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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8 19:02

읽어줘서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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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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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푸른 초목을 눈에 담는 허니는 옆사람과 관계없이 설렜어. 결혼전엔 혼자 트래킹을 잘 다녔기에 더더욱 반가웠겠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었어. 아무말 없었지만 의원님도 허니도 만족스러운 마실이었을거야.



허니는 뒷자석에 놓인 돗자리와 피크닉 가방을 보며 의아했겠지. 궁금한건 참지 못 하는 허니는 결국 의원님께 물었어.




"저 뒤에 가방.."
"도시락을 부탁드렸습니다. 점심때 먹으면 되겠네요."
"소풍가요? 우리...?"
"네. 소풍갑니다. 우리."




허니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 어디로 가는지, 누구랑 가는지 이런건 중요하지 않았지 그냥 답답한 마음에 어디로든 떠나고싶었으니까. 물기를 머금은 싱그러운 햇살이 말간 허니의 얼굴을 비추었어.



"화장 안 했으면 안그래도 주근깨 범벅인데 기미로 변할뻔했어요"



푸스스 웃음기어린 목소리로 말했어. 그러고보면 의원님은 흔한 선크림도 안 바르시는 것 같은데 주근깨 하나 없는 얼굴피부가 신기했을거야.



"의원님 피부과 다니세요?"



뜬금 없는 질문에 우리 의원님 놀라셨겠지. 가늠할 수 없는 허니의 통통 튀는 성격이 조금 익숙해질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듯.




"아니 무슨 남자가 피부가 그렇게 좋아요..?"
"성차별적인 발언입니다. 남자는 피부 좋으면 안됩니까?"
"그러고보면 보좌관님도 진짜 피부좋던데.. 그쪽 사무실에서 일하려면 잘생겨야하나봐요?"





의원님은 일주일에 한두번 잠들기 전 온갖 크림을 섞어서 제 얼굴에 바르고 두 손으로 마사지를 해 주던 앤이 떠올랐어. 얼굴이 빛나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꼭 말을 해주었지. 의원님은 씁쓸해졌어.
허니는 의원님이 대답을 하지 않으셔도 크게 신경 안썼겠지. 어차피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고보면 의원님 못지 않게 보좌관님도 한 인물 하셨어. 말이 보좌관이지 경호원들보다 더 길고 큰 체격에 차가운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따뜻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웃어주실때는...


"다왔습니다. 여기서부턴 걸어야해요."
"아! 네네!"




허니는 허겁지겁내렸어. 그리고 뒷자석에 있는 돗자리와 도시락이 담긴 가방을 들었지. 양손에 짐을 들고 큰 보폭으로 먼저 길을 따라 걸었어. 주중 오전이라그런지 사람들은 많이 없었겠지. 조수석 문을 열어주려했던 의원님은 장군같은 제 아내의 뒷모습에 웃음이 나왔을거야. 저걸 왜 들고 가는지 이해도 안되었음. 아니그래도 부족함 없이 부잣집 딸로 살았을 텐데 뭐든지 스스로하는 허니가 신기할정도였음. 의원님은 모양빠지게 달렸겠지. 그리고 손을뻗어 허니가 들고 있던 짐을 낚아채듯 뺏었어.




"아니 이걸 왜 여자가 들고 갑니까?"
"그건 성차별적인 발언이예요. 뭐가 무겁다고 못 들어요??"
"여하튼 제가 들고 갑니다. 생각보다 좀 걸어야한다고요. 다리나 신경쓰세요."

아니 다리가 그렇게 신경 쓰이면 이런곳에 안 와야지.. 허니는 제 옆에 나란히 서서 걷고있는 의원님을 쳐다보며 입가에 맴도는 그 말을 차마 내뱉지 못 하고 삼켜냈어.

입장권을 사고, 셔틀버스를 탔지. 몇 없는 관광객이었지만 워낙 유명한 우리 의원님을 알아보는건 시간문제였어. 웅성웅성 손가락질을 하는 듯 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었어. 허니는 혹여나 누가 말이라도 걸까봐 두려워서 사방이 뚫린 버스안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제 신발만 보았지. 풍경이 한정없이 좋을텐데 아쉬웠을거야.

보더콜리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푸른 초장의 목장으로 왔어. 먼저 내린 찰리가 손을 내밀었지. 생각보다 높은 버스 높이에 잠시 머뭇거리다 의원님의 손을 덥썩 잡았어. 폴짝 뛰어내리다 발목이 시큰거려 인상을 찌푸렸어.


"아이고 여사님 벌써부터 움직이셔도 되세요?"


중년의 셔틀버스 기사의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해서 거기 탔던 사람들 거의 전부 허냄부부에게 몰려들기 시작했어. 어쩌다가 다쳤냐. 여긴 왜 오셨냐. 신혼부부가 너무 보기 좋다. 허니는 결혼 후 거의 처음으로 사람들과 대면하는 자리라 많이 어려웠지만 넉살좋은 모습으로 부드럽게 넘어갔겠지. 어린 아이들은 폴싹 안겨오기도했어. 의원님의 인기가 실감 나는 순간이었겠지.

"너무너무 바쁜 남편이라 진짜 오랜만에 시간 내서 데이트 중인데 저희 좀 놀다가 나중에 또 인사해요."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고선 이야기하는 허니는 누가봐도 행복한 새신부의 모습이겠지. 물론 평범한 옷차림으로 더더욱 친근했을거야. 운동복을 입은 허냄의원 부부의 주중 데이트는 기사로는 나지 않았지만 sns에 퍼졌겠지.









큰 나무 아래 그늘. 의원님은 돗자리를 펴셨어. 허니는 신발을 벗고 앉았겠지. 생각보다 많이 걸어서 발목이 아렸을거야. 아침에 허니 주치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했던 의원님이지만 발목을 주무르는 허니의 모습에 걱정이 되었어.

중년의 사용인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초록색 정체모를 쥬스랑 딸기쥬스를 넣어뒀어. 과일도 좀 있었겠지. 크림치즈와 쫀득거리는 베이글도 구석에 있었어. 허니는 야무지게 포장된 샌드위치를 꺼내 티슈로 손을 닦고 있는 의원님께 내밀었어.




"드세요. 제가 싼건 아니지만."

상큼한 토마토와 양상추가 씹히는 맛이 일품인 샌드위치였어. 허니는 음음 소리까지 내며 꼭꼭 씹어 잘 어우러지는 재료를 음미했어.

"사라가 만든 샌드위치를 우리 할머니도 좋아하셨습니다"

허니는 중년의 사용인 이름이 '사라'라는걸 알았겠지. 정말 별다른 재료를 넣은것 같지도 않은데 맛있는 샌드위치였어.

"그분께 들었어요. 의원님 어릴적부터 봐오셨다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어. 허니는 입가에 묻은 치즈를 닦아내고선 딸기쥬스를 컵에 따랐지.




"드실래요?"
"제가 마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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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은 정체모를 분명 맛이 없을것이 뻔한 쥬스를 병째 마셨어. 허니는 팔을 뒤로 짚고 푸른 초원을 바라보았어.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고 낮잠 자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겠지. 허니는 나무기둥에 등을 기대었어. 그리고 눈을 감았어. 가끔 이렇게 나올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할거라 생각했음. 때론 소소한 즐거움이 모든걸 압도할 만큼 큰 기쁨을 주기도 하니까.








그때 찰리의 휴대폰이 울렸을거야. 찰리는 잠시 멈칫 했지만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받았겠지.








-의원님. J마켓에 화재가 나서 진압중입니다.
"....불..?"
-네. 오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가봐야지.."
-지금 어디계십니까 제가 모시러가겠습니다.
"아냐. 여기서 가까우니까 내가 갈게"
-운전. 가능하시겠습니까?
"어..어. 가능해"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귀는 소머즈급인 허니는 지금 보좌관님께서 급하게 전화가 왔고 전에 잠행 가셨던 지역구 내에 마켓에서 화재가 났다는걸 다 들었겠지. 허니는 빠르게 가방에서 폰을 꺼내 기사를 검색했어. 생각보다 큰 화재였겠지. 실시간으로 속보가 올라오고있었어.

허니는 폰을 다시 집어넣고, 벌려진 짐들을 차곡차곡 다시 담았겠지. 그때까지 멍하게 앉아있는 의원님을 곁눈질로 파악만 하던 허니는 짐을 다 싸고도 계속 그 자세의 의원님이 이상해서 얼굴을 들이밀었어. 식은땀을 흘리며 눈동자가 흐린 의원님이 예사롭지않아보였어.

"찰리! 정신차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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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같은 의원님의 손을 잡고 흔들어 보았지만 똑같았지. 허니는 휴대폰을 들어 보좌관님께 전화를 걸었어.



​-네, 여사님
"보좌관님, 의원님이 이상해요. 지금 솔즈베리에 있는데.."
-여사님, 운전 가능하십니까?
"네..? 네..가능한데.."
-J마켓으로만 와주시면 됩니다.
"의원님은 갑자기 왜 이러시는거죠..?"
-여사님, 시간이 없습니다.
"아..알겠어요!"


​허니는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어. 우선 의원님이 꼭 가셔야한다면 나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허니는 짐을 싸고 의원님을 돗자리 옆으로 밀었어.

"신발 신으세요."

무거운 신발을 던졌어. 그리고 돗자리를 접어 가방 안에 넣었지. 아직까지 얼이 빠져있는 의원님한테 짐을 줄 수 없어 한손으로 짐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 의원님을 일으켰지. 문짝같은 그를 일으키는게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겠지. 거기다 허니는 아직 발목이 아팠단말이야. 그나마 다행인건 여기서 마켓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게 위안이 되었겠지.

​의원님의 손은 떨리고 있었어. 차가운 손에선 식은땀이 흘렀지. 허니는 의원님의 손을 주물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어.

"의원님. J마켓에 불이 났대요..!"

주차장으로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이 말을 했어. 대답을 할 정신은 있는지 직업의식이 투철한 의원님은 고개는 끄덕였을거야. 허니는 빨리가야 한다며 의원님의 걸음을 재촉했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않았음. 허니는 의원님을 반으로 접다시피 뒷자석에 구겨넣고 시동을 걸었어.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허니는 악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가며 밟았겠지. 보험은 제대로 들어있나. 사고나면 어쩌지. 의원님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어. 허니는 반사경으로 뒷자리의 의원님 상태를 보았지. 잿빛이던 얼굴색이 좀 돌아온듯 했어.



"찰리. 괜찮아요?"
"응"
"말 편하게 하는것 보니까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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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문에 기대 숨을 가쁘게 쉬는 의원님의 모습에 허니는 조마조마했겠지. 진짜 무슨 날벼락이야. 허니는 궁금한게 너무 많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지만 우선 지금은 마켓으로 가는게 제일 중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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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제가 모셔야하는데.."

​보좌관님도 급하게 오셨는지 정신없어 보였어. 허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 보좌관님과 허니는 나란히 서서 진압이 끝난 화재현장을 다른 정치인들과 둘러보는 의원님을 바라보았어. 의원님은 마켓에 거의 다다르자 언제 정신을 잃었냐는듯 평정심을 찾으셨지. 숨도 제대로 못 쉬던 사람이었는데.. 허니는 던지다시피 주차하고 보좌관을 찾았어. 보좌관을 보고 안심했는지 바로 주저앉아버렸지.

​수많은 취재진들이 평상복을 입고, 아내가 운전한 차를 타고 급히 온 허냄 의원에게 질문들을 던졌어. 그건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원초적인 문제들에대한 해답을 요구하는거였겠지. 의원님은 직접적인 답은 피하시면서도 모든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말씀을 끝으로 상인들을 위로하시기 위해 마켓 사무실을 향하셨어.



"보좌관님.. 죄송한데"

허니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열감이 느껴졌어. 다리가 화끈거리고 아팠지.

"괜찮으십니까?"
"저 다리가 너무..아파요.."
"여사님..!"


허니는 보좌관의 마지막 목소리를 끝으로 눈을 감아버렸어.


















허니는 눈을 떴어. 2층 부부침실로 마련한 방 안이었겠지.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허니는 제 옆에서 업드려있는 금발의 큰 남성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어. 허니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있는 그는 의원님이셨지.

"의원님...?"

허니는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입술을 열었어.


"...일어났습니까"
"저. 물 한컵만.."



목이 타 들어갈만큼의 갈증을 느낀 허니는 조심히 부탁했어. 의원님은 바로 일어서서 포트에 물을 받았어. 그리고 허니의 등에 팔을 깊숙히 넣어 조심스럽게 일으켰겠지.



"고맙습니다"

​의원님께 컵을 건네받아 목을 축인 허니는 인사했어. 뭐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무거운 얼굴의 그에게 물어보는게 조금 꺼려졌겠지. 괜히 물어서 상처를 들춰내는게 아닌가 싶기도했어. 거기다.. 자신은 그저 계약으로 맺어진 아내 그정도의 사람일뿐이니까.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건 계약 위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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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다 뺏는데 조금 남아있었나봅니다. 다 내 불찰입니다."
"그래도 의원님이 거기 가셨으니까 된거 아닌가요."
"그건.."
"덕분에 제 아버지 회사도 주가가 오르겠죠. 전 그거면되요."
"미안합니다"
"의원님 혹시 보좌관님이 저를 데리고 와 주셨을까요?"
"네."
"그렇구나. 보좌관님한테 자꾸 신세를 지네요.."
"아직 퇴근 전 인데, 불러줄까요?"
"아 네네.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의원님은 조금 아쉽다는듯 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셨어. 그리고 뒤를 돌아 문을 열고 나가시면서 낮게 말씀하셨지.

"찰리라고 부르십시오. 듣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훈남너붕붕 가렛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