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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23:04

소설체주의 

 

와칸다에서 버키 정신 차리고 난 다음에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생활하는 거 보고 싶다. 특히 와칸다에서도 다른 어른들은 일해야 하니까.. 주로 애들이랑 노는 그런 거… 애들이 보는 화이트울프 버키 보고 싶다…



그래서 와칸다 애들이 숙제 같은 것으로 뭐 주변의 영상 찍기 이런 거 하게 되어서 애들 몇 명이 고민하다가 버키 찍기로 결정해서 한동안 버키 뒤 졸졸 따라 다니면서 키모요비즈로 생활하는 거 막 찍는 거 보고 싶다…



조장을 맡은 아이가 반 앞으로 나와서 화면에 영상을 띄웠다. 멈춰 있는 첫 화면에 영상의 제목이 화이트울프라고 되어 있었다. 한 두 번 목을 가다듬은 아이가 말했다. 

 "저희는 이번에 영상 촬영 과제의 주제로 화이트울프를 선정했습니다. 와칸다에서 영상으로 기록을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고민하던 중에 와칸다에 오직 한 명만 서식하는 희귀종 개체로서 저희는 이를 기록으로 남길 가치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서너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호숫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살짝 움츠러든 어깨나 서로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그러면서도 가끔 숨기지 못 해서 간질거리는 듯한 웃음 소리 따위가 아무래도 아이들 특유의 시덥잖은 장난을 꾸미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앞에 선 아이가 차고 있는 키모요 비즈는 영상 녹화 모드로 돌아가고 있었다. 

호숫가 근처에 점점 더 다가갈수록 영상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들이나 다른 어른들처럼 와칸다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것만은 비슷해 보였지만, 그 외의 모습은 와칸다에서는 도통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특히 드러난 피부가 흰색이라는 점이 여타 와칸다 사람들과 특이하게 달랐지만, 그것만이 분명한 차이점은 아니었다. 그는 한 팔이 없었다. 와칸다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그 부족한 한 팔을 대체하는 대신에 천으로 감싸서 다치지 않게 가려두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머리나 수염조차 잘 정리된 여타 어른들과 달랐다. 어깨까지 길게 늘어진 머리는 제대로 빗질이 안 되어서 오히려 부스스해 보였다. 제멋대로 자란 수염도 잘 정리한 것이 아닌 탓에 사람 자체가 엉망으로 보이는데 한 몫을 더 하고 있었다. 그래도 햇빛이 알알이 반짝이고 있는 호숫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 자신은 크게 미소를 짓고 있어서, 나름 그 평화를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버키는 곧 자신에게 가까워진 아이들의 작은 속삭임이나 웃음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햇빛이 눈부신 탓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을 곱씹어 본 탓인지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결국 아이들을 돌아 보았다. 잠깐 키모요 비즈를 키고 있는 학생이나 그 뒤에 줄줄이 매달려서 키모요 비즈의 녹화 화면과 자신을 번갈아 보는 학생들을 번갈아 보던 버키가 조금 더 짙게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학교 숙제로 화이트울프를 촬영하고 있어요."

대답을 들은 버키는 잠시 아이들의 학교 숙제가 자기 자신을 촬영하는 것이 진짜로 맞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윈터 솔져이기 이전에 버키 반즈였고, 어쨌든 자신을 한 번 잃었었더라도 그 본성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설령 그 본인이 그런 자신에 대해서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 하더라도. 잠시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서 되내어 본 버키가 조금 짖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되물었다.

"학교 숙제가 날 찍는 거야?"

아이들은 귀여운 미소와 함께 의뭉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버키는 학교 숙제가 정확하게 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숙제는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았다. 버키는 잠깐 호숫가를 한 번 보았다가 작은 추임새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나를 찍는 게 학교 숙제가 될 수 있는 거야?"

"와칸다에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모습을 촬영해오라고 하셨어요."

키모요 비즈를 조작해서, 자리에서 일어난 자신을 좀 더 제대로 화면에 담고 있던 학생이 말했다. 버키는 그 말에 작게 웃고 말았다. 확실히 와칸다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백인이나 다름없는 저는 분명히 기록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있었다. 키모요 비즈를 조작하던 아이는, 아무래도 본인이 이 기획을 주장한 장본인인 듯 당돌하게 다시 물었다.

"촬영해도 되죠?"

버키는 멀쩡한 팔로 슬쩍 목 뒤를 긁으면서 답했다.

"원하는대로 해."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웃던 버키는 아주 오랜만에 장난기가 치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괜히 위협적이지 않은 소리를 내면서 아이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장난기 어린 미소로 달려오는 것을 본 아이들은, 키모요 비즈로 촬영중인 아이만 내버려둔 채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는 버키가 아이들을 쫓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버키를 쫓기 시작했다. 결국 버키는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서 나뒹굴면서 웃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버키의 목에 매달리거나 머리를 잡아 보거나 하면서 웃었다. 


영상이 끝나자 학생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화이트울프를 찍은 팀의 아이들도 나름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선생님도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늑대보다는 강아지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나, 아이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이나.




버키 세즈 

눺 
2024.02.19 10:48
ㅇㅇ
모바일
아ㅅㅂ 희귀종개체래ㅋㅋㅋㅋㅋㅋ ㄱㅇㄱ 이런발상 어떻게함?
[Code: 6962]
2024.02.19 11:57
ㅇㅇ
모바일
센세 1이 붙어있는 거 어나더가 있다는 뜻이지? 기다릴게!!😍
[Code: 096d]
2024.02.19 13:06
ㅇㅇ
모바일
와칸다에서 생활하는 버키가 편안해보여서 좋다ㅠㅠ
[Code: 104c]
2024.02.19 18:37
ㅇㅇ
모바일
ㅅㅂㅋㅋㅋㅋ귀여워 분위기 너무 좋다…
[Code: df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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