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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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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결코 빈 틈을 보이지 않았다. 클럽 던전에서는 평소에 중요하게 논의할 것이 있어서 조용히 마시고 가겠다고 사전에 말해두는 손님들이 아니면 마치다가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자리에 죽치고 앉아 있는 일도 드물고 어떤 손님이 올 때마다 그 자리에서 찾아가 오래 대화를 나누는 일도 드물단 뜻이었다. 그래서 마치다가 항상 그 손님을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때때로 마치다가 신뢰하는 고참 서버들 몇 명이 그 방을 드나들곤 했는데 이 서버들은 한 마디도 허투로 흘리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용의자가 재벌 3세와 끈을 만들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마치다나 서버가 옆에 있으면 '그 일' 말입니다. 하면서 은근슬쩍 말을 흘리지만 정확한 단어는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재벌 3세에 뭔가 청탁을 하려는 것 같기는 해 보였다. 재벌 3세 의사 도련님은 취향이 매우 사치스러워서 안주도 술도 항상 가장 비싼 것들만 시켰기 때문에 올 때마다 하룻밤 술값이 웬만한 직장인들의 몇 달치 월급 수준으로 나왔는데도 그 돈을 전부 용의자가 내고 있었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그 뭔가를 조금도 보여주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흘러가고 있을 때였다. 그 자는 아직 회원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서 (마치다는 당연히 통과시켜줄 생각도 없다고 했다) 재벌 3세가 올 때만 같이 오는데 재벌 3세의 예약도 없어서 초조하게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튼튼이와 함께 고른 다육이 화분을 며칠 전에 이미 선물했기 때문에 마치다의 집에 함께 가서 잘 자라는지,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 있자 재킷을 벗어놓고 온 마치다가 옆에서 같이 다육이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듯 다육이의 통통한 잎을 찔러봤다. 

"잘 자라네. 째끄만 게."
"예쁘죠?"
"귀엽네."

노부가 분무기를 채워와 물을 주는 동안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던 마치다는 툭 던지듯 내뱉았다. 

"내일 튀자."
"네?"
"내일 일 째고 놀러가자."

쌩뚱맞은 소리에 노부가 고개를 돌려보자 계속 선인장을 보고 있던 마치다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노부를 바라봤다. 

"내일 클럽 째고 바람 좀 쐬고 오자. 계속 긴장하고 있었더니 미칠 것 같아."
"그래요."
"클럽은 매니저한테 연락해 놓을 테니까 내일 우리집에 데리러 올래? 차 한 대로 다니는 게 편하니까."
"그냥 오늘 여기서 잘게요. 그런데 어디 갈 건데요?"
"노부."
"... 네."

마치다는 이전까지는 노부를 '자기야'라고 불렀었고 '자기야'라고 부르지 않게 된 이후로는 스즈키라고 부르곤 했다. 그러다 처음 노부라고 부른 건 이번 작전을 시작하던 날이었다. 그때도 들으면서 가슴이 쿵 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세차게 뛰곤 했다. 마치다는 조금 뜨거워진 것 같은 노부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생글생글 웃었다. 

"놀이기구 잘 타?"
"... 네?"





그랬다. 다음 날 마치다가 신나서 내비에 찍어놓은 주소는 해외 관광객들도 이 도시에 오면 꼭 찾는다는 대형 테마파크였다. 튼튼이가 가고 싶다고 할 때 가끔 데리고 온 적은 있지만 노부가 놀고 싶어서 방문한 적은 없었는데 마치다는 정말 신나서 돌아다녔다. 

"여기 오면 이걸 꼭 먹어야 된다고 그랬어."

그러면서 츄러스를 사더니 '맛있다아아아아아!!!!!'하고 싱글싱글거리고. 

"이게 그렇게 무섭다며? 스릴을 제대로 느끼려면 제일 앞에 타야 된다던데."

줄을 서 있는 동안 앞사람의 수를 계속 세어보더니 자리 양보까지 몇 번 하면서 기어이 제일 첫자리에 타서는 롤러코스터가 빙글빙글 돌고 아래로 훅훅 떨어지거나 전속력으로 훅훅 방향을 트는 동안 신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튼튼이도 이런 놀이기구를 좋아해서 몇 번 같이 타 줬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얼굴이 온통 빨개질 정도로 신나서 와하하하 웃으며 소리를 질러대는 마치다의 옆에 타고 있으니까 순간순간 가슴이 철렁하게 만드는 놀이기구가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마치다는 노부와 손을 꼭 잡고 거울의 집에서 빠르게 탈출하기도 했다. 웬만해서는 이 테마파크 거울의 집 최단기간 통과 기록도 세울 만큼 빠른 속도였지만 기록을 세우는 일은 없었다. 마치다가 거울의 집에서 나오기 전에 사방, 아니 팔방에 자신과 노부가 보이는 게 신기하다고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기 때문이었다. 

이 테마파크는 관광지답게 레스토랑이 비싸고 양은 적기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다행히 맛은 있었다) 그렇게 안 보여도 대식가인 마치다는 둘이 먹는데도 5개는 시켜야 할 정도로 적은 양의 음식에도 신나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이건 이래서 맛있다 저건 저래서 맛있다며 열심히 품평도 했다.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이 나온 식사비도 기분 좋게 결제했고. 

무섭다고 소문난 온갖 놀이기구를 하나하나 신나게 다 탄 마치다는 귀신의 집에 들어갔을 때 대형사고를 칠 뻔하기도 했다. 겁이 없는 편이라 가끔 마치다의 집에서 같이 영화를 볼 때 공포영화를 볼 때도 무서워하는 걸 못 봤는데 아무래도 귀신의 집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하는 시스템이라서였는지 마치다가 갑자기 머리 위에서 튀어나온 귀신(직원)의 얼굴을 후려칠 뻔했기 때문이었다. 노부는 평생 이렇게 행동이 빨랐을 때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마치다의 손을 꽉 붙잡아서 주먹을 막고 외쳤다. 

"여러분, 이 분은 정말 빠르고 정말 강합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면 놀라서 반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으니까 놀래키실 때는 충분히 거리를 두고 나타나 주세요. 코앞에서 나타나면 우린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안전거리 확보해 주세요, 안전거리!!!"

귀신을 맡은 직원들도 당황했는지 작게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다행히 요구가 잘 전달이 됐는지 갑자기 코앞에 나타나서 마치다의 주먹에 맞는 귀신은 없었다. 그런 황당한 일을 겪어놓고도 마치다는 세트가 정교하게 잘 꾸며져 있고 분장도 훌륭했다며 재미있어 했다. 

이 테마파크는 양심없는 레스토랑에도 불구하고 여러 요소가 훌륭해서 인기가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 중의 하나가 레이저쇼였다. 클럽 던전의 레이저쇼도 꽤 화려한 편이라 평이 좋긴 하지만 아무리 넓어도 클럽에서 하는 레이저쇼가 이렇게 넓게 탁 트인 야외 공간에서 하는 레이저쇼를 따라올 수는 없다보니 노부의 눈에도 훌륭하긴 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레이저쇼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서 눈을 반짝거리며 레이저쇼를 보고 있는 마치다의 표정이 더 아름다워서. 

그렇게 잔뜩 들뜬 채로 테마파크를 나온 뒤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마치다는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볼이 빨개진 채로 생글생글 웃었다. 

"츠지무라는 옛날에 나랑 같이 길에서 앵벌이하거나 소매치기할 때 제일 부러워했던 게 학교 다니는 애들이었어. 공부를 하고 싶어했거든. 많이."
"아..."
"가방 매고 돌아다니는 우리 또래 애들도 부러워했고, 교복 입고 다니는 누나나 형들도 그렇게 부러워했어."
"네."
"그런데 나중에 학교 다닐 수 있게 됐을 때는 가끔 힘들어하기도 하더라고. 아무래도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공부해야 되고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그렇다 보니까 교우관계가 좋지도 않았던 것 같고. 나한테 말은 못했어도 많이 힘들었겠지."
"정말 힘들었겠네요."
"나는... 학교 다니는 애들은 별로 안 부러웠는데 놀이공원으로 소풍가거나 엄마아빠 손 잡고 놀이공원 가는 애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
"..."
"걔들은 평소에도 매일 운동장에서도 놀고 거리에서도 놀고 피씨방에서도 놀고 여기저기서 놀았겠지만 뭐... 공식적으로 당당하게 놀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고... 놀이공원은 얼마나 좋은 곳일지도 정말 궁금했고."

노부는 한숨을 억지로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부장에게 부탁해 확인한 당시의 사건 파일에서 물론 피해자들의 이름은 전부 익명으로 처리돼 있었다. 피해자들이 미성년자들이었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도 일정 등급 이상의 보안 등급을 가지고 있거나 꼭 피해자들을 확인해야 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사유서를 제출하고 피해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치다도 분명히 들어 있는 그 피해자들은 1년 내내 쉬지도 못하고 조직의 나쁜 놈들이 시키는 온갖 소소한 범죄들을 저지르고 돌아다녀야 했다고 했다. 허구헌 날 굶고 맞아가면서. 그러니 놀러다니는 애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그래서 사실 나도 놀이공원에서 하루 당당하게 놀아보면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츠지무라가 학교에 좀 실망했던 것처럼."
"네."

그럴 수도 있었다. 그래서 파리 신드롬이란 것도 있지 않던가. 노부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치다는 지금까지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진짜 내 비루한 상상력으로는 상상도 못해 봤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났어. 너무 너무 좋더라. 진짜 이게 현실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 웃는 얼굴이 정말로 너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노부가 대답도 못하고 바라보고 있자, 마치다는 여전히 웃는 얼굴 그대로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는데 너랑 같이 있어서 더 좋았어."
"아... 저도요."

노부가 빛나는 그 예쁜 얼굴을 보면서 멍하게 대답하자 마치다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같이 가 줘서 고마워.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
"... 저도요. 저도 정말 좋았어요."

노부는 운동하던 시절 여러 대회에 나갔고 우승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기뻤지만 정말로 오늘처럼 행복했던 날은 없었다. 마치다는 여전히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지 행복한 얼굴로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너무 행복하다."

오늘은 시간도 늦고 해서 마치다의 집에서 자기로 했기 때문에 노부짱과 노부유키짱들은 또 소파에 내놓은 상태였는데 마치다는 목욕탕에 물을 받는 동안 소파에서 노부짱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고 있다가 노부짱의 머리 위로 눈을 빼꼼 내밀었다. 

"오늘, 며칠인 줄 알아?"

노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마치다의 옆에 앉아서 노부짱의 앞발을 잡았다. 

"x월 xx일이요."
"음."

뭔가 불만스러운지 노부짱의 머리 위로 살짝 드러난 콧잔등에 주름이 생기는 걸  보면서 노부는 노부짱의 앞발을 놔 주고 노부짱을 끌어안고 있는 마치다의 오른손을 쥐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지 3년째 되는 날... 이고요."

마치다는 웃지 않으려고 한 것 같지만 입술이 움찔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입을 꼭 다물고 웃음을 참던 마치다는 거실 테이블 아래에서 몸통만한 상자를 하나 꺼냈다. 상자에는 리본까지 꼼꼼하게 묶여 있었다. 

"선물이야."
"저한테요?"
"응. 3년 동안 내 성질머리 잘 받아준 것도 고맙고."

마치다 상 성격이 어때서요. 라고 말하자 그 말이 정답이었는지 입술이 또 움찔움찔거렸다. 귀여워. 노부가 리본을 풀고 포장을 조심스럽게 잘 푼 뒤 상자를 열어보자 안에는 굉장히 새침하게 생겼는데 묘하게 나른해 보이는 고양이 인형이 하나 있었다. 눈이 빨간색이었는데 정말 투명하고 예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노부는 인형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품에 안았다. 노부유키들만한 인형이었다. 그렇다보니 노부가 안기에는 좀 작은 감은 있었다. 그래도 귀엽긴 엄청 귀여워서 작은 인형의 귀여운 머리를 쓰다듬다가 문득. 

"케이."
"... 뭐?"

마치다는 잘못 들었나 하는 얼굴로 노부를 바라봤다. 

"이 녀석 이름이 케이예요."
"... 설마 그 케이가 그 케이는 아니지?"
"노부짱의 친구니까 케이..."

노부가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케이는 아니 마치다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다가 픽 웃더니 노부짱의 앞발을 잡고 앞으로 내밀며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노부짱, 인사해. 케이야. 작으니까 다치지 않게 잘 보살피면서 잘 대해줘야 해."

노부가 '케이'의 앞발을 잡아서 내밀자 노부짱의 앞발의 한 10분의 1정도 될 것 같은 작은 앞발이 노부짱의 앞발에 닿았다.

"잘 부탁해. 노부짱."

그날 밤 '케이'는 소파에서 노부짱의 품 안에 들어가서 잤고, 마치다는 마치다 집에서 하나뿐인 침대 위에서 노부의 품 안에 들어와서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클럽에 출근해서 예약 명부를 확인한 마치다는 노부에게 예약 명부를 보여줬다.

"그 자식 오늘 저녁에 올 거야."
"네."
"재벌 도련님이 3명 예약했네."
"... 3명이요?"
"그 재벌 도련님이랑 그놈, 그리고 그놈의 일행이라는데, 부하겠지.."

훈훈한 공기가 흐르고 있는 사무실의 온도가 갑자기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용의자가 데리고 온 놈은 뭐랄까 얼굴에서 야비함이 줄줄 흘러내리는 듯한 남자였다. 용의자도 물론 아주 잔인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쪽은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이라면 이쪽은 정말 날것의 잔인함과 야비함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럴 리 없는데 피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서 노부는 평소보다 더 마치다에게 바짝 붙어 있었다. 노부가 마치다에게 닿을 듯 가까이 붙자 마치다는 노부를 흘긋 보더니 싱긋 웃고 이 클럽에서 제일 비싼 안주 세트와 수천만엔대 위스키를 시킨 손님들에게 다가가 불편한 것이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용의자가 씩 웃더니 마치다에게 손짓을 했다. 

"사장님, 오셔서 한잔 하세요. 이거 좋은 술인데."

좋은 술이겠지. 그 위스키의 소매가가 5천만엔이라는 말을 들은 노부는 기절하는 줄 알았을 정도였으니까. 마치다는 싱긋 웃고 다가가서 그가 가리킨 자리보다 조금 먼 곳에 앉았다. 

"그럼 딱 한잔만 받겠습니다. 저는 일하는 중이니까요."
"아... 일하는 중이십니까? 지금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는데 무슨 일을 이렇게 늦게까지 하십니까?"

클럽의 오너가 밤 늦게까지 일하는 건 당연한데도 능글거리며 하는 말에 묘하게 뼈가 느껴져서 노부가 주먹을 꽉 쥐었을 때였다. 용의자를 이 클럽에 데리고 다니는 재벌 3세, 이 클럽의 회원이기에 마치다가 클럽 던전에서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는 손님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아는 그가 끼어들었다. 

"당연히 던전 운영으로 바쁘시니까 그렇지. 자네는 무슨 시답잖은 소리야?"
"아, 농담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용의자는 빙긋 웃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살벌했다. 그리고 술이 센 마치다가 작은 스트레이트 잔에 담긴 위스키를 깔끔하게 비웠을 때였다. 재벌 3세인 회원이 고급 치즈가 담긴 플레이트를 서둘러 마치다 쪽으로 밀어주자 마치다는 고개를 까딱하고 치즈를 하나 집어먹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노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용의자의 부하로 추정되는 자가 술병을 들었다.

"제 잔도 한잔 받으시죠, 사장님."
"술이 약해서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그만 받겠습니다."

마치다는 예의바르게 거절했으나, 놈은 들고 있던 위스키 병을 내려놓지 않고 계속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지 마시고 한잔 받으시죠. 분위기 깨지게 왜 이러시나."
"흠흠! 자네 뭐하는 건가. 왜 이렇게 예의없이 굴어."

아까부터 자신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마치다에게 자꾸 시비를 거는 것이 몹시 불쾌했는지 재벌 3세가 헛기침을 하곤 그를 노려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분위기는 자네가 깨는 것 같은데. 던전에선 허튼짓하지 말라고 미리 말하지 않았나."

그 와중에도 자신의 회원자격이 박탈당할까 봐 자신은 클럽 던전에서 행패를 부리지 말라고 미리 경고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재벌 3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어준 마치다는 용의자의 부하에게도 생긋 웃어주었다. 

"다음에 오시면 그때 한잔 받겠습니다."
"아무래도 날 다시는 안 데리고 올 것 같은데."

재벌 3세는 아직도 그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그리고 재벌 3세는 여전히 삐딱하게 구는 그 부하놈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지 냉랭하게 말했다. 

"그만 자리를 정리하지."

재벌 3세가 화를 내며 일어서는 건 의아하지 않았다. 인신매매 용의자가 재벌 3세와 어떤 거래를 하려고 하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재벌 3세는 범죄 혐의점이 전혀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의 돈으로 좋아하는 비싼 클럽에서 노는 걸 즐기는 놈팽이 정도였던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으니까. 노부가 이상하게 생각한 건 재벌 3세가 갑자기 그 둘과의 관계를 끊을 것처럼 굴고 있는데도 용의자와 그 부하 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벌 3세가 몹시 불쾌한 얼굴로 나가버린 뒤에도 배웅도 하지 않고 룸 안에 남아 있던 용의자와 그 부하는 웃고 있는데도 잔인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근무 중엔 술을 많이 드시지 않는 것 같으신데... 어떻게... 제 별장에 같이 가셔서 한잔 같이 하실까요? 별장에 정말 좋은 술이 있거든요."

이놈들의 목표가 재벌 3세가 아니었나.... 설마 마치다였어?





놉맟