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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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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스네이프는 늘 크리스마스를 싫어했다. 아니, 그는 모든 명절을 싫어했다. 그에겐 호그와트에서 릴리와 함께 보냈던 명절을 제외하고는 좋은 날을 보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어릴 적의 대부분은 술 냄새와 누군가 슬픔을 참는 모습이 대부분이었고, 성인이 되고 난 뒤로는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제 주인을 섬기느라 바빠 챙기지 못했다-종종 그는 명령에 의해 죽음을 먹는 자들과 함께 명절을 축하하는 파티를 가지기도 했었는데, 이 덕에 스네이프는 볼드모트가 죽고 나서도 명절이 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 2년간 누워있다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바로 전날, 루시우스를 만나러 간 해리-빌어먹을-포터가 하루가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네이프는 해리 포터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닌 성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의 귀가 시간을 가지고 무어라 하는 것은 너무 큰 참견이라고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 있었던 상황과 몸 상태를 생각하면 이러한 참견은 지당한 것이지 않겠는가? 하물며 늘 해리를 노리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으니 스네이프는 좀처럼 편히 쉬질 못했다.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났다. 사흘 동안 바깥과 연락할 수단이 없었던 스네이프는 하루마다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첫날은 자신이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별장을 벗어나 순간이동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어째서인지 별장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를 넘어설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돔 안에 갇힌 것처럼.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던 그에게, 드디어 바깥과 연락을 할 기회가 찾아왔다. 오늘은 크리처가 방문하는 날이었다.

 

 “크리처!”

 “해리 주인님의 손님이신 포션 마스터가 크리처를 불렀나요?”

 “날 말포이 저택으로 데려다 줄 수 있나?”

 “해리 주인님께서 포션 마스터를 도우라고 하셨어요.”

 

 스네이프는 크리처의 대답을 듣고 안도감을 느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그는 몇 가지 물약을 챙기고 크리처의 손을 잡았다. 둘은 말포이 저택 앞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크리처가 떠나기 전, 스네이프는 혹시나 한 마음에 해리 포터가 자신을 찾는다면 말포이 저택으로 찾아오란 말을 전해달라 요청했다. 크리처가 알겠다며 순순히 요청받아 주었고 그는 곧바로 저택의 벨을 눌렀다.

 문은 금방 열렸다. 그의 방문이 다소 놀라웠던 것인지 루시우스 본인이 직접 마중을 나와 맞이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편지를 받았지만 자네가 깨어났다는 게 믿기진 않았어, 세베루스. 누군가의 사칭인가 의심도 했지.”

 “난 내가 살아남을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 정당한 의심이라고 해두지.”

 

 손님을 바깥에 세워두는 것은 무례한 일이었기에 루시우스는 그를 자신의 서재로 안내했다. 몇번의 방문을 했던 곳이라 스네이프는 자연스레 한쪽 의자에 자리 잡았다. 루시우스는 집요정에게 차를 가져오라 시키려다가 멈추었다. “무슨 일로 왔지?”, 그는 스네이프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자신의 집을 찾아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친목적인 이유로 찾아올 거였다면 편지에 찾아오겠단 얘기를 꺼냈을 터였다.

 

 “해리 포터를 최근에 본 적 있나?”

 “해리 포터?”

 “어쩌다 보니 지금 내 신변이 해리 포터에게 맡겨져 있다고 보면 된다만, 이 때문에 의논할 게 있는데 최근 사흘 동안 연락이 안 되어서 말이지.”

 

 차마 루시우스에게 해리 포터와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할 순 없었던 스네이프는 거짓말인 듯 거짓이 아닌 모호한 진실을 말하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는 루시우스가 해리와 만났단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루시우스가 거짓말을 한다면 스네이프는 해리 포터의 행방불명이 그와 관련된 것임을 알고 따로 조치를 해야 했다.

 “단순히 연락이 늦는 건 아닌지?”, 루시우스의 어조는 평온했다. 쉽게 그의 의중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스네이프 또한 평온한 어조로 답했다.

 

 “아닌 것 같더군. 평소엔 연락을 잘 주고받은 데다, 어제는 전해주기로 한 물약이 있었는데 받으러 오지도 않아서.”

 “흐음. 사흘 동안 연락이 안 되었다고?”

 “그래. 사흘 전에는 만났으니까 말이야.”

 

 침묵이 그들 사이를 지나갔다. 슬리데린들은 권위적으로 행동했으나 동시에 그들은 늘 조심스럽게 앞을 바라보며 길을 찾는 자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침묵은 폭풍 전 고요함의 전조였고 게임 속 승패를 가르는 출발선과도 같았다.

 “루시우스, 난 자네가 해리 포터를 만난 걸 알아.”, 그리고 대부분의 패배는 언제나 더 간절한 이의 몫이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게임을 이리 쉽게 끝낼 줄 몰랐던 루시우스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제까지 자신이 겪어왔던 스네이프와의 대화는 항상 치열했다. 서로가 패배하더라도 남들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렇게 쉽게 인정한 적은 극히 드물었다. 생각보다 큰 문제인 것 같군. 루시우스는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 것도 사흘 전이었어. 그 뒤로는 연락하지 않아서 어디로 갔을지 짐작도 안 가고.”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네 안부 인사를 전하고 그대로 떠났다. 세베루스, 포터를 찾는 이유가 뭐지?”

 

 스네이프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있어서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아직 그는 루시우스가 해리 포터에게 해를 끼칠 인물인지 알 수가 없어서 어느 정도의 정보를 공유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리고 웃기게도 이는 루시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르시사의 저주를 풀 수 있게 도와준 해리 포터에게 빚이 있었기에 스네이프의 의도를 알아야만 했다. 전쟁이 끝나고 세베루스가 지금껏 어둠의 군주를 따르고 있지 않았던 게 밝혀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세베루스는 해리 포터를 싫어해 왔지 않은가. 드레이코가 호그와트에 다닐 적 보내온 편지에는 종종 세베루스가 포터에게서 노골적으로 점수를 차감하고 비꼬며 조롱했단 얘기를 읽었었다. 그리고 루시우스는 제임스 포터에 대한 스네이프의 혐오를 알고 있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영악하기 그지없었고, 해리 포터에게서 제임스 포터를 보고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다.

 

 “……포터와 난,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니 그 멍청한 녀석을 위해서라도 내가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입술을 달싹이던 스네이프는 루시우스가 해리 포터를 노리지 않을 거라 판단을 내리고, 그토록 꺼내기 싫었던 말을 내뱉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어서 그런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루시우스는 잠깐 무슨 뜻인가 생각했다.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한집에 둘이 함께 지낸다는 뜻일 터. 그리고 보통 같이 사는 이유라함은 금전적인 사정이나, 가족이라서, 혹은 연인 관계의 동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한 세베루스는 금전적으로 부족할 이유가 없었고, 이미 죄가 없음이 밝혀졌으니 감시를 위해서도 아닐 테고, 가족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으음.

 

 “세베루스. 해리 포터가 드레이코의, 그러니까 내 아들의 나이라는 것은-”

 “멀린, 맙소사!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물론 성인인 것은 맞지만-”

 “루시우스 말포이!”

 “진정해, 농담이야.”

 

 더 놀렸다가는 당장에라도 지팡이를 꺼내 들 것 같은 사나운 눈빛에 루시우스는 서둘러 집요정을 불렀다. 스네이프의 의도가 좋은 쪽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해리 포터를 찾기 위한 물건이 필요했다-그는 둘이 같이 사는 이유를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주인의 부름에 나타난 집요정은 루시우스가 원하는 바를 듣고 사라졌다가 금방 돌아왔다. 집요정은 제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팔찌 하나를 건넸다. 팔찌는 체인 줄로 되어 있었고 그곳에 달린 초록색 보석들이 퍽 아름다웠다. 이를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던 스네이프는 팔찌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것을 어디에서 봤었는지 기억해 냈다.

 

 “그 팔찌……. 포터가 가지고 있는 걸 봤었는데, 어디서 난 거냐고 물었을 때 답이 없었지. 자네가 준 거로군?”

 “이건 우리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이야. 하나의 원석으로 한 쌍을 만들었으니 이걸 매개로 찾으면 조금은 찾기 쉽겠지.”

 “그런 물건을 포터에게 줬다고?”

 

 마치 왜 그런 중요한 물건을 그렇게 버리냐는 듯한 어투였던지라, 루시우스는 옅게 웃으면서 스네이프를 나무랐다. 그는 아직 떠나지 않은 집요정에서 차를 준비해 오란 명령을 내리고 팔찌를 스네이프에게 건넸다. 스네이프는 그 즉시 팔찌를 살폈다.

 가까이서 본 팔찌는 더욱 아름다웠고 동시에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어 낸 건지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다. 보석을 세공한 실력에 대해서 말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체인 줄에 달린 일곱 개의 보석-에메랄드로 보이는-의 마르퀴즈 컷이 보석 세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봐도 깔끔했지만, 그것은 그저 진실을 숨기기 위한 위장일 뿐이었다.

 진실은 보석이 아닌 체인 줄에 있었다. 체인 줄 안쪽에 수많은 룬 문자들이 존재했다. 빈구석이 없을 적도로 빼곡히 그려져 있는 룬 문자들을 보고 있다니, 이것이 왜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인지 알 것 같았다. 시작이 어디인지도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는 룬 문자들은, 연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안 나게끔 숨을 막히게 했다.

 스네이프는 팔찌를 보던 시선을 돌려 루시우스를 바라봤다. 어느새 그는 차를 한 잔 따라서 스네이프에게 건네고 있었다.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건지 알려줄 수 있나?”

 “포트키야.”

 “……단순한 불법 포트키라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때에, 특정 단어만 말하면 활성화가 되는 포트키지. 세베루스, 이제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나?”

 

 포트키의 작동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접촉했을 시에 발동하는 것과 지정된 시간에만 발동하는 것. 이러한 제약 때문에 포트키를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들고 다니기 위해선 어딘가에 담아두는 형식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잠을 잘 때에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주인 이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포트키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놀라움에 팔찌를 계속해서 살펴보던 스네이프는 문득, 이러한 포트키를 가지고 있음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해리를 떠올리자 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었다.

 

 “나 혼자만으로는 오늘 안에 못 끝내겠는데 도와줄 수 있나, 루시우스? 보상은 주도록 하지.”

 “흠. 그래, 그렇다면 도와주도록 하지.”

 

 루시우스는 대가를 주겠다는 스네이프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에 그는 대가 없이 스네이프를 도와 해리 포터를 찾으려고 했었지만, 주겠다는 것을 안 받을 순 없지 않은가? 그는 스스로 들어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본인들이 알고 있는 마법과 책의 도움을 통해서 해리 포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팔찌를 이용하여 해리 포터의 위치를 찾게 되는 건 7시간 뒤였다.

 

.o.O.o.

 

 소년은 고통에 어느 정도 면역을 가지고 있었다. 강력했던 어둠의 군주의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몇 번이고 맞아본 적이 있었기에 다른 고통에 대한 한계치가 높아진 탓이었다. 소년은 사흘 동안 계속된 고문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해리를 노린 죽음을 먹는 자들은 아지트로 인근 머글의 폐공장을 선택했다. 마법사는 물론이고 머글들 마저도 잘 오지 않는 곳이어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했다. 그들은 공장에서 가장 좁고 허름한 방에 의자를 하나 두고, 그곳에 해리 포터를 묶었다.

 첫째 날은, 단순히 분노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네 명이 번갈아 가면서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시전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정신이 붕괴하는 것을 우려해 직접적인 구타도 이용했다. 어렵사리 얻은 영웅을 한순간의 분노로 쉽사리 잃게 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 해리 포터를 고문했다. 크루시아투스가 고문에 있어서는 최적의 저주일지는 몰라도, 지속적인 사용은 불가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주문을 사용했다. 베이고, 부러지고, 화상과 동상, 심지어는 살이 썩는 고통까지. 본인들이 알고 있는 주문이란 주문은 전부 사용하여 공을 들였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입을 열지 않았다. 작고 허름한 방 안에는 오로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과 짙은 피 냄새, 탄내뿐이었다.

 셋째 날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고문의 연속이었다. 하루 만에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설마하니 비명 외에 그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그들은 결국 다시 크루시아투스를 시전했다. 그럼에도 해리 포터는 입을 열지 않았다.

 

 “몇 시간째야? 벌써 5시가 다 돼가는데.”

 “세 시간. 다른 녀석들은?”

 “게빈은 저 녀석 물건을 처분하러 갔고, 세바스찬은 방어 주문을 다시 손보고 있어. 1시간 뒤면 다 모일 거야.”

 

 의자에 사지가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의 형체는 누가 봐도 심각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온몸에 상처와 피가 가득했다. 아직 덜 마른 핏자국이 근처에 퍼지고 있었다. “이봐, 저러다가 죽겠어.”, 숨소리마저 미약하게 들려오는 탓인지 걱정이 되었던 한명이 다른 이를 멈췄다.

 해리의 몸은 걸레짝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 허벅지와 가슴팍에는 디핀도를 여럿 맞은 것처럼 여러 개의 절상이 있고, 양팔은 무언가로 지진 듯한 화상이 어깨에서 손목까지 이어졌다. 왼쪽 어깨에는 살을 썩게 만드는 저주가 새겨져 검붉게 원형으로 반쯤 파여 있었다. 하필이면 그가 암시장 거래로 얻게 되었던 ‘피로 이루어진 맹세’ 의 각인 근처에 저주가 새겨졌는데, 암시장의 각인은 없앴지만 아무래도 같은 계열의 주문이 있던 자리 근처라 그런지 저주의 속도가 다소 빨랐다.

 “그래, 잠깐 쉬어야겠네.”, 고문을 하던 남자는 지팡이를 내리고 방을 나가려다가 깜빡했다는 듯이 멈춰 섰다.

 

 “생각해 보니 내가 물을 아직 안 줬어. 아구아멘티*.”

 “허-억.”

 

 머리 위에서 쏟아진 물들은 해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함과 동시에 물에 닿은 상처의 고통을 배로 키웠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그는 방을 나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몸을 떨었다. 시간관념이 사라져 몇 시간이 지났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해리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곳을 빠져나갈 방도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계획이 생기질 않았다. 지팡이 없는 마법은 고통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어서 늘 실패했다.

 그가 얻어낸 정보라고는 네 명 모두가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는 것과 아직도 가 돌아올 거라 생각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얼마 안 가 밖에서 들리는 여럿의 발걸음 소리에, 해리는 벌써 1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5분도 안 지난 것 같았는데. 녹슨 철문의 비명이 들리자 해리의 몸은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본 누구 하나가 비웃음을 흘렸다.

 

 “이런 게 우리 주인님을 물리쳤다고?”

 “……물리친 게, 아니라, 죽인 거지.”

 “이 빌어먹을-”

 

 납치 이후 처음으로 들은 말이 도발이었으니, 분을 못 이긴 사람 하나가 결국 주먹을 쥐었다. 그대로 광대뼈 부근을 맞은 해리는 기침하면서 피를 뱉어냈다. 맞으면서 안쪽 살을 잘못 씹은 탓이었다. 해리는 또다시 주먹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타격은 없었다. 눈을 뜨니 한쪽 귀가 없는 남자가 다른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해리는 지난겨울부터 자신과 꾸준히 싸우던 저 남자의 이름이 세바스찬이라는 것을 붙잡힌 후에야 알게 되었다.

 “말할 힘은 남겨둬야지.”, 딱 봐도 이들 중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던 그는 아직도 주먹을 쥐고 있는 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남자는 세바스찬의 말을 듣고 손을 내렸다.

 어디에서 가져온지 모를 멀쩡한 의자가 해리의 앞에 놓였다. 세바스찬은 그 의자에 앉아 품에 넣어 두었던 작은 칼을 하나 꺼냈다. 본능적으로 해리는 저 칼이 무슨 목적으로 쓰일지 알았다.

 

 “길게 얘기하진 않을게. 어제도 말했지만, 마법부의 주요 인사들과 불사조 기사단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만 말하면 돼. 쉽지?”

 “…….”

 “다시 벙어리가 된 거야? 그래, 그래도 괜찮지. 어차피 시간은 우리의 편이니까. 빛의 구원자를 죽이고 어둠의 군주께 그 비루한 몸뚱이를 받치게 되는 날, 최후의 승자는 우리들이 될 테니까.”

 “…….”

 “쯧, 재미없긴. 그러면 이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볼까?”

 

 그가 품에서 꺼낸 작은 칼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광택은 잃고 칼날은 살짝 무뎌져 있는 데다 군데군데 녹슬어 있기도 했으니. 해리는 그가 일부러 저런 칼을 골랐다고 확신했다. 자신을 쳐다보며 소름 끼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귀를 깔끔하게 베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다가오는 칼날을 보며 해리는 저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세바스찬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앞으로 생활하기가 조금은 불편하겠네. 이것이 칼날이 닿기 직전에 소년이 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칼날은 해리의 귀에 닿지 않았다. 대신 엄청난 굉음이 문 쪽에서 터져 나왔다.

 

 “-커헉!”

 “엑스펠리아르무스, 스투페파이!”

 “이런 젠-, 프로테고*!”

 “-섹튬셈프라.”

 “아바다 케다브라!”

 

 문 쪽에 가장 가까이 있던 이는 그대로 문이 폭발함과 동시에 강한 충격으로 쓰러졌다. 이를 본 침입자 한명이 무장해제 마법으로 지팡이를 빼앗고 상대를 기절시켰다.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빠르게 방어 마법을 사용한 세바스찬은 또 다른 침입자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의 옆에 있던 다른 이는 폭발의 여파로 흐릿한 시야 속에서 상대가 있는 곳을 향해 살인 저주를 날렸다. 저주의 대상은 먼저 들어왔던 동료가 옆에서 팔을 잡아당겨 주어서 아슬하게 저주를 피할 수 있었다.

 “어째서…….”, 갑작스런 난장판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침입자들을 보며 경악했다. 둘 다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세바스찬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침입자들을 확인하고 나서 그 어느 때보다 화가 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루시우스 말포이, 세베루스 스네이프! 이 빌어먹을 배신자 새끼들이!”

 “주인 없는 개새끼가 짖는 꼴이-”

 “크루시오!”

 

 세바스찬을 향해 비아냥거리던 스네이프는 기회를 살피고 있던 다른 이에게 주문을 맞았다. 뒤늦게 루시우스가 지팡이를 가리켰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세바스찬이 아니었다. 그는 루시우스와 싸우기 시작했고, 스네이프는 크루시오 아래에 무릎을 꿇으며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스네이프의 모습이, 해리에게 계기가 되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다. 동시에, 스네이프에게 고통을 주던 의 모습도 떠올랐다. 는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자주 사용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본인만이 가지고 있던 힘을 과시하듯 사용하기도 했었다-해리는 이것에 관해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힘을 사용하는 자세한 방법은 몰랐다. 하지만 애초에 이것이 다른 주문들처럼 주요 요소를 가지고 있었던가? 는 늘 자연스럽게 말했고 명령을 내렸다.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상자를 잠그고 열 때 따로 주문을 외우지 않고 말만 했었지. 그렇다면 이건 언어 자체가 마법의 형태를 띄우는 것일 수도 있었다. 왜 진즉 이 언어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공부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후회는 금방 사라졌다. 와 닮아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기 싫었다.

 멍한 시선으로 스네이프와 루시우스, 그리고 자신을 납치해 온 이들을 보며 해리는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내뱉어진 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닌, 마치 바람이 새는 것과 비슷한 뱀의 소리였다.

 

 ~뱀들아. 너희를 지니고 있는 이에게 고통을 주렴.~

 

 방 안에 있던 다섯 명의 남자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저마다 한쪽 팔을 붙잡고 싸움을 멈췄다. 너무나도 귀에 익은, 소름이 돋는 뱀의 언어였다. 어둠의 군주가 팔에 남겼던 각인에서 천천히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자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지팡이를 떨어트렸다.

 누구는 해리를 두려움 가득 쳐다보았고, 누구는 경악을 담아 쳐다보았다. 해리는 스네이프와 눈이 마주쳤을 때, 답지 않게 움찔거렸다. 스네이프는 그를 두렵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그의 시선을 받아도 아프지 않았다. 씁쓸함과 환멸이 소년을 채웠다.

 

 

*아구아멘티 :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

*프로테고 : 일회성 방패 마법

2024.11.25 23: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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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ㅜㅠㅠ 센세 사랑해ㅜㅜㅜㅜㅠ
[Code: e34b]
2024.11.25 2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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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ㅠㅠㅠㅠ 센세때문에 넘 행복해 ㅠㅠㅠㅠ
[Code: 1dfe]
2024.11.26 0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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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ㅠㅜㅜㅠ ㅠ ㅜㅜㅜㅜ기다렸어
[Code: 27bd]
2024.11.26 01: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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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해리 기억을 없애는 걸까
뉴 롤링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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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0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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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헐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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