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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30 00:26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5. 기분이 나쁜 샹크스가: https://hygall.com/565801012
6. 크로커다일의 격노가 : https://hygall.com/565924523
7. 다스 보네스의 의문이: https://hygall.com/566063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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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즈 딜리버리, 크로스 길드의 황제 버기는 얼굴을 칠하던 하얀색 페인트를 내려놓았다. 문득 이 짓거리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겨워, 지겨워. 이쯤 되니 모든 것이 지겨웠다. 어차피 오늘 만나는 사람은 크로커다일이었다. 덩치 큰 제 동업자는 오늘도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은지 제 텐트에서 나오질 않았다. 며칠 전 밤을 같이 보낸 것 이후로는 식사 시간에 잠깐 보는 게 다였다. 그나마도 서류를 보면서 식사하거나, 급한지 빠르게 해치우고 나가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사실은 기대도 안 했는데. 그래봐야 어제 점심 식사 중에 잠깐 봐야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대답도 없더니, 일어서는 순간 제 귀에 대고 텐트로, 하고 조용히 속삭였을 뿐이지만. 단 둘이 그의 텐트에서 보는 건 싫은데. 그러나 그는 제 그릇에서 토마토를 골라내가는 그 굵은 손에 딱히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 둘이 자신에게 꽤 유순해진 것을 알아도, 그는 여전히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말하지 못할 뿐. 그리하여 그는 저녁 식사에는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았다.

웃음을 가장한 얼굴이 텐트의 문을 두드리자 익숙한 갈고리가 문을 열어주고 그대로 모래가 되어 바닥으로 사르르 흩어졌다. 들어오라는 목소리에 천천히 한 발짝씩 움직이면, 여전히 손에 낀 푸른색 반지가 두어번을 조금씩 빙글,빙글 돌았다. 그의 손가락에서 몇 년을 끼어 있었던 것이니 당연히 자신에게는 큰 게 정상이었는데도. 몇 번이고 잃어버릴 뻔 했어도 이걸 줄이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건 언젠가, 돌려줘야 할 것이니까. 그렇다면 그게 언제일까? 이 질문만큼은 스스로도 답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와중에도 보석이 두 번째 손가락에 있는 붉은 빛의 것이었다면 좋았을까 생각하는 자신이 중증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래서 버기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속삭였다. 아니야, 내 코랑 같은 색이니까. 이건 내 정체성 같은 거라고. 거울만 보면 잘라내버리고 싶어했던 코는 어느새 제 정체성으로 둔갑해 변명에 타당성을 붙였다. 반지도 졸라서 받아낸 주제에 변명 또한 우습기 짝이 없지. 그게 자신이었다, 광대일 뿐이라고. 일말의 진정성도, 솔직함도 없는 유희거리 광대.

- ... 어제는 저녁도 거르더니. 오늘은 또 기분이 좋아보이는군.
- 아니~ 그건 입맛이 없었던 거고. 우리 사이에 그러지 말자구, 크로쨩.
- ... 우리 사이가 뭔데.

시가를 입에 물은 그가 예의 건방진 자세로 앉아 입에 물은 담배를 까닥였다. 다리가 길어서 똑바로 못 앉나, 생각할 정도로 그의 다리는 위압적으로 길었다. 저도 작은 키가 아닌데도. 바닥에 떨어지는 재가 그의 텐트 아래 깔린 고풍스러운 카페트를 구멍내고 - 이 기상천외한 길드의 황제는 그 순간 카페트가 마치 자신 같다고 생각했다. 저 카페트에 구멍이 난다 한들 누가 신경이나 쓸까? 비싼 것 같지만 눈앞의 이 거상은 돈이 아주 많았다. 저에게 빌려준 돈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만큼이나. 몇 번의 키스와, 몇 번의 밀회와, 몇 번의 밤으로 그 모든 것이 모래처럼 산산이 아스라졌다. 이 카페트는 이대로 있다가 구멍이 커져 알아보게 될 때쯤, 취향이 확고한 그가 이 양식에 분명하게 질릴 때즘 이 방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그 누가 카페트가 사라진다 한들 신경이나 쓸까? 그러니 가짜 황제는 그때쯤 반지를 돌려주리라고 결심했다. 아, 내가 꼈던 것은 돌려받지 않으려고 들련지도.    

- 그래서 무슨 일인데? 네가 먼제 날 다 보자고 하고.
- ... 미호크의 생일이라고 누가 그러더군. 파티를 해야 한다고?
- 생일? 아하. 

크로커다일이 달력을 한 번 흘깃, 눈으로 훑었다가 제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3월 9일, 미호크의 생일이 코앞이었다. 대외적으로 버기의 산하들인 길드원들은 해적들답게 낭만을 챙기며 생일을 생기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연회와 결부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리더 중의 한 사람의 생일은 곧 죽도록 마시는 연회판과 같으니까. 다들 신나서 수근거리는 것을 알비다가 전해 준 셈이었다. 그래, 다들 너를 따르니까. 네 이름값 정도는 해야지. 눈앞의 대부는 웃는 얼굴로 시가재를 툭툭, 털고 제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정작 그 검사놈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다만. 그 사이 재가 몇 번 더 떨어져 카페트의 구멍이 조금 더 커져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문득 발을 뻗어 그 구멍을 가리면서, 버기는 그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셈이었다. 3월 9일, 크로커다일의 시가에 붙은 불꽃이 그 두드러진 존재감을 뽐내며 타올랐다. 3월 9일. 잊을 수가 없는 날. 우습게도 자신은 같은 생일을 가진 다른 남자를 오롯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 추억까지도 전부.

- 그래서 네 생일 선물로 뭘 갖고 싶다는 거야? 얼른 정해야 구하든지 하지.
- ...그건 빨리 말하지 않아도 구할 수 있는 거라서.
- 뭔 개소리야, 진짜로? 

키스해줄래?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작은 얼굴이 어느새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짧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던 그 이전과는 다른 입맞춤이었다. 더욱 깊고, 간절한 것. 제 것보다 한참 큰 손이 올라와 목 뒤를 붙잡았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 이후 떨어지는 입술, 가파른 호흡. 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저 놈만큼이나 새빨개진 얼굴이었을 것임을 그 스스로도 알았다. 제 시야에 빛나는 코가 반짝였으니까. 붉고도, 선명하게. 생일날이라 주먹을 날리지도 못한 채, 저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눈물을 흘리며 방 밖으로 빠져나왔던 그 날. 그래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광대는 매번 오락가락하며 기도했다. 어두운 남자의 밑에서 울며 이 머리가 조금만 더 밝기를, 그리고 우습게도 몇 장 남지 않은 사진 속의 그 얼굴을 보며 - 그 머리가 조금 더 까맣기를. 이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금세 반대쪽으로 향하고, 그리고 또 반대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버기는 그 위태로운 발걸음을 금세 멈출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외줄을 타는 것이 결국엔 광대의 본분임을 알기에. 이것은 계속될 터였다 - 쇼가 끝날 때까지. 

- 그럼 다음 보이는 마을에 정박할까.
- ...정박한다고?
- 그래, 연회에 필요한 음식과 술도 좀 사고...

보석상을 좀 찾아야지. 그는 웃는 낯이었으나 이상한 기분에 몸 뒤로 소름이 돋아올랐다. 뭐지, 내가 뭘 놓치고 있지? 옛 선장의 죽음부터 이 길드의 결성까지 그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 사실은 따라잡을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셈이었다. 그는 제 한계를 잘 알았으니까. 동료였던 샹크스를 100으로 놓는다면 자신은 고작 5에 불과했다. 그 미치광이 검사가 한 90쯤 될까. 눈 앞의 이 남자는 얼마일까, 한 85? 그가 몇 번 듣지 못한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반지가 크잖아, 기껏 달래놓고 잃어버리면 쓰나.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어느새 반토막 나버린 시가를 책상 위로 털었다. 나가 봐, 그럼. 여전히 바쁜지 그가 살펴보던 서류더미의 높이가 평소보다 배는 높았다. 주방장한테 나는 오늘 방에서 식사해야 한다고 말 좀 해주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손짓했고 - 자신은 그 손짓에 따라 방을 나섰다. 그리고 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 걷다 마주한 것은,

- 미안했어, 선장. 그 말만은 하고 싶어서 - 
- ... 
- 우리는 선장을 버린 게 아냐. 그냥, 무서워서 - 

선장만큼이나 한결같이 멍청한 제 부하들, 모디와 캐버디는 제 쪽으로 고개를 숙여가며 읊조렸다. 이제 와서? 그러나 버기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카페트에 구멍이 난들 누가 알겠는가. 그것은 이미 2년 전의 일을 통해 입증되었던 셈이었다. 그런데 조용히 뒤를 돌아 걸어나가는 자신에게 그들이 다시금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선장. 그 빨간 머리 사황이 선장을 찾는다던데. 알고 있어?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공허한 질문이 제 등을 때리고 - 위대한 꼭두각시 황제는 그저 입을 다무는 방법을 택했다. 아아, 카페트에 구멍이 난들 누가 알겠는가. 모든 것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왜 또 불안하게 손가락에 낀 반지를 돌리게 되는지, 그것 또한 우습게도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던 셈이었다.

-
미호크와 샹크스 생일이 같더라고.. 응... 생각날때 안 쓰면 또 잊어먹고 말아서ㅠ 명절 잘 보내고 있지..? 
크로커다일 앞에서 샹크스를 생각하지만 불안할 때 결국 만지게 되는 건 크로커다일의 반지.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09.30 00: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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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e: 0afb]
2023.09.30 0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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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 자낮한거ㅠㅠㅠ
[Code: 3227]
2023.09.30 01: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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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이발 악어 왜이렇게 다정하고 지랄... 존나 유죄다.... 버기야 시발 복도 많다 시바 개미쳤어 센세 성실함이 하늘을 뚫겠어요
[Code: bfbc]
2023.09.30 0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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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좋 다 !!!!!!@
[Code: d7ce]
2023.09.30 0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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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성실한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7ce]
2023.09.30 01:51
ㅇㅇ
모바일
샹크스를 생각하지만 불안할때 만지는 크로커다일의 반지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7ce]
2023.09.30 0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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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버기 아슬아슬하면서 그 불안한 느낌 너무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7ce]
2023.09.30 0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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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가 성실수인이라 매일매일이 행복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6cd]
2023.09.30 0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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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 집착 존나 당하면서 암것도 모르고 자낮한거 넘 짠해ㅠㅠㅠㅠㅠㅠㅠㅠ 샹크스 생각하면서 크로커다일 반지 만지는거 존나 미쳤다 반지 줄이면 이제 크로커다일이 절대 안놔줄거 같은데 샹크스 힘내라
[Code: 61a5]
2023.09.30 08: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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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 와이 소 자낮…ㅠㅠㅠㅠ 센세 너뮤 재밋어요 매일매일 성실한 센세
사랑해❤️
[Code: 8c2d]
2023.09.30 10: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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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 명절이다 센세가 성실함의 축복이 끊이질 않네… 시바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 삼자대면하는거 보고싶으면서도 이 아슬아슬함이 존나 재밌어서 영원히 안만났으면 좋겠기도 하고 개재밋다 ㅠㅠㅠㅠ
[Code: e812]
2023.09.30 10: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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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샹크스를 생각하며 크로커다일이 준 반지를 만진다고..? 미쳤다 진짜ㅌㅌㅌㅌㅌㅌㅌ개좋아 센세 어나더!!!!
[Code: ecad]
2023.09.30 16: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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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아슬아슬해 개쫄린다ㅠㅠ 버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6e7]
2023.10.07 18: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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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나 이제야 센세를 발견했어..... 진짜 짜릿해..,
[Code: 723d]
2023.11.16 0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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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삼각형
[Code: 7514]
2023.11.19 0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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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2023 노벨 문학상 수상 축하드려요 글을 어떻게 이렇게 잘 쓰는 거야ㅠㅠㅠㅠㅠ????
[Code: c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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