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749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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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6:51
Chapter 1 : https://hygall.com/603748719
- 번역 허락은 아오삼 커맨트를 안보셔서 작가님 ㅌㅂㄹ 메시지로 받았음
- 현대 AU
- 피드백 감사
tongue-tie me so tightly i cannot tell you the truth
Chapter 2
아나킨이 렉스와 아소카와 함께 가게로 돌아왔을 때 오비완은 소파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주 느긋하면서도 나른해보였다. 이 망할 인간은 아나킨의 타투 가게에서 아나킨의 소파 위에 앉아 양 손으로 아나킨의 심장을 감싸쥔채로 어떻게해야 이걸 가장 잘 부숴버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나킨이 들어오는 순간 오비완은 눈을 크게 뜨더니 아나킨을 올려다봤다. 그 순수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나킨은 침을 두번 삼켰다. 너무 아름다웠다.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손을 대어 엉망으로 만들고 오비완이 우는 동안 그가 얼마나 완벽한지를 말해주고 싶었다.
집중해, 스카이워커.
"늦어서 미안해요." 아나킨은 거짓말을 했다. "만약에..... 조금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상담을 마저 끝내고 싶다면 뒤편의 제 작업장으로 가실래요?"
"오, 좋아요. 고마워요, 렉스." 오비완이 작디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답하자 카운터로 들어가던 렉스가 발을 헛디디고는 욕설을 중얼거렸다. 아나킨은 잠깐 두 눈을 감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렸던 모든 결정을 다시 생각해봤다.
"잠시만요." 아나킨은 소울메이트에게 말하고서는 카운터 뒤편을 바라봤다. 아소카는 아일라에게 가까이 붙어 머리를 맞대고는 빠르게 입을 움직이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렉스는 작업대 앞에 서서 손을 허리에 대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 그래서 뭘 하고 싶으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 커버업이요." 오비완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아나킨은 저절로 돌아가려는 눈알을 겨우 멈췄다. "네, 그건 아까 말하셨잖아요. 혹시 제가 그 타투를 그냥 커다란 검은색 네모로 덮어버리기를 원하는 거세요? 아니면 그.... 이름을 다른 방식으로 가릴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아나킨은 다시 카운터쪽을 슬쩍 봤다. 아일라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이 마주치자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보였다. 아소카는 아나킨의 작업대 옆으로 가더니 사진과 데코레이션을 살펴보다가 벽에서 아나킨의 타투이스트 자격증을 내리고는 휴게실로 가져갔다. 제기랄. 아소카가 옳았다. 자격증에는 아나킨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신이시여. 콰이곤 사장님에게 아소카의 시급을 올려달라고 말해야겠다.
빈 손으로 휴게실에서 나온 아소카는 아나킨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고는 오비완쪽을 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생각해본 적 없네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간단한건 뭔가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아나킨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당신을 문 밖으로 밀어내서 내 이름을 고백하는 거요. 그리고 벽으로 밀어붙혀진 당신이 내 이름을 울부짖도록 만드는 거요.
당연하지만 아나킨은 두 번째 생각도 말하지 않았다.
그대신 아나킨은 오비완의 등 아래쪽에 손을 얹고 자신의 작업대로 이끌었다. 아나킨의 자제력이 시험당하고 있었다.그리고 손바닥을 통해 오비완의 살결이 떨리는게 느껴지는 동시에 자신의 손쪽으로 등을 더 가까이로 기대어오는 오비완이 느껴지는 순간 아나킨은 거의 시험에서 떨어질뻔했다.
"잉크가 제법 들어가는 도안이어야 할 거예요." 아나킨은 오비완이 카트 옆에 있는 자신의 의자에 앉자 우물거렸다. "보다시피 손님의.... 소울메이트 이름은 꽤나..... 크거든요."
아나킨의 팔에 난 오비완의 이름은 그렇게 크다고 부를 수 없었다. 그저 평균적인 소울메이트 타투보다 약간 더 컸다. 아나킨은 이름의 크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의 창백한 팔에 적힌 자신에 커다란 이름이 보일 때마다 타투 크기에 따른 미신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가 어려웠다.
아나킨은 크기에 집착하는게 멍청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아주 많이 우쭐해졌다.
오비완은 마치 아나킨이 별로 달갑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켜줬다는 듯이 움찔했다. "저도 알아요." 오비완이 말했다. "솔찍히 말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게 없어서 그런지 따로 선호하는건 없어요."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나요?" 아나킨은 천천히 다시 물어봤다. "그 이름만 아니라면 아무거나 그 팔에 새기고 평생동안 살아도 괜찮다고요?"
아나킨은 방금 한 말이 오비완이 오늘 한 말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 앞의 남자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고 오비완 주위에 서있던 아소카는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크게 뜬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유일한 피해자는 아나킨이었다.
"당신을 믿고 맡길게요." 말을 마친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미안해요. 정말 멍청하게 들릴 거 같은 말이었네요. 아, 당연하지만 저는 당신을 믿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믿음이 가는지는 모르겠네요."
"아까 제 작품을 보셔서 그런거 아닐까요." 이건 아나킨이 하고싶었던 말과 조금도 비슷하지 않았지만 아나킨은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믿는 이유는 아나킨이 소울메이트이기 때문일거다. 두 사람의 영혼은 서로가 소울메이트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제가 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오비완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해주는 거라면 뭐든지..... 틀림없이 제 마음에 들거예요."
아나킨은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그럼 양 팔을 보여주실래요?" 아나킨이 말했다.
오비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양 손을 내밀더니 타투가 새겨진 팔과 깨끗한 팔을 보여줬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믿고 있다. 이 생각은 아나킨의 마음을 갈망과 경의로움으로 가득 채웠다.
아나킨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오비완의 팔 위를 흝어보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면 멈추고 싶지 않았거나. 아나킨의 이름이 거기 새겨져 있었다. 아나킨의 오비완 케노비에 팔 위에. 아나킨의 이름이. 이 타투에다가 이빨을 박아넣고 싶었다. 알파벳을 하나 하나 혀로 따라가다가 'i'가 적힌 점 위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지금처럼 자신의 이름을 사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동시에 지금처럼 고통스러운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타투는 없으세요?" 아나킨은 저절로 움직인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나킨의 머리속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작고 소름끼치는 아이디어가 서서히 모양을 잡아가고 있었다.
아나킨은 진실을 고백하기 전에 그저 소울메이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진실을 말해줄 거다. 다만 지금은 그럴 수 없을 뿐이다.
"아니요." 오비완이 말했다. "타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나킨은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을 말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 "저는 시술을 못하겠어요." 아나킨이 말하자 오비완 너머의 렉스가 다 들릴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렉스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오비완은 상처와 배신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아나킨을 바라보느라 바쁜 것 같았다.
"못하겠다고요...?" 오비완이 물었다. "렉스, 이해가 안가네요. 왜 못하겠다는 건가요?"
아나킨은 목청을 가다듬었다. "어..... 왜냐하면...... 그건 아주 아프거든요. 소울메이트 타투를 커버업하는 거요.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게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할 정도로요."
아나킨은 이 말을 한 사람이 세상에 한명 정도는 틀림없이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아마도.
"그리고 당신에게는 경험이 없어서 타투를 새기는게 얼마나 아픈지 모르잖....."
"아픈건 상관없습니다!" 오비완이 끼어들었다. "저는 그저...."
"몇 년전에 고통으로 죽은 사람이 있었어요." 아나킨은 목소리를 높히며 오비완의 말을 잘랐다. "그정도의 고통을 견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죽어버렸다고요. 오비완, 이건 당신의 영혼 위에 타투를 새기는 거에요. 그.... 커버업을 원하거나..... 하는게...... 옳지 않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는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봤다. 어쩌면 타투 가게의 모든 사람들이 아나킨만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나킨은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짧은 침묵을 지키던 오비완이 마침내 질문을 던졌다. "그.... 준비를 하려면요."
아나킨은 입술에 침을 발랐다. "저와 함께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면 되요." 아나킨이 말했다. "첫경험으로 작은 것 몇개를 그려넣어보면 될거예요. 팔에 새기는 건..... 갈비뼈에 새기는 것만큼 아프지 않거든요. 팔꿈치도요. 발목도 그렇고요."
"제 팔꿈치에 타투를 새기고 싶으시다고요?" 오비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아나킨은 움찔했다.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먼저 다른 타투를 새겨서 제가 당신의 팔에다 잉크총을 대었을 때 몸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두고 싶어서요."
오비완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 침묵은 불신의 침묵이 아니라 고민에 빠진 침묵이었다.
"반값에 해드릴게요." 아나킨이 말을 더했다. 아나킨의 귀에도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너무 절박하게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오비완이 도망치치 않았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나킨은 도망치는 오비완을 자신이 쫓아가지 않을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크거나 복잡한거 말고요. 그냥.... 세개요. 타투 세개. 당신의...... 소울메이트 타투를 진짜 커버업 하기 전에 세번만 받아보는 거예요. 그냥.....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오비완은 팔짱을 꼈다.
"아마 세 달 안에 전부 끝낼 수 있을 거예요. 편하신 시간에 시술받을 수 있도록 다른 예약들을....."
"알겠어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말했다. 그 말에 아나킨은 놀란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입을 다물어 이어지던 말을 멈춰야했다.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어....." 언제부터 아나킨이 벙어리가 되었을까. "진심이세요?"
오비완은 입을 잠시 열었다 닫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네. 커버업을 정말로 받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이 나의 타투이스트가 되어줬으면 하고요. 그러니 타투 세개를 먼저 받아야만한다면 그렇게 할게요.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그..... 일주일을....... 주세요. 아이디어를 도안으로 그려내려면 그정도 걸려서요. 혹시 타투로 새길만큼 좋아하는게 있나요?" 아나킨은 역사상 가장 이상한 타투 예약 스케쥴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배를 좋아하긴 해요." 마침내 오비완이 말했다. "배와 관련된 거라면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아나킨의 눈이 커졌다. 당연히 배는 좋은 선택이었다. 그 등대 그림은 아나킨이 그린 최고의 걸작 중 하나여서 비록 타투 도안이 아니었지만 벽에 걸어뒀던 거였다. 하지만 그건 외롭고 황량한 그림이었다.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작품이었다.
오비완의 몸에 영원히 새겨져있을 타투로 그런 그림을 그려넣는 것은 상상도 하고싶지 않았다.
오비완이 더 이상 외로워할 이유가 없을 때는 아니었다. 아나킨이 바로 여기에 있을 때는 할 수 없었다.
"알겠어요." 아나킨이 말했다. "항해과 관련된 거라면 괜찮을 거 같네요. 잘 어울릴 거예요." 아나킨은 생각에 빠져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치면서 콧소리를 냈다. 팔에 배를 그리고 가슴에 밧줄을 새길까? 갈비뼈에는 나침반을 그려넣고.
오비완은 침을 삼키더니 얼굴에 귀여운 붉은 홍조를 띄웠다. "알겠어요. 좋네요. 음..... 제 번호를 연락처란에 남겨뒀어요. 그러니까..... 연락을 주시면....... 저와 함께...... 세부 사항을 정하면 될거 같네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요."
아나킨은 너무나도 세부 사항을 알아내고 싶었다. 오비완의 몸에 새길 새 타투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당연히 좋아요. 오늘 밤까지 아이디어 몇 개를 문자로 보낼게요." 아나킨은 오비완이 소매를 내려서 자신의 이름을 가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깊은 상실의 파도에 휩싸인 아나킨은 잠시 동안 작업대를 붙잡고 이름이 사라진 팔을 보며 눈을 깜박여야했다.
오비완이 머뭇거리며 작별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에 빠져 멍하게 있던 아나킨은 가게를 나서는 소울메이트를 향해 손을 흔들어줘야한다는 생각을 겨우 떠올렸다.
상관없잖아. 아나킨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비완이 정말로 타투를 커버업하는 날이 온다고 해서 그날 이후로 그들이 더이상 소울메이트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었다.
혼자남은 아나킨은 숨을 들이마시고 소매를 걷어올려 오비완의 이름을 손끝으로 따라갔다. 그 이름은 아나킨의 팔에 아주 잘 어울렸다. 철자가 서로 떨어져있는 간격조차 완벽했다. 만약에 아나킨의 이름이 조금 더 작았더라면 오비완은 소울메이트 타투를 그대로 뒀을까? 아나킨이 타투에 적힌 이름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면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계속 옆에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내려줬을까?
"예약금을 안 받았잖아요." 카운터에서 돌아나온 아소카가 아나킨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저 손님이 다시 오라고 행운을 빌어야 겠는데요."
아나킨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오비완이 돌아오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농담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아나킨의 귀에도 그 목소리는 아주 진심으로 들렸다.
---
작가의 말 :
오비완은 타투이스트랑 떡을 치는게 불법인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아나킨은 타인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메시지를 최대 몇 개까지 새겨넣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계속할 수 있는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 번역 허락은 아오삼 커맨트를 안보셔서 작가님 ㅌㅂㄹ 메시지로 받았음
- 현대 AU
- 피드백 감사
tongue-tie me so tightly i cannot tell you the truth
Chapter 2
아나킨이 렉스와 아소카와 함께 가게로 돌아왔을 때 오비완은 소파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주 느긋하면서도 나른해보였다. 이 망할 인간은 아나킨의 타투 가게에서 아나킨의 소파 위에 앉아 양 손으로 아나킨의 심장을 감싸쥔채로 어떻게해야 이걸 가장 잘 부숴버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나킨이 들어오는 순간 오비완은 눈을 크게 뜨더니 아나킨을 올려다봤다. 그 순수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나킨은 침을 두번 삼켰다. 너무 아름다웠다.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손을 대어 엉망으로 만들고 오비완이 우는 동안 그가 얼마나 완벽한지를 말해주고 싶었다.
집중해, 스카이워커.
"늦어서 미안해요." 아나킨은 거짓말을 했다. "만약에..... 조금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상담을 마저 끝내고 싶다면 뒤편의 제 작업장으로 가실래요?"
"오, 좋아요. 고마워요, 렉스." 오비완이 작디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답하자 카운터로 들어가던 렉스가 발을 헛디디고는 욕설을 중얼거렸다. 아나킨은 잠깐 두 눈을 감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렸던 모든 결정을 다시 생각해봤다.
"잠시만요." 아나킨은 소울메이트에게 말하고서는 카운터 뒤편을 바라봤다. 아소카는 아일라에게 가까이 붙어 머리를 맞대고는 빠르게 입을 움직이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렉스는 작업대 앞에 서서 손을 허리에 대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 그래서 뭘 하고 싶으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 커버업이요." 오비완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아나킨은 저절로 돌아가려는 눈알을 겨우 멈췄다. "네, 그건 아까 말하셨잖아요. 혹시 제가 그 타투를 그냥 커다란 검은색 네모로 덮어버리기를 원하는 거세요? 아니면 그.... 이름을 다른 방식으로 가릴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아나킨은 다시 카운터쪽을 슬쩍 봤다. 아일라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이 마주치자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보였다. 아소카는 아나킨의 작업대 옆으로 가더니 사진과 데코레이션을 살펴보다가 벽에서 아나킨의 타투이스트 자격증을 내리고는 휴게실로 가져갔다. 제기랄. 아소카가 옳았다. 자격증에는 아나킨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신이시여. 콰이곤 사장님에게 아소카의 시급을 올려달라고 말해야겠다.
빈 손으로 휴게실에서 나온 아소카는 아나킨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고는 오비완쪽을 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생각해본 적 없네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간단한건 뭔가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아나킨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당신을 문 밖으로 밀어내서 내 이름을 고백하는 거요. 그리고 벽으로 밀어붙혀진 당신이 내 이름을 울부짖도록 만드는 거요.
당연하지만 아나킨은 두 번째 생각도 말하지 않았다.
그대신 아나킨은 오비완의 등 아래쪽에 손을 얹고 자신의 작업대로 이끌었다. 아나킨의 자제력이 시험당하고 있었다.그리고 손바닥을 통해 오비완의 살결이 떨리는게 느껴지는 동시에 자신의 손쪽으로 등을 더 가까이로 기대어오는 오비완이 느껴지는 순간 아나킨은 거의 시험에서 떨어질뻔했다.
"잉크가 제법 들어가는 도안이어야 할 거예요." 아나킨은 오비완이 카트 옆에 있는 자신의 의자에 앉자 우물거렸다. "보다시피 손님의.... 소울메이트 이름은 꽤나..... 크거든요."
아나킨의 팔에 난 오비완의 이름은 그렇게 크다고 부를 수 없었다. 그저 평균적인 소울메이트 타투보다 약간 더 컸다. 아나킨은 이름의 크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의 창백한 팔에 적힌 자신에 커다란 이름이 보일 때마다 타투 크기에 따른 미신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가 어려웠다.
아나킨은 크기에 집착하는게 멍청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아주 많이 우쭐해졌다.
오비완은 마치 아나킨이 별로 달갑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켜줬다는 듯이 움찔했다. "저도 알아요." 오비완이 말했다. "솔찍히 말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게 없어서 그런지 따로 선호하는건 없어요."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나요?" 아나킨은 천천히 다시 물어봤다. "그 이름만 아니라면 아무거나 그 팔에 새기고 평생동안 살아도 괜찮다고요?"
아나킨은 방금 한 말이 오비완이 오늘 한 말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 앞의 남자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고 오비완 주위에 서있던 아소카는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크게 뜬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유일한 피해자는 아나킨이었다.
"당신을 믿고 맡길게요." 말을 마친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미안해요. 정말 멍청하게 들릴 거 같은 말이었네요. 아, 당연하지만 저는 당신을 믿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믿음이 가는지는 모르겠네요."
"아까 제 작품을 보셔서 그런거 아닐까요." 이건 아나킨이 하고싶었던 말과 조금도 비슷하지 않았지만 아나킨은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믿는 이유는 아나킨이 소울메이트이기 때문일거다. 두 사람의 영혼은 서로가 소울메이트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제가 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오비완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해주는 거라면 뭐든지..... 틀림없이 제 마음에 들거예요."
아나킨은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그럼 양 팔을 보여주실래요?" 아나킨이 말했다.
오비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양 손을 내밀더니 타투가 새겨진 팔과 깨끗한 팔을 보여줬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믿고 있다. 이 생각은 아나킨의 마음을 갈망과 경의로움으로 가득 채웠다.
아나킨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오비완의 팔 위를 흝어보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면 멈추고 싶지 않았거나. 아나킨의 이름이 거기 새겨져 있었다. 아나킨의 오비완 케노비에 팔 위에. 아나킨의 이름이. 이 타투에다가 이빨을 박아넣고 싶었다. 알파벳을 하나 하나 혀로 따라가다가 'i'가 적힌 점 위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지금처럼 자신의 이름을 사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동시에 지금처럼 고통스러운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타투는 없으세요?" 아나킨은 저절로 움직인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나킨의 머리속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작고 소름끼치는 아이디어가 서서히 모양을 잡아가고 있었다.
아나킨은 진실을 고백하기 전에 그저 소울메이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진실을 말해줄 거다. 다만 지금은 그럴 수 없을 뿐이다.
"아니요." 오비완이 말했다. "타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나킨은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을 말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 "저는 시술을 못하겠어요." 아나킨이 말하자 오비완 너머의 렉스가 다 들릴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렉스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오비완은 상처와 배신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아나킨을 바라보느라 바쁜 것 같았다.
"못하겠다고요...?" 오비완이 물었다. "렉스, 이해가 안가네요. 왜 못하겠다는 건가요?"
아나킨은 목청을 가다듬었다. "어..... 왜냐하면...... 그건 아주 아프거든요. 소울메이트 타투를 커버업하는 거요.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게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할 정도로요."
아나킨은 이 말을 한 사람이 세상에 한명 정도는 틀림없이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아마도.
"그리고 당신에게는 경험이 없어서 타투를 새기는게 얼마나 아픈지 모르잖....."
"아픈건 상관없습니다!" 오비완이 끼어들었다. "저는 그저...."
"몇 년전에 고통으로 죽은 사람이 있었어요." 아나킨은 목소리를 높히며 오비완의 말을 잘랐다. "그정도의 고통을 견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죽어버렸다고요. 오비완, 이건 당신의 영혼 위에 타투를 새기는 거에요. 그.... 커버업을 원하거나..... 하는게...... 옳지 않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는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봤다. 어쩌면 타투 가게의 모든 사람들이 아나킨만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나킨은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짧은 침묵을 지키던 오비완이 마침내 질문을 던졌다. "그.... 준비를 하려면요."
아나킨은 입술에 침을 발랐다. "저와 함께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면 되요." 아나킨이 말했다. "첫경험으로 작은 것 몇개를 그려넣어보면 될거예요. 팔에 새기는 건..... 갈비뼈에 새기는 것만큼 아프지 않거든요. 팔꿈치도요. 발목도 그렇고요."
"제 팔꿈치에 타투를 새기고 싶으시다고요?" 오비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아나킨은 움찔했다.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먼저 다른 타투를 새겨서 제가 당신의 팔에다 잉크총을 대었을 때 몸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두고 싶어서요."
오비완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 침묵은 불신의 침묵이 아니라 고민에 빠진 침묵이었다.
"반값에 해드릴게요." 아나킨이 말을 더했다. 아나킨의 귀에도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너무 절박하게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오비완이 도망치치 않았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나킨은 도망치는 오비완을 자신이 쫓아가지 않을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크거나 복잡한거 말고요. 그냥.... 세개요. 타투 세개. 당신의...... 소울메이트 타투를 진짜 커버업 하기 전에 세번만 받아보는 거예요. 그냥.....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오비완은 팔짱을 꼈다.
"아마 세 달 안에 전부 끝낼 수 있을 거예요. 편하신 시간에 시술받을 수 있도록 다른 예약들을....."
"알겠어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말했다. 그 말에 아나킨은 놀란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입을 다물어 이어지던 말을 멈춰야했다.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어....." 언제부터 아나킨이 벙어리가 되었을까. "진심이세요?"
오비완은 입을 잠시 열었다 닫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네. 커버업을 정말로 받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이 나의 타투이스트가 되어줬으면 하고요. 그러니 타투 세개를 먼저 받아야만한다면 그렇게 할게요.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그..... 일주일을....... 주세요. 아이디어를 도안으로 그려내려면 그정도 걸려서요. 혹시 타투로 새길만큼 좋아하는게 있나요?" 아나킨은 역사상 가장 이상한 타투 예약 스케쥴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배를 좋아하긴 해요." 마침내 오비완이 말했다. "배와 관련된 거라면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아나킨의 눈이 커졌다. 당연히 배는 좋은 선택이었다. 그 등대 그림은 아나킨이 그린 최고의 걸작 중 하나여서 비록 타투 도안이 아니었지만 벽에 걸어뒀던 거였다. 하지만 그건 외롭고 황량한 그림이었다.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작품이었다.
오비완의 몸에 영원히 새겨져있을 타투로 그런 그림을 그려넣는 것은 상상도 하고싶지 않았다.
오비완이 더 이상 외로워할 이유가 없을 때는 아니었다. 아나킨이 바로 여기에 있을 때는 할 수 없었다.
"알겠어요." 아나킨이 말했다. "항해과 관련된 거라면 괜찮을 거 같네요. 잘 어울릴 거예요." 아나킨은 생각에 빠져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치면서 콧소리를 냈다. 팔에 배를 그리고 가슴에 밧줄을 새길까? 갈비뼈에는 나침반을 그려넣고.
오비완은 침을 삼키더니 얼굴에 귀여운 붉은 홍조를 띄웠다. "알겠어요. 좋네요. 음..... 제 번호를 연락처란에 남겨뒀어요. 그러니까..... 연락을 주시면....... 저와 함께...... 세부 사항을 정하면 될거 같네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요."
아나킨은 너무나도 세부 사항을 알아내고 싶었다. 오비완의 몸에 새길 새 타투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당연히 좋아요. 오늘 밤까지 아이디어 몇 개를 문자로 보낼게요." 아나킨은 오비완이 소매를 내려서 자신의 이름을 가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깊은 상실의 파도에 휩싸인 아나킨은 잠시 동안 작업대를 붙잡고 이름이 사라진 팔을 보며 눈을 깜박여야했다.
오비완이 머뭇거리며 작별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에 빠져 멍하게 있던 아나킨은 가게를 나서는 소울메이트를 향해 손을 흔들어줘야한다는 생각을 겨우 떠올렸다.
상관없잖아. 아나킨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비완이 정말로 타투를 커버업하는 날이 온다고 해서 그날 이후로 그들이 더이상 소울메이트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었다.
혼자남은 아나킨은 숨을 들이마시고 소매를 걷어올려 오비완의 이름을 손끝으로 따라갔다. 그 이름은 아나킨의 팔에 아주 잘 어울렸다. 철자가 서로 떨어져있는 간격조차 완벽했다. 만약에 아나킨의 이름이 조금 더 작았더라면 오비완은 소울메이트 타투를 그대로 뒀을까? 아나킨이 타투에 적힌 이름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면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계속 옆에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내려줬을까?
"예약금을 안 받았잖아요." 카운터에서 돌아나온 아소카가 아나킨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저 손님이 다시 오라고 행운을 빌어야 겠는데요."
아나킨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오비완이 돌아오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농담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아나킨의 귀에도 그 목소리는 아주 진심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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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오비완은 타투이스트랑 떡을 치는게 불법인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아나킨은 타인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메시지를 최대 몇 개까지 새겨넣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계속할 수 있는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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