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308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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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8 23:44
1~20 링크는 이전편에 (너무 길어져서 자름)
21. 샹크스의 결단이: https://hygall.com/571782137
22. 크로커다일의 위안이: https://hygall.com/572283022
23. 혼고의 걱정이: https://hygall.com/572633687
24. 버기의 혼돈이: https://hygall.com/572896470
25. 샹크스의 운명이: https://hygall.com/572901584
이 지지부진한 촌극을 뭐라 불러야 하지? 크로커다일은 잔뜩 부상당한 배를 잡고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 내일 신문 헤드라인이 꽤나 볼만하겠다고. 보나마나 사황 두 놈의 격돌, 그리고 광대가 승리했다는 간단한 내용밖에는 쓸 수 없는 것이 해군의 입장이겠다만은, 다른 해적 무뢰배 놈들이 그 헤드라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모두의 관심을 이끌어내던 절대적인 존재를 꺾어내는 새로운 샛별의 등장은 그 이전의 왕을 꾸준히 지켜보던 놈들에게는 최적의 기회였다. 그들이 품고 있던 감정의 존재가 경외감이든, 존경심이든, 호전성이든, 승부욕이든, 하다못해 복수심이든. 제가 경험했던 '그것'을 이 망할 광대에게 온전하게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이 광대는 사황이라는 것 자체도 원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스스로 원한 일이었든 아니든 간에, 이 망할 모래 폭풍 안으로 끌어들인 건 자신이었으니 책임도 자신이 져야 했다.
- 이봐, 정신 차릴 수 있나?
우스꽝스러운 쇼 이후 공격할 생각도 잊어버린 채로 온통 웅성거리던 빨간머리 해적단이 축 늘어진 제 선장을 물에서 건져내 후퇴하고, 사막의 대부는 그동안 긴장하고 있던 몸을 축 늘어트렸다. 제기랄, 이 망할 길드는 애초부터 그 놈의 크루들과는 상대조차가 안 됐다고. 저 쪽은 사황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사황이 되어 '가장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한' 남자였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했으나 최고 간부를 제외하고서도 이 정도의 격차라. 군벌의 우두머리는 흰수염에게 도전했던 그 어린 날의 감각을 20여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다시 느낀 셈이었다. 그 살의를 마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모공이 성연하고 식은땀이 흐르던 -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되던 그 날 이후로. 그러나 우습게도 이번에는 두렵지 않았다. 그런 남자와 죽음을 걸고 정면으로 맞대결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제 품 안에 있으니까. 그것이 제 품 안에 머리를 박고 괜찮을 거라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 광대 자신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강요를 밟아내면서까지. 그리고 그것이 그 왕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총에 맞은 이후 어느 정도 아물던 상처를 밟아버린 그 발자국마저도.
- ... 아아, 그래. 아직은.
- 그렇다면 지시해라, 악어.
- ... 지시?
- 늘 그렇듯이 지시하는 건 자네의 일, 이행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
무엇이 되었든 네가 원하는 대로 이뤄 주겠다. 해병 사냥꾼이자 매의 눈, 그 붉은 머리조차도 상대하기 까다로워하는 남자. 대해적 시대에 강함으로만으로 쳐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가뿐하게 들어올 이 남자와 안 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같잖지도 않는 영웅놀이에 바라지도 않았던 모법생 놀이까지 해가며 숨죽이고 살던 20년, 그 안의 8년이 채 못 되는 정도가 이 무지막지한 남자와 엮여 있었으니까. 무료한 인생을 바라는 주제에 은근하게 누구보다도 사건사고를 만드는 것에 능한 사람이 이 남자, 매의 눈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크로커다일은 생각했던 셈이었다 - 사건사고를 만드는 것에 능한 놈과 그 운에 편승하는 것에 능숙한 놈에 자신. 크로스길드는 그 구성부터가 이미 글러먹었었다고. 조용히 준비해오던 일이 전복되고 온 세상이 시끄러워진 만큼 스스로도 시끄러워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꼭 제가 우두머리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나 전면에 드러날 실력자가 있어야 해. 그렇다면 그건 누굴까. 역시 도플라밍고? 아니면-? 시가를 뻑뻑 피우고 다즈의 보고를 들으며, 사막의 대부는 딱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제 와서 되돌아봐도 가능성은 사실상 하나 뿐이었기에.
- 왜 하필 매의 눈이지?
- ... 난 시간 낭비를 싫어해.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
- 네 놈 그 남자랑 손 잡을 생각이잖아.
- 애초에 무슨 상관이지? 네 일이 아닐 텐데.
크로커, 난 그 남자가 싫어. 그 노란 눈이 특히. 뭐 같은 새면서 동족혐오라도 하나. 끔찍한 웃음소리로 웃어대던 도플라밍고의 발걸음이 가까이 붙었다. 금세 손목이 붙들리고 금발 머리가 낮게 속삭였다 - 그 샛노란 눈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는 놈이 바로 그 매지. 그 놈이랑 어울리다가는 언젠간 크게 뒤통수를 맞게 될 걸. 매는 발톱을 드러낸 채로 다니는 걸 기억해야 할 거야. 당시에는 코웃음만 치고 말았으나, 우습게도 그래서 사막의 대부는 사실 꽤 오랜 기간 생각했던 셈이었다 - 그 날카로운 노란 눈을 똑바로 마주하면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하고. 그리고 이것이 그 순간이었다.
- ... 자네는 사업가지, 나는 검사고.
- ... 뭐?
- 검을 걸고 약속하지, 네 소망을 이뤄 주겠다고.
그러니까 명령해라. 그가 들고 있던, 적의 피인지 그의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잔뜩 묻은 요루가 제 앞 바닥에 깊이 박혔다. 크하하, 미친 새끼. 그도 자신도 우습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제 인생에서 나타나는 무료함을 떨쳐 버리려는 생각이었다면 그의 선택은 꽤 정확한 셈이었다, 자신은 늘 누군가가 보여주는 작은 호의에 지나치게 약하니까. 상처 입은 몸에 열이 자꾸만 오르는지 눈 앞이 몽롱했다. 머리가 자꾸만 삐거덕 소리를 내며 돌았다. 어쩔 거냐, 크로커다일. 어쩔 거냐고 - 생각해, 당장 생각해 내야 해. 웃기지도 않는 이 길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아, 애초에 그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딱 하나 뿐이었다. 빨간 머리가 과연 정말로 '죽었'을까? 아니, 그 놈이라면 그럴 리가 없어. 그것은 일종의 쇼였다. 자신에게 화난 것이 있다면 이번 한 번으로 풀어달라는 일종의 항거라고. 강자가 보여줄 수 있는 단 한번의 관용이었으니 그는 죽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 ... 우리를 마저 죽이려고 들겠지.
광대를 빼돌리는 일이었다. 그래, 광대를 빼돌리는 일. 그것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빨간 머리는 광대를 죽일 생각조차도 없을 테니까. 그가 죽여야 하는 건 자신, 그리고 제 편을 들겠다고 결정한 저 망할 매의 눈이었다. 목표는 확실해, 그렇다면 미끼도 확실하게 제가 되어야 했다. 어떤 위험이 있어도 저 광대에게는 미룰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숨통을 끊어주지, 잠복한 채로 사냥감이 덫에 걸리길 기다릴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 그의 확실한 장기였다. 정말 만약, 1%의 가능성으로 그 붉은 머리가 정말 죽었다면 - 그래도 그의 잔당들이 복수랍시고 노리게 되는 건 역시 광대라기보다는 이 쪽. 그러니까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단 하나뿐이었다. 매의 눈을 제 파트너로 선택했던 것과 같이.
- 찣어지자. 매의 눈, 너는 광대랑 가라.
- 나는 너랑 간다.
- ... 뭐?
- 보호가 필요한 건 네 쪽이다. 이의 같은 건 안 받아.
- ... 다즈! 광대와 가라.
매의 눈은 쓸데 없이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빨랐다. 도플라밍고를 거절한 이유가 그래서였는데 새 파트너도 저래서야. 혀를 끌끌 차는 사이 가까이 다가온 다즈 보네스가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시야를 맞추었다. 예,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래, 역시 부하라면 이렇게 질문 없이 따르는 것이 적격이었는데도 - 우습게도 저 망할 검사한테는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애초에 이 둘은 카테고리가 달랐던 걸지도 모르겠는지도. 당장 출발해라, 여비는 가지고 있어? 보조로는 갤디노를 데리고 가, 뉴 스파이더스 카페로 가라. 거기서 미스 골든 위크를 찾아, 그 녀석이 뭐든지 해결해줄 거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제 충실한 킬러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뒤의 MR.3이 제 쪽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녀석들하고 아직 연락하셨던 겁니까? 멍청하기는, 그 놈들이 그 망할 카페 세울 때 쓸 만한 돈을 누가 대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점조직이란 애초에 그런 것이었다 - 오히려 점으로 분산되어 있기에 더 분산되어 있지, 그러니 결합할 선을 긋는 순간 고정된 패밀리들보다 더 많은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 결합할 명분이나 약간의 감정만 있다면 모든 것은 그 무엇보다도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었다고. 이제 선을 그어 불을 붙일 때였다는 걸 이 지략가는 정확하게 판단한 셈이었다.
- 혼자는 싫어, 너도 어디선가 또 죽어버리려고 그러는 거지?
- ... 아니,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해라.
- ... 너는 어쩌려고 그래?
- 나는 괜찮을 거야,
내가 가장 안전한 곳을 아니까. 광대가 품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올려 낮게 속삭였다. 너를 잃기는 싫어, 무섭단 말이야. 눈물도 많고 겁도 많은 주제에 블러핑을 워낙 잘하는 녀석이라 솔직한 모습은 꽤 처음이었던 셈이라 크로커다일은 만족스럽게 울었다. 그런 놈이 저를 위해서 무엇을 감수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악어는 이빨을 드러내고 포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수면 아래로 몸통을 감췄다. 그는 이대로 느긋하게 기다릴 셈이었다 - 그 겁 없는 먹이가 걸려들을 때까지. 갈디노를 따라가, 알았나? 네 서커스단도 데려가도록 하고. 광대가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갈디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가, 뒤를 돌아 제 이름을 크게 외쳤다. 곧바로 이어지는 급하게 다가오는 발걸음, 그리고는 화장하지 않은 입술로 제 이마에 성스럽게 입맞추었다. 제 평균보다 조금 높은 뜨거운 입술이 무운을 빌고, 재회를 소망하면서.
- 매의 눈, 너는 나랑 갈 데가 있다. 후회 안 하겠나?
- 내 의견은 변함이 없다, 지옥까지 같이 가주지.
그러면 출발하자고, 지옥까지는 영 갈 길이 머니까. 저 의사 놈이나 같이 태워, 가는 길에 뒤지면 좀 곤란하거든. 그렇게 바다에 몸을 담굴 수 없는 바다 악어는 늪을 향해 발걸음을 다시 떼기 시작했던 셈이었다. 누군가를 목표로 한 잠복을 시작할 때가 되었으니까.
*
아 진짜 이거 괜찮..나..
샹버기 크로버기
21. 샹크스의 결단이: https://hygall.com/571782137
22. 크로커다일의 위안이: https://hygall.com/57228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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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샹크스의 운명이: https://hygall.com/572901584
이 지지부진한 촌극을 뭐라 불러야 하지? 크로커다일은 잔뜩 부상당한 배를 잡고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 내일 신문 헤드라인이 꽤나 볼만하겠다고. 보나마나 사황 두 놈의 격돌, 그리고 광대가 승리했다는 간단한 내용밖에는 쓸 수 없는 것이 해군의 입장이겠다만은, 다른 해적 무뢰배 놈들이 그 헤드라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모두의 관심을 이끌어내던 절대적인 존재를 꺾어내는 새로운 샛별의 등장은 그 이전의 왕을 꾸준히 지켜보던 놈들에게는 최적의 기회였다. 그들이 품고 있던 감정의 존재가 경외감이든, 존경심이든, 호전성이든, 승부욕이든, 하다못해 복수심이든. 제가 경험했던 '그것'을 이 망할 광대에게 온전하게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이 광대는 사황이라는 것 자체도 원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스스로 원한 일이었든 아니든 간에, 이 망할 모래 폭풍 안으로 끌어들인 건 자신이었으니 책임도 자신이 져야 했다.
- 이봐, 정신 차릴 수 있나?
우스꽝스러운 쇼 이후 공격할 생각도 잊어버린 채로 온통 웅성거리던 빨간머리 해적단이 축 늘어진 제 선장을 물에서 건져내 후퇴하고, 사막의 대부는 그동안 긴장하고 있던 몸을 축 늘어트렸다. 제기랄, 이 망할 길드는 애초부터 그 놈의 크루들과는 상대조차가 안 됐다고. 저 쪽은 사황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사황이 되어 '가장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한' 남자였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했으나 최고 간부를 제외하고서도 이 정도의 격차라. 군벌의 우두머리는 흰수염에게 도전했던 그 어린 날의 감각을 20여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다시 느낀 셈이었다. 그 살의를 마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모공이 성연하고 식은땀이 흐르던 -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되던 그 날 이후로. 그러나 우습게도 이번에는 두렵지 않았다. 그런 남자와 죽음을 걸고 정면으로 맞대결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제 품 안에 있으니까. 그것이 제 품 안에 머리를 박고 괜찮을 거라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 광대 자신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강요를 밟아내면서까지. 그리고 그것이 그 왕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총에 맞은 이후 어느 정도 아물던 상처를 밟아버린 그 발자국마저도.
- ... 아아, 그래. 아직은.
- 그렇다면 지시해라, 악어.
- ... 지시?
- 늘 그렇듯이 지시하는 건 자네의 일, 이행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
무엇이 되었든 네가 원하는 대로 이뤄 주겠다. 해병 사냥꾼이자 매의 눈, 그 붉은 머리조차도 상대하기 까다로워하는 남자. 대해적 시대에 강함으로만으로 쳐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가뿐하게 들어올 이 남자와 안 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같잖지도 않는 영웅놀이에 바라지도 않았던 모법생 놀이까지 해가며 숨죽이고 살던 20년, 그 안의 8년이 채 못 되는 정도가 이 무지막지한 남자와 엮여 있었으니까. 무료한 인생을 바라는 주제에 은근하게 누구보다도 사건사고를 만드는 것에 능한 사람이 이 남자, 매의 눈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크로커다일은 생각했던 셈이었다 - 사건사고를 만드는 것에 능한 놈과 그 운에 편승하는 것에 능숙한 놈에 자신. 크로스길드는 그 구성부터가 이미 글러먹었었다고. 조용히 준비해오던 일이 전복되고 온 세상이 시끄러워진 만큼 스스로도 시끄러워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꼭 제가 우두머리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나 전면에 드러날 실력자가 있어야 해. 그렇다면 그건 누굴까. 역시 도플라밍고? 아니면-? 시가를 뻑뻑 피우고 다즈의 보고를 들으며, 사막의 대부는 딱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제 와서 되돌아봐도 가능성은 사실상 하나 뿐이었기에.
- 왜 하필 매의 눈이지?
- ... 난 시간 낭비를 싫어해.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
- 네 놈 그 남자랑 손 잡을 생각이잖아.
- 애초에 무슨 상관이지? 네 일이 아닐 텐데.
크로커, 난 그 남자가 싫어. 그 노란 눈이 특히. 뭐 같은 새면서 동족혐오라도 하나. 끔찍한 웃음소리로 웃어대던 도플라밍고의 발걸음이 가까이 붙었다. 금세 손목이 붙들리고 금발 머리가 낮게 속삭였다 - 그 샛노란 눈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는 놈이 바로 그 매지. 그 놈이랑 어울리다가는 언젠간 크게 뒤통수를 맞게 될 걸. 매는 발톱을 드러낸 채로 다니는 걸 기억해야 할 거야. 당시에는 코웃음만 치고 말았으나, 우습게도 그래서 사막의 대부는 사실 꽤 오랜 기간 생각했던 셈이었다 - 그 날카로운 노란 눈을 똑바로 마주하면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하고. 그리고 이것이 그 순간이었다.
- ... 자네는 사업가지, 나는 검사고.
- ... 뭐?
- 검을 걸고 약속하지, 네 소망을 이뤄 주겠다고.
그러니까 명령해라. 그가 들고 있던, 적의 피인지 그의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잔뜩 묻은 요루가 제 앞 바닥에 깊이 박혔다. 크하하, 미친 새끼. 그도 자신도 우습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제 인생에서 나타나는 무료함을 떨쳐 버리려는 생각이었다면 그의 선택은 꽤 정확한 셈이었다, 자신은 늘 누군가가 보여주는 작은 호의에 지나치게 약하니까. 상처 입은 몸에 열이 자꾸만 오르는지 눈 앞이 몽롱했다. 머리가 자꾸만 삐거덕 소리를 내며 돌았다. 어쩔 거냐, 크로커다일. 어쩔 거냐고 - 생각해, 당장 생각해 내야 해. 웃기지도 않는 이 길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아, 애초에 그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딱 하나 뿐이었다. 빨간 머리가 과연 정말로 '죽었'을까? 아니, 그 놈이라면 그럴 리가 없어. 그것은 일종의 쇼였다. 자신에게 화난 것이 있다면 이번 한 번으로 풀어달라는 일종의 항거라고. 강자가 보여줄 수 있는 단 한번의 관용이었으니 그는 죽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 ... 우리를 마저 죽이려고 들겠지.
광대를 빼돌리는 일이었다. 그래, 광대를 빼돌리는 일. 그것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빨간 머리는 광대를 죽일 생각조차도 없을 테니까. 그가 죽여야 하는 건 자신, 그리고 제 편을 들겠다고 결정한 저 망할 매의 눈이었다. 목표는 확실해, 그렇다면 미끼도 확실하게 제가 되어야 했다. 어떤 위험이 있어도 저 광대에게는 미룰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숨통을 끊어주지, 잠복한 채로 사냥감이 덫에 걸리길 기다릴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 그의 확실한 장기였다. 정말 만약, 1%의 가능성으로 그 붉은 머리가 정말 죽었다면 - 그래도 그의 잔당들이 복수랍시고 노리게 되는 건 역시 광대라기보다는 이 쪽. 그러니까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단 하나뿐이었다. 매의 눈을 제 파트너로 선택했던 것과 같이.
- 찣어지자. 매의 눈, 너는 광대랑 가라.
- 나는 너랑 간다.
- ... 뭐?
- 보호가 필요한 건 네 쪽이다. 이의 같은 건 안 받아.
- ... 다즈! 광대와 가라.
매의 눈은 쓸데 없이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빨랐다. 도플라밍고를 거절한 이유가 그래서였는데 새 파트너도 저래서야. 혀를 끌끌 차는 사이 가까이 다가온 다즈 보네스가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시야를 맞추었다. 예,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래, 역시 부하라면 이렇게 질문 없이 따르는 것이 적격이었는데도 - 우습게도 저 망할 검사한테는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애초에 이 둘은 카테고리가 달랐던 걸지도 모르겠는지도. 당장 출발해라, 여비는 가지고 있어? 보조로는 갤디노를 데리고 가, 뉴 스파이더스 카페로 가라. 거기서 미스 골든 위크를 찾아, 그 녀석이 뭐든지 해결해줄 거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제 충실한 킬러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뒤의 MR.3이 제 쪽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녀석들하고 아직 연락하셨던 겁니까? 멍청하기는, 그 놈들이 그 망할 카페 세울 때 쓸 만한 돈을 누가 대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점조직이란 애초에 그런 것이었다 - 오히려 점으로 분산되어 있기에 더 분산되어 있지, 그러니 결합할 선을 긋는 순간 고정된 패밀리들보다 더 많은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 결합할 명분이나 약간의 감정만 있다면 모든 것은 그 무엇보다도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었다고. 이제 선을 그어 불을 붙일 때였다는 걸 이 지략가는 정확하게 판단한 셈이었다.
- 혼자는 싫어, 너도 어디선가 또 죽어버리려고 그러는 거지?
- ... 아니,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해라.
- ... 너는 어쩌려고 그래?
- 나는 괜찮을 거야,
내가 가장 안전한 곳을 아니까. 광대가 품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올려 낮게 속삭였다. 너를 잃기는 싫어, 무섭단 말이야. 눈물도 많고 겁도 많은 주제에 블러핑을 워낙 잘하는 녀석이라 솔직한 모습은 꽤 처음이었던 셈이라 크로커다일은 만족스럽게 울었다. 그런 놈이 저를 위해서 무엇을 감수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악어는 이빨을 드러내고 포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수면 아래로 몸통을 감췄다. 그는 이대로 느긋하게 기다릴 셈이었다 - 그 겁 없는 먹이가 걸려들을 때까지. 갈디노를 따라가, 알았나? 네 서커스단도 데려가도록 하고. 광대가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갈디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가, 뒤를 돌아 제 이름을 크게 외쳤다. 곧바로 이어지는 급하게 다가오는 발걸음, 그리고는 화장하지 않은 입술로 제 이마에 성스럽게 입맞추었다. 제 평균보다 조금 높은 뜨거운 입술이 무운을 빌고, 재회를 소망하면서.
- 매의 눈, 너는 나랑 갈 데가 있다. 후회 안 하겠나?
- 내 의견은 변함이 없다, 지옥까지 같이 가주지.
그러면 출발하자고, 지옥까지는 영 갈 길이 머니까. 저 의사 놈이나 같이 태워, 가는 길에 뒤지면 좀 곤란하거든. 그렇게 바다에 몸을 담굴 수 없는 바다 악어는 늪을 향해 발걸음을 다시 떼기 시작했던 셈이었다. 누군가를 목표로 한 잠복을 시작할 때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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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이거 괜찮..나..
샹버기 크로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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