도 못 까냐고 ㅋㅋ 송태섭 슥 보더니 까주는거 유죄
 ㄴ 1:02 십오분거리 마트에서 걸어왔다는데

     2:33 이거 잘 보면 왼쪽 봉투는 2리터 음료수 최소 6~7개
             오른쪽 봉투는 오백미리 캔맥 12개들이 2개임

             거기에 2리터 생수도 한들이...
             12+12+12키로 들고 십오분 걸어옴 정대만 미친놈
  ㄴㄴ ???????
  ㄴㄴㄴ 그정도면 음료수 못까는 정도가 아니고 팔근육 다 터져야되는거 아님?


-섭섭이 요즘 저반지 맨날 끼네
 ㄴ ㄹㅇㅋㅋ 저건 또 어디 브랜드인지
 ㄴㄴ 은근 보세 많이 입던데 저거도 그럴듯


-15:01 ㅋㅋㅋㅋㅋㅋㅋ소만이 난입ㅋㅋㅋ 제발 저희한테도 보여주세요ㅠ 목소리 진자 졸귀다ㅠㅠㅠ
-17:33 확실히 운동선수들이라 그런가 엄청 잘먹어
-정대만 후배들 왜케 꿀떨어지게 보냐ㅋㅋ 소만이 말고 백호랑 태섭이도 낳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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