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0024726
view 3134
2024.04.06 00:07
소설체주의


https://hygall.com/584835160
https://hygall.com/585331216
3 https://hygall.com/585963097



텅 빈 냉장고를 한 번 둘러 본 버키 반즈는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자기 스스로 이런 일을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식재료가 다 떨어지기 전에 제때 장을 봐 오는 것을 신경쓰기 어려웠다. 그가 무기가 아닌 사람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던 와칸다 사람들은 이런 일도 결국 하다 보면 자기한테 잘 맞는 방식을 찾고,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했다. 어쨌든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침 식사 정도는 하고 나갈 정도는 남아 있었다. 버키는 남은 우유와 시리얼을 끝내면서 장을 봐 올 리스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버키가 와칸다의 시장에 혼자서 나오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꼭 사람과 함께 장을 보곤 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세뇌 코드 때문에 위험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버키가 와칸다에서는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키가 와칸다어를 모른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세뇌 코드를 해제하는 사이에 와칸다어를 제법 익혔고, 장을 혼자 보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시장 사람들이 와칸다 사람들과 함께 장을 보러 다니는 버키의 모습에 제법 익숙해지기도 했다.
와칸다의 사람들과 눈에 띄게 다른 버키의 모습 탓에 시장 사람들은 그가 보일 때면 굳이 한 번씩은 불러보곤 했다. 버키가 처음 이름이 불렸을 때는 트찰라의 명으로 같이 온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놀랐었다. 버키 스스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었다. 그의 반응에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둘째치고, 그 스스로마저도 크게 놀랐었으니까. 놀라지 않겠다고 스스로 몇 번씩 다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버키는 그 이후로도 몇 번씩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과하게 경계하는 그의 모습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었다. 
그런 부분은 버키 스스로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의 세뇌 코드 해제를 위해서 연구하고 있던 슈리와 휘하 연구자들도 몇 가지 검사 이후에는 자신들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검사 결과 버키가 놀라는 부분은 루마니아에서 도망칠 때, 하이드라며 쉴드며 지모며 온갖 사람들에게 쫓기던 때의 경험 때문일 것이라는 상당히 그럴 듯한 예측은 할 수 있었다. 그 예측 덕분에, 버키가 조금씩이나마 시장과 같이 번잡한 곳에 노출되는 것이 나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 
그 결과, 지금 버키는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도 이전처럼 경계하면서 놀라는 일이 없어졌다. 
"어이, 버키!"
바로 옆사람의 말도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소란스러운 시장 바닥에서도 우렁차게 울리는 목소리는 버키에게 제법 익숙했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슈리의 소개로 자주 들르던 과일 가게 주인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버키는 슬쩍 미소를 짓고는 그가 운영하는 과일 가게로 향했다. 어차피 그 가게에 들를 예정이기도 했었다.
"저번에도 자두 찾았었지? 오늘 아침에 꽤 괜찮은 자두가 많이 들어왔었거든. 잘 익은 것들로 골라줄 테니까 가져가라고."
과일 매대를 한 번 쓱 둘러보는 버키에게 가게 주인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짙은 붉은 색으로 잘 익은 자두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주인은 자두를 몇 개씩 집어 가면서 잘 익은 것들만 골라 내었다. 가게 주인은 자두가 가득 든, 제법 큰 종이 봉투를 내밀면서 물었다.
"혹시 뭐 더 필요한 것은 없고?"
종이 봉투를 가득 채운 자두를 한 번 확인해 본 버키는 고개를 내저었다. 잘 익은 자두의 새콤달콤한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이렇게 잘 익은 자두를 구하기는 제법 어려웠었다. 쫓기고 있는 처지라 시장에 마음대로 활보할 수 없었다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이렇게까지 품질 좋은 자두를 시장에서 쉽게 찾기도 어려웠다. 금전적인 문제는 두 말할 필요도 없었고.
버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사를 대신했다.
"이 자두면 충분할 것 같은데, 고맙습니다."
그는 간만에 신선한 자두를 먹을 생각에 기대되는 얼굴로 봉투를 챙겨 들었다. 

자두가 가득 든 봉투에 이어서 우유와 시리얼, 빵과 같은 것들이나 고기나 야채 같은 몇 가지의 식재료까지 구입했다. 시장에 나올 때랑 달리 한 손으로 가득 짐을 들고 있었지만, 별로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아무리 가짜 혈청이라고 해도 혈청은 혈청이었고, 이런 때에는 제법 큰 도움이 되었다. 버키는 짐 속에서 올라오는 자두 향기를 맡으면서 전쟁 중에 이런 삶을 꿈꾸었었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쫓기느라 총을 껴안고 선잠에 들 필요도 없는 삶. 군중 속을 걷고 있어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옆 사람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삶. 그리고 넘쳐 흘러서 스타크네처럼 부유하게 살지는 못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버키 스스로도 와칸다에서의 삶은 잠시의 유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간은 이런 순간을 즐겨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장이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내에서 그가 머무는 곳까지는 좀 걸어 나가야 했다. 가짜 혈청을 맞은 그에게는 짐을 들고 그 정도 거리를 오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사실 시간만 있다면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리였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짐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모습이 보였다. 버키는 잠시 해가 저물어가면서 강물 위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다. 브룩클린에 살던 어린 시절에는 가끔씩 해 지는 바다를 그리려는 스티브와 함께 북대서양으로 나가는 해변이나 부두를  찾아 다니면서 흘러가는 물 위로 노을빛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곤 했었다. 타인들보다도 더 머나먼 어린 시절이 생각난 참에, 버키는 잠시 강가에 앉아서 쉬었다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곧 해가 질 터였지만 지내는 곳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서 어둠이 내리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강가에 앉아 있으니 노곤한 강바람이 천천히 불어왔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는 길목인 탓에, 많이 정리를 하지 않은 풀들이 강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흔들리면서 마치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을 지나오면서 귓 속에 여전히 웅웅 울리는 듯한 사람들의 말소리들은 천천히 가라앉고, 풀숲 사이에 우는 새나 벌레들의 소리가 천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그런 소리를 듣고 있던 버키는 한 번 목을 가다듬고는, 옆에 내려놓았던 짐 속을 뒤적거렸다. 그는 자두 봉지에서 제법 물렁하게 잘 익은 자두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는 천천히 붉은 과일껍질을 크게 깨물었다. 자두의 과즙이 과육과 함께 입 안 가득 찼다. 향으로 맡던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향이 코까지 맴돌았다. 버키는 이전에는 쉽게 즐기지 못 했던 신선한 과일의 향을 즐기면서 저 너머로 넘실대는 강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이 곳에 스티브까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테지만, 그래도 이 나름대로 좋았다. 





토요일9시캡아시빌워더빙.png

아무래도 축제니까 자두 먹어야지 좋을 것 같았음ㅇㅇ



눺 버키 세즈
2024.04.06 00:09
ㅇㅇ
모바일
버키야ㅠㅠ 드디어 자두를 먹는구나 기쁘다...! 와칸다에 자두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림에 있는 버키가 들고 있는 자두도 눈에 띈다. 쪼끄만 버키도 자두 많이 먹어!
[Code: d353]
2024.04.06 00:12
ㅇㅇ
모바일
짤에 맞춰서 자두 먹는 글 쓴 거임?ㅋㅋㅋㅋ 자두 많이 먹어222
[Code: faea]
2024.04.06 00:18
ㅇㅇ
모바일
저번에도 자두 찾았었지? <- 자두광공
자두가 기억력 향상에 도움되는 거라 일부러 찾는건가 싶었는데 맛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네 행복해라 버키야
[Code: e806]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