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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35

1. 2. 3. 4. 5. 6.




7.



"미안해!"



울고 있는 히들이를 향해서 튀어나간 말.

정말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는거라고, 늘 마음 속으로 미안했으니까. 죄책감의 무게가 더해갈수록 모르는 척 없었던 일인척 하고 싶었던 그 말을 햄식이는 비로소 쏟아냈어. 하지만 그때는 몰랐지. 히들이가 사과하는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 될지.



"미안해.. 정말 미안.."


"네가 먼저.. 네가 먼저 사귀자고 했으면서.."



키스도 네가 먼저 했으면서.

그래도 조금은 나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사귀자고 했던건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조금은 나에게 끌렸었기 때문에 입을 맞추고 부끄러운 일까지 했던거라고 기대했었는데. 히들이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 같았어. 햄식이는 정말로 얼굴에 가득한 쓰라린 표정으로 사과하고 있었지만, 히들이에게는 그것이 뻔뻔하고 매몰차게 장난이었다고 둘러대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졌던 거야.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중얼거리는 햄식이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서 다리가 떨려왔어.

아무 말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히들이는 그 자리에서 대꾸도 없이 홱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지. 이번에는 햄식이도 그 뒤를 따라가지 못했어. 설령 방금 보인 것 같은 친구녀석의 무신경한 무례함은 아니었을지라도,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했던 행동이 훨씬 나빴던 거라고 깨달았으니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사과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히들이의 표정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쓰라려보였어.


왜일까.

히들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겹쳐서 보고 있었던 것이 .. 그래서 진짜 마음을 감추고 매순간 가짜 긍정으로 둘러대던 것이 이렇게까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거야.



햄식이는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어 바닥을 보고 걸었어.

얄궂게도 마침 형네 부부가 근처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면서 햄식이를 맞았지. 몇개월만에 보는 형수의 얼굴을 보며 햄식이는 평소처럼 밝게 웃어드릴 수가 없었어.



"어쩐 일이야? 몸이라도 안좋아?"


"아뇨.. 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 쉴게요."



오랫동안 형수에게는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줄곧 좋아했었어. 형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형의 결혼식에서 아름답게 차려입은 웨딩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아 나의 사랑은 어째서 이렇게 불행한가 하고 세상을 원망했었지. 세상에 단 하나밖에는 만날 수 없다는 운명이란 게 있다면 나에게는 이 사람이라고 생각할만큼 좋아했었어. 감정을 숨기는 것이 선천적으로 탁월한 편인 것이 되려 짜증이 나기도 했지. 차라리 조금이라도 티를 더 내서 알아차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심정과,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그 어떤 삶의 조건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동시에 깊게 자리잡아서... 형수에게는 늘 '어른스럽고 대견한 크리스'였어.


그런데 오늘은 그 형수 앞에서도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었어.



"많이 아프면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걱정스러운 것 같은 말에도 고개를 젓고 2층 계단 위로 올라갔지. 

아무리 안된다고 포기한 사람이라도 얼굴을 보면 그저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어서 괜히 옆에서 어슬렁거리곤 했었는데. 오늘의 자신은 너무 엉망이었어.



'심하다...'



차라리 히들이가 처음에 좋다고 했을 때, 그 자리에서 실은 농담이라고 했으면 그냥 몹쓸 농담을 한 정도로 끝났겠지.

함께 영화라도 보자고 해서 나갔을 때,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고, 너한테 정말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고 했었더라면.

정말로 진심을 고백하려고 마음 먹었던 날, 히들이의 집에 놀러가자는 권유를 거절했더라면..


'나.. 매력 없어?'


그렇게 물었을 때, 네가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는 사실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어서 원래는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거라고 아주 솔직하게 모든 걸 다 털어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랬으면 히들이가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망신을 당하지는 않았어도 되었겠지.

울면서 자기 집으로 뛰어가야 하는 일 따위 생기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그 순간, 울먹이던 히들이의 얼굴과 겹쳐져 그 날의 일이 떠올랐어.

부드럽고 따뜻하게 안은 팔 사이에서 버겁게 숨을 내쉬며 올려다보던 얼굴.

온 몸이 저리도록 놀랍고 떨리던 감각이 몸을 휘감아오자 갑자기 그대로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


미친 놈.

이런 순간에 왜.



앞섶을 움켜 쥐고 얼른 다른 생각을 하려고 눈을 감았지만 한 번 되살아난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 염치없게도, 단단해져버린 하복부와 그 아래 것을 손으로 누르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지. 진정하려고 눌렀던 손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저도 모르게 소파 위에서 안았던 히들이의 허벅지의 감촉을 떠올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어. 


어디가 고장난 걸까.

난 이렇게나 형편없는 놈이었나.



***



햄식이로부터 도망치듯 달려나와 정신없이 집으로 들어간 히들이는 그 날 저녁 방 안에 틀어박혀서 내내 자는 척을 했어.

무언가 가족에게 둘러대는 말 한 마디라도 하는 순간 서운함과 슬픔이 북받쳐올라와 눈물을 쏟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이불 안에서 마음껏 울면서 휴지로 소리나지 않게 코를 풀고 또 울기를 반복했지.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는 말 한마디로 햄식이의 입에서 막상 진심을 듣고 나니 비참했어.



햄식이도 설명하지 않았고, 히들이도 눈치로밖에 추측하지 못한 것이지만..

확실한 건 자신은 처음부터 햄식이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변덕이었을지, 장난이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햄식이는 그렇게나 미안해할 정도로 자신에게 아무런 미련이 없었어. 사귄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만의 착각이었고, 그나마도 세상 사람이 들으면 웃어넘길만한.. 고작 일주일 정도의 시간.


그런데 나는, 그런 상대에게 너무 깊게 허덕이고 말았구나.



햄식이가 저에게 키스했을 때, 그리고 그 손으로 몸 여기 저기를 더듬어왔을 때, 같이 허리를 흔들면서 이대로 세상이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할정도로 아주 잠깐 행복했었어. 자기 같이 특이하고 오메가로선 매력이 하나도 없는 상대를 탐하며 안는다고 느꼈으니까. 그 때는 히들이 자신의 마음처럼 햄식이도 필시 같은 거라고 착각해버렸지.



왜 나는 이런 .. 매력없는 몸으로 태어났을까.


부끄럽게도, 이런 때만큼은 너는 너 자체로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말이 소용이 없었어.

누구라도 좋으니, 부모라서가 아니라,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자신을 매력적으로 봐주고 안아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지. 문득 미친 짓인 줄 알면서도 히들이는 뒤집어쓴 이불을 차고 나와 살금살금 걸어 욕실로 갔어. 거울을 보며 얼굴을 씻고.. 챙긴 옷을 갈아입고.. TV를 보고 계시는 부모님의 등 뒤로 다시 나와서 말 없이 문을 열고 현관 밖으로 나왔지.



수중에 있는 돈은 얼마 없었지만

오늘 밤은 무언가 자신을 증명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어.





햄식히들 햄히 히텀.

2017.03.24 17: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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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헐
[Code: 8b8f]
2017.03.24 17:39
ㅇㅇ
모바일
센세 오셨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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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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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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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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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이 어쩌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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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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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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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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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개추 선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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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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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이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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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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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앵애앵 히들이 무슨 생각인거야 ㅠㅠㅠㅠ 햄식이도 불쌍하고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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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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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어디가 어때서 존나 예쁜데 말도 안돼 ㅠㅠ 다들 눈이 삐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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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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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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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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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아 왜 니가 매력이없어!! 아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햄식아 어서 오해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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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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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식이도 좋아하는데 아직 모르는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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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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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히 행쇼시켜줘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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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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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나더길만 걷자!!!
[Code: 20fb]
2017.03.24 18: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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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이 불안하다 뭐하려고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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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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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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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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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아 뭐하려고 그래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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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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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북이 여기 누워 기다린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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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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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성실수인이라니 햄볶는다 꼬북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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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18
ㅇㅇ
센세 정말.... 히들이한테 나쁜일 생기면 안돼요..ㅠㅠㅠ 센세 센세 아셨죠 센세 ㅠㅠㅠㅠ안돼 안돼 안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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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8: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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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아 ㅜㅜㅜㅜ오ㅑ그래 ㅠㅠ
[Code: 5a40]
2017.03.24 21:29
ㅇㅇ
모바일
히들아 어디가ㅠㅠㅠㅠ
[Code: cf9f]
2017.03.25 03:15
ㅇㅇ
모바일
허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꼬북꼬북 ㅜㅜㅜㅜㅜㅜㅜㅜ헉헉 ㅜㅜㅜㅜ너무조와요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 어나더 한쿡사람 8282 여봌!!!!!!!!!!!
[Code: 2eb0]
2017.03.25 09: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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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지말아라ㅠㅠ
[Code: 3648]
2017.03.29 22:49
ㅇㅇ
모바일
히들아 ㅠㅠㅠㅠ 어디가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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