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다운로드harrypotter.gif
스네이프
죽성이후, 스넾 안 죽음, 볼디 죽어도 해리 파셀텅 가능



 길고도 긴. 절망만이 남을 것 같았던 전쟁은 살아남은 소년에 의해 종지부를 찍었다. 비 갠 오후의 햇살을 맞이한 마법사들은 어둠의 군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평화에 눈물을 흘렸다. 어둠의 군주를 따르던 그의 종들은 절망과 분노가 담긴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쳤고, 빛의 마법사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도망치는 이들을 비웃었다. 빛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사랑하는 이와 이마를 맞대고, 가족의 어깨를 감싸고, 친구의 품을 받아들이며, 서로가 살아있음을 만끽했다.

 

 살아남은 소년은 주저앉아 어둠의 군주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운명에 따라 자신의 숙적을 죽인 영웅은 이를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상실했다고 느꼈고, 상실한 것이 무언인지 생각했다. 살아남은 소년은 허망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맹목적으로 어둠의 군주에 대항하기 위한 삶을 살아온 그는 자신의 손에 어둠의 군주가 죽어버린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살아남은 소년은 이제 무엇을 위해 하루를 살아갈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o.O.o.

 

 “허억!”

 

 여느 때처럼 식은땀에 푹 젖은 잠옷의 찝찝함을 느끼며 깨어난 해리는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이마의 흉터를 짓누르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최근 꾼 꿈 중 가장 최악이었다. 해리는 식은땀으로 인해 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하자, 조금은 진정된 손으로 탁자 위에 있던 지팡이를 잡고 안경을 쓴 뒤 마룻바닥에 발을 내렸다. 꽤 오래된 곳이란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마룻바닥은 해리의 무게를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욕실로 간 그는 차가운 물에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와 옷장에서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스키니진과 짙은 고동색 스웨터를 꺼내 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현관 탁자 위에 있는 우편물을 챙겨 거실에 있는 가죽 소파에 앉자, 앞에 있던 벽난로에 저절로 불이 타올라 서늘함을 몰아냈다. 우편물을 제 옆에 내려놓은 해리는 중간에 껴 있는 예언자 일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차례대로 남은 우편물을 확인했다. 대부분이 해리를 걱정하는 이들에게서 온 편지였고, 해리는 무심히 다 읽은 편지를 벽난로에 던져 불태웠다. 우편물은 빠르게 줄었고, 마지막 남은 편지는 헤르미온느가 보낸 것이었다.

 

[ 해리에게

 해리. 벌써 겨울이야. 네가 우릴 안 만난 지 2년이나 다 되어간단 소리지.

 매번 말하지만, 우리 모두 널 걱정하고 있어. 게다가 최근에는 이상한 소문까지 들었고. 네가 죽음을 먹는 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이야. 더러는 네가 그들을 죽이기 위해 찾아다닌다 하고, 더러는 네가 그들과 계약을 했다느니-믿어져? 네가 말이야!-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퍼지고 있어.

 난 네가 정말로 그리워, 해리.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이고, 언제나처럼 우리는...

 ...

 ...

 ...

 마지막으로, 몸조심하고 꼭 식사 챙겨 먹어. 지난번 예언자 일보에서 보니까 너무 말라 보이더라.

 그리움을 담아, 헤르미온느가.

 P.S.스네이프 교수님이 깨어나셨어. 난 아무래도 네가 그분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해. 지팡이도 드릴 겸. 성 뭉고 병원 1027호.]

 

 “……스네이프?”

 

 우습게도, 말로 이름을 내뱉은 직후까지 해리는 스네이프가 누구였는지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러다 기다란 바늘로 머리를 찌르는 듯한 익숙한 고통이 느껴지면서 사람보다 커다란 덩치의 뱀이 해리를 향해 덤벼드는 환상이 보이자, 뒤늦게 해리는 스네이프가 누구였는지 기억을 해냈다. ……스네이프 교수님. 최근 들어 자꾸만 옛 기억이 가물가물했던지라 해리는 스네이프에 관한 정보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한참 동안 편지의 마지막 부분을 엄지로 쓸며 같은 내용을 계속 읽어내린 해리는 다른 것들처럼 편지를 벽난로에 던져 태워버렸다. 그리고 지팡이를 이용해 작은 원목함과 외출용 망토를 가져와 입고는 순간이동을 했다.

 

.o.O.o.

 

 스네이프가 눈을 떴을 때 가장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극심한 갈증이었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누운 상체를 일으키려 했으나, 족히 2년간 움직이지 않은 몸의 근육이 저마다 비명을 질러댔고 결국 그는 숨을 몰아쉬며 가만히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숨을 쉬는 것도 독을 마신 것처럼 목을 쿡쿡 찌르는 저릿함 때문에 제대로 쉬기란 불가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안에 비릿함이 퍼지며 소량의 피를 뱉어냈다.

 

 “멀린, 맙소사! 교수님!”

 

 다행히도, 주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문안을 온 헤르미온느가 이를 발견하면서 스네이프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호출된 치유사는 성 뭉고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마법사였고, 스네이프에게 처방된 약들은 저마다 최고가를 치닫는 포션이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치료를 끝낸 치유사는 마법과 포션에도 한계가 있기에 아직 몸을 움직이는 건 어려울 것이란 말과 목소리를 내는 것을 무리일 테니 주의하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왔다.

 치유사가 나가고 병실에 헤르미온느와 단둘이 남은 스네이프는 그녀에게 가벼운 손짓을 했고,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헤르미온느의 표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교수님 지팡이는……, 해리에게 있어요. 마법부가 가져가려는 걸 해리가 막았거든요. 아, 교수님에 대한 오해는 다 풀렸어요. 다만 마법부는 아직도 교수님을 의심하고 있는 눈치라서요.”

 

 오해가 풀렸다는 그 말 한마디에, 스네이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에 내포된 의미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헤르미온느는 조용히 전쟁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 일이었지만 그녀는 매번 이 얘기를 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 오랜 시간 끝에. 수많은 고통과 슬픔을 견디고. 가슴 속에 휘몰아치는 감정의 굴레가 스네이프를 강타하고 휩쓸고 밀어붙였다. 릴리. 자신의 유일한 빛이자 희망이었고 사랑인. 그녀와의 추억이 떠오르며 반짝이는 눈동자가 기억이 나자, 스네이프는 감았던 눈을 뜨고 얘기를 끝낸 헤르미온느를 바라봤다.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헤르미온느는 제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건넸고, 노트에 적힌 질문에 이마를 붙잡고 한숨을 쉬었다.

 

 [포터는 어디 있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진 저희도 몰라요.”

 [그게 무슨 소리지?]

 “해리는, 걔는……. 달라졌어요. 모든 게. 어느 순간부터 해리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지니가 첫 번째였죠. 처음엔 모두가 전쟁으로 지쳐서 그런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해리는 갑자기 저와 론을 만나는 것도 거부하고 어디론가 떠났죠. 다들 해리를 찾아다녔지만 만날 수 없었고, 1주일 뒤에 교수님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나타났다가 재판이 끝나자마자 또 사라졌어요.”

 

 죄책감마저 묻어난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네이프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전쟁은 승리로 끝났고 이제 해리에게 남은 건 성공된 미래밖에 없을 텐데 친구들과의 연을 끊어가며 사라지다니? 스네이프는 빠르게 노트에 글을 썼고,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저었다. 해리는 누군가의 저주를 맞았다거나 심각한 상처를 입지도 않았었다.

 

 [연락도 안 되는 건가?]

 “일방적이에요. 기사단 본부에서 사흘 단위로 크리처가 해리의 우편물을 가져가고, 답장은 없죠. 크리처한테 물어봐도 오히려 저희를 위협하고요.”

 [얼마나 됐지?]

 “……곧 있으면 2년이요.”

 

 스네이프는 해리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해리 포터가 이런 짓들을 할 리 없었으니까. 스네이프의 안색을 살피던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지팡이와 관련하여 편지를 적어 보내겠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20분도 채 안 지났지만, 손을 잘게 떨고 약간의 식은땀도 흘리는 그의 상태가 걱정되었던 탓이었다.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스네이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와 펜을 건넸고 그녀는 받지 않았다.

 헤르미온느가 떠나고, 스네이프는 비쩍 마르고 주름진 제 손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주먹을 쥐었다. 빳빳하던 손가락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었다. 손 운동을 계속 하면서 스네이프는 도대체 왜 해리가 말도 안 되는 짓거릴 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통 답은 나오지 않았고, 자신이 해리 포터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깨닫자 그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