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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00:37

1~20 링크는 이전편에 (너무 길어져서 자름)
21. 샹크스의 결단이: https://hygall.com/571782137
22. 크로커다일의 위안이: https://hygall.com/572283022
23. 혼고의 걱정이: https://hygall.com/572633687
24. 버기의 혼돈이: https://hygall.com/572896470
25. 샹크스의 운명이: https://hygall.com/572901584
26. 크로커다일의 믿음이: https://hygall.com/573084752
27. 마르코의 재회가 : https://hygall.com/57316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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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 위에서, 푸른 머리를 높게 묶은 광대는 매 순간을 생각했다 - 이것은 모두 자신의 원죄임을. 자신이 시작한 일이었고 자신이 여기까지 끌고 온 일이었다. 자신이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해서, 어영부영 멍청하게 모든 것을 꼬아놓아서. 그동안 그는 모든 걸 제가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고, 당연지사 제가 이끌 기회조차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거였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없었고 - 제가 할 수 있는 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매 순간 기회를 주었다. 어떤 때는 이 외팔잡이에게, 어떤 때는 저 외팔잡이에게.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두 놈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끝없는 망망대해에 떠도는 것.

아니지, 자신은 어떤 순간에 누군가에게 기회를 준 주제에 같은 순간에 다른 누군가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그러니까 외줄타기를 한 것도 아니고 가운데 서서 양 손으로 동시에 폭탄을 던지고서는, 어느 쪽이 더 빨리 터지는지 가늠하려고 들었던 셈이었다. 그것이 양쪽 다를 피 흘리게 만드는지 알면서도. 공정한 척 하는 경기는 이미 시작해버린 걸까? 손 위에 여전히 누군가의 피가 묻은 채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이게 과연 누구의 것일까, 겁없는 빨간 머리일까 아니면 위대한 독재자의 것일까? 시야에 가득 차는 손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손을 몇 번이고 접었다 폈다가, 끝내는 손을 동강내어 바닷속에 담구었다. 잔뜩 풍기는 비릿한 피 냄새를 지워내고 싶어서. 

- 야, 너 미쳤어? 이 바다에 해왕류가 얼마나 많이 사는지 알기는 하는 거냐? 여기에 손 버리고 가고 싶은 거 아니면 당장 - 
 
갈디노가 제 손을 번뜩 바다에서 꺼내고, 몇 번이고 잔소리를 퍼부어댔으나 머리 안으로 들어오는 건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손 하나쯤 줘버리면 어때. 역시 굳이 고르라면 왼손이 좋을까, 어느 쪽이든 간에 동류가 되려면? 하지만 자신은 오른손잡이였다. 소중한 것을 내어 주려면 역시 주로 쓰는 쪽이 옳지 않나. 샹크스는 확실히 왼팔잡이지, 그렇다면 크로커다일은? 처음과 끝을 모두 알고 있는 대상과 중간만을 알고 있는 대상은 자연히 관점 자체가 완연하게 달랐다. 아니지, '끝'이 맞나? 샹크스는 정말 죽었나? 하지만 제가 찔렀는데. 그런 걸로 죽을 만한 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 그래도, 샹크스는 다르지 않았을까. 그 망할 놈이 스스로 죽을 길을 팠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사실이 되어서는 안되는 일인데 - 그 놈은 해적왕이 되어야 할 사내니까. 

 

- ... 내가 옆에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아.
- 뭐?

샹크스는 근본적으로 위대한 남자였고 해적왕이 될 남자였다. 제가 없어도 그는 그 자체로 빛났고 늘 완전했다고 믿었는데. 오히려 불완전한 것은 반대의 남자였다. 모래 안에 어두운 과거를 파묻고 눈물과 고통을 모두 감춘 남자. 스스로 빛나지 못해 늘 어두운 그림자 안에 들어 있는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구를 통해 모두를 끌어당겨 제 안으로 파묻는 남자. 도플라밍고를 넣고, 다스 보네스를 넣고, 쥬라클 미호크를 넣고, 갈디노를 넣고, 알비다를 넣고 - 결국 그 안에 자신도 넣은 그 남자. 그럼에도 그들은 사구 안에서 오롯하게 살아 있었다. 모두가 그 남자가 생명을 빼앗는 괴물이라고 중얼거리지만 그 남자는 제 먹잇감들을 오롯한 모양새로 뱉어내었다. 태양을 보다 눈이 먼 자는 있어도 모래 안에서 말라 비틀어진 자는 없었다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그 남자야말로 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해적왕이 못 되어도 좋아, 원피스를 못 찾아도 좋아. 누가 말했듯이 우리는 '가족'의 형태를 띄고 있었으니까. 그 길드에서 제가 선택한 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습게도 딱 하나 있었다. 그 사내가, 우뚝 선 채로. 우습게도 양지에서 빛나는 남자가 제게 손을 뻗었는데도 음지에서 암약*하는 남자를 선택하다니. 그건 제가 결국에는 그림자였기 때문이리라, 모두가 중얼거리듯 그 반짝이는 태양의 그림자로서.

*어둠 속에서 활동하며 날고 뛴다 

- 아직 목적지까지는 조금 남았으니까 머리 아프면 누워서 자기라도 하든가, 어?
- 으응.
-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네가 생각하면 늘 이상한 문제가 생기더라니까.

투덜거리는 갈디노의 말마따나 무엇이든 생각하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는데도 자꾸만 목이 말랐다. 생각을 멈출 수는 없어, 할 수만 있다면 이 머리통을 당장 저 바다에 담궈버리고 싶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이라도 바다 안으로 쓸어보내게, 그리하여 해왕류가 그것을 먹어가 버리도록 - 제 손을 제물로 바쳐서라도. 저 바닷물을 전부 들이키고 싶을 정도로 갈증이 치달아 올랐다. 이걸 마신다면 나는 무엇으로 죽게 될까, 해왕류에게 먹혀 버릴까? 아니면 망할 악마의 열매 때문에 힘이 빠져서 흐느적거리다가? 샹크스와 같은 운명에 처해 버릴까 아니면 크로커다일과 같은 운명이 될까. 정답을 알 수 없으므로 궁금증은 하늘 끝까지 치솟았지만 직접 실행해볼 용기는 없었다. 버기는 그런 남자였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겁쟁이 그 자체. 평생에 걸쳐 외면했던 것들이 자꾸만 휘돌아 제 목줄을 움켜쥐고 자신을 죽이려 들었다. 이건, 결국에는 어느 누구도 아닌 제 원죄였다.  

- 갈디노.
- 응?
- 샹크스는 죽었을까?
-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왜냐면,

나는 정말 답을 모르겠거든. 샹크스가 정말 죽었을지, 아니면 살아남아서 다시 돌아올지. 샹크스는 늘 그랬잖아, 사라져버린 척 하면서 결국에는 제 곁으로 돌아왔다. 관성을 가진 추마냥, 때가 되면 집을 향해 돌아오는 철새마냥. 중요한 것은 그런 것과는 다르게도 제 친우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아아, 나는 참으로 멍청하지. 애초에 그를 거두어 기른 로저부터가 예측 가능한 범주 안에 있는 남자가 아니었는데 - 그를 똑 닮아버린 샹크스가 예측이 가능했으면 한다니.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것이었다. '바랄 수가 없는' 것이었는데 자신은 그걸 바랬다. 그래서 이 사단이 나 버린 거야. 결국에는 전부 제 탓이었음을. 그렇다면 크로커다일 경도? 

- 그래. 크로커다일 경은 정말로 예측할 수 없는 남자지.
- ...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 그 머리통으로 생각할 만 한 건 뻔하지. 그는, 언젠간 반드시 돌아올 거다.

원래가 그런 남자니까. 실체가 없어 애매한 물음에 답을 준 것은 의외의 남자였다. 제가 질문을 한 남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대답을 한 건 다른 남자였다. 검은 외팔잡이의 심복,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쪽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남자. 이 배가 출발한 그 순간부터 침묵을 지키던 그가 입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모든 것이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자신은 두 남자를 모두 바다 안으로 흘려보냈다. 한 남자는 배를 찔러, 한 남자는 가슴을 찔러서. 그 둘이 살아남긴 했을까? 자신은 늘 답을 알 수 없었다. 하다못해 지금은 크로커다일이 살아남았는지도 모르겠는걸. 매의 눈이 따라갔으니 분명히 공격에서는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상으로 얼마나 버텨냈을까. 애초에 목표지는 어딜까, 그가 생각하는 '안전한 곳'이 어디냔 말이지. 크로커다일만큼은 제게 늘 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지금 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니까. 이건 완전한 고독이자 나태였다. 

- ... 우린 어디로 가지?
- 뉴 스파이더스 카페로. 곧 도착한다.
- 뉴 스파이더스 카페?
- 모래왕의 모래에 파묻혀 있던 자들이 만들어낸 곳이다.

무슨 소리인지 알 법 하면서도 알 법하지 않았다. 인상이 강한 남자, 다스 보네스가 갈디노의 뒤 쪽으로 손을 쭉 뻗어 작은 무인도를 손짓으로 가르켰다. 저 섬이 보이나?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덧붙였다. 알라바스터에서 보스의 밑에 있던 녀석들이 저 카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금을 - 보스가 전부 제공했지.

- 내가 너에게 갔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금의 일부는 - 
- ....
- 저들에게로 간 거였다.

저들이 해군의 추적에서, 보스의 적에게서 안전하게 피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었던 셈이지. 저와 같이 아무것도 몰랐는지 갈디노의 황망한 시선이 그 쪽을 향하고, 이 작은 배의 우두머리가 제 쪽을 향해 한숨과도 같은 숨을 뱉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 보스는 네가 묻는다면 전부 대답해 주라고 했다.
- .... 어째서?
- 어째서냐니. 

보스와 같이 길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너잖냐. 거 봐, 우습게도 모래 속에 빨려들은 제물들은 전부 온전한 형태로 살아서, 그것도 제 발로 걸어 나왔다. 그들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천냥광대는 우습게도 그 고독 속에서 결국에 웃고야 말았던 셈이었다. 물론 나는 마음에 안 들지만. 덧붙여지는 목소리는 어느새. 곧 정박한다는 목소리에 묻혀 출처 모를 충족감과 함께 깊디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져 내렸다. 그토록 풍문 속에 숨겨져 있던 - 크로커다일의 유토피아, 그의 모래 폭풍 안이 자신을 환영하고 있었다.

- 그는 살아남을 거다. 원래가 그런 남자이지 않았냐.

어느 쪽을 말하는지도 여전히 모르겠는, 갈디노의 목소리까지도. 

   
*
아 진짜 제목 좀 통일했어야 했는데;;; 
지지부진한데... 내용도 전개도 제자린데 재밌게 봐줘서 늘 감사한 마음뿐이죠 습습 

샹버기 크로버기 

2024.05.03 00:54
ㅇㅇ
ㅁㅊ... 센세...? 뤼얼리 유?
[Code: f9c1]
2024.05.03 00:56
ㅇㅇ
와 센세 다음편 보고싶었는데!!!!!
[Code: 74fe]
2024.05.03 00:57
ㅇㅇ
버기가 크로커다일 묘사한 부분 좋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74fe]
2024.05.03 12:12
ㅇㅇ
모바일
미친센세 선설리………
[Code: 4700]
2024.05.04 16:13
ㅇㅇ
모바일
미친??!!! 으아아아ㅏ 센세 ㅠㅠㅠㅠㅠㅠㅠ
[Code: 538c]
2024.05.04 23:05
ㅇㅇ
모바일
미친 센세????? 와 버기색창 놓지 않고 매일 검색한건 센세를 만나기 위한 한걸음이었어
[Code: 8a22]
2024.05.05 13:16
ㅇㅇ
모바일
센세...? (주먹울음)
[Code: 8f1e]
2024.05.07 00:26
ㅇㅇ
미친 내센세 컴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648]
2024.05.11 22:12
ㅇㅇ
모바일
센세이즈백!!!!! 축배를들자!!!!!!! 화끈하게연회다!!!!!!!!!!!!!!
[Code: 204a]
2024.05.13 23:13
ㅇㅇ
모바일
센세 시발 어디갔다온거야 길잃은 미아처럼 센세를 외치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기뻐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7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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