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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은 황후는 돌아와서 그대로 앓았어. 손에 쥐었던 봉잠은 어느새 침상 밑으로 굴러떨어졌지. 비를 그다지 많이 맞지는 않았지만 내도록 신경쓴 것도 있고, 회임을 하면 이런저런 곳에 자잘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궁인들이 괜히 호들갑을 떤게 아니야. 앓아누운 황후 때문에 황궁이 발칵 뒤집혀졌지. 황제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기 딱 좋았거든. 선황후와 똑닮은 얼굴의 어린 황후가 몸져 눕다니. 그것도 회임한 상태로. 
황후가 황제를 좋아한다는건 지나가는 개미들도 다 아는 일이었어. 황제의 서늘한 눈빛이 태의에게 닿았지. 하지만 아무리 태의를 달달 볶아도 아픈 사람이 벌떡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야. 애초에 황후가 그렇게 된 건 다 황제 때문이 아니겠어? 황후전에 배치된 궁인들은 감히 황제를 빼족한 눈빛을 보냈지. 황제도 잘못한게 있어서 궁인들의 입이 댓발 튀어나왔대도 할 말이 없었어. 그저 헛기침을 하며 태의를 닦달할 뿐이지.

황제는 염치불고하고 황후전을 찾았어. 일단 사람이 아프다는데 어떡해? 들여다봐야지. 거기다 태의가 그랬잖아. 자주자주 향을 풀어줘서 황후를 안정시키고 널뛰는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고.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운것과는 별개로 일단 사람이 아프다니 황제는 태의가 시키는대로 했어.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잘 때만 골라서 오는 것도 일이었지.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야심한 시각에 도둑마냥 몰래 침전에 숨어들어서 손을 잡고 있는게 면피가 팔리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어. 태의가 시키는대로 향을 풀어서 황후를 안정시켜주긴 해야겠고, 그 녹음에 어린 슬픔을 견디기는 어렵고. 이젠 황제도 자기 마음을 모르겠어.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감히 황제의 사적인 일에 입을 대는 사람이 있을리가 만무했고.

 

황제가 황후전을 찾자 궁인들이 기다렸다는듯이 황후의 상태를 나열했어. 주저주저 하기에 사실대로 소상히 고하라고 했더니 가관이었지. 얼마전부터 계속해서 수심에 잠겨 계셨고 울적하다며 호수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셨고 때로는 눈물을 짓기도 하셨고...이어지는 말들이 콕콕 황제의 양심을 건드렸지. 지엄한 법도가 있어 이 나라의 주인인 황제 탓을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인이 저렇게 가련하게 앓는게 황제 탓이라는걸 모르는 이가 없었단 말이야. 황제도 애먼 황후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걸 알아. 많이 미워하지 말아달란 소리까지 나오게 만들었는데. 삼개월간 찾지 않은 것이 어지간히 큰 상처였다는걸, 그리고 그걸 뒤늦게 깨달았다는것 자체가 이 관계에 자신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말해주는거나 다름없어. 저는 황제고 아쉬울게 없는 관계니까. 늘 애정을 갈구하고 아무생각 없이 말한 저의 말 한마디에도 일희일비하는건 황후였지 자신이 아니니까. 


황제는 떠나면서 궁인들에게 자신이 왔다는걸 비밀로 하라고 지시했어. 왔다는걸 알면 또 멋대로 입맞춤을 해놓고 그 와중에 면피 챙긴다고 생각할까봐. 그렇잖아. 이유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고서 입부터 대뜸 맞춰놓고서는 그 와중에 황제랍시고 체면치례나 한다고 말이야. 양상군자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지.






황후가 차도를 보이고 정신을 차렸다는 말에 황제는 거짓말처럼 발길을 끊었지. 녹음에 어린 슬픔을 보기 싫어서 도망친거야. 겁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정말로 겁쟁이니까. 더 이상 이제 저를 사랑한다고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말로는 안 해도 애정이 사라져있으면 어떡하지, 맡겨놓은 것도 아닌 애정을 이제와서 잃을까 두려워하는거야. 사과를 하자니 우습고. 사실 사과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그냥 그 때는 그냥 충동적이었거든. 충동적으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황후의 입술을 탐했다 말하면 그거야말로 상처가 아닐까.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기에, 그렇게 슬퍼할까봐 또 말을 못 꺼냈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저번 삼개월간 황후를 찾지 않았던 일이 반복될것만 같지.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올거야. 여름에 들어가기 직전에 여름을 맞이하는 계절행사가 있거든. 황궁에서 가장 큰 호수에서 배를 띄워놓고 황제와 황후가 직접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는거야. 그러면 여름에 비도 적당히 오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한다는 믿음이 관습으로 전해져 내려오는게 연간 행사가 되어버린거지. 간만에 보는 황후는 못 본 사이 배가 좀 더 불러온 것 같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주간의 외면 아닌 외면 끝에 마주한 황후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안색이 창백해보였지. 매일 태감을 보내 황후의 상태를 보고 받은 황제는 크게 아픈 곳이 없는걸 알면서도 안심이 안 됐어. 아직 여름이 완전히 오기 전이기 때문에 호수가의 바람이 생각보다 세고 찬데 괜찮을까 싶어서.

황제는 말없이 노를 저었어. 다름 아닌 황제가 직접 노를 젓는건 자연 앞에서는 황제조차 평등하다는 겸허한 태도니 어쩌니 예부 관리가 말 했지만 곁눈질로 황후를 살피느라 죄다 귓등으로 흘려 듣는 바람에 잘 생각나지도 않아. 배를 저어서 저 끝에 당도하면 행사를 주관하는 관리들이 도착해 있을거라고 했던것 같기도 하고...아닌것 같기도 하고. 여하간 황제는 부지런히 노를 저었어. 원래는 황후도 같이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로 참여하는 편이었지만 황후는 홑몸도 아닌데 서서 노를 젓기가 쉽지 않기도 할거고. 황제는 태자시절 때 꾸준히 연습을 해오기도 했거니와 작년에도 했던 일이거든. 황후는 작년 행사때는 입궁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지 못 했지.









황제가 말 없이 노를 젓는 동안 황후는 가만히 일렁이는 호숫가를 내려다봤어. 마지막으로 이 호수에 왔을 때 있었던 일이 자연히 떠오르지. 울적해서 잉어에게 밥을 주며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비가 내렸고, 우산이 없어 시비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어찌할 바 모를 때 나타난 황제는 뒤에서 말없이 우산을 씌워줬지. 어디서 나타난건지 솜을 누벼 도톰한 외투까지 어깨에 걸쳐주면서 하는 말이 얼마든지 더 있고 싶으면 있으라고. 우산은 계속 받쳐 줄테니 개의치 말라는데 세상 어느 바보 천치가 그 말을 그대로 고이 믿고 호숫가를 구경하겠어. 그것도 다른 일도 아니고 물고기 밥이나 주는 일에 황제가 손수 우산을 받치고 있다니 말도 안 될 소리지. 손수 앞섶을 여며주며 이렇게 추운날 손발도 찬 사람이 호수바람이 얼마나 찬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세상에서 제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제일 다정하게 늘어놓더니.

입술을 봉잠처럼 쓰다듬었다가는 부르틀까봐 얼마 만지지도 못 했어. 그렇게 뜨거운 입맞춤은 혼인한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어. 알아채실지는 모르겠지만 황후는 오늘도 봉잠을 하고 나왔어. 딱히 알아봐달라거나 그런건 아니었고, 무의식처럼 손에 움켜쥐고 있으니 치장을 해주는 시비들이 마침 잘 되었다며 눈치도 없이 이걸로 하면 되겠다며 냉큼 머리에 올리는거야. 뜯어말릴 명분이 없어 그대로 내버려두었더니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게, 하도 만져서 반질반질 티가 나는것 같아 부끄러웠지. 괜히 황제가 봉잠을 쳐다보는 것 같았고. 자의식 과잉이라는걸 알지만 어쩔 수가 없어. 그만두기로 한다고 해서 사람 마음이 댕강 잘라낼 수 없잖아. 



앞에서는 황제가 말없이 노를 젓고 있어. 평소라면 날씨나 의식에 대해서 이런 말을 두런두런 붙여보았겠지만 황후도 딱히 황제에게 말을 붙이기가 두려워. 사당 사건 때처럼 또 한동안 황제가 찾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이젠 그때처럼 전전긍긍하지 않아. 마음을 좀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오늘이 오기 전에 바보처럼 폐하를 보자마자 울어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담담해. 바라던 일인데 기분이 이상하지. 

하도 투명해서 밑바닥까지 비칠 정도로 깨끗한 호수면은 잠잠해. 비 오던 그 날과 달리 구름 한 점 없는게 날씨도 좋아. 의례를 올리기에 딱 좋은 날씨지. 어찌나 물이 투명한지 밑바닥까지 비쳐보이는게 마치 거울같아. 거울에 비춰본것만 같아 신기해서 수면을 확인하게 돼. 괜히 반질반질 손때가 묻었을 봉잠이 부끄러워 어린 황후는 계속해서 봉잠을 만지작거렸어. 빼낼까 말까. 이거 하나 없다고 티가 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머리에 꼽은것 중에서 가장 화려한건데. 괜히 시선만 두면 더 신경이 쓰일것만 같아 억지로 시선을 거둬들이는데, 그러다가 흔들거리던 봉잠이 스르륵 빠져버려. 어찌할 새도 없이 수면에 동그란 파문을 남겨버리고 빠져버려.

그리고 그 순간 어린 황후의 머리속에 스치는건 궁인들이 까르륵 웃으며 하던 말이야. 폐하와 똑같은 봉잠을 나누어 가지실텐데, 그걸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사랑할 수 있대나. 혼인식 때 치장해주던 궁인들이 해준 말이라 꽤 오래 되어 기억도 안 나. 황후도 그게 미신이라는걸 알아. 의미가 없다는 것도. 하지만 원래 절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게 되잖아. 황제가 저를 찾지 않는 삼개월동안 봉잠을 닳도록 만진것도 그래. 딱히 믿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매달릴 무언가가 필요했지. 그래서 그랬나봐. 풍덩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봉잠을 따라서 자기도 모르게 호수에 뛰어든것 말야.


저를 부르는 소리가 아스라하게 들려. 놀란 황제의 얼굴이 수면에 어른거리지. 뭐라고 외치는것 같은데. 의식을 망쳤다고 화를 내실까. 배가 뒤집어지지 않고 끝까지 도달해야 의미있는 행사라고 했는데 황후가 빠져버렸으니 이를 어쩌나.

 






제이크! 황제는 저도 모르게 황후의 이름을 불렀어. 혼인을 하고 나서 여태 단 한 번도 불러본적 없는 이름이었지. 제이크 세러신. 그 여섯 글자를 잊고 있어서 부르지 않은건 아니야. 이름인 '브래들리'나 아명인 '루'는 오로지 톰에게만 허락했으니까 황후도 예외는 아니었어. 누가 그러라고 한 적도 없는데 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겠다 다짐했어. 아직 어린 황후가 익숙지 않은 색사에 할딱이면서도 무언가를 바라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볼 때, 황제는 본능적으로 이름을 불러달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감히 황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는 없으니 저를 이름으로 불러달라는듯이, 어린 황후는 제이키라고 부르셔도 된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하곤 했으니까. 아명은 따로 없었고 부모님이나 형들이 저를 제이키라고 불렀다면서.

하지만 끝끝내 불러준 적은 없어. 실망한듯 축 늘어지는 입꼬리와 팔자로 늘어진 눈썹이 가여워보라치면 황제는 일부러 얼굴을 피해 황후의 덜 여문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지. 황후가 감히 어떻게 황제를 밀쳐내겠어. 혹시라도 상처를 낼까 바투 깎은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제 등을 끌어안으면서도 힘들다 소리 한 번 내지 않아서 뱃 속이 간지러웠지. 닮은 얼굴이 보기 괴로웠지만 그렇다고 얼굴을 보지 않고 하자니 짐승이 흘레붙는 것과 뭐가 다른가 혹여라도 어린 황후의 마음에 흉이라도 남길까 싶어 불을 끄고 있노라면 얼굴이 잘 안 보인다고 작게 투정을 하곤 했어.
그대의 얼굴이 보기 힘든거라고  차마  말 할 수가 없어서 작은 투덜거림을 멎고자 입을 맞추면 또 살며시 어깨를 끌어안고 매달려오는 손짓이 하도 조심스러워서. 닿으면 깨질 유리처럼 하도 조심하기에 웃음이 났더랬지. 저보다 손도 키도 발도 모두 작으면서.


분명 그랬는데.



황제는 황후를 따라 뛰어들고 나서야 느껴지는 찬 온도에 그제서야 자신이 물에 빠졌다는 사실을 떠올렸어. 그리고 동시에 떠올렸지. 자신이 수영을 못 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황제와 황후가 나란히 물에 빠진걸 뒤에서 지켜본 호위들이 부랴부랴 노를 저어 따라왔어. 황제와 황후가 탄 작은 배 뒤에 경호와 만일을 대비해 또다른 배가 따라갔거든. 수면 위에서는 아수라장이 펼쳐졌지만 황제는 알 길이 없어. 다만 수면 아래는 마치 다른 세상이 펼쳐진것처럼 고요해. 떨어지는 봉잠을 찾으려는듯 헤엄을 치는 황후의 옷자락이 파란 물 속에서 나풀거리지. 








호위들에게 끌어올려진 황제는 연거푸 기침을 하며 먹은 물을 뱉어냈어. 수영도 못 하는 주제에 황후를 따라가려다가 호되게 당한 꼴이었지. 마찬가지로 호위들에게 끌어 올려진 황후 역시 만약에 물에 빠질것을 염려한 것인지 챙겨온 모포를 두른채 덜덜 떨고 있었지. 수영을 잘 하는지 저처럼 물을 먹은것 같진 않지만 오들오들 떨면서도 모포를 벗고 일어서려는 모습에 황제는 불쑥 화가 치밀어오르지. 옷이 젖은 탓에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배가 눈에 잘 들어와. 여태 풍성한 옷에 가려져 있다보니 직접적으로 볼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눈으로 직접 보니 황후가 정말로 임신했다게 실감나. 그리고 그런 사람이 물에 풍덩 빠졌다는 것도. 앞다퉈 저에게 모포를 둘러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을 무시한 황제가 황후 앞에 서. 이 몸으로 어딜 들어가겠다고. 또 호수에 들어가야 한다며 고집을 피우는 황후에게 화가 나. 하는 말을 들어보니 무언가를 빠뜨린 모양이야. 그게 뭐가 대수라고. 울상이 되어 입이 톡 튀어나온걸 보고 한숨이 나와. 뭐가 그리 중요한거라고. 

도대체 무얼 빠뜨렸냐 물으니 혼인식 때 받은 봉잠이래. 황제도 똑같은걸 가지고 있으니 황후가 무얼 말하는지 알아. 그거 말고도 혼인날 황후전으로 향한 물건이 수도 없이 많은데 뭐가 그리 소중해서. 황제가 혀를 차며 황후의 손을 잡아. 안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아이를 가진 몸으로. 곧 여름 초입이라 물이 그렇게까지 차갑진 않았을텐데 추위를 많이 타는지 손 끝이 퍼렇게 질려있어. 거기다 아직 의식이 끝나지도 않았고. 그나마 다행인건 반대편으로 거의 온 상태에서 이 일이 벌어졌다는거야. 호수 한 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오도가도 못 했을텐데. 


황제는 황후를 달랬어. 봉잠은 새로 다시 만들어서 줄터이니 이만 포기하라고. 꼭 원한다면 사람들을 풀어서 찾게 할테니 이만 포기하라고 말이야. 조금만 더 가면 호수가 반대편이니 거기서 몸을 좀 녹이자고. 홑몸도 아닌데. 그 말에 여태 아래를 향하고 있던 눈동자가 살그마니 들려. 순간 황제는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너무 아파서. 가만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게 안타까워. 분명 제 말이 맞고 틀림이 없다는걸 아는데도 자신이 크게 잘못한것만 같아. 의식이 아직 진행중이라 예부의 관리들이 웅성거리고 난리가 나서 저들을 진정시켜야 하는 것도 맞고 제 말이 다 맞는건 틀림이 없는데, 힘없이 축 늘어진 손이 안타까워. 힘을 주어 붙드려는데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지. 곱게 내리깐 금빛 속눈썹이 햇살이 부딪혀 반짝거려. 물 때문일까, 아니면 눈물 때문일까. 행여나 또 어느날처럼 말없이 굵은 눈물방울만 떨어뜨리고 있으면 어쩌나 싶어 계속 뒤돌아보게 돼. 파랗게 질린 손톱이 자꾸 신경을 끌지. 매만져서 입김이라도 불어주고 싶은데 미련하게 가만히 자신이 둘러준 모포만 둘러쓰고 앉아있는게 마치 인형같아.





황제가 저를 달래자 황후는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떼를 썼나 싶어. 아직 의식은 진행중이고 가장 중요한건 배가 뒤집히거나 빠지지 않아야 하는건데 자신이 호수에 빠진 봉잠을 잡겠다고 빠졌잖아. 물론 이제와서 큰 의미가 없고 옛날만큼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는 해도 말이야. 거기다가 황제가 저를 따라서 빠졌고. 의식을 주최하는 두 명이 둘 다 물에 빠졌으니 이를 어째.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를 믿음만 쫒다가 의식을 망쳐버렸으니 황제가 화를 내도 어쩔 수 없을거야. 이래서 총애는커녕 미움 받지 않기도 힘들지도 몰라. 의식 도중에 호수에 뛰어든 황후라니 아마 역사에 기록될지도 몰라. 

의식을 망쳐서 송구하다 사죄를 하고 황후는 모포를 둘러썼어. 됐다는데도 굳이 굳이 황제가 제것까지 둘러주는 바람에 배로 두툼해진 나머지 둔해서 잘 움직일수도 없어. 혹시나 모포가 떨어질까봐. 황제 전용 모포라 그런지 화려하게 용이 그려진 모포를 둘러싸고 있으니 황송해서 어쩔줄을 몰랐지. 제것이 더 따뜻하다며 원래 저에게 둘러진 것을 벗겨낸 다음 원래 걸치고 있던 것을 둘러준 황제야. 안심이 안 되는지 가슴부분에 달린 여미는 끈을 두 번 세 번 단단히 묶은 다음에도 안심이 안 되는지,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훔쳐주고 나서야 한숨을 쉬어. 그 한숨이 마치 날카롭게 벼린 칼날처럼 가슴을 파고 들어. 곤란하시겠지. 의식이 끝난 후에 황후의 체신머리 없는 행동을 질책해야 한다면서 깐깐한 관리들이 들고 일어설지도 몰라. 도움이 되어도 모자랄판에 민폐만 끼치니 저도 안 좋아하겠다 싶어. 







결국 어쩌면 당연하게도 황후는 또다시 앓아 누웠어. 자리를 털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되서 다시 몸져눕게 됐지. 그 전에는 비를 좀 맞았다고 그렇게 알아누웠는데 이번엔 호수물에 아예 풍덩 빠졌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거야. 그 말은 황제가 또 야밤을 틈타 황후를 보러왔단 말이야. 앓느라 살이 쪽 빠진 황후는 어느날 아침에 베개에 눌려 찐빵 같았던 볼살을 찾아볼 수도 없을만큼 변했지. 잘 먹어도 모자랄 판에 살이 쭉쭉 내리기만 하니 큰일이야.

황제가 양상군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황궁에 소문이 안 퍼질 수가 없지. 황제가 밤마다 황후 처소를 들락날락 한다더라. 회임을 해서 폐하를 모시지도 못 하는데도 지극정성이더라. 실제와는 다른 소문이었지만 소문이란게 원래 사실에는 관심이 없는 법이잖아. 정작 황후는 약기운에 취해 하루종일 거의 잠만 자는데 말이야. 상사병 아닌 상사병에다가 얼마전에 털고 일어난 상태라 황후는 원래도 몸이 안 좋은 편이었어. 거기다 이번엔 자신이 의식을 망쳤다는 자책감이 황후를 괴롭혔지. 폐하께서 나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들으시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의식을 망쳤다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냥 관습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그래도 역대 황후들 중에 호수에 빠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떡하지. 저가 미워서 또, 사당에 가셨으면 어떡하지.






루스터행맨

2023.12.21 2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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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내센세 오심 ㅠㅠ씨바 존나 좋아
[Code: e3eb]
2023.12.21 22: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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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재밌어서 입술 물어뜯다 나 피났잖아 햐!
[Code: e3eb]
2023.12.21 22:41
ㅇㅇ
분명 두 사람의 인연을 끈끈하게 만들어줄 이벤트는 계속 발생하는데 마음은 엇갈리네ㅠㅠㅠㅠㅠ비맞으면서 키스할때도 그렇고 호수에 배를 띄워서 같이 타는 것도 그렇고...봉잠때문에 충동적으로 호수에 뛰어들고서는 의식 망쳤다고 황제가 화낼까 움츠러든 황후라니ㅠㅠㅠㅠ루황제가 제이크라고 불러준 중요한 순간인데 하필 상황이!!! 황후가 앓아누울때 몸도 그렇지만 마음의 병이 깊어질까 걱정된다ㅠㅠㅠ
[Code: 04a1]
2023.12.21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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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잠 잃어버렸어ㅠㅠㅠㅠ 겁쟁이 황제는 빨리 자기 마음 알아채라고ㅠ 얼굴 못보겠어서 밤에만 오고ㅠㅠㅠ그 사이에 제이크는 가라앉는 중이다ㅠㅠㅠ
[Code: fdfa]
2023.12.21 2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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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엇갈리는게 너무 맛도리다 ㅠㅠㅠㅠ
[Code: 0246]
2023.12.21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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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좋아요
[Code: 2afd]
2023.12.21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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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잉 ㅠㅠㅠㅠㅠ 우리 순둥이 ㅠㅠㅠ
[Code: a66c]
2023.12.21 2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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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황제 사람 풀어서 봉잠 찾아다줘라 ㅠㅠㅠ 우리 물만두 계속 아파서 어쩌냐 ㅠㅠ
[Code: 091e]
2023.12.22 0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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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미워서 또, 사당에 가셨으면 어떡하지.

마음 정리한다 해놓고 여전히 미움받기 무서워하는게 진짜 애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ㅠㅠㅠㅠ 물만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b24]
2023.12.22 0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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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미워서 또, 사당에 가셨으면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핫시 마음아파 제이크 우짜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9c3]
2023.12.22 01: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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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다크스타든 닥후스다든 앞에 서봐 계속 그렇게 구니까 제이크가 실체도 아닌 봉잠에 집착하지
[Code: 3d51]
2023.12.22 01: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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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맘고생에 붕키 찌찌 다 찢어졍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63e]
2023.12.23 0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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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거 개찌통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봉잠이 뭐라고 아이고 아가야ㅠㅠㅠㅠㅠ
[Code: f133]
2024.04.09 21: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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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미워서 또, 사당에 가셨으면 어떡하지

결국 이게 그렇게 사무칠 줄 알았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이밍도 너무 나빴자너ㅠㅠㅠㅠㅠ 안쓰럽다 진짜ㅠㅠㅠㅠㅠ
[Code: 50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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