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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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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눈을 뜨자 품 안에 있을 줄 알았던 마치다는 어느새 일어나서 가운만 입고 침대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텔 직원들과 통화하고 있는 중인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러다 기척을 느꼈는지 노부 쪽을 휙 돌아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지난밤의 기억 때문인지 순식간에 떠오르는 홍조가 귀여웠다. 잘 잤어? 입모양으로 묻길래 같이 입모양으로 네, 잘 잤어요?라고 물어보니 빙긋 웃고 노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그럼 11시로 예약할게요. 체크아웃하고 나서도 이용 가능하죠? 네, 1시까지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계를 보니 7시 반이었다. 꽤 늦은 시간에 잠들었으니 몇 시간 자지도 못했는데 몸이 좀 뻐근하긴 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그래도 마치다는 어떨지 몰라서.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안 피곤해요?"
"괜찮아. 넌?"
"너무 개운해서 신기한데요."

마치다는 장난스럽게 웃더니 노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우나는 해야 되잖아. 사우나 때문에 일부러 여기로 왔는데."
"사우나 예약한 거예요?"
"응. 아침 먹고 쉬었다가 9시에 같이 가자."
"좋긴 한데..."

마치다는 맨몸에 가운만 입었는지 벌어진 가운 틈으로 지난밤에 노부가 마구 남겨놓은 치흔과 순흔이 잔뜩 남아 있었다. 괜히 이런 상태로 사우나에 갔다가 마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엄한 시선을 받을까 봐. 물론 마치다를 희롱하는 미친놈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지만 나쁜 말을 듣거나 음흉한 시선을 받는 게 싫어서 머뭇거리자, 마치다가 웃으면서 가운을 슥 벌렸다. 

"너도 심했다 싶지?"

노부가 머쓱하게 웃자 마치다가 노부의 맨가슴을 콕 찔렀다. 

"나도 심했고."

그것도 걱정이긴 했다. 노부가 밤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훤히 보이는 몸을 하고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자국이 잔뜩 남은 마치다와 함께 사우나에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마치다가 험한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된다니까... 그러자 마치다가 계속 노부의 맨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전에 네가 갔던 사우나 시설이 좋았다고 해서 거기 보내주려고 했는데 우리 몸이 이래서 좀 그렇잖아?"
"네."
"그래서 카운터에 문의해 보니까 작게 만들어서 팀별로 예약할 수 있는 사우나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고. 아까 검색해 보니까 이런 거였어. 봐봐."

마치다가 보여주는 핸드폰에 뜬 홈페이지를 보자 최대 4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돼 있지만 4인용이라고 하기엔 꽤 큰 사우나시설이 떠 있었다. 지난번에 노부 혼자 갔던 대형 사우실과 비교해도 시설이 나빠 보이지도 않고. 

"그럼 여긴 우리 둘만 들어가는 거예요?"
"응. 우리 둘만. 사우나 가서 데이트하자."

그러면서 키득키득 웃던 마치다는 다시 노부의 입술에 입술을 콕 찍고 노부의 뺨을 토닥였다. 

"내려가서 밥 먹자. 밥 먹고 좀 쉬다가 체크아웃하고 11시에 들어가면 돼. 1시까지 예약해 놨어. 사우나하고 밥 먹고 돌아가자."





마치다는 전에 사우나는 별로라고 했던 말처럼 뜨겁고 숨막히는 공기가 그다지 편하지 않은지 내내 꼼지락거리고 중간중간 들락거리며 차가운 탕에 몸을 담그고 왔다. 안에 있을 때는 노부의 옆에서 다리를 달랑거리며 계속 냉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도 내내 생글생글 웃고 있던 마치다는 노부가 계속 걱정스럽게 보자 노부의 뺨에 입술을 촉 부딪쳐왔다. 

"사우나 별로 안 좋아했는데 사우나도 너랑 같이 하니까 할 만하네. 좋다."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아니야. 몸도 개운해지고 진짜 좋아."

하긴 밤새 많이 움직인 탓에 노부도 몸이 조금 뻐근하긴 했지만 마치다가 더할 게 틀림없었다. 운동선수 출신인 노부가 밤새 몰아붙였으니 계속 힘이 강한 노부한테 밀리고 노부의 아래에서 계속 흔들려야 했던 마치다는 당연히 더 힘들었을 거라 마치다의 다리와 허리를 부지런히 안마해 주던 노부는 너무 시달려서 허벅지 안쪽이 잔뜩 멍든 마치다의 다리를 안마해주며 말했다.

"조만간 온천에도 같이 가요. 제가 알아볼게요."

마치다가 온천파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 그렇게 말하자 마치다의 눈이 기대로 반짝거렸다. 





그리고 노부가 일이 있어서 바로 가지 못하고 세 달쯤 후에 함께 간 온천은 정말 좋았다. 온천을 너무 좋아해서 온천여행 전문 블로그까지 운영하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간 온천여관이었는데 노부는 사우나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던 마치다가 왜 노부와 사우나를 할 때 내내 생글생글 웃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노부는 사우나를 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온천은 하고 나도 그다지 개운하지도 않고 시원한 것도 알 수 없었는데 온천탕에서 마치다를 끌어안고 있자 몸을 감싸는 따뜻한 물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온천도 와 보니까 정말 좋네요."

함께 사우나를 갔을 때와 같았다. 자주 함께 드라이브를 다니곤 하지만 다른 도시까지 함께 여행한 건 처음이라 들떠 있었던 데다 온천여관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더 들떠 버려서 어젯밤에도 서로의 몸을 실컷 물고 빨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대욕탕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 그 점은 아쉽긴 했다. 그래도 예약제로 쓸 수 있는 소욕장도 아주 좋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소욕장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노부의 품에 반쯤 기대 앉아 있던 마치다는 노부의 말에 웃으며 노부를 바라봤다.

"좋지?"
"네, 우리 매년 와요. 꼭 여기 아니라도요. 매년 같이 온천 와요."
"음."

마치다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답에 힘이 없었다. 지난밤에 너무 무리해서는 아닐 테고...

안 그래도 요즘 마치다가 자주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걱정이던 노부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왠지 멀게 느껴지는 마치다를 품에 끌어안았다.

진짜 문제가 뭘까...





이유를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노부의 부상은 다 나았지만 다른 팀이 대거 투입됐었던 다른 사건 때문에 조직이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수도에서 공격적으로 조직을 확장하고 있는 마약조직이 있어서 2과와 3과의 요원들이 대거 투입돼 있었는데 2과 팀원들이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과 길어지는 잠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같이 투입된 막내요원을 집단적으로 따돌리면서 여러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던 것이 드러난 것이었다. 워낙 은밀하게 폭력을 가해와서 폭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들이 피해자를 집단폭행했다가 피해자가 의식을 잃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의식상실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뒤늦게야 상황이 심각해진 걸 알았다던가. 가해자들은 마약조직의 조직원들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위장하려 했으나 같은 조직에 잠입해 있던 다른 요원들이 의문을 품으면서 내사가 이루어져서 진상이 밝혀진 게 얼마 전이었다. 피해자는 병원에 이송된 후 깨어나긴 했지만 장기간의 폭력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고 조사를 위해 대규모의 인원을 마약조직에서 빼 내면서 몇 달이나 공을 들인 잠입작전이 완전히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 조직은 엉망진창으로 뒤집혀 있었다.

마치다를 조롱했던 5과의 요원들과 그걸 방치한 과장도 징글징글했고, 다수의 요원들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법도박 조직간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알려주지 않았던 4과의 과장도 환멸이 났었는데, 이런 일까지 보고 나자 조직에 만정이 다 떨어지기도 해서. 노부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서 한동안 마치다를 잘 살피지 못하긴 했다. 

그래도 이런 걸로 마음 상할 사람도 아니고, 마음이 상했다고 해도 이렇게 꽁해 있을 사람은 아니니 뭔가 이유가 있긴 할 텐데. 





노부는 눈꼬리가 살짝 처져 있는 마치다를 유심히 바라보다 물 위로 드러나 있는 마치다의 어깨 위로 따뜻한 물을 끼얹어주며 꼭 끌어안았다. 뭘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묻지 않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던 마치다가 몸을 돌려 노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대답을 얼버무렸던 게 미안했는지 속삭였다. 

"다음에 또 같이 온천에 오자."
"네, 꼭 같이 와요."

마치다가 절대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아서 비겁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는 척, 순진한 척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마치다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손가락을 내밀어서 노부의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감았다. 야무지게 엄지손가락으로 도장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에 또 같이 오자."

노부는 손가락을 걸고 도장까지 찍은 다음 뒤늦게야, 다믕에도 같이 오자가 아니라 매년 같이 오자고 약속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다는 가끔 노부와 함께 튼튼이를 만나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고 튼튼이의 생일에 튼튼이의 초대를 받아서 노부의 집에 가서 함께 생일파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마치다는 얼마 전 노부의 부모님을 만났었다. 튼튼이의 초대를 받아서 오긴 했지만 튼튼이가 형의 친구라고 했으니 아마 부모님도 마치다가 노부에게 케이짱을 선물한 이라는 걸, 노부가 만나고 있는 이라는 걸 눈치채셨을 테니 마치다를 정말로 반겨주셨고 아주 잘해주셨다.

마치다는 그날 파티 내내 쑥스러워하고 호의에 낯설어하면서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었는데. 

함께 온천에 갔다온 이후, 마치다가 튼튼이와 노부의 부모님에게 온천 지역에서 산 선물을 전해주려고 노부와 함께 튼튼이를 만나 밥을 사 주기로 한 날이었다. 부장과의 면담을 위해 조직 본부에 갔다온 노부가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만나기로 한 카페의 창가에 앉아 있는 마치다와 튼튼이의 모습이 통유리 너머로 보였다. 마치다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기쁘게 재잘거리고 있는 튼튼이와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눈꼬리가 살짝 처져 있는 마치다를 바라보던 노부는 문득. 

노부의 본가에 함께 방문했던 날 돌아오는 차에서 마치다가 뜬금없이 흘렸던 말을 떠올렸다. 

'미안해.'
'네?'
'아니..'

정말 너무 뜬금없는 말이라 잘못들었나 했었는데... 대체 왜?





놉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