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https://hygall.com/603748719
Chapter 2 : https://hygall.com/603749446


- 번역 허락은 아오삼 커맨트를 안보셔서 작가님 ㅌㅂㄹ 메시지로 받았음
- 현대 AU
- 피드백 감사
- 타투에 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음 주의......






tongue-tie me so tightly i cannot tell you the truth




Chapter 3




아나킨은 메스꺼움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오비완의 첫번째 타투 예약이 있는 날이었지만 아나킨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니, 패드에 그려둔 도안은 준비되었다. 어디에 새겨 넣으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할 준비도 되어있었다. 아나킨은 자신이 그 타투가 오비완의 몸 정확히 어느 부위에 새겨져있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을 다시 볼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주 동안 띄엄띄엄 문자를 주고받기는 했다. 문자 내용은 거의 타투에 관한 것이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 하나하나를 전부 소중하게 마음속에 간직해뒀다. 심지어는 '우리가 이걸 전부 하는데 가격이 얼마정도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와 같은 아주 시시한 문자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오비완이 '우리'라고 적었어. 머릿속에 들어있는 13살짜리 아나킨이 그 단어를 떠올리자 엔드로핀이 몰려오면서 머리 전체를 희뿌연 안개로 물들였다. '당신과 나는 하나에요'라고 말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날 일을 하는 동안 하루 종일 아나킨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손님 세 명을 받았지만 손님들이 하는 말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밤 오비완은 지금 손님이 앉아있는 곳에 앉을 거다.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아나킨이 손을 대도록 허락해줄 거다. 아나킨의 작품을 몸에다가 새겨달라고 말할 거다. 그것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타투를 말이다.

우리의 소울메이트는 우리 이름을 커버업하려고 우리를 찾아온 거잖아. 아나킨이 잊어버리지 못하도록 마음속 작은 부분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비완은 우리의 작품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의 이름을 원하는 건 아니야.

입 닥쳐. 아나킨은 이름 모를 손님의 팔에 그린 타투를 손가락으로 쓸어보면서 머릿속으로 대답했다. 그 손님의 소울메이트 타투에 t 부분에는 아나킨이 방금 새겨 넣은 무한을 의미하는 상징이 그려져있었다. 나도 알고 있어.

오비완의 예약은 가게 장부에 적혀있지 않았고 오비완은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가게 영업은 이미 끝났지만 아나킨은 오직 오비완을 위해서 남아있었다. 작업을 끝낸 뒤에 가게를 닫을 생각이었다. 아나킨은 소울메이트에 모든 것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보려고 오비완의 타투를 새길 동안 주위에 아무도 없기를 바라서 일부러 이 시간으로 예약을 유도했었다. 아소카와 렉스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나킨을 향해 동정심어린 눈길을 보내는 동시에 실소를 지을 거고, 아일라는 입을 꾹 닫고 인상을 찌푸릴 거다. 그리고 콰이곤 사장님은..... 그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누가 알까?

오비완을 위해 문을 당겨 열어주는 아나킨의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해져있었다. 제법 쌀쌀해진 바깥 날씨 때문인지 오비완은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킬트 모자를 이마까지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오비완이 코트와 스카프와 모자를 벗는 동안 아나킨은 자신의 입에서 겉옷을 벗는대서 멈추지 말아달라는 말이 나올까봐 무서워 억지로 다른 곳을 바라봤다.

"고마워요." 아나킨이 마침내 오비완을 다시 바라보자 오비완이 솔직하게 말했다.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에요, 렉스."

아나킨이 억지로 미소를 짓자 오비완이 정말로 진실 된 것처럼 보이는 미소로 화답했다.

"어디에 앉으면 될까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팔을 벌리며 물었다.

내 침대에요. 성인(聖人)에 가까운 자제력을 지닌 아나킨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여기 뒤쪽으로 오세요." 아나킨은 목청을 가다듬고는 카운터 뒤쪽의 진짜 타투 스튜디오 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거기에는 오비완이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벌써 조정해둔 의자가 있었다.

"그럼 결정 한건가요?" 소울메이트가 의자에 앉으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갈비뼈부근에 하려고요." 아나킨은 안달법석 못하면서 타투 카트를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그나저나 남은 평생 동안 달고 다닐 타투를 무엇으로, 어디에 할지 정하는 건데 당신이 좀 이상할 정도로 심드렁하게 보인다고 제가 말했던 적이 있나요?"

그러자 오비완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망할 정도로 달콤한 웃음소리에 아나킨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모든 진실을 실토하지 않기 위해 숨을 깊게 몇 번이나 들이마셔야만 했다.

"렉스, 나는 당신을 믿어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마치 그 말이 사태를 더 힘들게 만들지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셔츠도 벗어야할까요?"

엄밀히 따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기껏 해봐야 타투를 새기는 동안 방해만 되지 않도록 셔츠를 살짝 들어 올리면 되었다. 아래쪽 갈비뼈에 새길 예정이니까 가슴과 어깨까지 완전히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꼭 그래야하는 이유는 조금도 없.....

"네, 그래주시겠어요?" 아나킨은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멍하게 듣고만 있었다. "저는 가서 스텐실을 가져올게요." 그럼 셔츠를 벗는 당신을 볼 수 없으니까요.

"스텐실이 뭔가요?" 오비완이 되물었다.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예요." 자신의 소울메이트는 인내심이 아주 많지만 동시에 타투에 관해선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자 아나킨의 얼굴에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게다가 오비완은 너무너무 매력적이었다. 스텐실을 들고 작업대로 돌아온 아나킨은 타투 의자에 앉아 벗은 셔츠를 들고 있는 오비완을 보자마자 감상에 잠기고 말았다. 소울메이트 타투를 감춰두고 있던 소매가 사라진 오비완의 팔뚝에는 아나킨의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노출된 살결이 너무 많아 이름이 적힌 팔을 제대로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팔짱을 끼고 있어서인지 오비완의 가슴은 불룩 튀어나와있었다. 왜 오비완은 팔짱을 끼고 있을까? 아나킨의 시선을 의식해서일까? 아니면 좀 추워서 그런가? 가슴에서부터 시작되어 배까지 난 붉은 털을 따라 아래로 시선을 옮기던 아나킨은 자신이 혹시 침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워졌다. 정말로 입에서 침이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아나킨의 시선 아래에서 꽃봉오리처럼 단단해진 오비완의 젖꼭지가 눈에 들어왔다. "히터를 켜줄게요." 아나킨의 입이 주인의 명령을 받지도 않고 저절로 움직였다.

세상에. 오비완의 얼굴에 나타나있던 홍조가 가슴에까지 퍼졌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였다. 하지만 사전에 경고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다.

"괜찮아요." 오비완이 답했다. "한 번 봐도 될까요?"
 
"아!" 맞다. 타투. 오비완이 가게에서 반나체로 앉아있는 이유는 타투 예약 때문이었다. 타투를 받으려고 여기에 온 건데 어떻게 잊고 있었을까.

아나킨이 잘 볼 수 있도록 스텐실을 내밀자 오비완은 조용히 그것을 받아들고 바라봤다.

아나킨은 태어난 뒤로 지금처럼 긴장된 적이 없었다. 오비완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쩌지? 아예 싫어해버리면? 다른 가게에 가서 다른 타투이스트에게 타투를 받겠다는 결정을 내려버린다면? 다른 인간이 소울메이트 타투를 커버업 해버린다면?

이 모든 상상은 존재조차 하면 안 된다. "피부에다 새기면 훨씬 더 멋있을 거예요." 아나킨은 조용히 평가를 내리고 있는 오비완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여기에다가 셰이딩을 추가할거고요. 원한다면 더 작게도 새길 수도 있어요. 제가 상상했던 거보다 조금 크게 나와버렸거든요. 혹시 더 크게 새기길 원하는 거세요? 더 크게도 가능해요. 아니면...."

"마음에 들어요." 오비완은 조용히 말하면서 아나킨의 붕대를 감은 팔에다가 손을 얹었다. 거기는 바로 오비완의 이름이 적힌 아나킨의 소울메이트 타투가 새겨져있는 곳이었다. 아나킨은 얼어붙어버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자신의 소울메이트 타투를 은근슬쩍 보일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짧은 셔츠를 입고는 오비완의 이름 말고 다른 타투가 없는 왼팔에다가 붕대를 감았었다. 만약에 아나킨이 붕대를 감지 않았더라면 지금 소울메이트의 손은 오비완에 이름이 적힌 타투를 만지고 있을 거다. 정말 간단하게, 단 몇 초 만에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요?"

"아름다워요." 오비완은 경외심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렉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주 멋지기도 하고요."

이제 아나킨의 얼굴이 붉어질 차례였다. 아나킨은 목청을 두 번이나 가다듬고 나서야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어.... 고마워요. 음.... 그럼.... 이제 해볼까요. 제 말은 이거요. 이걸 당신의 몸에다가... 어..... 제기랄."

오비완은 아나킨을 향해 씨익 웃더니 조심스럽게 스텐실을 아나킨에게 돌려줬다. "그럼 이걸 따라 그리는 건가요?" 오비완은 의자이자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반쯤 누우며 물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아나킨은 조심스럽게 오비완의 옆구리에 손을 대어 오른쪽으로 돌아눕도록 유도했다.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지만 오비완을 돌아 눕히는 건 아주 쉬웠다.

아나킨의 입안이 바싹 말라붙었다. "그런 셈이에요." 아나킨이 말했다. "먼저 피부를 닦아내야하지만요."

"오기 전에 샤워를 했는데요." 오비완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약간 언짢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런 목소리마저도 아나킨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더럽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피부에다가 피가 날 정도로 아주 큰 상처를 입힐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부위는...." 아나킨은 타투를 새길 오비완의 갈비뼈 위에 손가락을 넓게 핀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아주아주 깨끗해야 해서요."

제기랄. 소울메이트는 지금 아나킨을 향해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불공평하다고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오비완이 느릿느릿하게 "렉스, 당신은 용기를 불어넣는 법을 아네요."라고 말하자 불공평하다는 감정이 더 최악으로 커져버렸다.

"오비완, 저는 거짓말 안 해요. 한적 없어요." 아나킨이 말했다. "이건 아플 거예요. 갈비뼈에 새기는 타투는 정말 아프거든요. 엄청나게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뼈 바로 위에 새기는 거니까요. 바늘에 찔릴 때마다 고통이 느껴질 거라고요."

만약에 타투를 받는 걸 무서워하도록 겁을 주는데 성공한다면 오비완은 소울메이트 커버업을 받는다는 멍청한 아이디어를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이 작전은 틀림없이 통할 거다.

그러나 오히려 오비완은 그저 침을 삼키고는 숨을 깊게 내쉬더니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메이트 타투을 덮는 것만큼은 아프지는 않을 거잖아요."

아나킨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모든 말을 막으려고 혀를 깨물었다. "제가 그렇게 말했었죠." 아나킨은 동의하면서 일회용 면도기와 금속이 더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젤을 집어 들었다. "가만히 있으세요." 젤을 오비완의 피부에 문지르는 순간 오비완이 움찔대면서 뒤로 물러나자 아나킨이 말했다.

"미안해요. 약간.... 차가워서요." 오비완이 웅얼거렸다. 오비완의 팔에 난 소름이 아나킨의 눈에 들어왔다.

"히터를 켜고 싶을 때 말해주세요." 아나킨은 말을 하면서 면도기를 오비완의 피부 가까이에 가져갔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줄래요?" 아나킨의 요청에 오비완이 팔을 뻗자 피부가 팽팽해지고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완벽해요." 아나킨이 말했다. 오비완이 다시 몸을 떨자 아나킨은 면도기를 내렸다. "히터를 켤게요. 타투를 받는 거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당신이 추위에 떨도록 두고 싶지 않아요."

"당신한테도 있나요?" 아나킨이 돌아와서 앞에 앉자 오비완이 물었다. 자신이이 말했던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오비완을 보자 아나킨의 얼굴이 온통 붉어졌다. "갈비뼈 타투 말이에요."

"네, 있어요." 아나킨이 답했다. "어.... 원한다면 보여줄 수....."

"네, 보고 싶어요." 오비완이 다급하게 말했다. "부탁드릴게요."

아나킨이 다시 일어서서 셔츠를 들어 올리자 오비완은 팔꿈치를 침대에 대고 몸을 일으켜서 아나킨의 타투를 가까이 들여다봤다. 

"아...." 오비완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들이마셨다. "아름답네요."

오비완은 마치 홀린 듯이 아나킨의 오른쪽 갈비뼈에 새겨진 빈 새장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제 타투와 한 쌍이 되겠네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중얼거리는 순간 아나킨은 바로 그 자리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자기도 알고 있었다는 말을 막기 위해 마지막 한 방울의 의지마저 짜내야했다. 

아나킨은 아무 말 없이 셔츠를 내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우와."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을 못해봤어요."

"그렇게 항해랑 관련된 타투는 아니죠?" 오비완은 대답을 바라기보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듯이 물어봤다. "곧 새길 비둘기 두 마리 말이에요."

아나킨은 그 모욕과도 같은 말에 면도기를 거의 떨어트릴 뻔했다. "비둘기요?" 그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당신에게 겨우 비둘기를 새겨 넣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보면서 눈을 깜박였다. "비둘기가 아닌가요?"

"제비거든요!"

아나킨의 소울메이트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새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서 그랬거든요? 새 타투를 받기 전에 그..... 조류 관찰자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건 몰랐네요."

아나킨이 씩씩거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세요?"

"비둘기는 말이 되잖아요!" 오비완은 성을 내며 받아쳤다. 하지만 아나킨은 바로 눈치를 챘다. "비둘기는 사랑의 새니까요!"

"당신이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인줄은 몰랐어요." 아나킨이 뭘 해보기도 전에 입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오비완은 붉어진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어쨌거나 걔들은 날아다니는 쥐잖아요." 아나킨은 자신이 오비완을 사랑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거라고 소울메이트가 오해할까봐 서둘러 외쳤다. "당신의 몸에다가 날아다니는 쥐 같은걸 그려 넣을 생각은 없어요. 당신은 비둘기 타투를 하느니 차라리 아무 타투가 없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거든요."

오비완은 입을 살짝 열고 아나킨을 바라봤다. 머릿속으로 자기가 한 말을 다시 떠올려본 아나킨은 자신의 눈이 커지는 동시에 뺨을 타고 홍조가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나킨의 잔인한 소울메이트는 입술을 한 번 핥았다. "렉스, 그렇다면 내가 제비 타투를 하면 더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나킨은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엿 먹으라지. 아나킨에게는 한 번에 오비완에게 할 수 있는 거짓말의 총량이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관해서까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아주 많이요." 그래서 아나킨은 인정해버렸다.

오비완이 선물로 준 미소와 눈꼬리에 나타난 잔주름이 아나킨의 심장을 꿰뚫었다. 아나킨의 소울메이트는 너무 아름다웠다. 너무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럼 마음대로 최선을 다해 보세요." 아나킨의 악마같은 소울메이트는 침대에 완전히 등을 기대더니 머리 위로 든 팔을 더 높이 뻗었다.

빠르게 면도를 끝낸 아나킨은 그 부분을 최대한 깨끗하게 하기 위해 용액으로 피부를 닦아냈다. 오비완이 감염에 걸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가게 비지니스에도 좋을 리가 없을뿐더러 그것도 오비완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건 정말 최악의 일일게 분명했다.

"마지막 기회에요." 아나킨은 스텐실이 오비완의 피부에 잘 달라붙어 있도록 문지르면서 말했다.

"준비됐어요." 오비완은 대답을 하면서 아나킨의 손바닥 쪽으로 몸을 더 들어 올려 접촉면을 넓혔다. 씨발, 너무 아름다웠다.

부드럽게, 천천히, 아나킨은 두 마리의 제비를 피부 위에 올리고 용액이 스텐실의 잉크에 잘 스며들도록 두었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손으로 눌러 스텐실 종이가 오비완의 갈비뼈에 빈틈없이 달라붙도록 만들었다. 연한 푸른색이었던 선이 어둡게 변하자 아나킨은 종이를 떼어내고 결과물을 살펴봤다.

이건 두 마리의 제비가 날개를 펴고 반쯤 날아오르는 제법 단순한 타투였다. 위쪽에 있는 제비는 아래쪽 제비를 향해 아래로 하강하고 있었고, 다른 제비는 반대쪽을 바라보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제비의 위치와 날아가는 방향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지만 이걸 보고 있으면 아나킨은 어딘가 모르게 슬퍼졌다.

"제비 타투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오비완은 마치 아나킨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물었다. 

아나킨은 잠시 입을 열었다 닫았다가 오비완의 옆구리를 두 번 두드려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가서 거울 앞에 서보세요." 아나킨은 가게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향해 손짓했다. "위치가 마음에 들면 말해줘요."

"마음에 들어요." 오비완은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해버려요."

"이상하신 분이네요."

"상상이 너무 커져버려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오비완이 진지하게 말했다. "타투를 받는 게 수술을 하거나 총에 맞는 것만큼 아플 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해버렸거든요."

"총에 맞은 적이 있으세요?" 아나킨에게 이 질문은 아주 중요했지만 오비완은 그저 그런 아나킨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비 타투에 담긴 의미가 뭔가요?" 오비완이 다시 질문을 했지만 아나킨은 가만히 장갑을 갈아 끼고 타투 기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는 건가요?"

"당신을 2천 번 정도 찌를 준비요." 아나킨이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자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오비완은 미소로 화답하지 않았다. "타투를 하려면 총에다가 잉크를 채워야해요. 그리고 혹시 모를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새 바늘을 꺼내 끼워 넣을 거고요."

"잉크가 많이 들어가네요." 오비완은 잉크 양을 확인하는 아나킨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피와 혈장이 잉크를 희석시킬 수 있어서요. 그래서 항상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양보다 두 배를 잡아요." 아나킨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는 잉크가 든 튜브를 타투 총에 넣고 올바른 자리에 고정시켰다.

"혈장이요?" 소울메이트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타투는 상처와도 같거든요." 아나킨이 답했다. "아까 했던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어요.  당신은 곧 정말로 수천 번은 찔릴 거고, 매번 찔릴 때마다 이 바늘이 여기 이 잉크를 정해진 양만큼 주입할 거예요. 그런 식으로 제비 모양을 만들어 가는 거죠. 이해가 되나요?"

오비완은 거의 겁먹은 것처럼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긴장된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힘을 풀었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거예요." 오비완은 마치 자기 자신이나 아나킨에게, 아니면 그 둘 다에게 동시에 말하는 듯했다.

"아플 거예요." 아나킨은 혹시 오비완이 아픔에 대한 경고를 잊었을까봐 말을 덧붙였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잖아요." 소울메이트가 말한 그 한 문장이 아나킨을 몇 천 번이나 찔러댔다.

기계가 큰소리를 내면서 진동하기 시작하자 오비완의 몸에 긴장이 올라갔다. 그러자 아나킨은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총을 들지 않은 반대쪽 손을 오비완의 허리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가장 위에 있는 제비의 날개부터 바늘이 빠르게 오비완의 살을 뚫고 들어갔다. 첫 번째 제비의 선을 먼저 따라 그린 뒤에 멈추고 오비완의 상태를 살펴볼 계획이었다. 만약에 오비완이 아픔을 견디지 못한다면 첫 번째 제비만 마저 채우고 두 번째 제비는 손도 안댈 생각이었다. 그럼 오비완은 항상 아나킨이 해준 완성되지 못한 타투를 의식하면서 살아갈 테지만 다른 사람들은 원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거다.

하지만 오비완은 한숨을 내쉬더니 몸에 긴장을 풀었다. 아나킨은 격려하듯이 오비완의 허리뼈를 덮고 있는 살결을 엄지로 문질러줬다. "1998번만 더하면 돼요." 아나킨은 그저 오비완이 내는 숨 막히는 콧소리를 들으려고 이 말을 했다.

"재미있네요." 이제 소울메이트는 아나킨의 바늘이 아무리 찔러도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았다. 만약에 타투 기계가 피부를 찌를 때마다 느껴지는 익숙해진 반동이 느껴지지 않았더라면 아나킨은 기계 작동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의문을 가졌을 정도로 오비완은 긴장을 풀고 있었다.

몇 분 동안 오직 기계의 진동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아나킨은 바로 지금 오비완이 자신에게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어야하지 않냐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침묵을 지키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소울메이트가 아나킨의 팔을 붙잡고 아나킨의 이름을 커버업해달라는 요청을 할 때까지 겨우 타투 세 개만 남아있는 지금, 침묵 따위를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얘들도 항해랑 관련이 있어요." 마침내 아나킨이 입을 열었다. 

"흐음?" 오비완이 나른하게 답했다. 그 이상한 반응에 아나킨은 잠시 기계를 떼고 오비완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비완의 두 눈은 감겨있었고 뺨에는 아주 희미한 홍조가 남아있었다. 지금 오비완은 마치........

이런. 씨발. 아나킨의 타투 침대에 누워있는 오비완은 마치 다른 종류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외설적으로 보였다. 너무 쉽게 다른 상상과 갈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아 보이는 자세였다.

고개를 내리지 않고서는 총을 다시 작동시키지 못할 것만 같아서 아나킨은 머리를 푹 숙였다.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았다. "제비말이에요. 제비도 항해와 관련이 있어요. 당신이 그냥 항해에 관련된 타투를 하고 싶다고 모호하게 말하길래 제가 당신의 자유를 조금 침해해서 제비를 선택해봤어요,” 아나킨은 눈앞의 남자에게서 미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 문장을 장난삼아 덧붙였다.

하지만 아나킨이 받은 반응은 그보다 더 상상이상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내 자유를 침해해도 좋아요." 오비완은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말했다. “지금까지는 마음에 들었거든요.”

오비완의 허리에 닿아있는 아나킨의 손이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나킨은 손을 떼어낼 수 없었다. 지금 그 손은 오비완을 만지고 있었고 만일 이 손을 떼어낸다면 그건 아나킨이 더 이상 오비완을 만지지 못한다는 뜻이 되어버리니까. 상상만 해도 충격적인 생각이었다. 손안에 들어온 오비완의 살결은 감촉이 좋았다. 아주 부드럽고 손대고 있기 좋을 정도로만 살짝 뜨거웠다. 오비완의 상체에 나타난 홍조는 어느 아래까지 이어져있을까? 알아내고 싶었다. 정말로 아주 많이 알아내고 싶었다.

"그렇군요." 아나킨은 호기심을 충족하는 대신 힘겹게 허리에서 손을 떼어내 비교적 안전한 오비완의 벨트 위에다 올렸다.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항해와 관련된 타투라고요. 선원이 몸에 제비 타투를 새기거든요. 어..... 그렇게 알려져 있어요...... 아니, 그렇게 알려져 왔어요....... 아마 아직까지 그럴걸요....? 조류 관찰자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제일 가까이에 있는 탐조 모임에 들어가야겠네요." 오비완이 말했다.

"제가 알아봐줄게요." 아나킨이 답했다. "제비는 집에서 너무 떨어진 곳까지 안 날아가는 새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육지에서도 멀리 떨어지지 않고요. 그래서 선원들은 바다를 날아다니는 제비를 보고 해변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데요. 이제 안전하다는 뜻이죠." 아나킨은 뒷말을 해도 될지 고민하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아나킨에게 이런 말을 할 권리가 있을까? 오비완은 아나킨이 할 말을 안다면 과연 해도 된다고 허락해줄까? 어쨌거나 아나킨은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나쁜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 있더라도 제비를 본 선원은 이제 안전하다는 뜻이죠.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또한 제비는 일생에 짝을 단 한 마리만 두었다. 하지만 아나킨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타투를 새기기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아나킨은 제비 타투는 안전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변함없음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새는 처음 고른 짝을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니까.

저 여기 있어요 아나킨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제발. 제가 바로 여기 있다고요.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둬서 미안해요. 하지만 저 여기 있어요.

하지만 아나킨은 마음을 전달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침묵으로 가라앉아 소울메이트의 갈비뼈 위에 제비 타투를 새겨 넣었다.








이번 챕터 번역하느라 타투 용어랑 영상 좀 찾아봤는데 영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래도 한국어로 최대한 바꿔봤음.

아나오비 헤이든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