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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멀게 들려. 흔들어 깨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피부 위를 간지럽히는 것 같기도 해. 따뜻한 무언가가 살갗 위를 스치는 느낌에 황후는 저절로 눈살을 찌푸렸어. 감각에 집중하면 목소리가 멀어지고, 목소리가 멀어지면 보드라운 금침 이불에 폭 싸인듯 감각이 멀어지지. 그래도 황후는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했어. 황제의 목소리였거든. 내 것을 줄테니 제발 눈을 뜨라고, 얼마든지 똑같은걸 만들어줄테니 눈만 뜨면 천장까지 메우도록 주겠다고 달래. 다정도 하시지. 하지만 똑같은게 아니면 소용없을걸요.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 속의 이야기를 더듬어봐. 좀 귀를 기울여서 들을걸 그랬나봐. 혼인식 때문에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반은 흘려 들었던탓에 잘 기억이 안 나지 뭐야. 

가만히 고개를 내젓자 황제가 애가 닳았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해. 그러면 어떻게 하면 눈을 뜰거냐고. 내가 빨리 눈을 떴으면 좋겠어요? 그리 물으니 여우가 기다리는데 그럼 얼른 눈을 떠야하지 않겠냐고, 잠자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잠꼬대 말고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대. 잠꼬대라니 이상하지. 꼬박꼬박 대답은 잘 했는데. 








닿는 살갗이 차가우니 입 안쪽도 어쩌면 차갑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잠든 황후의 입 안은 뜨거웠어. 점막끼리 타액이나 체액 교환이 히트사이클이나 러트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는걸로 알려져있지. 때문에 황제도 궁여지책으로 잠든 사람과 입맞춤을 하는 거지만, 잠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입맞춤은 처음인지라 황제도 어설플거야. 오돌토돌한 입천장을 훑다가 부드러운 옆면을 훑고 뒤이어 고개를 틀어 깊게 머금어. 평소의 황후라면 벌써 숨이 차서 할딱댔을테지만 깊게 잠들었는지 반응이 없어. 평소에 코로 숨으로 쉬라고 해도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깊게 잠든 지금은 당황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저 입을 벌린채 황제를 받아들이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봉긋하게 불러온 배를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흘러내리는 이불을 고쳐 잡았어. 옆으로 모로 누워 뒤에서 끌어안을 때는 이불을 덮고 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려다보는 자세라 이불이 흘러내릴 수 밖에 없어. 그냥 치워버리고 싶지만 아직 체온이 데워지기 전의 황후는 추위를 탈거야. 안 그래도 지금 낮은 체온을 데우기 위해 이러고 있는데 이불까지 치워버리면 금방 얼음장처럼 변해버릴지도 몰라서 황제는 궁여지책으로 어깨 위로 이불을 두른 후 배가 눌리지 않게끔 팔을 세워 자세를 잡았지. 가지런히 모아진 허벅다리를 양 옆으로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후에 다시 파르라니 질린 입술을 머금어. 입맞춤을 한 덕분일까. 조금전보다 아주 조금 혈색이 돌아온 것 같아. 아니면 그러길 바라는 저의 착각일까?



만일을 대비해서 태의령이 히트사이클을 유도하는 약까지 처방해주긴 했지만 황제는 어지간하면 그건 먹이고 싶지 않았어. 안 그래도 지금 최후의 방법을 쓰고 있는게 마음에 안 드는데, 약까지 쓰려니 진짜 못 할 짓인것 같아. 안 그래도 입궁한 이후 처음 히트사이클을 저와 보낼 때 무섭다며 파들파들 떨던 어린 황후였는데. 눈을 감은채 가만히 누워있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양심에 찔리는데 봉긋하게 불러온 배 때문에 자꾸만 눈 앞이 아찔해지지만 정말 남은 방법이 이 방법 뿐이라면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가느다란 목덜미와 이어지는 어깨즈음에 입술을 묻은채 빨아들여 하나 둘씩 자국을 남겨. 회임한 뒤로 딱히 입덧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좀처럼 무언가를 잘 먹는다는 소리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벗은 몸을 보니 어땠는지 알만 해. 목이나 팔이나 다 자기가 알던 것보다 조금씩 살이 내렸는데, 어쩔 수 없이 부풀어오르는 곳만 살짝 살집이 붙었지. 배가 불러오는건 당연했고, 뽀얀 가슴이 꽤 도톰해진것 같아. 대체로 황후는 마른 편이었지만 아이를 가진 뒤로 유일하게 살이 붙은 곳이야. 빛 한 번 못 본 것 같은 흰 가슴은 말캉하니 보드라워 보여. 아이를 가진 탓일까. 아직 황후도 어린데 아이를 가졌다니 왜 이렇게 배덕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어. 후계를 낳는것은 응당 황후의 직무 중 하나일텐데 말이야. 역대 후궁중에는 황후보다 훨씬 어린 후궁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을텐데. 금빛 모래알을 흩뿌려놓은듯한 머리색깔은 적당히 밝혀진 촛불과 한밤중의 오묘한 조화로 평소보다 짙어보였지. 


희고 보드라워보이는 가슴을 한움큼 베어물어도 평소라면 들려올 작은 탄성은 들리지 않아. 평소엔  황후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애무를 길게 하지 못 하고 매번 어둑어둑한 시야 너머로 하곤 했으니까. 부끄러움이 많은것 같아 불을 끄려고 하면 얼굴이 잘 안 보인다고 울상을 짓고, 그렇다고 너무 환하면 부끄럽다고 울상을 짓고.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건지 싶으면서도 어린애가 투정을 부리는것 같아 귀여워서 황제는 그저 시키는대로 했을거야. 황제도 알아. 제이크를 간택한 이유가 불순하다는 것도, 첫날부터 자신이 상처를 주었다는 것도. 하지만 그런것에는 아랑곳 않고 황후는 귀엽게 굴었지. 자두가 제철이라며 본인의 향과 비슷한 향을 가진 자두를 드시러 오라고 하기도 했고. 그래놓고 아직 아무말도 안 했는데 벌개진 얼굴로 횡설수설 하는 것도 귀여웠고. 나름 앙큼하게 굴려고 했던건지 아니면 정말 아무생각 없이 말 한건데 뱉어놓고 보니 좀 그랬던건지. 아무말도 안 하고 그냥 빤히 쳐다봤더니 점점 얼굴이 새빨게지다못해 검붉게 달아올라서는 호다다닥 도망갔던 일도 있어. 사실 금목서향을 직접 맡아본 적이 없는 황제로서는 그냥 남부 지방에 살았던 궁인이 했던 말을 떠올릴 뿐이야. 자두와 살구를 섞은 달달한 향이랬나. 



기억했던 것보다 보드라운 촉감에 이게 오랜만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지금 자신이 철모르고 흥분을 해서 그런건지 알 수가 없어. 입술을 옮길 때마다 하나 둘씩 붉은 자국이 생겨나. 황제는 자국을 잘 남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황후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아무래도 그 편이 효율적일것 같아 이러고는 있지만, 자꾸만 부푼 배로 눈길이 향하는건 어쩔 수 없어. 여우야 미안해. 황제는 작게 사과를 하고는 어깨서부터 배꼽까지 타고 내려왔던 입술을 다시 가슴쪽으로 향해. 유륜 주변을 할짝이다가 혀 끝을 내밀어 한기에 노출돼 바짝 서있는 첨단을 머금고 입 안에서 굴리면 금목서향이 만개하듯 피어오를거야. 질척해진 다리 사이로 내려가는 시선을 애서 끌어올린채 익숙하게 손가락을 밀어넣어. 제 향에 젖어 말랑하게 풀어진 내벽을 더듬으며 그런 생각이나 했지. 눈을 마주치는게 황후에겐 더 고역일텐데, 차라리 모든게 끝날 때까지 황후가 잠들어있으면 좋겠다고.











아래가 뻐근한 감각에 황후는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어 간신히 눈을 깜빡였어. 뭔가 간지러운거 같기도 하고 아래쪽이 욱씬거리기도 해. 이상하다. 회임한 상태에서는 주기가 돌아오지 않는다 들었는데.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감각은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어. 아마도 얼마 전 히트사이클 때 회임을 한 것 같으니까. 황제와 황후는 서로 주기르를 비슷하게 맞춰서 합궁하는게 관례거든. 아래가 축축한 느낌에 혹시 자다가 실례라도 했을까 싶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아래를 확인해보는데 의외의 인물이 있어. 양쪽으로 다리는 훤히 벌려져있고 그 사이에 황제가 얼굴을 묻고 있지. 처음에는 이게 안개라도 낀 듯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고자 했어. 사실 파악할것도 없었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황후는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여 어떻게든 다리를 모 으려고 했지만, 일단 허벅다리 뒤쪽을 황제가 움켜쥐고 있는데다가 본인은 모르겠지만 며칠만에 일어나서 몸을 쓰려고 하니 몸에 힘이 들어갈리가 만무했지. 분명 힐끗 쳐다본 창문엔 빛 한조각도 없는걸 보면 야심한 시각일텐데, 황제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평소 황제는 그다지 정욕이 넘치는 편이 아니었는데.
...아니면 저에게만 그랬을수도. 첫날밤 총애를 기대하지 말라 냉정하게 말했던 황제의 표정이 떠올라. 서늘한 얼굴과 달리 다정한 손짓이 떠올랐지. 처음일 자신을 배려하듯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자신이 다 알아서 할거라며 저를 다독이던 얼굴이 어땠더라. 당황을 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던데 지금 딱 자신의 꼴이 그랬지. 이불은 불러온 배에 걸쳐져 있고 다리는 훤히 벌어져있어. 거기다 미끈하고 축축한 느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손가락은 아니었단말이야.


서서히 붉어지는 얼굴이 붉다못해 고구마를 올려놓으면 구워질 정도로 뜨거워져. 황제는 혀를 차지. 그렇게 제발 얌전히 잠들어있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토록 일어나달라고 기도할 때는 들은척도 안 하더니 왜 하필 지금에서야 일어나는걸까. 하지만 혀를 차면서도 곤란함은 황후가 일어난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될거야. 황후가 다리를 버둥거리며 그만두시라고 말 해도 소용없었어. 이제 겨우 미지근해졌다 뿐이지 정상인의 체온이라고 보기엔 한참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황후가 어찌나 부끄러워하고 민망해하는지, 없는 힘에도 다리를 버둥거리며 히끅거리는게 꼭 못된 짓을 하고 있는것만 같아서 황제는 씁쓸해져. 태의의 방침이며 의료행위일뿐이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도통 듣질 않아. 울면서 싫다고 한사코 도리질을 쳐서 황제는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켰고, 그 사이 잽싸게 다리를 오무린 황후가 훌쩍이며 웅크리지. 그래도 어느정도 체온이 올라왔고 더 이상 시체마냥 잠을 잘 것 같지 않아 옆에 놓인 침의를 건네. 혹시나 일어나기 어려울까봐 살짝 몸만 일으킨 황후에게 침의를 둘러주고 끈까지 여며준 뒤 황제 자신도 침의를 걸쳤어. 




화로를 가까이 가져오겠다 말한 황제는 일부러 몸을 돌려 화로에 불을 지피는 척을 했어. 이미 태감들이 완벽한 상태로 준비를 해놓았지만 아무래도 이제 막 일어나 놀랐을 황후가 마음을 좀 추스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하지만 일부러 멀쩡한 화로를 들쑤시는건 민망해할 어린 황후에게 시간을 좀 주고 정신을 차릴 시간을 주려는 것이었지 자책할 시간을 주려던게 아니었는데, 돌아선 황제의 모습에 황후는 새빨개진 얼굴로 울음을 터뜨리지.

의식을 망쳐 송구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또 송구하고...말을 잇다 만 황후가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지. 설마하니 내가 죽다 살아난 사람에게 그깟 의식 하나 망쳤다고 질책할까봐. 황제는 혀를 찼어. 그리고 또 혹시나 제 행동에 풀이 죽어 땅을 파고 들어갈까봐 얼른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였지. 동지에 팥죽 먹는 정도의 의식을 뿐인데 그렇게 마음쓰지 말라며 머리 맡에 두었던 봉잠을 내밀었어. 호수가 너무 넓어 사람을 찾을수가 없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도 함께. 

굳이 찾으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렇게해서까지 찾으면 그깟 봉잠 하나에 이만한 인력을 투입해서 사람 낭비 돈 낭비를 한다 소리를 들으면 결국 황후의 이름에만 먹칠을 하게 돼. 더 나아가 아비인 세러신 재상까지 영향이 갈테지. 황제는 황후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봉잠을 손에 쥐어주며 말했어. 미안하다고. 소중하게 간직했던 것일텐데 찾아주지 못 해서 미안하다고. 대신이라고 하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간직하고 있던걸 주면 안 되겠냐고. 

그 말을 들은 황후가 조용히 눈물을 흘려. 이상하지. 요즘 왜 이렇게 황후의 눈물을 보는 일이 잦을까. 손으로 닦아내도 닦아내도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 혀를 차며 손수건이라도 가져와야겠다 마음먹고 일어나려는 순간, 황후가 손을 붙들지. 황제는 손을 붙들린채로 다시 주저 앉아. 손을 내어준채 황제는 가만히 황후가 하는 양을 지켜봐. 그럼 황후는 황제의 손을 조심히 가져와선 뺨에 기대지.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황제의 얼굴엔 노기나 짜증 혹은 곤란이 내비치지 않아. 저 때문에 곤란하시지 않았느냐는 말에 아픈 사람이 신경쓸 것도 많다며, 누가 동지에 팥죽 좀 못 먹었다고 폐위 소리가 나오냐고,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으면 혀를 뽑겠다고 길길이 날뛰었지. 황제가 저때문에 화를 내는건 봤어도 저를 위해 화를 내주는건 처음인지라 얼떨떨해. 이불 속에 숨어서 안 봐도 이마 끝까지 달아올랐을 얼굴을 식히느라 별 소용없는 손부채질을 하다가, 태의를 부를건데 이러고 있으면 어찌 진료를 보겠냐며 달래오는게 낯설어. 얼굴을 꽁꽁 숨겨두고 보여주질 않으면 안색을 확인할 수 없다고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간신히 이불 끝을 내렸지. 화가 나신것 같지 않아 그건 그나마 다행인것 같고. 가장 두려워했던 문제가 해결되자 다른 문제가 떠올랐지.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러워져서 황후는 다시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었어. 애가 탔는지 황제가 발을 동동 구르며 제발 얼굴 좀 보자고, 밝은데서 안색을 확인해야겠다고 하지만 황후는 이불을 도저히 내릴 수 없었어. 세상에....합궁때도 그런 노골적인 애무는 받은적이 없는데! 울상이 된 황후가 이불 속에서 침상을 주먹으로 콩콩 내리쳤어. 

아직도 색사가 어색한 어린 황후는 합궁 때마다 어색해 했어. 그런 황후를 알았는지 황제도 무리한 정사를 강요한 적이 없었고. 총애와 애정을 바라지 말라 서늘한 눈으로 말하면서도 손짓은 다정해서 그만 그 간극에 퐁당 빠져버렸나봐. 그린듯한 다정, 서늘한 다정, 온기 없는 정중함이 설레면서도 가슴 아팠어. 어쩌면 그때 반해버렸나봐.



황제는 늘 정중하고 다정하게 저를 대했어. 긴장하지 않은척 애써 꾸며보아도 저보다 능숙할 황제는 그런것쯤은 다 알아차렸다는듯이 피식 웃곤 했 지. 어리다 저를 놀리나 싶어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자면 익숙한듯이 달래는 모습에 속절없이 설랬고. 아직 모든게 서투른 저를 달래가며 품었지. 미리 교육을 받긴 했지만 실전은 또 다르잖아. 어버버 굳어서 눈만 깜빡이고 있으면 허리 밑에 베개를 넣어주며 이 편이 나중에 허리가 덜 아플거라고 말 해주기도 하고, 어정쩡하게 벌어진 다리를 어찌할 바 몰라 버둥거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허리에 감아주기도 했고. 이제 되었다며 애원해도 아직 무리일거라며 공을 들여 아래를 풀어주곤 했지.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져서 불 때까지 말이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겠지. 비록 저는 정신이 없는 상태였겠지만.

저를 달래려고 그런건지 아니면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을 하는건지, 황제는 열심히도 설명했어. 때문에 황후도 대충 알아 들었지. 자신이 호수에 빠진 이래로 며칠 내내 얼음장 같은 체온을 유지했고, 온갖 약을 먹이고 화로를 옆에 가져다놔도 잠깐 그 때 혈색을 찾을 뿐이지 다시 체온이 떨어져서 궁여지책으로 이런 식으로 체온을 데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을 해주는데, 뭐 어쩌겠어. 자신이 호수에 빠지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야. 점점 사고만 치는 사고뭉치가 되어가는 느낌에 찔끔 눈물이 나. 황제의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자꾸만 조금 전의 상황이 생각나 눈 앞이 아찔해져. 황제가 몸을 데워준 덕분인지 온 몸이 얼음장 같았다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 몸이 뜨거워. 자꾸만 발가락 끝이 곱아들고 아랫배에 고인 열을 가라앉히려고 부채질도 해보지만 별 차도가 없어. 어째서 황후가 울상을 하는지 대충 눈치를 챈 황제가 창문을 열어 찬바람이 들어오게끔 해. 방안은 제 향과 황후의 향으로 가득차 있을테고, 좀 있으면 도착할 태의령이며 시의들 중에 양인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태의가 와서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그나마 황제와 단둘이 나마 민망한 상황은 피하게 됐어. 진맥을 짚어보고 산모와 태아 모두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황후도 안심할 수 있었지. 황제가 진노하지 않은 것과 별개의 일이었어. 혹시나 며칠동안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아기씨가 잘못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사하대. 다행이지. 하늘이 도우셨다고 태의가 눈물까지 흘리며 안도할 때에서야 좀 면구스러웠지. 자기가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었나 싶어. 황제가 호들갑을 떨 때도 그냥 선황후의 일이 있으니 폐하께서 많이 놀라셨구나 그렇게 생각했거든. 똑같이 닮은 사람이 똑같이 아이를 밴 상태에서 위험해지니 그 때의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신줄 알았단 말이야. 그런데 정말로 위험했나봐. 한숨 돌린 황제의 표정도 마찬가지고 태의의 표정도 마찬가지고, 눈물을 찍고 있는 궁인들도 마찬가지로 다 자신이 진짜로 죽을뻔 했다는거야. 내내 꿈을 꾼 기억밖에는 없는것 같은데. 사실 깨고 싶지 않아서 더 늦게 깼는지도 몰라. 폐하께서 그렇게 나를 걱정하실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걸. 심려를 끼쳐드리지 말걸. 

태의가 돌아가고 나니 또 어색해져.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가 괜히 하릴없이 부른 배를 만지고 있자니 어디 아프기라도 하냐며 호들갑을 떠시지. 다시 불러올까? 다정하게 물으며 살며시 손을 잡아오는게 낯설어. 황제는 다정했어도 이런식으로 사적인 스킨십에는 박했거든. 이게 다 또, 저가 아프다 잃어나니 선황후가 눈에 아른거리시나보다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당연한 도출이었지. 비를 피해 사당에 발을 들인것만으로도 그렇게 화를 내셨는데. 이번엔 저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을 황제를 생각하니 마음이 울적해져. 분명 애정을 바라지 말라고 했는데도 애정을 바라며 사고만 쳐댄다고 생각하시면 어떡하지. 







루스터행맨
 
2023.12.25 01:55
ㅇㅇ
크리스마스 선물 같아요 센세ㅠㅠㅠㅠ아직 잠든 상태인 황후 몸 데워준다는 이유로 열심히 입맞추고 만지는 황제 파렴치한데 좋아ㅌㅌㅌㅌㅌ깨어난 타이밍도 존꼴인데 다시 울렸잖아ㅠㅠㅠㅠ
[Code: c49b]
2023.12.25 01:56
ㅇㅇ
그래도 잠깐이나마 달콤한 시간 보내서 다행이다...황후는 여전히 삽질하고 있지만ㅠㅠㅠㅠ선황후의 그림자에서 못 벗어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지금 당장은 황제의 다정함을 즐겨줘ㅠㅠㅠㅠㅠㅠㅠ
[Code: c49b]
2023.12.25 02: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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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는 의료행위인건 알지만 수면간 느낌 나서 존꼴ㅌㅌㅌㅌㅌㅌㅌㅌ 저걸 황제랑 임신한 황후가 하고 있다는게 개존맛포인트 아직도 삽질 중이지만 이제 황제는 달라질거 같아서 기대된다ㅎㅎㅎ
[Code: ac4a]
2023.12.25 04: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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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내센세 최고의 의료행위는 수면간이죠 암요 근데 안 넣고 참았네 루황제 인내심 대단하닼ㅋㅋㅋ하긴 아픈 사람두고 욕정만 할 순 없지.. 그나저나 되게 다정하다 이제 땅굴 그만파자 물만두야ㅠㅠㅠㅠㅠㅠㅠ너 좋아한대 너너
[Code: 9153]
2023.12.25 08: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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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베 루스터가 물만두 좋아한대요 ㅜㅜ
[Code: a22f]
2023.12.25 09: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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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세번읽음 개좋아 루스터 입장에서는 동지에 팥죽 먹는 정도의 의식을 뿐인데 그렇게 마음쓰지 말라며 머리 맡에 두었던 봉잠을 내밀었어 정도로 덤덤하게 서술되는데 똑같은 상황 행맨입장에서는 동지에 팥죽 좀 못 먹었다고 폐위 소리가 나오냐고,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으면 혀를 뽑겠다고 길길이 날뛰었지. 길길이 날뛴 모습인거 존나 좋다.........
둘이 지금 사랑을 하고있다고 빨리 알콩달콩 선임신후연애했으면... 읽는 내내 너무 행복함 이 글이 크리스마스 최고의 글임ㅠㅠ
[Code: 5072]
2023.12.25 1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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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을 줄테니 제발 눈을 뜨라고, 얼마든지 똑같은걸 만들어줄테니 눈만 뜨면 천장까지 메우도록 주겠다고 달래.

진짜ㅠㅠㅠㅠㅠㅠ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알것같다.. 천장까지 메워주겠노라 하는게ㅜㅜㅠ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는건데 둘 다 삽질하느라 서로의 감정이 안보이네ㅠㅠㅠㅜ 아니지 황후가 짝사랑하는건 황제도 아니까... 알면 이제 직진 해야해요 지금 황후 속이 말이 아녜요ㅠㅠㅠ 다정만 하지말고 사랑한다고 속닥여줘야돼요ㅠㅠㅠㅠㅠ
[Code: 2717]
2023.12.25 1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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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주는 크리스마스선물 진짜 너무 좋아 너무 행복해... 사랑해 센세 해피메리크리스마스☃️🎄🎅
[Code: 2717]
2023.12.25 1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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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서로 마음 좀 알자 얘들아ㅜㅠㅠㅠ
[Code: c1e5]
2023.12.25 10: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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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루황제 이제 좀만 더 늦으면 사랑한다고 해도 황후가 못 믿겠는데ㅠㅠㅠㅠㅠㅠㅠ
[Code: 35ee]
2023.12.25 1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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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한다고 말해줘라 루스터야
[Code: 93ad]
2023.12.25 12: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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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참았어 루스터 자제력 황제 맞네 끄덕 진짜 루스터 물만두한테 다 감긴 거 같은데 표현만 남았다 가보자고!
[Code: 7c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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