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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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다.”
스네이프는 해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를 의자에 앉혔다. 실에서 떨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의자에 풀썩 주저앉는 모습을 보며 잠깐 고민하던 스네이프는 아무 말 없이 양조장으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진정 물약을 하나 챙겨 다시 돌아왔다. 불과 하룻밤 전에 진정 물약을 마신 전적이 있기 때문에 스네이프는 과다복용을 생각하여 물약의 반만 잔에 따라서 건넸다.
잔을 받아 든 해리의 손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손은 얼마나 세게 쥐고 있는 것인지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보이는 데다가, 금방이라도 지팡이를 부술 듯이 불안했다. “마셔라, 포터.”, 스네이프는 재차 말하며 물약을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해리의 지팡이를 예의주시했다. 다행히도, 제 손에 있는 잔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해리는 별말 없이 물약을 마셨다.
“진정됐나?”
“……네.”
“그럼, 네 지팡이부터 놓아라. 부술 셈인가?”
땀으로 인해 축축해진 지팡이를 소매 끝으로 대충 닦아내는 것을 본 스네이프는 혀를 차면서 오븐 옆 서랍에서 깨끗한 행주를 꺼내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지팡이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들이 따로 존재했지만, 지금 당장 방에 가서 가지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행주로라도 닦는 게 나을 거라 판단한 것이었다. 해리는 스네이프가 자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분고분하게 그것을 받아 지팡이를 다시 닦은 뒤 주머니에 넣었다.
“포터. 우선은 먹어라. 그리고 난 다음 조금 전의 일을 의논하도록 하지.”
잠깐이라도 좋으니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스네이프는 테이블 위에 싸늘히 식어가는 음식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는 반대편에 놓여 있던 식기들을 제 오른편으로 옮겨왔다-스네이프가 해리를 앉힌 곳이 그의 오른편이었다.
해리는 스네이프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는 것을 보며 포크를 들었지만,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식욕도 없어서 그릇에 있는 소시지만 뒤적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해리에겐 힘든 일이었다. “뭉고에 가기 싫다면 먹어라.”, 스네이프도 이를 알았지만 그는 해리가 무언가를 먹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요했다. 해리는 결국 제게 할당된 음식의 절반을 먹고 나서야 그의 강요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그들은 결국 디저트를 먹지 않았다.
식사를 끝낸 뒤 스네이프는 익숙하게 그들의 대화 장소인 거실로 향했다. 묵묵히 그를 뒤따라가는 해리의 얼굴은 흡사 재판에 선 죄인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럼, 이제 얘기를 해보지. 아까 전 상황에 대해서.”
스네이프의 언급에 다시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고픈 충동이 들자, 해리는 손이 떨릴 정도로 두손을 깍지 껴 잡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 잊어 버렸어요.”, 침묵의 시간이 5분을 넘어갈 때쯤에야 겨우 첫마디가 나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에 스네이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해리는 입술을 축이며 머릿속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기억들은 죄다 부분적인 기억밖에 없었다. 퀴디치 경기에서 누굴 이겼고, 누가 이겼고, 시험 성적이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경기를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슬리데린과 래번클로의 시합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시험 문제가 어떤 것들이 나왔었는지 대략 알고 있었다.
이번처럼 전부 잊어버리진 않았다. 심지어 잊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음에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과 의도하는 것을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것은 처음 듣는 단어처럼 다가왔다. ……어쩌면 다른 것들도 잊어버렸는데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걸 수도 있겠지. 탈력감이 그의 몸을 찾아왔다.
“……알고 있던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전부 잊어 버렸어요. 그, ‘웃는(Smile)’, 거요?”
“웃던 기억이 아예 떠오르지 않는단 말인가?”
“웃었던 적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웃은 모습이 기억이 안 나요.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어요. 아니, 없는 것 같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저주의 힘이 더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된 스네이프는 이를 조금이라도 약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는 이곳에 있는 서재에 필시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하나쯤은 있을 거라 믿었다.
스네이프는 곧바로 해리에게 저주의 정확한 명칭에 관해 물어보려 했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안색을 띠고 있는 얼굴을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진정 물약을 마셨다고는 하나, 그것은 겨우 정량의 반일 뿐인 데다가 매우 강한 감정은 종종 물약의 효과를 덜 받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는 해리가 자기 말로 인해 또다시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점잖게 말을 걸었다.
“웃는 것은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배우게 되면 웃었던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겠지.”
“기억은 되찾을 수 없을 거랬어요. 잊는 게 아니라 잃는 거니까.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어요. 못 웃어도 상관없고, 웃던 기억을 영원히 되찾지 못해도 괜찮아요.”
그 말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스네이프는 어제 느꼈던 이질감을 다시 한번 더 경험했다. 포터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 왜 그랬던 거지?”, 선뜻 입을 열지 못하던 해리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 보이자 고갤 숙여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제가 ‘웃는’ 게 아니라 다른 걸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했는데, 생각하고 나니까 갑자기 압도돼서……. 전투하는 방법에 대해서 잊어 버리게 되면요? 마법을 다루거나 지팡이를 잡는 방법에 대해선? 만약, 만약 내가 그에 대한 것들을 다-”
횡설수설하던 해리는 실렌시오*에 맞은 사람처럼 말을 멈추었다. 손 틈 사이로 작은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 잃어버린 줄도 모를 거예요. 오늘처럼.”, 기진맥진한 목소리가 마치 두려움에 작게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그제야 아까 전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스네이프는 말하기 전에 해리에게 잠시 진정할 시간을 주었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침묵의 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건 벽난로에 장작 하나가 던져지는 소리였다. 움찔거리면서 고개를 홱 하고 든 해리는 스네이프가 지팡이로 벽난로 옆에 있던 장작을 하나씩 집어넣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건 또 어디서 나타난 거지?”
“아. 론이, 보낸 선물이에요.”
“그런데 위즐리가 그리핀도르가 아닌 슬리데린의 색깔을 선택했다고?”
은색과 초록색, 남색, 그리고 하늘색으로 꾸며져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 스네이프는 인상을 찌푸렸다. 트리 자체는 그의 마음에 썩 들었지만 론 위즐리가 웃으면서 슬리데린의 색깔로 트리 장식품들을 꾸몄을 생각을 하니 이상하리만큼 속이 좋지 않았던 터였다.
“오, 아니요. 그건 제가 했어요.”, 그의 표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해리는 재빨리 대답했다. 예상외의 답을 들었던 탓인지 스네이프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시선에는 ‘네가?’ 라는 불신의 의도가 충분히 담겨있었던 터라 해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눈길을 피하기 위해 고갤 돌릴 뿐이었다.
“……그래도 나쁘게 꾸미진 않았군.”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우중충한 분위기를 다시 살리는-더 죽이면 죽였지-데에 별 솜씨가 없었던 스네이프는 애써 트리에 대한 나름의 칭찬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그에게서 나쁘지 않단 말이 나올 거라 생각 못 한 해리는 미묘하게 구겨진 미간과 끝이 떨리는 입꼬리를 지어냈다. 이젠 그것이 그에게 있어 ‘웃는’ 행동이었다. 스네이프는 소년의 표정을 머릿속에 새겼다.
“그 저주, 네게 독을 쓴 녀석일 가능성은?”
“아닐 거예요. 그 사람이라기엔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비교적 접전이 적었던 상대거나 그 누구보다 원한이 많은 녀석이겠군.”
일말의 걱정도, 불안도, 초조함도 느껴지지 않는 스네이프의 어조에 해리는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스네이프 답네. 만약 그가 제 상태에 대해 안 좋은 기색이라도 조금 보였더라면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또다시 두통이 왔었을 거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이제까지 놓친 상대가 몇 명 정도 되지?”, 시전자 본인의 기억 절반을 받쳐야만 하는 저주이기 때문에 최근까지 제대로 된 전투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유추한 스네이프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명단을 되뇌었다.
그의 말을 들은 해리는 천천히 눈을 감고 묵직한 무게감에 의해 비명을 지르는 가죽 소파에 기대었다. 그간 치렀던 생존의 순간들이 빠른 속도로 앞을 지나가다 못해 상황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그는 기억해 냈다.
“……두 명이요.”
겨우 두 명이란 말에 안도해야 할지 기억을 의심해야 할지 고민이 든 스네이프는 넌지시 되물었다. “이제까지 상대한 수는?”, 그리고 뒤를 잇는 쉰일곱이란 숫자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누워있던 2년이란 시간 동안 쉰일곱이나 되는 자들을 상대해서 붙잡았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대부분의 죽음을 먹는 자들은 마음을 먹고 숨는다면 오러들이 아무리 나서도 찾기 힘들었다. 루시우스나 레스트레인지 같은 눈에 띄고 성격이 유별난 자들이 아니라면.
“한명은 가장 최근에 만난 녀석이고, 다른 한명은……, 일 년 하고 서너개월은 더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장 근접한 범인은 그 녀석이 되겠군. 인상착의와 특징은?”
“얼굴은 입이 꿰매진 가면을 써서 볼 수 없었고, 매번 줄기 같은 게 새겨진 가죽옷을 입고 나타났어요. 전투 스타일이 크루시오를 난사하고 몸 어디 한군데를 목표로 두지 않고 공격해 댔죠. 아, 남자였고요.”
묘사를 들은 스네이프는 무의식적으로 이미 죽어서 없는 상대를 떠올렸다가 남자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레인지. 그녀 또한 입이 꿰매진 가면을 사용했고, 전투 스타일 또한 얼추 비슷했기에 든 생각이었다. 누군가 그녀를 모방한 게 아니라면-, 잠깐, 모방?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요?”, 침묵이 너무 길었던 탓에 해리는 감았던 눈을 떴다. 어딘가 찜찜한 기색이 가득한 스네이프의 얼굴이 보였다.
“세바스티안 로울……. 그자는 우리와-, 아니, 어둠의 군주에게 충성을 받치면서 벨라트릭스의 휘하로 들어갔다. 그리고……, 첫 전투에서 사랑에 빠졌지.”
“사랑이요?”
“그래, 그 벨라트릭스를 보고 전쟁의 여신이라며 한동안 떠들어댔던 게 기억이 나.”
미쳤다는 것을 뛰어넘어, 블랙 가문의 순수한 광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벨라트릭스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소리는 해리를 다소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단순히 외모에 반한 것이라면 이해를 했을 터였다-블랙 가문의 우월한 유전자는 숨겨지지 않았으니까. 입만 다물고 있다면 광기가 외모에 숨겨져 버려 사이렌과도 같은 매력을 지닌 사람이라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이런 지독한 저주를 걸진 않았을 것이니, 세바스티안 로울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여 복수를 한 것이란 사실에 더 가능성이 갔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사람일 수도 있으니 여러 고민을 해봐야 할 터였다.
“올빼미를 써야겠다.”, 어느새 양피지와 깃펜을 소환한 스네이프는 같은 내용의 편지 세 개를 빠르게 적어 나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해리는 그가 설명해 줄 때까지 지켜보았고, 이를 오해한 스네이프는 해리가 자신이 누구에게 보내는 건지 의심한다고 생각하여 다 적은 편지를 내밀었다.
“나에게 빚을 진 정보상들이 있다. 그들에게 세바스티안 로울에 관한 정보와 근황을 요청하는 편지이니, 확인해 봐도 좋아.”
제 앞에 내밀어진 편지를 자연스레 받아 든 해리는 습관적으로 편지를 읽으면서 암호화된 말이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편지엔 그 어떤 숨겨진 암호도 없었다. 그저 절도 있는 획으로 이루어진 글뿐이었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개인적인 빚까지 써가며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던 해리는 거절의 말을 꺼내려 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해리 포터의 진절머리 나는 대응을 충분히 겪은 그의 말이 더 빨랐다.
“어차피 쓸 곳이 없어서 이제껏 가지고 있던 빚이고, 내 빚을 내 마음대로 쓰는 거다. 내 결정을 네 멋대로 바꿀 생각은 아니겠지, 포터?”
반박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을뿐더러, 거절했다가는 상대의 지팡이가 자신을 가리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스네이프의 말투가 날카로웠던지라 해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에 쥔 편지를 곱게 접어 챙긴 다음 지금 보내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되어 진정되긴 했지만 몸에선 긴장이 다 빠지지 않은 탓이었다.
이를 본 스네이프는 작은 한숨과 함께 크리처를 부르면 되지 않냐는 말을 꺼냈다. 들려온 대답은 어차피 누굴 만나기로 했기에 나가야 한다는 거절이었다. “누굴 만나는 거지?”, 짜증이 섞인 목소리에 해리는 순순히 답을 해주었다.
“음, 말포이요.”
“드레이코? 내 마지막 기억으로는 분명히 둘이 사이가 좋지 않을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나쁘진 않아요. 조금 어색할 뿐. 그리고 약속을 잡은 건 그쪽이 아니라, 루시우스 말포이에요.”
루시우스 말포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스네이프는 헤르미온느의 편지가 떠올랐다. 어둠의 마법사들을 찾아다니던 루시우스가 해리 포터를 만난다고? 그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2년 동안 누워있었다고 해도 둘 사이에 접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이가 안 좋은 것은 둘째 치고 지금 상태의 해리 포터가 남들과 교류를 나누진 않을 터였다.
“루시우스는 잘 지내나?”, 그래서 스네이프는 돌려 물었다. 누군가의 근황을 물었을 때 쉽게 답을 한다면, 답에 따라서 그만큼 상대가 그 사람과 자주 만나거나 아예 만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어요.”, 스네이프는 둘 사이의 만남이 거의 없다는 것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레질리먼시*를 사용하지 않아도 말투에서부터 거짓이 느껴졌다. 그는 뒤를 이어 나르시사와 드레이코의 안부도 물어봤고, 루시우스와의 만남이 나르시사 때문이란 것도 알아챌 수 있었다.
해리 포터가 그동안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에게 들었다. 일반인으로 위장한 죽음을 먹는 자가 해리-빌어먹을-포터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면 아마 다 답을 해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포터는 표정 관리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면 안 한 건가? 잠깐 든 생각은 금방 지워졌다.
그사이 짧은 시간 동안 기력을 회복한 해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마법으로 겉옷을 소환하여 챙겨입은 뒤 스네이프의 편지를 안주머니에 조심히 넣고 그를 쳐다봤다. “안부 인사, 전해드릴까요?”, 스네이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는 루시우스에게 연락을 보낼 생각이었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다는 말과 함께 통증 완화 포션을 마신 해리는 빠르게 별장을 벗어나 순간이동을 했다.
홀로 남겨진 스네이프는 폭풍이 지나간 듯한 거실을 훑어보다가 다이닝룸으로 향했다. 술이 없었기에 그는 커피를 진하게 우려내어 한잔 마셨다. 막막하군.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해리 포터의 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상세히 적어 보내야 할지 가늠해야 했고, 루시우스와 나르시사에 대한 걱정 또한 늘어난 데다가, 무엇보다 해리 포터가 처한 상황 자체가 큰 문제였다. 하물며 마지막 문제는 시간 싸움이지 않은가.
스네이프는 다이닝룸에서 커피를 두 잔이나 더 마시고 난 다음에야 3층 서재로 향했다. 늦어도 저녁에는 올 줄 알았던 해리 포터는 새벽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실렌시오 : 목소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침묵 마법
*레질리먼시 : 상대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정신계 마법
Thank you for wai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