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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14


몸은 이미 어른이랑 다를 것도 없이 컸지만 머리는 아직 한참 철없는 십대 후반의 어느 날.

햄식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바보같은 내기를 하던 날도 그런 날이었어.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되었지. 얼굴 잘생기고 몸좋고 뭣하나 빠질 것 없는 햄식이가 아직까지 고정으로 사귄 애인이 없었다니, 투덜거리던 친구들의 불평이 오지랖이 되고, 대충 둘러대려다가 정곡을 찔린 햄식이가 도발에 넘어가는 건 순간이었지.



"그럼 아무나, 펜 돌려서 끝에 나오는 애한테 가서 사귀자고 해서 넘어오면 일주일 이상 사귀는 거다?"


"좋아."



애시당초 그런다고 진짜 넘어오겠냐 하는 생각.

바보같지만 자꾸 걸고 넘어지는 것도 귀찮으니 한 번쯤 친구들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둬도 좋겠다는 생각.

어쩌다 운좋게 좀 예쁘장한 애가 걸리면 진짜 이 참에 사귀어버릴까 하는 마음도 아주 약간.



"아. 걸렸다."


"누구야?"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친구들이 가리킨 펜 끝의 주인공은, 학교에서는 좀 독특해서 친한 친구가 없는 조용한 아이였어. 딱히 그 애가 이상하거나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들이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한 이유는 따로 있었지. 그 친구는, 이 학교에서도 단 한 명밖에 없는 '남자' 오메가였으니까.



"쟤 이름 뭐였지."


"톰, 톰 히들스턴이잖아. 이제 고백하러 갈건데 이름도 모르면 쓰냐."



눈물까지 빼며 킥킥 소리죽여 웃는 친구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햄식이는 자리에서 일어섰어.

어차피 친구들 사이의 재미없는 사소한 장난일 뿐이야. 결국 쟤들이 보고싶어하는 건, 잘난 피지컬 타고난 주제에 고백하는 여자애도 거절해가면서 아직까지 솔로인 자신이 누군가에게 먼저 고백했다가 차이는 모습이니까. 아니면 그 반대로 자기들 기준에 폭탄인 상대랑 일주일 이상 억지로 사귀는 모습을 보며 놀리거나. 


그닥 질이 좋은 장난이라고는 결코 할 수 없었지만 그 나이대의 그룹으로 뭉친 십대들에게는 묘하게 도덕심이란게 희석되어버리곤 하니까. 햄식이는 별 죄책감도 없이 가볍게 히들이가 있는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서 말을 걸었지.



"야. 톰 히들스턴."


"....? 무슨 일이야?"



워낙 조용하니까 잘 몰랐지만, 책이라고 읽고 있었던 듯, 얼굴에 걸치고 있던 두꺼운 안경을 고치며 쳐다보는 히들이의 팔목을 햄식이는 확 잡아 끌었어.



"잠깐 할 말 있으니까 따라와봐."



일방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히들이는 책을 내려놓고 햄식이를 뒤따라 복도 바깥으로 걸어나왔어. 자리에 앉아있는 것 밖엔 본적이 없었는데 의외로 옆에 서니까 햄식이랑 비등할 정도로 키가 컸어. 몸의 부피야 훨씬 얇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일반적인 오메가들이랑은 완전 달랐지. 어쨌거나 남자 오메가는 골격은 그냥 베타 남자나 알파 남자랑 같으니까.



"너... 나랑 사귈래?"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저만치 떨어져서 복도 유리창을 내다보며 눈을 빛내고 있을 친구들을 향한 단순한 유희 제공의 시간일 뿐.

덤덤하게 입을 여는 햄식이한테는 긴장한 내색 따위는 없었어. 사실 눈앞의 대상은 관심 밖이었고, 히들이가 남자 오메가라서 거절할 때 혹시나 주먹이 날라오기라고 할까봐 살짝 몸을 풀어놓는 정도였을까.


그런데 햄식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어.


히들이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말이 없이 서 있더니 눈을 피하며 얼굴을 붉혔어.

그리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웅얼거리는거야.



"...정말?"


"어?....아.. 어."



그럼 거기서 뭐라고 해.

장난이니까 대충 거절하라고?

아니, 애초에 그래도 됐을지 모르겠지만 이상하잖아. 뭐야 이 반응.


그리고 햄식이는 그순간에서야 자신이 뭔가 잘못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왜냐면 히들이는 눈에 물기가 가득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으니까.



"좋..좋아, 크리스."


".....아.."


"아, 크리스라고 불러도 돼? 헴스워스.."


"물론이야."



그렇게 대답한 자기 표정이 어땠을까.

상대의 이름조차 잘 몰랐던 햄식이와 달리, 히들이는 햄식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야 학년에서 눈에 띠는 외모니까 원래부터 유명인이긴 하지만.. 뭔가..



"...이따가 같이 돌아가도 돼?"


"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히들이로부터 얼른 뒤를 돌려 교실 안으로 다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친구들이 쿡쿡대며 옆구리를 찔러왔어. 영락없이 걸려들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성질도 나고.. 자리에 돌아와서 잠시 후 교실로 들어선 히들이의 뒷모습을 쳐다보자 머리가 아파왔어. 이제와서 장난이었다고 하면 화내겠지?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약속한대로 한 일주일 어울려야 하나. 아니면 대충 둘러대며 알아서 멀어지기를 기다려야 할까.


...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사람을 사귀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어차피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사람에게 이미 마음을 뺏긴지 오래됐어.

그러니까 다가오는 것도 귀찮고, 다가가지도 않고 그저 하루 하루 대충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귀찮음에 방치해둔 친구들의 장난이 이번엔 도가 지나쳤어.



햄식이는 한숨을 내쉬고 에라 모르겠다 책상 위에 엎어져버렸지.

히들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어.





햄식히들 햄히 히텀.

간뺨츠 보고 생각난 거.

2017.03.12 23:16
ㅇㅇ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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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17
ㅇㅇ
모바일
존좋 헠헠헠헠헠 센세!! 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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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17
ㅇㅇ
모바일
[Code: ac7e]
2017.03.12 23:17
ㅇㅇ
모바일
1이 붙어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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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17
ㅇㅇ
모바일
허미좋으거ㅠㅠ
[Code: ac7e]
2017.03.12 23:22
ㅇㅇ
모바일
꼬북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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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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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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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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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이는 맘있어보이는데 찌통각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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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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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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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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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센세 넘 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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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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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ㅠㅠㅠㅠㅠ 왜 1부터 히들이 찌통이 예상되냐ㅠㅠㅠㅠㅠ
[Code: 11b6]
2017.03.12 23: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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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나쁘다ㅠㅠㅠㅠ 딱 철없는 중고딩이 가지는 잔인함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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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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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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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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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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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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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새끼들이 진짜ㅠㅠㅠㅠㅠ어나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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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0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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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좋구먼 ㅋㅋ 센세 어나더를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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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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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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