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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22:34

 

1편
2편
3편
4편




*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사실 이름보다 ‘아이스'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렸다. 아이를 임신한 어머니가 입덧에 얼음물만 겨우 마시며 견뎠다던지, 매 생일마다 눈이 펑펑 내려 저택에 길이 꽁꽁 얼었던 탓인지, 아니면 아이의 눈이 시린 회색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말하는 가설은 많았고 그 모든 게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린 주니어는 이름보다 아이스라는 별명이 더 익숙했다. 오직 제 아버지만 그를 주니어라고 불렀다.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그러니까 아이스는 방문을 열었다. 제 아버지는 가끔 밤새 이 방에 머물렀다. 아이스는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그 순간을 본다. 침대 옆에 무릎꿇은 채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 숨을 삼키느라 말이 멎을 때마다 가늘게 흐느끼는 어깨를 보고 있었다. 토막난 말들은 알아듣는 건 어려웠지만 거기서 한 단어만은 또렷했다.

몬티, 아버지는 그를 그렇게 불렀다.
 

밤새 비가 오던 날 밤 소란스럽게 찾아온 손님을 아이스도 알고 있다. 잠에 덜 깬 눈으로 아버지와 남자가 축 늘어진 누군가를 방에 데려가는 것도 봤다. 톰 카잔스키 시니어는 아침식사 자리에서 수척한 얼굴로 삼촌과 삼촌의 친구라고 설명했다. 삼촌이 아파서 머무는 거야. 그는 따스한 위로나 동화같은 변명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었고 아이스는 열 몇 살 먹은 아이치곤 눈치가 빨랐다. 그가 아는 아버지는 적어도 제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스는 좀 우물거리다 물었다.

 

“삼촌은 언제 나아요?”

 

시니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나도 그게 알고 싶단다.”

 

그 얼굴이 제법 쓸쓸해서 아이스는 밀려오는 의문을 삼켰다.
 

시니어는 한번도 동생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몽고메리’의 존재가 부재했던 시간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스는 모른다. 그저 갑작스럽게 들이찬 존재가 제 아버지를 매몰시켰다는 사실만 안다.
 

시니어가 혼수상태인 몽고메리 곁에서 가끔 머무는 동안 삼촌의 친구라는 남자는 바람처럼 저택을 오갔다. 남자는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어색한 사람처럼 아이와 마주쳐도 금방 시선을 피했다. 아이스는 이상하게도 그 남자에게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과 비슷한 느낌을 읽어냈다. 강한 눈빛을 가졌지만 어딘지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가까이서는 젊은 나이에 가문과 직책을 떠맡게 된 제 아버지가 그러했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음에도 여전히 허리를 곧게 펴고 서는 대령도 그랬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숨결만으로 녹아버리는 얇은 얼음같은 긴장감 속에 산다. 이 남자라고 다를 게 없다. 굳게 다물린 입술과 상대를 꿰뚫어보는 눈을 했음에도 그는 몽고메리의 곁에선 부서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지 아직 어린 아이스는 알지 못했다.
 

아이스는 아버지를 흉내내듯 침대 옆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몽고메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동생이란 말을 의심할 여지도 없이 구석구석이 닮았다. 링거로 연명하는 동안 살이 빠져 조금 수척했다. 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건지 눈꺼풀이 얕게 움찔거렸다.

 

“…몬티.”

 

조심스럽게 삼촌을 불러 본다. 제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삼촌이 불쑥 삶에 나타난 뒤 그런 정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책이나 영화나 하다못해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삼촌들이란 아버지 몰래 이상한 짓을 가르치며 가끔은 더 철없게 굴지만 그래도 늘 조카의 편이었다. 아이스의 인생에 이제껏 그런 존재는 없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아이스는 다시 입을 연다.

 

“몬티?”

 

가늘게 떨리던 눈꺼풀이 들렸다.
 

몽고메리는 몽롱한 눈빛으로 톰을 올려다봤다. 간신히 쥐어짜낸 것 같이 메마른 목소리가 잇새로 비져나왔다.

 

“……형.”

 

그걸 이해할 새도 없이 몽고메리는 기침을 토하며 발작을 일으켰고, 곁에 누운 남자가 거칠게 깨어났다. 기침과 토악질 소리 사이에서 아이스는 다급히 아버지를 불렀다. 사람들이 달려와 남자를 부축하고 몽고메리를 붙잡을 동안 아이스는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입 안으로 수없이 형, 그 단어만을 굴리며, 처음 보는 삼촌의 눈이 너무 절박하고 외로워 명치가 쿡쿡 쑤셨다.





*



 

잭 리처는 토사물과 코피에 범벅이 된 몸을 씻어내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응접실엔 퀭한 눈을 한 시니어가 앉아 있다. 그는 리처를 보자 기다렸다는 듯 손짓했고 리처는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른 채 앞에 앉았다.

 

“몽고메리는-”
 

“가벼운 발작 같습니다.”
 

“아이는 괜찮습니까?”

 

그런 말을 물을 줄 몰랐다는 양 시니어의 입이 어색하게 다물렸다. 입술을 훑은 그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금 놀란 것 뿐입니다.”
 

“…미안합니다.”
 

“그 안에서 뭘 봤습니까? 원래 그걸 쓰면 그런 겁니까?”

 

리처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제가 본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뛰어난 말솜씨 따위는 없어 그저 보고 느낀대로 말을 이어갔다. 줄지어진 병원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니어의 표정이 숨김없이 흔들렸다. 건네진 약, 마지막 주 목요일, 형이 날 구할 거라는 말, 시니어는 마지막 말에 창백하게 굳었다. 말을 머뭇거리는 그를 리처는 똑바로 바라봤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야겠습니다.”




*




끔찍한 고해를 되풀이하기 위해 다시 술이 필요했고 시니어는 홀로 위스키 반 병을 비웠다. 리처는 내어준 잔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담담하게 모든 말을 새겨들었다.
 

몽고메리가 직접 말해주지 않은만큼 무언가 있을거란 짐작은 했지만 이런 식일줄 몰랐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모든 걸 이해하는 건 다른 종류다. 지금껏 몽고메리와 겹쳤던 모든 시간 중 어떤 것은 이해가 가고 어떤 것은 아직도 이해가지 않는다.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기인한 몽고메리의 방어기제가 솔직히 평범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손바닥에 가시를 박아넣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처럼,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자 스스로 상처받는 형태가 아니었나. 리처는 시니어의 고백에서 외로운 사람의 말로를 다시 상기한다.

 

“…또 하실 겁니까?”

 

시니어는 술기운이 섞인 한숨을 삼키며 애써 말했다. 리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다, 이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어요. 저도 하겠습니다.”
 

“저 혼자 갑니다.”
 

“무의식이 당신을 밀어낸 것 아니오! 다시 한다고 해서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저, 혼자, 갑니다.”
 

“왜, 이유가 뭡니까! 사죄라도 하려고?”

 

사죄를 하고 싶은 건 당신이겠지. 리처는 이 말까지는 하지 않기로 한다. 할 필요 없는 말을 삼키다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이 단순한 방식을 몽고메리는 좋아했다.

 

‘그러니 당신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인 거네요.’

 

아마 그렇게 말했다. 왜 지금 그런 생각이 드는지 리처는 모른다.

 

“……어떻게 몽고메리와 알게 된 겁니까.”
 

“어쩌다 만났습니다.”
 

“아니, 저도 들어야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몬티에게 매달리는 겁니까.”

 

술기운 탓인지 무거운 고해 탓인지 시니어는 단호하게 굴었다. 리처는 남자가 제 신념를 꿰뚫어본 것이 아닌가 싶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그게 복수의 칼날이나 친절의 범주라도 어쨌든 리처는 늘 같은 것을 돌려줬다. 죽음에서 건져 올려진 이후 몽고메리에게 곁을 내줬던 것처럼. 그러니 스스로를 파먹는 고해로 실마리를 얻은 이상 시니어에게는 진실을 털어놔야 했다. 그게 리처의 방식이었다.
 

리처는 잠시 손에서 잔을 굴리다, 한입에 털어넣었다. 목구멍을 타고 쏟아지는 술이 너무 뜨겁다.

 

“……책임져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잭 리처는 친구가 별로 없었고, 적은 많았다. ‘집’이라 부를 곳 하나 없이 떠도는 삶이 리처 혼자만의 것이라면 나쁘지 않았다. 잠들 때마다 기억하는 사람 하나 없는 죽음을 상기하는건 너무 익숙했다.
 

그러나 헬렌과 수잔의 목숨마저 같은 선에 놓이는 경험은 또 다른 문제였다. 저로 인해 주변인들이 위험해진다고 판단하자 리처의 결론은 명료해졌다. 정말 떠날 거냐는 터너의 완곡한 걱정에 리처는 고개를 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대답할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강경한 태도를 꺾을 수 없다고 느꼈는지 수잔은 입술만 깨물었다.

 

“사람이 평생 외롭게 살 수는 없어요.”

 

그건 수잔이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이었다.
 

리처는 가끔 그 말을 곱씹는다. 평생, 외롭게, 그럼 그런 방식 말고 다른 게 뭐가 있을까. 잭 리처라고 평범한 삶을 그려본 적 없는 건 아니다. 멀쩡한 집이 있고, 누군가와 저녁 식사를 함께 먹으며, 같은 침대에서 잠드는 삶들. 목적지 없이 차를 몰며 서로 라디오 채널을 바꾸느라 투닥거리는 날을 꿈꿨었다. 하지만 공상을 품기에 리처는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둘러싼 세상이 그를 무디게 깎아내렸다. 그는 눈앞의 일만 손에 잡기로 했다. 그 편이 살아남기에는 훨씬 쉬웠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잭 리처가 꿈꿨던 평범한 삶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고마우면 다시 오시던가, 그 말이 첫 계기였다. 상처가 덜 아물었다는 핑계로 굳이 그 남자를 기다렸던 몇 주가, 리처가 떠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얼빠진 표정을 짓던 얼굴에 붙들렸다. 되도 않는 충동임을 알면서도 리처는 계속 몽고메리를 찾아갔다. 그 사이 우유도 없이 초콜릿 시리얼을 먹던 아침이 몇 개, 너덜거리는 상처를 내주는 일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옷이 마를 때까지 몽고메리의 이상한 셔츠 몇 개를 빌려 입었고, 단추가 죄 떨어져 훤히 드러난 가슴팍을 훔쳐보는 눈길에도 익숙해졌다.
 

애정을 갈구하는 주제에 어떻게 받는지 모르는 꼴을 슬슬 즐기던 리처는 이제 겹쳐 누울 때면 몽고메리의 손을 감싸 허리께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하고 나면 몽고메리는 허락이라도 받은 개처럼 허리를 감싸 안았다. 셔츠 아래로 맨살을 더듬으면 겹친 손을 부서뜨릴 것처럼 꽉 쥐어버렸지만, 어깨와 목덜미에 내려앉는 입술은 넘겼다. 그런 식으로 암묵적인 규칙이 자꾸만 생겼다.
 

기묘한 관계가 일상이 될 즈음, 리처는 어느 때처럼 소파에서 눈을 떴다. 몽고메리의 이마가 제 등에 닿아 있는 게 느껴졌다.

 

“답답하지도 않냐.”

 

자세를 고치며 중얼거리자 몽고메리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당신도 외롭잖아요.”

 

리처는 무어라 반박하려다 그냥 입술을 매만지며 말을 삼켰다. 애써 묻어둔 정곡을 찔려서이기도 했지만, 당신도, 라는 말이 유독 꺼끌거렸다. 리처는 아주 느리게 그 말을 입 안에서 굴렸다.
 

당신도.
 

내가 그렇듯이, 당신도.
 

10여년 전 단종된 시리얼에 발목잡힌, 한꺼풀 치장한 말을 헤아리지도 못할만큼 타인과 대화할 틈이 없었던, 머물러달라는 말 하나 똑바로 못하면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잠들길 원하는 사내의 외로움은 결국 리처의 외로움과 닮아 있었다. 리처는 그때서야 저의 외로움과 몽고메리의 외로움이 단단히 얽혀버린 걸 알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내 말 듣고 있어요?”
 

“아니.”

 

솔직한 개무시에 몽고메리는 한숨을 쉬었다. 상처받은 척 한다는 사실을 이제 리처는 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저 말해보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섬에 오는 게 어떻냐고 물었어요.”
 

“싫어.”
 

“설명도 안 들었잖아요.”
 

“이상한 연구 한다며. 나도 동물 같은 거로 만들려는 속셈이지.”
 

“정확히 말하면 동물을 사람 형태로 만드는 거에요.”
 

“그거나 그거나.”

 

몽고메리는 제 말을 무시하거나 어깨를 주먹으로 얻어맞는 일에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주제에 리처의 비전문적인 발언 몇 개는 못 견뎌했다. 무어라 반박하려는 것처럼 입을 벌리는데 리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 밖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이 집에서 리처가 그렇게 굳은 건 처음이라 몽고메리는 의자에 엉거주춤하게 기댄 채 눈만 굴렸다.

 

“……들어가 있어.”
 

“싫어요.”

 

스멀스멀 이는 불안감에 몽고메리는 괜히 버텼다. 하지만 리처는 그를 달랠 틈이 없다. 적들은 늘 피식자가 가장 취약한 순간을 노리는 법이다. 위험을 감지한 리처는 몽고메리의 팔을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무어라 아프다고 말한 것 같은데,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일을 떠올리느라 표정을 살필 틈이 없었다.
 

리처는 비좁은 보일러실에 몽고메리를 밀어넣었다. 손이 다급하게 문고리를 잡았다.

 

“어디 가는데.”
 

“나오지 말고, 없는 척 해.”
 

“어디 가냐고.”

 

리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게 싫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들은 결국 정에 기반한다. 그는 한번도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때에 맞춰 물을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기엔 집을 너무 길게 비웠다. 애정을 받지 못한 식물들은 금방 죽어버린다.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었고 오히려 더 복잡했다.
 

그는 지금까지 스스로가 이성적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 정말 이성적이었다면 괜한 일에 정의를 논하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건 잭 리처라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에 속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응당 따져야 하는 부조리를 찾고, 영웅이 되지 않고자 흔적을 지우는 일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애정도 같은 결이었다. 어쩌면 수잔은 리처가 가진 외로움을 꿰뚫어 본 것일지도 모른다. 길거리의 개에게 빵조각을 던져주는 일, 누군가의 다정함에 짧게 웃고, 외로움과 외로움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것은 잭 리처가 타고난 부분이었다. 겨우 그만큼의 애정으로 살아오던 사람에게 몽고메리의 존재는 지나치게 컸다.

 

“가지 마, 잭.”

 

한 뼘정도 열린 문 틈으로 몽고메리의 얼굴이 보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함, 초조함, 어쩌면 두려움. 비죽 튀어나온 손이 절박하게 리처의 손목을 감쌌다.
 

리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합리한 말을 했다.

 

“다시 올게.”

 

그 말은 정말이지, 하지 말 걸 그랬다.





*



 

“다시 일어났을 때는 병원이었습니다. 스무 시간 정도가 지난 뒤였고…….”
 

“그럼, 몬티는-”
 

“외상은 없었습니다. 그저 깨지 못했죠.”

 

처음엔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를, 이틀, 꼬박 일주일을 가도 몽고메리가 일어나지 못하자 이게 큰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리처는 소포에 붙은 운송장과 논문을 뒤져 카잔스키와의 연결고리를 찾았고 몽고메리와 함께 저택으로 찾아왔다. 시니어가 연결고리를 깨닫고 절망에 빠진 지금 리처는 제 행동을 담담하게 시인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간에, 몽고메리를 밀어넣은 건 리처였고 그런 상황을 만든 것도 리처였다. 과거에 기인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한들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은 명백했다.
 

비슷한 무게의 고해를 받자 시니어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리처는 굳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말할 필요 없는 말들을 혀 밑에 삼키고 방을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



 

리처는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발 아래에서 물에 젖은 나뭇잎이 질척거렸다. 밤은 아니었으나 사방이 안개로 자욱했다. 멀리서 파도가 밀려났다 들어오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섬이다. 여기가 무의식의 끝인가보군. 10여년을 있었던 곳이니 몽고메리란 사람을 빚어내는 데 큰 일조를 했을 거다. 리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발을 옮겼다. 다시 올게, 그 말을 지켜야 했다.






*




별 내용 없는데 계속 늘어지네...
늦어서 미안하고 계속 읽어줘서 고맙읍니다.... ᵕ̣̣̣̣̣̣﹏ᵕ̣̣̣̣̣̣)

다음편


리처몽고메리리처
아이스매브아이스 크오

2023.06.14 22:37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아ㅠㅠ센세에ㅠㅠㅠㅠㅠ선댓후감상이야ㅠㅠ
[Code: f216]
2023.06.14 22: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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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센세 이거 실화야 꿈 아니지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6a2]
2023.06.14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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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로운 사람들아ㅠㅠㅠㅠㅠㅠ 리처도 몽고메리도 시니어도 다 너무 애틋하다 센세 와줘서 너무 고마워
[Code: 2b48]
2023.06.15 0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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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친 내센세ㅜ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어서와 내가 그동한 지하실 싹 꾸며놨어....하 몽고메리 리처 둘다 서로를 위한 퍼즐처럼 외로움으로 쏙쏙 파여있네... 섬에선 과연 무슨일이 생길지 너무 궁금하고 무슨 글이 영화처럼 그려지냐...센세 사랑해 나와 영원히 함께해.....
[Code: 7ac3]
2023.06.15 16: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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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ㅜㅠㅠㅠㅠㅠㅠ진심 너무나 갓벽한 글이다 ㅠㅠ
[Code: 4277]
2023.06.15 23: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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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울지마여ㅜㅜ 난 언제까지고 기다릴테니까
[Code: e3ac]
2023.06.16 21:31
ㅇㅇ
센세... 복습했읍니다ㅜㅜㅜ 대명작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ㅜㅜㅜ
[Code: b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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