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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18

1.




2.



"왔어?"



밝은 얼굴로 그렇게 대답한 히들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햄식이의 옆에 서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어. 그야 같이 돌아가기로 한 건 맞긴 맞지만, 운동장 건너편에서부터 햄식이의 친구들이 쳐다보고 있다는 건 히들이는 꿈에도 모르는 일이었지. 햄식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어쨌거나 사귀자고 자기가 먼저 말한건데 적어도 친구들이랑 약속한 일주일은 지내야 하는거잖아.


사실을 말하든지 아니면 그냥 역시 안맞는 것 같다고 둘러대든지 해서 헤어지는 건 나중으로 하자.

지금 당장은 모든게 귀찮았기 때문에 잠자코 걸으면서 히들이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며 걸었어.



"우리 집은 여기서 왼쪽으로 가."


"어.."



보통 이럴땐, 바래다준다고 하던가?

햄식이가 말을 꺼내는 걸 망설이고 있는 동안, 히들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었어.



"저기, ...내 번호 알아?"


"어? 아. 아니.. 알려줘."



모양새가 정말로 이상했지만, 햄식이는 부랴부랴 자신의 폰을 꺼내어 번호를 저장했어. 그렇게 하면서도 이러다가 나중에 더 귀찮아지기만 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사귀는 거니까 번호도 안물어보는 건 너무하잖아. 히들이는 조심스럽게 폰을 주머니에 넣고 살짝 아쉬운 것 같은 표정으로 먼저 손을 흔들고 반대쪽으로 사라져갔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괜히 바닥에 있는 돌을 차며 화풀이하는 햄식이였지.



그렇게 평일에는 아침에 만나 인사를 하고, 점심 시간에 잠시 말을 섞고, 귀가길을 함께 하는 정도로 사나흘이 지나갔어. 이 정도라면 그냥 헤어지자고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를 관뒀던게 화근이었을까. 금요일. 내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그나마 안심하고 있었는데, 집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히들이는 조심스럽게 말을 떼었어.



"크리스.. 영화 좋아해?"


"아.. 뭐, 좋아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럼 저기.. 내일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아..내일.."



일이 있다고 대충 둘러대자.

아무래도 더 친해져서 좋을 게 없어. 장난인 걸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진심이 아닌 걸.

햄식이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히들이에게 대답하려는 찰나,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건 아주 사소한 변덕의 실마리였어. 어쩐지 거절의 말을 듣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 같은 쓸쓸한 표정. 햄식이는 어딘가에서 그런 표정을 자주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어. 그리고 곧 깨달았지.


아 이건. 

내 모습이구나.

그 사람 앞에서 나는 항상 이렇게 보이겠구나.



그래서였을거야.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좋아. 라는 대답이 먼저 입밖으로 튀어나가고 말았어.

정말은, 이럴 때 쓸데없는 희망 같은 걸 갖지 않게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는 행운이라면, 눈앞의 상대에게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단순한 마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얼마나 진심인지, 그런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깊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히들이가 햄식이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너무 명백해보였어. 그리고 그런 히들이에게 느끼고 있는 자신의 감정이 호감이라고 하기 보다는 연민에 가깝다는 것도 알아차리고 말았지.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던건가.



어찌되었든 그 주말, 둘은 영화관에서 만났어.

밖에서 보니, 히들이는 정말로 오메가로 보이지는 않았어. 얼굴은 곱상하고 예쁘장한 편이었지만 남자답게 멋있기도 했고.. 남자 오메가는 아주 드문데다가 남자라도 체격이 왜소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둘이 함께 다니고 있으니 의외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 같았어. 물론 아주 다른 의미로.



"저기, 둘이 온거면 같이 놀래?"


"아.. 저희는..."



햄식이와 히들이가 함께 있으니, 그저 친구관계인 동성의 남자들끼리 어울리고 있다고 여겨진 모양이야. 히들이는 혼자 다닐 때는 그닥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안경도 벗고 렌즈를 끼고, 옷도 갖춰입은데다가 묘하게 햄식이 옆에 있으니 마초적인 남성미와는 반대의 매력이 살아났어. 충분히 어울리고 싶은 콤비로 보였던 거지. 

다가와서 말을 거는 예쁘장한 동년배의 아이의 제안에, 히들이는 눈에 띠게 당황했지만..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몰라 난감해하는 것 같았어. 



"미안하지만, 우린 데이트 중이라서요."


"...아. 그렇구나.."



착각을 하고 말았던 게 민망한지, 미안하다며 살짝 고개를 숙이고 그 아이는 얼른 자리를 피했어. 

히들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목덜미를 만지작거렸지.



"미안.. 역시 내가 오메가로는 안보이니까."


"그걸 네가 왜 사과해."


"뭔가...그냥.."



크리스라면 더 어울리는 오메가가 주변에 많을텐데.

왜 나랑 사귀자고 한거야?


히들이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답을 듣는게 두려워서 묻기를 그만두었어. 지금도, 이렇게 같이 영화를 보러 나온 게 꿈만 같지만, 실은 정말로 햄식이가 자신을 좋아해서 사귀자고 한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아. 청하면 거절하지도 않아. 하지만 먼저 뭔가를 하자고 하지도 않고, 연락을 하는 것도 아니지. 어쩌면 그냥 표현하는 방식에 서툴러서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사귀자는 꿈같은 이야기를 먼저 듣고, 사귀기로 한건데도, 햄식이의 옆얼굴을 바라보면 불안했어.



나같은게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사귀자고 했을까.

언제든 금방 헤어지자고 하지는 않을까.



"영화 시간 다됐다. 들어가자."


"아... 앗..! 미안."



생각에 빠져있다보니 그만 콜라를 약간 엎지르고 말았어. 햄식이는 얼른 주머니 안의 손수건을 꺼내어 히들이의 옷에 튄 콜라 방울을 툭툭 닦아내며 물었지.



"괜찮아? 물로 닦고 갈래?"


"아니야.. 금방 닦은데다 조금 밖에 안묻어서.."



그래. 좋아하지도 않는데 먼저 사귀자고 할리가 없잖아.

이런 사귐도 있는건지도 몰라.

아직은 처음이니까. 서로 잘 모르니까. 알아가는 건 이제부터 하면 되지. 

불안해 할 것 없어.


히들이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하며, 다정한 햄식이의 옆에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지.




햄식히들 햄히 히텀



2017.03.14 14: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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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 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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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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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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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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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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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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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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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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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이 어캐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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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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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이는 햄식이한테 맘 있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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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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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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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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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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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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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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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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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북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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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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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새끼 2달린거 보고 급하게 1편 보고왔어요 ㅠㅠㅠㅠ 히들이는 처음부터 햄식이 좋아했나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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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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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달달한데 은근 찌통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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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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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악 선생님 억나더 억나더ㅠㅠㅠㅠ 붕부니 취직해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지우지마 존잼 억ㄴㅏ더 토지나더 한국사람 828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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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7: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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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자낮자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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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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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히들이 실망하게 될까봐 무섭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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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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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보다는 연민의 감정이라니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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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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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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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02: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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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군치스를 드시고 힘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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