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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0:58

소설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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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것 자체가 원래도 형태는 불분명하고 내용은 터무니 없는 면이 있지만, 버키 반즈의 꿈은 그보다 더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꿈 속에서는 죽은 자들이 떠돌고 있었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비명에 가까운 저주를 내뱉으면서 끊임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윈터 솔져인 그 자신은 그런 저주는 전혀 괘념치 않는 듯 그들을 쏘거나 찌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버키 반즈라고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그 자신은 그런 모습을 말리기 위해서 그의 모든 것을 쏟아 붓지만, 언제나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다. 죽은 자들이 흘린 피가 그의 신발을 적시고, 바지 밑단을 적시면 점점 더 걸음이 무거워져서 결국은 한 걸음 떼는 것 조차도 큰 힘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윈터 솔져인 그 자신을 말리려는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왜 말려야 하는지 이유조차 기억 못 하면서도. 

한참 동안 눈을 뜨면 기억하지 못 할 꿈 속을 헤매고 있으면 결국 버키는 식은 땀에 젖은 이불에 감긴 채로 눈을 뜨곤 했다. 그는 땀에 젖어 기분 나쁜 감촉을 남기는 이불을 한 쪽으로 치우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자들의 얼굴도 목소리도 확실치 않은 꿈 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윈터 솔져로 존재하던 그 시절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 하나,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았다. 아마 그 꿈 속에서 헤매는 와중에 그 자신이 말리지 못 한 살인의 피해자 중에 하워드 스타크와 그의 아내도 있을 터였다. 버키는 꿈에서부터 이어지는 죄책감에 새벽 동이 터올 때까지 한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어떤 해결 방법이나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래도 다시 잠에 들기에는 악몽은 두려웠으며 죄책감은 목을 졸랐다. 

그렇게 새벽의 몇 시간을 어둑하고 푸르게 앉아 있다 보면 가끔씩은 어떤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기억의 맥락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그 기억이 윈터 솔져 이전의 자신의 기억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금방이라도 이름을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이 친근한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마치 한 순간 스쳐 지나가고는 영영 기억 속에 남지 않은 듯이 생소한 얼굴도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 나타나기도 했고, 가끔은 오색찬란한 불빛 속에서 생소한 미래 속에 떠도는 듯도 했다.

버키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번개처럼 떠오르는 이미지가 자신의 기억인지 도무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이드라의 세뇌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이전에는 자신의 기억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확신 때문에 몇 권씩이나 되는 수첩에 그런 기억들을 하나하나 적었다. 하지만 세뇌 코드로 인해 일어난 일을 뒤돌아 생각하니, 그 기억들이 하이드라가 억지로 주입한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싹텄다. 와칸다에서 세뇌 코드 해제를 위해 연구하던 사람들은 버키의 고민을 듣고는 확인이 가능하기 전까지는 모든 기억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버키로서는 그 말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버키가 들고 다니던 수첩은 또 한 권을 채우고, 다시 새로운 한 권을 시작했다. 슈리에게서 그 불안을 들은 트찰라가 스티브에게 소식을 전한 모양이었다. 와칸다에 찾아오는 스티브는 버키의 수첩을 보면서 자신이 보거나 전해 들었던 기억들을 확인시켜 주었다. 친구로, 전우로 함께 지냈던 시간들과 스티브 스스로가 보거나 전해 들은 가족 이야기들이 수첩 위에 다른 색깔의 펜으로 남았다. 스티브는 가끔씩 자신의 그림 실력을 살려서 기억 속에 남은 풍경이나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도 했다. 스티브가 남겨 놓고 간 이야기의 흔적을 곱씹고 있다 보면 이어지는 기억들이 또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버키는 자기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스티브가 이야기해주는 추억들이 좋았다. 그 기억 속에 존재하는 버키 반즈는 자신과 너무나 동떨어진 듯 했지만, 동시에 실제로 자신의 앞에 있는 스티브가 자신의 실질적인 존재를 증명한다는 사실이 안도감이 들었다.

혼자 남은 버키는 기억이 적힌 노트를 들여다 보곤 했다. 스티브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리던 페기도 이제는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자신들보다 어린 동생들은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희망보다 더 빠르게, 윈터 솔져로 살았던 자신이 동생들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생각이 우울하게 찾아왔다.

그런 우울감은 늘 오래 가지는 않았다. 와칸다의 아이들은 상태가 안정된 버키의 거처가 자신들의 아지트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늘 무리 지어서 찾아오곤 했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서로 다투는 소리 등으로 시끄러운 나머지 도통 그런 우울감에 잠겨 있을 새가 없었다. 버키는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늘 오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아이들의 방문이 끊이는 날은 없었다. 결국 버키는 굳이 찾아온 아이들 앞에서 매몰차게 문을 닫지 못 했고, 결국은 집에 밀고 들어온 아이들에게 간식을 내주었다. 

버키네 집에 들어온 아이들은 제각각 잘 노는 편이었지만, 가끔씩은 버키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도 제법 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같이 자신을 혼낼지도 모르는 어른보다는 조금 특이하게 생기긴 했어도 별 말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점이 좋은 듯도 했다. 아이들이 하소연하는 내용은 대부분 형제, 자매와 싸워서 부모님에게 혼났다던가,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에게 혼났다든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버키는 어린 시절 스티브나 동생들과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슬쩍 웃곤 했었다. 그런 웃음을 본 아이들은 늘 진지한 이야기 중에 왜 웃냐면서 투덜거렸다. 버키는 그런 아이들의 투덜거림조차도 어른스러운 척 했던 막내 동생이 생각나서 웃음을 거둘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늘 과자를 더 가져다주겠다면서 부엌으로 도망쳤다. 겨우 웃음기를 거둔 이후에는 과자와 오렌지 쥬스를 챙겨 나왔다. 과자와 오렌지 쥬스를 탁상 위에 올려두고 옆에 앉으면, 아이는 팔짱을 끼고는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있었다. 

버키는 과자 하나를 집어서 아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내 여동생도 너처럼 엄청나게 말썽꾸러기였어. 매번 어디에 가서 뛰어 놀다가 어느 집 창문을 깨거나 옷을 찢어 먹어서 늘 어른들한테 혼났거든."

아이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지만 버키가 어서 받으라는 듯이 쿠키를 흔들자 못 이긴 척 받아 들었다. 쿠키를 한 입 베어문 아이는 혼난 것이 괜히 울컥했는지 인상을 쓰고 있던 눈꼬리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버키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힘 있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는 쿠키 한 봉지를 다 먹고는 오렌지 주스까지 마시고 나서야 조금 기분이 풀린 듯 돌아갔다.

버키는 문간에 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과자를 전리품처럼 손에 쥐고 있는 아이는 문을 나서기 직전에 오늘 저녁으로 뜹스를 먹을 것이라고 자랑했었다. 저녁 식사를 기대하고 떠나는 아이는 방금 전 감정에 북받혀서 울먹거리던 것과 달리 기대감에 차 있었다. 아이가 떠나고 적막해진 집에서 버키는 가끔씩 떠오르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어린 시절의 여동생이 한창 혼나고도 좋아하는 저녁 식사 메뉴에 씩 웃는 모습이나, 몸이 약했던 스티브도 입맛에 잘 맞는 메뉴를 먹으면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리던 그런 시절을.

버키는 잠시 자신도 그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약속한 저녁 메뉴를 기대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으로. 물론 스티브가 와칸다로 오는 날에는 조금이나마 그런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그저 찰나의 순간이었다. 스티브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는 늘 자신은 여전히 윈터 솔져인 채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듯 한 기분이었다. 세뇌 코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익숙한 브룩클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기분을 더욱 쳐지게 만들었다. 

버키는 와칸다에서 날고 긴다는 의사와 기술자들이 다들 세뇌 코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충분히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언젠가는 그들이 세뇌 코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이성과 감성은 다른 부분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늘 세뇌 코드가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다.

윈터 솔져 이전의 기억이 국소적으로 돌아왔을 때, 버키에게는 미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미래도, 현재도 결국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있어서 과거가 그저 흐릿한 안개와 비슷할 때는 덩달아 불분명할 수 밖에 없었다. 윈터 솔져일 때의 기억이 더 강했기 때문에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오면 올수록 버키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추억을 쌓은 브룩클린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스티브가 와칸다에 올 때마다 이야기해주는 그대로 남아 있는 브룩클린과 변한 브룩클린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윈터 솔져인 자신은 그 주민들에게 거부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 조차 거부하고 싶었다. 와칸다에서 지내는 현재는 풍요로워서 가끔은 미국이나 브룩클린에 대해서는 영영 까먹고, 이 곳에 남아서 농사나 지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문을 닫고 돌아선 버키는 시끌벅적했던 아이들의 흔적만 남은 거처를 한 번 둘러 보았다. 결국 미래에 대한 어떤 소원이 있더라도 세뇌 코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는 한은 모두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였다. 버키는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는 탁자 위에 남은 빈 그릇과 잔을 치웠다.






뜹스는 동아프리카 쪽의 뭐냐 고기 요리 같은 거라고 함.

악몽 꾸는 버키 존맛


눺 버키 세즈

 

2024.05.12 10: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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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꾸는 버키 존맛...2222
[Code: 99b2]
2024.05.12 10:26
ㅇㅇ
모바일
몸도 마음도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떠돌고있구나ㅜㅜㅜ
[Code: 1d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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