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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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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수정함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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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플로이드는 어떻게 뉴욕을 푸른색으로 물들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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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대 상원의원 선거가 있기 반년 전 만해도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뉴욕주에 대해서 생각할 때 '재앙'이라는 단어를 같이 떠올렸다.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추문 스캔들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레임덕을 맞이 하고 있을 시기였다. 교외에 사는 가정 주부들은 이 '민주당' 주지사가 저지른 불쾌하기 짝이 없는 성추문 스캔들로 인해서 진보 정치인들의 이중성과 유약한 도덕성에 대해서 질렸다는 반응을 했고 히스패닉은 기대에 비해 느슨하기 짝이 없는 이번 정권의 이민자 정책에 대해서 민주당에 실망하려던 참이었고 흑인들은 치솟는 범죄율과 빈민지역에 대한 책임을 무능한 -그리고 이제는 부도덕하기 까지한- '민주당' 주지사와 하원의원에게 돌리고 싶어했다. 그리고 리버럴한 뉴욕 유권자들의 대부분에 속하는 대도시에 사는 젊은 엘리트 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인이나 초선의 시기가 있다. 그러니까 정치판에 '데뷔'를 하는 선거가 있기 마련이다. 선거판에 로버트 플로이드가 등장했을 때, 아니 그의 수석 보좌관 -이자 하버드 로리뷰 편집장이었으며 뉴욕타임즈 정치부 기자를 지내고 현 대통령의 공무 보좌관이기도 했던- 브래들리 브래드쇼가 그를 정치판에 내던졌을 때, 그는 만 서른둘의 나이였다.
당시 브루클린의, 한때 인쇄소였던 폐건물을 개조해 로버트 플로이드와 브래들리 브래드쇼가 꾸린 선거 사무소에 서 있다보면, 어떤 이들은 이곳이 마치 막 성장을 시작한 스타트업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브래들리 브래드쇼를 포함하여 -심지어 로버트 플로이드 조차- 모두가 길고 거대한 데스크를 공유하는 '오픈 오피스'를 표방했던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순전히 '예산' 문제일 뿐이었지만 -이 시점에 로버트 플로이드는 250만 달러의 PAC을 모금한 정치판의 슈퍼스타가 되어 있다.- 공기는 비슷한 모양을 띤다. 이제 갓 청소년기를 벗은 듯한 앳된 직원들도 보인다. 캐주얼하게 입은 긱한 청년들이 저마다 모여서 연설문 초안을 작성하거나 여론 조사 결과를 분석하느라 랩탑을 앞에 두고 열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건물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걸어 놓은 해먹에서 잠을 자고 있다 -아마 전날 밤을 샌 모양이다- 이렇듯 질서라곤 없어 보이는 브룩클린의 선거사무소에서 로버트 플로이드와 브래들리 브래드쇼 그리고 그의 스태프들이 만든 비전은, 하지만, 명료했다.
거슬러 올라가서, 로버트 플로이드가 6살이 되던해, 그의 아버지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다. 그는 유년기 대부분을 주지사 사저에서 보냈다. 진즉 아버지 밑에서 '정치적 엘리트'로 자란 셈이다. 하버드 로를 졸업하고 3년 동안 '글렌록, 브라이스 앤 어소시엇'에서 일했다. 뉴욕 아니 북미 최대 규모의 대형로펌에서 일하면서 어쩐일인지 그는 글렌록, 브라이스 앤 어소시엇에 할당된 프로보노 (무료 변호) 건의 대부분을 수임한다. (실제로 85%가 넘는다.) 무료 변호는 그 특성상 형사 사건부터 음주운전 사건이나 가정폭력 사건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어야 한다. 주로 빈민가, 거리의 오메가들,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저소득층 청소년이 고객의 대부분이었던 그 시기, 그럼에도 그는 승률이 좋은 변호사였다. 독립을 한 이후도 무료 변호는 계속 되었다. 심지어 직접 만든 파이를 수임료로 대신 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돈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로버트 플로이드와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하버드에서 처음 만났다. 브래들리는 하버드 학보사의 편집장이었고, 로버트 플로이드는 신입생이던 시절의 일이다. 남학생 클럽에 들어가려고 안달이 난 그 시기의 신입생들과는 달리 로버트 플로이드는 하버드 대학 내 청소 노동자들의 권익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브래들리는 로버트 플로이드의 '캠페인'을 학보사의 커버 스토리로 다루는 기사를 썼다. 졸업 직전의 일이었다.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그 기사로 졸업 직후부터 뉴욕타임즈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로버트 플로이드는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다.
브래들리 브래드쇼가 로버트 플로이드를 '다시' 만난 것은 로버트 플로이드가 로펌에서 독립을 한 이후 뉴욕의 간호사 노조를 변호하던 때의 일이다. 야간 근무를 하다가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공격을 당해 상해를 입은 간호사들의이 뉴욕시를 상대로 그 피해를 보상하는 소송은, 법정에서 멈추지 않고 야간 근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인력 배치를 의무화 하는 법률을 제정하라는 운동으로 번져 나갔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캠페인은 고무되었고 겨우 집권 1년 차인 당이 동요하기 시작했을 때, 당시 의회 당 대표 보좌관이었던 브래들리가 번진 불의 진화를 위해서 뉴욕으로 향해야 했다.
뉴욕의 겨울은 지독하게 추웠다.
진눈깨비가 신발 바닥에 들러부터 떨어지지 않는 불길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헬스키친 구역의 시민 체육 센터는 활기로 넘쳐났다. '뉴욕 간호사 노조' 로고타입과 심볼이 그려진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저마다 무리를 지어 명랑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에서 부터 "간호사들을 안전하게" 라고 적힌 조악한 플래카드와 촌스러운 풍선 장식 따위가 눈을 흐리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로버트 플로이드가 간호사 노조를 위해 맡고 있는 소송의 비용과 간호사의 안전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 모금을 위해 벌인 바자회에서 한가운데에 브래들리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답게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로버트 플로이드가 느닷없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먹어 볼래? 유제니아의 쿠키는 뉴욕 최고거든."
간호사들이 입은 것과 같은 색 -하늘색에 핑크 타이포!- 티셔츠를 입고 낡아서 거의 헤지기 시작한 야구모자를 쓴 로버트 플로이드가 실내를 가득 채운 간호사들 중 한 명이 직접 만든 초코 청크 쿠키가 대여섯개 쌓아 올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를 받쳐 들어 브래들리에게 권했다. 브래들리는 저도 모르게 쿠키를 집어 들었다. '로버트 플로이드' 는 대학시절의 그와 다름없이 앳되고 천진해 보이는 한편 젖살이 내려 다소 단단해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집권 1년 차, 아직도 야당에게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비웃음을 당하는 여당을 혼동속에 빠뜨릴 정도로 타격감이 큰 캠페인을 벌인 뉴욕의 변호사라고는 볼 수 없었다. 로버트는 개구진 소년같이 웃으며 저도 한손으로 쿠키를 집어들이 한입을 깨물어 씹으며 미소를 지었다.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사이 브래들리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반년 후의 상원의원 선거, 모든 주가 그렇지만 상원에서 뉴욕을 잃으면 당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오랜만이야, 로버트."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오는 동안 브래들리가 꿰어 맞추려던 것들이, 마치 소용없다는 듯이 다시 타래로 풀어져 순식간에 사라지고 모든 것이 또렷해진다. 브래들리는 이제, 계산하기 보다는 직감했다. 답은 사실 그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 곳에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이야. 브래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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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정치판은 불과 20년전 -그러니까 로버트 플로이드의 아버지가 주지사이던 시절- 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진즉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정도 가졌으며 30년 이상의 모기지를 끼고 산 교외 지역의 2층집에 사는 경제력이 있는 중산층이 대부분이었던 유권자들은 이제 프리랜서 컴퓨터 엔지니어부터 사진작가, 스타트업 직원까지 다양해 졌다. 그들은 뉴욕타임즈나 폴리티코, NBC 뉴스보다 온갖 종류의 소셜미디어에서 시시각각으로 버즈를 일으킨다. 정치인들은 이 지점에서 혼란에 빠진다. 이제, 그러니까 판데믹 이후로, 아무도 길거리에서 악수를 하며 선거 운동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 한가운데에서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카드를 흔들며 연설을 하는 방식은 구식이다. 대신 그들은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생동감 있는 캠페인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캠페인 문구와 정치인 이름으로 해시태그를 단다. 청소년 센터에 방문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픽클볼을 하는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완전히 발리는- 유투브 숏츠 영상은 50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3천개의 '좋아요'를 받는다.
로버트 플로이드는 이런 정치환경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것이 완전히 오류임을 깨닫는다. 이제까지 쌓아 올렸던 자신의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얄팍한 정치 커리어가 '제이크 세러신'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등장으로, 뗏목처럼 완전히 휩쓸리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로버트를 들어 올렸다가, 흔들고, 때로는 뒤집는다. 브래들리 브래드쇼의 장고와 5번에 걸친 드래프트 수정 끝에, 배우 제이크 세러신과의 교제에 대해서 -그리고 결혼 가능성에 대해서- 인정한 성명은 로버트 플로이드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각각 올라갔고 만 24시간이 지나지않아 도합 1천만 이상의 -그 중에 30% 이상은 미국에 선거권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이다-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그들의 교제가 언급되는 데에 파파라치가 찍은, 화질이 날라간 한 밤 중의 '키스' 사진은 '공인'으로서의 로버트의 이미지에 적절하지 않다는 캐비닛의 판단 하에 제이크 세러신과 로버트 플로이드가 센트럴 파크 한가운데에서 손을 잡고 선 사진이 로버트 플로이드 상원의원실 공보팀을 통해 공식적으로 언론에 배포되었다. 그 사진의 '좋아요' 수는 누적 370만이고 사진을 찍을 때 촬영한 비하인드 영상은 유투브에 게시되어 4천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이 모든 공식적인 대응은 브래들리의 노련한 지휘 하에 30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대중은 다행히도 둘의 '낭만적인' 연애를 환영하는 듯 보이고 언론은 '플로이드'와 '세러신'의 결합을 과연 정치인과 영화 배우의 세기의 로맨스로 프레이밍 할지, 그 '세러신'가문과 리버럴의 팝스타나 다름없는 '로버트 플로이드'의 일탈적인 만남으로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아직 감을 잡지 못한 것 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예견된 재앙이 한번 정도는 더 남았다는 뜻이다.
큰 파도를 한번 넘고 나니 플로이드 의원실은 예의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사람들이 정치인의 삶에 대해서 상상할 때 그들은 대부분 연설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간 정치인이 하는 일은 -최소한 로버트 플로이드가 하는 하는 일은- 사람들 상상처럼 흥미롭지는 않다. 로버트는 하루의 대부분을 회의로 보낸다. 그러니까 하루의 대부분을 부조리와 부정확함, 모호함 미묘함 따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타협과 협의를 거듭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나면 셔츠는 구겨지고 손질한 머리는 흐트러지기 마련이고 허기가져서 저도 모르게 주변의 군것질 거리를 주워 입에 가져다 넣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순간, 사람들이 정치인의 삶을 상상할 때 좀처럼 떠올리기 힘든 일은 다시 일어난다.
"헤이, 베이비"
"제이크, 왔어?"
바로 집무실로 노크도 없이 '영화배우' 제이크 세러신이 나타난다는 것이 그 점이다.
열린 문틈사이를 보아하니 오늘의 메뉴는 베이글인 모양이다. 캐비닛 멤버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베이글에 크림 치즈를 바르며 제이크 세러신을 좋아해야 할지 '여전히' 얄미워 해야 할지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이 제이크가 로버트의 집무실로 달려들었다. 마호가니 책상이 있고 루즈벨트의 저서들과 미국 법전이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는 중후한 분위기의 '정치인의 집무실'을 상상하기는 아직 이르다. 로버트의 집무실은 고작해야 3평을 넘지 않으며 책상은 이케아의 -그래도 고급라인이다- 조립품이다. 책상 옆에는 언제 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서류가 축적된 뱅커스 박스가 쌓여 있고 책상위에는 감초 젤리 껍질, 다 먹거나 커피가 남은 스타벅스 컵 서너개, 로버트의 동그마한 필체로 메모가 휘갈겨져 있는 리걸 노트, 로버트가 여기저기 화살표와 취소선 따위로 장식(?)하고 의견을 적어 놓은 연설문 드래프트 종이 따위가 굴러다닌다. 제이크는 로버트가 제멋대로 가꾸어온 이 공간을 사랑한다. 그는 때로 로버트가 일을 볼때 사무실 소파에 드러누워 잡지 따위를 뒤적이며 빈둥거리기도 한다. 로버트와 한 공간에, 로버트의 공간 안에 그가 내쉰 숨을 같이 들이 쉬며. (물론 이런 시도들은 브래들리의 감시하에 얼마가지 못할 때가 많다)
"바빠?"
제이크가 다가와 로버트가 앉아 있는 책상에 그를 마주보고 기대 앉아 물었다.
"조금"
추진하고 있는 법안 상정을 위해 보아야 할 서류가 산더미 처럼 쌓여 있고 로버트의 검토를 기다리는 연설문도 세 개나 되었는데. 조금이라니. 로버트는 스스로를 꾸짖었지만 마치 마법가루라도 뿌리고 다니는 것 처럼 이 영화배우는 언제나 로버트를 약간 얼빠지게 만든다. 제이크는 허리를 숙여 고개를 꺾어 제이크를 올려다 보고 있는 로버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늘어져 목에 그저 덜렁거리는 역할을 할 뿐인 넥타이를 쥐고 당기자 로버트의 바퀴달린 의자가 움직여 로버트는 제이크의 가슴에 더 가까워 졌다. 가벼운 키스는 어느새 농밀해져서, 제이크는 로버트에게 입술을 붙인 채 그의 혀를 빨며 책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로버트가 앉은 의자 앞, 로버트의 무릎 사이에 무릎을 세워 자리를 잡았다. 각이 진 날카로운 콧날과 늘씬하게 뻗다가 동그마하게 솟아오른 콧망울이 서로 부딪었다가 떨어지고, 제이크는 큰 손을 들어 오메가의 뒷통수를 감싸안아 저에게 당기면서 입을 벌리고, 그의 콧망울을 깨물었다. 그러자 작은 강아지처럼 낑낑대는 소리를 내며 특이하게 웃은 오메가는 제이크의 셔츠 자락을 잡고 그를 살짝 밀었다. 애타는 안타까움에 제이크는 밀려나면서도 로버트의 타이를 놓지 못했다.
"시간 얼마나 있어?"
방금의 키스로 잔뜩 붉어진 입술이 조명에 반사되어 광택을 내는 것을 집요하게 보면서 제이크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로버트에게 묻자 로버트가 여전히 키스의 열기를 걷어 내지 못한 얼굴로 제이크를 말똥 말똥 본다.
"문 잠궈 놔도 되는 시간."
"..."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애인의 볼에 입술을 맞춘다. 그건은 결코 닿았다가 떨어지는 애교 있는 입맞춤이 아니라 들러부터 산탈향이 나는 목과 귓불을 빨고 그대로 셔츠 자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농밀한 유혹이다. 단정하게 손질된 손가락을 로버트의 바지 앞섶 사이로 미끄러 뜨려 쓸어 올리면서 제이크는 로버트의 살에 입술을 대고 웅얼대며 말한다.
"한번 빨아주고 가고 싶어서"
사실은 여기 들어가고 싶긴 하지만.
제이크는 이 순간 어떤 감독의 앞에서 보다, 누구의 카메라 앞에서 보다 자신이 근사하고 섹시하고 동시에 천박해 보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도 이 의원님께서는 약간 얼이 빠졌지만 여전히 똑똑해 보이고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명석한 눈동자로 제이크를 본다. 그 어떤 알파도, 오메가도, 베타도, 감독도, 사진작가도, 뷰 파인더 조차 제이크를 이렇게 본 이는 없다. 호수같이 색이 짙은 눈동자에 제 얼굴이 그대로 비치는 것 같아 제이크는 부끄러워진다. 애가 닳는다. 제이크는 로버트의 바지 앞섶 지퍼를 만지작 거리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안돼, 제이크. 나 30분 후에 회의야. 이거 다 읽고 가지 않으면 브래들리가 날 창밖으로 내던질 걸?"
누구도 제이크에게 이렇게 쉽게 '안돼'란 말을 하지 않는다. 제이크는 로버트의 목에 제 입술을 묻고 푸스스 웃어 버린다. 제이크의 유혹은 그렇게 쉽게도 실패한다. 그의 왼손가락에 반지를 채워놓지 않았다면 몰라도, 제이크는 이쯤에서 그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상원의원의 안사람'이란 으례 그런 자리니까. 제이크는 이 의무감을 즐기기로 했다. 이 남자가 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세상이 다 알게 되었으니까. 그를 빨아주고 그의 안에 들어가는 것 쯤이야 이제 그와 단둘이 있다면 언제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
제이크는 바닥에서 일어나 로버트의 포슬포슬한 머리카락 위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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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하고 단호하고 귀여운데 다 이겨버리는 상원의원님 로버트 플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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