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https://hygall.com/60374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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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 : https://hygall.com/603750037
Chapter 3-2 : https://hygall.com/604238321
Chapter 4-1 : https://hygall.com/604567894
Chapter 4-2 : https://hygall.com/604956787
Chapter 5-1 : https://hygall.com/605301327

- 번역 허락은 아오삼 커맨트를 안보셔서 작가님 ㅌㅂㄹ 메시지로 받았음
- 현대 AU
- 피드백 감사
- 타투에 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음 주의......





챕터 5 이번에 끝내는 게 목표였는데 혐생 때문에 못 끝내서 많이 짧음... 







레스토랑은 '크리티컬 잉크'로부터 걸어서 16분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오비완은 9분만에 도착했다.

아직 두 시가 되지도 않은 지금, 오비완은 가게에 쳐들어갔다. 아소카는 접수대에서 고개를 들어 왜 오비완이 여기 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비완도 왜 자신이 이 가게에 왔는지를 모르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피가 미친 듯이 들끓었다.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온 몸이 산산조각 나서 바닥에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케노비 씨." 아소카가 완전히 일어서면서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연히 아소카는 오비완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처음에 오비완은 아소카가 손님의 얼굴을 외우는데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친구의 소울메이트를 기억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예약 때문에 오셨-."

오비완은 날카로운 손짓으로 아소카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으르렁거린 오비완은 입을 닫고 창가를 바라보려 몸을 돌렸다. 감정이 너무 격해져있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여기에 오는 게 아니었다.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순간 오비완의 눈길이 벽에 걸린 스케치에서 멈췄다. 안전한 항구에 거의 다 도착했다고 생각했던 배가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는 작품이었다. 이제 배에게는 산산이 부서지는 운명만 남아 있었다.

"여기 있습니까?" 오비완은 두 눈을 조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난파당한 배를 노려보면서 수염과 입을 문지르며 물었다. 저걸 그린 사람은 아나킨이었다. 소울메이트가 그려서인지 오비완의 마음 속 깊은 어두운 구석을 들여다보고 그려낸 것처럼 느껴졌다.

"오비완?" 아나킨의 목소리가 왼쪽에서 들려왔다. 몸을 돌린 오비완은 접수받는 곳과 타투 스튜디오를 나누는 파티션에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 아나킨을 마주했다. "괜찮아요?"

저 개새끼는 오비완을 걱정할 담력도 가지고 있었다. 저 개새끼는 터질 듯한 팔을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검푸른 짧은 소매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완전히 완벽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아나킨의 소울마크가 있는 부분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붕대의 존재가 오비완의 인내심을 건드렸다. 아나킨은 오늘 오비완이 올 거라고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을 테지만 소울메이트 이름을 가리고 있었다. 죄책감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면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역겨워서? 아나킨은 오비완과의 만남을 후회하고 있을까?

"이리 와요." 목이 멘 오비완은 겨우 말을 내뱉었다. 오비완을 바라보는 아나킨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부탁할게요." 오비완의 귀에도 자기 목소리가 너무 불안하게 들려서 오비완은 아나킨이 다급하게 거리를 좁히며 다가와도 놀라지 않았다. 적어도 아나킨에게는 공감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반응조차 거짓이 아니라면 말이다.

"괜찮은 거 맞으세요?" 오비완의 소울메이트가 목소리에 힘을 더 실으며 오비완의 몸을 완전히 돌려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치 억지로라도 시선을 맞춘다면 오비완이 대답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오비완의 얼굴에 양 손을 올렸다.

하지만 오비완은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하느라 바빠서 아나킨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했다. 점점 커져만 가는 부끄러움 때문에 마음에 난 상처가 시시각각 커져가며 끓어오르는 분노가 솟구쳐 오를 자리를 만들어줬다. 오비완을 제외한 이 가게의 모든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접수대에서 큰 눈으로 오비완을 지켜보고 있는 아소카도 알았다. 진짜 렉스도 알고 있었다.

바보는 오비완이었다. 오비완은 왕의 성에서 춤을 추면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오비완은 두 눈을 감고 떨리는 숨을 들이마셨다. "풀어요." 그리고 속삭였다.

오비완의 관자놀이와 뺨을 쓰다듬던 아나킨의 손이 얼어붙었다. "네?" 아나킨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벌써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모를 리가 없었다.

소울메이트의 표정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오비완을 눈을 떴다. "풀라고요." 오비완은 말을 반복하면서 아나킨을 노려보려고 했다. 정말 노력했다. 하지만 오비완의 분노는 메말라있지 않았다. 어서 이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데 저 끔찍한 거짓말쟁이 소울메이트를 가만히 서서 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오비완의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 팔을 완전히 잘라내버린다면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마음에 묻어버리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될까? 하지만 오비완의 몸에는 아나킨이 새겨둔 다른 타투가 있었다. 남은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타투 두 개가..... 고통스러운 .......과의 기억을 되살려 줄......

오비완은 소울메이트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중 한쪽 손을 얼굴에서 떼어내 앞으로 당겨 뒤집었다. 분노로 움직임이 거칠어진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을 멍이 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고는 반대쪽 손으로 아나킨이 하고 있는 붕대를 붙잡았다. "풀라고 말했잖아요." 지금 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잘못 알아들을 수 없도록 오비완의 엄지손가락이 팔에 감긴 붕대를 파고들었다. "아나킨."

조금 전의 아나킨이 얼어붙었다면 지금 아나킨은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오비완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해하겠다고 협박했다는 듯이 뒤로 물러났다. 어쩌면 오비완은 정말 협박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나킨은 몇 분 전에 코디에게서 진실을 듣기 무서워했던 오비완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비완." 소울메이트의 속삭임 서린 순수한 두려움과 후회와 공포는 오비완에 이름을 발음하는 목소리를 애원처럼 들리도록 망쳐버렸다. 어쩌면 자비를 구하는 애원일지도 모른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오비완이 날카롭게 대답했다. "풀어서 보여줘요. 보여 달라고요."

"싫어요." 젖어버린 아나킨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가득했고 크게 뜬 두 눈에는 죄책감이 떠있었다. "오비완, 제발. 여기서는 안-."

"그래서요? 내 알바 아니에요, 렉스." 오비완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으로 붕대 가장자리의 핀을 잡아 조심스럽게 당기며 빼냈다. 오비완의 손이 닿은 붕대는 너무 쉽게 풀렸고 아나킨은 그런 오비완을 막지 않았다. 오비완이 눈을 번뜩이며 올려다보자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아나킨이 보였다. 카운트다운의 끝이 다가왔다.

필기체로 적힌 오비완 케노비가 아나킨의 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손글씨처럼 보이는 검은색 잉크로 새겨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꽃이 그려져 있었다. 알파벳 위아래뿐만이 아니라 사이사이에는 장미가 빠짐없이 피어나 있었다.

정성들여서 추가한 듯한 장미꽃 타투는 얼마 전에 새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장미꽃은 오비완의 분노를 더욱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오비완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배신의 증표였다.

"아팠어요?" 오비완은 자신의 이름 중 W를 엄지로 힘껏 누르면서 외쳤다. 아나킨이 움찔거리면서 물러났지만 오비완은 놓아주지 않았다. "아팠냐고요! 소울마크 주위에 타투를 새길 때 아팠냐고 묻잖아요!"

뒤쪽의 누군가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쨍그랑거리며 떨어지는 소리도 났다. 하지만 오비완은 정신이 나간 듯한 소울메이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죽을 것처럼 아팠어요?" 작은 가게에 울려 퍼질 만큼 큰 목소리가 오비완에게서 나왔다. "나처럼-."

아나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처럼 아팠어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의 나만큼 아팠냐고요.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발견한 나처럼? 당신이 일분일초 마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처럼? 나는...... 당신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부 거짓이었다니!"

"아니에요." 튀어나온 아나킨의 목소리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아나킨은 소울메이트 타투가 새겨진 팔을 빼내서 오비완의 손을 잡았다. "오비완,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당신에게 마음이 있어요. 제 마음에 대해서는 한 번도 거짓으로 내보인 적이 없어요. 저는 저에요. 저는 언제나 저였어요. 그저 이름만 달랐던-"

"그래서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오비완은 팔을 놓아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당신이 내 소울메이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변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네?" 이번에는 아나킨이 되물었다. 그리고 아나킨은 손등으로 눈물이 흘러내린 얼굴을 훔쳐냈다. "어떻게 변할 거라는 뜻이에요?"

"나도 몰라요!" 오비완은 손을 위로 들면서 외쳤다. "지난 몇 주 동안 내가 소울메이트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 아나킨 당신이에요! 나는 겨우 몇 분 전에 알았다고요! 그리고 당신이 했던 말이 전부 거짓이었다는 사실도 방금 알아낸 거예요! 나는 당신을 믿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나에게 같은 믿음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잖아요!"

"당신은 나를 원하지 않았잖아요." 아나킨은 소리치며 반박했다. 저절로 뻗어나간 아나킨의 손이 오비완의 셔츠 목깃을 힘껏 붙잡았다.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당신이 떠나버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는 제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건 내가 선택할 일이에요!" 눈가가 더 젖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침내 오비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나킨, 나에게는 적어도 선택할 기회가 있어야만 했다고요!"

"저도 알아요. 당신이 맞아요." 아나킨은 훌쩍거리면서 가까이 다가와 오비완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고....... 저는 이유를 몰랐어요. 그래서 알아내야만 했어요. 당신이 소울메이트를 원하지 않는 이유가...... 저에게 문제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소울메이트에 관한 감정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니면........... 저도 모르겠어요. 혹시.... 문제가 저에게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짧은 고백이 끝으로 갈수록 아나킨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너무 커서 지금처럼 가까이에 있을 때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당신에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었어요." 오비완이 속삭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됐네요."

"오비완, 잠시 만요." 오비완이 아나킨을 밀어내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자 아나킨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며 오비완을 따라가려고 했다.

"당신에게는 나에게 진실을 말해줄 기회가 몇 주 동안 있었어요." 오비완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변해있었다. 이미 사라져버린 분노만큼이나 상처받았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당신이 왜 그 기회를 전부 놓쳐버렸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이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소울메이트라는 사실을 밝히기 전에 당신은 스스로가 진심으로 나를 원하는지를 알아보고 있었겠죠."

아나킨은 마치 오비완이 자신에게 총을 쏜 것처럼 바라봤다.

"그동안의 시험이 즐거웠으면 좋겠네요." 오비완은 바보처럼 흘러내리는 망할 눈물을 닦아내고는 뒤로 돌아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아나킨을 뒤에 두고 나오는 것은 마치 자신의 반을 두고 떠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오비완은 지금까지 약 40년 동안 소울메이트 없이 살아왔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아나오비 헤이든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