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https://hygall.com/603748719
Chapter 2 : https://hygall.com/603749446
Chapter 3-1 : https://hygall.com/603750037
Chapter 3-2 : https://hygall.com/604238321
Chapter 4-1 : https://hygall.com/604567894
Chapter 4-2 : https://hygall.com/604956787
Chapter 5-1 : https://hygall.com/605301327
Chapter 5-2 : https://hygall.com/605681457
Chapter 5-3 : https://hygall.com/606009676

- 번역 허락은 아오삼 커맨트를 안보셔서 작가님 ㅌㅂㄹ 메시지로 받았음
- 현대 AU
- 피드백 감사
- 타투에 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음 주의......




*전편에서 원작에는 클레멘타인으로 나온 걸 그대로 적으면 어색할까봐 귤으로 번역했었음. 이번 챕터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어주면 고맙겠음

*ㅎㅂㅈㅇ




아직까지도 아나킨은 자기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일초가 지나갈수록 아나킨이 이 도시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욱 확실해졌다.

시계는 9시 45분을 지나고 있었다. 아나킨의 공허해진 가슴은 아플 정도로 조여 오고 있었지만 타투 가게는 마냥 행복해보였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실망을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삼킬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바위가 목구멍에 걸린 것만 같았다.

의자에 앉은 채로 아나킨은 옆에 있는 텅 빈 타투 침대를 바라봤다. 마침내 이 감정이 아나킨에게 죽음을 가져다줄까? 만일 그렇다면 아나킨은 진심으로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9시 30분에서 15분이 지난 지금, 소울메이트가 마지막 타투를 받기 위해 예약한 시간에서 15분이 지난 지금, 아나킨은 정말로 가슴이 미어질 정도의 실망감에 죽을 것만 같았다.

아나킨은 왜 자신이 아직까지 가게에 남아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떠날 수도 없었다. 그들 둘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과 본명에 대해 몇 주 동안이나 거짓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비완 케노비가 예약을 위해 나타날 거라는 희박한 가능성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직접 다시 만나고 싶어 할 거란 꺼져가는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오늘은 오비완이 진실을 알아낸 뒤 그들이 마지막 대화를 나눈 지 엿새째 되던 날이었다.

마지막 대화라..... 아나킨은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그저 '대화'라고 부르고 싶은 걸까? 그렇게 불러야만 하는 걸까? 그 일을 어떻게 다른 단어로 묘사할 수 있을까? 오비완이 전화를 했고 아나킨은 받았다. 그때 그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아니, 그저 능률적인 사고를 못했을 수도 있다.

아나킨은 계속 통화를 이어나가도록 오비완을 잡아둘 수만 있다면 자신이 뭐든지 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조그마하게 들리는 오비완의 들숨과 날숨, 살짝 불분명한 발음과 느리게 흘러나오는 문장을 조금만 더 듣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차라리 전화를 끊어버렸다면 더 나았을까? 어른답게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자고 했으면 어땠을까? 높은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동안 계속 말을 해달라는 소울메이트의 비밀스러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렉스가 아닌 아나킨으로도 여전히 오비완에게 쾌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걸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 아마 아나킨은 잘못된 선택을 내렸을 거다.

게다가 오비완은 정확하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비완이 진짜로 한 말은 아마도 그것보다 더 최악이었다.

그것도 당신은 내거잖아요. 아나킨과 렉스 둘 다 내거에요.와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하룻밤이라도 더 혼자서 밤을 보내면 죽어버릴 것처럼 가슴 저미는 연약한 목소리로 침대가 너무 커요.라고 말했다.

당연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었어요, 렉스.라는 말도 했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어떻게 아나킨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오비완이 아나킨을 사랑했었다는데....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폰 섹스는 아나킨의 머릿속에 떠오른 오비완을 계속 전화기에 붙잡아 둘만한 수많은 해결책 중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방법이었다. 이름이 다르더라도 여전히 자신이 사랑을 할 만한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아나킨은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이시여.... 솔직히 아나킨은 태어나서 이런 폰 섹스를 처음 맛봤다. 이전에도 폰 섹스를 해본 적은 있었지만 전화기 너머의 환영을 끊어버리고 파트너의 몸을 정말로 만지기 위해 그 집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나킨에게 폰 섹스란 그저 폰 섹스였고, 여러 가지 인정할만한 장단점이 있는 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소울메이트의 손이 만들어내는 음란한 소리는..... 뭔가 달랐다. 그때 아나킨은 오비완의 손이 오비완의 몸에 닿을 때마다 만들어내는 소리를 놓칠까봐 오비완보고 입을 닫으라고 명령했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휴대폰을 앞에 두고 베개를 입에 문 채로 자위를 이어나갔고...... 아나킨은 그날로부터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아나킨은 오비완이 그 짓을 자신을 위해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날 밤에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더 확실해졌다.

아나킨은 어제 하루 종일 오비완의 문자를 기다렸다. 당연히 하나라도 날라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른 저녁이 되자 아나킨은 자기가 직접 오비완에게 문자를 보내볼까 생각했다. 전날 밤 아나킨은 갈비뼈에 새긴 타투를 손가락으로 힘껏 누르라는 명령을 받는 것만으로도 사정할 수 있는 남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나킨은 그저 오비완이 사정한 뒤에 타투 부위를 깨끗하게 닦아냈는지를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정말이다. 하루에 세 번 타투를 씻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젤을 꾸준히 바르고 있는지도 알아봐야했다.

하루가 다 가고 나서도 아나킨은 끝까지 문자를 보낼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날 밤의 전화에서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오비완에게 있었다. 오비완을 재촉한다면 아나킨은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텅 빈 타투 가게에 앉아 있으니 심장이 목구멍과 뱃속에서 동시에 뛰는 느낌과 함께 오비완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혼자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에 오비완의 이름이 두 번 다시 뜨지 않으면 아나킨은 어떻게 될까? 오비완의 분노가 오랫동안 뜨겁게 불타오르는 거나 쉽게 다시 피어오르는 종류라면? 오비완이 영영 아나킨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만약에 오비완이 오직 폰 섹스를 목적으로 가끔씩만 아나킨에게 전화를 한다면? 아나킨이 대답을 못할 정도로 비참하고 외로운 목소리가 휴대폰 반대쪽에서 들려온다면? 오비완에게 필요 없더라도 오비완이 원하는 것을 아나킨이 주지 못한다면?

만약에-

가게 문 위에 달린 벨이 울렸다. 혼자서 울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아나킨은 부끄러움에 두 눈을 꼭 감고 거칠게 문질렀다. "영업 끝났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낼 수 있는 가장 공무원 같은 목소리를 냈다. 촉촉해진 눈과 붉어진 뺨을 생각하면 아나킨의 목소리는 어쩌면 그렇게 위엄 있게 들리지 않았을 것 같았다.

"예약이 있어서 왔는데요." 오비완 케노비가 가라앉은 침묵을 향해 말했다.

아나킨이 지금처럼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던 적이 또 있었을까? "오비완!" 아나킨은 울부짖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몇 번이나 빠르게 닦아내며 소울메이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와 있었다. 아나킨에게로 돌아왔다. 지금 바로 여기 있었다. 여긴 왜 온 거지?

언제나처럼 충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오비완은 흔들림 없이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비완의 눈빛이 한 번 닿을 때마다 아나킨은 자신의 옷과 피부가 한 겹씩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꼭 오비완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있는 것 같았다. 아나킨은 지난 몇 시간동안 자신이 감정적으로 붕괴된 상태로 있었다는 사실을 오비완이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행운은 아나킨의 편이 아니었다.

소울메이트는 손을 들어 올리다가 무엇을 할 생각이었는지를 잊은 듯이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늦어서 미안해요." 오비완이 말했다. "길이 막혀서요."

"그렇군요." 아나킨은 가게가 오비완의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긍정했다. 그건 오비완이 직접 말해준 사실이었다. "길이 막혔겠죠."

오비완은 움찔하더니 살짝 앞으로 걸어왔다. "아, 맞아요. 거짓말이었어요. 사실은 아예 안 올 생각이었어요."

아나킨은 오비완이 오지 않을 거라는 사태에 대비해서 9시 31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의 그 말은 여전히 심장에 구멍을 뚫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

이제는 오비완이 손으로 얼굴을 문지를 차례가 되자 오비완은 정성스레 문질렀다. "아니요, 내 말은 그럴까 생각만 했었다고요. 내가 아직..... 원하고 있는지..... 가야만 하는지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신이 이 가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떠올랐고요. 그날 밤의 일 때문에...."

오비완의 뺨 가장 위쪽에 두 개의 홍조가 피어났다. 만약에 아나킨이 더 괜찮은 남자였다면 아나킨은 그 홍조가 추위 탓이라는 변명을 해줬을 거다.

오비완은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냥 알고 싶었어요. 당신이 나에게 무엇을 할지..... 무엇을 새길지..... 오늘 밤에 말이에요..... 그리고 만약에 내가, 아니 우리가 하지 않았더라면-"

오비완은 자기가 하는 말을 의식했는지 입을 닫고 어깨를 뒤로 펴고는 팔짱을 꼈다. 오비완은 코트 아래에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아래에 캐주얼한 운동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나킨은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정확히 9시 30분이 되자 제대로 옷을 차려입지도 못하고 집에서 뛰쳐나오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오비완은 정말로 아나킨이 기다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나킨의 마음이 그렇게까지 보이지 않았던 걸까?

"이리 오세요."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접수대를 지나서 타투 스튜디오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오비완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지만 아나킨의 안내에 따라 몇 주 전에 아나킨이 처음으로 자신을 눕혔던 타투 침대 앞에 섰다. "참고로 나는 아주 많이 화가 나있어요." 오비완은 침묵을 고수하고 있는 아나킨이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경고를 내렸다.

지난밤에는 그런 거 같지 않았는데요. 아나킨은 거의 이렇게 말할 뻔했다. 이 말을 해도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고 게다가 완전히 사실도 아니었다. 전화 너머의 오비완은 여전히 화가나 있었다. 그냥 살짝 부드러웠을 뿐이었다. 애초에 아나킨에게 전화를 할 계획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나킨은 지금 분노한 소울메이트에게서 부드러움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비완이 귀엽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밤에 오비완은 말을 더듬는 아나킨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더듬거리고 있는 오비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나킨만큼?

아나킨은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전에 뒤로 돌았다. 자신에게 알 권리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나킨은 질문을 하는 대신 목청을 가다듬고 타투 작업대를 향해 손을 뻗어 디자인을 꺼냈다.

정말 보여주기 싫을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아나킨에게는 오비완에게 건네줄 만한 다른 도안이 없었다. 그래서 오비완의 마음에 들지 않을게 뻔한 타투 스텐실을 보여줘야만 했다.

아나킨은 전하고 싶은 말을 전부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말하는 대신 오비완이 살펴볼 수 있도록 디자인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지만 생각했던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그거에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던 오비완은 조심스럽게 아나킨에게서 얇은 종이를 받아들였다. "귤이네요." 오비완이 말했다.

그건 그냥 귤이 아니었다. 귤 두 개였다. 귤 하나는 반쯤 껍질이 벗겨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갓 돋아난 잎사귀와 함께 가지에 매달려있었다. 아나킨은 이 디자인을 이렇게 크게 만든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을 낸 과거의 자신을 이해했다. 타투가 클수록 오비완은 더 오랫동안 아나킨의 바늘 아래에 가만히 누워있을 거니까. 아나킨이 오비완의 인생에 더 오랫동안 관여할 수 있게 되니까.

"귤이 아니라 오렌지일거예요." 아나킨이 뒷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사실 저는 감귤류 나무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잘 몰라요. 귤 잎사귀인건 확실하지만 진짜 과일을 참고하면 좋은 각도가 잘 안 나와-"

"어디다 새길 건가요?" 오비완이 끼어들더니 스케치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팔에다요." 아나킨의 귀에도 그 말은 거짓말처럼 들렸다.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썹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니까 오비완도 확실히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등에다요. 어깨뼈 사이가 괜찮을 거 같아요. 아니면 허벅지가 어떨까 싶어요. 사실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아나킨은 시술 부위를 정하느라고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아니, 결정을 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다리를 벌린 오비완의 허벅지를 들여다보고 있을 건지, 아니면 오비완의 맨 등을 내려다보고 있을 건지를 결정하려고 하다 보니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나킨을 바라보던 오비완은 손 안의 스케치를 내려다보고는 그것을 타투 의자에 내려놓았다.

심장이 헛되게 가슴 속에서 튀어 오르자 아나킨은 갑작스러운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 앉아야 했다. 소울메이트는 저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나킨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제 호기심을 충족시켰으니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추억만을 남기고 떠나버릴 거다. 앞으로 아나킨은 귤을 깔 때마다 가슴이 저미는 향수에 고통 받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오비완의 손이 코트로 향하는가 싶더니 오비완은 도발적으로 거칠게 코트를 벗고는 파티션 위로 던졌다. 운동바지 허리밴드로 오비완의 손이 내려가는 순간 아나킨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금 무슨-"

"하고 싶어요." 오비완은 마치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게 이것 말고는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나킨의 정신이 오비완의 맨 허벅지를 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15분밖에 안 늦긴 했지만 오늘 밤에 맞춰 끝낼 수 있을까요?"

아나킨은 프로이기 때문에 오비완과 뭔가를 맞춰보거나 오비완 속으로 뭔가를 맞춰 넣어본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울메이트는 아나킨의 긴 침묵을 열혈한 동의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제 생각에는 팔에 새기면 어울릴 거 같아요." 비록 아나킨은 욕정이 담긴 커다란 눈으로 오비완의 허벅지를 따라 내려가는 바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힘이 빠진 약한 목소리로 적어도 설득을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반쯤 내린 바지를 다리에 건 채로 신발을 벗어버리고 바지를 완전히 내렸다.

"드디어 내가 타투를 새기고 싶은 부위를 자의로 결정했는데 이제 와서 반대하는 건가요? 당황스럽네요." 오비완이 말했다.

"지금 당신은-" 순간 오비완이 미끼를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나킨은 아직은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닫았다.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알겠어요."

"속옷도 벗어야 하나요?" 아나킨의 사악한 소울메이트는 속옷 허리춤을 엄지로 훑으며 순수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나킨이 대답을 할 힘을 얻으려고 조용히 입술만 적시고 있자 오비완은 아나킨의 반응이 물론이죠. 제가 일하는 여기서 스트립쇼를 계속 해주세요.라고 믿었는지 속옷을 살짝 내렸다.

"아니요!" 충분히 빠르게 말하지 못한 아나킨은 오비완을 멈추려고 직접 손을 뻗어서 소울메이트의 손목을 붙잡았다. 의도했던 것보다 더 힘이 들어간 손이 밧줄 타투 주위를 휘감았다. 오비완의 작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너무 가까워졌다.

아나킨은 재빠르게 손을 놓았다.

"바지만 벗어도 괜찮아요." 아나킨의 말에 오비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허리를 숙이더니 벗어둔 바지를 들어 올려 살포시 접었다. 

"크기가 마음에 드네요." 오비완은 타투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괜찮다면 오른쪽 허벅지에 해주세요."

아나킨은 오비완을 응시하다가 시선을 슬쩍 내려 살짝 벌어진 오비완의 다리를 바라봤다. 새야한 살결을 보는 순간 소울메이트가 아나킨의 노력에 대한 상으로 허벅지 안쪽 살을 내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곧장 알아차렸다. "그럼 조정을 해야....." 아나킨은 더듬거리면서 뒤로 돌아 작업대를 바라봤다. "아니면 왼쪽에 할 수도 있어요."

"아." 오비완은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 살짝 뒤를 돌아본 아나킨은 오비완의 뺨에 붉은 기가 다시 나타났음을 알아차렸다. "그럼 왼쪽도 괜찮아요."

아나킨은 목청을 가다듬고는 어색하게 타투 총을 집어 들었다. "잉크만 채우면 돼요. 그동안.... 편하게 계세요."

"지금 나는 옷을 반쯤 벗었는데요." 오비완은 아나킨이 잊어버렸을까봐 아주 도움이 되는 말을 했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더 편해질 수 있을지 알려줄래요?"

"그냥.... 누워 계세요." 아나킨은 딱 잘라 말하고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거의 뛰다시피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오비완 케노비의 허벅지 위쪽에 타투를 새길 잉크를 준비하면서 어쩌면 소울메이트는 인생의 하나뿐인 위대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소울메이트란 아나킨을 100% 완전히 미치도록 만들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스테이션으로 돌아오니 침대에 똑바로 누워서 딱 외설적으로 보일 정도로 다리를 벌린 오비완이 보였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의도한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기 누워있는 건 오비완이었다.

누가 돈을 주겠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기회를 포기할 수 있을까. 아나킨은 이런 기회를 잡을 행운이 자신에게 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소울메이트의 상처 없는 보드라운 살결이 눈 바로 앞에 있었고 아나킨은 이제 몇 시간동안 그 살을 만지게 될 것이었다.

프로답게 말이다.

면도기와 비누 준비가 끝났다. 오비완에게는 거의 블론드처럼 보이는 보송보송한 털이 허벅지 근육에 나있었다. 아나킨이 피부 위에 수건을 갖다 대고 누르면서 위쪽 허벅지의 넓은 부위를 적시기 시작하자 오비완은 움찔하더니 긴장을 풀었다.

"그렇게 크나요?" 오비완의 목소리는 살짝 숨을 쉬기 어려운 것처럼 들렸다.

"아니요." 아나킨이 답했다. "그냥 혹시 몰라서요." 그리고 면도기로 조심스럽게 허벅지의 털을 조금 깎아냈다.

"거기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소울메이트가 속삭이자 면도를 하려고 몸을 허벅지 가까이에 숙이고 있던 아나킨은 오비완의 표정을 살피려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도도하다거나 미끼를 던지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긴장하거나 당황한 것 같지도 않았다.

아나킨은 털을 조금 더 깎아내고 면도기를 일회용 천으로 닦아냈다. "무슨 의미요?" 겁이 난 아나킨은 슬쩍 둘러댔다.

오비완은 그런 아나킨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조용히 코웃음을 쳤다. "아나킨." 오비완은 마치 아나킨이 자신의 장단에 맞춰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런 오비완이 맞는다는 게 싫었다. 오비완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 말고 아나킨이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렌지는 행운을 뜻해요." 아나킨은 칼날을 다시 오비완의 허벅지에 가져가며 천천히 대답했다. 만약에 잘린다면 곧바로 죽음을 가져올 정맥이 이 주변에 있었다.

그리고 오비완은 아직까지 움찔하지도 않았다.

"만약에 이게 오렌지라면 갈비뼈에 새긴 건 비둘기겠네요."

"망할 비둘기가 아니라니까요." 아나킨이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입이 먼저 나섰다. 그리고 아나킨은 너무 늦었지만 보복으로 오비완의 허벅지에 드러난 근육을 엄지로 꾹 눌렀다. 하지만 오히려 오비완이 그 압박감을 더 느끼려고 다리를 움직이는 것을 보니까 이건 효과적인 처벌 같지 않았다.

"이건 귤(클레멘타인)이잖아요."

"클레멘타인은 노래인데요." 아나킨이 이어서 말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떠난 아파트에서 소파에 앉아 타투 도안을 그리며 오비완이 이걸 귤이라고 지적할 때 할 만한 변명 거리 목록을 만들어 뒀었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아나킨은 면도기를 내리고는 털 하나 없이 말끔해진 소울메이트의 허벅지를 응시했다. 문지르고 싶다는 욕망을 참지 못할 것 같-

"처절한 슬픔을 안겨주고 영영 떠나갔느냐." 오비완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받았다.

오. 완벽하다.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노래도 할 줄 알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나킨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맞아요. 그 노래요." 노래가 끝나자 아나킨이 말했다. 우리의 상황과 정확히 들어맞지 않나요? 아나킨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도 영영 떠나버릴 건가요? 이렇게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면도기를 놓아두고 젤과 스텐실을 오비완의 피부위에 대고 눌렀다.

"당신이 또 다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의미는 내 마음에 들었을 거예요." 소울메이트의 말에 아나킨의 손이 움찔거리는 바람에 스텐실이 5도 위로 급격하게 움직여버렸다.

"제기랄." 아나킨은 숨소리와 함께 욕설을 중얼거리고는 반투명한 종이가 손상을 입지 않았는지를 살펴봤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왜 나에게 귤을 그리려는 건가요?" 오비완은 끈질기게 물었다. 방금 아나킨이 아주 훌륭하게 타투를 망쳤다는 사실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걸 닦아내야 해요." 벌써 스텐실을 떼어낸 아나킨은 그 부위를 다른 수건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다시 인쇄를 해야 하고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나킨이 인쇄를 하려고 일어서자 오비완은 몸을 일으키더니 아나킨의 손목을 붙잡았다. "여기에 담긴 의미가 뭔가요?"

"항해와 관련된 주제와 맞췄어요." 아나킨의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선원들은 괴혈병에 시달리곤 했는데 감귤류 과일에 많은 비타민 C를-"

아나킨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가더니 오비완은 다시 침대에 푹 쓰러져 눕고는 아나킨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인상을 쓴 채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나킨은 자리를 옮겼다. 다시 스텐실을 인쇄하는 데는 몇 초가 걸렸고 아나킨은 그동안 멍하게 벽을 쳐다봤다. 그건 긍정의 반응이었을까? 진심이 담긴 반응이었을까? 오비완이 듣고 싶어 하던 대답이었을까? 내 말을 이해했을까?

"당신이 또 다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의미는 내 마음에 들었을 거예요." 오비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치자 아나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킨은 멀리서 소울메이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온몸을 펴고 누운 남자는 허벅지를 벌리고 팔을 위로 들어 머리 아래에 베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오비완이 고개를 들어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자신을 바라보자 아나킨은 견딜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나간 아나킨은 다시 스테이션에 앉고는 비누칠을 한 깨끗한 수건을 아직 피부위에 남아있는 푸른색 선에 대고 문질렀다. "진짜 타투를 할 때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스텐실을 지워나가며 아나킨이 중얼거렸다. "타투이스트로서의 제 명성을 지켜야 해서요."

오비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아나킨을 세세하게 분석하려는 듯이 쳐다봤다.

해당 부위를 말리고 아나킨은 젤에 적신 스텐실을 다시 붙였다. "가만히 있어요." 그리고 지시를 내리고서 가장자리까지 전부 피부에 대고 눌렀다. 최소한 지금 소울메이트는 아름답게 지시에 따랐다. 하지만 문제의 그날 밤이 지난 현재, 아나킨은 이미 오비완이 명령에 얼마나 잘 따르는지를 알고 있었다. 아나킨은 축축한 종이를 떼어내고 오비완의 무릎을 톡톡 쳤다. "어때요?"

"좋네요." 오비완은 아나킨에게서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아나킨의 손가락이 허벅지에 난 스텐실 선 위를 따라 흔들렸다. 이제 슬슬 잉크를 주입해야 했다. 오비완에게 한번 만에 끝날 작업이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이 타투를 그릴 때 마무리를 하려면 며칠 뒤에 다시 와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행할 때가 왔다. 아나킨은 단순히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늘리려고 이렇게 디자인을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나킨은 그 대신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거짓말을 안했어요." 아나킨의 엄지가 옅은 귤나무 잎사귀 선을 따라 스쳤다. "이 세상에 한 가지 의미만 담긴 타투는 없어요. 직설적으로 설명되지도 않고요. 타투는... 이름과도 같아요. 사람의 이름은 어떤 뜻에서 비롯되었더라도 완전히 다른 두개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잖아요. 타투를 새기는 건 이름을 짓는 것과도 같아요. 타투는 특정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같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해도 사람마다 그리는 그림은 다르잖아요. 각자 그 감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다르고, 감정의 근원을 다른데 두고 있으니까요.

당신에게 제비를 새긴 이유는..... 제비는 예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가, 인생에 단 하나의 짝과 인연을 맺고..... 또 당신은 새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밧줄은.... 전통적으로는 배의 갑판에서 일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당신에게 새겨진 밧줄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고, 구원 받고, 다른 누군가를 구해줄 수도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요. 게다가 예쁘기도 하잖아요. 그냥 예뻐서 그렸다고 생각해도 돼요."

"그럼 귤은요?" 오비완의 목소리는 가슴이 저미도록 부드러웠다. "거기엔 무슨 뜻이 담겨있나요?"

"행운이요. 그리고 그 노래와 괴혈병 예방의 중요성도 전부 담겨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나의 건강을 바라며 이걸 그렸나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맨 허벅지를 멈추지 않고 계속 쓸어보는 자신에 엄지를 바라봤다. 아나킨의 손 끝이 닿는 곳마다 소름이 돋아났다. "아니요." 아나킨은 사실대로 인정했다. "저는 그냥 당신이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요리가 그렇게 간단한 거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말이요. 그건 요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해 질 수 있어요. 아주 복잡하게 느껴지는 거라도요. 심지어 거짓말까지도요. 거짓말을 계속 유지하려고 내면을 뒤틀고 뒤틀다가 결국은..... 결국 좋게 이어질 수도 있었던 인연마저 망쳐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사실은..... 빌어먹을 정도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건데...."

아나킨은 손가락을 떼어내고 몸을 뒤로 물려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목구멍에 걸려있던 돌덩이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다음 한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오 분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었던 모든 기회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그랬던 걸까? 

"잠시 만요." 아나킨이 웅얼거렸다. "바로 돌아올게요."

아나킨에게는 잠깐 시간이 필요했다. 맑은 공기를 마셔야 했다. 오비완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순간을 견디고 타투를 끝까지 새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로 소울메이트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나서야 아나킨은 오비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미래와 희망을 제 손으로 전부 끄집어내서 땅에다 내동댕이 쳐버렸다는 사실을, 그 과장에서 자신과 오비완을 산산조각 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짓을 정말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그러나 아나킨은 타투 침대에서 세 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했다. 돌아서는 순간 오비완의 손이 아나킨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더니 뒤로 잡아끌었다. 오비완의 손은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아나킨은 그만 놓아 달라 부탁하려고 다시 뒤로 돌았다. 하지만 아나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오비완의 입술이 부딪혀왔다.

작용에 의한 단순한 반작용으로 인해 깜짝 놀란 아나킨의 입술이 위에 올라온 오비완의 입술을 제대로 느끼려고 살포시 벌어졌다. 이건 아나킨이 꿈꿔왔던 부드러운 첫 키스와는 전혀 달랐다. 사실 이곳에 부드러움이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목에 멍이 들 정도로 손에 힘을 쥐고 있었지만 아나킨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 자신의 입술 때문에 손목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을 쓸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아나킨은 마침내 키스에 화답할 수 있었다.

아나킨의 입술이 오비완의 입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오비완은 손을 풀더니 아나킨의 목에다 팔을 감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오비완은 타투 침대에서 앉은 채로 다리를 침대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열린 허벅지 사이 공간으로 아나킨을 끌어당겨 아나킨의 아랫입술을 혀로 따라가다 깊숙이 안으로 넣었다.

아래로 날아가듯이 내려가던 아나킨의 손이 오비완의 허벅지 위쪽을 붙잡자 오비완은 아나킨의 속도를 늦추려는 듯 움찔거렸다. 하지만 아나킨은 오비완의 다리를 더 벌리고 중심에 닿을 때까지 몸을 앞으로 밀어 넣었다. 벌써 불룩해진 단단한 것이 아나킨의 몸에 닿자 아나킨은 키스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무릎을 꿇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의지까지 전부 짜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혀를 빨면서 오비완의 머릿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당겨 각도를 조정했다. 오비완을 보내는 건 너무 쉽고 빠를 거 같아 아나킨은 오비완이 떨어질 준비를 하기도 전에 입술을 물렸다.

반쯤 감긴 소울메이트의 눈은 어딘가 멍해보였다. 오비완은 뒤로 물러나는 아나킨을 따라 앞으로 몸을 숙이면서 자그마한 신음소리를 냈다.

"이런." 아나킨은 속옷 위로 솟아오른 오비완의 좆 윤곽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키스를 한번 했다고 이렇게 될 거 같지는 않은데요, 스위트하트."

오비완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깜박이면서 아나킨의 손길에 따라 엉덩이를 들썩였다. 천천히 붉은 불꽃이 피어나면서 오비완의 뺨 전체를 물들였다. "키스를 잘하네요."

"당신을 위해서 연습해 왔어요." 그건 거의 사실이었기 때문에 아나킨은 쉽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나킨의 말에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만일 아나킨이 자신을 놓아버린다면 그대로 부서져버릴 거라고 믿는 듯이 아나킨의 등을 감싼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런 소울메이트의 품에 안겨 아나킨은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해요."라고 속삭였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틀렸어요. 당신은 나에게 다시 키스를 해줘야 해요."

"오비완, 저는 당신이 저를 증오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보여줄게요." 소울메이트가 속삭이면서 다시 입을 맞춰왔다. 오비완과의 키스는 너무 기분이 좋고 옳게 느껴져서 취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우리는 대화를-"

"이 가게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당신이 나를 만져주기를 바라왔었는데도요?" 오비완은 숨결이 느껴질 만큼 입술을 아주 살짝만 떼어내고 말했다. "이틀 전 밤에 전화를 했을 때부터, 아니, 갈비뼈에 타투를 새겼을 때부터,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예전부터 내 몸에 올라오는 당신의 손을 상상해 왔다면요?"

아나킨은 침을 삼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저는 거짓말을 했잖아요."

오비완은 마치 아나킨이 자신의 위에 무거운 짐을 얹었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나는 내가 당신을 전부 다 용서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내가 결국 당신을 완전히 용서하고 말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여기로 돌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오비완은 망설임이 남아있는 다정한 입맞춤을 아나킨의 뺨에 남기고는 턱으로 내려가서 목울대로 입술을 옮겼다. 몇 초 뒤에는 아나킨의 목덜미에 이를 대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나킨을 올려다봤다. 아나킨은 생각을 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더럽게 놀고 하고 있었다.

"저는-" 입을 열자마자 오비완이 입술을 목 아래로 움직여 쇄골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아나킨은 숨을 들이마시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저는 당신이 화가 났을 때 우리의 첫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오비완은 뒤로 물러나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아나킨을 바라봤다. "아나킨,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아요. 내가 화났더라면 이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저도 분노한 당신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아나킨은 이 말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다급히 억누르고 집어삼켰다. 오비완이 아나킨의 본명을 알아냈던 날에 이 가게에서 있었던 대치 상황을 통해 아나킨은 오비완의 분노에 대해 확실히 배웠었다.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넋을 잃은 소울메이트가 중얼거리면서 아나킨의 셔츠 깃을 만지작거렸다. "당신을 믿을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완전히 용서해야만 믿음이 다시 자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아닌....."

아나킨은 참지 못하고 오비완의 허벅지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이렇게 괴로워하는 소울메이트를 앞에 두고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인생의 절반동안 소울메이트를 기다려 왔어요." 마침내 오비완이 인정했다.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 때문에 기다림을 늘리기 싫어요."

아나킨은 자신이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오비완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비완이 하는 말뜻을 알거 같다고 생각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의도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비록 아나킨의 행동은 아나킨을 향한 오비완의 믿음을 깨어버렸지만 지금 소울메이트는 아나킨의 팔에 안겨 만회할 기회를 주고 있었다.

그 기회가 소중한 보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양 손에 조심스럽게 쥐는 것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오비완이 아나킨에게 돌아왔다는 사실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오비완이 아나킨을 원한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알겠어요." 아나킨은 속삭이면서 오비완을 힘껏 끌어안고 키스했다. 아나킨의 손은 오비완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벅지에서 올라와 오비완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하지만 타투는 못해줘요."

이번에는 오비완이 뒤로 물러났다. "뭐라고요?" 빌어먹을 오비완은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타투는 못하겠다고요." 아나킨은 단호하게 반복했다. "오늘 밤에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당신이 다른 것을 원한다면 그건 할 수 있어요."

오비완의 입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열렸지만 아나킨이 끼어들었다.

"베이비, 지금 제 손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고 있어요. 이런 상태에서 제가 타투 총을 드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것도 당신의 몸에 닿을 건데 죽어도 안 해요." 오비완에게 허점을 내보이자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약점과 과실을 전부 보여줄 만큼 오비완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오비완의 믿음을 증진시킬만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자신의 단점마저도 따스한 마음으로 품어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메이트는 여전히 이게 가장 큰 배신이라는 듯이 아나킨을 바라봤다. "하지만-"

"당신과 떡을 치거나, 당신에게 타투를 해주거나. 저는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어요." 아나킨은 말도 안 되는 말을 선언했다. 머릿속으로는 자신의 바늘에 찔릴 때마다 활처럼 휘어가는 오비완에 등과, 아나킨과 떡을 치고 싶지 않는 척을 하고 있는 오비완에게서 흘러나올 신음소리를 상상하면서도 아나킨은 힘겨운 선언을 마쳤다. 오비완은 너무 완벽해 보여서 아나킨은 저 두 가지 행위를 지금 당장 여기서 둘 다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몇 분 동안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했다.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첫 경험을 하면 안 된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영향을 받아 내린 결정을 원하지 않았다.

오비완은 인상을 쓰고 잉크가 채워진 총과 아나킨을 번갈아 바라봤다.

"옷 입게 시간을 줘요." 마침내 오비완이 결정을 내리자 아나킨은 오비완이 화답해오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버릴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비완의 이곳저곳에 입술을 맞추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감사하게도 아나킨은 죽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키스에 화답해온 오비완 덕분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만 타투 가게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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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킨의 침대 위에 널브러진 오비완은 아름다웠다. 오비완의 옷은 아마도 침실 바닥이나 아파트 현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거다. 소울메이트가 새하얀 시트 위에서 꼼지락거리자 피부 위에 새겨진 검은색 잉크가 아나킨을 향해 윙크했다. 

"베이비." 겨우 숨을 내쉰 아나킨은 나머지 옷을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벗어던졌다.

아나킨은 오비완과 함께 침대에 눕는 대신 오비완의 위로 몸을 던져 무턱대고 위로 기어 올라가 다시 키스했다. 내 소울메이트. 나의 완벽하고 빛이 나는 소울메이트. 오비완이 맞붙은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를 흘리고 나서야 아나킨은 자신이 짧지만 뜨거운 입맞춤을 오비완의 입술에 할 때마다 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흠.... 벌써 말해버렸다면 더 크게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름다워요." 아나킨은 분명한 발음으로 말하고는 오비완을 제대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몸을 일으켜 팔로 자신의 무게를 지탱했다. 오비완의 다리 하나가 아나킨의 허벅지 아래쪽에 휘감기더니 아래로 내려 발기한 그들의 성기를 닿게 만들었다. 그 압박에 아나킨은 그저 신음소리만 내면서 벌로 오비완의 목에 난 힘줄을 물었다.

하지만 그 아픔에도 오비완은 오히려 칭얼거렸다. "아나킨." 오비완의 울부짖음이 아나킨의 혀에 휘감겼다. 아나킨은 소울메이트의 애처로운 목소리를 통해 띄엄띄엄 들리는 자신의 이름을 맛보았다. 여기에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있었다. 이곳에 오비완 케노비가 있었다.

"네." 아나킨은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오비완의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엄지로 슬쩍 제비의 날개를 스쳤다. "제기랄, 베이비, 당신을 봐요."

아나킨은 오직 오비완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힘껏 타투를 눌렀다. 그러자 오비완은 압박감이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허리를 들며 몸을 엄지에 대고 누르며 아나킨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제 바늘에 찔려 움찔거리는 당신을 보기 위해서 타투를 하나 더 새겨야겠어요. 베이비, 그건 좀 아플 거예요. 만일 당신만큼 예쁜 타투를 새겨줄 정도에 긴 집중력이 저에게 있었더라면 지금쯤 당신은 고통 속에서 남창처럼 신음하고 있었을 거예요."

"아닐걸요." 오비완은 투덜거리면서도 더 가까이 다가오는 아나킨의 몸을 환영하듯이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거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아나킨은 오비완의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선에 자신의 성기를 문질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나킨의 으르렁거림에 허리가 그 속도를 쫓아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번만 겉에 대고 허리짓을 더해도 사정을 하게 될 거라는 감이 왔다. 하지만 그전에 오비완은 스스로의 엉덩이를 붙잡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서 뒤를 내보였다.

"굳이 타투를 할 필요는 없어요." 소울메이트가 으렁거리면서 아나킨의 성기에 엉덩이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당신만 있으면 돼요. 그 손이면 충분해."

만약에 아나킨의 폐에 공기가 남아있었더라면 아나킨은 코웃음을 쳤을 거다. "베이비, 아플 거-"

그러자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몸을 빼내더니 침대 옆 탁자 서랍에 손을 뻗어 아나킨이 안에 던져둔 윤활유를 꺼냈다.

"내 몸에 닿는 건 그 손이면 충분해요." 오비완은 확신하듯이 말하며 마치 윤활유 튜브가 결투용 장갑이라도 되는 듯이 아나킨의 가슴을 향해 던졌다. "그 손을 내 안에 넣었을 때 나의 반응을 상상해 봐요."

이제 아나킨이 신음할 차례가 되었다. 오비완이 다시 등을 대고 누워 마주보며 자세를 잡자 아나킨은 손가락을 윤활유로 적시고 오비완의 뒤로 손을 가져가 입구에 대고 조심스럽게 쿡 찔렀다. 아나킨의 검지가 손쉽게 첫 번째 마디까지 밀려들어가자 오비완은 눈을 감고 머뭇거림 없이 엉덩이를 아나킨쪽으로 밀었다.

"내 손이 당신을 찢어버리더라도 괜찮죠?" 아나킨은 손가락을 오비완의 비좁은 열기 속으로 더 밀어 넣으며 속삭였다. "당신은 바늘이 주는 고통에 환장하는 남창이잖아요."

예상했던 것보다 중지가 더 일찍 더해졌지만 오비완은 그 갑작스러운 침임을 환영하듯이 신음소리만 냈다.

"고통에 발기하는 남창이 당신이에요." 아나킨은 애정을 담아 말하면서 반대쪽 손으로 오비완의 제비 타투를 문질렀다. 사실 그 타투는 받은 지 시간이 좀 지나서 더 이상 그렇게 아프지 않을 거다. 하지만 오비완의 몸은 여전히 아나킨의 손이 흥분을 불러일으킨다는 듯 팽팽하게 긴장했다.

"아." 놀란 것처럼 소울메이트가 숨을 내쉬었다. 그 경이로운 감탄사에 아나킨은 구멍에서 손가락을 꺼내 오비완의 허벅지에 올려 천천히 다리를 들도록 구슬려서 자신의 시야에 오비완의 입구가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씨발, 베이비." 아나킨은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언젠가 여기에 혀를 넣어주고 싶어요."

오비완은 숨을 멈추더니 그 상상마저 너무 큰 자극이라는 듯이 매트리스에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아나킨은 고개를 들어 위로 올라와 오비완의 한쪽 젖꼭지를 물고 핥았다. 이번엔 손가락 세 개가 꼼지락 거리며 오비완의 허벅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다가 구멍 속으로 파고들었다. "신이시여, 너무 조여요.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에요? 베이비, 오비완,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받은 지 얼마나 지났어요?"

"몇 년이요." 오비완은 웅얼거리면 아나킨의 손을 향해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러다 살살 움직이던 손가락이 전립선을 스치는 순간 더 강하게 파고들자 우는 소리를 냈다. "씨발, 몇 년이나 됐다고요, 아나킨."

오비완은 아나킨의 이름이 남자에게 붙일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애칭이라도 되는 듯이 불렀다.

"베이비. 당신이 어떤 꼴인지 아세요? 당신에게는 이게 필요해요. 당신은 너무 오랫동안 필요한 것을 외면해왔-"

"박아줘요." 제 정신을 유지할 시점을 지났는지 오비완이 아나킨의 말을 잘랐다. "박아달라고요, 아나킨. 제발!"

"쉬..." 아나킨은 오비완을 달래면서 잠시 오비완의 얼굴에 나타난 귀여운 홍조를 감상하느라 잠시 집중력을 잃어 손가락을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오비완을 완전히 여는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박아줄 거예요. 처음 타투 가게에 온 당신을 본 순간부터 박아버리고 싶었어요. 그때 당신이 나만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보였던 건 알아요?"

"아나킨." 아나킨이 자비 없이 정확하게 전립선을 찌르자 오비완은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나킨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아나킨의 배에 닿은 길고 두꺼운 오비완의 성기가 위협적으로 꿈틀거리자 아나킨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완벽한 소울메이트가 내 것이라니....." 아나킨은 좆을 넣기 위해 손가락을 꺼냈다. "나만을 위해 이렇게 완벽해줘서 고마워요. 베이비, 이제 긴장 풀어요. 긴장만 풀면 제가 알아서 해줄게요. 제게 맡겨요. 당신은 제거에요. 내거라고."

아나킨은 다정하지만 가차 없이 귀두를 오비완의 입구에 대고 눌렀다.

"당신은 나를 받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아나킨은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속삭였다. 그러자 오비완의 몸이 아나킨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열렸다. "내거야."

"당신 거예요." 오비완이 화답하며 숨을 빠르게 헐떡이자 아나킨은 마지막으로 키스를 나누고 꽤나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또다시 지금처럼 오랫동안 소울메이트와 키스를 못하는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나킨은 오비완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삽입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아나킨의 입술은 하나여서 오비완에게 키스를 하거나 사랑해요와 같은 뭔가 멍청한 말을 하는 것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했다. 그래서 아나킨은 자신의 혀가 소울메이트의 입안을 침범하도록 내버려뒀다. 아나킨의 혀는 입천장을 핥다가 오비완의 혀와 얽혔다. 그리고 오비완의 정신을 이제 어느 정도 충분히 빼앗았다고 생각한 아나킨은 입술과 허리를 뒤로 물렸다.

아나킨의 혀와 성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만큼 천천히 뒤로 빠져나가자 오비완은 절박하게 허우적거렸다. 오비완의 내벽이 주던 비좁게 성기 주위를 감싸오던 열기는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사라져버렸다. 오비완과 눈이 마주치자 아나킨은 소울메이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당신은 완벽한 베이비에요." 도로 허리를 쳐올리자 아나킨은 다시 소울메이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씨발, 완벽해."

오비완은 신음을 흘리며 엉덩이를 들어서 안으로 들어오는 아나킨의 침입을 환영했다.

"타투를 새길걸 그랬어요." 아나킨은 아무 생각 없이 입을 놀렸다. "힘없이 늘어져서 제 바늘을 갈구하는 당신이 보고 싶어요."

"보여줄게요." 오비완은 아나킨조차 규칙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리듬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답했다. "당신은 내게 타투를 새기게 될 거예요."

"그럴 거야." 아나킨은 허리 짓에 속도를 더하며 경이로운 목소리로 말을 따라했다. "씨발, 그럴 거라고. 너는 내가 새길 수 있도록 몸을 내줄 거야. 나에게로 돌아올 거야."

"그럴 거예요. 맞아요. 떠나지 않을게요." 오비완이 헐떡거리자 아나킨은 오비완의 양 손을 잡아 침대 머리맡으로 올렸다. 그리고 계속 오비완 속으로 박아 넣으며 오비완의 머리 위에 놓인 손목을 붙잡은 채로 몸무게를 실어 눌렀다. 오르가즘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약속해요." 이름도 모를 알지 못하는 어떤 것에 머릿속이 사로잡힌 아나킨이 으르렁거렸다. 아나킨의 손가락이 오비완이 가장 최근에 한 타투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나킨이 몇 시간동안 몸을 숙이도록 만들었던 밧줄 타투가 악력으로 붉게 물들어갔다.

"네, 아나킨." 소울메이트가 울부짖자 아나킨은 한쪽 손을 풀고 그들의 몸 사이로 내려 오비완의 성기를 붙잡아 피스톤 질을 해줬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흔들어주자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안에 싸버리더니 그들의 배를 더럽히면서 길고 숨 막히는 신음소리를 냈다.

"제기랄." 오비완의 열기가 성기 주위에 더 비좁게 조여들자 아나킨은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씨발, 베이비. 씨발-"

소울메이트 속으로 허리짓을 한 번- 두 번 하는 순간 커져만 가는 오르가즘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된 아나킨은 마지막으로 좆을 힘껏 처박았다. 아나킨과 오비완의 살이 부딪히며 철썩이는 소리를 냈다. 꿈틀거리며 규칙적으로 사정하던 성기가 마침내 멈추자 아나킨은 오비완의 쇄골에 이마를 댔다.

만약에 오비완이 엉덩이를 살짝 움찔거리면서 희미하게 인상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나킨은 그 상태로 영원히 있었을 거다. 오비완의 불편함을 감지했지만 아나킨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마지못해 성기를 빼내고 소울메이트 위에 쓰러졌다.

"이만 씻어 야해요." 오비완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포옹을 하며 후희를 즐기고 싶어서 자신을 끌어안으려고 드는 아나킨에게 반발하듯이 아나킨의 손을 토닥였다. 어떻게 아나킨의 소울메이트에게는 섹스 후 포옹과 후희를 거부할 힘이 있는 걸까?

감사하게도 이건 아나킨이 이기고 들어가는 싸움이었다. 사실 오비완은 그리 강하게 반발하지도 않았다. "나중에요." 아나킨은 오비완을 품에 안으며 오비완의 실크처럼 보드라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다. "지금은 이렇게 있어줘요."

"네....." 대답을 하며 소울메이트는 아나킨의 다리 사이에 다리를 끼워 넣고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 그래서 아나킨은 상으로 이마에 입을 맞춰줬다. 그리고 저절로 움직이는 입술을 멈추지 못해 다시 입 맞췄다. 그러자 입술에 닿을 때마다 오비완의 살결이 가져다주는 감각에 중독되어버린 나머지 또다시 입을 맞추고 말았다. 

"미안해요." 아나킨은 이 말을 꺼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고 말았다. 문장이 입안에서 한번 모양을 잡자 이걸 사라지게 만드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 상처를 입혀서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오비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나킨의 품에서 조금씩 꼼지락대며 몸을 위로 올렸다. 그러다 가슴에 아나킨의 귀가 닿자 멈췄다. "가짜로 타투를 새긴 척을 해볼까 생각했었어요." 마침내 입을 연 소울메이트가 아나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나킨에 입술이 오비완의 가슴에 스쳤다. "크고.... 검은 것으로요. 당신의 이름을 전부 가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검은 상자를 소울마크 위에 새긴 척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볼 수 있도록 당당하게 가짜 타투를 내보이고 다니는 거예요. 내가 당신의 이름을 덮어버렸다고 생각하도록...... 해버릴까 고민했었어요. 그러고 싶었어요. 진심으로....."

아나킨은 날카로운 숨을 들이마셨다. 오비완의 팔을 찾아 제 눈으로 직접 자신의 이름을 읽고 싶다는 마음에 저절로 옆으로 돌아가는 고개를 멈출 수가 없었다. 외설적일 정도로 커다란 아나킨의 이름은 여전히 오비완의 팔위에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어요. 이름을 가린 타투를 보는 순간 당신이 상처를 입을 거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당신의 거짓말에 미칠 듯이 화가 났을 때도 나는 나 자신이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도록 만들 수가 없었어요. 아마도 우리가 소울메이트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나는 당신 역시 일부러 나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요. 진심으로 그랬던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을 용서할게요. 거의 용서할게요."

"거의요?" 목구멍이 바싹 마르자 아나킨은 다음 말을 내뱉을 힘을 얻기 위해 입술과 입을 두 번이나 적셔야 했다.

"아나킨,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오비완이 말했다. "그리고 내 상처도 여전히 남아있고요. 하지만 당신은...... 이름을 제외한 다른 중요한 점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에요. 나는 렉스와 사랑에 빠졌었어요. 렉스 덕분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과 나를 그렇게까지 이해해주는 렉스의 태도 때문에 사랑에 빠졌던 거였어요. 이성적으로는 그때의 렉스가 당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극복하려면 아마도 몇 주 정도 더 걸릴 거 같네요. 나는 우리가 술집에 갔던 그 밤에..... 당신이 속삭였던 말과...... 나를 걱정하던 당신을 기덕하고 있어요. 나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인데도 당신은 나를 신경 쓰고 있었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의 거짓말을 이해한다는 거예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나킨의 팔이 올라오더니 오비완의 허리를 강하게 휘감고는 꼭 안았다. "고마워요." 아나킨이 속삭였다.

이 말은 아나킨이 소울메이트에게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정직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럼 두 가지만 약속해줘요." 오비완은 몸을 돌리더니 조심스럽게 일어나 아나킨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런 오비완의 입술은 키스로 붉어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방금 떡을 쳤다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무엇이든 말만 해주세요." 아나킨이 약속했다.

"나에게 귤 타투를 해줘요." 소울메이트는 아나킨의 입가에 재빠르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당신이 내 소울메이트가 아닌 척 했을 때의 값을 치르는 거예요."

아나킨은 맹세가 입술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귤 타투라니..... 오비완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을 가장 싼 값으로 치를 수 있게 될 줄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교활하고 사악하니까 괜찮을 거다. 아나킨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비완의 등 아래쪽에 손을 얹었다. "알겠어요. 다음은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사정하도록 만드는 순간 내가 렉스의 이름을 외치더라도 곧바로 나를 용서해주고, 화를 내지 말고, 말대꾸도 하지 마세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밝고, 가장 엿 같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나킨은 욕설을 참지 못하고 내뱉으며 오비완 위로 몸을 굴려 오비완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또 맞췄다. 그러자 오비완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하고 잔인한 동시에 아나킨의 인생이 되어줄 단 하나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아나킨은 영원히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갈 거다.

"아무거나 다 들어줄게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입가에 거친 숨을 내쉬면서 다시 약속했다. "맹세할게요. 내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다 가져가세요. 그건 이미 전부 당신의 것이에요."

오비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나킨의 키스에 화답했다. 아나킨은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승리에 만족했다.









끝났다! 읽어줘서 고마워.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2024.09.29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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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까지 번역해줘서 너무 고마워ㅠㅠ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
[Code: b9c9]
2024.09.29 00:24
ㅇㅇ
모바일
둘이 정말 영혼의 짝이구나ㅠㅠㅠ근데 렉스 이름 외쳐도 봐줘야한다니 오비완 진짜ㅋㅋㅋㅋㅋㅋㅋ번역붕 덕분에 재밌게 ㅂ봤다!!!!
[Code: 8277]
2024.09.29 00:53
ㅇㅇ
모바일
아 진짜 최고다....
[Code: 0a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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