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196020611
view 2318
2019.04.12 22:25
0326223135579133.jpg
전편
01
02
03
04
05
06
07
08






[4월의연인/무순]








깊고도 어두운 곳을 향해 야존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텅 비어있는 공허를 뚫고, 어둠을 헤치며 끊임없이 나아갔다. 그가 만들어내는 소음 외에 작은 소리나 바람조차 없는 곳. 해성과는 까마득하게 멀고, 지성의 그늘보다도 더 짙은 암흑이 고여있는 지옥의 한구석. 단 한 명의 죄수를 위해 마련된 감옥이었다. 지옥 아래에 있는 지옥은 그 명성처럼 뜨거운 불길로 고통을 선사하는 환경과는 정반대로 고요하고 평화롭기까지 했다. 감옥에 갇힌 죄수를 제외하고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지만 이곳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자가 거의 없어 찾아오는 방문객이 단 한 명뿐이었다. 

감옥의 중심부에 다다른 야존이 멈춰 섰고, 끝을 알 수 없는 높이까지 솟은 거대한 기둥에 묶여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감옥은 지성이나 해성과 흐르는 시간이 다른지 몇 달 만에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를 덮을 정도로 길게 자라나 있었다. 신의 장난질인지 차림새도 만 년 전 시절로 되돌아가 있었다. 마치 본연의 모습을 잊지 말라는 교훈을 알려주는 것처럼. 밑바닥까지 추락한 몰골이 삿된 존재가 올라서 안 될 곳을 오르고, 넘봐선 안 될 존재를 넘본 대가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야존은 이를 갈았다.

사지를 축 늘어뜨린 채 사슬에 묶여있는 자가 곧 의식을 찾더니 고갤 들었다. 죄수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말했다.

“9일 하고도 18시간 24분 39초 만이구나.”
“좀 간만이었지?”

야존이 대답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해도 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 끔찍한 무력감도 마찬가지였다. 야존은 마침내 한숨을 내쉬며 깊숙한 곳에 깔린 화를 얼핏 드러냈다.

“형.”

야존이 말문을 열었으나, 션웨이가 먼저 질문을 꺼냈다.

“그는.....어떻게 지내?”
“어떨 것 같아?”

야존이 냉랭하게 되물었다. 그는 윈란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상처받은 표정이면서 윈란과 다르게 션웨이를 비난하는 눈빛이었다.

“약을 삼켰다더라. 맞춰 봐, 형. 이번에는 자오윈란이 살았을 것 같아, 죽었을 것 같아?”

션웨이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온몸을 칭칭 감고 있는 사슬에서 거친 소리가 나왔으나, 션웨이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살아..있는 거야? 그는....죽지 않은 거지?”

션웨이의 목소리에서 두려움과 의심, 조급함이 묻어나왔다. 그것들이 션웨이에겐 더없는 고통이라는 걸 알기에 야존은 화를 감추려 반대로 냉랭하게 비꼬았다.

“죄책감이 뭔지는 아나 보네. 이름도 제대로 내뱉질 못하는 걸 보면. 자오윈란이 어떻냐고? 형이랑 똑같아. 몸만 자유로울 뿐이지, 그 속은 곪아가고 있을걸. 알잖아. 저번에 임무 도중에 일부러 죽으려고 했던 것도....”
“야존...”

션웨이가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션웨이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야존을 응시한 션웨이가 말했다.

“너도 알잖아. 이게 최선이었다는 걸.”

야존은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 족히 만년 간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결과가 최선이라는 게 더없이 끔찍하고 화가 났다. 머릿속으로 벌써 수백 번이 넘도록 그날로 시간을 돌이켜보았지만, 야존은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션웨이는 천벌처럼 내리꽂히는 섬광을 맞고 쓰러지고, 조운란은 충격을 이기지 못해 혼절하고 마는. 차라리 그날 지성을 손에 넣고 해성까지 집어삼켰다면 션웨이가 맞은 천겁을 대신 맞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야존은 기꺼이 하늘의 뜻과 맞서 싸울 뜻이 있었다. 유일한 형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션웨이가 옳고, 야존이 그른 길을 걷고 있던 때에도 야존은 션웨이더러 틀린 선택을 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쉬운 말 한마디가 어려웠다.

야존이 말했다.

“형은 여기가 참을 만한지는 몰라도 나는 아냐.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통로를 이용해서....”
“절대로 안 돼.”

션웨이가 단호히 야존의 말을 끊어냈다.

“야존.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세계를 무너뜨리는 짓은 해선 안 돼.”
“왜? 어째서? 아무도 형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몰라. 놈들은 그저 형이 배반을 하기 직전에 운 나쁘게 실패한 줄로 알고 있어. 이건 알아? 형이 그렇게 숭배해마지않는 자오윈란조차 형의 결백을 밝혀내지 못했어. 형이 왜 그랬는지 이해하지도 못해. 그저 슬픔에 빠져 미쳐가고 있다고.”

야존이 감정을 쏟아내듯 말했다.

“이제라도 좀 말해 봐. 세계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자오윈란은 하루하루 다르게 죽어가. 필멸을 타고난 인간이라면 본래 그래야 하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죽어간다고. 도대체..... 형이 했던 일들은 무슨 가치가 있는 거야?”
“모든 것이었어.”

션웨이가 중얼거렸다. 야존이 제대로 못 들었는지 무슨 말을 했냐고 되물었다. 션웨이가 대답했다.

“내 선택에는 이 세계만큼의 가치와 무게가 담겨 있어.”

션웨이의 대답을 따라가던 야존은 어떤 결론에 도달했고, 환멸을 넘어선 슬픔 어린 눈이었다. 결국엔 한 사람이구나. 그를 위해서였어. 형은 그가 살아갈 세계를 구하고 싶은 것뿐이었잖아.

“그리고 내 영혼의 나머지 절반도.”

션웨이가 속삭이듯 덧붙였다. 예로부터 쌍둥이는 하나의 영혼을 나눠 가진 존재들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전설을 만들어낸 게 그들 형제라는 사실을 아는 자는 매우 드물었다. 션웨이는 애정을 숨기지 않은 눈으로 야존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야존은 잠에 빠져드는 션웨이의 얼굴을 붙잡으려다 허공만 어루만졌다. 야존은 션웨이가 축 늘어지며 반쯤 정신을 잃는 걸 보고 이를 악물었다. 

“나도 내 영혼의 절반이 소중한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형?”

야존은 더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션웨이를 끌어안았다.

“조금만 기다려 줘.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형을 구해낼 거야.”
“정말로 그런다면.....아무리 너라도...용서 안 해.”

션웨이는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야존은 션웨이의 긴 머리칼을 넘겨주면서 단호히 말했다.

“존귀한 상고신들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나뿐인 형마저 나를 싫어하게 되더라도 자오윈란은 날 용서해줄걸. 형도 알잖아. 형을 위해 못할 게 없는 자라는 거.”

야존의 눈빛에는 형을 구하고 말겠다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톨 주저함도 없이 옳은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야존은 길을 찾은 것처럼 단호하고 잡념이 사라진 듯 보였지만, 션웨이는 온갖 근심에 짓눌린 사람처럼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는 메마른 한숨을 몰아쉬더니 힘겹게 말했다.

“....돌아가.”
“형.”
“돌아가, 야존.”

지옥에 갇힌 죄수에게도 한 가지 권한이 있다면 찾아온 방문객을 쫓아낼 수 있는 축객령이었다. 야존은 하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섰고, 쌍둥이 사이에 놓인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져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

해성으로 돌아온 야존은 따사로운 햇살에 적응하지 못해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도 아름다울 수 있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줃 진혼 웨이란 롱거 주일룡백우
2019.04.12 22:35
ㅇㅇ
모바일
션웨이가 뭘 잘못해서 만년을 갖혀야하나유 ㅜㅜ
[Code: db97]
2019.04.12 22:59
ㅇㅇ
모바일
션웨이 안 죽었구나아ㅠㅠㅠㅠㅠ살아있었어ㅠ만년이라니ㅠㅠㅠ윈란이 생전에는 못본다는 거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윈란이와 야존을 위해서ㅠ션웨이 너무 가엾어요ㅠㅠㅠㅠㅠㅠㅠ그러면 뭘해ㅠ윈란은 고통속에 천천히 잠식돼서 죽어갈 텐데ㅠㅠ야존을 응원할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어나더ㅠ
[Code: 63e5]
2019.04.13 00:34
ㅇㅇ
모바일
맘아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윈란알면진짜쓰러지겠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션웨이풀어줘센세ㅜㅜㅜ
[Code: 9713]
2019.04.13 00:59
ㅇㅇ
모바일
윈란이 살아갈 세계를 위한 결정이 윈란을 죽게 만들어ㅠㅠㅠ이게 뭐야ㅠㅠㅠㅠㅠ 사랑하는 형이 저렇게 된 걸 옆에서 바라보는 야존ㅠㅠㅠㅠ마음 찢어져ㅠㅠㅠㅠ 션웨이야ㅠㅠㅠㅠ
[Code: c2d8]
2019.04.13 01:46
ㅇㅇ
모바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ㅠㅠ
[Code: cd13]
2019.04.13 12:03
ㅇㅇ
모바일
아ㅠㅠㅠㅠㅠ진짜 내가 다 가슴 찢어질 것 같은데ㅠㅠㅠㅠㅠㅠ자오윈란이랑 야존은 어떨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절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작 사랑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게 아니다 이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7ce]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