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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20:15
원작 / 드라마 스포, 고증오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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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였다. 아에몬드는 신경질적으로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작전을 위해 열심히 대화를 나누던 가신들이 섭정의 돌발행동에 얼어붙은 탓에 회의소에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는 아에몬드의 발소리만이 울렸다.

 

허니가 임무를 받고 레드 킵을 떠난지 이틀째.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 이런 상황에서마저 그녀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음에 짜증이 난 아에몬드가 잠시 눈을 내려감고 감정을 삭였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 가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날이 선 아에몬드의 앞길을 막아설만한 용기가 있는 크리스톤이 그를 불렀다.

 

 

“전하.”

 

 

부르기가 무섭게 저를 노려보는 외안의 맹렬한 기세에 수관인 그마저도 움찔하기는 하였으나, 그는 본분을 잊지 않고 충고했다.

 

 

“이미 섭정비의 수색을 지시해두었습니다만….”

 

“그래서,”

 

“…….”

 

“내가 바가르를 타고 직접 살펴보는 것과 킹스가드들이 지상을 수색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었어, 콜 경.”

 

 

전시상황이니 통수권자가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를 해야할까. 크리스톤은 입을 열었다가 침묵 마법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도로 다물어버렸다. 아에몬드가 그 사실을 모를 리도 없거니와, 어쩐지 그 말 자체가 왕권조차 빼앗긴 채 병석에 누워있는 아에곤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물론 어떠한 이유를 댄다 한들 지금의 아에몬드는 결코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다들 어린 섭정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고야 있다만, 섭정비가 돌아오지 못한 그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아에몬드 본인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으니… 언제나 품위를 유지하라는 하이타워의 가르침 때문인지 아니면 섭정으로서의 제 위신을 생각해서인지 필사적으로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그도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인 이상 내면이 많이 무너져 내렸으리라.

 

결국 크리스톤이 그를 설득할만한 타당한 이유를 대는데 실패하자, 아에몬드는 그의 어깨를 밀치듯 지나치며 회의소를 나가버렸다.

 

 

 

 






 

바가르는 갑작스러운 주인의 호출에 불만스러운 듯 콧김을 내뿜기는 했으나, 턱 언저리를 쓸어주는 손길에서 무언가를 느끼기라도 한 건지 순순히 그를 등에 태우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눈앞에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지자 비로소 숨이 트이는 것만 같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까지 올라오고나서야 아에몬드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바가르에게 북동쪽으로 가자고 속삭였다.

 

아에몬드는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이 용까지 이끌고 킹스랜딩 밖으로 나가는 게 적에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잘 알았다. 이미 개인적인 문제를 대륙 전체의 내전으로 키워본 경험이 있는 탓에 크리스톤이 왜 그토록 저를 막아서고 싶어했는 지도 이해할 수 있었고. 하지만 더 이상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에 한 번씩— 어디 골짜기에는 보이지 않더라 어느 언덕에서도 흔적이 없더라 하는 영양가 없는 보고를 듣고 있다가는 화풀이랍시고 전령을 찔러죽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령의 개죽음보다는 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아에몬드는 제 눈으로 직접 봐야했다. 제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리 작은 흔적이라도 직접 찾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잠시,”

 

 

대륙을 벗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안으로도 드리프트마크의 성체를 볼 수 있었다. 드래곤 스톤도, 드리프트마크도 결국 킹스랜딩의 영토인데다 그다지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아에몬드가 바가르를 멈춰세운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드리프트마크에 다다르기 전, 어업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 잠시 머무르기나 한다는 작은 섬을 발견한 그의 눈이 예리하게 번득였다. 낡은 집 몇 채 외에는 빽빽한 나무들 뿐인 그곳에서 위화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바가르가 명령에 따라 몸을 수면 위에 닿을만큼 낮추자 아에몬드는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을린 나무들, 출처를 추정하기 힘든 핏자국들, 그 중에서도 모래사장에 길게 그어진 명백한 화염의 흔적은 이곳에서 드래곤을 대동한 전투가 있었다는 걸 증명했다. 집요할 정도로 일직선으로 뿜어낸 불길이 모래를 검게 태운 것을 보며 아에몬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작은 섬의 상공에서 하필이면 카락세스, 다에몬과 마주쳤을 허니를 생각하면 절로 이가 갈렸다.

 

진정해. 냉정해야 한다. 한 순간의 충동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걸 망칠 수도 있다. 아에몬드는 손이 떨리는 걸 감추려는 듯 바가르의 고삐를 더욱 세게 틀어쥐었다.

 

그러나 냉혈한이라는 공공연한 평가가 무색하도록, 아에몬드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숨만 내쉬어야 했다.

 






 

 

 

 

아에몬드는 날이 저물기 전에 레드 킵으로 돌아왔다. 예의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로 킹스가드에 북동부 군도 주변을 수색하라고, 해안가에 섭정비의 시신이 떠내려올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조금 창백해보였으나… 심각한 사안임에도 도리어 비통하다거나 분노하는 감정 없이 고요해진 그 얼굴을 마주보며 크리스톤은 그가 회의소를 박차고 나가기 전보다 더 큰 불안에 휩싸여야 했다.

 

크리스톤은 그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괜찮으신 게 맞냐고 묻고 싶었으나 아에몬드는 그에게 수색 외의 사담을 허용하지 않았다. 할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몸을 돌려 어딘가로 향했다. 섭정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가 없어보였다.

 

마에고르 성채 안으로 들어선 아에몬드의 발걸음은 애초에 목적지가 정해져 있었던 듯 거침이 없었다. 그곳은 전쟁이 이토록 잔인해져야 했던 몇 가지의 사건 이후 그가 자발적으로는 절대 걸음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영원은 아닐지라도 이 전쟁을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감히 먼저 얼굴을 들이밀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도리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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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몬드.”

 

 

아에몬드는 저 때문에 아이를 잃고 미쳐버린 누나 헬라에나를 찾았다.

 

 

“헬라에나. 도움이 필요해.”

 

“이제와서?”

 

“…….”

 

 

그는 예언을 믿지 않았다. 헬라에나가 꿈에서, 혹은 일상의 편린에서 남들은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본다는 걸 알았지만 그녀가 본 것들이 전부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예언은 언제나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몽롱한 언어의 집합이었다. 벌어진 결과에 억지로 내뱉은 말들을 끼워맞추다 보면 정신이 나간 노파도 하늘의 운명을 점치는 예언가가 될 수 있듯,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법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예언은 어떠했던가. ‘가장 평범한 곳에 평온이 있을 것’이라더니, 아에몬드의 혼사를 바꾸어버린 그 예언과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도 괴리가 크질 않나. 아에몬드가 그녀의 예언을 알리센트만큼이라도 믿었더라면 도리어 책임을 물었을지도 몰랐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녀는 이 전쟁의 피해자였기에, 아에몬드는 기분이 끝도 없이 가라앉음을 느끼면서도 그녀를 책망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 솔직하게 심정을 전할 뿐.

 

 

“내 아내가 실종됐어.”

 

“…허니?”

 

“그래. 임무를 위해 용을 타고 나갔다가 다에몬에게… 살해당한 것 같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육성으로 뱉을 때마다 굴욕에 가까운 감정이 그의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비이성적인 믿음이라도 좋으니 헬라에나가 특유의 조용한 목소리로 허니는 죽지 않았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제 누이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었기에 아에몬드는 감정에 매몰되는 대신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직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어. 그녀 또한 우리 왕가의 가족이니… 장례를 치뤄주려면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해.”

 

“나는 죽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

 

“발리리아의 시 중에는 슬픔이 너무 많은 사람은 바다에 가라앉아 떠오르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고….”

 

“그딴 헛소리를 들으려고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아에몬드의 팔이 누이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놀란 듯 힉 하고 들이마시는 숨소리에도 아랑곳 않은 그가 타오를 것 같은 시선으로 헬라에나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가 초래한 수많은 일들이 누이의 삶을 어떻게 망쳐놓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거리를 두었던 것이 무색하게, 왜 내 감정을 알아주지 않느냐고 따지듯이 일렁였다. 마치 아에곤에게 궂은 소리를 듣고나면 헬라에나에게 달려와 몇 시간이고 그녀의 옆에 붙어있던 어린 시절처럼.

 

그 고요한 호소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헬라에나가 제 팔을 붙잡고 있는 아에몬드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이 너무 차가운 나머지 아에몬드가 반사적으로 괜찮으냐 물으려던 찰나,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더니 곧 고개 숙인 헬라에나에게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랑하는 자에 의해 너는 신의 눈에 삼켜지리.”

 

 

…새로운 예언이었다.

 

아에몬드는 등골이 섬칫해지는 감각에 잠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의 어머니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녀의 말을 믿고 혼사를 바꾸어 버렸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이건 공상을 좋아하는 누이의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질서와 약속을 그녀의 입을 빌려 신이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가 다시 한 번 예언을 곱씹었다. 사랑하는 자에 의해 너는 신의 눈에 삼켜지리… 아무리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나누어보아도 결국에는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해석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에몬드는 신의 눈 호수에서 제 아내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섬뜩할 정도로 조용한 방 안에 아에몬드의 깊은 한숨소리가 울려퍼졌다. 눈을 한 번 내리감았다 떠 제 누이를 바라본 아에몬드의 눈동자는 더 이상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직 살아있다는 거군.”

 

 

나를 죽이기 전까지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섭리 속에 숨은 약속을 발견한 아에몬드의 심장이 비로소 제 박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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