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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4:58
이번편은 정말 지루하다.... 쓰는 나도 하품이 다 나오네 ㅜㅜㅜㅜㅜㅜㅜ 
고구마 백만개 먹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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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늦은밤. 허니는 시끄럽게 떠드는 tv소리를 배경삼아 물끄러미 창 밖을 응시했어. 이젠 하체의 이물감도 거의 없어졌어. 고작 하루만에말이야. 허니는 납작한 아랫배를 손으로 쓰다듬었어. 마치 처음부터 그 어떤것도 없었던듯했지. 그래. 자연적인거니까. 건강하지 못 했던 아이였겠지. 스스로 위로해봐도 슬픈건 마찬가지였어.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던 허니는 tv를 끄고 어둠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어. 지금 생각나는 사람한테 말이야

 

 

"엄마. "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용서하던,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상의 흐름인듯 기억속에서 지워버린 제 어머니에게 모진말 내 뱉으며 연락을 끊어냈지만 지금 이 황망함에 위로를 건넬 사람은 그녀뿐이라고 생각을 했겠지.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스스로 자괴감을 가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화기너머에서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어. 허니는 짧은 숨을 고르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어.

 

"나. 유산했어"

-... 몸은 좀 어때. 엄마가 갈게

 

 

생각지도 못 한 반응에 허니는 입술을 깨물었어. 

 

 

"엄만 내가 안 미워?"

-내가 잘 한건 너 낳은 것 밖에 없는데 널 어떻게 미워해

"나 너무 아파 엄마."

-지금 어디에 있어..? 문자보내. 엄마가 바로 갈게

"찰리가 옆에 있어. 괜찮아 그냥.. 엄마 목소리 듣고싶어서"

-허니

"엄마 잘 지내고 있으면 됐어. 가끔 이렇게 연락할게요."

 

 

 

허니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어. 더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을정도로 감정적이되었거든. 

과거의 엄마는 임신한 상태의 자신을 버리고 부유한 여자를 택한 그 남자를 원망하지도 욕을하지도 않을만큼 그를 사랑했었으니까. 절대로 딸인 허니가 엄마의 처음이 되지 못 할거라는걸 알았어. 엄마로서 삶보다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사는걸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딸이 아무리 고통받더라도 그저 힘들게 되찾은 남자와의 가정이 깨지지않기만을 바랬으니까 허니가 비빌수있는 언덕이 못 되었지. 하지만 지금 이 대화는 여태까지 수동적이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내용에 바보같게도 감동한 허니였을거야. 그만큼 기대도 안했었으니까.

 

 

의원님은 많이 바쁘겠지..? 문자라도 보내볼까. 허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어. 그때, 병실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어. 가렛과 사라가 한시간 전에 갔는데... 누구지.. 허니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문을 바라보았어.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빼꼼 얼굴을 내미는 찰리와 눈이 마주쳤을거야. 허니는 손등으로 눈을 비볐어. 분명히 오늘 많이 바쁘다고...

 

"찰리...?"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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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병실 모든 불을 끄고는 멍하니 앉아있는 허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 있어주자 못 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둘러쌌어. 반짝 거리던 빛은 사라져 희미한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는 허니에게 천천히 걸어간 찰리는 앉아있는 작은 몸을 두 팔을 뻗어 품에 가득 안았을거야. 잠시 힘 이 들어가던 허니는 곧 축 쳐진 채 남편에게 안겨있었겠지. 

 

"미안해"

 

서운할법도 아니, 화가나야 되는 상황인데도 허니는 찰리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어. 가슴에 찌릿 하는 통증이 느껴질만큼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당장 찰리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을거야. 그냥 커다란 병실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심신이 지친 제 아내의 가슴을 밤새 토닥여줄 수 밖에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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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조금 미적거리긴 했지만 여전히 바쁜 우리 의원님은 국회로 출근을 하셨어. 잠들어있는 허니의 머리 위에 간단한 메모를 써 놓고 쫓기듯 병실을 빠져나와야했지. 허니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을거야. 힘들지만 조금만 참아주면, 지금 한두달만이라도 잘 견뎌주면 그 이후엔 시간적 여유가 생길테니까 그 때 같이 있어줄 수 있으니까.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겠지. 찰리가 그 생각으로 매일매일 바쁜 일정에 시달리고 있을 때. 허니는 유산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었을거야. 단 한번도 반겨주지 못 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그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서 오롯이 혼자 감당하려 애쓰고 있다보니 점점 더 우울감에 빠졌겠지.

 

퇴원을 하고 나흘이 될 때까지, 찰리는 집으로 들어오지 못 할 정도로 바빴어. 허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있는지 관심도 없었어. 휴대폰은 꺼놓고, 그냥 해가뜨면 눈을뜨고, 해가 지면 눈을감는. 식사도 사라가 방으로 가져와야 조금 먹는.. 그런 생활을 했지. 예전의 허니의 모습이 거의 남지 않았어.

 

"허니. 오늘 날씨가 좋은데 잠시 나갈까요?"

 

보다 못한 사라가 가만히 누워있는 허니를 일으켜세웠어. 아침부터 허니가 연락이 안된다며 안절부절하는 찰리도 답답하고 폰을 꺼놓는 허니도 이해가 안갔지만 세상과 단절되고 싶은건지 오늘도 어김없이 눈물길이 나 있는 허니의 모습이 처량해보였겠지.. 

사라는 운동복을 입고 텃밭을 가꾸던 그때의 여사님이 너무도 그리웠을거야. 전화로만 안부를 물을 수 밖에 없는 바쁜 찰리를 이해해야했지만 허니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하기도 싫을 정도였어.

 

 

 

"저 괜찮아요."

"아닌것같아...아니면 본가라도 가 계실래요?"

"......아니요"

"폰은 또 왜 계속 꺼두세요. 의원님이 걱정하세요"

"켤게요"

"허니"

 

 

허니는 휴대폰을 켰어. 무음을 해 둔건지 흔한 진동음마저 들리지 않았지. 그저 불빛만 밝아지다가 또 다시 꺼지는 휴대폰 화면에 사라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폰을 빼앗아들었어. 흔한 잠금도 하나 걸려있지 않은 허니의 휴대폰을 손쉽게 켜 무음을 꺼버렸지. 폰이 켜지기만 기다렸다는듯 수많은 메세지가 수신되었어. 그리고 그 중엔 타블로이드 석간에 실린 이니셜로만 표기된 가십의 내용도 포함되어있었을거야. 사라는 반사적으로 그 인터넷 주소를 터치했고, 삭제가 된 기사로 팝업이 뜨자 안심했어. 사라의 표정 변화를 읽은건지 허니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어. 그리고는 사라의 등에 손을 올리며 말했겠지

 

 

 

"언젠가는 다 드러나겠죠...?"

"허니"

"아마도 의원님이 막았을거예요 그쵸? 아니..보좌관님이 하셨으려나."

".....알고 계셨어요?"

"아버지 회사가 사라져도 과거가 달라지는건 아니니까요."

"의원님이 알아서-"

"모르겠어요 전. 벌써 이런 기사가 여러번 떴는데...그때마다 너무 두려워요."

"허니"

"어렵네요 많이"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앤이 마음만 먹으면 터뜨릴 수 있는 결혼계약이었어. 허니는 점점 지쳐가겠지. 시작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는 끝까지 우스꽝스러운 모양 그대로 맺어질꺼야. 허니는 이런저런 생각 끝에 사라에 의해 자리에서 일어났어.

 

 

"날씨도 따뜻한데 꽃씨나 사서 정원 가꿀까요?"

 

허니는 썩 내키지않았지만, 사라의 마음을 알기에 거절할 수 없었어. 손에 잡히는대로 옷을 입고 따라 나섰을거야. 오랜만에 자동차 시동을 걸었어. 옆자리에 사라가 밸트를 채우는 것 까지 보고 j마켓으로 출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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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뜬금없는 부모의 방문에 황당함을 숨기지않았어. 어떻게 알았는지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갑작스럽게 방문을 했거든. 거기다가 뒤에 앤을 대동하고말이야.  말리지 못 했다는 듯, 보좌관들이 뒤따라들어왔지. 가렛은 방금 전 다른 지역구 보좌관과 미팅이 있어 자리를 비운 뒤 겠지.

찰리는 마실것을 준비하라고 시키고는 집무실로 들어온 셋을 자리로 안내했어. 십수년만에 본 부모의 얼굴은 그대로였을거야. 찰리는 나란히 앉은 셋을 보며 황당한듯 입꼬리를 올렸음.

 

 

 

"집으로 오지 그러셨어요. 그래도 살던 곳인데, 허니도 바로 보실 수 있고. 좋잖아요."

 

웃고는 있지만 목소리는 차가웠어. 찰리의 날선 반응에 집무실 공기는 냉랭해졌을거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를 한모금 마시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을때까지 그들은 아무말이 없었지.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근황같은걸 묻고 답하기엔 여러웠을거야.

 

 

"이야기는 들었다."

"....무슨?"

"네가 앤이 아닌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 이유 말이다.", "혼전계약인가뭔가... 그런걸 했더구나"

 

번갈아가면서 말을 하는 중년부부의 얼굴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찰리는 한숨을 내쉬었어.앤이 무슨 소릴 했는지 알것같았지. 설마 했는데 앤은 기대를 배반하지않아.

 

 

 

"얘가 많이 후회하고 있어. 우리를 봐서라도 얘를 혼자 내버려두면 안되지않겠니."

"세상에 혼자인데 찰리 네가 옆에서 잘 돌봐줘야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어차피 선거도 끝났고, 그 아가씨 회사도 살리지않았니."

"우리가 다이어부부랑 얼마나 돈독한 관계였는지 너도 잘 알거야.."

 

 

 

알지. 아버지에게 새어머니를 소개해 준 장본인들이니까. 찰리는 십수년동안 친어머니라고 생각해온 중년의 여자를 아무말 없이 응시했어. 그녀는 의붓아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옆에 앉아 있는 앤의 손을 잡았겠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하는 그들이 가증스러웠어. 그리고 그 옆에서 풀죽은 강아지마냥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려대는 앤 또한 경멸스러웠지. 찰리는 이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설득만 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그 어떤 대답도 하지않고 가만히 그들을 응시하기만했어.

 

 

 

 

 

 

 

 

 

 

 

 

 

"연락이 안되네요. 바쁘신가봐요."

"괜히 샀네. 미안해요."

"아니예요! 직원들것도 샀으니까 그냥 놔두고 문자한통 보내면 알아서 드실거예요. 올라갔다올게요."

 

허니는 평소 찰리가 J마켓에서 즐겨 먹는 주전부리를 포장했어. 바쁜걸 알아도 얼굴이라도 보고싶은 마음에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의원님은 전화를 받지않으셨지. 이미 집무실이 있는 건물의 주차장까지 온 이후라 다시 걸음을 돌리기엔 너무 아쉬웠을거야. 허니는 사라를 차에서 쉬게 하고는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차에서 나와 승강기를 탔어. 27층 남편의 집무실이 있는 층을 눌렀지.

가렛은 없었어. 몇몇의 보좌관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있었을거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허니는 의아했지만 굳게 닫힌 집무실안에 찰리의 부모와 앤이 와 있다는 직원의 말에 허니는 잘게 고개를 끄덕였어. 잠시 고민했겠지. 들어가서 인사를 드려야할지. 아니면 음식만 놔두고 가야할지. 결혼하고 자신의 모든걸 잃어가고있는 허니였지만 그래도 찰리의 부모님이니까 인사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보좌관들의 만류에도 문을 두드리려 앞에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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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앤이 걱정되시면 같이 사세요. 성인은 입양이 안된답니까."

"무슨...!"

"시작이 어찌되었든 결혼을 했고 허니가 제 아내입니다. 헤어질 생각없어요."

 

앤은 찰리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어. 그래도 찰리의 부모를 앞세워서 이야기하면, 부모님들끼리의 그 과거까지 말을하면 어느정도 감정의 동요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가버렸어. 앤에게서 들은것과는 다른 찰리의 반응에 부모님도 당황한 눈치였겠지. 

 

"아버지가 앤을 후원하는일은 앞으로도 전혀 상관하지않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저의 결혼을 인정하지않으신다고 해도 관계없어요."

"결혼도 앤 때문에 했다고 하지 않았니."

 

찰리는 앤을 앞에두고 더이상 말을 하고 싶지않았어. 이혼도 앤이 시키면 해야하는거냐 되묻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 무엇을 말해봤자 받아들여지지않을거라는걸 알았으니까. 

 

 

"난 네가 정치하는게 싫다."

"언젠 좋아하셨나요"

"그래서 지금도 당장 그만뒀으면 좋겠다."

"제가 그럴리가요."

"어차피 그 아가씨.."

"허니입니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뜨거웠던 홍차가 다 식을 때 즈음, 결국 그들은 마지막 가지고 있던 패를 꺼냈을거야. 테이블 위에 혼전 혼후 계약서와, 앤 다이어 재단에서 비 의 회사에 들어간 금액. 그리고 찰리가 결혼한 이후에도 앤을 만난 사진들까지 올려둔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앉아있는 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어.

 

"너한테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앤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네가 하고 싶어하는 일 옆에서 지원하겠다고 하니 그만 용서해주고 다시 만나는게 어떻겠니"

"그래, 허니도 원하는 걸 얻었으니 받아들일거다.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이 문제들이 버거울거야"

 

새어머니의 말에 찰리는 웃고있던 입술을 굳혔어. 

 

"난 허니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찰리. 돈에 몸을 판 여자라고 사람들이 말할텐데.. 그걸 네가 감당할 수 있겠니."

 

 

 

 

 

 

 

 

 

 

 

"여사님 안들어가세요..?"

 

 

허니가 포장 해 온 음식들을 펼쳐서 입에 넣던 직원들은 다시 되돌아 나오는 허니를 보며 의아한 듯 되물었어. 허니의 얼굴은 그녀가 방금 전 무슨 소리를 들은건지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겠지. 허니는 보좌관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어. 

 

"아휴..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 제가 들어가면 안될것같더라구요. 의원님께는 왔다가 바로 갔다고만 말씀해주세요~"

 

맛있게 드시라며 집무실을 빠져나가는 허니의 뒷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도 단정해 보였어. 하지만 허니의 마음은 보이는것과 달랐겠지. 심장이 두근거렸고 머리가 아파왔을거야. 허니는 찰리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았어. 그는 자신을 사랑했지. 하지만 찰리가 지금까지 달려온 일을 포기할만큼 저란 존재가 그에게 중요하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 했어. 그리고 더 중요한건 허니는 지금 몸도 마음도 상할대로 상해 있는 상태였다는거지. 툭. 운동화 끈이 풀렸어. 허니는 고개를 숙이고는 운동화 끈을 매었지. 이 운동화를 신고 찰리와 소풍을 갔지. 그때가 언제더라.. 고작 반년의 인연인데 10년을 이길 수 없잖아. 허니는 운동화 끈을 매면서 자조적으로 웃었어. 그래 이길 수 없잖아. 하지만 난....

 

허니가 쭈그려 앉아 쓸모없는 생각을 하는 도중에 세명의 사람들이 허니를 지나쳤어. 복도가 넓어서 다행일 정도로 셋은 나란히 걸어 허니를 지났지. 뭐가 그리 슬픈지 흐느끼는 앤을 중년의 부부가 양옆에 서서 위로 했어. 허니는 굽혔던 다리를 펴 자리에서 섰어. 저 세사람 사이에 틈은 전혀 없었어. 허니가 들어갈 만한 그 작음 틈도 없이 견고했지. 애초부터 이길 승산이 없었던 게임이었어. 찰리는 허니를 선택하면서 일도 가족도 모든걸 내려놔야했지. 절대적으로 허니는 힘이 없었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것 밖에 없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찰리를 부담주기 싫었겠지. 누가 뭐라고 해도 돈에 몸을 판 여자가 맞잖아.

허니는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어. 심호흡을 하고 두 손으로 양볼을 쳤지. 지금은 잠잠히 있을 때야. 절대 울지 말자. 모르는 척 하자. 혹시라도 찰리가 헤어짐을 이야기하더라도 무너지지말자. 그저 반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뿐이다. 스스로 다짐하면서 사라가 기다리고 있을 지하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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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 들어가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겠지. 마지막으로 한 새어머니의 말이 찰리를 집무실에 묶어뒀을거야. 왜냐하면 찰리는 허니가 유산했을 때도, 그 유산으로 수술을 받을 때에도 곁에 있어주지 못 했거든. 그러면 앞으로 허니가 받을 여론재판과 그로 인한 고통에서도 자신이 허니를 지켜줄 수 없을것만 같다는 생각이 찰리를 애워쌌어. 허니는 일반인이야. 반년전까지만해도 그냥 일상을 살고 있던 평범한 이십대의 여성이었다고. 밝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슬픔이 가득한 지금의 허니가 아닌,

 

찰리는 마지막으로 송금을 끝냈어. 이제 앤 재단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정리를 다 했지. 반이상 줄어있는 금액에 당황했지만 이것도 아마 허니가 손을 쓴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쓰려왔어.. 임신을 한 몸으로 여기저기 알아보고 도움을 주려고 했을 허니의 곁에 있어주지도, 아니 허니의 마음을 헤아려 준 적이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고 싫었어. 그래도 재단에서 지원한 그 금액을 최대한 전부 다 변제하면서 앤으로부터의 자유는 지켜내고 싶었어.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아무 소용 없는 희미한 날갯짓일 수 있겠지만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은 이것뿐이라는게 찰리는 좌절감을 느꼈겠지. 

 

큰소리 칠 수 있었어.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로 인한 돈은 전부 다 변제했다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회견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고, 탈당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었어. 의원직 사퇴까지 종용받는다면 뭐 하는 수 없지. 그러면 그 이후엔...?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돈에 몸을 판 여자라는 낙인을 어떻게 지워줄 수 있을까 그건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과는 다른 문제였어. 

 

 

그만큼 찰리와 허니의 관계는 견고하지 않았겠지. 처음부터 잘못 시작한 관계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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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송금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있던 찰리는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고개를 들었어. 자신보다도 더 바쁜 것만 같은 가렛이었어. 손에는 찰리가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가득 들려 있는 채로였지.

 

"일은 잘 해결되었습니다. 여사님이 주고 가셨네요."

"허니가..? 어.. 언제?"

"의원님이 바쁜것 같다고 방해하기싫다며 바로 가셨답니다. 삼십분전에."

 

찰리는 혹시라도 허니가 들었을까 걱정했지만 가렛의 말에 안심했겠지. 음식만 주고 바로 나갔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미리 연락을 좀 줬으면 좋았을껄. 가렛에게 음식을 받고는 책상위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드는 순간 그 시간쯤 허니에게 온 부재중전화를 확인했음. 갑작스러운 불청객 때문에 신경을 못 썼구나. 다시한번 허니에게 미안해 지는 찰리였어. 

 

"의원님, 오늘 오전에 여사님과 관련된 기사가 떴었습니다. 막기는 했지만 이미 공공연하게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응..방금전에 부모님이랑 앤이 다녀갔어."

 

찰리는 테이블 위 흐트러진 서류들을 가리켰어. 가렛은 큰 걸음으로 걸어가 그 서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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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이 찌푸려졌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온 그들의 행동에 찰리가 알아차리지 못 하게 짧은 숨을 내쉬었음. 자신이 모시는 의원님이자 오랜 친구인 찰리는 결이 다른 사람이지. 가렛은 예상되는 찰리의 결정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어. 

 

"가렛,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저라면 처음부터 그런 시작은 하지 않았겠죠"

"알아.. 만약에 말이야"

"어차피 결정 하셨잖아요. 제가 무슨말을 하든 의원님이 원하시는대로 하실텐데...."

"가렛.."

 

가렛은 무심하게 서류를 내려다 놓았어. 그리고 허니가 가렛의 몫으로 남기고 간 간식거리를 입에 욱여 넣었지. 몇번을 씹다 삼킨 가렛은 아직까지 멍하게 앉아있는 찰리를 내려다보았어. 

 

"전 의원님처럼 정치에 크게 관심 없습니다. 다 내려놓고 아내를 데리고 멀리 가겠죠."

"그래, 너라면 그랬겠지"

"진흙탕 싸움이겠지만 아내가 원한다면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전부 다 밝힐것같네요."

 

가렛의 말에 찰리는 희미하게 웃었어. 그래 가렛이라면 제 사람을 지킬 줄 아는 가렛이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겠지. 하지만 난..

"드세요"

 

찰리는 가렛에게 음식을 받았어. 제발 허니가 듣지 않았길,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할 때 까지 아무것도 몰라주길. 찰리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식어버린 파스티를 한입 베어 물었어.

 

 

 

 

 

 





훈남너붕붕 가렛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