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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22:50

1화 https://hygall.com/605920032
 


 

눈앞의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순간 본능적인 공포가 허니를 덮쳤다. 죽기를 그렇게 바랐던 주제에 그녀는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치려 했다. 발목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고 나서야 그녀는 제 몸이 성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야 그렇게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이 정도에서 그친 것은 오히려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네가… 구해준 거야?”

 

 

만약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우스운 일이었다. 절벽 아래서 잠자던 용 위로 떨어지는 제 모습을 상상한 허니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암만 용이 똑똑한 생물일 지언정 짐승이었다. 멋대로 제 경계에 들어온 인간을 가만히 놔둘 이유가 없지 않나.

 

허니는 이 기묘한 상황을 우연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내심 눈앞의 용이 저를 한 입에 삼키건, 불을 뿜어 태워죽이건 마음대로 하기를 바랐다. 정신을 차린 순간부터 그녀의 머릿속에는 빠르게 현실이 스며들었고, 그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정체 모를 용은 그녀를 무시했다. 고개를 돌리더니 긴 콧김과 함께 눈을 감아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한참 눈을 깜빡이며 용의 눈치 -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면- 를 살폈지만 그 짐승은 미동도 없었다.

 

 

“나… 안 죽일 거야?”

 

 

용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죽이고 싶지 않아?”

 

 

어둠 속에서 다시 붉은 눈이 번득였다. 고개를 돌린 탓에 외눈만이 보였지만 어쩐지 허니는 그 눈빛에 담긴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 용은… 귀찮아하고 있었다. 왜 그런 걸 자꾸 물어보냐는 듯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적인 눈동자는 그 순간 허니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삶이 팍팍하다며 길 가던 개나 고양이를 붙잡고 푸념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만큼 절망스러웠는데. 그녀는 사고가 정지된 것 같은 멍청한 기분을 느끼며 괜히 뒷목을 어루만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절벽에서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렸고,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곳은 더 볼 것도 없이 발목이었다. 육안으로만 봐도 꽤 비틀린 채 부어있어서 의학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몸이 이래서야 어디로 도망도 갈 수 없겠구나, 싶어 허니는 그저 멀뚱히 앉아 용이 다시 변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랐으나 거대한 연기를 뭉쳐놓은 것 같은 용은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해줘서 고마워.” 

 

 

그래서였다. 근거라고는 없었지만 허니는 어쩐지 용이 그녀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전히 죽고 싶었다. 한 번 시도를 해봤으니 다음에는 더 쉬울 것이었다. 다만 자리를 옮겨야겠다고 생각을 한 건, 우연이든 아니든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존재 앞에서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건 너무 무례하고 매정한 처사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고독과 자학의 늪에서 시달리고도 그녀 안에 남부지방의 따뜻한 온정이 남아있기라도 했던 것인지.

 

하지만 그녀가 아픈 다리를 최대한 딛지 않으려 애쓰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용은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놀란 허니가 꺅 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주저앉자 그녀를 내려다보며 흥, 하는 콧김까지 뿜었다. 어이가 없어진 그녀가 뭐야…? 하고 허망하게 되묻는다고 해서 용이 사람 말로 대답을 할 리는 없었지만.

 

허니는 혹시나 내가 너무 외로운 나머지 미쳐버린 게 아닐까. 혹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남아있던 탓에 짐승의 행동을 확대해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몇 번의 더 탈출을 시도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용은 그녀가 자리에서 벗어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르르…

 

 

그녀가 홧김에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라도 할 요량으로 해안가에 다가갔을 때는 입안에서 불씨가 튀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용은 그녀가 죽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성 안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이제 그 장소가 절벽 아래이고, 눈앞의 상대는 매정한 남편에서 말 안 통하는 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렇게 사는 게 내 운명인가. 허니는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남편의 누이는 미래를 본다던데, 혹시 그녀의 예지에 이런 장면은 없었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긴. 이제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허니는 도망쳤고, 죽는 데 실패했고, 지금은 용에게 붙잡혀 있는 것을. 헬라에나가 설령 꿈에서 이 장면을 보았다 하더라도 개꿈으로 치부하며 넘겼다는 데에 허니는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내가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뭘 어떻게 할까.

 

허니는 간절하게 물었다. 그러나 용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절벽에서 떨어진 충격은 고생 한 번 안 해본 귀족 여성의 몸에 큰 혹사였음이 분명했다. 하루 하루가 지날 수록 허니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됐다. 그녀는 열에 달뜬 채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식은땀과 함께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어쩌면 이게 저 짐승의 큰 그림이었을지도 몰라. 제 영역을 침범한 인간을 최대한 잔인하게 말려죽이려는 속셈이었던 거지. 공허한 빈정거림이 마음 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래봤자 진정으로 미워하는 마음은 들지 않아 입가에는 힘없는 미소가 감돌았다.

 

그때였다.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용이 돌연 날개를 활짝 펼쳤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크기에 마치 밤이라도 찾아온 것만 같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며칠 사이에 용이 익숙해졌다 생각했던 허니의 심장이 또 겁을 먹고 쿵쿵 날뛰었다. 그래봤자 며칠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혹사당한 몸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모래사장에 누워있을 뿐이었지만.

 

용은 그녀를 그렇게 내버려두고 훌쩍 날아가버렸다. 아아. 과연. 그 짐승에게 무슨 큰 뜻이 있었겠는가. 용은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존재가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만족할만큼 휴식을 취했으니 떠난 거지. 나는 이렇게 남겨둔 채로.

 

 

또 나 혼자만 남게 된 거야.

 

 

비참했다. 그새를 못 참고 정이라도 붙였던 건가. 그만큼이나 각박했던가.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싫었던 허니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쩍 마른 몸 어디서 쥐어짜낸 것인지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눈물이 마를 때쯤에는 진짜 죽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렇게 볼품없이 반쯤 엎드려 누운 채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을 때였다. 다시 그녀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날개짓에 일어난 거센 바람이 그녀의 몸을 날려버리기라도 할 듯이 집요하게 흔들었다. 그러더니 툭, 하고.

 

 

“……?”

 

 

허니는 눈앞에 떨어진 것의 정체를 식별하기 위해 꽤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만으로는 도저히 정체를 맞출 수 없어 후각까지 동원해야 했다. 무언가 강하게 그을린 냄새. 다듬어지지 않은 짐승의 누린내. 그것은 아마도 용의 불꽃에 검게 탄 짐승의 살덩어리였으리라.

 

 

“나 먹,으라고 가지고 온 거야…?”

 

 

목소리를 쥐어짜내 물으면 그 붉은 눈으로 저를 빤히 바라보기나 했다. 그 시선이 꼭… 그녀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났다. 허니는 가슴에 뜨겁게 치미는 것의 이름을 알 수는 없었지만 흘려보내야 산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시체처럼 누운 채 한참을 울었다. 응어리 진 것이 다 풀릴 때까지 울고나서야 몸을 일으킬 힘을 낼 수 있었고, 누린내 나는 육고기를 물어 뜯을 수 있었다.

 

아직도 뜨끈하게 열이 오른 그것을 미친 듯이 씹어 삼켰다. 그 순간만은 절절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누구도 원하지 않는 허니 비는 끝내 살아남고야 말았다.






 

 

 

 

 

결국엔 의지의 문제였던가.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기운을 차린 허니는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 기력을 회복하자마자 용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불에 타죽어도 좋다는 마음이 어느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어 가능한 행동이었지만 용은 제 머리 옆으로 그녀가 바짝 다가갈 때까지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허니는 그냥 그 옆에 앉았다. 앉아서 가만가만 숨겨두었던 속마음을 꺼내보았다.

 

 

“있잖아, 너도 혼자라면… 나를 주인으로 받아주지 않을래?”

 

“아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을게. 그냥 나를 친구로 여겨주기라도 하면 안 될까?”

 

“…나 너무 외로웠거든.”

 

“그리고…”

 

“네가 나를 허락한다면,”

 

 

허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상황에서마저도 그녀가 갈구하는 것은 애정이었다. 용에게서 저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홀연히 떠오른 얼굴. 어쩌면. 어쩌면 내가 그에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미련에 가까운 희망은 그녀가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시간이 갈수록 그 무게를 더해갔다.

 

이래서야 변하는 것이 없지 않느냐고.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끊임없이 되물으면서도 끝내 허니는 손을 뻗어 용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를 도와줘… 살아도 괜찮다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나 좀 도와줘… 죽음보다 멀게만 느껴졌던 가능성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바란 것은 고요한 평화가 아니라 치열한 애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결코 그녀 자체로는 탐할 수 없는.

 

허니는 필요를 증명하고 싶은 미물의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용의 뺨 언저리에 이마를 갖다대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콧김 소리에 고개를 들자, 용은 그녀가 제 등에 오를 수 있도록 몸을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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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B가 실종됐다.

 

아에몬드의 아내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레드 킵에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 중에서 가장 침착한 것은 당연 아에몬드였다. 그는 모시는 자가 언제 사라졌는 지도 모르는 시종들을 비정하게 처벌했고, 킹스가드에게는 그녀의 흔적을 쫓으라 명령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아에몬드는 내심 그녀의 용기를 높이 샀다. 그녀가 이러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친 것이라면,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 끝에 행동에 옮긴 것이라면 못 본 척 눈 감아주고 자유롭게 풀어줄 용의가 들 만큼. 그것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그들의 결혼생활 동안 조용히 지내준 그녀에게 그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일 테니.

 

하지만 허니는 돌아왔다. 제 발로 돌아왔다. 아니, 그 표현은 부적절했다. 그녀는 걷고 있지 않았다. 타르가르옌처럼, 발리리안의 혈통을 이어받은 고귀한 대가문의 자손들처럼 용을 타고 있었다. 심지어 그 용은 드래곤 피트 안에서 보살핌을 받는 종류의 용도 아니었다.

 

 

“…허.”

 

 

마지막으로 그녀를 봤을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아에몬드도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그 말에 보란듯이 용을 데리고 오다니.

 

그러나 거대한 용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하얀 얼굴에는 의기양양함이나 오만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겁을 먹은 듯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제 눈치나 살피고 있었다. 마치 잘못을 한 어린 아이처럼.

 

오히려 아에몬드가 공격성을 느낀 쪽은 그를 원망할 이유가 넘쳐 흐르는 허니가 아니라 그녀가 타고 있는 용 쪽이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뭉개지는 어두운 외형과 그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 머릿속으로 용들의 계보를 훑어보던 아에몬드는 그것이 사료에 기록되어있던 야생의 용들 중 ‘카니발’에 가장 가깝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족조차 잡아먹는다는 그 전설 속의 용이 어째서 저 작은 여자에게 등을 내어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눈앞에 있는 현상을 굳이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는 것도 우스운 꼴이었다.

 

하여 아에몬드는 마치 그녀의 귀환을 허락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허니는 그제야 몸을 숙여 용에게 무어라 속삭이더니 땅에 내려왔다. 용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고작 며칠만에 저렇게 유대감을 쌓았다는 건가. 몇 번 보지도 못했다만 그 때마다 무관심이나 은은한 경멸로 그녀를 대하던 그의 자안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빛이 서렸다. 흥미로움, 호기심, 즐거움… 어쩌면 욕심에 더욱 가까운.

 

땅에 발을 딛은 아에몬드의 아내는 다리를 절뚝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하필이면 직전에 용을 타고 있었던 탓인지 그 불완전함이 더욱 돋보이고 말았다. 허니는 입술을 짓씹었다. 아무리 그녀가 순진했을 지언정 지금같은 상황에서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제 발로 도망치듯 성을 나간 주제에 다시 돌아온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주장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걸 알았다. 분명, 알고 있는데도. 실상은 아에몬드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벼락같이 등골에 내리치는 강렬한 감정의 홍수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안도이면서 동시에 공포였다. 그가 이제는 저를 받아주기를 바라면서도 그의 태도가 바뀐다면, 이전의 저는, 무언가의 도움이 없는 오롯이 저라는 사람은 철저하게 부정당할 것을 알아 두려웠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허니는 숨이 막혔다. 한밤 중의 성을 미친듯이 내달릴 때보다도 심장이 빠르게 뛰어 흉골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허니가 그의 앞에 다다랐을 때, 아에몬드는 거침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그 거친 손길에 절벽에서 떨어진 뒤 제대로 된 휴식 한 번 취해본 적 없는 연약한 몸이 볼품없이 나부꼈고, 이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용이 분노하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자 낯선 용에게서 제 주인을 보호하려는 바가르까지 나타나며 순식간에 아에곤의 언덕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뒤덮였다.

 

그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아에몬드의 외안은 오롯이 제 아내만을 담았다. 겁에 질려 파르르 떠는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듯 물었다.

 

 

“어떻게 한 거지?”

 

“무얼…”

 

“용을 어떻게 길들인 것이냐 물었어.”

 

 

몰라요. 허니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그녀의 턱을 단단히 틀어쥔 손은 더욱 힘을 주어 옥죄어올 뿐이었다. 하얗게 질린 입술에서 작게 앓는 소리가 새어나오자 검은 용은 이제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당장에라도 불길을 쏠 것처럼 굴었다.

 

 

“바가르, 가만히.”

 

 

검은 용의 도발에 맞서 입을 벌린 바가르를 향해 아에몬드가 발리리아어로 명령했다. 그의 눈은 이제 아내의 어깨 너머에서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용에게로 향했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저 용은 제 부인을, 허니를 주인으로 삼았다. 정작 본인조차 어떻게 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그의 부인이 야생의 용을 길들였다는 것. 그것은 곧 녹색파의 전력이 더욱 보강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이 전쟁에서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에몬드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갔다.

 

 

“—마음에 들어.”

 

 

…그것은 허니가 남편에게서 처음으로 들은 긍정적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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