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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연인/무순]









지옥 아래에 깔려 있는 또 다른 지옥에서 억눌린 비명이 간간이 이어졌다. 깎다가 만 나무 인형처럼 뭉툭하고 흐릿한 형체를 가진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채찍을 휘둘렀다. 귀청이 째질 것 같은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질 때마다 션웨이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이를 악물려다가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어서 입가가 온통 피로 범벅되어 턱 아래로 흘러서 뚝뚝 떨어졌고, 션웨이가 발작하듯 크게 움찔거릴 때마다 핏방울이 허공으로 튀었다.

그날 하루 치의 형벌을 빠짐없이 집행한 그림자는 갑자기 뚝 움직임을 멈추더니 돌아섰고, 그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션웨이는 한참동안 헐떡임과 신음을 흘리면서 고통 속에서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한기와 열기가 동시에 오르고 내리길 반복할 때 션웨이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주변에 잔뜩 튄 핏자국과 살점들이 점차 흐려지고,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가는 꿈 같은 광경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나면 션웨이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온 현실을 맞이했다. 고통으로 얼룩진 시간이 아로새겨진 기억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매순간이 절정으로 치솟는 허기와 목마름에 허덕이는 시간이 이어졌다.

식은땀을 흘리며 느릿느릿 눈을 깜박이던 션웨이는 탈진한 몸을 추스르기를 포기했다. 집행자가 떠난 직후부터 얼마나 지난 건지는 몰라도 션웨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루의 경계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집행자가 나타나야 하루가 지났음을 깨닫는 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었다. 숫자가 나오든, 침이 돌아가든 여러 시계가 있겠지만 이 지옥에서는 집행자가 하루에 한 번 나타나는 시계였다. 시간이 여전히 션웨이의 다리를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밟게 만들고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면서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숨 막히게 만드는 족쇄였다. 

야존이 션웨이를 찾아온 건 최근이었지만, 션웨이에게는 지겹도록 오래된 옛일 같았다. 만 년을 버텨낸 인내심이 허물어지는 착각에 시달릴 정도로 지옥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이 지옥에 떨어진 지 두 달쯤 된, 지금으로부터는 약 한 달 전이었다. 야존은 션웨이를 처음 보자마자 완전히 이성을 잃었고 곧바로 하늘로 올라가서 상고신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기세였다.

그러다가 집행자가 나타났고, 야존은 집행자가 션웨이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걸 보고 두 눈이 뒤집혀 달려들었다. 집행자가 손을 휘젓기만 했을 뿐인데 야존은 저 멀리 나가떨어져서 사흘 동안 쓰러져 있었다. 야존은 깨어나고 나서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있다가 션웨이를 돌아보았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보였지만, 션웨이는 말려봤자 듣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서 그저 야존이 하루빨리 단념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후로 야존은 매번 다른 방법으로 집행자를 죽이려 했고, 모두 실패하자 다음으로는 션웨이가 벌을 피할 수 있게 이것저것 시도했다. 그러나 션웨이는 하루에 한 번 채찍을 맞는 형벌을 매일 빠짐없이 받았다. 마침내 체념과 마주한 야존은 그 스스로도 초췌하고 절망하여 너덜너덜해진 모습이었고, 션웨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잘했어. 야존.”

션웨이가 고개를 숙인 채 우는 야존을 향해 말했다. 창백한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넌 최선을 다했어.”

정신적 충격에서 가까스로 회복한 야존은 최후로 션웨이를 구출할 방법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션웨이는 야존이 그 방법을 찾는 게 빠를지 아니면 만년이란 모래시계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먼저일지 회의적이었다.

“형, 기다려. 내가 반드시 여기서 꺼내줄 거야.”
“그 전에 하나만 약속해, 야존.”

션웨이가 말했다.

“아무에게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지 마. 윈란에게는 절대로. 나를 직접 본 사람 이외에 내가 살아있다는 걸 누구도 알아선 안 돼.”
“왜?”
“그 비밀이 새어나가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테니까.”

야존은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 그는 션웨이가 허언 따위 하지 않는다는 성격임을 되새기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했다. 야존은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한 걸 후회하게 됐다고 션웨이에게 말해주었다. 그날은 윈란이 임무 도중에 시도했던 자살행위가 미수에 그치면서 병원에 실려 간 날이었다.

이야기가 이어지기가 무섭게 집행자가 나타났고, 션웨이는 세상을 잊을 만큼 심지어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잊을 만큼 고통에 빠졌다. 야존은 두 눈을 꾹 감고 있었으나, 곁을 떠나지 않고 지옥 한가운데에 서서 션웨이의 비명을 들었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이 든 줄 알아?”

집행자가 사라지고, 숨이 넘어갈 뻔했던 션웨이가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야존이 말했다.

“형이 진심으로 반역죄를 저질렀어도 이만큼 지독한 벌을 받진 않았을 거라고.”

션웨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욕지거리를 홀로 씹어대던 야존이 거친 기세로 사라졌다. 엉뚱하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는 잔인한 일이기도 하지만 션웨이는 문득 궁금해졌다. 야존이 분노라면, 윈란은 무슨 반응을 보일지 알고 싶었다.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보았던 윈란은 혼란스러워했다. 예전부터 알고 있듯이 션웨이를 사랑해야 할지, 새로 배웠듯이 션웨이를 미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에는 네 이름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것이었던 그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는데. 션웨이는 찰나 동안 입안에서 혀를 움칠거리다가 이쪽으로 걸어오려는 윈란을 저지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윈란. 다가오지 마.”

션웨이는 이렇게 마지막 말이라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윈란에게는 그럴 틈이 없었다. 만약 그때 윈란에게 시간이 주어졌다면, 사랑해 마지않던 그 입술을 벌리고서 뭐라 말했을지 지옥에 떨어진 지금도 종종 궁금했다.

아란. 오늘의 넌 얼마큼 슬픔에 익숙해지고, 얼마큼 행복으로부터 멀어져 있을까. 너는 나를 원망하고 저주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만나지 말 걸 후회하고 있을까? 너는 무슨 마음으로 날 생각하고 있을까? 여전히 나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걸 기억하기는 할까? 

만약에 날 기억한다면, 언제까지…….

고독에 지친 션웨이가 스르르 눈을 감으며 정신을 잃었다.







줃 진혼 웨이란 롱거 주일룡백우
2019.04.14 00: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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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e: 0966]
2019.04.14 0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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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오ㅠ션웨이야ㅠ션웨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고통을 만년이나 겪어야한다니ㅠㅠㅠ상고신이고 나발이고ㅠㅠㅠㅠㅠ야존이 애써도 못 찾으니 어쩌나ㅠㅠㅠㅠㅠㅠㅠㅠ션웨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정말 만년동안 저러는 건 아니죠?ㅠㅠㅠㅠㅠㅠ
[Code: 6b65]
2019.04.14 01: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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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웨이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구나ㅠㅠㅠㅠㅠㅠㅠ 아존도 션웨이도 윈란이도 다 안타깝다ㅠㅠㅠㅠ
[Code: 05a6]
2019.04.14 14: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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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이건 너무잔인해ㅜㅜㅜㅜ션웨이 윈란옆에 못있는거부터 형벌인데ㅜㅜㅜㅜㅜ으앙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보는 야존도고통받고ㅜㅜㅜㅜㅜ어나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d628]
2019.06.28 15: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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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윽 ㅠㅠㅠㅠㅠㅠㅠ
[Code: e856]
2019.08.01 2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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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사랑해 센세...
[Code: eb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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