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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대만 알오버스 현대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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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대만은 거의 십년만에 느끼는 각인알파의 페로몬 향에 마음이 한껏 풀어져있었음. 각인 상대와 떨어져있다고 해서 아프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붙어있는 편이 확실히 정신건강에 좋으니까. 오랜만에 느끼는 안정과 평화, 행복의 냄새는 거부하기 어려웠음.


그래서 머리로는 송태섭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겠지.

사실은 내심 송태섭이 아이를 예뻐해주는 걸 보고싶기도 했음. 처음에는 그냥 들키는 게 무서웠는데, 막상 삼자대면을 하고나니 별 일이 없어서, 본인이 애아빠인 것만 모르면 되지 않나? 하는 느슨한 생각도 들기 시작함.



"미트볼 스파게티가 좋아?"
"네! 근데 다른거 안먹어봐서 다른거 더 조을수도 있어요."
"와... 형. 원래 8살이 말을 이렇게 해요?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우리 소만이가 못하는게 어딨어. 태연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된건지 아닌지... 자기 상태 가늠이 안됨. 결국 대만은 씻고 온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음. 


그리고 그 시각 송태섭. 허어... 저 형은 아직도 저렇게 웃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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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난 이후로 정대만은 조수석에 앉은 송태섭의 눈치를 봤음. 언젠가 송태섭을 만나게 된다면 할 변명은 진작 생각해뒀는데,,, 자연스럽게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송태섭은 생각했음. 정대만 머리 굴러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형."
"응?"

"사람들이 다들 형 알파라고 생각하던데요."
"어... 나 페로몬 조절 잘해서 다들 잘 몰라. 딱히 형질 밝히고 싶지도 않아서 내버려뒀어."


페로몬 조절을 잘한다고? 송태섭은 어이가 없었음. 아니 오늘 아침엔 기분 좋다고 난리, 지금은 긴장된다고 난리. 페로몬을 이렇게 풀풀 풍기는데 다들 모른다는게 말이 되나. 그런데 기사에서도 카더라에서도 정대만이 오메가일 수도 있다는 말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게 맞나본데. 평소에는 조절을 잘 하는데 오늘만 안하는건가? 왜?

(송태섭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정대만의 페로몬을 맡아 본 적이 없는데다, 농구선수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는 걸 송태섭은 몰랐음.



"소만이는... 대학교 때?"
"응. 여자친구랑. 걔랑은 잘 안되서 나 혼자 키우는 거고."
"그럼 왜 2년이나 쉬었는데요?"
"소만이가 좀 아팠어. 어릴 땐 병원에 거의 있었고 지금은 다 나았대."


질문을 듣자마자 곧장 대답하는게 몹시 수상했음. 줄곧 이 말을 하고싶어서 기다렸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깨진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걸 나한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페로몬으로 봐서 정대만은 지금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다는게 느껴지겠지. 무엇보다, 송태섭을 전혀 바라보지 못하는 저 눈동자가 거슬렸음. 수상한데... 


"형.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이라면서 왜 나한테는 다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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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만이 굳이 없는 여자친구까지 들먹여가며 거짓말을 했으니... 송태섭은 이제 조금 불안해졌음.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꾸며내서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둘의 공통지인이라 일부러 연막을 친게 아닌가? 둘이 같이 아는 친구들 중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역시 소만이의 증언에서도 언급된 고릴라, 빨간 고릴라, 안경 선배. 

셋 중 누구야?



불안한 태섭의 마음은 까맣게 모른 채, 대만이는 그 날 저녁에 북산즈를 모두 초대함. 소만이는 가끔씩만 보는 삼촌들이 다 와있어서 엄청 신났을 듯. 백호랑 같이 치수 마중나가서 고릴라! 하고 꺄르륵 웃는 걸 보던 송태섭. 혹시.. 강백호가?

오랜만에 모여서 고기도 구워 먹고, 신변잡기식 수다도 떠는 와중에 태섭만 홀로 진상파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듯.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는데 속으로는 셋 중에 진짜 있을까봐 쫄림.


밤이 깊어지자 소만이는 먼저 재우고, 다들 술도 적당히 마시는데 태섭이는 술 잘 마시는 편이 아닌데도 오늘따라 전혀 안 취할 것 같다. 반면에 백호는 거의 자고 있고, 준호도 소파에 누워서 똑같은 말 네 번째로 하고 있음. 대만이도 취했는지 얼굴이 달아올라 있겠지. 

그리고 태섭이 잠깐 물 마시러 부엌에 다녀온 사이, 방 분위기가 달라져 있을 듯.



"대만아. 병원에서는 뭐라든?"
"괜찮아. 조절이 약간 안되기는 하는데, 어차피 다들 모를거고."


백호랑 준호는 이미 잠들어 있고, 치수랑 대만이 진중하게 대화하고 있었음. 병원? 설마 둘이? 태섭은 거실로 들어오려던 발을 멈추고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겠지. 대만은 붉어진 뺨을 하고서 대답함.

"사이클 주기도 정상적이고 호르몬 관련해서는 걱정할 거 없어. 챙겨줘서 고맙다, 치수야." 
"그래. 다행이다."


대화만 보면 둘이 사귀는 게 거의 확실해 보였음. 그런데... 정말로 둘이 사귀는 사이라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이 방에서 오로지 송태섭만이, 뜨겁게 날뛰는 정대만의 페로몬을 느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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