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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00:15
1~14 링크는 이전편에 (너무 길어져서 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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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저녁, 내일 있을 즐거운 일탈을 위해 빨간 머리 샹크스는 제 방에 틀어앉아 제 검을 몇 번이고 닦고 있었다. 이미 저를 비롯한 모든 것이 검에 비쳐 보일 정도로, 저만큼이나 잔뜩 날이 서 있는 검이지만 -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서는 뭐든지 부족해보이는 법이니까. 몇 번이고 검을 닦고, 보조용으로 차고 있는 총탄의 화약을 점검하고, 혹시 모를 일을 위해 위급용으로 단검이나 차둬야 하나 싶어 서랍을 뒤지는 그 내내 이 붉은 머리는 즐거워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그것을 인식한 그 순간 샹크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살짝 다물었다가 결국 금세 다시 리듬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막을 순 없어, 이것은 그들이 어렸을 적부터 부르던 '로저 해적단'에서의 유물이니까. 로저 해적단의 해체 이후로 몇 년을 부르지 않았던 것인데도 몇 번이고 부른 것마냥 거침이 없이 흘러나왔던 그 노래라고. 그 동안 이 외팔잡이 사내는 전투를 앞두고서 콧노래를 부른 일이 없었다. 그러니 선원들이 보기에 이상할까봐 멈춘 것도 사실이었으나 - 그는 즐거운 나머지 흥얼거리는 걸 억제할 수 없었다. 곧 제게 다가올 일들이 너무나도 기대되고 또 기뻤으니까. 

그러니까 그 정도로 즐거워 미칠 지경이었'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응? 하고 되묻자 럭키 루가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목, 경계병이 좀 이상한 걸 봤어. 갑판에 나와 봐야겠는데. 그래? 옆 쪽으로 내려놓은 검을 집어들고 일어서자 럭키 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무기는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아. 그 말이 도취된 사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피라미인가? 굳이 제가 검을 들지 않아도 상대 해적단을 전멸시킬 만큼 제 해적단 일원들은 전부 평균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팔을 잃고도 도전했던- 30억의 현상금을 달고서 제가 이 시대의 왕이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붉은 머리 꼬맹이마냥.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던 루피에게는 조금 미안하게 됐지만 그 꼬마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는지도, 아니라면 살아나 또 다른 팔을 미끼로 제게 덤빌 것이고. 무엇보다도 루피가 친하게 지내 왔던 '흑발의 다른 동맹' - 의사랬던가 하는 - 은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 실제로도 살려 주었고. 젊은이의 성장이 어쩌고 운운하며 그 붉은 머리의 성장을 높게 쳐줬던 것도 사실이었고, 무료한 일상에 한 가지 유희였던 그의 도전을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 그의 첫 도전 초입부터 이 빨간 머리는 알았다. '그 망할 꼬맹이는 제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제 적으로 칠만한 상대는 별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도 알았다 - 그러니까, 저 망할 길드에는 쥬라클 미호크를 제외하면 제 상대가 없었다. 제가 쥬라클 미호크를 상대한다면 나머지는, 즐거운 상상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무기를 도로 내려놓고 제 팀원을 따라 갑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빠르게 놀렸다. 그 정도 피라미면 좋지. 훨씬 중요한 전투 이전에 연습 삼아, 미쳐 날뛰는 아드레날린을 더욱 날카롭게 연마할 만한 연습 게임을 하는 것도 내일을 위해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영 다른 것이었다. 선원 모두가 갑판 위에 올라서 있는데 제가 생각하던 피라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일까. 그토록 어린 시기부터 그만큼이나 오랜 기간을 함께 한 동료들인 만큼 서로를 배반하는 일은 없었다. 뭘까, 무엇이 이 분위기를 만들었지. 저에게 향하는 무언의 시선을 느낀 항해사 빌딩 스네이크가 조금 더 앞쪽으로 가까이 다가서고, 무언가 '할 수 없는 말'을 대표로 해야 하는 직책을 맡은 이처럼 말을 천천히 절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뱉는 것이다 -  

- 두목, 저 - 그 배 말야.
- 배?
- 두목이 잘 보라고 했던 배.
- 아하.
- ...정박을 접는 모양인데.

'정박을 접어?' 잘 쓰지 않는 말임에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명백했다. '섬을 떠나는 것'. 그 말인즉 -

- ... 도망을 간다고.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한 붉은 머리 해적단의 두목은 허파를 거칠게 빠져나오는 호흡을 감당하지 못한 채로 허리를 접어가며 웃었다. 미치겠네, 버기. 제 것은 진짜로 사람을 돌게 만드는 것에 재주가 있었다. 이 덤덤한 붉은 머리를 이렇게나 정신 못 차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니었다 - 다른 붉은 머리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명예욕도, 해군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보물도, 하다못해 쥬라클 미호크를 포함한 다른 해적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대한 보물도 아니었다. 다만 제 손아귀 안을 빠져나가는 푸른 파도일 뿐. 손아귀에 들어찰 것만큼이나 일렁거리며 다가왔다가 주먹을 쥐는 순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파도를 연상하게 하면서도, 우습게도 장본인은 절대로 열망하는 파도가 될 수 없는 자. 오롯하게 그것만이. 예나 지금이나 단 한번을 누군가의 마음에 정착하지 못한 채 자유를 찾아 떠나가고자 꿈꾸는 그 망할 것. 우습게도 남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이룬 자신에게 없는 그것만이 - 불타오르는 불꽃이 욕망하는 오롯한 것. 

- 샹크스. 

여타와는 다른 분위기에 선원들이 전부 제 눈치를 살피고, 부선장 베크만이 호칭이 아닌 이름을 불렀음에도 샹크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도망이라니, 그게 네가 택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였나?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져다 바칠 사람을 비 속에 버려두고 호기롭게 떠나 놓고, 이제 와서 택하는 건 그저 도망이라니. 너는 그럼 그때도 도망간 걸까, 나에게 실망해 나를 버린 게 아니고? 그렇다면 내가 너를 이렇게나 기다려줄 이유도 없었던 거잖아, 그렇지 않아? 손아귀에 힘이 들어 핏줄이 잔뜩 올라섰다. 좀처럼 감정에 변화를 느끼는 일이 없는 평소의 자신을 생각해본다면 기이할 정도로 머리가 차갑게 식었는데, 그에 반하는 척도마냥 피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평생에 단 한 번을 느껴보지 못했던 것만 같은 감정, 첫 전투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 어려운 적을 쓰러트리고 손에 보물지도를 처음 쥐었을 때에조차 없었던 것. 이 감정을 도대체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야, 나는 이 감정을 알아. 몇 번의 호흡 고르기 뒤에야 샹크스는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정리해 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 분노야.
- 뭐?

이것은 순도 깊은 분노였다. 제 것을 빼앗긴 것에 대한 순도 깊은 분노. 두 번째의 분노였다. 비 오는 날 로그타운에서 버려진 그 날 이후로 처음 느끼는 감정. 이 모든 순간에 외팔잡이 사황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만 것이다, 자신은 버림받은 게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너도 다른 이들처럼 나를 두려워했기에 도망친 거라고. 그러면 나는, '너를 특별하게 대우해줄 이유조차도' 없었던 거라고.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네가 나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니까. 너를 뒤쫓게 되는 결말만큼은 같아도 - 

- 우리가 상대를 너무 높게 쳐준 모양이지, 벤. 
- ... 쫓을 거야?

우습게도 자신은 이미 알고 있는 셈이었다. 이것은 - 저 끝내줄 정도로 고고한 악어 놈의 생각이 아니리라는 것을. 그것은 이미,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이자 다른 사람의 소원이었을 것이었다. 제가 늘 갖고 싶어하고 품에 넣고 싶어했던 누군가의 것이라는 게, 그게 본능적으로 느껴져서. 그래서 더 불안한 것이었다. 이미 '그'는 누군가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나는, 

- 역시 빼앗으러 갈까, 내 원피스.

쫓으면 그만이었다.

*
얘를 광공을 만들어놨네 큰일났네 망했네
그리고 매번 쓸때마다 생각하는 제목 좀 통일할걸... 

한조각 샹버기 크로버기   
2023.11.08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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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아아아아아악 기다렸어 당신만을.. 샹크스 아주 착실하게 집착광공의 길을 걷는구나 너무 좋다 도망간 버기에게 분노하고 집착해서 뒤쫓을 샹크스라니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가 크다..! 센세가 풀어주는 표현이 너무 좋아.. 제 것, 손아귀 안을 빠져나가는 푸른 파도, 예나 지금이나 단 한번을 누군가의 마음에 정착하지 못한 채 자유를 찾아 떠나가고자 꿈꾸는 그 망할 것, 우습게도 남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이룬 자신에게 없는 그것.. 샹크스가 버기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아요,, 진짜 진득하고 깊은 감정인 것 같다ㅅㅂㅅㅂㅅㅂㅅㅂ 너무 조하 진짜
빨리 버기 쫓아가서 잡아라!!!!
[Code: cc67]
2023.11.08 00:32
ㅇㅇ
내 센세 오셨다!!!!! 아아 샹크스 드디어... 결국엔...! (너무 흥분되서 달달 떨고 있는 1인)
[Code: b5df]
2023.11.08 0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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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아아 센세...원피스는...여기있는거였구나...흐아아
[Code: f795]
2023.11.08 00: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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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뜩해ㅠㅠㅠ호달달달 샹크스 너모 무서워요 무서운데 섹시하고ㅌㅌㅌㅌㅌㅌㅌㅌㅌ진짜로 분노게이지 끝까지 찼구나 '내 원피스를 빼앗는다'는 말이 그야말로 개맛도리 품격 느껴지는 광공 그자체다ㅌㅌㅌㅌㅌㅌㅌ버기가 크로커다일을 선택했다는걸 아는 샹크스가 그 둘에게 뭘 어떻게 할지ㅠㅠㅠㅠ너무 궁금하고 무섭고 미치겠어요 센세ㅠㅠㅠㅠ
[Code: 37ec]
2023.11.08 00:57
ㅇㅇ
모바일
미친 ㅠㅠㅠㅠㅠㅠ미쳤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크로쨩 선택하려는 버기와 뺏으려는 샹크스? 이거 미친거 아닙니까
[Code: 0ab1]
2023.11.08 0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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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샹크스 넹글 돈 거 존꼴 ㅜㅜㅜㅜ 마 버기 너 어떡하냐...💦💦💦💦💦💦💦
[Code: 66d9]
2023.11.08 01:05
ㅇㅇ
모바일
하 미치겠다 뺏으러갈까 원피스를 이렇게 쓰다니 센세는 천재만재입니다...
[Code: ac9e]
2023.11.08 01:07
ㅇㅇ
모바일
샹크스랑 버기는 대화가 필요한거 같은데 버기가 도망다녀서 대화를 못하네 어쩔수없다 샹크스가 뺏는수밖에!
[Code: ac9e]
2023.11.08 02: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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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공 샹크스 진짜 개존맛
[Code: e9f3]
2023.11.08 06:29
ㅇㅇ
모바일
미쳐버릴거같아요 센세 와줘서 너무고맙고 역시 샹크스 씹탑광공이야ㅠㅠㅠㅠㅠ대존맛 진짜
[Code: 4009]
2023.11.08 07: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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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존맛.......내 원피스가 여기있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e50]
2023.11.08 10:03
ㅇㅇ
모바일
아이고 시발 내 원피스는 여기에요 센세....
[Code: 8fdd]
2023.11.08 14:31
ㅇㅇ
미쳤다 미쳤다 찾았다 내 원피스
[Code: 3280]
2023.11.09 00:05
ㅇㅇ
모바일
광공샹크스 미쳤다...와...샹크스한테 버기가 원피스구나 햐,,존맛,,
[Code: 416b]
2023.11.16 0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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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읽어도 샹크스 넘 무섭네..센세 표현 너무 잘했다 이제 샹크스 따라가자!!
[Code: fa79]
2023.11.19 04: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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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찬 샹크스, 그로부터 도망가는 버기 크흐ㅠㅠㅠㅠ 다음화 너무 기대되는데 떨려서 못 넘어가겠어ㅠㅠㅠㅠㅠ
[Code: eb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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